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10.22. 종교인 모임, 수행법회, 평화연구 세미나
“유방암 3기 진단을 받고 나서 자꾸 눈물이 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과 정토회 회원들이 자신의 수행을 점검하는 수행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종교인 모임을 하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이 도착하자 신부님, 주교님, 교령님, 교무님도 차례로 지하 1층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평화재단 실무자들이 정성껏 준비한 아침 밥상으로 식사를 한 후 평화재단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10월 초에 한반도 평화를 위해 워싱턴 D.C.를 방문하여 미국 정부, 의회, 싱크 탱크 관계자들을 만나고 온 결과를 공유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다가오는 경주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가능성에 대한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 통합을 주제로 지난 한 달 동안 언론에 보도된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종교인 분들은 여야의 대립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스님도 우려되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크게 보면 지금 우리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 정책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주한미군 철수와 미군 재배치 문제로 인한 안보 위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또 최근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하는 한국인 대상 범죄로부터 국민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처럼 중요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여야가 서로 정쟁을 벌이고 싸우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정쟁보다 협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라 머리를 맞댈 때입니다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사소한 이견은 포용하고, 큰 목표를 위해 합의할 것은 과감히 합의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이 없으면 국민 통합은 어렵습니다. 북한 문제만 보더라도, ‘저런 상대와 무슨 대화를 하느냐’라며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가면 대화가 불가능합니다. 평화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해서는 북한과도 대화해야 합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문제를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협력은 불가능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국익을 지키려면 일본과도 협력할 부분은 협력해야 합니다.

국내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심각한 문제는 단호히 척결하되, 나머지 사소한 문제들은 잠시 묻어두고 국민 통합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국가적 위기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오히려 국민 통합이 어려운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걱정입니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소수의 내란 세력만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점점 범위를 넓혀 가다 보면 시간만 끌게 됩니다. 결국 국민에게는 정치적 공방으로만 비치고, 일의 본질은 흐지부지될 우려가 있습니다.”

종교인 분들도 각자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동안 검찰 개혁의 필요성은 국민들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법원이 이렇게까지 부패한 줄은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검찰 개혁뿐 아니라 사법부 개혁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야가 너무 싸우다 보니, 내란 척결의 본래 의미는 점점 희미해지고 정치적 공방으로만 비치고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은 국민 여론보다 당내 경선에서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게 되고 결국 더 싸울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같아요.”

“내란 척결도 소수만 단죄하면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할 수 있을 텐데, 검찰과 대법원까지 대상을 점점 넓히다 보니 재판이 지연되고, 사법권 독립 문제까지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제대로 된 개혁이 가능할지 걱정이에요. 내년 지방선거 즈음이면 유야무야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종교인 분들은 대체로 국민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내란 척결의 범위와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그래서 여야의 대립 구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는지, 또 다가오는 APEC 정상회의 기간에 북한과 미국 간 의미 있는 접촉이 이루어지는지를 지켜본 뒤, 다음 달에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다음 달에는 김홍진 신부님이 농사를 짓고 있는 충북 영동군에서 모임을 갖기로 하고 대화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종교인 분들을 배웅한 후 수행법회를 하기 위해 3층 설법전으로 향했습니다.

설법전에는 100여 명의 대중이 모여 있었습니다. 오전 10시가 되자 삼귀의와 반야심경 독송으로 수행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은 화상 회의 방에 접속해 온라인으로 법회에 참석했습니다.

주간 정토행자의 소식을 영상으로 본 후 참석한 대중들이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날씨가 부쩍 쌀쌀해졌습니다. 마치 가을을 건너뛰고 여름에서 바로 겨울로 들어서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해가 갈수록 한반도의 가을이 점점 짧아지는 방향으로 기후가 변하고 있습니다. 가을을 충분히 느껴보기도 전에 어느새 멀어져 가는 듯합니다.

들녘에는 벼가 누렇게 익었지만, 잦은 비로 인해 아직 추수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태풍도 없고 날씨가 전반적으로 무난해 풍년이 예상되었지만, 막상 추수 시기에 비가 계속 이어지니 벼에 싹이 나 수확량이 줄어들까 우려됩니다. 그래도 성큼 다가온 가을 덕분에 공기가 한결 맑아지고 정신이 또렷해지는 느낌입니다.

