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새로운 백일을 시작하는 입재식이 열리는 날입니다.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고 나서 이제 10번째 백일을 맞이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이 되자 타종과 함께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 지하 대강당에는 새벽 2시 30분에 출발한 경남지부 회원 400여 명과 공동체 지부 구성원 8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타종, 예불, 반야심경을 봉독 한 후 사회자 김병조 선생의 활기찬 인사와 함께 10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개인은 행복하고, 사회는 평화로우며, 자연은 아름다워 살기 좋은 세상을 청정 국토, 정토라고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극복하고 바로 이 땅에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실현하고자 큰 서원을 세우고 시작한 만일결사! 제2차 만일결사, 제1차 천일결사 제10차 백일기도 입재식에 참가해 주신 정토행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백일 만에 다시 정토회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24 절기가 농사의 시기를 일러주듯 백일기도 입재식은 우리들의 수행이 얼마나 깊어 졌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이정표입니다.
국내외에서 7천9백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정토행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을 기뻐하며 큰 박수와 함께 입재식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먼저 9차 백일기도 회향식을 했습니다. 정토회 대표님의 인사말에 이어서 지난 100일간의 발자취를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펼쳐진 많은 활동들이 15분의 영상 속에 담겼습니다.
다음은 지난 100일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행해 온 서울제주지부 노원지회 이재희 님의 수행 사례담을 들어 보았습니다.
“아들이 교통사고로 뇌 손상을 입어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을 때, 저는 병원 복도에서 수술이 끝날 때까지 오직 절만 했습니다. ‘이것만이 나와 아들을 살릴 수 있다’는 절박함으로 기도하며, 그 순간 나를 내려놓음이 수행임을 어렴풋이 깨달았습니다.
아들을 살린 절, 나를 살린 수행
3년의 병원 생활 동안에도 수행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아들을 두고 명상 수련에 다녀오며 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렸고, 낮에는 직장에서, 밤에는 병원에서 아들을 돌보면서도 수행과 봉사를 놓지 않았습니다. 그 힘으로 혼란 속에서도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습니다. 새벽마다 병원 휴게실에서 방석을 펴고 정진했습니다. 법당에 가 목탁을 칠 때면 눈물이 흘렀지만, 그 시간은 저를 찾아가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힘, 그것은 수행과 봉사에서 나왔습니다. 아들이 사고로 입원했을 때 코로나로 모든 법회가 온라인으로 전환되어, 저는 아이 옆에서 소임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끊어질 뻔한 정토회와의 인연이 오히려 더 깊어졌습니다. 세상일이 모두 나쁘라는 법은 없음을 알았습니다.
지금도 거실에서 아들과 남편의 목소리가 커지면 먼저 엎드려 절을 합니다. 내 마음을 먼저 가라앉히면 잠시 후 조용해집니다. 수행이 저를 평안하게 했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에 시비하지 않으니 평온합니다. 괴로움을 알아차리고, 스님 법문을 듣고, 도반들과 나누며 저는 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일과 수행의 통일로 얻은 행복을 가족뿐 아니라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며 살겠습니다. 모두 부처님 법을 만난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객석 여기저기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수행이란 무엇인지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은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스님을 모시고 제1차 천일결사 제9차 백일기도 회향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지난 백일을 돌아보며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과, 개인이 수행적으로 성찰해야 할 점을 함께 짚어 주었습니다.
