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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5개월 간의 공부를 마치고 새로운 시작으로 나아가는 뜻깊은 날입니다.
스님은 동북아역사기행의 여독을 풀 새도 없이 곧바로 오전 10시부터 정토불교대학 졸업식에 참석했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에는 오프라인반 졸업생 분들, 기본반과 생방송반 개근상 수상자 분들을 포함하여 400여 명이 자리했습니다.
삼귀의와 수행문을 함께 낭독한 후 정토회 대표 전해종 님이 축하 인사 및 경과보고를 해주었습니다.
“저는 17년 전에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고 천일결사 기도에 입재해서 매일매일 수행 정진을 해나갔습니다. 당시 제 딸이 초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수행 정진의 과정을 거치면서 딸한테 ‘인생은 괴롭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가 있었습니다. 졸업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앞으로 정토회 회원이 되셔서 함께 수행하고 봉사하는 일을 계속해 나가실 것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어서 정토불교대학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오프라인반 진행자와 반 담당 봉사자들이 축하 공연을 해주었습니다. 노래 ‘우리의 꿈’을 부르며 신명나는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봉사자 분들이 학생들의 졸업을 얼마나 축하하는지 느낄 수 있는 무대였습니다. 다음은 지난 5개월의 정토불교대학 과정을 돌아보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활동에 참여한 불교대학 졸업생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졸업생들은 정성을 다해 불교대학을 운영해 준 법사님들과 불교대학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다음은 졸업장을 수여했습니다. 2025년 3월 정토불교대학 졸업생은 해외를 포함하여 1600 여 명입니다. 오늘은 그분들을 대표하여 3명의 졸업자들이 무대로 올라와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졸업장은 정토불교대학 학장인 법륜스님이 직접 수여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는 모든 분들께 축하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다음은 개근상 수여를 한 후, 이어서 정근상 수여를 했습니다. 개근상은 200여 명이 받고, 정근상은 220여 명이 받았습니다. 개근상과 정근상 수상자들의 명단은 화면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대표 수상자 분들은 무대 가운데에서 스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개근상과 정근상을 수상한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축하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다음은 불교대학에 다니면서 삶의 변화를 경험한 분들의 졸업 소감을 들어 보았습니다. 졸업생 중 여섯 명이 단상 위에 올라, 지난 1년 동안의 배움과 수행이 가져온 변화를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는 목소리로 들려 주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모두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깊이 마주하고 괴로움에서 한 걸음 자유로워졌다는 것이었습니다.
“108배를 하던 중 과거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순간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마음이 들며 과거와 마주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과거는 그저 추억이고 경험이며 그림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 더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죽음 또한 삶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연장선에서 가만히 멈추는 것임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그냥 살다가 죽음이 오면 마지막을 알아차릴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에서 제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많이 공감하고, 그래서 더 쉽게 흔들리는 사람이었습니다. 30년 넘게 민원 업무를 하면서 감정을 억누르고 상처를 받아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를 화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깨달음은 강력한 무기가 되어, 업무 중의 긴장 병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이제 무엇에도 끄달리지 않는 주인 된 자유로운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업을 들으며 괴로움이 내가 만든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실이란 것도 결국 ‘내 것을 잃었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는데, 과연 그것이 정말 내 것이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 ‘사람이 죽지 않은 집이 어디 있소.’ 이 말을 듣고 나니, 태어난 이상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을 괴로움에 매몰되어 겪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제가 ‘내가 옳다’는 생각이 참 강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매일 아침 108배를 하며 그 생각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엄마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러자 엄마가 느꼈을 고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예전에는 제 고통에만 매몰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의 고통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감정을 느끼되 거기에 휘둘리지 않고,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는 시선을 익혔습니다.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생겨나고 인연 따라 사라지며, 그 안에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법의 이치를 배우니 하루하루가 선명하고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귀해지니 남도 귀해지고 세상도 더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모든 것을 법에 맡기니 허무함이 아니라 가능성의 바탕이 되었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평온해졌습니다.”
“수행을 계속하다 보니 나누기 시간에 제 마음을 드러내게 되었고, 그만큼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면서 가벼워짐을 느꼈습니다. 법을 배우고 정진하면서 괴로움이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기에, 이제는 삼귀의를 할 때 형식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여유가 생기니 저 자신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고, 예전에는 남의 이야기 같던 봉사도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섯 명의 졸업생은 서로 다른 이유로 정토불교대학에 발을 들였지만, 모두가 배움과 수행을 통해 과거의 상처와 집착에서 벗어나고, 관계 속의 갈등을 풀어내며, 감정과 괴로움을 다루는 지혜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 소감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변화의 씨앗이 되기를 바라며 소감을 발표해 준 분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불교대학 학생들의 감사한 마음을 담아 법륜스님에게 꽃다발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바른 법으로 인도해 준 법륜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스승의 은혜를 함께 불렀습니다. 현장에 참석한 졸업생들도 다 같이 일어나 큰 박수로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졸업생들은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졸업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정토불교대학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 한 번 갈무리하면서 졸업생들이 앞으로 어떻게 수행을 이어나가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먼저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이번에는 평소처럼 온라인으로만 진행한 정토불교대학 강의뿐 아니라, 백일 법문 기간 중 현장에서 직접 강의를 들으신 분들, 그리고 영상을 통해 수강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번 학습은 세 가지 형태로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정토불교대학 졸업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도 꾸준히 공부해 오늘 졸업을 맞이한 여러분을 보니 정말 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중에는 개근과 정근까지 이루신 분들도 있습니다. 학습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출석과 참여를 꾸준히 이어 온 것만으로도 이미 수행이 많이 된 것입니다.