환절기에는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예로부터 ‘첫 추위에 떨면 겨울 내내 떤다’는 말이 있습니다. 첫 추위에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건강을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지난주부터 정토회는 정일사 정진 기간에 들어갔습니다. 매일 꾸준히 정진 잘하고 계시지요?”

“네.”

“이제 일주일이 지났네요. 이번 주도 꾸준히 정진을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어느덧 10월도 열흘 남짓 남았습니다. 앞으로 열흘 동안 우리가 마음속에 두고 간절히 기도해야 할 가장 큰 일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원만히 진행되어 좋은 결실을 맺는 일입니다.

APEC 정상회의,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기도하며

APEC 정상회의는 국가적인 행사이지만, 이번 회담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사실 APEC 본회의보다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깜짝 회동을 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단순한 이벤트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만약 회동이 성사된다면 이는 북미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고, 이어서 남북 대화로 발전하여 한반도 평화 정착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간절한 염원을 모아,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고 평화가 뿌리내리는 날이 오기를 기도합시다. 사람의 힘만으로 어렵다면, 신과 부처님, 보살님, 조상신의 가피까지 모두 합쳐 우리의 염원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물론 회담이 성사되지 않는다고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성사된다면 그만큼 한반도의 평화가 앞당겨질 것입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온라인에서 한 명이 질문한 후, 이어서 현장에서 한 명이 손을 들고 질문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대선 전후로 대학생 아들과 정치 이야기를 하다 보면 늘 충돌하게 된다며, 서로 다른 견해 속에서도 어떻게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는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정치 이야기만 하면 부딪히는 아들, 어떻게 대화하면 좋을까요?

“대선 전후로 대학생 아들이 정치 이야기를 자주 꺼냅니다. 제 의견을 말하면 아들이 곧바로 반박하는데, 서로의 견해가 너무 다릅니다. 마치 벽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하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서로 중립적이라고 생각되는 연합뉴스를 함께 보자고 제안했더니 아들도 동의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즐겨 보던 유튜브 방송을 끊고, 기존의 뉴스 대신 연합뉴스를 중심으로 챙겨보고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국제 정세나 사건 사고에 대해 해박한 지식으로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주시는데요. 평소 스님은 뉴스를 어떻게 챙겨보시며, 균형 잡힌 시각을 갖기 위해 세상 소식을 어떻게 접하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정치 성향에 대한 통계를 보면, 일반적으로 진보와 보수로 구분할 때 가장 보수적인 연령층은 70대 이상입니다. 그다음은 60대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20대 남성이 두 번째로 보수적이에요. 세 번째가 60대, 네 번째는 30대 남성입니다.

반면 진보적인 층은 40대 남녀가 약 75퍼센트로 가장 높습니다. 네 명 중 세 명꼴로 진보적인 셈이죠. 50대 남녀도 비슷한 비율을 보입니다. 그다음이 30대 여성, 그리고 20대 여성 순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20대 여성도 점차 보수 쪽으로 이동하는 추세입니다. 질문자가 40대 후반이나 50대라면 가장 진보적인 세대에 속하고, 아들은 20대이니 가장 보수적인 세대에 속합니다. 말하자면 아들은 70~80대 할아버지 세대와 비슷한 정치적 인식을 가진 셈이에요. 그러니 모자 간의 의견 차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세대는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갑니다. 예전에는 60대가 매우 보수적이었지만, 지금의 60대는 진보와 보수가 비슷한 비율을 보입니다. 과거에 진보적이었던 30대는 이제 중간 정도의 입장으로 옮겨왔습니다. 그 이유는 세월이 지나 당시의 50대가 지금의 60대가 되었고, 당시의 20대가 지금의 30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는 특별히 정치 교육을 받아서 생긴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흐름입니다. 그래서 지금 부모 세대인 50대는 진보적이고, 자식 세대인 20대는 보수적이어서 서로 견해가 엇갈리는 거예요. 그러니 부딪히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20년 전만 해도 지금의 40~50대가 자식 세대였어요. 그때 부모 세대와 대화가 전혀 안 됐습니다. 한때 ‘나는 사전 투표를 하고, 투표일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 간다.’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예요. 부모 세대가 워낙 보수적이라 아예 투표를 못 하게 해야 한다는 농담이었죠. 그만큼 세대 간 정치적 이견이 컸다는 뜻입니다.

