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8.11. 경주 남산 천룡사 답사
"유방암 치료를 받은 여자친구와 결혼하려는 아들, 반대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공동체 법사단과 함께 경주 남산 천룡사를 답사한 후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하기로 한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9시 20분에 두북수련원을 출발해 경주역으로 향했습니다. 경주역에서 평화재단 기획위원들을 차에 태우고 함께 경주 남산으로 향했습니다.

백운암에 도착한 후 산길을 걸어 내려와 10시 40분에 천룡사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도착한 공동체 법사단이 스님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스님, 어서 오십시오.”

다 함께 먼저 법당으로 가서 삼배를 했습니다. 공동체 법사단은 동북아역사기행을 마치고 귀국한 스님께도 삼배로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오느라 수고했다는 말을 경상도 식으로 웃으며 했습니다.

“다들 바쁜데 뭐 하러 왔어요?” (웃음)

이어서 선당으로 이동하여 정토회 불사위원회 위원장인 유수 스님으로부터 내년에 시작할 천룡사 종합 정비 계획에 대해 발표를 들었습니다.

삼국유사에 ‘이 터는 명당이라 천룡사가 흥하면 나라가 흥하고, 천룡사가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용성 조사님의 유훈 가운데 하나가 이곳 천룡사에 다시 절을 지으라고 하신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나라의 독립을 기원하기 위해서였고, 그 이후에는 통일과 새로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이 절을 복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통일 대한민국의 국운이 열리게 하기 위해서 오랫동안 천룡사 유적지 정비 사업을 위해 노력을 해왔습니다. 드디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고 계획을 수립하게 되었습니다.

“이곳 천룡사는 1500년의 역사를 가진 호국호법 도량입니다. 천룡사 종합 정비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많은 검토를 하고 있는데, 유적지 관리소 등 정비 사업을 어떻게 할지가 현재 가장 큰 쟁점입니다.”

전체 땅의 모습과 지형을 설명한 후 불사위원회에서 만든 초안 네 가지를 발표했습니다. 발표를 듣고 나서 스님이 보충 설명을 했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원래의 위치에 짓는 것이지만 땅속 유구(遺構)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문화재 보호 원칙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원래의 위치에 건물을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불사위원회에서 여러 가지 대안을 만들어 온 겁니다. 전통에 맞지 않게 지으면 두고두고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게 됩니다. 그래도 가급적 전통과 크게 어긋나지 않게 지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혜를 모아 보고자 여러분들을 부른 겁니다.”

참석한 분들과 30분 정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쟁점이 되는 부분에 대해 다양한 질문과 제안이 오갔습니다.

설명만 들어서는 감이 오지 않아서 현장에 가서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건물을 지어도 좋다고 허가가 난 곳으로 가서 스님이 설명했습니다.

”건물을 지어도 좋다고 허가가 난 곳은 여기서부터입니다. 한번 보시고 어디에 건물을 지으면 좋을지 한번 의견을 주세요. “

한 시간 동안 천룡사 일대를 둘러보며 지형 지세와 탑의 위치를 고려할 때 어느 방안이 가장 적절할지 다각도로 살펴보았습니다.

현장에서 지형지세를 직접 보니 불사위원회에서 제안한 네 가지 방안은 각각 장단점이 있었습니다. 탑의 위치도 고려해야 하고, 지형지세도 고려해야 하고, 방향도 고려해야 하고, 쉽게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웠습니다. 이후에 조금 더 식견이 있는 스님들과 답사를 더 해 보기로 하고 12시가 되어 논의를 마쳤습니다.


틈수골로 걸어서 내려가려 했는데, 비가 많이 와서 등산로가 차단되어 있었습니다. 아침에 왔던 길로 돌아가서 백운암까지 오른 후 차를 타고 경주 남산을 내려왔습니다.


스님은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함께 두북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함께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계속 회의를 했습니다. 회의는 해가 저물고 저녁까지 이어졌습니다. 앞으로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어떻게 전개가 될지 전망하면서 하반기 평화재단 사업에 대해 논의를 한 후 밤늦게 회의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포항에 있는 해군 항공 사령부 초청으로 군장병들과 군인 가족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달 18일 고양시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유방암 치료를 받은 여자친구와 결혼하려는 아들, 반대해야 할까요?

“저에게는 34살 아들이 있습니다. 지금 한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는데, 여자친구가 유방암으로 인해 항암 치료와 수술을 받은 지 4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아들의 여자친구 말로는 두 번째 만남 때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했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린 후에 사귀자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의 아들은 그 여자친구와 사귀고 싶었기 때문에 저와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계속 만났고 저희는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남편은 아들의 교제를 많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주변 지인들의 반응도 나뉘었는데요. 신앙 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건강에 문제가 있어도 결혼 후 건강 관리를 잘하면 잘 사는 경우가 많으니, 엄마가 나서서는 안 된다고 하였고, 반대로 신앙 생활을 하지 않는 지인들은 암은 재발 가능성이 높고 자녀에게 유전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극 결혼을 말려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제 남편은 더 나아가 저에게, 도대체 아이를 어떻게 키웠길래 부모가 하는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이 반대하는데도 제가 아들과 쑥덕거리기만 하느냐고 역정을 냅니다. 저로서는 아들의 이전 여자친구와의 교제를 한차례 반대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강하게 나서기가 어렵습니다. 지금의 여자친구는 심리 상담을 전공해서인지 아들을 잘 이해해 주고, 그래서인지 아들이 여자친구에게 푹 빠져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를 여쭙고 싶습니다.”

