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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여성 INEB 정토회 스터디 투어 5일째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오전 9시부터 여성 INEB 정토회 스터디 투어 프로그램에 참석했습니다. 오전 세션에서는 ‘정토회의 사회 실천 활동’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국제협력팀의 최정연 님이 JTS, 에코붓다, 좋은벗들, 평화재단의 활동을 소개하고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인도JTS의 초창기 사업을 개척했던 선주 법사님, JTS 32주년 기념 세미나에 참석 차 한국을 방문한 인도JTS 사무국장 보광법사님과 필리핀JTS 사무국장 향훈법사님도 자리했습니다. 참가자들이 JTS 사업에 대해 질문하면 세 분의 법사님이 직접 답변을 했습니다. 스님은 뒷자리에 앉아서 대화 내용을 경청했습니다.

법사님들이 답변하기 어려운 부분은 스님이 답변을 이어 갔습니다. 대화가 깊어가는 가운데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인도에서는 주민들이 자립할 때까지 기다리며 30년 넘게 지원을 이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주민들이 스스로 설 수 있을 때까지 40년, 50년, 혹은 60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장기적인 지원을 계속하실 계획이신가요?”
이 질문은 스님이 답변을 했습니다.

“인도의 경우에는 우리가 직접 학교를 세워 아이들을 교육했기 때문에 사업이 자연스럽게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은 거의 없습니다. 이제는 필요한 교육은 현지 사람들이 스스로 하고, 우리는 학교를 지어 주거나 시설을 지원하는 정도의 역할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굳이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데 긴급 구호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의 경우는 몇 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현지의 파트너 NGO가 아주 성실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지원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긴급 구호만 해도 지금까지 일곱 차례 진행했고, 핸드 펌프 보급도 약 2,200대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 작은 집들도 200채 정도 지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신뢰할 수 있는 단체를 찾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NGO는 외부 프로젝트 자금을 받아 그중 일부를 인건비나 사무실 운영비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JTS는 전적으로 자원봉사 방식으로만 운영됩니다. 인건비로는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오히려 단순합니다. 인건비나 사무실 유지비 정도만 자체적으로 마련하면 외부 프로젝트 자금은 전액 현장 지원에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업의 기간도 JTS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측의 준비 상황에 따라 결정됩니다. 즉 ‘몇 년 안에 끝내겠다.’는 식으로 정해진 일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여건에 따라 유동적으로 진행되는 구조입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점심 식사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성 INEB 참가자들은 법당에서 식사를 하고, 스님은 손님들과 점심 약속이 있어서 수련실로 이동하여 손님들을 기다렸습니다.

이번 여성 INEB 정토회 스터디 투어 프로그램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봉사자들이 준비를 해주었습니다. 두북수련원에는 경주 지회,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는 회관 관리팀, 문경 정토수련원에서는 대전충청지부 회원들이 공양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손님들이 도착하기 전에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12시가 되자 사단법인 미소원에서 JTS에 성금을 전달하기 위해 두북수련원을 방문했습니다. 사단법인 미소원(이사장 장유정)에서는 매년 인도JTS에 결핵 환자 의료 지원 및 우물 파기 후원금을 23년째 기부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성금을 모아 왔습니다. 먼저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며 그동안의 안부를 주고 받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후원금을 전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인도JTS 사무국장인 보광 법사님과 필리핀JTS 사무국장인 향훈 법사님에게 한 마디씩 청했습니다. 현장에서 후원금을 사용하고 책임자로서 두 분이 직접 미소원 후원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먼저 보광 법사님이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인도 둥게스와리 마을에서는 지금 문맹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또한 병원에서는 초기에 500명에 달하던 결핵 환자가 이제는 8~9명 수준으로 줄었고, 식량 지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년부터는 집이 없는 가장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집 한 채 지어주기 사업’도 시작했습니다. 직접 해보니 한 채를 짓는 데 약 2.5락, 우리 돈으로 약 500만 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재료비는 JTS에서 지원하고, 마을 주민들이 직접 노동에 참여해 함께 집을 짓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정부의 지원 없이도 사업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과 같은 후원자들의 꾸준한 사랑과 헌신 덕분입니다.”