“지난봄, 제8차 100일 기도를 시작하면서 정토회는 백일 법문을 시작으로 300일 특별정진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특별정진은 정토행자들의 마음공부와 수행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12.3 비상계엄으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한국 사회가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기를 바라는 기도의 일환이기도 했습니다. 인간 세상에는 우리가 보고 듣고 아는 세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흐름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의 간절한 정성과 기도가 국정 안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특별정진에 임했던 것입니다. 국정이 안정을 되찾은 데에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높은 민주 시민 의식이 가장 큰 역할을 했겠지만, 정토행자들의 정성 또한 작은 힘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분열이 아닌 협력,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
8차 백일기도가 끝난 뒤 6월부터는 9차 백일기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여러 혼란 속에서도 현재까지 국정은 큰 문제없이 진행되는 듯합니다. 가장 큰 과제였던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한 대응도 결과를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는 큰 문제없이 넘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어제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 기업 노동자의 비자 문제로 우리 국민 300여 명이 체포되는 불상사가 있었습니다. 이것을 보면 한미 관계가 안보적으로는 굳건하다 하더라도, 경제적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주 중국의 2차 세계대전 전승일에는 러시아와 북한 지도자를 포함해 26개국 지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여러분도 북한 지도자가 중국에서 받는 대우를 보셨을 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빈곤하고 작은 나라 중 하나임에도 대국과 동등하게 대우받는 모습에, 미국을 방문한 한국 대통령의 대우와 비교해 약간 자존심이 상하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재능도 뛰어나고, 나라 경제도 견고하며, 한류라고 하는 문화적 영향력도 크지만, 외교력과 정치력에서는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힘이 부족해 고개를 숙이고 살아야 하는 현실 속에는 마음속 비굴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남북이 서로의 장점을 살려 남한의 재능과 부유함과 북한의 민족적 자존심이 조화를 이룬다면 우리 국민은 더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민족이 남북 대결로 치달아 동족상잔의 비극을 반복할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고 협력하여 국제 정세 속에서 서로의 이익을 지켜낼 것인지는 향후 10년, 20년을 좌우할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이 과제 앞에서 국내 정치인들은 여야와 진보·보수가 협력하여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쪽은 내란 척결이라는 이름으로 칼을 휘두르고, 다른 한쪽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조차 받아들이지 않으며 저항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집에 불이 난 줄도 모르고 아이들이 장난감만 가지고 노는 화택(火宅)의 비유가 떠오릅니다. 밖으로는 큰 위험이 닥쳐오는데 국내 문제에만 매몰되어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그럼에도 이것이 현실입니다. 헌법에 명시된 대로 우리나라의 주인은 소수 정치인이 아닌 모든 국민입니다. 따라서 나라가 잘못될 때 책임을 특정 정치인에게만 묻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임금이 나라의 주인이었기에 잘못이 있으면 임금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민주공화제를 택한 지금은 국민이 주인입니다. 나라가 잘못되면 모든 국민이 함께 책임져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자기 생각만 고집하지 말고, 서로 견해와 종교가 달라도 포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다음 백일은 정토회로 보면 1차 천일결사의 마지막 백일입니다. 동시에 국가적으로 보면 평화로 갈지, 남북 간 대결로 갈지 방향이 정해지는 기간이 될 것입니다.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가 시작되면 위기를 극복할 기회의 창이 열릴 수도 있고, 대결 국면이 이어져 한·미·일과 북·중·러의 군사 협력이 강화된다면 한반도의 분단이 지속되고 세력 충돌의 위험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상황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과 미국 중심의 세력 재편 과정에서 한국 전쟁이 발발했던 상황과 닮아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정치인들은 국가적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야 합니다. 국민들은 개인의 이익만 좇지 말고 정부의 올바른 정책에는 힘을 보태주어야 합니다. 잘못된 정책에는 비판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정토행자들은 종교인으로서 사람의 힘만이 아니라 불보살의 힘을 빌려 국가를 위해 꾸준히 기도해야 합니다. 이번 백일은 정토회의 지난 3년을 마무리하는 시기이자, 국제 사회 속에서 우리나라의 안정을 위해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 특정 정당이나 정부의 성패를 넘어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신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길
앞서 백일의 발자취에서 보았듯,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많은 활동을 해 주셨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 괴롭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한 사람은 천하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타인을 존중하듯 자신도 존중해야 합니다. 술에 취해 길바닥에 쓰러지거나 악을 쓰는 것은 자신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괴로움에 잠 못 이루고,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것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없고, 가족의 기대를 모두 충족시킬 수도 없습니다. 우리의 능력은 유한하지만, 욕망은 무한하기 때문입니다. 욕망이 지나쳐 원하는 것을 다 이룰 수 없는 것이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자신의 능력 부족이 아님을 자각하고 욕망을 절제해야 합니다. 숲 속의 토끼나 다람쥐도 나름대로 잘 살아가는데, 사람이 못 살 이유가 없습니다. 못 살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을 다람쥐나 토끼보다도 못하게 평가하는 것과 같습니다.
혼자 살아도 괜찮고, 둘이 살아도 괜찮고, 같이 살다가 헤어져도 괜찮습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져도 괜찮고, 이루어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20년쯤 지나 돌아보면, 오늘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당시 친구가 누구였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중요하게 느껴져도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닙니다. 그러니 현재에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옛말에 ‘일은 사람이 하고, 뜻은 하늘이 이룬다.’라는 말처럼,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연연하지 않아야 합니다.