지난 5개월 동안 우리가 공부한 핵심 주제는 ‘내가 괴로움 없이 살 수 있는가?’였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괴로움 없이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완전히 괴로움 없이 살지는 못하더라도, 공부를 이어 오며 괴로움이 줄어든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조건인데도 괴로움이 줄어들었다면, ‘더 공부하면 괴로움이 더 줄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나아가 ‘언젠가는 괴로움 없이 살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괴로움이 없는 삶을 인도말로는 니르바나(Nirvana)라고 하며, 우리말로는 ‘열반’이라고 합니다. 뜻을 해석하면 ‘괴로움이 없는 상태’입니다. 건강이란 아프지 않은 것이고, 행복이란 괴로움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즐거움을 행복으로 착각합니다. 하지만 즐거움 뒤에는 반드시 괴로움이 따릅니다. 즐거움을 행복으로 삼는 순간 괴로움이라는 불행이 따라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인생이 괴로움과 즐거움이 되풀이되는 윤회(輪廻)라는 것도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행복의 기준은 즐거움이 아니라, 괴로움이 없는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괴로움이 없는 상태란 마음이 고요한 상태입니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면 즐거움이 와도 그 속에 빠지지 않습니다. 반드시 괴로움이라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괴로움이 와도 그 속에 빠지지 않습니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에 그 크기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어려움을 예상하면 불안하다고들 하지만, 그것은 피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어려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실제로 그 괴로움마저 작아집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돈을 빌리면 그 순간은 즐겁지만, 언젠가 갚아야 한다는 사실이 괴로움이 됩니다. 갚지 않으려 하면 빚쟁이가 찾아올까 두려움이 생기지만, 당연히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갚을 때도 ‘그동안 잘 썼습니다.’ 하고 돌려줄 수 있습니다. 열반은 애초에 빌리지 않아 갚을 필요가 없는 상태입니다. 또 빌렸으면 당연히 갚아야 합니다. 이런 도리를 알면 설령 돈을 빌리더라도 기꺼이 갚게 되고, 윤회조차 두렵지 않게 됩니다.
괴로움이 없는 상태로 나아가려면, 먼저 지금 내 상태를 살펴야 합니다. 스트레스가 많거나 불안하고 초조하다면 괴로운 상태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왜 괴로울까요? 첫째, 원하는 대로 다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원하는 대로 다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원하지 말라.’가 아니라, ‘돼도 좋고, 안 돼도 좋다.’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원하는 것이 된다고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고, 안 된다고 꼭 나쁜 것도 아니에요. 원하는 것이 돼도 들뜨지 않고, 안 돼도 낙담하지 않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우리는 자기 성질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로는 이익보다 성질이 앞설 때도 있어요. 생명은 가장 중요한 가치인데, 성질이 확 나면 죽는 것도 겁을 안 냅니다. 상대가 칼을 들고 위협하는데도 배를 내밀면서 ‘찔러라, 찔러!’ 하고 맞서는 경우가 있어요. 이익보다 성질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셋째, 무지입니다. 독인지 약인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면서도 옳다고 생각해 행동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나중에 보면 손해가 막심한 경우가 많아요. 요즘 흔한 보이스 피싱 피해도 순간의 무지 때문에 당하는 거예요. 이런 찰나의 무지가 막대한 손실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의 근본 원인은 집착입니다. 하려는 마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집착이 문제입니다. 이 집착, 즉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을 조금만 내려놓아도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마치 산에 가면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그저 그러한 일일 뿐입니다. 그러니 괴로울 것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괴로움이 없는 상태를 어떻게 하면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요? 항상 깨어 있어야 합니다. 즉 ‘알아차림’을 유지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정토불교대학에서 이러한 내용들이 담겨 있는 사성제(四聖諦)와 팔정도(八正道)를 배우고, 세상의 모든 존재가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연기법을 배우고, 시간적으로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인연과보(因緣果報)를 배웠습니다. 또 괴로움과 즐거움, 그리고 안다는 것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배우고, 십이처(十二處), 십팔계(十八界), 오온(五蘊)을 익혔습니다. 이런 것을 단순히 지식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면 괴로움이 생길 때 그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괴로워지고 싶으면 그대로 살면 되고,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그렇게 살지 않으면 됩니다. 내 운명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내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그러면 무언가를 바라더라도 거기에 매몰되지 않습니다.