“질문자의 입장이 왜 중요해요? 질문자가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요.” (웃음)

“남편이 자꾸 저한테 뭔가 역할을 강요해서요.”

“질문자에게는 아무 권한이 없습니다.”

“정말 권한이 없습니까?”

“질문자는 아무 권한이 없어요. 자식이 스무 살 이전에 결혼할 때는 보호자로서의 부모에게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스무 살 이하의 자식은 부모의 허락 없이 법적으로 결혼도 할 수 없고, 승려도 될 수 없고, 신부도 될 수 없어요. 그런데 스무 살이 넘으면 법적으로,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성인이 되었으므로 자기 결정권이 있습니다. 결혼은 자기 결정권에 해당합니다. 만약 부모가 자식의 결혼에 관여한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과거에 자식의 결혼에 관여해 온 관습적인 문화일 뿐이에요.

물론 질문자가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이때는 부모로서가 아니라 재산을 가진 사람으로서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부모의 뜻을 따르면 경제적인 지원을 더 해주겠다는 식의 이해관계로밖에 접근할 수 없어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부모의 결혼 승낙’이라는 것을 잘 생각해 보면, 사실은 그 승낙 여부에 따라 경제적 지원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맥락에서 나온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부모에게는 자식의 결혼에 관여할 아무런 권한이 없는 것입니다. 물론 자식보다 더 오래 살아온 부모로서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 하는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결정권은 전적으로 성인인 당사자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 구분이 가장 먼저 되어야 해요.

두 번째로 생각해 볼 점은, 지금 질문자의 아들이 단지 연애만 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결혼까지 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결혼을 하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아들은 스스로 결혼할 수 있는 성인인데 무엇 때문에 부모에게 자꾸 결혼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혹시 결혼 자금을 달라는 상황인가요?”

“아니요. 돈을 달라는 상황은 아닙니다.”

“그럼 스스로 판단해서 하면 되지요.”

“저희가 살아온 경험으로 보았을 때는 유방암 치료를 받는 여성은 결혼 후에 자궁암으로 번질 수도 있고 재발할 위험도 있는데 왜 그 가시밭길을 걸으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자동차를 타면 교통사고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동차를 타지 말아야 할까요? 또, 비행기를 타면 추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비행기를 타지 말아야 할까요? 어떤 일을 하든지 위험 부담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당연히 암은 재발할 위험이 좀 더 높은 질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암 수술을 하고 나서 4년이 지났는데도 재발하지 않았다면 향후 10년 이상은 재발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암은 보이지 않게 몸속에 퍼져 있기 때문에 수술 후 3년 이내에 몸의 다른 부위에 전이되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질문자의 아들이 진심으로 지금의 여자친구를 좋아한다면, 오히려 여자친구가 일찍 죽을 가능성이 높을수록 더 빨리 결혼해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에 상대가 죽고 없다면 결혼할 수가 없잖아요. 결혼해서 몇 년이라도 함께 살다가 사별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봤다고 추억할 수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의견을 바꿔 놓고 한번 생각해 봅시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몇 년이라도 함께 살아 보면 그 사람이 죽더라도 내 마음이 훨씬 좋지 않을까요? 사랑하는 사람과 한번 살아 보고 나서 사별하는 것은 또 다른 사람과 살아볼 기회도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 결혼을 반대하는지 모르겠네요. 관점을 이렇게 바꿔 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들에게는 일거양득이네요.” (웃음)

“네. 따지고 보면 이런 상황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됩니다. 남편도 자기 생각이 있을 수가 있으니까 남편이 반대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요. 그럴 때는 남편이 뭐라고 하더라도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면 돼요. ‘스님한테 물어보니까 이것은 좋은 일이랍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남편은 ‘결혼도 안 해본 스님이 뭘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해?’라고 나올 겁니다. 그러니 남편에게는 무조건 이야기를 들어 주고 ‘잘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아들에게는 남편의 이야기를 강요하지 말고 ‘아빠의 의견은 이렇단다.’라는 정도로만 전해 주면 됩니다. 그래도 아들이 결혼하겠다고 하면 남편에게 ‘그래도 아들이 결혼을 하겠답니다.’라고 전하기만 해야지, 질문자는 절대 자기 의견을 내면 안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부모가 자기 의견을 내기 때문에 갈등이 커집니다. 내가 아들을 편들면 남편과 싸우게 되고, 남편을 편들게 되면 아들과 갈등이 생깁니다. 그래서 여기서도 ‘네’, 저기서도 ‘네’ 하며 전달자 역할만 하면 됩니다.

옛날처럼 결혼을 한 번밖에 못 한다거나 아이를 반드시 낳아야 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요즘은 결혼을 안 해도 되고 아이도 안 낳아도 될 뿐만 아니라 아이를 낳고도 한 번 더 결혼해도 되는 시대예요. 모든 가능성이 다 열려 있기에 질문자의 상황은 고민할 만큼 큰일이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무 고민거리도 아니에요. 만약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나서 사별했다면, 그 사람과 닮은 아이를 보면서 그리워할 수도 있고, 새로운 여자와 또 결혼할 수도 있고, 일거양득입니다. 아무 일도 아닙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질문자만큼은 오늘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랍니다. 다만 이 상황에서 절대 조정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고민이 해결되었습니다.”


2025 9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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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따라 살아야 할듯요~
고맙습니다.

2025-08-14 14:17:05

풀빛KSY

매일 감사드립니다.🙏

2025-08-14 13:50:05

서건성

절대로 결정자나

2025-08-14 13: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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