외모나 지위도 시간이 지나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잘생겼든 못생겼든 나이가 들면 다 비슷해집니다. 젊을 때 잘생긴 사람도 늙으면 주름이 생기고, 못생긴 사람도 다르지 않죠. 어린아이가 태어나면 모두 예쁘고, 중간에 꽃이 피듯 외모가 달라지다가 나이 들면 결국 다 똑같아집니다. 잘생긴 사람이 늙어 주름지면 고통이 크지만, 못생긴 사람은 덜 괴롭습니다. 그래서 젊을 때 외모를 자랑하며 자만했던 사람일수록, 늙어서 그 과보를 더 크게 겪게 됩니다. 또 사이가 좋은 부부를 보며 부러워들 하지만, 한 사람이 죽으면 그 고통이 엄청나게 큽니다. 그러나 적당히 데면데면하게 살면, 한 사람이 죽어도 원래 있으나 마나 살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안 됩니다. 사이가 좋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그것 또한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희생은 후회와 원망을 남깁니다
세상을 크게 보면 큰 차이가 없다는 관점을 가지면, 노력하되 집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괴로움은 집착에서 생깁니다. 부처님께서는 꾸준히 정진하되 게으르지 말라는 ‘불방일(不放逸) 정진’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야 괴로움의 씨앗이 사라집니다. 괴롭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야 삶에 후회가 남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희생하며 자식이나 남편, 아내, 나라를 위해 살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남편이 떠나거나 자식이 집을 나가면 후회하게 됩니다. ‘내가 저 사람을 위해 얼마나 희생했는데, 나에게 남는 게 무엇인가?’, ‘내가 나라를 위해 헌신했는데, 나라가 나에게 해 준 게 뭐가 있나?’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자신을 중심에 두고 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기에 후회가 남는 것입니다.
항상 자신을 알아차리고 소중히 여기며, 타인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아내를 사랑하고 남편을 사랑하며 자식을 사랑하더라도, 그들이 나이가 들거나 마음이 식어 떠날 때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동안 함께해 줘서 고맙습니다’, ‘돌봐줘서 감사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관계를 정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만나고 헤어짐에 감사할 줄 압니다. 그렇지 않으면 늘 후회와 원망이 뒤따릅니다.
절이나 명상을 얼마나 했는지, 불교를 얼마나 아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이치를 깨닫기 위해 절하고, 명상하고, 경전을 읽는 것입니다. 정토행자는 결코 자신을 희생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한때 누군가를 사랑해 그 사람을 위해 살았던 경험은 모두 나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감옥에 가고,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재산을 바친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과정에서 다치거나 장애를 얻었더라도, 한때 이상을 꿈꾸며 살았다는 사실 자체가 귀한 경험이고 보람입니다. 그런 경험을 감사히 여긴다면, 함께할 때는 잘 지내고, 떠나보낼 때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게 됩니다.
수많은 사람 가운데 연애든 결혼이든 나와 인연을 맺은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그러니 같이 살다 헤어졌다면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마음에 안 들면 헤어지면 그만이지 미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만났던 사람들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함께 있을 때도, 헤어진 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일이 됩니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함께한 시간을 낭비였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러나 인생에는 낭비가 없습니다. 고통의 시간조차 지나고 나면 그 속에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웠음을 알 수 있어요. 앞에서 수행담을 발표한 분도 고통이 없었다면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기 어려웠을 겁니다. 자기 잘난 맛에 공중에 붕 떠서 살아갔을 거예요. 그러나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자신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두 발로 굳건히 설 수 있었던 겁니다. 고통 속에서 오히려 자신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려움이나 난관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일부러 고생을 자처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주어진 난관은 피하지 말고 오히려 배움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한다면 무서움과 두려움,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마지막 백일도 부지런히 정진하시기를 바랍니다. 지난 백일 동안 활동해 주신 모든 활동가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회향 법문을 마음에 새기며 20분간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 입재식에는 김홍신 작가님,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과 김동아 의원이 참석했습니다. 스님은 휴식 시간에 내빈들과 잠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당과 야당이 서로를 배척하지 않고 포용과 협력의 길을 가야 한다는 점을 당부했습니다.
휴식 시간이 끝나고, 공동체 지부에서 준비한 공연과 함께 10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힘차게 시작했습니다. 서울, 문경, 두북과 해외 공동체까지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여 만든 재미난 콩트와 합창이 무대 위에서 펼쳐졌습니다.