이제는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식 세대는 본래 부모 세대에게 일정한 억압감을 느끼기 때문에 본능적인 반발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보수적일 때는 자식이 진보적이었고, 이제 부모가 진보적이 되니 자식은 다시 보수적으로 기우는 경향이 나타나는 겁니다.

특히 이런 현상은 남성에게서 더 두드러집니다. 그 이유는 20대 남성들의 불만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에요. 자랄 때 딸보다 특별히 혜택을 받은 것도 없는데, 학교에서는 여자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했고, 사회에 나오면 연애 문제나 성 관련 이슈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군복무 의무도 있고, 직장에서는 ‘남녀평등’이라 하면서도 야근은 남자에게 시키는 경우가 많죠. 이런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불만이 쌓이고, 그것이 정치 성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백인 남성의 우경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그 심리 구조가 한국의 20대 남성과 매우 유사하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에서 백인 남성의 우경화가 백인 여성과 유색인 남성에게까지 동조 현상을 일으켜 트럼프 지지층이 확대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하게 20대 여성의 보수 성향이 조금씩 증가하는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정치 교육의 결과가 아니라 사회 분위기의 반영입니다. 사회가 한쪽으로 기울면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쏠리는 것이죠.

또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끼리끼리’ 어울리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이는 학교, 사회, 심지어 온라인 공간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20대 남성이 선호하는 유튜브 채널을 반복 시청하면 비슷한 성향의 영상이 계속 추천됩니다. ‘부정선거 음모론’ 같은 영상을 한 번 보면 이후에도 같은 주제의 콘텐츠가 끝없이 이어지죠. 그러다 보면 ‘이게 사실이구나’ 하는 착각이 생깁니다. 이런 방식으로 유튜브 알고리즘이 특정 정치 성향을 더욱 강화시키는 겁니다.

결국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는 서로 완전히 다른 유튜브 세상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공영방송 뉴스는 보지 않고 유튜브만 보게 되면, 마치 같은 나라에 살면서도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처럼 느껴집니다. 이 때문에 사회 전반의 의견이 극단적으로 갈라지고 있습니다.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자기 진영에 유리하면 ‘사법부에 정의가 살아 있다’라고 하고, 불리하면 ‘사법부가 죽었다’라고 말합니다. 판사 개인의 사생활까지 문제 삼으며 판결 자체를 부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진영 논리는 중도층에게 오히려 피로감을 줍니다. 질문자가 아들의 생각이 이해되지 않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유튜브 대신, 같은 공영방송을 함께 보자고 제안한 것은 정말 잘하신 일입니다. 뉴스는 기본적으로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공영방송은 보도 전에 검증 절차를 거치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보도를 하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재를 받기 때문에, 비교적 신뢰할 수 있습니다. 반면 유튜브는 개인의 주장이나 추측이 많습니다. 일부는 사실일 수 있지만, 근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공영방송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확인을 전제로 하지만, 해석의 차이는 존재합니다. 그래서 중립적인 보도를 한 가지 보고, 보수·진보 성향의 매체를 함께 비교하면 균형 잡힌 관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외신을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폭스뉴스, BBC, AP통신 등 매체에 따라 관점과 신뢰도가 다르므로 취재원을 확인해야 합니다. 하루 종일 뉴스를 볼 수는 없으니, 한 채널을 중심으로 보되 주요 사안은 여러 채널의 보도를 비교해 보는 방식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회담한다’는 소식이 나오는데 공영방송에서 보도하지 않는다면, 가짜 뉴스일 가능성이 큽니다. 공영방송에서도 루머를 언급할 수는 있지만, 근거가 없으면 자세히 다루지 않습니다. 루머는 ‘이런 흐름이 있구나’ 정도로만 참고해야 합니다.

공영방송이라고 해도 북한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관련 뉴스는 편향적일 수 있습니다. 대부분 미국 통신을 인용하기 때문이에요. 북한 관련 보도는 특히 왜곡이 많습니다. 실제로 북한 내부 정보는 언론이 거의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객관적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습니다.

