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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북미 서부 지역에서 순회강연을 하기 위해 시애틀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오전에는 해외 일정을 떠나기 위해 짐을 정리했습니다. 한국에서 처리해 놓고 떠나야 할 업무들을 마무리한 후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오후 1시 30분에 서울 정토회관을 나와 인천 국제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실무자들이 먼 길을 떠나는 스님을 배웅하며 인사했습니다.
“스님, 건강히 잘 다녀오십시오.”
“그래요. 잘 지내요.”
2시 30분에 인천 국제 공항에 도착하여 곧바로 수하물을 부치고 출국 수속을 했습니다. 라운지에서 대기하며 업무를 보다가 오후 4시 40분에 인천 국제 공항을 출발하는 미국 시애틀행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스님은 비행기 안에서 좌석에 앉은 채로 하룻밤을 보내고, 10시간 10분을 비행한 후 시애틀 국제공항에 오전 11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22일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열린 외국인을 위한 영어 통역 즉문즉설 강연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In today's world where everything moves so fast, how can we cultivate daily routines to take time for contemplation, slow down, and discover beauty in everyday life? How can we avoid or overcome boredom and prevent ourselves from constantly scrolling on smartphones or rushing from task to task while feeling stressed and anxious? I think meditation could be helpful as well. I'm wondering if you could offer some advice on this matter."
(요즘 세상이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데, 어떻게 하면 일상에서 시간을 내어 사색하고, 속도를 늦춰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 수 있을까요? 지루함을 피하거나 극복하고, 스마트폰을 계속 들여다보거나 이 일 저 일 바쁘게 쫓아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해하는 것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명상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이에 대해 스님께서 조언해 주실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질문자가 천천히 살고 싶으면 그냥 천천히 살면 됩니다. 아무도 빨리 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마치 홍수 속에 나무 토막이 떠내려가듯이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언덕으로 기어오르려면 물살을 거슬러야 해요. 그러려면 힘이 듭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거슬러 올라가기보다는 그냥 휩쓸려 내려갑니다. 그러나 물살에 휩쓸려 가버리면 나중에 폭포를 만나게 됩니다.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반드시 물살을 거슬러야 합니다. 물살을 거슬러서 기슭에 닿으면 떠내려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힘들더라도 물살을 거슬러서 기슭에 안착할 것인가, 아니면 편하게 떠내려 가다가 폭포에서 떨어질 것인가 하는 것은 개인이 선택해야 할 문제입니다.
물살을 거스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우리의 삶을 바쁘게 만드는 일들은 대부분 꼭 필요하지는 않은 일들입니다. 머리가 하얗다면 물들일 필요가 없이 그대로 두면 되고, 귀걸이나 목걸이도 할 필요 없고, 옷도 그냥 몸만 가리면 되고, 음식도 배만 채우면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손톱도 다듬어야 하고, 팔찌도 껴야 하고, 입술에 립스틱도 발라야 하고, 향수도 뿌려야 하고, 로션도 발라야 하고, 술도 마셔야 하고, 담배도 피워야 하니까 바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사실은 이런 것들은 안 해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어요. 여러분들의 일상 중에 90퍼센트는 안 해도 될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앞으로 문명이 더 발달해서 교통이 편리해지고 모든 것이 다 갖춰져도, 절대로 한가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바빠집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또 다른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하든지 말든지 내가 안 해버리면 여유가 생깁니다. 그래서 한가하게 살고 싶으면 지금 한가하게 살면 됩니다. 예를 들어, 동물처럼 생존에 관계되는 기본적인 것을 제외하고 다 멈춰 버리면 돼요.
저하고 여러분을 한번 비교해 보세요. 저는 같은 색깔의 옷을 두세 벌만 가지고 평생 입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여러 가지 옷을 입잖아요. 구입하는 데 돈도 들고, 매일 아침 무엇을 입을지 고르는 데도 시간이 들어요. 음식도 여러 가지를 먹어야 하잖아요. 그러니 저보다 열 배는 더 바쁠 수밖에 없어요. 머리도 저처럼 그냥 짧게 잘라 버리고, 화장도 안 하고, 옷도 단색으로 입고, 신발도 하나만 신고, 밥은 간단하게 먹고, 잠은 아무 데서나 자면, 사실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가하게 지낼 수도 있고, 일을 한다면 여러분보다 열 배 많은 일을 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 바쁘게 살든, 한가하게 살든, 그건 여러분들의 선택이에요. 세상을 탓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여러분은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살아가잖아요? 그럼 바쁘게 사셔야 해요. 이런 근본적인 생각을 안 바꾸고 명상을 하거나 수행을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그건 그냥 잠시 멈춤이 될 뿐이에요.”
"Thank you. I understand well."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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