난, 난 꿈이 있었죠 ♬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공동체 법사님들의 20대 청년 시절 모습이 영상 속에 보이자 환호와 함께 모두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이어서 공동체 지부 활동가들이 무대 위와 아래에서 힘찬 율동을 보여주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젠 혼자가 아닐 우리 너무나 감격스러워 ♬
끝없는 가능성 중에 수행 만나서 고마워
if so, then let’s go, welcome to JUNGTO
Whoa-oh-oh, oh-oh, oh-oh
온 세상 행복 가득하게 이 법을 세상에 전할게
춤추는 무대 뒤로는 정토회 33년의 역사를 이끌어 온 공동체 지부 활동가들의 옛날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습니다. 공연이 끝나자 사회자 김병조 선생님이 가슴 뭉클해하며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방송 데뷔한 지가 50년 되었는데, 수많은 행사에서 사회를 보는 동안 공연을 보고 눈물을 흘린 적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특히 법사님들이 합창하실 때 가슴이 찡 했습니다. 감동적인 무대였습니다.”
대중들을 앞에서 이끌고 있는 공동체 법사단에 모두가 큰 박수와 함성을 보냈습니다.
이어서 새로운 백일을 시작하며 예비 천일결사자 결의식을 했습니다.
“정토행자는 자기 생각을 바꾸어서 행복해지는 자기 변화와 사회를 바꾸어서 행복해지는 사회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며 수행, 보시, 봉사를 통해 이 땅에 정토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정토행자는 이 땅에 정토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서 10가지 약속을 해야 합니다. 첫째, 내 인생의 주인이 되고자 매일 새벽 5시에 정진하겠습니까?”
“예, 매일 새벽 5시에 정진하겠습니다.”
......
“여러분은 이제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이루기 위한 천일결사에 동참하여 정토행자로서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기존 천일결사자들은 수행자의 길로 동참하게 된 예비 천일결사자들을 힘찬 박수로 환영해 주었습니다.
다음은 10차 백일기도를 시작하며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정토회의 지난 40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마무리와 계승의 중요성을 강조한 후 국제 정세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국정 안정을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도해야 함을 당부했습니다.
“앞서 공동체 지부에서 준비한 공연을 잘 보셨나요? 공연이면서 동시에 정토회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면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허름한 건물 4층에 15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을 하나 빌려 비원포교원을 처음 연 것이 오늘날 정토회의 뿌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때 함께했던 20대 초반의 대학생과 청년들이 이제는 예순을 넘기고 머리가 희끗희끗해졌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서 젊은이들이 뜻을 모아 시작한 작은 발걸음이 오늘의 정토회로 성장하여, 이제는 해외 곳곳에서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까지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정토회에 남아 있는 분들보다 더 많은 이들이 3년, 5년, 10년씩 봉사하다가 정토회를 떠났습니다. 오늘의 정토회는 현재 활동하는 분들의 공덕뿐 아니라, 그동안 힘을 보탠 모든 이들의 정성이 모이고 모여 이루어진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정토회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먼저 큰 원을 세우고 만일결사를 시작하기 전에 소수의 몇 명이 모여 활동하던 10년의 세월이 있었습니다. 이어서 대중이 모여서 1차 만일결사를 시작했고, 2022년에는 그 30년을 마무리했습니다. 2023년부터는 다시 2차 만일결사를 시작했고, 올해 연말이 되면 만일결사를 시작한 지 33년의 세월이 흐르게 됩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백일은 2차 만일결사 가운데 1차 천일결사의 마지막 백일입니다. 이번 백일이 끝나면 지난 3년을 평가하고 새로운 3년을 준비하여 내년 2026년 3월에는 2차 천일결사에 들어가게 됩니다.