그래서 뉴스를 볼 때는 ‘어떤 관점에서 보도된 것인가’, ‘근거는 무엇인가’를 늘 살펴야 합니다. 상대가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어떤 근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말하는지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내 편이 하는 말은 다 옳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국가와 국민 전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더 큰 일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정토회는 세 가지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봅니다. 첫째,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평화의 가치를 중시합니다. 둘째, 국민이 서로 적대하지 않고 협력할 수 있는 상생의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 북한 동포들이 하루라도 빨리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고통을 덜어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정토회 회원이라면 이러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20대 아들과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말씀을 듣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앞으로는 아들과 대화할 때 더 열린 마음으로 임하겠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는지도 늘 살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들과 반드시 견해가 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한집에 사는 가족이라면 의견이 비슷할 때 편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정보를 충분히 공유한 뒤에도 견해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견해가 달라도 함께 살아갈 수 있고, 신앙이 달라도 협력할 수 있습니다. 국가나 인종, 생각이 달라도 함께 공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문제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 충분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좁혀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같아야 한다’라는 집착은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협력할 수 있는 태도, 그것이 진정한 평화입니다.”

한 명의 질문을 더 받고 나니 법회를 마쳐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음 주에 예정된 다양한 정토회 행사 소식을 영상으로 본 후 사홍서원으로 수행법회를 마쳤습니다.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 1시부터는 평화재단 회의실에서 ‘AI와 인간의 정신건강’을 주제로 열린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오늘 세미나에서는 조철현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이 인공지능이 정신의학에 가져올 치료 혁신과 윤리적 위험, 인간 치료사와의 협업 가능성에 대해 두 시간 동안 깊이 있는 발제를 진행했습니다.

조철현 교수님은 먼저 자신이 진행 중인 연구를 소개한 뒤, 본격적으로 AI와 인간의 정신건강에 대한 발제를 이어갔습니다.

“앞부분에서는 제가 어떤 연구를 하고 있고, 디지털 기술을 정신의학 연구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를 간단히 소개했습니다. 오늘은 정답을 찾기보다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평화재단에서 이런 주제를 깊이 다루고 계신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조 교수님은 산업화와 기술 발전이 심화할수록 인간의 정신건강이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치료에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최근 병동의 변화를 언급했습니다. 예전에는 성인 조현병 환자가 대부분이었으나, 이제는 입원 환자의 연령이 급격히 낮아져 10대와 20대가 많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자해 사례는 재난 수준으로 늘었으며, 병원 안팎을 막론하고 청소년들의 정신적 고통이 심화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조 교수님은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단일 요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SNS와 알고리즘 기반 영상 플랫폼 등 디지털 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기술이 선한 의도로 설계되더라도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에게는 왜곡된 인지를 강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일부 환자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전에 챗GPT에 증상을 묻거나, 의사의 판단보다 챗GPT의 답변을 더 신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조 교수님은 AI의 임상적 효과와 한계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짚었습니다. 생성형 AI 기반 상담 챗봇은 일부 연구에서 경증이나 중등도 환자에게는 일정한 효과가 보고되고 있지만,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 같은 중증 정신질환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상담에서 중요한 것은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의 신뢰와 공감이라며, 이런 ‘마음의 연결’은 여전히 인간 상담자의 고유한 강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대면이나 앱을 통한 상담에서는 이러한 관계가 얼마나 형성될 수 있는지,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리하자면, AI는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쓸모도 있고 한계도 있습니다. 지금 그 한계가 여러 이슈로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변화의 시기 앞에 서 있다고 봅니다. 효과를 검증하려면 결국 연구로 확인해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경증에는 효과가 있지만 중증에는 위험할 수 있고, 알고리즘의 편향성과 개인정보 보호 같은 윤리적 문제가 뒤따릅니다. 어떤 것은 시간이 지나며 해결될 것이고, 어떤 것은 더 문제화될 것입니다.

치료자의 전통적 형태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인간–AI–내담자로 이루어진 삼자 모델이 기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때 각자의 역할을 어떻게 정립할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정신의학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가치관의 혼란을 포함한 문제가 예상되기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어, 철학·윤리·사회·종교의 관점에서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며 마무리하겠습니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다양한 주제로 대화가 오갔습니다. 정신질환의 기본 분류와 증상의 차이, 우울증·불안장애·공황장애·조현병 등 주요 질환의 구분 기준, 디지털 환경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전이 정신건강에 미칠 영향, 로봇과의 사별이나 장례 문제, AI가 자의식을 가질 가능성, 북한에서는 정신건강 분야의 연구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지, AI 데이터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스님은 정신 질환의 경우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조 교수님에게 몇 가지 질문과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학교마다 영양사는 있는데, 왜 심리상담사는 없을까요?