정토불교대학의 첫째 목표는 괴로움 없이 사는 것입니다. 둘째 목표는 내가 주인이 되어 사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남을 탓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이 줄어듭니다. 세상에는 성공과 실패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잘 되면 좋은 것이고, 잘되지 않으면 연구해서 다시 시도하면 됩니다. 때로는 실패가 더 큰 성공의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게 되면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함께 공부해 온 내용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이 말은 곧 여러분이 궁극의 길에 들어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옛 선사가 남긴 말 중에 ‘집 앞 한 길이 장안을 향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즉, 집 앞의 길이 서울로 이어지듯, 수행의 첫걸음을 내딛는 것은 곧 성불로 향하는 길에 들어선 것과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수행자로서 첫발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두 걸음, 세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직 한 발도 못 뗀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방금 소감문에서도 ‘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발을 내딛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으면서 착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실제로 첫발을 내딛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지금까지 머물던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편안해지는 것, 이것이 일반적인 종교의 모습입니다. 돈이 없을 때 도움을 받거나, 넘어졌을 때 누군가가 일으켜 주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그러나 수행은 다릅니다. 나의 무지를 깨우쳐 스스로 눈을 뜸으로써 직접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이 수행이에요.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눈을 뜨는 데 도움을 주는 안내자가 있을 뿐이에요. 이것을 우리는 스승이라고 부릅니다.
여러분이 실제로 눈을 뜨고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하면, 이전에는 아무리 믿고 싶어도 믿기 어려웠던 것들이 경험을 통해 확실히 믿어지게 됩니다. ‘뜨거우니까 만지지 마라.’고 말해도 속으로는 ‘혹시 만져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남아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손을 딱 대보고 실제로 뜨겁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아무리 권해도 다시는 만지지 않게 됩니다. 믿음이 흔들린다는 것은 아직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교대학에서 깨달음이 수행의 길임을 알았다면, 그 맛을 ‘깨달음의장’에서 직접 경험해 봐야 합니다. 불교대학에서 배운 깨달음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깨달음의장’입니다.
마음 공부를 통해 마음의 문이 조금 열렸다면, 이제는 더 깊이 열어야 합니다. 알아차림이 어느 정도 됐지만 좀 더 세밀하고 깊이 알아차려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경전대학을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또 알아차림의 경험을 더 깊이 하기 위해서는 ‘나눔의장’에 참여하면 도움이 됩니다. 자신의 미세한 마음을 알아차리면 타인의 마음도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가 내 마음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남의 마음도 내 생각으로만 짐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부부가 30년을 함께 살아도 서로의 속마음을 잘 모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미진함이나 약간의 불신과 의심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부분을 채워 주는 프로그램이 ‘나눔의장’입니다.
그리고 불교대학을 졸업하면 꼭 가야 하는 프로그램이 인도 성지 순례입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현장 학습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부처님이 혁명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책 속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지난 일주일 동안 동북아역사기행을 다녀왔습니다. 동북아역사기행은 세 가지 목표가 있습니다. 첫째, 고구려와 발해 유적지 답사, 둘째, 독립운동 유적지 답사, 셋째, 압록강·두만강·백두산이라는 자연환경 체험입니다. 참가자들은 강의와 영상, 스님의하루 글을 통해 이미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현장에서 북녘 땅과 건물, 사람을 직접 보고, 발해성과 고구려성, 장군총, 광개토 대왕비를 직접 접하니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스님의 법문도 감동적이지만,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을 때의 감동은 훨씬 깊습니다. 지식의 전달과 감동의 전달은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현장 학습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이 불교대학을 통해 수행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앞으로는 매일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기 힘들더라도 그 시간에 일어나 정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천일결사에 참여해서 꾸준히 정진해야 합니다. 초심자는 혼자 정진을 하면 쉽게 그만둘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천일결사에 참여하면, 실제로 했는지 안 했는지 백일마다 점검하고, 법문을 들으며 격려받기 때문에 포기할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꾸준히 정진하려면 천일결사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수행자로서 첫발을 디딘 입문자입니다. 즉 수행자의 대열에 들어온 것입니다. 그래서 정토회 회원이 될 수가 있습니다. 정토회 회원이 되면 수요일마다 열리는 수행법회에 정기적으로 참석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정토회 회원이 참석할 수 있는 수행 및 수련 프로그램에는 깨달음의장, 나눔의장, 명상 수련이 있습니다. 학습 프로그램으로는 정토불교대학, 경전대학이 있고, 앞으로 불교사회대학도 개설될 예정입니다. 여행 프로그램으로는 인도 성지 순례와 동북아역사기행이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프로그램이 있으니, 여러분이 시간 나는 대로 선택해서 공부하시면 되겠습니다. 앞으로는 수행법회와 경전대학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졸업생들을 위해 따뜻한 법문을 해준 스님에게 모두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다음은 졸업생 누구나 앞에 나와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1분 스피치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졸업생들이 차례로 1분 스피치에 나섰습니다.
첫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졸업생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단했습니다.
“입학 전에는 제 뜻대로 하려는 고집과 교만함이 많았다는 것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고, 수행 정진이라는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었지만, 직접 행동으로 실천하며 변화하는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어 제 자신이 기특하게 느껴집니다. 이 모든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두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분은 장애가 있는 딸을 키우며 느낀 삶의 무게를 솔직하게 털어 놓았습니다.