마무리와 계승, 지속적 발전을 위한 백일
역사 속에서 빛난 인물을 보면, 본인이 뛰어나서 빛나는 경우보다 그 뒤를 잘 잇는 이가 있어 앞사람이 더 빛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잘한 사람도 후대에 계승이 되지 않으면, 그가 쌓은 공덕과 상관없이 역사 속에서 사라지고 맙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첫째, 내가 맡은 일을 얼마나 잘 마무리하느냐이고, 둘째, 다음 사람이 잘 이어갈 수 있도록 얼마나 잘 준비해 두느냐입니다. 이 두 가지가 갖춰져야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 백일은 개인적으로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 필요하고, 동시에 모두가 힘을 모아 연결이 잘 이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남은 백일은 마무리도 잘하고, 또한 다음으로 넘겨주는 준비도 함께하는 기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외교적으로는 지금 미국이 한국에 관세 협상을 비롯한 경제적 압박을 가하면서, 국제관계에서 한국을 대중국 전선에 동참시키려는 압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참여하되 중국을 정면으로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는 상황입니다. 미국과 중국 양측의 압박이 동시에 가해지는 국면에 서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치를 보면 늘 상대가 잘못해야 득점하는 경우가 많지, 자신들이 잘해서 득점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여야 모두 상대의 잘못을 고소해하는 마음을 가지면, 나라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서로 감싸 안으며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국정 안정을 발원하며
미·중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와 더불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관계의 개선입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의 재건 수요가 크게 늘어날 텐데, 그 사업에 가장 적합한 나라가 한국입니다. 그래서 러시아와의 미래 관계를 잘 이어가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난 정부는 ‘자유 전선에 선다.’하는 명분으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제대로 풀지 못했습니다. 이념도 중요하지만 혼란한 시기에는 국가의 이익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연말까지 국정이 안정된 궤도에 들어설 수 있도록 여러분이 마음을 모아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내가 지지하는 쪽이냐 아니냐를 떠나, 국가 안정을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런 마음으로 새로운 백일을 향해 출발하겠습니다.”
큰 박수와 함께 1차 천일결사의 마지막 백일을 출발했습니다.
다음은 이번 백일 동안 천일결사자 모두가 다 함께 실천해야 할 약속을 발표했습니다. 백일 동안 모든 국민이 행복할 수 있도록 정토불교대학과 행복학교를 널리 확산시켜 보기로 했습니다.
다음은 새로운 백일을 다짐하며 경남지부에서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부처님 법을 만나 처음에는 서툴고 힘들었든 시간들을 지나 도반들과 함께 하며 수행자로 거듭나는 과정을 춤과 노래를 통해 감동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푸른 언덕에 수행자 모여, 전법의 행진 시작하려 해 ♬
광야를 향해서, 세상을 향해서
먼동이 트는 이른 아침에, 마음 고요히 수행 정진해
번뇌 숲 속을 벗어나 봐요
그 옛날 아제아제바라아제 위대하신 붓다의 말씀처럼
세상으로 전법을 떠나요~ -
빨간색, 노란색, 초란색 우산을 빙글빙글 돌리며 노랫말에 맞춰 경쾌한 율동이 펼쳐지자 모두가 환호했습니다.
수행으로 마음의 괴로움을 내려놓은 수행자들은 이제 자신을 넘어, 세상의 고통에 눈을 돌렸습니다. 고통받는 세상을 바라보며, 한때 쓰러졌던 수행자들이 다시 일어나, 세계 시민과 함께 용기를 내는 모습을 춤과 노래로 표현했습니다. 공연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자, 대중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율동을 따라 했습니다.
한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게
넓은 대지에 다시 새길 희망을
우린 수행 자니까 당당하게, 힘을 내!
다 함께 새로운 백일을 다짐하여 힘차게 구호를 하며 공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우리는 모자이크 붓다입니다.”
공연이 끝나자 사회자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보다 더 멋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세계 시민들이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감동적인 춤과 노래로 보여주었습니다.”
어느덧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입재식을 마무리하면서 법사단장인 선주 법사님의 말씀을 청해 들었습니다. 선주 법사님은 경남지부 회원들을 바라보며 경상도 사투리로 반가움을 표하며 닫는 인사를 했습니다.
“반갑습니다. 특히 오늘 새벽에 올라오신 경남지부 여러분, 억수로 반갑습니데이. 공동체 지부와 경남 지부 회원들은 대부분 50대이거나 60대인데, 이번 공연 준비하느라 무릎이며 발목이며 고생을 꽤 했습니다. 저도 연습하다가 결국 발목이 말썽을 부렸습니다. 몸은 고생했지만 마음만은 청춘이었습니다. 그래도 오늘 대단히 즐거웠어요. 여러분은 어떠셨습니까?
저는 오늘 회향 법문을 들으며 나에게 후회가 있는지, 원망이 있는지, 또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입재 법문을 들으면서는 마무리를 잘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새로운 출발도 잘 준비해야겠다는 다짐도 새롭게 했습니다. 우리 모두 백일 동안 자신을 잘 살피며 정진을 마무리하고, 오는 12월 14일 회향식에서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 꾸준한 수행이 지닌 힘을 깊이 느낄 수 있는 말씀이었습니다.
