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 회원들을 위해 수행법회를 하고, 국회 국민 총행복 정책 포럼 초청으로 강연을 하기로 한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 8시에 정기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심장 내과 검사를 받고 수행법회를 하기 위해 서울 정토회관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오전 10시 정각이 되자 4,000여 명의 정토회 회원들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스님이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하자 삼귀의와 반야심경 독송을 하며 수행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주간 정토행자의 소식을 영상으로 본 후 모두가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여는 말씀을 했습니다. 스님은 12월 첫 법회를 맞아 갑작스러운 한파와 건강 관리를 먼저 언급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2025년의 마지막 달, 12월의 첫 법회입니다. 겨울이 시작되자마자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며 한파가 찾아왔습니다. 내일 아침 서울의 최저 기온은 영하 10도까지 떨어지고, 전국 대부분 지역도 영하권에 머문다고 합니다. 첫 추위에 모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올해는 독감도 예년보다 몇 배로 확산하고 있다고 하니 주의하시고, 필요하신 분들은 백신 접종도 챙기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온라인에서 세 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대기업을 26년 다녔는데 최근에 퇴사 계획을 이야기했지만 상사가 만류를 하고 있다며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저는 26년 차 대기업 직장인입니다. 작년에 갱년기를 맞으며 수면 장애와 피로가 심해졌습니다. 초과 근무를 못 하는 날이 많아져서 번아웃이 왔고, 고민 끝에 퇴사를 결심하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상무님께서 ‘조금 더 생각해 보라.’며 만류하시고, 설령 퇴사가 불가피하더라도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는 있어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들뜨기도 했습니다. 다시 선택이 제게 넘어온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 제안이 오히려 저에게는 독이 될 것 같아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내년이면 52세가 되고, 몸과 마음도 지쳤습니다. 무엇보다 수행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스님께서 ‘직장을 내려놓고 제2의 인생으로 나아가라.’고 조언해 주신다면 용기가 날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붙잡을 때는 못 이기는 척 그냥 다니세요. 이미 그만둘 마음까지 먹었다면 미련은 없잖아요. 그렇다면 더 이상 승진 욕심이나 잘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긴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는 편안하게, 내가 해야 할 일만 하며 다니면 됩니다. 업무가 많아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날이 있더라도, 가능한 한 정해진 시간 안에서 일하며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고 다니면 어떨까요?

지금 몸이 아픈 이유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그래도 팀장 정도는 하고 나가야지.’ 하는 욕심, ‘정년까지는 버텨야 한다.’는 부담, 혹은 ‘나이가 드니 밀려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직장 생활에서 가끔 한두 시간 초과 근무한다고 몸이 아플 정도는 아니에요. 질문자의 심신이 지친 건 신경을 너무 많이 쓰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돈도 좋고 직위도 좋지만 건강이 최우선이지. 아프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마음으로 퇴사를 결심한 거죠. 그런데 회사에서는 ‘조금 더 있어 달라. 후임자 올 때까지만이라도 도와 달라.’고 하니, 이제 공은 질문자에게 넘어왔습니다. 다시 말해 주도권은 질문자에게 있어요.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도 확인됐으니 더는 쫓겨날까 불안해 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미 나갈 각오까지 했으니 승진에 매이지 않고 여유 있게 다니면 됩니다. 그러다 정말 그만두라고 하면 원래 나가려고 했던 것이니 그것 또한 좋은 일입니다.
이제는 직장 생활을 너무 힘들게 생각하지 말고, 출퇴근 시간에 맞춰 차분히 근무하세요. 동료가 도움을 요청하면 조금 더 해주고, 요청이 없으면 정해진 범위 안에서 적당히 하면서 건강 챙기고 운동도 곁들이면 됩니다. 사실 회사를 그만둔다고 해서 일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에요. 돈을 벌지 않아도 정토회 일도 해야 하고, 다른 곳에서 봉사를 하든 결국 일은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지금부터는 평생직장이라 여기기보다는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조금 더 여유롭게 지내보세요. 동료나 후배들에 대해 너무 따지기보다 마음을 넉넉히 내고, 곧 떠날 자리라 생각하며 격려도 해주고 가끔 밥 한 끼 사주는 인심도 써 보는 거죠. 원래라면 퇴사 후에는 받지 못할 월급인데 지금 들어오는 월급은 일종의 가욋돈이라고 여기고, 그중 10퍼센트 정도는 동료들에게 차 한잔 사주는 데 쓰면 직장 생활도 한결 재미가 나고 몸에도 무리가 덜 갈 겁니다. 물론 병이 심해 수술이 필요할 정도라면 주위에서 아무리 말려도 회사를 그만두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질문자의 상태는 그 정도는 아니고, 몸보다는 마음이 지쳐 있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도 질문자를 필요로 한다고 하니 마음도 다소 가벼워졌을 거예요. 그러니 회사에서 그만 나오라고 할 때까지는 편안한 마음으로 다니세요. 사실 질문자도 속으로는 ‘조금 더 다니는 게 낫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제가 그 마음에 맞춰 말씀드리는 겁니다. 52세면 아직 한창입니다. (웃음)