이어서 향훈 법사님이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필리핀 민다나오에서는 지금까지 총 72개 학교, 206개의 교실을 세웠고, 올해에도 15개 학교를 새로 짓고 있습니다. 대부분 산속 깊은 곳에 있어서, 학교를 지으려면 최소 한 시간 이상 산을 올라가야 합니다. 맨몸으로 걷기도 힘든 길인데, 마을 주민들이 합판 한 장, 철근 하나씩을 머리에 이고 나르며 자재를 옮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주 자재를 공급하고 공사 과정을 모니터링 하며 현지 군청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필리핀JTS를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스님은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장애인 학교도 많이 짓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예전에는 우리가 직접 답사를 해서 학교를 지어도, 필리핀 정부에서 교사를 파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마을 청년을 교사로 세우고, 아이들을 가르치게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필리핀 정부에서도 기초 교육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예산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늘어났는데 교실이 턱없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이 오전·오후로 나누어 2부제, 3부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군수나 교육청 관계자 이야기를 들어 보면 사정이 이렇습니다.
‘장애 학생들을 교육하지 않겠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한 교실에 30~40명씩 공부하는 일반 학생들도 공간이 부족한데, 장애 아동을 위한 교실은 학생 수가 5~6명밖에 안 되니, 같은 예산으로는 우선순위를 일반 학급에 둘 수밖에 없습니다.’
즉, 재정이 부족해서 그렇지 의지가 없는 건 아니라는 뜻이었죠. 그래서 우리는 그 말을 이해하고, 장애 아동들을 위한 교실은 JTS가 예산을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필리핀에서는 특수학교 건립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미소원 식구들을 배웅한 후 오후 1시 30분부터 다시 여성 INEB 참가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후 세션에서는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행복학교’를 실제로 진행하고 있는 분이 와서 행복학교 프로그램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행복학교에 대해 궁금한 점에 묻는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경주까지 왔는데 오후에는 불국사를 구경하고 오면 어떨까 합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곳이고,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사찰이에요. 이번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 회담에서도 공식 일정에 포함될 정도로 전 세계인이 방문하는 곳입니다. 프로그램을 조정해서 잠시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스님의 제안에 프로그램을 변경하여 모두 불국사로 향했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여성 INEB 참가자들이 오후 내내 불국사 순례를 하는 동안 스님은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한 보광 법사님, 향훈 법사님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인도JTS와 필리핀JTS의 사업 현황을 공유하고, 함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여성 INEB 참가자들도 불국사 순례를 마치고 두북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 6시 30분에 테라바다 식으로 저녁 예불을 드린 후 다시 스님과의 대화 시간을 이어 갔습니다.

“불국사 구경 잘 했어요? ”
“YES!”
(네!)

“방 안에 앉아만 있는 것보다 바깥 구경을 하니까 훨씬 좋죠?”
"It was nice because there were so many trees."
(나무가 정말 많아서 좋았습니다.)