“육체의 건강을 위해 학교나 보건소마다 영양사나 간호사는 배치되어 있지만, 정작 정신건강을 돌보는 시스템은 거의 없습니다. 학교에도 상담사 한 명 제대로 배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정신 질환은 감기처럼 조기에 발견해 대응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는 증상이 심각해져 ‘미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그때는 이미 늦어 병이 만성화되고 치료도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저는 학교마다 최소 한 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적어도 심리상담사라도 배치해야 한다고 정부에 제안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학생의 정신적 어려움을 담임교사가 직접 관리해야 하는 구조에 있습니다. 학생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다고 의심되면, 학부모들은 생활기록부에 불이익이 생길까 봐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도 전문가가 학생을 전담해 상담하거나 병원으로 연계하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입니다. 나아가 행정복지센터나 보건소에도 정신건강 담당 인력을 두어 주민들의 정신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문제는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병원에 정신과 의사가 있어도 상담사가 함께 있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러다 보니 정신과 의사는 약만 처방하고 끝내 버리고, 상담사는 약물 치료로 충분히 해결될 문제를 몇 달씩 상담만 하며 끌어가는 일이 생깁니다. 이렇게 되면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인력의 절대적 부족도 원인이지만,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입니다.”

조 교수님은 스님의 생각에 적극 동의하며 말했습니다.

“스님 말씀이 맞습니다. 여담이지만, 어떤 대기업은 모든 사업장마다 정신과 전문의가 한 명 이상 있고, 심리상담사도 여럿 둔다고 합니다. 그게 회사의 이익이라고 보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그만큼의 효과가 있습니다. 사회 전반에서도 이런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어서 스님이 의견을 말하고, 조 교수님이 여기에 의견을 덧붙이며, 계속해서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문제 학생을 '폭탄 돌리기' 하는 학교, 해법은 없을까요?

“제 생각에는 학생의 지능지수나 정신건강 상태를 고려해 반을 편성하는 것이 더 합리적입니다. 일반 학생들은 한 반에 서른 명 정도 배정하더라도, 집중 관리가 필요한 학생들은 열다섯 명 이하로 줄이고,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은 소수로 묶어 교사를 여러 명 배치하면 좋겠어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반대로 하고 있습니다. 한 반에 어려운 학생을 한두 명씩 섞어놓는 방식이죠. 결국 교사들이 ‘폭탄 돌리기’ 하듯 부담을 나누는 셈입니다. 그래서 1학년 담임이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2학년부터는 관리가 필요한 학생이 어느 정도 파악돼 분산할 수 있지만, 갓 입학한 1학년은 정보가 전혀 없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관리가 필요한 학생이 한 반에 몰리면 선생님이 정말 힘들어집니다.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은 결국 의사 수와 상담 전문가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 있습니다. 정신질환자가 급증하는 속도에 비해, 의대에서 배출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턱없이 적습니다. 사실 치료까지 가지 않더라도, 조기에 발견해 병원에 연계만 해줘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전문 인력이 일정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각 현장에 배치된다면 분명 효과가 있을 겁니다. 다만 학교는 좀 더 정성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자격증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일정 교육과정을 추가로 이수하거나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의료 전달체계가 무너졌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누군가 정신질환자를 인지하면, 그 사람이 모든 책임을 떠안는 구조예요.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람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런 문화는 건강하지 않습니다. 일정한 역할을 다한 뒤에는 자연스럽게 다른 전문가나 기관으로 인계할 수 있는 연속적인 체계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각 인력의 피로도가 줄고, 자신의 역할도 명확해집니다.