그러다 정말 그만두라고 하면 ‘네, 알겠습니다.’ 하고 나오면 됩니다. 그때 정토회 전법회원이 되겠다고 신청해 봉사를 시작해도 되고, 지금도 일반회원으로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할 수 있는 여러 봉사 활동이 있으니 회사를 다니면서 병행해도 좋습니다. 회사가 ‘당신이 필요하다.’라고 말해 주는 순간은 인생에서 흔치 않습니다. 붙잡아줄 때 못 이기는 척 다니면서 마음 편히 일해 보세요. 병원에서 명확한 진단명이 나올 만큼 아픈 게 아니라면 저는 계속 다니기를 권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요즘 이재명 대통령이 자랑스러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데, 또 너무 미화된 언론의 내용을 보는 건지, 스님께서는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정토사회문화회관 공양간에서 무거운 식자재 운반을 65세 이상 노보살님들이 하면서 힘들어하시는데, 젊은 분들이 옮겨 주었으면 하는 제안을 드립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11시 30분이 되었습니다. 다음 주에 예정된 다양한 정토회 행사 소식을 영상으로 본 후 사홍서원으로 수행법회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에 국회로 향했습니다.

국회에서 여러 명의 국회 의원들이 모여 ‘국민총행복정책포럼’을 만들어 ‘국민 총 행복의 길’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 달라고 스님에게 요청을 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국민 총 행복 전환 포럼 이사장인 박진도 교수가 스님을 찾아와 직접 강연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스님도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주제라 기꺼이 강연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오후 1시 30분에 국회의사당 옆에 자리한 사랑재에 도착했습니다. 많은 국회 의원들이 스님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국회에서 국민총행복정책포럼을 이끌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을 비롯하여 박찬대, 맹선규, 이용선, 박희승, 염태영, 박홍근, 윤건영, 김종민, 김성회, 차규근, 이수진, 박정현 의원이 스님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이해식 의원이 국민 총 행복 정책 포럼을 소개했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된 ‘국민 총 행복 증진에 관한 법률안’을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하기 위해 많은 국회의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47명의 국회 의원이 동참했습니다. 저희 모임은 그동안 선언적 의미에 머물렀던 ‘행복’의 개념을 법과 정책의 틀 속에 구체화하자는 취지에서 이를 위한 제도적·재정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모임입니다.”
스님은 참여하는 국회의원들을 격려하며 이 활동이 확대될 수 있도록 독려했습니다.

“네, 잘 하셨어요. 이제 대한민국이 경제 성장도 했고, 민주화도 이루었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국민 행복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지금까지는 올림픽을 유치해서 경제 유발 효과가 얼마나 발생했다는 식으로 평가했는데, 앞으로는 국민행복지수가 얼마나 높아졌다는 식으로 평가하도록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 준비를 국회의원 여러분이 해주셨으면 합니다.”
대화를 하는 중에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 부의장이 스님에게 인사를 하러 찾아왔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부의장님도 국민 총 행복 증진법 발의에 힘을 보태어 주세요.”
주호영 의원도 웃으며 화답했습니다.
“국민 행복 지수가 높아질 수만 있다면 저도 무조건 찬성합니다.”