이어서 누구든지 의문이 있으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스터디 투어 5일째에 접어 들면서 보고 들은 것이 많기에 질문들도 많아졌습니다. 두 시간 동안 14가지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중 하나는 수행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마음이 흐트러지고 깨어 있음이 사라질 때 어떻게 다시 집중할 수 있는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When external circumstances shake my mind and I can't stay present/aware, how can I return to a focused state? Is meditation the only way, or are there other methods as well?"
(바깥 상황 때문에 마음이 흔들려 깨어 있지 못할 때, 어떻게 다시 집중된 상태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명상만이 유일한 길인가요? 아니면 다른 방법도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그런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화가 났다면 ‘내가 화가 났구나.’, 집중이 흐트러졌다면 ‘집중이 흐트러졌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거예요. 즉, 현재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지금 이 순간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이 ‘깨어 있음’ 입니다. 억지로 마음의 상태를 바꾸려 하거나 무언가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화가 났구나.’, ‘불안하구나.’ 하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면 됩니다.
명상은 특정한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없는 상태, 즉 멈춤을 말합니다. 불교의 명상에서 ‘호흡을 알아차린다.’ 하는 말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다만 호흡하고 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릴 뿐이라는 뜻이에요.
우리의 생각은 멈추지 않습니다. 생각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생각에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됩니다. 명상 중에 부처님을 생각하거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떠올리는 것도 망상일 뿐이지 명상은 아닙니다. 생각이 멈추면 마음은 저절로 고요해집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모든 사람의 행복이 다르다면 불교에서는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나요?
우리 삶의 근본적인 고통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탐욕과 집착의 뿌리는 어디에 있나요?
스님은 지루하거나 심심할 때 무엇을 하시나요? 그런 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나요?
사람들의 질문이나 이야기를 들을 때 감정이 생기면 어떻게 다스리시나요? 비판이나 기대 속에서 상처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사람들이 서로를 분리된 존재가 아닌 하나로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명상을 잘 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정토회 법사님들의 연령이 높은 편인데, 세대 차이는 어떻게 극복하고 젊은 리더를 양성할 계획인가요?
캄보디아 스님들이 전쟁을 지지하는 모금을 하고 있는데, 이런 행동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부합한가요? 국가 보호와 불교의 가르침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잡아야 하나요?
‘깨달음의장’을 직접 참여하지 못해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것이 제 수행에 어떤 도움될까요?
수행 초심자에게 좋은 하루 수행 루틴은 무엇인가요? 스님께서 젊었을 때나 지금 하고 계신 일상 수행 방식은 어떤가요?
대화가 깊어가는 가운데 미얀마의 내전 상황에 대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미얀마의 내전 상황에서 스님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평화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I would like to ask about the various conflicts Myanmar is experiencing. I'm asking this question not just for myself, but on behalf of all the monks in Myanmar. If you, Venerable Pomnyun, were a monk in Myanmar, what would you do?"
(미얀마가 겪고 있는 여러 갈등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이 질문은 제 개인이 아닌, 미얀마의 모든 스님을 대신하는 마음으로 드립니다. 만약 스님께서 미얀마의 스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는 미얀마의 스님이 아니기 때문에, 그 질문은 저에게 적절하지 않습니다.”
"Then, could you tell us the path for Myanmar to move toward peace?"
(그렇다면, 미얀마가 평화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부처님 가르침에 기초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당시에 어떻게 행하셨는지를 보면 알 수 있어요. 평화와 관련해서 두 가지 일화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일화는, 두 종족이 물을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던 때입니다. 부처님은 그 상황을 외면하지 않으셨지만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도 않으셨습니다. 대신 그들에게 싸움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일깨워 주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물과 피 중 무엇이 더 귀한가?’라고 물으셨습니다. 그들은 ‘당연히 피가 더 귀합니다. 물을 피와 어떻게 비교하겠습니까?’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그런데 왜 물을 얻기 위해 피를 흘리려 하느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싸움을 멈췄습니다.
두 번째 일화는, 코살라국의 왕이 부처님의 고향인 카필라바스투, 즉 석가족을 침공하려 했을 때의 일입니다. 부처님은 그 사건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왕이 지나가는 길가에서 뙤약볕 아래 앉아 명상하셨습니다. 당시 인도에서는 길에서 수행자를 만나면 말에서 내려 예를 표하는 풍습이 있었어요. 왕이 부처님을 보고 부처님께 ‘왜 나무 그늘처럼 좋은 곳을 두고, 이런 뙤약볕 아래서 명상하십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부처님은 ‘대왕이시여, 친족의 그늘보다 더 좋은 그늘은 없습니다.’라고 답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왕은 침공을 멈추고 돌아갔지만, 석가족에 대한 원한을 억누르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다시 침공을 하기 위해 군을 이끌고 나오자 부처님은 또 같은 자리에 앉아 명상하셨습니다. 똑같은 문답이 이어졌고, 왕은 다시 물러갔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왕은 ‘내일은 부처님이 있더라도 그냥 지나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다음 날 왕이 다시 길을 지날 때, 부처님은 그 자리에 계시지 않았고 결국 석가족은 멸망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셨지만, 상대가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는 결코 힘으로 맞서지는 않으셨습니다. 우리도 현실을 외면하지 않되, 언제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전쟁의 위험이 있다면, 전쟁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미 전쟁이 벌어졌다면 멈추기 위해 힘쓰고, 전쟁의 피해자들을 보살펴야 합니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복구와 치유에 힘써야 합니다. 이렇듯 최선을 다하되,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이고 다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미얀마의 승려들은 적어도 군부의 폭력을 지지하거나 동조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때로는 부당한 폭력에 맞서 저항할 수도 있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에 저항하라는 말씀은 없으므로 권유할 사항은 아닙니다.
한국의 역사에서도 외세의 침략, 특히 일제 강점기에는 많은 승려와 불자들이 저항했습니다. 그 선택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그들은 그렇게 행동한 것입니다. 여러분이 방문한 불국사 역시 400여 년 전 일본군의 침입으로 대부분이 불탔습니다. 그 이유는 당시 승려들이 무기를 들고 저항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인공 지능(AI)의 발달이 불교와 수행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정토회는 AI 시대에 젊은 세대와 어떻게 연결하고 불법을 전달할 계획인지 스님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I'm curious about your views on AI, that is, artificial intelligence. I would like to ask how AI might help Buddhism in the future, and how Buddhist teachings and practice could be combined with AI. I'm also curious about what direction Jungto Society plans to take together with AI. Just as Buddha's teachings have been continuously transmitted across different eras, what would be needed for that to be possible in the AI era as well?"
(AI(인공지능)에 대한 스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앞으로 AI가 불교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불법과 수행을 AI와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지 여쭙고 싶습니다. 또 정토회는 AI와 어떤 방향으로 함께 나아갈 계획인지도 궁금합니다. 붓다의 가르침이 시대를 넘어 지속적으로 전파되었듯, AI 시대에도 그것이 가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역사를 돌아보면, 인공 지능의 등장은 그렇게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붓다의 가르침은 처음에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대화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구전으로만 불법을 전하던 시절에는 전파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붓다 열반 후 약 500년에서 1000년 사이에 불법이 문자로 정리되면서, 중국이나 한국처럼 먼 지역까지도 직접 가지 않고 불법이 전해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수백 년이 지난 후세에도 그 가르침이 전달될 수 있었죠.
문자를 통해 붓다 담마를 널리 전할 수 있었다는 점은 큰 장점이었지만, 동시에 부작용도 생겼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대화할 때는 인격이 함께 전달되지만, 문자는 그 힘이 약합니다. 그 결과 붓다 담마를 책으로 읽고 이해하게 되면서 수행이 지식으로 머물고, 불교가 철학이나 학문처럼 관념화되기 쉬웠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이심전심(以心傳心)’, 즉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선불교(禪佛敎)입니다.
지금의 유튜브나 인공지능 역시 붓다 담마를 널리 확산시키는 데 매우 유용하지만, 부작용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AI의 유용함을 얼마나 잘 살리고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 하느냐입니다.”
"Then, what should be done specifically?"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토회는 이미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 인공 지능은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AI가 얼마나 일상화되고 보편화되느냐에 따라 검토가 이루어지겠지요. 예를 들어, 즉문즉설 자료 약 1만 건을 AI에 학습시켜 ‘법륜스님 아바타 앱’을 만들고 싶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직접 저를 찾아오지 않아도, 어려움이 있을 때 아바타에게 질문하면 즉시 답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물론 그렇게 된다면 매우 유용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허용하지 않은 이유는, 불법이 고정화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불법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중도의 가르침인데, AI는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처럼 규칙화해 버리기 때문에 불법의 본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는 사회 변화의 흐름을 지켜보며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다만 정토회는 다른 단체보다 훨씬 일찍 팟캐스트나 유튜브를 도입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확산시킬 수가 있었습니다. 또한 그 덕분에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도 한결 수월했습니다.”
"I have one more question. During this study tour period, I had the opportunity to learn from dharma teachers who are older than me. I'm curious about how Jungto Society draws out the capabilities of the younger generation, and what strategies and plans you have for the future."
(질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번 견학 기간 동안 저보다 연세가 많은 법사님들께 배울 기회가 있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젊은 세대의 역량을 어떻게 이끌어내고, 앞으로 어떤 전략과 계획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열반을 향해 나아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데 있어서, 젊은 세대라고 해서 특별히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토회 법사님들은 연령대가 다소 높은 편인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세대 차이는 없을까요? 있다면 그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실 계획이신가요?”