“삶이 왜 이렇게 괴로운지 고민하다가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처음 목표였던 100% 출석을 달성했고, 깨달음의장에서 머리로만 알던 가르침을 몸으로 체득했습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을 조금씩 내려놓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수행 정진을 이어 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9월부터 경전대학에 진학해 저를 더 알아가고, 세상에 쓰임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세 번째 발표자는 밝은 미소로 사람들 앞에 섰습니다.
“불교대학에서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제 노력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의 인연과 도움으로 가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이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부족하더라도 어디서든 쓸모 있고 쓰임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바로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내려놓으며, 감사와 나눔의 삶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졸업식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기념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간반, 저녁반, 청년반, 생방송반, 기본반 등 반별로 무대로 올라와 스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대강당을 나갔습니다.
졸업식을 맞아 지하 3층 로비에도 포토 부스가 마련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졸업식이 끝난 후 포토 부스에서 사진을 찍으며 오늘을 기념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2시부터는 정토회관 방송실에서 온라인으로 정토경전대학 졸업식에 참석했습니다. 경전대학 학생들도 5개월 동안의 공부를 마치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 가는 뜻깊은 날입니다. 졸업생은 대부분 교실별로 생방송을 함께 시청하고, 화상 회의 방에는 개근상과 정근상 수상자들이 자리했습니다.
정토회 대표의 축사를 들은 후 축하 공연과 지난 5개월 동안의 경전대학 활동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이어서 정토경전대학 학장인 스님이 국내외 1100명의 졸업생에게 졸업장을 수여했습니다.
“졸업장을 드립니다.”
“잘 받았습니다.”
화상 회의 방에서 축하의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140여 명이 개근상을 받고, 130여 명이 정근상을 받았습니다.
박수 소리를 뒤로 하고 졸업생 세 분의 소감문 발표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 분 모두 배움을 통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삶의 방향을 새롭게 세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불교대학에서는 괴로움을 알아차리는 법을, 경전대학에서는 괴로움에 붙들리지 않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제는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어도 ‘있구나’ 하고 흘려보내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복잡한 일이 닥쳐도 숨을 고르고 중심을 잡는 힘이 생겼습니다. 예전 같으면 불안하고 초조했을 상황에서도 이제는 탁 놓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행은 저에게 크고 작은 삶의 장면에서 가볍고도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앞으로는 괴롭지 않은 삶을 넘어, 잘 쓰이는 삶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아내의 일방적인 이혼 통보로 괴로움이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경전대학에 등록했습니다. 금강경을 배우며 ‘가져야 행복하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주되 기대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배웠습니다. 원망으로 가득했던 마음은 ‘안 됐다’는 마음으로 변했고, ‘나랑 사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불쌍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상처는 남았지만 이제는 많이 아프지 않습니다. 요즘은 5시 45분 새벽 기도를 마치고, 고등학생이 된 막내의 아침밥을 준비하며 가볍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불교의 과학적·철학적·현실적인 가르침과 대승 불교의 보살행, 금강경의 공 사상, 육조단경의 선 사상은 흔들리는 제 마음을 붙잡아 주었습니다. 공부에만 그치지 않고 실천과 공동체 유대를 중시하는 문화에 깊이 감명받았습니다. 이 사회가 나를 소외시킨 적이 없음을 깨달았고, 외로움과 소외감이 물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마침내 나의 세상에서 주인이 되었습니다. 이 법이 널리 전해져, 저처럼 쉼 없이 헤매는 사람들이 마음의 안식처를 찾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경전 공부와 수행을 통해 마음의 변화를 이루고 삶의 중심을 되찾았다는 세 분의 이야기에 모두가 큰 박수로 공감을 했습니다.
이어서 졸업생 일동은 바른 법으로 인도해 준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스승의 은혜’를 함께 불렀습니다.
다음으로 졸업생들이 삼배로 법을 청하자, 스님이 졸업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경전대학을 졸업한 이후 어떻게 수행하고 보시하고 봉사하며 살아야 하는지 자세하게 안내해 주었습니다.
“정토경전대학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졸업 축하 공연과 소감도 잘 들었습니다. 정토 불교대학 졸업이 수행의 문을 열어 수행자로서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면, 정토경전대학을 마쳤다는 것은 수행자의 길을 걸으며 이미 몇 걸음 나아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려울 때 자신을 도와줄 능력 있는 존재가 있다고 믿고, 그 존재에게 도움을 청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종교라 하고, 그 믿음을 신앙이라 합니다. 반면 수행은 내가 겪는 어려움이 나의 무지와 어리석음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고 그 어리석음을 깨우쳐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토끼나 다람쥐도 스스로 살아가는데, 사람이 남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한다면 잘못된 생각입니다. 지금 내가 자립하지 못하는 이유는 능력이 없거나 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어리석기 때문입니다. 그 어리석음을 깨우치면 누구나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을 가진 사람이 수행자입니다.
