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8.25. 북미 서부 순회강연(3)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남편이 해외에서 낳은 아이들, 이 충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법륜스님의 북미 서부 순회강연 세 번째가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서 있는 날입니다. 샌프란시스코는 태평양의 아름다운 해안 풍경과 다채로운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입니다.

스님은 새벽 4시 30분에 예불과 기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기도를 마친 후 시애틀 정토수련원 실행위원장인 주상휴 님과 묘명 법사님, 박근애 님이 스님께 삼배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스님은 이번 강연 총괄을 한 박근애 님에게 수고했다고 격려하며 한국에서 가져온 책을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수련원을 같이 한 바퀴 둘러보면서 새로 불사를 할 경우에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설명하고, 실행위원장인 주상휴 님에게 여러 가지를 알아 보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 6시 30분에 시애틀 국제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 탑승 수속을 한 후 오전 9시에 시애틀 국제 공항을 이륙하여 11시에 캘리포니아 산호세 국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산호세 공항에 도착하니 샌프란시스코 정토회 회원인 박일환 님이 마중을 나와 있었습니다. 반갑게 인사한 후에 곧바로 김준자 님의 댁으로 출발하였습니다.

김준자 님의 댁에 도착하니 이번 강연 총괄을 맡은 임흥규, 최현숙 부부가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갑게 인사한 후에 점심 식사를 하였습니다. 스님은 시차 적응이 안 되어 밤을 꼬박 새웠다고 하며 양해를 구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날씨가 아주 좋고, 곳곳에 꽃이 만발해 있었습니다.

오후 1시 30분이 되자 샌프란시스코 정토회 회원들이 스님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속속 도착했습니다. 2시부터 3시까지 약 1시간 동안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회원들이 삼배로 인사를 하자 스님이 회원들에게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회원들은 최근에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하고 나서 어려웠던 점과 좋았던 점을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최근에는 정토회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현재 그 부분에 어떤 진척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정토회에서는 지난 백일법문을 계기로 실험적으로 1년 동안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용해 보고 평가할 예정입니다. 한국의 각 지부 단위에서는 법당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논의가 있습니다. 동래법당과 일산법당은 이미 다문화센터로 활용하고 있고요. 예전처럼 모든 지역마다 법당을 열자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지부 차원에서 우선 하나씩 실험적으로 운영해 보고, 오프라인 모임을 보강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아무리 감동하여도 스위치를 끄면 바로 사라집니다. 감동적인 영화 한 편을 보고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로 만나서 인적 교류를 하고, 선배에게 감화를 받는 기회도 어느 정도는 필요한 것 같아요. 이러한 온라인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공부나 학습은 온라인으로 하되, 실천 활동이나 의미 있는 행사는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의 경우 회원 수가 많지 않아 법당을 직접 관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온라인 방식이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는 법당을 마련하기가 어려우니 가정법회 식으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법회를 열면 어떨까요?”

“좋은 제안입니다. 천일준비위원회에서 검토해 보라고 하겠습니다.”

개인적인 질문도 몇 가지 나누고 나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회원들은 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드리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행사 준비를 위해 강연장으로 먼저 출발했습니다.

스님은 오늘부터 내일 새벽까지 운전 봉사를 하는 박일환 님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책을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숙소를 제공한 김준자 님에게도 책과 부처님 액자를 선물했습니다.

강연 시작 전까지 휴식을 하다가 간단히 요기를 한 후 강연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오늘 강연은 샌프란시스코 인근 샌마테오에 위치한 샌마테오대학 극장(College of San Mateo Theatre)에서 열렸습니다. 강연장에 도착하니 봉사자들이 모두 반갑게 스님에게 인사하였습니다.

강연장에서는 사전 행사로 북춤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도 잠시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대기실에서 공연을 한 학생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가 되어 스님이 무대 위로 걸어 나오자, 청중들이 큰 박수로 환영했습니다. 미국 현지인을 포함해 15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작년 9월 서니베일(Sunnyvale)에 있는 성 토마스 에피스코발 교회에서 강연을 한 후 1년 만입니다. 먼저 스님이 환한 웃음과 함께 인사말을 했습니다.

재앙이 복인 줄 알면 이 세상에 복 아닌 것이 없습니다.

“방금 뉴스를 보니, 여러분도 관심 있게 지켜보셨을 한국 대통령의 워싱턴 D.C. 방문과 한미 정상 회담이 무사히 잘 끝나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지난 주말에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미국 전역에서 성황리에 상영되었다는 소식도 들렸고요. 여러분은 미국에서 살면서 요즘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나요?”

“네!”