병원에서도 상담사만으로는 환자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인턴십이나 임상 경험이 병행되어야 환자의 실제 상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병원에 일찍 왔으면 간단히 치료할 수 있었던 문제를 상담만 받다가 병을 키워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를 막으려면 각 인력이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알고 협력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교수님의 차분한 설명에 스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결국 핵심은 사회의식의 문제입니다. 학부모들이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길 꺼리고, 가더라도 약 처방은 받지 않으려 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우울증 환자 수에 비해 항우울제 소비량은 다른 나라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런 점이 병을 키우는 요인이 됩니다. 반면 ADHD 약물은 학업 성적을 위해 오히려 과도하게 사용하는 기형적인 현상도 있습니다. 이런 불균형한 인식이 안타깝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난 100년 동안 모방해 왔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 해결책은 이미 서양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방을 하면 됐어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겪는 문제들은 서양과 거의 동시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SNS로 인한 정신적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이런 문제를 실험하고 데이터를 쌓아 대응 체계를 만든 경험이 없습니다. 과거처럼 서양의 사례를 본받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입니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새로운 문제를 겪으면서 동시에 해결책을 찾아왔지만, 우리는 그런 경험이 부족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워갈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과 SNS에 중독될 때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데이터조차 없습니다. 우리는 단지 ‘걱정된다’라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이런 우려만으로도 정책이 만들어지지만, 우리는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아야만 움직입니다. 또 외국의 사례, 특히 미국의 전례가 있어야 실행에 옮깁니다. 이런 태도로는 다가올 부작용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발표와 토론은 세 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오후 4시가 다 되어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세미나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조철현 교수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곧바로 평화재단 기획위원회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과 이후 한반도 정세를 다각도로 전망해 보고 그 속에서 평화재단의 역할에 대해 두 시간 동안 논의를 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는 저녁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3층 설법전에는 80여 명의 대중이 자리하고, 정토회 회원들은 온라인 화상회의 방에 접속했습니다.

저녁 법회에는 동남아에서 온 여성 INEB 참가자들이 정토회 견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참관을 했습니다.

주간 정토행자의 소식을 영상으로 함께 본 후 대중이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깊어 가는 가을 소식과 더불어 다가오는 청년 페스타 행사에 대한민국의 많은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토회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홍보에 힘써줄 것을 당부한 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1시간 동안 네 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유방암 3기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인데, ‘암이 발견돼서 다행이다’라는 마음이 들면서도 눈물이 난다며 이런 마음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유방암 3기 진단을 받고 나서 자꾸 눈물이 납니다

“저는 얼마 전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암세포가 가슴 전체로 퍼졌고. 림프와 다른 조직에도 전이된 상태입니다. 현재는 편안한 마음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항암치료 중 통증이 심할 때, 저는 아픈 만큼 암세포도 함께 없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통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요즘 현대인의 4분의 1이 암에 걸린다고 하잖아요. 저도 언젠가는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았고, 지금 40대에 걸린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부작용이 심한데, 60대나 70대에 걸렸다면 훨씬 힘들었겠죠. 가족들도 나이가 들어 간호가 더 어려워졌을 테고요. 또한 항암치료, 수술, 방사선 치료라는 선택지가 있으니, 희귀암 환우들보다 훨씬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병가 중이고, 질병 휴직을 쓰더라도 해고 걱정은 없습니다.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어 다른 염려도 없습니다. 이제 암을 알았으니 치료받고, 이후에는 관리하면서 살면 되기에 이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편안하고 감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 저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질문드립니다.”

“자신을 속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마음은 울적한데, 생각은 ‘괜찮아, 좋은 거야.’라고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불현듯 울컥하는 것입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태도는 분명 도움이 됩니다. 우리가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부모님과 함께 있으면 잔소리에 마음이 불편해지듯, 생각과 마음이 늘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효도해야지.’라고 이성적으로 다독이지만 감정은 따로 움직이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아침에 ‘기도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일어나기 싫다.’라고 느끼는 것처럼, 생각과 마음이 엇갈릴 때 자신을 속이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마음과 생각은 서로 다를 때가 많습니다. 윤리, 도덕, 사상, 이념 등은 모두 생각에 속하고, ‘하고 싶다.’ 혹은 ‘하기 싫다.’, ‘슬프다.’, ‘괴롭다.’ 같은 것은 마음이에요. 마음은 상황이 닥치면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생각은 이성적으로 사고합니다. 마음은 감성, 감정에 가깝고, 생각은 이성, 사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신 작용에서도 마음과 생각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내 마음을 모를 때 우리는 흔히 ‘나 자신에게 속는다.’라고 말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말하는 ‘알아차림’이 곧 ‘내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질문자는 마음속 슬픔을 알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생각으로 다독이고 있습니다. ‘괜찮아. 병원비도 있지, 젊어서 걸린 게 다행이야.’ 하고 말이죠.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죽으면 하늘나라에 가는 거야.’ 혹은 ‘윤회하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하는 생각으로 위로하지만, 실제 느끼는 두려움과 슬픔은 마음에서 나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치를 깨달으면 이런 두려움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니르바나(Nirvana), 즉 괴로움이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우리는 현실을 직시(直視)해야 합니다. 암에 걸리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걸렸어요, ‘안 걸렸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해도 병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계단에서 넘어져 다리가 부러졌다면, ‘안 넘어졌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해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미 다리가 부러졌다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깁스하고 절뚝거리며 걸어야 합니다. 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생겼다면, 병원에서 현대의학의 치료를 받으면 됩니다.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치료를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치료를 받는 길입니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돈이 없다면 근심이 생기겠지만, 다행히 치료비가 있다면 걱정이 덜하겠지요. 또 돈은 있는데 기술이 없으면 문제겠지만, 우리나라에는 수준 높은 의료기술이 있으니 이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암 1기나 2기는 주로 수술로 치료합니다. 아주 초기라면 방사선 치료만으로 완치되는 경우도 많아요. 질문자처럼 암 3기가 되어 수술이 어렵다면, 항암치료로 암 크기를 줄인 뒤 수술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결정은 의사가 판단할 문제입니다. 암 3기 정도면 완치 확률이 다소 떨어집니다. 요즘은 암 1기, 2기 정도는 병 축에도 안 들어가지만 이미 주변으로 퍼졌다면 완치 확률은 절반 이하라고 보면 됩니다.

