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7.18. 고양시청 초청강연, 금요 즉문즉설 강연
“게임에 빠져 밤낮이 바뀐 아들,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전에는 고양시청 초청으로 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하고, 저녁에는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오전 8시 50분에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하여 고양시로 향했습니다.

반포대교를 건너 강변북로를 따라 달려 일산호수공원을 지나 오늘 강연이 열리는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 도착했습니다.

고양시에서 고양시청 소속 전 직원과 산하기관에 근무하는 1,000여 명이 참석하는 ‘소통공감의 날’ 행사를 마련하여 법륜스님에게 강연을 요청했습니다. 민선 8기 3주년을 맞아 시민 중심의 시정 철학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소통과 공감의 조직문화를 조성하고자 특별히 스님에게 여러 차례 강연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동환 고양시 시장님의 인사말에 이어서 스님이 큰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강연을 하기에 앞서 시장님이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화분을 선물했습니다.


고양시청 측에서 ‘일상에서의 행복과 바른 생각’이라는 주제 강연을 요청해서 먼저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어떤 게 건강한 걸까요? 100미터 달리기를 12초에 뛰고, 턱걸이를 100개 해야 건강한 겁니까? 건강한 것이란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뚱뚱하면 뚱뚱한 대로, 빼빼하면 빼빼한 대로 아프지 않으면 건강한 겁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떤 게 행복이냐?’고 묻는다면, 즐거운 게 행복이 아니라 괴롭지 않은 게 행복입니다. 괴로우면 문제지만 괴롭지 않으면 문제가 없는 겁니다. 즐거워지고 싶으면 즐거워도 되지만, 즐거움을 행복으로 삼으면 괴로움이란 불행이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우선 여러분들의 행복관을 바꾸어야 합니다.

행복이란 즐거움이 아니라 괴롭지 않은 것

어떻게 살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괴롭지 않게 살면 됩니다. 사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닙니다. 다람쥐도 살고 토끼도 사는데, 사람이 사는 게 뭐가 어렵겠어요? 그런데 자꾸 여러분들은 사는 게 어렵다고 해요. 저와 여러분들의 대화를 살펴보면, 늘 여러분은 ‘어렵다’라고 말하고, 저는 ‘뭐가 어려운데? 그래서 뭐가 문제인데?’라고 되묻는 식입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스님이 결혼을 안 해서, 애를 안 낳아봐서 그런 소리를 한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을 조금만 살펴보면, 다 별일 아닙니다.

앞에 앉아 계신 시장님이 다음 선거에서 떨어졌다면 본인에게는 큰일이죠? 그런데 시민들이 보면 아무 일도 아니에요. 여러분은 이혼한 것을 큰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원래 혼자 살았잖아요. 둘이 손잡고 살다가 다시 혼자가 된 것인데 그게 뭐가 별일이에요? 별일이 아니에요.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사람은 누구나 괴롭지 않게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괴롭다는 거예요. 그러니 ‘왜 괴로운가?’, ‘무엇이 문제인가?’ 하고 한번 살펴보자는 겁니다. 여러분이 어려운 점을 이야기하면 그 속에서 어떤 생각을 잘못했는지, 어떤 관점을 놓쳤기에 괴로운 것인지 함께 살펴보자는 거예요. 그러면 누구든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손들고 한번 얘기해 보세요.”

이어서 인생을 살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누구든지 질문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장 먼저 이동환 고양시 시장님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시장님은 시장이라는 직책을 수행하면서 예상치 못한 갈등으로 스트레스가 크다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시의회와의 갈등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될 때 어떻게 하면 갈등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을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스님은 시장님의 고충에 대해 공감하면서 민주적 절차의 중요성과 건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시장님이 대화의 분위기를 열어주자 청중석에서도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 동안 다섯 명이 즉석에서 손을 들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중학교 2학년 딸이 남자 친구를 사귀더니 밤늦게 귀가를 하여 속이 답답하다며 어떡하면 좋을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남자친구에 푹 빠진 중2 딸, 엄마는 뭘 해야 하나요?