“정토회 역시 청년 전법에 집중해 왔습니다. 그 결과 정토불교대학 학생 가운데 청년의 비율이 과거 10퍼센트에서 현재 20퍼센트 정도로 늘었습니다. 물론 수행의 특성상 젊은 청년이 금방 법사가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청년 전법의 일환으로, 다음 달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2박 3일간 청년 1만 명이 참여하는 ‘청년 페스타’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청년들이 종교적 장벽을 넘어 부처님의 가르침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정토회는 다른 사찰이나 종교에 비해 청년층의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온라인을 주로 활용하기 때문에 청년들이 접근하기가 쉽고, 불교 용어 대신 일반 표현을 사용하면서 형식보다는 실질적인 내용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또한 즉문즉설은 청년들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현실적 고민을 다루기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쉽습니다.
그러나 젊은 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은 여전히 큰 과제입니다. 정토회 초기 구성원 중에는 출가자가 많았는데, 요즘 젊은 세대는 공동체에 출가하는 경우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 그 결과 장기적으로 리더를 키우는 데 어려움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현재 사회 전반의 흐름에 비하면 그나마 정토회는 청년들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비율은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젊은 세대가 지도자가 되려면 출가하여 공동체 생활을 해야 하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출가 인원 자체가 현저히 줄고 있는 현실입니다. 요즘은 아이를 낳지 않거나 하나만 낳아 기르는 가정이 많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 자녀의 출가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도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현상으로 인해 정토회 역시 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 질문하고 싶은 내용들이 많았지만 여기서 대화를 마무리했습니다.
일정상 다시 스님과 만날 수 없을 수도 있어서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늘 행복학교 소개 시간에 한국말을 배웠는데요. 사진을 찍을 때 한국말을 따라해 보았습니다.
“괜찮아!”

오늘이 스님과의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다고 하니 몇몇 분들이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다며 거듭 합장을 했습니다.
“내일 실상사에 가보면 거기도 경치가 좋고 배울 게 많아요. 많이 배우고 돌아가세요.”
스님도 합장으로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여성 INEB 참가자들은 모둠별로 모여서 마음 나누기 시간을 가진 후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두북 어르신 가을 나들이를 떠나는 날입니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오전에는 운문사 사찰 순례를 한 후 즉문즉설 시간을 갖고, 오후에는 경주로 이동하여 점심 식사를 한 후 노래 자랑과 여흥을 즐기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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