“지난 연말만 해도 나라가 무척 어수선했는데, 바로 이런 걸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고 합니다. 당시에는 힘들어도 잘 극복하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이에요. 재앙이 복인 줄 알면 이 세상에 복 아닌 것이 없습니다. 어려움이나 고통을 일부러 만들 필요는 없지만, 이미 주어진 재난을 피하려 애쓰기보다 잘 극복하면 그것이 곧 복이 됩니다. 이런 관점에 서면 인생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두려움은 사라집니다.

즉문즉설은 특정 주제로 강의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살아가며 겪는 어려움을 친구끼리 만나 이야기하듯 나누는 대화예요. 인생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자기 좋을 대로 살면 되지만, 그렇게 살다 보면 원치 않는 결과가 생겨 모순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왜 이럴까?’ 하는 의문이 들고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즉문즉설은 그런 고민을 편하게 주고받으며 ‘아, 별거 아니네.’, '이렇게 하면 되겠네.’ 하고 풀어 가는 자리입니다. 질문도 가볍게 해 주시면 되고, 저 역시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어요. 강의라면 주제를 미리 정해야 하지만 즉문즉설은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준비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한마디로 즉문즉설은 대화 형식의 강연이자 법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부터 손을 들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7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남편이 몰래 해외에서 다른 여성과 인공 수정으로 쌍둥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며 이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남편이 해외에서 낳은 아이들, 이 충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저는 결혼 25년 차입니다. 작은 행복에 감사하며 잘살고 있다고 믿었는데, 2주 전 남편이 해외에 다른 여성과 인공 수정으로 낳은 쌍둥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기들은 한 살이고, 남편이 큰돈을 본국으로 보내는 서류도 발견했습니다. 남편은 제가 이 사실을 안다는 걸 모릅니다. 현재 조용히 이혼 변호사를 찾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제가 꼭 배워야 할 가르침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없습니까?”

“예, 없습니다. 2013년에 인공 수정을 세 번 시도했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 말고 남편에게 불만이나 함께 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나요?”

“아니요. 완벽한 남편은 아니었지만, 그런 생각은 없었습니다.”

“완벽한 남편이라는 건 없어요.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었다면, 완벽한 남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이번 일에서 보듯이 남편이 자기 닮은 아이를 갖고 싶다는 욕망이 강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게 부도덕한 일인가요?”

“아이는 갖고 싶을 수 있지만 저에게 3년이나 숨긴 것은 부도덕하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이 솔직히 말했다면 질문자가 허락했을까요?”

“저는 남편을 많이 좋아해요. 아빠가 되고 싶으니 다른 방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면 기꺼이 보내 줬을 거예요.”

“허락해 주면 될 일을 왜 보내 주겠다고 이야기해요?”

“헤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왜 헤어져요? 부부가 헤어지는 건 함께 사는 게 힘들고 괴로울 때 하는 거죠. 아이 문제라면 서로 의논해서 해결할 수도 있는 부분이잖아요.”

“그런데 서로 의논이 없었습니다.”

“남편이 솔직했다면 기꺼이 헤어져 주었을 것이라는 말이잖아요. 그러니 남편 입장에서는 질문자에게 말하면 이혼하자고 할까 봐 걱정되었던 겁니다. 아이는 갖고 싶지만 그렇다고 질문자와 헤어지기는 싫어서 말을 안 한 겁니다.”

“그게 거짓말 아닌가요?”

“거짓말은 질문자가 ‘당신, 나 모르게 아이 낳았지?’라고 물었을 때 ‘아니야.’라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그냥 말을 안 한 것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남편이 그 여자와 주고받은 문자를 보았습니다. ‘이게 뭐냐?’ 하고 물었더니 남편이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라고만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약 아빠가 되고 싶거나 다른 여자와 살고 싶다면 말해라.’ 이렇게 말했을 때, 남편은 ‘그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남편은 아기를 갖고 싶어서 그랬지, 다른 여자와 살고 싶다는 뜻은 아니잖아요. 남편은 질문자와 이혼할 마음은 전혀 없는데, 아이를 너무 갖고 싶어서 아내에게 충격을 덜 주는 방법을 고민한 겁니다. 대리모를 통해 인공 수정으로 아이를 얻은 거예요. 다른 여자를 사랑한 게 아니라 아이가 목적이었던 거죠. 물론 아내 몰래 진행한 것은 잘못이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질문자에게 양해를 구해 데려올 생각이었는지도 모르죠. 자기 나름대로 궁리를 했을 겁니다.