국회 의원들은 각자 스님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일부는 국회 일정으로 돌아가고 일부는 함께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국회의사당 사랑재에는 국회 의원들을 포함하여 100여 명의 시민들이 자리했습니다. 먼저 참석한 국회 의원들 모두가 무대 앞으로 나와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어서 사회자의 소개를 받고 큰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스님이 무대에 섰습니다.

스님은 먼저 ‘국민 총 행복의 길’이라는 주제로 40분 동안 강연을 했습니다.

“오늘 무슨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제가 살아온 길을 되짚어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1960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자료를 살펴보면 그 무렵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대략 100달러였습니다. 현재 1인당 GDP가 3만 6천 달러가 되었으니, 물질적 기준으로만 본다면 65년 동안 약 360배 성장한 셈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행복은 과연 그만큼 늘어났을까요? 제가 어린 시절 함께 지내던 친구들, 동네 사람들, 어르신들의 삶을 떠올려 지금 주변 사람들의 삶을 비교해 보면, 360배는커녕 36배, 심지어 3.6배 늘었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분명 예전보다 좋아지긴 했지만 ‘서너 배는 행복해졌다.’고 하기도 힘들지요.
앞으로 1인당 GDP가 열 배 올라 36만 달러가 된다면 그때는 행복도가 오를까요? 이미 360배 성장한 지금도 이 정도라면, 10배 더 성장한다고 해서 행복이 갑자기 늘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성장과 소득을 좇으며,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이라 믿습니다. 이제는 이런 조건들이 더 이상 큰 효용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물론 물질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행복에는 물질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가 함께해야 합니다. 그 다른 요소를 찾아내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전문가들의 평가를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 각국 가운데 탄소 배출량이 10위라고 합니다. 그만큼 경제 활동이 활발하다는 증거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행복 지수는 57위로 거의 최하위권입니다. 물질적 풍요에 비해 행복도가 현저히 낮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자료를 보면 수출입을 합한 무역 규모는 세계 6위, 국방력은 세계 5위 수준입니다. 총 GDP는 14위인데 1인당 GDP는 34위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행복 지수라고 부르는 지표는 사실상 복지 지수에 가깝습니다. 사회 안전망, 교육 기회, 의료 접근성 등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인데, 이 복지 지수가 57위입니다. 물질적 지수가 34위인데 복지 지수가 57위라는 것은 우리 사회의 제도적 기반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교육, 의료, 실업, 재난 등 여러 분야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뜻이죠.
또 하나, ‘심리적 행복 지수’라는 것도 있습니다. ‘당신은 행복합니까?’라고 물어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을 조사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이 지표에서 무려 117위라고 합니다.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어려운 동남아 국가들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이처럼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 지수를 높이려면 정부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10여 년 전부터 ‘국민 행복 운동’을 해오고 있고, 그 과정에서 만든 것이 ‘행복학교’입니다. 종교적 색채를 배제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심리적으로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지 교육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여기에 우리 국민 특유의 성격도 한몫합니다. 첫째, 한국 사람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성질이 급하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빨리빨리’ 문화죠. 성질이 급하면 화와 짜증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한국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자기주장이 강합니다. 자신이 옳다는 고집이 세니 갈등이 많고 스트레스도 커집니다. 셋째, 욕심도 많습니다. 물질만이 아니라 사람, 명예, 지식까지 욕심내다 보니 불만족이 많고, 역시 스트레스로 이어집니다. 이런 기질이 경제성장을 빠르게 이루는 데에는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뭐든 빨리 해치우고, 주장도 강하고, 욕심도 많은 것이 발전의 원동력이 된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못살 때는 그런 성질이 장점이었지만, 이제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금은 재해, 갈등, 빈부 격차 등 여러 사회문제의 원인이 되고, 결국 개인의 행복도를 떨어뜨립니다.
이제는 조금 느긋하고 안전하게, 내 주장만 내세우기보다 타인의 말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나와 다른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국회 의원들이 많이 오셨는데, 국회 의원들이 먼저 귀담아들어야 할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웃음)

