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7.11. 아시아 순회강연(3) 홍콩(Hong Kong)
“아이들이 자주 싸웁니다, 부모는 어떻게 중재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아시아 순회강연 중 세 번째 순서로 홍콩(Hong Kong)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6시 30분에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하룻밤 머물다 갈 수 있게 집을 빌려준 이혜진 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함께 7시 30분에 호찌민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오전 8시 40분에 호찌민 공항에 도착하여 공항까지 배웅을 나온 호찌민 정토회 회원들과 인사를 나눈 후 출국 수속을 하였습니다.

11시 5분에 출발 예정이던 비행기는 1시간이 연발되어 12시가 넘어 호찌민 공항을 이륙했습니다.

비행기는 3시간을 이동하여 현지 시각으로 오후 4시가 다 되어 홍콩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입국 수속을 하고 수하물을 찾은 후 공항을 나오자 홍콩 정토회 회원들이 반갑게 스님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비행기가 수고했어요. 저는 가만히 앉아서 왔어요.” (웃음)

“스님, 무사히 오신 것만 해도 기쁩니다. 어제까지 태풍으로 비가 많이 내려서 오늘 휴교령을 내릴 정도였거든요. 오늘은 비도 안 오고, 더위도 한풀 꺾였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곧바로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5시 40분이었습니다.

“아침 7시 반에 출발했는데 이동만 하다가 하루가 다 가버렸네요.”

숙소에 짐만 풀고, 저녁 식사를 할 새도 없이 6시 10분에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강연장이 숙소에서 10분 거리에 있어서 금방 도착했습니다.

오늘 강연이 열리는 곳은 홍콩이공대학(The Hong Kong Polytechnic University) 내에 위치한 창첸 스튜디오 극장(Chiang Chen Studio Theatre)입니다. 강연장에 도착하자 입구에서 봉사자들이 반갑게 청중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대기실에서 홍콩 한인회 회장을 비롯하여 홍콩 상공회 등 지역 인사 분들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지난 2019년에 홍콩 상공회 주관으로 열린 강연회에 참석한 이후 6년 만에 홍콩을 방문했습니다. 지역 인사 분들은 스님에게 궁금한 점이 많았습니다.

“스님, 질문 좀 해도 됩니까?”

“저만 보면 왜 다들 질문부터 하고 싶어해요? 질문하세요.” (웃음)

한인회 회장이 먼저 궁금한 점을 질문했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동안 전 세계에서 정말 많은 강연을 하셨잖아요.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게 왜 궁금해요? 저는 그냥 묻는 대로 대답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무슨 질문을 많이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굳이 분류를 해보면 주로 인간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을 묻는 질문이 많죠.”

한인회 회장은 소통이 어렵다며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스님은 소통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소통을 잘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소통이 힘들 때가 있는데요. 특히 저와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소통이 가장 어렵습니다.”

“이 세상에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이 다수겠어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다수겠어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다수이고, 그게 보편적이라고 봐야 합니다.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은 어쩌다가 한 번 겨우 만나는 경우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나와 생각이 같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대화를 하면 소통이 안 되죠.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대화를 해야 소통이 쉽습니다. 서로 다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고향이 같거나 종교가 같거나 공부한 학교가 같거나, 이렇게 같은 점이 발견되면 금방 친구가 됩니다. 그때부터는 서로 같다고 전제를 해 버립니다. 그런데 막상 친구가 되거나 결혼을 하게 되면 계속 서로 다른 점이 발견됩니다. 그래서 갈등이 생기게 되고 결국 헤어지게 되는 거예요. 사람은 본래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습니다. 누구나 같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점을 발견하게 되면 서로 사귀게 되고, 사귄 다음부터는 다른 점이 자꾸 발견되어서 헤어지게 되는 겁니다. 처음부터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대화를 나누면 소통하기가 수월해집니다.”

“제가 오늘 법륜스님 강연 들으러 간다고 하니까 어떤 분이 왜 한인회 회장이 불교 행사에 가느냐고 문제 제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불교 행사에 가는 것이 아니라 인생 공부하러 간다고 대답했습니다만, 이렇게 생각이 서로 다르더라고요.”

“그 사람은 기독교를 믿는 사람인가 보네요.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가 있죠.”

차담을 나누는 동안 6시 40분부터 사물놀이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차담을 마치고 사물놀이 공연을 보기 위해 다 함께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홍콩 한국문화원에서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 신나게 풍물 연주를 해주었습니다.