다음 입재식인 12월 14일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10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다 함께 사홍서원과 산회가를 힘차게 불렀습니다.
스님은 무대 공연을 준비하고, 새벽에 출발하여 먼 길을 달려온 경남지부 회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지하 공양간으로 이동했습니다.
경남지부 회원들은 도반들과 함께 삼삼오오 흩어져 각자 집에서 싸 온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고, 스님은 참석한 내빈들과 따로 식사를 했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경남지부 회원의 날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경남지부 회원들 전체가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봉독 했습니다. 정토회 대표님의 격려 말씀을 들은 후 경남지부의 발자취를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이어서 지회별 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거제 지회, 김해 지회, 창원 지회, 진주 지회에서 차례대로 열띤 소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다음은 경남지부에서 준비한 회원의 날 축하 공연을 함께 보았습니다. 고성 오광대 원양반춤과 김해지회 백미영 님의 우리 민요 두 곡이 신명 나게 펼쳐졌습니다.
행사의 열기가 한껏 달아올랐습니다. 각 지회 소개와 정성껏 준비한 공연으로 경남지부 회원의 날을 힘차게 시작했습니다.
다시 마음을 차분하게 한 후 다 함께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인사말을 했습니다.
“아침 일찍 올라오느라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대표님은 조는 사람이 없다고 하셨는데, 제가 아침에 입재식 법문을 할 때 보니 아예 자고 있더라고요. 조는 사람은 없었어요. (웃음)
방금 축하 공연을 보면서는, 저 한량들 때문에 여성들이 그렇게 고생했는데 왜 하필 한량 역할을 여자분들이 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렇게라도 한량 흉내를 내보니 재미있던가요? 그래서 남자들이 한량 노릇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경상도식으로 공연이 좋았다는 칭찬을 드립니다.” (웃음)
이어서 그동안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누구든지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다섯 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남편과의 갈등 끝에 이혼 서류를 꺼내 들었다며 본인의 선택이 올바른 것인지 스님에게 점검을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남편과 다툰 날, 바로 이혼 서류를 내밀었습니다
“저는 중학교 3학년과 1학년 아들 둘을 두고 있습니다. 지금은 남편에게 이혼 서류에 사인을 해 달라며 기다리는 중입니다. 남편은 도자기 일을 하며 차 도구를 만들고, 저도 15년 가까이 함께 일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다른 일을 시작하면서 남편의 불만이 쌓였고, 불만을 말로 표현하는 성향이 아니어서 저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러다 2주 전, 아들과 사소한 일로 언쟁하다가 욱하는 바람에 남편과도 다투게 되었습니다. 그날 바로 이혼 서류를 떼왔더니 남편이 놀라더군요. 지금도 후회는 없지만, 정리하기 전에 스님께 점검받고 싶어 이렇게 질문드립니다.”
“평소 남편이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네요. 그렇다고 해도 이번 일이 이혼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2주 전 상황을 말씀드리면, 아침에 큰아들을 깨우니 짜증을 냈습니다. 제가 짜증 낸다고 나무라자, 아들은 짜증 낸 적 없다며 말대꾸를 했습니다. 말이 안 통해 답답했던지 저에게 욕까지 했습니다. 그 일을 남편에게 말했더니, 남편은 아이를 꾸짖기는커녕 ‘네가 화를 내니까 애가 저러지.’라며 오히려 저를 탓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무슨 욕을 했는지 말해보라고 하니 다시 욕을 했습니다. 순간 정신 차리라고 뺨을 한 대 때렸는데, 아들이 주먹으로 제 얼굴을 때렸습니다. 남편은 그걸 보고도 아들을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저에게 쌓였던 불만을 퍼부었습니다.
어제 남편에게 서류에 사인했냐고 묻자, 정리되면 주겠다고 하며 기다리라 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일이 제가 다른 일을 시작한 탓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덩달아 생활비를 제대로 안 준 남편 탓이라고 맞받았습니다. 사실 생활고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화병이 생겨 머리가 아파서 잠도 못 잘 정도였는데, 다행히 행복학교를 만나 조금은 사람답게 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도 이혼을 결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남편을 고쳐보려고 화를 많이 내다가 이혼 직전까지 갔습니다. 정토회를 만나 마음공부를 하면서는 ‘내 탓이다.’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터져 나온 겁니다. 차라리 숙제처럼 해치워 버리자는 마음도 있고, 뒷배가 든든하다 생각하니 두렵지도 않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았는데, 나가서 못 살겠나 싶어 크게 걱정은 안 됩니다.”