어쨌든 이런 변화가 심리적 행복도를 높이는 데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바꾸어 보고자 행복학교를 만들어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즉문즉설 강연도 대부분 그 역할을 하고 있죠. 제 강연을 듣고 이혼을 하려다 멈추거나, 회사를 그만두려다 다시 다닌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개인의 고뇌와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뜻이겠지요.
그렇다고 이런 일을 민간의 노력만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개인의 심리만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사회·문화적, 제도적 개선을 간과하게 되고, 결국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회에서 국민 총 행복 증진을 위한 정책 포럼이 만들어지고, 지방 자치 단체에서는 행복 실현 지방 정부 협의회가 열리며, 민간에서도 국민 총 행복 전환 포럼이 설립되는 등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는 모습을 보며 저 역시 매우 기쁘고 반가웠습니다. 복지 지수 57위와 심리적 행복 지수 117위의 간극을 좁히는 일은 민간의 영역이고, 복지 지수 57위와 물질적 지수 34위의 차이를 줄이는 일은 제도 개선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야 세계 어디를 가도 ‘대한민국 참 살 만하다.’, ‘한국 사람들 표정이 밝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동남아시아의 한 스님이 저에게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유를 여쭈어보니, 자기 절의 청년이 무더운 날씨에도 코트를 입고 다닌다는 겁니다. 왜 그렇게 입느냐고 물었더니, 한국 드라마를 보고 멋있어 보여서 그렇다고 하더랍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도대체 한국이 어떤 나라이길래?’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분을 한국에 초대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하니 시설은 호텔처럼 훌륭했지만, 사람들 얼굴에는 웃음기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사는데 왜 그렇게 인상을 쓰고 사느냐고 묻더군요. 이것이 외국인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아시아의 많은 청년들은 한국에 가보는 것을 꿈으로 여기고, 한국에서 사는 것을 소원처럼 말합니다. 그런데 정작 한국 청년들은 대한민국을 지옥이라고 부릅니다. 그 표현이 과장이 아님을 보여주는 통계도 있습니다. 현재의 어려움은 자살률 1위로, 미래에 대한 절망은 최저 출산율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외형적으로는 꽤 잘 갖춰진 편입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절대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라고 외치며 달려왔습니다. 지금 들으면 다소 유치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당시 가난한 우리 국민은 잘살아 보는 것이 간절하고 소박한 꿈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우리는 실제로 더 잘살게 되었고, ‘이제는 자유롭게 살아 보자!’며 반독재 투쟁을 이어온 끝에 오늘의 민주 사회도 이루어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품었던 큰 꿈들은 상당 부분 실현된 셈입니다.

