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10.6. 랜드연구소, 미국 국방부 미팅
“분 단위로 바쁘게 사는 주부입니다. 왜 저는 쉬질 못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의 한국정책 석좌 연구원인 오미연 박사님과 미국 국방부에 근무하는 니나 님과 미팅을 하기로 한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5시에 수행과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셧다운(shutdown, 업무 중단) 사태가 지속됨에 따라, 오전에 예정되어 있던 미국 국무부 방문이 취소되었습니다. 할 수 없이 오전에는 미주 정토회관에서 업무를 보고 휴식을 했습니다.

오전 11시에는 워싱턴 정토회원 김영자 님이 찾아와 인사를 드렸습니다. 작년 가을 워싱턴에서 깨달음의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하고 보시금을 전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듀폰 서클(Dupont Circle)에서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의 한국정책 석좌 연구원인 오미연 박사님을 만났습니다.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8년 미국 공군과 더글러스 항공사가 협력해 설립한 비영리 연구기관으로,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국방·안보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한반도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한미 동맹의 억제 전략, 통일 및 북한 체제 변화 시나리오 분석 등에서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기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오미연 박사님은 랜드연구소에서 동아시아의 안보와 번영, 한미 관계에 중점을 둔 연구 프로그램 확대와 연구자 멘토링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오미연 박사님과는 예전에 평화재단에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한반도 평화에 관해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서는 안 됩니다. 둘째,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완화되어야 합니다. 한국 정부나 특정 진영의 이해관계가 아닌 전쟁 방지와 인도적 관점에서 한반도 문제를 바라봐야 합니다. 비핵화와 경제제재 해제의 대립 속에서 지금까지는 비핵화를 요구해 왔지만, 현실적으로 비핵화가 어렵다면 확산을 막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미국과 한국의 관계 설정에도 동맹이 전쟁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가 중요합니다.”

스님은 이상보다는 실질적인 평화 유지 전략이 필요함을 강조한 후 한반도 평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실용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을 제안했습니다.

오미연 박사님은 스님의 관점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제약과 정책 환경의 복잡성을 조심스럽게 짚어 주었습니다. 특히 현재 미국과 한국의 안보·정책 결정 구조가 과거보다 훨씬 보수적이고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한미 관계의 핵심 이슈로 전작권 환수, 한미동맹의 현대화, 북한 비핵화 문제 등을 언급하며, 한국이 독자적 노선을 지나치게 고집하기보다 미국 내 전략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진단해 주었습니다. 또한 북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감정이 아닌 장기적 신뢰 구축에 있다며 스님이 제시한 ‘대화 지속’과 ‘평화 중심 접근’의 중요성에 공감했습니다.

대화가 끝날 무렵 스님은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 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고, 오미연 박사님은 그런 대화의 장이 지금 미국에 꼭 필요하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1시간 동안 한반도 정세와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스님은 오미연 박사님에게 사인한 책을 선물했습니다. 다음 워싱턴 D.C. 방문 때 또 만나기로 하고 미팅을 마쳤습니다.

자리를 옮겨 미국 국방부에 근무하는 니나 소여(Nina Sawyer) 님을 만났습니다. 좋은 벗들 미국지부에서는 2000년대 중반에 워싱턴 D.C. 에 있는 청년들 모임을 몇 차례 주최했었는데 니나 소여 님도 당시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대학원에 다니면서 그 모임에 참여했었습니다. 그 후 공화당 외교위원회 전문위원이었던 키스 루스(Keith Luth) 님 밑에서 인턴을 하면서 미팅에 참여했던 인연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님의 활동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스님의 활동에 깊은 신뢰를 갖고 있는 분입니다.

오늘 미팅은 퇴근 후 국방부 밖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작년에 국방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을 준비해 보자고 얘기를 나누었는데 지금은 조금 어렵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미동맹의 재정립 문제, 전략무기 배치와 핵 억제력, 한반도 내 전쟁 가능성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미국이 군사 안보의 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도주의적 관점과 평화의 철학으로 확장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시리아와 미얀마 난민 지원 활동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전쟁이 남긴 파괴와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전쟁은 안 됩니다.

“저는 지금 전후 복구와 난민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시리아에서는 난민들을 돕고, 전후 복구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태국 메솟 지역에서는 국경을 넘어온 미얀마 난민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들은 지진 피해에 내전까지 겹쳐 상황이 매우 비참합니다. 어떤 이유로든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한반도 역시 마찬가지로, 전쟁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군사적 대비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전쟁이 필요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전쟁은 국제전이든 내전이든 모두에게 비극입니다. 정말 국민을 위한다면 정치인들은 어떤 이유로든 전쟁을 막아야 합니다. 우리 함께 그 길을 위해 노력합시다.”

이에 대해 니나 소여 님은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화답했고, 스님은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문제에 많은 혼란을 일으키고 있긴 하지만 평화에 대한 진전된 관점만큼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스님의 책을 선물한 후 미주 정토회관으로 출발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제이콥 님의 집에 잠시 들러 스님이 내일 한국으로 귀국한다고 알리며 인사를 나누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하늘을 보니 둥근 보름달이 휘영청 떠 있었습니다. 스님은 워싱턴 D.C. 에서 지난주에 3일, 이번 주에 2일, 총 5일 동안 여러 관계자와 미팅을 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전쟁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쉼 없이 이야기했습니다. 둥근 보름달을 보면서도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원했습니다.