“저는 중학교 2학년이 된 딸을 키우고 있어요. 그런데 남자친구를 사귀기 시작하면서 밤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아졌고, 저는 자꾸 잔소리하게 됩니다. 딸은 그런 제 관심이 불편하다며, 간섭하지 말아 달라고 해요. 주변 엄마들은 그럴 때는 그냥 기다려야 한다고들 하는데, 요즘은 밥도 잘 안 먹고, 오직 남자친구와 메시지만 주고받아요. 이걸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속이 너무 답답합니다.”

“질문자도 중학교 다닌 적이 있죠? 그때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오면 기분 좋았어요, 안 좋았어요? 그 나이 때는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오면 기분이 좋은 게 정상입니다. 질문자는 그 나이 때 남자친구가 없었죠? 질문자가 도덕적이고 착한 학생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남자친구가 없었을 뿐이에요.”

“네, 맞습니다.”

“그 나이에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에게 연락이 오는 걸 나쁘게 보면 안 됩니다. 사춘기에는 남녀가 교제도 해보고, 연락도 주고받아야 나중에 결혼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시기에 공부해야 한다며 그런 걸 다 막아버리면 나중에는 어떻게 사람을 사귀는지도 모르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을 못 하는 거예요. 그러니 걱정할 것 없어요. 질문자의 딸은 결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아이의 행동을 자꾸 부정적으로 보면 아이는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언제까지 참고 기다려야 하느냐는 생각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기다린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감시하지 말고, 오히려 관심을 갖고 친구처럼 대화를 해보는 게 좋습니다. ‘남자친구와 연락하는 거 재미있니? 어떤 메시지가 왔어?’ 이런 식으로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그러면 아이가 ‘이런 메시지가 왔어’ 하면서 얘기도 해줍니다. 설령 아이 아빠가 야단을 치더라도 엄마는 좀 봐주세요.

물론 아직 중학생인데 범죄를 저지르거나, 성적인 관계까지 맺어서 아이를 가지는 일이 생기면, 부모로서 당연히 대응해야겠지요. 그러나 이 문제를 처음부터 아이를 통제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끊임없이 아이를 감시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 문제를 지혜롭게 풀려면 ‘아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그네를 타려고 하는데, 엄마가 떨어질까 봐 계속 붙잡고 있으면 아이는 그네를 탈 수 없어요. 그네를 타게 두고, 떨어질 위험이 있다는 걸 알고,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봐야 합니다. 혹시 진짜 떨어지면 그때 가서 치료를 해주거나 병원에 데려가야 합니다. 이게 바로 보호한다는 관점을 갖는 거예요. 아무리 하지 말라고 해도 아이는 결국 해요. 그렇다고 ‘죽든 말든 네 마음대로 해라” 이렇게 방치해서도 안 됩니다. 위험하지 않게 울타리를 넓게 쳐주되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아이가 하는 걸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말 큰 위험이 아니라면 괜찮다고 여기는 관점을 가져야 해요. 학교만 다녀도 괜찮다고 생각하세요. 밤늦게라도 집에 들어오면 괜찮은 거예요. 안 들어오는 것보단 낫잖아요. 성관계만 가지지 않으면 괜찮고, 혹시 성관계를 가졌다 해도 아기만 생기지 않으면 괜찮습니다. 그러니 너무 좁게 보지 말고, 좀 더 넓게 바라보셔야 해요. 엄마가 아이를 믿지 못하고 감시하듯 대하거나, 범죄자처럼 취급하면 아이는 자신이 신뢰받지 못하는 존재라고 느끼게 돼요. 그러면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신뢰받는 사람으로 자라기 어렵습니다.