그런데 성장만을 향해 달려오다 보니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고, 민주화 과정에서 필요했던 ‘투쟁의 문화’는 이제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유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고 과거의 노력이 잘못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성과가 있었던 만큼, 이제는 그 성과가 남긴 부작용을 치유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이제는 성장과 투쟁 중심의 사회에서 벗어나, 환경을 지키고 빈부격차를 줄이며 서로 다른 존재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 속에서 종합적인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 기준이 ‘국민 총 행복 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라고 생각합니다. 이 개념은 약 20여 년 전 부탄의 4대 왕이 처음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질적 지표인 GNP(국민 총생산)만으로는 삶의 질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으니, 행복이라는 기준을 삶의 중심에 두자는 제안이었죠. 실제 조사에서도 당시 부탄은 세계에서 행복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평가받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부탄은 이후 전면적인 교육 개혁을 추진해 산골마다 학교를 세우고, 읍내에는 기숙 학교를 마련해 모든 아이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했습니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했고,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아 인터넷 교육도 우리보다 일찍 도입했습니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자,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젊은이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되면서 호주 워크 퍼밋(취업 허가 비자)을 취득해 떠나기 시작한 겁니다. 호주의 임금이 부탄의 10배에서 20배에 이르니 너도나도 해외로 나갔고, 공무원들도 줄줄이 사직했습니다. 몇 년 사이 80만 인구 중 약 10만 명이 해외로 빠져나갔어요. 공무원만 놓고 보면 세 명 중 한 명이 떠난 셈이에요. 해외에서 번 돈으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대부분 고향에 집을 짓는 일이어서 건축 붐이 일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빈부 격차가 벌어지자, 행복 지수도 예전만큼 높게 유지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럼에도 ‘국민 총 행복 지수’라는 개념이 갖는 의미는 여전히 큽니다. 실제로 뉴질랜드나 핀란드 같은 나라는 이 지표를 국가 정책 평가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우리는 국제 행사를 유치하거나 투자를 결정할 때 주로 ‘1천억을 투자하면 경제 유발 효과가 3천억이다.’, ‘월드컵을 유치하면 경제 효과가 얼마다.’ 같은 평가에 집중하잖아요. 그러나 이 나라들은 경제 유발 효과보다 ‘국민의 행복이 얼마나 증진되는가?’를 정책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삼기 시작한 겁니다. 참 괜찮은 방향 아닙니까?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관점이에요. 이번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 회의도 단순히 국위 선양이나 경제적 효과만 따질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국민이 어떤 자부심을 느꼈는지, 행복도가 얼마나 상승했는지도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자부심도 결국 행복의 일부니까요.
이런 변화는 의회가 법으로 제도화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도 성평등 지수를 근거로 화장실 수를 조정하듯, 제도화되면 빠르게 정착될 수 있습니다. 쓰레기 처리도 종량제 봉투를 도입하면서 억지로라도 배출량을 줄이게 되었잖아요. 저는 법을 어떻게 만드는지는 잘 모르지만, 민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나 특히 국회에서 국민 총 행복 지수를 높일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준다면 훨씬 힘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바람을 담아 저도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제 한국이 더 이상 서구적 이상을 좇아 따라가야 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우리는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고,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성취를 이루어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정말 행복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삶에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은 오히려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를 내다보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기후 위기 속에서 경제 발전을 지속하기가 어렵습니다. 농업과 수산업은 이미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고, 인공지능은 곧 많은 전문직을 대체할 것입니다. 새로운 직업으로의 전환 역시 만만치 않겠죠. 자영업이 무너지고 전문직까지 흔들릴 가능성도 큽니다. 빈부 격차는 더욱 벌어져, 몇십 년 전만 해도 ‘20 대 80’이라고 했던 것이 ‘10 대 90’이 되었고, 월가(Wall Street) 시위에서는 ‘1 대 99’라는 말까지 나왔잖아요. 하위 50%가 전 세계 부의 1%만을 소유한다고 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과연 우리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제가 코로나 팬데믹 때 고향에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지낸 적이 있습니다. 인구가 눈에 띄게 줄어 있었어요. 한 해에 11명의 아이가 태어나던 동네였는데 제가 갔을 때는 노인 17명만 남아 있었습니다. 며칠 전 내려가 음식을 대접했는데, 그사이 몇 분이 돌아가셔서 이제는 12명뿐입니다. 두 리(里)를 합쳐도 100명 남짓인데, 그곳에 소가 4천 마리나 됩니다. 우사(牛舍)만 가득하고 소를 돌보는 이는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그 수가 주민보다 많아요. 겉으로 보기에는 주민 소득도 높고, 경제도 돌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사라지고 축사만 늘어나는 현상이 지역 개발로 볼 수 있을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데 누구를 위한 개발이겠습니까? 사람이 살지 않는다면 그 어떤 개발도 결국은 지역을 지탱해 주지 못할 것이니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앞으로 인공지능이 더 발전하면 1인당 GDP가 아무리 높아도 그 안에서 사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성과만 놓고 보면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훨씬 효율적이지만, 인간은 일하는 과정에서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기계는 과정의 보람을 느끼지 못하잖아요. 이러한 사회 변화를 고려하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행복한 대한민국,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지속 가능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이제는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대부분 경제 성장과 투쟁 중심의 사고에 익숙하실 겁니다.