만약 다른 여자를 좋아하는 게 핵심이고, 그러다 아이까지 생겼다면 바람을 피운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라면 ‘그 여자가 더 좋으면 가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안이죠. 그런데 이번 경우는 여자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아이를 갖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대리모를 통한 출산에 해당합니다. 질문자가 말했듯이 25년 동안 함께 살았는데, 이런 중대한 일을 상의 없이 혼자 결정한 점에서 기분이 나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자체가 이혼 사유로 반드시 이어질 문제는 아니라는 거예요.”

“두 사람이 연인인지, 대리모인지 그건 저도 아직 몰라요.”

“그러니 성급히 결정하지 말고 상황을 더 살펴보라는 거예요. 제가 보기에는 남편이 다른 여자를 좋아해서 가정을 버린 게 아니라 아이를 원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 같거든요.”

“남편이 욕심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지요. 스님을 너무 존경하지만, 지금 말씀은 받아들이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이건 둘 다 선택할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저는 하나만 선택하고 싶습니다.”

“질문자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은 자유예요. 그걸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일반적인 불륜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는 거예요.”

“남편이 아주 많은 돈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우리 부부의 공동 재산이에요. 제 돈으로 저도 모르게 세컨드 가족을 후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질문자는 지금 감정이 격해져서 ‘네가 나를 속였으니 함께 못 살겠다.’라고 결정하려는 겁니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실제 상황과 경제적 손실을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사건을 제외하면 남편에게 어떤 불만이 있었느냐?’고 가장 먼저 물어본 거예요. 원래 남편과 이혼하고 싶었다면 이번 사건은 좋은 명분이 될 수 있어요. 이혼 사유가 충분하고 재산 분할에도 유리하죠. 그러나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이 사건 하나 때문에 감정적으로 결정한다면, 시간이 지나 후회할 가능성이 큽니다. 남편이 잘못한 것이 이 사건뿐이라면 남편의 나머지 장점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남편을 두둔하자는 게 아니라 미래의 후회를 막기 위해 신중히 접근하라는 겁니다. 이 사건만 해결하면 되는 상황이라면 굳이 이혼까지 갈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는 거예요.

요즘은 혈연관계가 아닌 아이를 입양하는 가정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부부 양쪽과 생물학적 관계가 없는 아이를 입양하는 것과, 남편의 친자(親子)이지만 자신이 낳지 않은 아이를 받아들이는 것 중 어떤 선택이 나을까요? 대리모와 합의해 보상금을 지급하고, 친자 관계 확인 절차를 거치면 남편이 법적 친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남편과 아이의 혈연관계가 명확하므로, 혈연관계가 아닌 아이를 입양하는 것보다 법적 절차가 비교적 수월합니다. 제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대리모를 위해서가 아니라 질문자를 고려해서 하는 말이에요. 혹시 제 말이 남편을 돕자는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질문자가 손해 보지 않게 하려는 겁니다.

남편과 먼저 의논해 보세요. 남편이 이혼할 생각이 없다면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느냐?’ 하고 물어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재정 지원을 하고 아이를 데려오겠다.’고 한다면 질문자가 스스로 판단하면 돼요. 재산이 백만 불이라면, 십만 불을 대리모에게 주고 부부가 함께 사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재산을 나눠 각자 사는 것이 나을지, 먼저 계산을 해보라는 겁니다. 감정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손익을 따져서 선택하세요. 이 일은 남편이 바람을 피운 부도덕한 문제와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남편이 저에게 거짓말을 했잖아요.”

“질문자의 기준에서 보면 그렇죠. 그러나 제삼자가 보기에는 사정이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남편은 아내와 함께 인공 수정을 시도했지만 잘 안되자,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에 다른 방법을 찾은 거예요. 아내에게 알렸을 때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괜히 욕만 먹고 얻는 것도 없으니, 혼자 계획을 세워 추진했을 겁니다. 아이가 실제로 생길지, 혹은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3년이 흘렀을 수도 있죠.

제가 남편을 두둔하려는 게 아니에요. 처음부터 거짓말하려는 게 아니라 일을 벌여 놓고 차마 말 못 하다가 들켜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자가 조금 더 신중해졌으면 합니다. 25년을 함께 산 남편이라면 ‘여보,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은 이해해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어서 대화를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3년 동안 나를 속였다는 점만 따질 필요는 없습니다.