엄마는 아이에 대해 '네가 건강하기만 하면 괜찮다', '학교만 다녀도 괜찮다', '엄마는 너를 사랑한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간섭보다는 늘 염려하는 마음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엄마는 너를 지지하고 보살핀다는 믿음을 주어야 해요. 엄마가 이렇게 큰 틀에서 아이를 바라봐주면, 아이도 스스로 자제를 하게 됩니다. 당장 관계를 끊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위험을 방지하는 정도의 관점만 가지면 된다는 겁니다. 질문자가 언제까지 지켜보면 아이가 그만두겠냐고 질문했는데, 아이는 안 그만둡니다. 그렇게 이어져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살아가는 거예요.

만약 인간이 인위적인 사회에서 자라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자란다면, 고등학교 1학년 정도의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연애를 하고 아이를 낳게 됩니다. 옛날에는 결혼 시스템이 그렇게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인간 사회가 이걸 인위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조선시대에는 열다섯 살만 되면 결혼을 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성 문제라는 게 생길 수가 없었어요. 자연에 거스르는 사회 시스템 때문에 청소년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딸이 느끼는 감정이나 이성에 대한 관심 자체는 자연스러운 겁니다.

다만 SNS에 너무 빠져 있다면 아이를 조용히 병원에 데리고 가서 심리상담을 한 번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심리가 불안하면 가만히 있질 못하고 계속 SNS를 보거나, 남자친구의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그런 행동으로 심리를 안정시키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딸의 행동은 심리 불안의 징조일 수도 있으니까, 조용히 병원에 데려가서 다른 검사도 하면서 동시에 심리 검사도 같이 받아보는 게 좋아요. 감시하거나 통제하거나 제재하려는 관점이 아니라, 돌보고 보살핀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아이가 공부도 안 하고,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밥도 잘 안 먹는다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혼내거나 잔소리할 게 아니라, 아이의 상태를 체크해 보고 어떻게 치료하고 보완해 주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부모라면 이런 관점을 갖고 접근해야 해요. 그래야 이 문제가 크게 걱정할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정신과에도 한 번 다녀왔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약을 안 먹으려 해요.”

“의사 선생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아이가 잠을 잘 자지 못하니 약을 좀 먹자고 하셨어요.”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첫 번째 특징이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겁니다. 심리적으로 불안하면 잠을 깊이 자지 못합니다. 두 번째 특징은 자꾸 SNS나 TV 같은 것에 집착하게 되거나, 특정 사람에게 과도하게 의지하려는 경향이 생기는 것입니다. 아마 아이가 정신과 약을 먹으면 졸리고 멍해지는 게 싫어서 안 먹으려는 것일 수 있어요. 그럴 때는 정신과 약이라고 하지 말고, 의사 선생님과 잘 상의해서 부드럽게 아이를 설득해 보세요. 그리고 음식으로 아이의 치료를 도와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리 안정과 수면에 도움을 주는 음식이 있습니다. 그런 식재료들을 구해서 음식을 통해 아이가 심리적으로 안정되도록 만들어 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질문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지금 딸이 남자 친구를 좋아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딸이 가진 심리적인 불안이 더 큰 문제인 것 같아요. 그 부분을 부모가 의사와 함께 상담하면서 조금 더 깊이 도와주는 게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동네에 땅 주인이 길을 막고 있습니다. 동네 주민들은 길을 막지 말라고 하는데, 땅 주인은 보상금을 못 받았다며 버티고 있습니다. 통장으로서 갈등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 저는 목소리가 너무 크고 주장이 세다 보니 고객들과 말을 하다 보면 왜 자꾸 화를 내냐고 지적을 받습니다. 위축되는 마음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 아들의 여자 친구가 유방암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도 받았지만 재발 위험이 있습니다. 남편이 아들의 결혼을 반대하는데, 엄마로서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외손녀 둘을 키우고 있는데 둘이서 많이 싸웁니다. 둘 사이에서 할머니인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더 질문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마쳐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12시에 강연을 마친 후 스님은 이동환 시장님과 함께 접견실로 이동하여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공무원들이 민원을 처리하느라 힘들다고 하는데, 고양시는 민원이 얼마나 들어옵니까?”