수행적 관점에서 자살은 문제가 되지만, 때가 되어 죽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면 억울하겠지만, 때가 되어 죽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에요. 나이가 많아 죽든, 병에 걸려 죽든, 결국 때가 되면 누구나 죽게 마련인데, 죽지 않겠다고 발버둥 쳐봐야 소용없습니다.

그렇다면 발버둥 치며 죽는 게 나을까요, 편안히 죽는 게 나을까요? 발버둥 친다면 남은 시간을 괴로움 속에서 보내다 죽게 됩니다. 그러나 ‘죽을 때가 되면 죽겠다.’라고 마음먹으면, 남은 시간 동안 편안하게 살다가 죽게 됩니다. 그건 내가 선택하는 거예요. 삶에 집착해서 발버둥 치면 괴로워하다가 죽게 되고, 삶을 포기하고 자살을 하면 남은 시간마저도 버리게 되지만, ‘사는 데까지 살겠다.’라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남은 시간을 편안히 살다가 떠날 수 있습니다.

삶이 길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싸움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지만, 또 즐거움도 있습니다. 삶이 짧다면, 그 짧은 시간 동안 괴로움과 미움으로 보내는 것은 너무 아깝지 않겠어요? 음식이 많을 때는 맛있는 것만 먹고 남길 수 있지만, 음식이 적을 때는 껍질째 다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 것처럼 삶의 기간이 짧아질 것 같다면, 남은 시간을 온전하게 살아야 합니다.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면 오히려 삶을 더 온전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래야 치료에도 도움이 됩니다. 암은 일종의 돌연변이이기 때문에 신경을 지나치게 쓰면 확산이 빨라지고, 마음을 편안히 가지면 덜 확산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옛날에 어떤 사람이 열심히 일해서 돈도 많이 벌고 성공했지만, 몸이 아파 병원에 갔더니 암 진단을 받았어요. 1년밖에 살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모은 돈을 주변에 나누며 살기로 했습니다. 1년 동안 다 나눠주고, 죽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병세가 호전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만큼 암은 심리적 영향이 크고, 긍정적 마음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질문자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마음이 울적하다면, 아직 이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가능하면 마음으로도 받아들이는 것이 좋아요. 옛날에는 인간의 평균 수명이 40대에 불과했던 시절도 있었어요. 질문자는 현재 몇 살인가요?”

“47살입니다.”

“옛날로 치자면 평균 수명은 이미 넘었네요. 지금 죽는다 해도 크게 섭섭할 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혼자인가요?”

“네, 싱글입니다.”

“제가 혼자 사느냐고 여쭤본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기에게 수유를 하거나 배우자와의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면, 그보다 훨씬 일찍 이상 징후를 발견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저는 암이 처음 발견됐을 때도 조금 컸지만, 6일 만에 전체로 퍼져서 일반적인 경우와는 조금 다릅니다.”