며칠 전 한일 회담이 있었습니다. 과거 일제 강점기 때 침략과 위안부 문제, 징용 문제, 명성황후 시해 같은 사건을 떠올리면 이가 갈리고 분노가 치밀어, 일본과 밥 한 끼도 같이 먹기 싫은 심정이 들죠. 그러나 일본이 아직 과거를 충분히 참회하지 않았더라도 미래의 이익을 위해선 협력이 필요합니다. 일본이 큰 나라 같아 보여도 미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작은 나라예요.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곤란한 처지에 놓였을 때는 주변의 작은 나라들과 협력해야 합니다. 과거를 용서하자는 게 아니라 미래의 이익을 위해 우선 협력하자는 거예요. 일본은 과거를 반성하고, 우리는 과거에만 매달리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해요. 협력이 곧 미래의 이익이니까요.

마찬가지로 지금 질문자와 남편의 상황도 서로 싸울 때가 아니라는 거예요. ‘네가 잘했니, 내가 잘했니’, ‘왜 3년을 속였니’ 하며 따질 때가 아니라,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함께 의논해야 할 때입니다. 대리모에 대한 보상을 포함해 현실적인 해결책을 함께 찾아야죠. 남편이 질문자와 함께할 의지가 없다면 논의 자체가 불필요하지만, 계속 같이 살고 싶다면 두 사람은 같은 편이지 적이 아닙니다. 만약 남편이 외도를 하다가 상대 여성과 얽혀 곤란해졌다고 해봅시다. 부부가 서로 싸우기만 하면 재산만 줄줄 새어나갑니다. 오히려 ‘너 유부남을 유혹했으니 고발한다.’ 하고 부부가 한편이 되어 대응해야 손해를 막을 수 있어요.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기분이 너무 상해서 같은 편인 남편과 싸우는 데만 몰두하고 있는 겁니다. 감정이 앞서니 제 말이 귀에 안 들어오겠죠.”

“예. 스님 말씀이 귀에 안 들어옵니다.”

“이해는 됩니다. 싸워서 나중에 손해 보고, 10년 후에 스님을 찾아와 ‘스님, 그때 제가 잘못 생각했네요.’ 하고 말해도 돼요. 그러나 제가 조언을 해드렸잖아요. 둘이 싸우지 말고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어떻게 풀까?’ 하고 의논을 해보라고요. 그 해결책 중 하나로 이혼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남편이 그 여자도 데리고 살고, 질문자도 데리고 살겠다고 한다면 그건 욕심입니다. 그럴 때는 이혼하자고 정리할 수가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재정 지원은 얼마로 할지, 아이는 어떻게 할지, 그리고 이혼이 나은지 아니면 이 정도면 괜찮은 남자이니 계속 살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아니면 다른 남자와 새 출발을 할지도 생각해 볼 수 있고요. 쉰이 넘은 나이라 쉽지는 않겠지만요.”

“어휴, 남자는 더 이상 관심 없습니다.”

“그럼, 혼자 사는 게 낫겠는지도 따져 보세요. ‘남편이 크게 나쁜 짓을 한 건 아니지만 굳이 같이 살 필요도 없으니 혼자 살겠다.’라고 판단된다면 이혼해도 돼요.”

“저는 이 일을 2주 전에 알고 경악했거든요. 정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았습니다. 스님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딱 듣는 순간 ‘아이고, 인구가 자꾸 줄고 있는데 아이 두 명이 늘어서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스님 말씀을 들으니 제 감정이 조금은 가라앉습니다. 그렇다고 제 마음이나 생각이 달라진 건 아닙니다. 잘 생각해 보겠습니다.”

스님은 청중을 향해 손을 들어 보라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질문자가 남편과 싸우지 말고 이 문제를 함께 의논해 보라고 조언을 했습니다. 이혼도 방법이지만 우선 같이 사는 방법까지 고려해 보라는 제안이었습니다. 이 제안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분은 손 들어 보세요. 그리고 ‘25년이나 함께 산 아내를 속일 정도면 싹수가 노랗다. 조용히 이혼하는 게 낫다.’라고 생각하는 분은 손 들어 보세요.”

4명 중 1명은 이혼하는 게 낫다고 손을 들었고, 4명 중 3명은 신중해야 한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물론 중요한 건 남의 의견이 아닙니다. 천하가 다 이혼하라고 해도 내가 같이 살고 싶으면 사는 것이고, 천하가 다 살라고 해도 내가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하는 거예요. 남의 의견에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다만 지금 이 일을 안 지 2주밖에 안 됐잖아요. 하늘이 무너진 듯한 심정이라는 건 평정심을 잃었다는 거예요. 평정심을 잃은 상태에서 내린 결정은 반드시 나중에 후회합니다. 남편과 차분하게 의논을 해보고 나서 ‘남편이 크게 잘못한 건 아니지만, 굳이 같이 살 필요도 없겠다. 혼자 사는 게 낫겠다.’ 하고 냉정히 판단한다면 이혼해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괘씸하다는 감정 때문에 성급히 결정하면 반드시 후회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입양을 고민하는데,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 남편과 사별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슬픔과 외로움이 큽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부모가 될 자격에 대한 의문이 있는데, 부모 자격증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 주의력이 약한 학생들에게 세계사 속 불교를 가르칠 때 무엇을 알려 주면 도움이 될까요?