“연간 70만 건의 민원이 들어옵니다. 한 달에 평균 6만 건의 민원을 받고 있습니다. 민원실에만 50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인구가 100만이 넘어서 고양특례시가 되었는데, 인구가 많은 만큼 민원도 많이 들어옵니다.”

“수고가 많으시네요.”


스님과 시장님은 시민들의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가 구현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차담을 마치고 시장님이 직접 구입해 온 스님의 책을 보여주며 사인을 부탁했습니다.

“제가 스님의 즉문즉설 유튜브도 많이 보았고, 책도 읽어보고 싶어서 직접 사 왔습니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을 나왔습니다.

“스님, 바쁘신데 이렇게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나누고 고양시를 출발하여 다시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오후 1시에 정토사회문화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오후에는 사회 인사 분들이 평화재단을 찾아와 스님과 미팅을 했습니다.

오후 2시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님이 스님을 찾아와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여러 가지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갔습니다.

오후 4시에는 사상계 잡지를 재창간해서 만들고 있는 장원 농촌유토피아연구소 소장님이 스님을 찾아와 미팅을 했습니다. 장원 소장님은 55년 만에 복간된 종합 교양지 '사상계'의 편집인으로 참여하여 신문명에 대한 전문 잡지를 만들고 있다며 스님에게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했습니다.

사상계 잡지는 과거 고(故) 장준하 선생 시절처럼 공익 잡지로 기능할 것이며, 자본의 압력에서 자유롭기 위해 광고도 받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스님도 관심을 갖고 지지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미팅을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는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퇴근 후 즉문즉설을 듣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찾았습니다. 유튜브에 4500여 명이 접속하고 현장에 250여 명이 자리했습니다.


강연에 앞서 정토회 청년 활동가 김동하 님이 ‘숙녀에게’과 ‘해피투게더’ 두 곡을 따뜻한 목소리로 들려주어 청중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어서 삼귀의와 수행문을 낭독한 후 스님이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했습니다.

“며칠 동안 우리나라 곳곳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충청도 지역에는 폭우 피해로 많은 분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지난주 내내 무더웠던 날씨는 계속되는 비로 인해 시원해졌습니다. 비 오는 날 이곳까지 오시느라 불편했을 텐데, 이렇게 많은 분이 참석해 주셔서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일곱 명이 손을 들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예민하고 미숙한 고2 아들과의 관계가 걱정이라며 성인으로서 대우하고 지원을 끊는 것이 맞는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게임에 빠져 밤낮이 바뀐 아들,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저는 열여덟 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입니다. 스님 말씀처럼 아이가 36개월이 될 때까지는 직장을 다니지 않고 아이와 시간을 같이 보내며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느끼도록 해주었습니다. 36개월이 지나자, 아이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저도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다른 아이들처럼 트램펄린을 뛰지 않고 혼자 바닥에 넙죽 엎드려만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목욕 후 몸에 로션을 발라줄 때는 무서운지 소스라치게 놀라는 일도 있었습니다. 아이의 기질이 타고난 건지 감정 기복도 심한 편입니다. 저와 아이 아빠는 아이랑 대화도 많이 하고 아이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주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지나 중학교를 진학하면서 아이는 학교 공부도 어려워했고, 학교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를 했습니다. 자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저는 아이의 결정을 존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자퇴 서류를 학교에 제출하고 온 날 아이 아빠는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웠다고 생각하는데 아이의 타고난 기질이나 성향은 부모가 어떤 방식으로 돌봐주는 게 좋을지 궁금합니다.

아침에 아이를 깨우는 일이 너무 어렵습니다.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지옥 같다’라고 말합니다. 지금 아이는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하며 혼자 생활하고 있습니다. 가끔 통화를 하거나 주말에 집에 있을 때 보면, 낮 동안에는 계속 자고 밤에 일어나서 게임을 하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밥도 잘 안 챙겨 먹고 밤에 잠도 안 자니까 부모로서 답답한 부분이 많습니다. 저렇게 일어나지도 못하고 밥도 안 먹고 심각한 저체중 상태에서 군대를 가면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고 답답합니다.”