여러분은 이제 경전대학을 졸업했으니 학생 신분을 벗어나 정토회 회원이 되어 자발적으로 깨달음의장에 참여하고, 시간이 될 때 나눔의장, 명상 수련, 인도 성지 순례에도 다녀오셔야 합니다. 천일결사에 참여해서 매일 정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시간이 다소 들더라도, 다섯 시간 자고 한 시간 수행 정진하는 것이 여섯 시간 자는 것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훨씬 건강에 좋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거나 사람을 대할 때도 더 건강하게 대할 수 있습니다. 늘 원망하고 오해하며 미워하는 대신, 맑고 밝은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세상일이 별거 있겠어요? 졸업 소감을 발표하신 분 중에 이혼 때문에 화가 난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결혼한 사람에게 이혼은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진 듯한 청천벽력 같은 사건일 거예요. 그러나 결혼하지 않은 제 입장에서는 별일 아니에요. 좋아서 같이 살다가 싫어지면 따로 사는 것이지, 이혼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에요? 혼자 살고 싶으면 혼자 살면 되고, 누군가와 같이 살고 싶으면 다른 사람과 살아 보면 되고요.
어떤 분이 자기는 전생에 죄를 얼마나 지었기에 결혼을 세 번이나 했겠느냐고 제게 물었어요. 그래서 제가 ‘전생에 얼마나 복을 많이 지었기에, 누군가는 한 번도 못 해본 결혼을 세 번이나 한 것이냐?’라고 답했어요. 일부러 여러 번 결혼하라는 게 아니라, 이미 벌어진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라는 겁니다. 물을 쏟았을 때 ‘물을 반이나 쏟았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래도 반은 남았다.’라고 보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넘어졌을 때도 ‘아이고, 다리 하나 부러졌다.’라고만 하지 말고, ‘두 다리 다 부러졌으면 큰일 날 뻔했는데 한쪽만 부러져서 다행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어떤 상황에서도 잠시 괴로울 뿐 별일 아니라고 여기고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부처님과 제자들은 밥은 얻어먹고, 옷은 버려진 것을 주워 입고, 잠은 나무 밑에서 잤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편안했습니다. 괴로워하는 사람을 위해 위로하고 상담하며 도왔습니다. 온갖 것을 다 가진 왕들도 부처님을 찾아와 자기 괴로움을 하소연했지, 부처님이 왕에게 절을 지어달라거나 옷 한 벌, 밥 한 끼를 달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여러분에게 있는 것 다 버리고 부처님처럼 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먹고 입고 자는 문제로 괴로워하지는 말라는 거예요. 지금 이 정도면 충분히 잘 먹고 잘 입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동북아역사기행 동안 밤늦게까지 강의하고 온종일 돌아다니느라 숙소에서 이불을 덮고 잔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 이불 위에 잠깐 누웠다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농담 삼아 호텔비의 절반 정도는 돌려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할 정도였습니다. 세수할 때 수건 한 장 쓴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안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방에 들어가지 않고 복도에서 자겠다고 할 수도 없잖아요. 어디서든 자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에서 자든 나무 밑에서 자든, 어떻게 자든 잠자는 것이 중요하지 장소가 중요한 것은 아니에요.
여러분은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경전대학까지 마쳤으니 이제 수행자의 면모가 조금은 드러나야 합니다. 수행자다운 맛이 나야 합니다. 그렇다고 완성체가 되었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앞으로 스스로 살아가며 수행해야 하지만, 정토회에는 다양한 수행 프로그램과 함께하는 도반, 돕는이와 안내자가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들을 잘 활용해서 괴로움 없이 자유로운 사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우리가 수행하는 데는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습니다. 진행자, 돕는이, 반 담당, 담당 법사, 이렇게 여러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 월급을 받거나 대가를 받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모두가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정토회에서는 유명 가수가 와서 노래해도 모두 봉사로 이뤄집니다. 정토회는 수행자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모두 봉사로 움직입니다. 여러분도 으뜸절 청소, 스님 법문 녹취, 온라인 봉사 등 여러 활동에서 모자이크 한 조각 같은 역할을 해주기를 바랍니다.
정토회 회원의 기본 의무는 수행, 보시, 봉사 세 가지입니다. 첫째, 수행자가 되어 매일 정진하며 수행적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둘째, 최소한의 보시인 회비를 내서 정토회가 자립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셋째, 어떤 일이든 봉사를 해야 합니다. 정토회가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운영되려면 회원들이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내서 봉사해야 합니다. 졸업식에서 축하 노래를 부르는 것도 봉사이고, 사회를 보는 것도 봉사입니다. 여러분도 재능과 시간을 조금씩 내서 봉사하는 게 필요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불교대학과 경전대학 공부를 하며 진행자나 돕는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 골프를 치거나 술 마시고 친구 만나는 시간을 줄이고, 저녁이나 아침 시간을 봉사하는 데 쓰는 마음을 내길 바랍니다. 전법회원 신청자 교육을 신청해서 1년간 교육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 정토회 회원이 되면 여러분이 사는 지역 소속으로 수행법회에 참석하게 됩니다. 불교대학이나 경전대학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지역이 달라도 무방하지만, 회원이 되면 사는 지역에 따라 소속이 정해집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소속 모둠에서 매주 수행법회에 참석해 모둠원들과 나누기를 하게 됩니다. 이제 여러분은 학생이 아닌 회원으로서 활동하는 것입니다.”