흥겨운 사물놀이 공연이 끝나자 무대 위에서 스님을 소개하는 영상이 상영되었습니다. 영상이 끝나자 스님이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청중석에서 큰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습니다.

창첸 스튜디오 극장은 200여 명의 교민들로 가득 찼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인사말을 했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제가 2019년에 홍콩에서 강연을 했었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6년 만에 다시 홍콩을 방문했습니다. 오늘 처음 강의 들으러 온 사람은 손을 한번 들어 보세요.”

대다수가 손을 들었습니다. 스님은 즉문즉설의 취지를 설명한 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유튜브에서 즉문즉설은 많이 보셨겠죠. 제가 2014년도에 전 세계를 다니면서 115일 동안 115개 도시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그때 홍콩도 한번 들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상공회의소에서 초청해서 2019년도에 한번 강연을 했고요. 아무튼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늘 이 강연은 불교 행사가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괴로움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느냐 하는 주제로 대화하는 모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사가 스님이라고 해서 다 불교 행사는 아니잖아요. 오늘 이 자리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고민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하는 자리입니다.”

이어서 강연 시작 전에 미리 질문을 신청한 분들부터 손을 들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10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홍콩에는 국제 학교가 많아서 자녀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중 한 명은 아들과 딸을 키우고 있는데 둘이서 자주 싸울 때 어떻게 중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아이들이 자주 싸웁니다, 부모는 어떻게 중재해야 할까요?

“저는 아이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육아 코칭 동영상을 보니까 아이들은 원래 말을 안 듣고, 여러 번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한테 똑같은 말을 여러 번 해도 말을 안 들으면 화를 내게 됩니다. 계속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어서 이걸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아들과 딸을 키우고 있는데, 둘이 자주 싸웁니다. 육아 코칭 동영상을 보면, 싸움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잘못한 아이를 혼내야 한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각자 자기에게 유리하게 얘기를 하다 보니까 결국에는 둘 다 혼내게 됩니다. CCTV가 있어서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려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잘못을 했는지 정확하게 따지기도 힘듭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그런 동영상은 안 보는 게 좋겠네요. 어느 동영상을 봤는지 모르지만, 그 동영상은 육아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 강의한 것 같습니다. 즉, 어린아이의 관점이 아닌 어른의 관점에서 설명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어요. 아이들은 원래 말을 안 듣는다는 진단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고 누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거예요? 어른인 내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니?’ 하고 물어보고 서로 약속을 했는데, 약속한 대로 안 한다면 그건 아이가 약속을 안 지킨 거예요. 그게 아니라 ‘너는 일찍 들어와’, ‘너는 어떻게 행동해’ 이렇게 말하는 것은 내가 일방적으로 정한 거잖아요. 일방적으로 내가 정해 놓고 아이가 그걸 안 따른다고 해서 말을 안 듣는다고 규정한다면, 그런 관점 자체가 이미 비민주적인 자세입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관점이 잘못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아이들이 모른다고 야단을 치는 것은 올바른 교육이 아닙니다. 모르니까 배우러 왔지, 알면 뭣 때문에 배우러 옵니까. 모르니까 가르쳐 주어야 하는 겁니다. 한번 가르쳐서 모르면 두 번 가르쳐야 하고, 두 번 가르쳐서 모르면 세 번 가르쳐야 하고, 세 번 가르쳐서 모르면 네 번 가르쳐야 하는 겁니다. 이것은 말을 안 듣는다는 것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거예요.