“암의 진행 속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급속히 확산하기도 하고, 아주 느리게 진행되기도 하죠. 특히 유방암은 초기 발견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혼자 사는 여성은 자가 검진에 더 신경 써야 합니다. 다행히 질문자는 혼자니까 배우자나 자식을 걱정할 일은 별로 없겠네요.”

“네, 맞습니다.”

“남편이나 아이가 없으니 ‘혼자인 것이 오히려 다행이구나.’ 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치료에도 도움이 됩니다. 질문자가 여러 말을 많이 한 것은 불안감을 덜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는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긴장을 푸는 거예요. 지금 마음이 두렵고 슬픈데도 불구하고 그걸 억지로 참고 ‘괜찮아, 모두 잘될 거야.’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 몸의 신진대사는 자율신경에 의해 움직이는데, 마음이 긴장하면 자율신경이 영향을 받고, 마음이 편안하면 원활히 작용합니다. 현대인에게 발생하는 대부분의 병도 긴장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요. 음식은 잘 먹는데도 건강이 안 좋잖아요. 그래서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스님”

“그게 쉽지 않겠지요. 삶에 집착이 있으니까요.”

“네, 삶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편안한 마음을 가질 방법을 더 깊이 고민해 보겠습니다”

“생각을 아무리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지는 않아요. 질문자가 ‘좀 더 오래 살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미 살 만큼 살았고, 치료 조건도 충분히 갖추고 있잖아요.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사람도 있고, 돈이 있어도 인도 같은 나라에서는 병원 시설이 부족해 치료를 못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인도에서 어떤 환자가 저에게 계속 한국에서 검사를 받고 싶다고 요청한 적도 있습니다.

질문자는 현재 보험이 되어 있고, 치료할 형편도 되잖아요. 우리나라 병원들은 암 치료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치료 조건도 갖추었고, 결혼도 안 해서 혼자니까, 지금 죽어도 괜찮은 조건을 갖춘 셈이에요. 젊어서 죽는 것이 꼭 나쁜 것도 아닙니다. 영정사진이 아주 젊게 남거든요. 오래 살면 영정사진이 완전히 쭈그러지잖아요. 포토샵으로 보정하면 어색하겠죠. 이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웃음)

통증은 어쩔 수 없으니 진통제를 먹으면 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치료는 의사에게 맡기면 됩니다. 질문자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식이요법입니다. 음식이 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 소화가 잘되고 가벼운 음식을 먹는 게 좋습니다. 너무 많은 영양분을 섭취하면, 암세포도 성장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어요. 그래서 소식(小食)하면서 자연식을 하면 도움이 됩니다.

저는 몇백만 원씩 내는 고급 요양원에 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불안해서 몸부림치는 것이지, 실제 효과는 별로인 경우가 많아요. 물론 암 환자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니, 이걸 무조건 못 하게 말릴 수 없지만요. 그러나 음식은 조금 조정하는 것이 필요해요. 음식을 간소하게 먹으면서, 치료도 열심히 받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걱정하면서 20년을 살 것인지, 편안하게 10년을 살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저는 편안하게 10년을 사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면 ‘편안해야지’ 하고 억지로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리고 몸에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명상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명상도 너무 잘하려고 애쓰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모든 일을 ‘내 탓이다’라고 여기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지만, 사실관계를 떠나 이렇게 넘어가도 괜찮은 걸까요?

  • 정토회에서 어린이 법회와 청소년 법회 같은 프로그램을 새로 개설하는 것에 대해 스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미혼 오빠와 장애가 있는 오빠가 함께 살 집을 미혼 오빠 명의로 했는데, 이런 재산 문제로 갈등이 생길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사홍서원으로 법회를 마친 후 대중은 모둠별로 동그랗게 둘러앉아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평화재단에서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하고, 점심에는 평화재단을 찾아온 사회 인사와 미팅을 한 후, 오후부터는 정토회 견학을 온 여성 INEB 참가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2025 청년페스타

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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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스님과 정토회에 감사합니다

2025-10-25 07:51:03

정태식

“정토회는 세 가지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봅니다.
첫째,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평화의 가치를 중시합니다.
둘째, 국민이 서로 적대하지 않고 협력할 수 있는 상생의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 북한 동포들이 하루라도 빨리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고통을 덜어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2025-10-25 07:19:44

혜당

질문자님! 편안하시기 바랍니다 ~~♡

2025-10-25 07: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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