  • 비영리 기관에서 봉사하며 인류를 위해 살고 싶은데,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요?

  • 인종차별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보면 분노가 생기는데,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더 질문하고 싶은 분들이 많았지만, 강연을 마쳐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이 강연을 마무리하며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원인을 규명해 지혜롭게 해결하는 방법이 있고, 둘째, 애초에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입니다. 남편이 어디서 아이를 만들었다고 해도 감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부부가 함께 의논해야 합니다. 예기치 못한 결혼생활의 위기지만, 벼락이나 교통사고처럼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위기였다면 그렇게 원망하지 않았을 겁니다. 남편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책임이 남편에게만 가는 것이죠.

인생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저 사건이 있을 뿐입니다.

크게 보면 부부 사이에 돌발 사건이 생긴 겁니다. 먼저 손잡고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안되면 해결책 중 하나로 이혼도 있는 거예요. 결혼은 사회적 약속입니다. 약속은 지킬 수도 있고, 해약할 수도 있는 것이죠. ‘절대 이혼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또 30년쯤 지나 이 사건을 돌아본다면, 지금처럼 큰 문제일까요? 별문제 아니에요. 오늘밤 내가 처마 밑에서 자느냐 호텔에서 자느냐는 당장은 큰일 같아도 1년만 지나도 아무 일이 아닙니다. 불고기를 먹었는지, 라면을 먹었는지도 마찬가지예요.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아요. 이 일도 결국 지나고 나면 젊었을 때 일어난 하나의 해프닝일 뿐이에요. 문제가 아님을 자각하면 지금 부딪힌 문제도 쉽게 풀립니다. 설령 문제라고 여겨도 조금 냉정해져서 지혜롭게 푸는 길이 있습니다.

인생은 이렇게 두 가지 길이 있어요. 불교 수행의 길은 '문제 아님을 자각하는 거'예요. 이것이 공(空) 사상입니다.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사실은 별문제 아니에요. 그냥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을 뿐입니다. 사람이 태어나거나 죽는 일도 자연계에서는 그저 하나의 사건일 뿐이에요. 매일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세상을 떠납니다. 죽는 것도 태어나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며 그저 하나의 현상이에요. 그래서 '문제없음을 자각하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입니다. 그보다 한 단계 낮은 것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인생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안 죽고 지금 살아 있다는 자체가 이미 성공이에요. 우리가 겪는 문제는 살아 있기에 겪는 겁니다. 죽었다면 이런 일조차 없을 테니까요. 본래 큰 문제가 아니라는 관점에 서면, 문제가 생겨도 ‘해결하면 된다.’ 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살면 삶이 훨씬 편안해집니다.”

강연을 마치고 곧바로 책 사인회를 했습니다. 참석한 사람 대부분이 길게 줄을 서서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사인도 받았습니다.

“오늘 강연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중이 모두 강연장을 빠져나가고 스님은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강연을 총괄한 임흥규 님에게 스님은 한국에서 가지고 온 책을 선물했습니다. 임흥규 님은 이번에 온라인으로 전법회원 수계식을 했는데 수계첩도 함께 증정하였습니다.

밖에서 책 판매를 한 봉사자들은 함께 사진 촬영을 하지 못해 스님은 따로 사진 촬영을 하면서 다들 수고가 많았다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봉사자들은 강연장을 뒷정리하고 묘덕 법사님과 함께 마음 나누기를 하고, 스님은 봉사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숙소로 향했습니다. 밤 10시 30분이 되어 숙소에 도착한 후 운전 봉사를 해준 이예정 님에게도 책을 선물했습니다.

내일은 새벽 4시 30분에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항으로 이동하여 비행기를 타고 LA로 이동한 후 저녁에는 북미 서부 순회 네 번째 강연을 이어 나갈 예정입니다.


2025 9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14

0/200

송은화

스님. 대단하세요. 늘 도움받고있습니다.감사합니다

2025-08-29 07:59:23

최영관

고맙습니다...

2025-08-29 07:37:42

손경희

잘 읽었습니다. 본래 문제 될 게 없으며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살면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인생을 가볍게 살 수 있는 길을 알려주시는 스님께 항상 고맙습니다.

2025-08-29 07: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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