우리가 아직도 학교는 가르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학교가 가르치는 곳이라면 선생님이 학교의 주인이에요. 옛날에 서당은 선생님의 왕국이었어요. 그런데 학교는 배우는 곳입니다. 모르는 자가 배우기 위해서 가는 곳이 학교입니다. 학교를 배우는 곳이라고 정의할 때는 누가 주인이에요? 학생이 주인이에요. 선생님은 보조 인력이 되는 것입니다. 모르는 것을 옆에서 도와주는 보조자가 선생님이지 선생님이 학교의 주인이 아니에요. 열 번 모르면 열한 번 가르쳐 줘야 하고, 스무 번 모르면 스물한 번 가르쳐 줘야 하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자녀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사람이에요. 아이들은 나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아이가 성인이 되면 안 도와줘도 돼요. 왜냐하면 부모로서의 의무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부모가 도와줘야 해요. 밥 먹는 법을 모르면 밥 먹는 법을 가르쳐 줘야 하고, 걷는 법을 모르면 걷는 법을 가르쳐 줘야 하고, 윤리와 도덕을 모르면 가르쳐 줘야 해요. 그런데 아이는 한번 가르쳐 준다고 다 아는 것이 아닙니다. 어른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법당에서 ‘절에서는 방석을 쓰고 나서 나갈 때는 가지런하게 정리해 놓고 갑니다.’ 이렇게 공지하면, 백 명이면 백 명이 다 가지런히 해 놓고 갈까요? 실제로 실험해 보면, 절반쯤은 딱 한 번만 설명하면 가지런히 놓고 갑니다. 그런데 절반쯤은 안 합니다. 삐딱하게 해 놓거나, 아예 안 합니다. 그래서 다음 주에 한 번 더 공지를 합니다. 그러면 70퍼센트 정도는 가지런하게 놓고 가고, 또 30퍼센트는 안 해요. 세 번째 공지를 하면 80퍼센트는 하고, 또 20퍼센트는 안 해요. 다섯 번이나 공지를 해도 5퍼센트 내지 10퍼센트는 계속 안 합니다. 그때는 안 하는 사람들만 불러서 ‘한 손으로 툭 갖다 얹지 말고, 두 손으로 가지런하게 놓으세요.’ 이렇게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안내해야 실행률이 95퍼센트 정도로 높아집니다.

어른도 이렇게 하는 것이 사람의 성질이에요. 그러니 아이들은 한번 설명하고 안 하면 다시 설명하고, 또 안 하면 다시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이런 아이들의 특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가 안 돼서 생기는 문제예요. 나는 얘기했으니까 이해하겠지 생각하지만, 아이는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이해한다는 게 무엇을 말할까요? 여러분들이 스님의 말을 이해한다는 것은 내가 과거에 이미 알고 있는 것과 견주어서 스님의 말이 이해가 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과거에 알고 있는 것이 없는 사람은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이해할 수 있는 기초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습이 늦어지면 계속 이해도가 더 낮아지는 거예요. 아는 것을 딛고 다음을 알고, 다시 아는 것을 딛고 그다음을 아는 것입니다. 이런 기초가 없으면 이해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차근차근 가르쳐 주고, 또 반복하고 반복해야 합니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면 안 돼요. 짜증을 내게 되는 이유는 자기도 모르게 아이를 어른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린아이라고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아이에게 밤 10시가 되면 잠자기 전에 양치질을 꼭 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책을 조금 읽고 한다더니 10분이 지나도 안 하는 거예요. 제가 ‘왜 아직도 양치질을 안 했냐?’라고 물으면 ‘책을 조금 더 보고 하겠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렇게 네다섯 번 정도 더 말하다가 밤 11시가 넘어가면 저도 모르게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됩니다. 화를 내야 아이가 말을 들어요.”

“그것은 아이의 의지로 양치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강제적인 힘에 의해서 하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럴 경우에는 아이에게 심리적 억압이 일어나게 됩니다. 억압된 심리는 사춘기가 되면 부모에게 저항하게 되는 원인이 됩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왜 밤 10시에 자야 하는지, 왜 양치질을 해야 하는지 충분히 납득이 되지 않은 겁니다. 그 부분을 가지고 먼저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아이는 ‘아빠는 밤 10시에 안 자면서 왜 나는 그 시간에 자야 되나요?’ 하고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부모가 먼저 10시에 불 끄고 자는 모습을 보여 준다고 해도 모든 아이들이 10시에 자는 건 아닙니다. 부모가 먼저 텔레비전도 안 보고 책 읽는 모습을 늘 보여 주면서 아이에게 ‘텔레비전 그만 보고 책을 읽어라’ 하고 말하면 교육 효과가 훨씬 높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따라 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잘 안 되는 게 교육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들이 본인은 늦게 들어오면서 아이에게는 일찍 들어오라고 하거나, 자기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아이에게는 보지 말라고 하고, 나는 늦게 자면서 아이에게는 일찍 자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속으로 ‘아빠는 안 하면서...’라고 생각하며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갑니다.