요즘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 자랑스러우실지 모르지만, 제가 동남아에 가보면 한국 문화에 물든 아이들 때문에 부모들이 골치 아프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소비문화만 따라가고 실제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는 한국 문화가 퍼져나가는 만큼 그들의 빈곤을 줄이고 발전을 돕는 역할도 함께 해야 한국의 영향력이 지속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방식대로라면 한류도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한때 서양의 소비 시장으로 전락하는 것에 저항하지 않았습니까?
K-방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자랑할 만한 일인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과거 사회 운동을 하셨던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미국과 러시아가 대량 살상 무기를 만들어 세계를 전쟁터로 만들 때 우리가 얼마나 강하게 반대했습니까? 그런데 한국 무기가 성능이 좋다는 말은 결국 ‘얼마나 효과적으로 잘 죽이느냐?’와 연결됩니다. 무기 수출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일은 조용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개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에요.

이런 흐름을 상쇄하려면 사람들에게 이로운 것들도 함께 전해야 합니다. 한국에 와서 배워 가는 것이 무기 생산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할 농업 기술, 인공지능 시대에 실업 인구의 최저 생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이런 안전망 구축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기본 소득이 유력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미국 같은 나라에 가서 배울 것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새로운 문화와 문명을 창조하고, 더 나아가 대안을 제시해야 할 때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국민 행복 지수를 높이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국회 의원 여러분, 이제는 성장에만 힘을 쏟던 관성을 조금 내려놓고 그 에너지의 일부라도 미래 세대를 위해, 그리고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아시아의 이웃들을 돕는 방향으로 써야 합니다. 1950년대와 60년대의 극심한 가난 속에서도 이 나라의 지성과 양심은 시대를 견인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경제 성장만을 강조하는 데서 머물지 말고, 다가올 문명의 방향을 제시하며 관심의 범위를 한국에서 아시아로 넓혀 주변 나라들의 고뇌를 함께 해결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다른 나라에 손을 벌릴 위치가 아닙니다.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나라들을 향해 손을 내밀어야 할 때입니다. 인권이나 빈곤 문제처럼 국제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우리나라가 기여할 몫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내부 문제에만 몰두하며 아우성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시야를 넓혀, 최소한 ‘아시아의 대한민국’이라는 책임 있는 역할은 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넓은 관점에서 일본과의 관계도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으며, 북한과의 관계 역시 재정립이 요구됩니다. 이번 새 정부가 북한을 대하는 태도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더 이상 단순한 경쟁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으려는 접근이 그것입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포용할 수도 있고, 경쟁하더라도 더 넓은 시야로 주변을 아우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 행복 지수’라는 가치와 관점은 앞으로 우리가 어떤 문명을 지향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이어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누구든지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1시간 20분 동안 여섯 명이 질문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오래된 습관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스님에게 털어놓았습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매일 보면서 ‘빨리빨리 하는 습관’, ‘상대방의 말을 잘 못 듣는 것’, ‘욕심내는 것’ 이 세 가지를 고쳐 보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잘 안됩니다. 행복학교를 가 보려고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요. 제가 60년 넘게 이렇게 살아왔는데, 단기간에 빨리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것도 빨리 바꾸려고 하잖아요. (웃음) 뭐든지 천천히 해야 합니다. 누군가 성질을 고치려고 애를 쓰다가 잘 안 되면, 저는 더 이상 ‘고치라!’고 하지 않습니다. 안 바뀌는 것을 억지로 바꾸려 하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예요. 안 바뀌면 ‘그냥 인정하고 살아라.’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게 해서 손해가 있다면, 그 손실을 감수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수밖에 없어요.
화가 자꾸 나는데 잘 안 고쳐진다면, 화를 내고 그냥 빌면 됩니다. ‘여보, 미안해. 내가 성질이 더러워서 그래.’ 이렇게만 하면 화내는 걸 완전히 고치지 못해도 일상에 큰 지장은 없어요. 그런데 보통은 ‘왜 화내?’라고 하면 ‘내가 언제 화냈어?’, ‘나만 내냐? 너는 화 안 내?’ 이렇게 나오니 싸움이 되는 거예요.