“당당한 자세는 좋습니다. 그러나 질문자와 같은 사람과 함께 사는 남자가 좀 힘들겠어요. 얘기를 들어보니 남편이 명대로 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사춘기 아이들은 원래 부모의 말을 잘 안 듣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말을 안 듣는 걸 문제로 삼으면 안 됩니다. 아이가 늦게 일어나면 화를 내기보다 차라리 지각하게 두는 게 나아요. 억지로 건드리면 반발심만 커집니다. 욕하거나 주먹을 쓰는 건 심리가 억압되어 왔기 때문이에요. 어릴 때부터 부당한 상황을 계속 겪다 보니, 이제는 말과 행동으로 맞서는 단계에 온 겁니다.
괘씸하게 보면 한없이 괘씸하고 나쁜 놈 같지만, 오히려 ‘아이가 그동안 억눌려 있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겁낼 필요도 없고, 두둔할 필요도 없어요. 오히려 강압적으로 대응하면 더 꼴사나워집니다. 엄마가 분풀이로 애를 때리면, 아이는 한 대 맞아도 큰 상처가 안 됩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부모가 자식에게 맞으면 더 큰 상처가 생깁니다. 그러니 차라리 안 건드리는 게 낫습니다.
남편이 마음에 안 드는 건 사실이지만, 이혼할 만한 사유는 아닙니다. 합의가 되면 이혼할 수 있지만, 한쪽이 원치 않으면 법원에서도 돌려보냅니다. 바람을 피웠다든지, 재산상 손실을 입혔다든지, 폭행했다든지, 부부생활에 책임을 안 졌다든지 하는 결격 사유가 있어야 이혼 판결이 나옵니다. 질문자 같은 경우는 이혼 사유에 해당되지 않아요. 남편이 서류에 사인하지 않는 건 이혼하고 싶지 않다는 뜻입니다.
질문자는 정말 이혼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이혼하자고 압박해서 남편으로부터 ‘내가 잘못했다. 다시는 안 그럴게.’라는 항복을 받고 싶은 겁니다. 이혼이라는 큰 카드를 내밀어 남편을 무릎 꿇게 하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남편도 괘씸해서 홧김에 사인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때 가서 무르려면 자존심이 상합니다. 이렇게 꼭 이혼해야 할 사유가 아닌데 홧김에 이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제부터는 이혼 서류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말고, 잊어버린 듯 사세요. 남편이 사인을 해오면 그때는 어쩔 수 없습니다. 같이 살려면 질문자가 무릎을 꿇어야 하고, 도저히 같이 못 살겠다 싶으면 이혼하면 됩니다. 그렇게 헤어져 살아보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다시 합하면 되고요. 남편이 지금 이혼 서류에 사인을 안 하는 건 이혼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아내에게 무릎을 꿇기도 싫은 거죠. 그 정도에서 무승부로 마무리를 하세요.
이혼 서류는 묻지 말고 그냥 사는 게 좋습니다. 지금은 선택권이 남편한테 넘어갔습니다. 만약 남편이 사인해 주면, 집을 놔두고 보따리를 싸서 나오면 됩니다. 아이들 걱정은 할 필요 없어요. ‘아버지와 잘 살아라.’ 하고 내버려 두면 됩니다. 다른 남자를 만나려고 할 때 아이들이 있으면 복잡해집니다. 재혼을 생각한다면 아이들은 없는 게 훨씬 낫습니다. 아이들이 질문자를 따라오면 같이 살면 되고요. ‘여기가 좋으면 여기서 살아라. 너 좋을 대로 해라.’ 하고 냉정하게 구는 게 낫습니다. 질문자처럼 남의 눈치를 안 보고 사는 것이 어떤 상황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남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마세요. 남편이 사인을 안 해 주면 더 이상 묻지 말고 그냥 사세요.”
“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정토회의 수행법회, 명상, 새벽 정진의 참가 조건에 대한 설명을 들은 지인이 봉사하는 일이라면서 왜 그렇게 조건이 까다롭냐고 했습니다. 어떻게 답변해야 할까요?
모둠장 소임을 맡은 후 심한 부담과 병증에 시달리는데, 어떻게 이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을까요?