억압된 심리는 저항감을 키울 뿐 아무런 교육 효과가 없습니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만 나빠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밤 10시에 자기로 했다고 할 때, 아이가 밤 10시쯤 자려고 하는지 지켜보고 그 시간에 안 자는 모습이 자주 반복되면 ‘아이가 밤 10시에 자는 것이 납득이 안 되었구나.’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자기 전에 이를 닦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정하지 말고, 왜 이를 닦고 자야 하는지 대화를 통해서 충분히 이해를 시켜야 합니다. 물론 대화를 한다고 해도 아이들은 ‘그냥 안 닦고 잘래.’라고 반응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래, 이를 안 닦고 자 보자 ’ 하고, 다음 날 아침에 ‘입 안의 느낌이 어떠냐?’ 하고 물어봐야 합니다. 양치질을 하고 잤을 때와 안 하고 잤을 때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대화를 해서 아이 스스로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들도 스스로 납득이 되어야 행동을 하게 됩니다.”

“둘이 자주 싸우게 되는데, 저한테 얘기할 때는 각자에게 유리하게 상황 설명을 하거든요. 누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형제자매가 싸울 때 누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부모가 그걸 가려서 판결을 내리려고 하는 것 같네요. 하지만 이건 관점을 잘못 잡고 있는 거예요. 본래부터 잘한 일, 잘못한 일은 없습니다. 서로 다른 것이지 누가 잘하고 잘못한 일이 아니에요. 두 사람이 서로 의견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르고,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싸움이 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모가 자식을 두고 형이 잘했는지 동생이 잘했는지 판단하면 안 됩니다. 의견에 차이가 있고 입장이 다른 것을 서로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자식들을 피고인으로 두고 부모가 판사처럼 행동하는 것은 교육이 아닙니다. 코칭 영상이라고 해도 잘 가려서 봐야 합니다. 형제자매가 싸울 때는 ‘누가 옳다’, ‘누가 그르다’ 이렇게 나누지 말고 ‘아이들의 견해가 서로 다르구나. 각자 입장을 한번 물어보자.’ 이렇게 관점을 잡아야 합니다. 아이들의 얘기를 잘 들어 보고 형의 입장, 동생의 입장, 언니의 입장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하고, 각자의 의견을 서로 이해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입니다.”

“그래도 너무 자주 싸우거든요.”

“아이들이 크면서 좀 싸우기도 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싸움이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옛날에는 한 집에 서너 명씩 아이들을 낳아서 키웠습니다. 어느 날 부모가 사탕을 사 와서 자식 네 명에게 똑같이 나눠 주었습니다. 그중에 막내가 사탕을 더 먹겠다고 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부모는 우는 것을 달래려고 큰 아이 사탕 하나를 내놓으라고 해서 막내에게 줍니다. 그런데 부모가 외출하고 나면 어떻게 되나요? 형이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막내에게 준 사탕이 본래 자기 것이었다며 다시 뺏어 갑니다. 이렇게 사회 질서를 배우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요즘은 자식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부모와 자식 관계만 있지, 형제자매 사이에 경험하는 수평적 질서 관계를 경험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예의를 모르고 버릇없는 행동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왕자와 공주처럼 대우받고 자란 아이들이 학교 적응이 어려운 이유가 바로 수평적 관계 형성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형제자매가 여러 명일 때는 자주 싸우기도 하지만, 싸우면서 사회 질서를 배우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싸울 때는 너무 간섭하려고 하지 말고, 좀 지켜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서로 폭력을 쓴다거나, 힘이 세다고 물건을 뺐거나, 성추행이나 심한 욕설을 해서는 안 됩니다. 갈등이 일어나면 싸울 수는 있지만, 기본적인 사회 규범은 지켜야 합니다. 그런 부분은 타이르고, 필요하면 조정도 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싸우다가도 금방 화해하고, 다시 웃고 놉니다. 어른들처럼 한 번 싸우면 다시 안 보고 그러지 않습니다. 아침에 싸우고, 저녁에 웃고 놀다가, 이튿날 아침이 되면 또 싸우고, 그러면서 크는 거예요. 어른들처럼 심각하게 볼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에 폭력을 행사한다든가 중요한 사회 규범을 지키지 않을 때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부모가 조정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 외에는 간섭하지 말고 지켜봐 주면 됩니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서로 정도 들고 함께 성장하게 됩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친구하고 싸웠다고 해서 원수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싸운 후에 더 친해진 경우도 있습니다. 형제자매 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가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지 말고 항상 지켜봐 주고, 중요한 사회적 규범을 어기거나 범죄가 될 수 있는 경우에는 조정을 해주면 됩니다. 싸우지 않고 조용하게 지내는 것이 관계가 좋다고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서로 관계가 냉랭하고 안 좋을수록 싸울 일이 생기지 않습니다. 육아 코칭 영상을 볼 때는 잘 가려서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봉사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나 거절을 잘 못하는 편이어서 힘들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거절을 할 수 있을까요?