사실 ‘자각’만 해도 충분합니다. 내가 좀 급하게 움직일 때 옆에서 ‘너무 서두른다.’라고 하면 ‘네가 느린 거지.’라고 받아치지 말고 ‘아, 그런가?’ 하고 받아들이는 겁니다. 또 ‘너 주장이 좀 세다.’라고 하면 ‘내가 좀 세지.’라고 인정하면 됩니다. 그 정도만 해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물론 고치면 좋지만 잘 안 바뀌면 그냥 인정하고 사는 거예요. ‘그 정도는 내가 감수하고 산다.’라는 마음을 가지세요. 이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훨씬 줄어듭니다.”
“네, 감사합니다.”
큰 박수와 함께 강연을 마쳤습니다.

사랑재를 나오며 스님은 얼마 전 국민 총 행복 증진법을 발의한 박정현 의원에게 특별히 부탁했습니다.

“꾸준히 잘 추진해 주세요. 저도 힘이 닿는 데까지 도와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늦게나마 김병주 의원이 찾아와 스님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사랑재를 나온 스님은 배웅하러 나온 국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에 도착하자 영국에서 김누리, 아담 부부가 찾아와서 스님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아담 님은 기후 위기·재난 대응을 연구하며 수평적 커뮤니티 조직 모델을 만드는 사회 운동가이자 저술가입니다. 스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며 김누리 님이 특별히 스님과의 만남을 주선하였습니다.
두 분은 기후 위기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의료·구호 체계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기존 병원 시스템과 재난 대응 체계가 더 이상 현재의 위기를 감당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하며,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공유했습니다.

스님은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작은 규모라도 양방·한방·심리 영역이 협력하는 형태의 병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해외 긴급 구호에서 의료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분야이며, 정토회가 아직 이 경험이 부족해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요즘 해외 재난 지역을 다녀보면 가장 시급한 건 의료입니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은 옛날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의료는 기반이 너무 없어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작은 규모라도 기본적인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 하나 있으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습니다.
한국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250만 명 가까이 되는데, 이분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의료입니다. 특히 불법 체류자들은 병원에 가기를 두려워하고, 동남아 사람들은 아픈데도 병원을 잘 안 가는 문화가 있어 문제가 더 큽니다.
사실 한국 사람들도 병원을 불신하는 경향이 큽니다. 진료를 받아도 믿지를 못해서 다른 병원을 또 가는 일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저는 양의학·한의학·심리 치료를 함께 할 수 있는 통합적인 기본 진료 체계가 정말 필요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환자를 처음 맞는 ‘기본 진료’가 신뢰를 줘야 합니다.

해외 긴급 구호에서는 의료가 가장 기본이지만, 우리가 그 분야에서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병원 건물 자체보다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진료할 것인가?’, 즉 시스템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해외든 한국이든 의료 사각지대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아담 님은 그리스의 자율 클리닉과 미국 ‘Occupy Sandy’의 수평적 구호 방식을 사례로 들며, 위계 중심의 병원 모델이 아닌 공동체 기반의 수평적 의료 모델이 앞으로의 시대에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듣기(listening)의 치료 효과가 매우 크며, 의료는 기술이 아니라 관계에서 완성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을 ‘환자’로 보지 않습니다. 그들은 돌봄을 찾는 사람일 뿐이며, 그들의 문제는 의학적 원인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신체·심리·사회적 환경을 함께 살피는 360도 진단이 이뤄져야 비로소 진짜 치료가 시작됩니다. 수평적·자율적 조직 방식은 정부나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위기 속에서 더 강력하게 작동합니다. 기후 위기로 재난이 일상이 된 지금, 공동체가 스스로 조직되고 서로를 치유할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두 분은 이야기를 이어 가며 의료는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고 서로를 치유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스님은 이러한 관점을 받아들이며 ‘건물을 어떻게 지을까?’보다 ‘사람을 어떻게 돌볼까?’가 더 중요한 시대에 들어섰음을 확인했고, 아담 님은 이러한 대화가 앞으로 한국과 국제 구호 현장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습니다.

다음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대화를 마무리했습니다.

스님은 김누리, 아담 부부를 배웅해 준 후 정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저녁에는 실내에서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본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하여 장수 죽림정사로 이동한 후 백용성조사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와 저녁에는 '평화 리더십 아카데미' 송년회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
전체 댓글 보기스님의하루 최신글
다음 글이 없습니다.
이전글“결혼기념일도 안 챙기는 남편, 계속 참고 살아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