“네, 잘 들었습니다. 우선 질문자의 얘기만으로는 아이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얘기한 부분을 기초로 짐작해 보면 아이는 정신적 또는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갖고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것도 엄마가 볼 때는 멀쩡한데 왜 못 일어날까 싶겠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일어나고 싶어도 일어날 수 없는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말이나 행동, 인지적인 면에서 또래들과 조금 다르다면, 아동심리학을 전공한 의사에게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아이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 상태를 살펴보고 태생적인 장애인지 아닌지 먼저 검진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질환이라고 진단이 되면 치료를 하면 됩니다. 물론 치료를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어떤 장애는 치료를 하더라도 완벽하게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럴 때는 아이의 상황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아이가 사물을 인지하거나 기억하는 능력이 80이라고 하면 80에 맞는 학습지도를 해야 합니다. 80인 아이를 다그쳐서 열심히 하게 한다고 해서 100이 되는 게 아닙니다. 100인 아이를 한 번 가르칠 때, 80인 아이는 두 번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고, 아이도 그렇게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자식에게 병이 있다고 진단이 되면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하고, 병은 아니지만 약간의 장애가 있다고 진단이 되면 그 장애 정도에 맞춰서 교육을 해야 합니다. 아이가 인지능력이 떨어질 경우에는 부모가 기대하는 것을 다 해내지 못하게 됩니다. 과제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 아이는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되고, 결국은 자신이 모자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과제를 외면하고 포기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교육 효과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우선 질문자는 아이의 상태를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그 진단 결과에 따라 아이를 돌보는 것이 부모로서 필요합니다.”

“제가 봤을 때는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지는 않아요. 아이가 말대꾸를 하는 걸 보면 똘똘하게 말을 잘하거든요.”

“의사의 진료 없이 자신의 판단만 가지고 얘기하는 것은 이 상황을 개선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판단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합니다. 전문가의 진료를 통해 검증을 받아야 정확한 진단이 나옵니다. 진단에 맞는 치료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엄마는 자식을 낳아서 키우지만 아이의 심리나 인지능력은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말대꾸를 잘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경솔한 태도입니다.

사람마다 잘하는 게 있고, 못 하는 게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가 몇 가지 잘하는 걸 보고 다 잘한다고 생각하거나, 몇 가지 못하는 걸 보고 다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하나하나 나눠서 보면 잘하는 것도 있고, 못 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걸 모르고 일부분만 보고 일반화해서 판단하면 질문자처럼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보기에는 바보 같아 보여도 굉장히 뛰어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보기에는 총명해 보여도 실제로는 바보 같은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생체 리듬이 달라서 아침에 눈이 또렷하고 저녁이 되면 졸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침에는 내내 졸리다가 저녁이 되면 눈이 반짝반짝해지는 사람도 있어요. 정토회 공동체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 중에도 어떤 사람은 새벽마다 졸면서 기도를 하다가 저녁만 되면 눈이 반짝거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반대인 경우도 있고요. 운전하는 사람 중에도 밤늦게까지 운전해도 멀쩡한 사람이 있고, 반대로 밤에는 졸려서 운전을 못하고 새벽에만 운전이 가능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니 각자 자기 상태에 맞춰 살면 되는 거예요.

질문자처럼 정확한 진단 없이 내 기준대로만 아이를 이해하려 하면 내가 낳아서 한집에 산다고 해도 아이를 전혀 모를 수 있습니다. 내가 먼저 아는 척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질병이라고 하면 치료 약이나 상담을 통해서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또 오랫동안 습관화된 행동이라면 변화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여유를 가지고 꾸준히 변화를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질문자는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 직장도 쉬면서 정성껏 키웠으니 아이에 대한 기대가 높은 거예요. 그런데 아이가 기대에 못 미치니까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게 반복되어서 지금과 같은 문제가 생긴 것일 수도 있습니다.