불교에서 말하는 ‘역행’은 어떤 의미이며, 수행자들은 왜 역행을 하나요?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 도시의 쇠퇴 현상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할까요?
금강경과 지장경의 가르침이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는데, 그 차이는 무엇인가요?
자살 생각까지 한 직업 군인 아들을 부모가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질문에 대해 차례대로 답변을 하다 보니 벌서 오후 4시가 넘었습니다. 밖에서는 경남으로 가는 버스가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어서 아쉽지만 행사를 마쳐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먼 길 오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지부별 또는 지회별로 함께 모여서 입재식을 진행하는 방안을 상임천일준비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서로 얼굴 보고 함께하는 시간을 조금 더 갖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어서 경남지부 담당법사인 청광명 법사님의 마무리 인사말씀을 들은 후 사홍서원으로 회원의 날 행사를 모두 마쳤습니다.
그리고 기념사진을 함께 촬영했습니다. 이웃과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며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경남지부 회원들은 대강당을 깨끗이 청소한 후 다 함께 정토사회문화회관을 나와 버스가 주차해 있는 곳을 향해 줄을 맞춰 걸었습니다.
스님은 정토회관으로 이동하여 며칠 후 인도와 필리핀에 있는 JTS 사업장으로 파견을 가는 행자님들과 잠시 미팅을 했습니다. 행자대학원 17기 두 명은 인도 JTS로 파견을 가고, 백일출가를 마친 한 명은 필리핀 JTS로 파견을 가기로 했습니다.
스님이 세 사람을 위해 격려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지금 인도에 가면 우기가 끝나긴 했지만 아직 무더울 겁니다. 최소 3개월은 적응하는 기간입니다. 이게 옳으니 저게 옳으니 하면서 개선을 하려고 하면 안 돼요. 인도 사람들이 내가 보기에는 게을러 보여도 막상 인도에 가서 살아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그래서 3개월은 주어진 환경에 내가 맞춰서 살아보는 게 필요합니다. 3개월이 지나고 나서도 문제로 보이는 점이 있으면 제안을 해서 개선을 해나가면 됩니다. 인도 사람들이 사는 대로 적응하기만 하면 개선이 안 되고, 처음부터 문제 제기를 하면 내가 분별심이 많은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3개월은 입을 닫고 적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적응하기만 하면 개선을 안 하게 됩니다. 인도 사람처럼 되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살게 됩니다.
필리핀은 활동하기에 기후는 괜찮아요. 민다나오는 더운 지역이지만 JTS센터가 해발 1000미터에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산에 구름이 늘 걸려 있어서 비가 자주 옵니다. 그래서 기온은 괜찮은데 습도가 높습니다. 일단 살아보면서 적응을 해보세요. 필리핀에 가시는 분은 은퇴를 하셨어요?”
“교사를 했는데요.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안 그래도 한국에는 교사가 남아도는데 잘하셨어요. 더 필요한 곳에 가서 잘 쓰이는 게 낫습니다.”
세 분은 삼배로 스님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유럽 순회강연을 떠나기 위해 짐을 쌌습니다. 봉사자들에게 나눠줄 선물용 책과 옷가지를 캐리어에 싼 후 저녁 7시 30분에 정토회관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실무자들이 해외로 떠나는 스님을 배웅하며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 건강히 잘 다녀오십시오.”
“그래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출국 수속을 마친 후 탑승구 앞에서 원고 교정과 업무를 보다가 밤 10시 25분에 영국 런던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내일은 암스테르담을 경유하는 비행기로 이동하여 런던에 도착한 후, 오후에는 스님의 저서 ‘행복’을 영국에서 출간한 출판사의 요청으로 인터뷰를 하고, 저녁에는 유럽 순회강연 첫 번째 순서로 런던에 사는 한국 교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5
민희
고맙습니다.
2025-09-10 11:00:14
유진화(자재왕)
2-1-10차 백일기도 입재식의 여운이 스님의 하루를 읽으며 다시 느껴집니다.
감동적인 3시간이었습니다.
경남지부 도반의 질문과 대답을 읽으며
또한 이치를 살핍니다.
나를 봅니다.
나를 사랑하며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스님 고맙습니다 도반님들
2025-09-10 10:15:42
이효진
인도와 필리핀으로 떠나는 JTS활동가에게 해주신 법문이 와 닿습니다.
"3개월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봐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면접시험을 오늘 치릅니다. 가볍게 주어지는데로 해보겠습니다.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