법문을 마치고 현장에서 참여하고 있는 졸업생들이 즉석에서 소감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회자가 “현장에서 졸업 소감을 나누실 분 계신가요?”라고 묻자, 조심스레 손들기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 명의 졸업생이 차례로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경전대학에 다니기 전과 후를 비교해 보니, 가족과 다투는 일이 손에 꼽을 만큼 줄었어요. 상을 짓지 않으려고 하니 제 삶도 자유로워졌습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면서, 과거에 ‘남들에게 맞춰 주겠다.’고 했던 행동이 사실은 오만하고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금강경을 배우고 한 구절 한 구절을 마음으로 받아 실천해야 한다는 걸 깊이 느꼈습니다. 예전에는 많이 읽었어도 마음에 걸림이 많았지만, 이제는 법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진실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이번 졸업이 단순한 마무리가 아니라, ‘지금 해야 할 일을 실천하는 수행자의 시작’이 되는 것 같습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졸업하면서 제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됐습니다. 법륜스님을 만나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음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웃과 다른 사람들을 더욱 사랑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비록 온라인 공간이지만 발표가 끝날 때마다 박수로 화답했고, 화면 속 졸업생들의 표정에는 기쁨이 번졌습니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졸업식을 마쳤습니다. 학생들은 수업 사이트로 입장하여 교실별로 마음 나누기를 이어 갔고, 스님은 방송실을 나왔습니다.
오후 4시부터는 지난 1년 동안 전법회원 교육을 수료한 분들을 위해 발심행자 수계식을 했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 3층 설법전과 전국 으뜸절, 그리고 온라인에서 총 100여 명의 대중이 참석한 가운데 타종, 예불, 반야심경을 하며 수계식을 시작했습니다.
신규 발심행자들이 삼배의 예로 법을 청하자, 스님은 삼귀의와 오계의 의미에 대해 설명한 후 앞으로 발심행자가 되면 어떤 실천 덕목을 지키고 살아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계를 받는다는 것을 ‘수계(受戒)’라고 합니다. 오늘 여러분은 수계 의식을 하고 있습니다. 계(戒)란 ‘마땅히 행해야 할 것은 행하고, 마땅히 행하지 말아야 할 것은 행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타인을 죽이거나 억압하고, 재물을 빼앗거나 납치해서 성추행, 성폭행을 저지르며, 욕설하거나 다른 사람을 속이고,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세상이었습니다. 그런 세상 속에서 부처님의 법을 듣고 꿈에서 깨어나듯 깨달아 출가한 사람들은, 왕이라도 지위를 버리고, 부자라도 재산을 버리고, 가족도 버리고 집을 나와 남의 집에서 밥을 얻어먹고, 옷은 주워 입고 잠은 나무 밑에서 잤습니다.
그렇게 있던 것도 다 버리고 나무 밑에 살던 사람이 남을 때리거나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남의 여자를 성추행하거나 욕설하고 사기 치거나 술 먹고 행패를 부릴 일이 있을까요? 없겠죠. 그래서 처음에는 계율이 없었습니다. 딱 깨달아 출가하면 굳이 계율이라는 게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 계율은 출가 수행자를 위해 생긴 게 아니에요. 출가하겠다고 하면 ‘오라, 비구여. 여기 법이 잘 설해 있으니 부지런히 정진하라.’ 이렇게 말해 주는 게 전부였습니다. 어떤 절차나 약속도 없었고 당연히 수계식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감동하여 출가하고 싶어도, 당장 집을 버리고 가족을 떠나 숲 속에서 살 형편이 안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엄격히 말하면 깨달음이 덜했기 때문이라 볼 수 있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너무 나이가 많거나, 특히 여성들은 밖에 나가 살 환경이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길을 가다 낯선 남자에게 잡혀가 성폭행을 당할 위험이 컸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재가(在家)에 있으면서도 사회적 지위와 재산, 가족 관계를 유지하면서 직업도 가지고 수행할 수는 없을까요? 이런 사람들을 출가 수행자와 구분해 ‘재가 수행자’라고 합니다. 마음은 출가 수행자와 같으나, 여건상 출가할 수 없어 재가에서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부처님께서도 이것을 허용하셨는데 다만 조건을 붙이셨어요. 세상에 지위를 가지고 있다면, 예를 들어 왕이나 무사는 세상의 풍속대로 남을 때리거나 죽일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도 과거에는 학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매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잖아요. 선생님뿐만 아니라 부모도 아이를 가르치려면 때려야 한다고 여겼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세속에 있는 사람은 남을 때리는 일이 일어날 거라고 봤어요. 또한 세속에서 장사하다 보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의 것을 빼앗거나 훔칠 가능성이 있고, 부부 생활을 하다 보면 다른 이성에게 눈길이 갈 수도 있었겠죠.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욕설이나 거짓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출가 수행자가 아닌 재가 수행자는 수행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최소한 이것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정한 것이 계율입니다.