부모의 지나친 기대는 자식을 문제가 많은 사람으로 만들게 됩니다. 부모는 자식을 항상 있는 그대로 살펴보고 개선될 수 있는 길을 같이 찾아나가야 합니다.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술을 마시고 자기 자식을 때리는 아버지는 대부분 정신 질환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은 평범한 사람보다 더 괴롭게 살고 있는 거예요. 자식을 때리고 사는 데 마음이 편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자기 스스로 통제가 안 되는 환자인 거예요. 옛날에는 환자라는 걸 모르니까 그냥 그렇게 살았던 겁니다. 어린아이도 큰 상처를 받게 되지만, 때리는 부모도 정신적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의 상태를 먼저 점검하고, 그에 맞게끔 돌보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자꾸 내 기대를 내세우면 계속 불행을 자초하게 됩니다.”

“네. 고맙습니다. 부모로서 자식을 다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객관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반성이 되었습니다. 따끔하게 혼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확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확신에 찼다는 것은 좋은 면도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이 바로 모든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내가 아는 게 전부인 줄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종교의 중요한 가르침이 평화와 사랑인데, 왜 종교가 평화는커녕 항상 분쟁을 불러오고, 사랑은커녕 증오심을 불러옵니까. 종교의 바탕이 믿음인데, 믿음이 깊어지면 바로 확신이 됩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이 강해지면 분쟁과 증오심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누구도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고, 내가 아는 것이 다 맞을 수도 없습니다. ‘확신’은 힘의 원동력이긴 하지만 또한 모든 괴로움과 갈등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자식에 대해서도 내가 키웠으니 내가 다 안다고 하는 이런 확신에 찬 생각이 아이를 병들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항상 조심스럽게 아이를 살펴야 합니다. 항상 상황은 변합니다. 어제까지는 그랬지만, 오늘은 또 다를 수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어제 그랬기 때문에 오늘도 그럴 확률이 높은 건 맞습니다.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없습니다. 남을 보거나 나를 볼 때 항상 변화된 현실 위에서 나날이 살펴보는 관점을 갖는다면 삶이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되어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습니다. 그 때문인지 사람 관계에서 유연하고 싶은데 자꾸만 도망가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어린 시절 아빠가 엄마를 죽일 수도 있다는 공포감 속에 살았고, 엄마는 저를 학대했습니다. 인간에 대한 회의감이 느껴지는데, 어떻게 해야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 상대가 동의해서 성관계를 한 줄 알았는데, 상대가 저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범죄 기록 때문에 취업에 제한이 있을지, 다른 이성을 만나면 또 이런 일이 생길지 걱정이 됩니다.

  • 아버지가 오랫동안 조울증을 앓으셨고 지금은 지병으로 와상 상태입니다. 정신은 명료하셔서 곡기를 끊고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 한국 사회는 모두에게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 불공평한 사회입니다. 이에 대해서 스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 제 마음속 오만함을 보았습니다. 남을 대놓고 무시하지는 않는데,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오만함이 상대에게 전달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행동해야 오만함을 버릴 수 있을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되었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을 기약하며 사홍서원으로 강연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는 평화재단을 찾아온 사회 인사와 대한민국의 외교 안보 현안을 주제로 미팅을 하고, 점심에는 조계종 원로의원인 동명 큰스님과 식사를 한 후 차담을 나누고, 오후에는 정토회 제5차 서원행자 수계식에 참석해 법문을 할 예정입니다.


2025 9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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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

확신’은 힘의 원동력이긴 하지만 또한 모든 괴로움과 갈등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2025-07-21 13:07:23

광원

자식을 부모가 가장 잘 알고있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자식도 변화한다는 관점을 갖고, 자식을 바라 보겠습니다.

2025-07-21 11:50:13

조유정

오늘도 고맙습니다 🙏

2025-07-21 11: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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