저녁 8시에 미주 정토회관에 도착한 후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스님은 그동안 북미 동부 강연과 워싱턴 D.C. 방문 일정을 준비하고 미주 정토회관 명상실 불사를 하느라 수고한 법해 법사님과 민덕홍 님을 격려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내일 일정에 대해 논의하고 나니 밤 9시 30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 비교적 일찍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스님이 워싱턴 D.C. 에 머무는 마지막 날이자 이번 북미 동부 일정을 모두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워싱턴 D.C. 에서 두 개의 미팅을 한 후, 오후에는 공항으로 이동하여 워싱턴 D.C. 를 출발하여 LA를 경유한 후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3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에서 질문자와 스님이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분 단위로 바쁘게 사는 주부입니다. 왜 저는 쉬질 못할까요?

“저는 휴스턴에 살고 있는 결혼 11년 차 주부입니다. 저는 눈 떠서부터 잠들 때까지 굉장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분 단위로 계산해서 움직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가끔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나는 왜 쉬질 못하는가, 이런 의문이 듭니다. 낮잠도 10분 이상을 못 자거든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내려놓는 게 맞는 건가요, 내려놓는 게 맞기는 한 건가요?”

“바쁘게 사는 게 좋으면 그렇게 사세요. 저도 바쁘게 살아요.”

“가끔 너무 힘들어요. 왜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힘들면 바쁘게 안 살면 되죠.”

“안 하면 또 일이 쌓입니다.”

“그럼 하면 되죠. 뭐가 문제예요?”

“계속 그냥 분 단위로 이렇게 살면 될까요?”

“저도 지금 하루에 한 번씩 비행기를 타고 돌아다닙니다. 힘들면 비행기 안에서 자고, 힘 안 들면 책 보고, 탑승구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에 힘들면 그냥 눈 감고 누워 있고, 힘 안 들면 인터넷이 되니까 업무 처리를 합니다. 그것처럼 힘들면 쉬고, 힘 안 들면 일하면 되지, 자기가 열심히 해놓고 힘은 왜 들어요? 자기가 좋아서 하는데 뭐가 힘들어요? 아이들이 게임하고 힘들다는 말을 해요? 제가 어릴 때도 시골 사람들은 초당방에서 초저녁부터 자정이 넘도록 노름을 하고 나서도 이튿날 아침에 다 일하러 나갔습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좋아서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분 단위가 아니라 초 단위면 어때요? 그리고 집에서 일하는 주부가 무슨 분 단위로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주부들이 더 바빠요.”

“마음이 바쁘겠지요. 바쁜 게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일이 있으면 그 일을 초 단위로 하든, 분 단위로 하든,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그게 힘들다면 그만두면 됩니다. 그만두지 못하겠다면 그건 정신 질환이에요. 집착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신경정신과에 가서 진료받고 약을 좀 먹어야 해요.

술을 먹었을 때 저녁에 잠도 잘 오고 기분도 좋으면 그건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술을 먹고 나니 몸이 아프다면 술을 끊어야겠죠. 그런데도 술을 도저히 못 끊는다면 그건 중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의지로 제어를 할 수 없으면 병이 되는 겁니다. 그럴 때는 남한테 도움을 요청해야 돼요. 의사한테 도움을 요청하든지, 안 그러면 격리소에 가서 강제로 격리를 해야 되는 겁니다. 나 혼자서는 도저히 제어가 안 되니까 알코올 중독자 격리소에 가야 합니다. 거기는 술 반입이 안 되니까 억지로라도 통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자신의 의지로 통제가 안 되는 것은 다 병이에요.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손해가 나든 이익이 생기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하면 됩니다. 아니다 싶으면 안 하면 되는 것이고요. 아니다 싶은데 통제가 잘 안 된다면 병원에 가야 합니다. 내가 걷고 싶은데 안 걸어진다면 병이잖아요. 그럴 때는 병원에 가서 다리에 뭐가 문제인지 점검을 해야 합니다.

질문자는 지금 심리적 압박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뭔가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뭔가 계속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아무 일도 하지 말아 보세요. 명상 센터에 가서 열흘간 가만히 앉아 있다가 와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지금 안 하면 당장 무슨 큰일이 날 것 같지만, 설거지를 안 해도 아무 문제없고, 방을 안 닦아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방을 매일 닦아도 괜찮고, 사흘마다 닦아도 괜찮아요. 매일 방을 닦는 사람은 매일 안 닦으면 안 되는 줄 알아요. 그러나 3일 만에 한 번 닦아도 되고, 7일 만에 한 번 닦아도 됩니다. 불안증으로 인해 질문자가 계속 압박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몸이 지치는 겁니다.

우선 ‘집안일을 아무것도 안 해 본다.’ 하는 관점을 가져보는 겁니다. 그러나 집에 있으면서 아무 일도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자기 통제가 안 될 겁니다. 그래서 격리소에 들어가 술을 끊고 오듯이, 명상 센터에 가서 열흘 있다가 와 보는 겁니다. 열흘 동안 집안일을 안 해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명상을 다녀와서 또 병이 생기면 또 명상을 갔다 오세요. 이렇게 몇 번을 하면 무의식에서 집안일을 안 해도 된다고 느끼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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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2025 청년페스타

전체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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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선

스님 존경합니다 감사드립니다

2025-10-10 23:06:28

해탈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 분 단위로 하면 어떻고 초 단위로 하면 어떤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면 된다. 아무 일도 안하고 있으면 불안한 것은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는 것이다.
잘 알겠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도록 명상과 정진을 통해서 수행해 나아가겠습니다.

2025-10-10 20:48:41

길상화

감사합니다

2025-10-10 1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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