재가 수행자가 되려면 적어도 다섯 가지를 지켜야 합니다. 첫째, 어떠한 경우라도 남을 때리거나 죽이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리 왕이거나 어떤 지위를 가진 사람이라도 사람을 때리거나 죽인다면 재가 수행자라 할 수 없습니다. 불교 신자가 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수행자는 될 수 없다는 얘기예요. 둘째, 남의 것을 훔치거나 빼앗지 말아야 합니다. 뺏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것도 수행자가 될 수 없습니다. 셋째, 남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결혼했든 혼자 살든 상대가 싫다는데 내 욕구대로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하면 수행자라 할 수 없습니다. 설사 합의했더라도 미성년자나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관계해서는 안 됩니다. 넷째, 어떠한 경우라도 최소한 거짓말과 욕설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욕설과 거짓말하는 사람도 수행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섯째, 술에 취해서 남에게 피해 끼치지는 말아야 합니다. 술을 안 마시는 게 가장 좋지만, 마셨더라도 취해서 주정을 부리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삼가야 합니다. ‘제가 술을 좀 먹어서 말이 많습니다.’라고 하는 것도 수행자라 할 수 없습니다.
이 다섯 가지를 지켜야 비로소 수행자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은 계를 받음으로써 이 범주에 들어선 것입니다. 그러니 계를 어겼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습관대로 무심코 어겼다면, 잘못을 깨달았을 때 즉시 참회해야 합니다. 그러나 알고도 어겼다면 수행자로서 자격이 없는 것입니다. 누군가 ‘당신, 계율을 어겼습니다.’라고 말할 때 ‘나도 사람인데 어떻게 그걸 다 지킬 수 있어요?’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수행자로서 자격이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죄송합니다. 깜박 놓쳤습니다.’라고 인정해야 합니다. 계율을 지키다 나도 모르게 어겼을 때 즉시 참회하고 본래 상태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수행자입니다. 반대로 ‘이 정도는 괜찮다.’라며 넘어간다면, 그건 일반인일 뿐 수행자의 길을 포기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제 최소한 다섯 가지 계율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계율의 울타리를 친 것입니다. 이 울타리는 나와 남 모두가 행복해지고, 해탈과 열반으로 가는 수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정토회에 와서 단순히 봉사하고 보시만 한다면 이런 계율을 꼭 지키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학생들을 이끌어 수업을 진행하는 진행자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학생들에게 ‘수행은 좋은 것이다, 봉사하고 보시하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본인은 아침 정진도, 보시도, 봉사도 하지 않는다면 말이 안 되잖아요. 진행자의 인격과 성실성에 따라 학생들의 관심과 수행 참여가 달라집니다.
여러분도 진행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을 겁니다. 부처님은 위대하셨지만 돌아가셔서 직접 뵐 수 없고, 법륜스님을 통해 법을 듣잖아요. 그러나 법륜스님의 법문도 매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불교대학에 다니면서 학생들 앞에 선 사람은 바로 진행자예요. 초심자는 진행자에 따라 크게 좌우됩니다. 여러분은 정토회를 잘 아니까 ‘진행자가 좀 부족하구나.’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초심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전법회원은 시간을 내어 매주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 관리와 평가도 해야 하므로, 보통 직장인은 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자발적으로 하겠다고 했다면, 시간이 없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경우는 차라리 그만두는 편이 낫습니다. 또 전법회원은 한반도의 평화 통일이라는 목표로 통일 의병이 되었기 때문에 이 임무를 일사불란하게 행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어서 참회, 연비, 수계 약속이 이어졌습니다.
"저희 수계 제자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옵니다. 한량없는 옛적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부처님 법을 알기 전에 이미 지었던 살생과 투도와 사음 등 몸의 세 가지 죄업이 한량없을 것이 온대, 이제 저희는 몸과 말과 생각을 가다듬어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겠나이다."
오계를 지킬 것을 약속한 수계자들은 불단 앞으로 나가 헌화했습니다.
스님은 전법활동가로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발심행자들을 위해 간절한 마음을 담아 발원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오늘 정토회에서는 그동안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수료하고, 천일결사에 입재하여 수행 정진하고, 깨달음의장을 마치고, 전법회원 교육과 통일의병 교육까지 성실히 마친 109명의 발심행자들이 ‘앞으로 미래에 부처가 될 때까지 수행 정진하겠습니다.’ 하고 큰 발심을 하였습니다. 오늘 부처님께서 주신 다섯 가지 계율을 받아 타인과 자신 모두에게 해가 되지 않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으며, 나아가서는 타인과 자신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지혜로운 삶을 가겠다고 발원하였습니다. 이런 일은 참으로 귀한 일이기에 우리 모두가 찬탄하고 찬탄하옵니다.