  • 어머니의 기대와 저의 기대가 서로 달라서 행복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두 사람 모두 행복할 수 있을까요?

  • 1년 차이의 자매를 가진 엄마입니다. 둘째가 재능이 많아서 첫째가 기가 죽어서 지냅니다. 엄마로서 입장이 난처할 때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경상도 출신 남편의 양육 방법에 상당한 문제가 있습니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방법 때문에 아이에게 언어 발달과 성격에 장애가 생길 것 같아 걱정입니다.

  • 일상생활을 하면서 과거의 안 좋은 기억 때문에 불안합니다.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할머니와 어머니, 이모, 삼자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엄마의 영향으로 저도 이모와의 관계가 소원한 상태입니다. 불편한 마음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요?

  • 현재 나이가 40세인데 어렸을 때보다 행복한 것 같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

  • 굉장히 열심히 살아왔는데 아이가 대학에 간 이후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예전처럼 열심히 살 수 있을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곧바로 무대 위에서 책 사인회를 했습니다. 강연에 참가한 교민들은 길게 줄을 서서 스님에게 사인을 받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책 사인회를 마치고 스님은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홍콩, 화이팅”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스님은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봉사자들은 묘덕 법사님과 함께 둥글게 모여 앉아 마음 나누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두가 성공적으로 강연을 마친 것에 대한 기쁨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성당에 다니는 천주교 신자인데 오늘 봉사하러 왔습니다. 법륜스님 강연은 언제 들어도 깊이가 남다릅니다. 오늘도 그랬고요. 다음에는 성당에 자매님들을 더 많이 데리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스님이 홍콩에 오실 때마다 강연을 듣고만 갔습니다. 이번에 봉사를 해보니까 한 번 강연을 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봉사자들이 정성을 쏟는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강연 홍보를 담당했습니다. 좌석이 차서 제 마음도 기쁨으로 꽉 찼습니다.”

“강연을 하나 치른다는 것이 굉장히 큰 일인데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니까 쉽게 끝난 것 같아요. 이런 걸 두고 모자이크 붓다라고 한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봉사자 중에는 딸과 함께 봉사를 하러 온 분도 있었습니다. 2014년도에도 딸과 함께 봉사를 했는데 어린 딸이 훌쩍 커서 지금은 한국말도 잘하는 중학생이 되어 있었습니다. 딸이 봉사를 하고 난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늘 외부 안내 봉사를 맡았어요. 스님 법문을 듣고 나서 인생의 목표가 확실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연을 총괄한 김은주 님이 소감을 재미있게 말했습니다.

“홍콩에서 21년 동안 살면서 이 강연을 준비하기 위해서 내가 홍콩에 왔구나 실감했습니다. 여기서 한국 사람을 만날 일이 거의 없었는데, 강연을 준비하면서 한국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났어요. 이번 강연을 준비하면서 제 이름이 ‘정토회’가 되었습니다. 내년에는 광둥어 통역 강연을 준비해 보고 싶습니다. 화이팅!”

행사 전문 단체가 준비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봉사자들의 정성으로 무사히 강연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묘덕 법사님이 봉사자들을 위해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의 봉사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특히 자녀 교육에 대해 깊이 있는 말씀을 해 주셨잖아요. 스님이 자녀 교육에 대해 해 주신 말씀을 듣고 부모가 달라지면 아이들의 인생도 달라집니다. 봉사를 하면서 자기 마음을 살펴보았다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것이 바로 일과 수행의 통일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셔서 일상에서 행복해지는 연습을 계속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수고한 서로를 격려하며 큰 박수와 함께 소감 나누기를 마쳤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니 밤 11시가 넘었습니다. 길고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홍콩 공항을 출발하여 대만으로 이동한 후, 오후에는 대만에서 아시아 순회강연 중 네 번째 강연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1

0/200

최상훈

고맙습니다 ^^

2025-07-14 11:59:11

최연주

스님 건강을 기원합니다🙏
저녁도 거르시고 힘드셧겠어요

2025-07-14 10:51:35

감로화

아들들을 간섭하고 억지로 제 방식을 강요했음을 참회합니다.
지금 아들들이 서운하게 하는건 제 업식임을 알고 수순하겠습니다.

2025-07-14 10: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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