그러나 오늘 이렇게 크게 발심하더라도 현실에 부딪히면 이 계율을 잊고 중생으로서 살아온 삶으로 되돌아갈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관세음보살님께서는 본래 서원 어기지 마시고 어여삐 여기시어, 다시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수행자로 돌아갈 수 있도록 늘 보살펴 주옵소서. 오늘 세운 원을 잊고, 살기에 급급하여 중생의 고통을 외면할 때, 지장보살님께서 본래 서원을 잊지 말고 이들을 보살피고 깨우쳐 본래 서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옹호하여 주시옵소서.
오늘 이와 같이 발원한 공덕과 수계받은 공덕을 일체중생에게 회향하오니, 고통받는 모든 중생이 그 고통에서 벗어날지어다. 오늘 수계받고 발원한 이 공덕을 한반도에 회향하오니, 다시는 전쟁 없는 평화가 이루어지고 북한 동포들이 하루속히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하여지이다. 또 오늘 발원한 공덕을 먼저 돌아가신 조상 영가님들께 회향하오니, 이 공덕으로 모든 조상 영가님들이 지옥·아귀·축생도에서 벗어나 극락세계에 왕생하여지이다.”
다음은 수계증을 수여했습니다. 스님이 대표로 한 분에게 수계증을 전했습니다.
이어서 법사님들이 한 분 한 분에게 수계증을 전했습니다.
모든 수계자들이 수계증을 받고 자리에 앉자 스님이 수계자들을 위해 불명을 받는 의미와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수행자가 되었으니 불명을 받습니다. 불명이란 미래에 부처가 될 때 받을 이름입니다. 지금은 아니에요. 만약 법륜이라는 법명을 받았다면, 미래 부처의 이름은 법륜 불이 됩니다. 현재는 부처가 아니므로 법륜스님, 법륜보살, 법륜거사 등으로 불립니다. 그러나 미래에 법륜 불이 된다는 관점이에요. 엄격하게 말하면 오늘 수계식을 마친 여러분은 미래 부처가 되겠다는 지망생들이 모인 붓다 클럽의 회원이 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누구 님, 이것 좀 해주세요.’ 하는 부탁을 받으면 ‘나 바빠서 안 돼요.’ 하고 거절할 수가 있어요. 하지만 ‘수승행 보살님, 이것 좀 해주세요.’라고 하면 ‘네,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해야 합니다. 이렇게 불명으로 불리는 사람은 ‘내가 부처구나.’ 또는 ‘나는 부처가 되기를 발원한 사람이었지.’ 하고 자각을 해야 합니다. 부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곧 염불이니까 부르는 사람도 염불하는 공덕이 있습니다. 모든 불명이 부처의 명호로 되어 있으므로 부르는 자는 공덕을 짓게 되고, 불리는 자는 자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이제 여러분은 정토회의 핵심 구성원이 되었습니다. 정토회는 여러분의 수행, 보시, 봉사에 의해서 유지가 됩니다. 이제부터는 정토회의 핵심 활동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홍서원으로 수계식을 마친 후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수계를 받은 발심행자들은 이어지는 2부 프로그램에서 소감 나누기를 이어 갔습니다.
곧바로 저녁 6시 30분에는 인도 국제불교연합(IBC)에서 사이몬(Simon) 대외 협력 실장과 히로(Hiro) 박사가 스님을 찾아왔습니다. 스님은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세계 불교 정상급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세계불교정상회의(Global Buddhist Summit)를 준비하고 있는데, 스님이 행사에 꼭 참석해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세계불교정상회의(Global Buddhist Summit)는 불교 교리와 가치에 기반해 현대 사회가 직면한 주요 문제(기후 위기, 갈등, 윤리, 평화, 지속 가능 발전 등)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전 세계 불교 지도자들이 모이는 회의입니다. 내년 1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 동안 뉴델리에서 진행되는데, 스님을 꼭 초청하고 싶습니다.”
스님이 스케줄을 확인하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시간적으로 좀 참가가 어렵겠네요. 1월 22일부터 대중 500여 명이 참가하는 인도 성지 순례를 제가 안내해야 합니다.”
“1월 24일에 오프닝 행사만이라도 오실 수는 없을까요?”
“바라나시나 보드가야에서 뉴델리로 가는 비행기가 있으니까 잠시 일정을 조정해서 참가할 수 있는지 한번 체크해 보겠습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어서 두 분은 JTS가 인도 비하르주 가야 근교에서 불가촉천민 아이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수자타 아카데미가 외국인 기부금(FCRA) 등록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서도 많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상카시아에 인도인들을 위한 담마 센터를 짓는 일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한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눈 후 스님은 두 분에게 작은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두 분도 스님에게 작은 불상과 차를 선물했습니다.
“늘 관심을 갖고 도와주어서 감사해요.”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습니다.
손님들을 배웅한 후 스님은 저녁 8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두북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 위를 3시간 30분을 달려 밤 11시 30분에 두북수련원에 도착하여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공동체 법사단과 함께 경주 남산 천룡사를 방문하여 내년부터 시작될 중창 불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논하고, 오후에는 두북수련원을 찾아온 평화재단 기획위원회 위원들과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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