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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공동체 법사단과 하루 종일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5시 30분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경주 남산으로 향했습니다. 차로 이동하는 중에 경주 남산 너머로 아침 해가 힘차게 떠올랐습니다.
스님이 차에서 내리자 법사님들도 막 경주 남산에 도착했습니다. 서울에서 여섯 명의 법사님들이 경주로 달려왔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묘향법사님 간병하느라 다들 수고가 많았어요. 오늘은 경주 남산도 산책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하루 쉬어 가세요.”
지난주에 묘향법사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공동체 법사단에서 돌아가며 2년 가까이 간병을 해왔습니다. 스님은 간병하느라 수고한 법사님들에게 특별히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포석정을 출발하여 지마왕릉을 지났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 길이 경주 남산의 서쪽 기슭입니다. 아침에 이 길을 걸으면 그늘로 걸을 수 있어요.”
뜨거운 햇볕을 피해 서쪽 기슭을 가볍게 걸었습니다.
연못가에는 풀이 사람의 키만큼 높이 자라 바람이 불 때마다 출렁이며 물결처럼 흔들렸습니다.
삼불사를 지나자 삼릉계곡 입구에 이르렀습니다.
너른 바위에 앉아 잠시 땀을 식혔습니다.
“이제는 오르막길은 못 가고 평지만 걸을 수 있네요.”
예전 같았으면 삼릉골을 올라 용장골로 내려오는 등 등산을 했을 텐데 오늘은 쉬엄쉬엄 둘레길만 걸었습니다.
삼릉을 지나 경애왕릉까지 걸은 후 산책을 마쳤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문경 수련원에서도 열 명의 법사님들이 차를 타고 달려와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수련과 병가로 인해 몇 분을 제외하고 공동체 법사단이 거의 다 모였습니다.
먼저 스님이 오늘 모임을 갖게 된 이유를 말했습니다.
“지난 2년간 법사단에서 묘향법사님과 향덕법사님을 간병하느라 수고가 많았기 때문에 격려를 해주려고 다들 오라고 했어요. 다들 고생했지만 누가 특별히 고생이 많았어요?”
“향광명 법사님이요. 초기에는 묘수 법사님이 많이 애써주셨어요.”
모두 큰 박수로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2년 전 교통사고로 몸을 크게 다치고 재활 치료를 하고 있는 향덕 법사님도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스님이 향덕 법사님을 보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다른 법사님들은 간병하느라 고생했고, 향덕 법사님은 아프느라고 고생이 많으셨어요.” (웃음)
향덕 법사님도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이어서 올해 두북 어르신 가을 나들이를 어디로 갈지 논의를 한 후 다 함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최말순 보살님이 법사님들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오후에는 뜨거운 햇볕을 피해 실내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낮 기온이 34도까지 올라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났습니다.
해가 저물자 뜨거운 열기가 누그러지고, 서늘한 바람이 살며시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녁을 함께 먹고 밤 9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차로 4시간을 달려 새벽 1시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부터는 아시아 순회강연이 시작됩니다. 오전에 JTS 사무국장과 JTS 32주년 기념 세미나 준비 계획에 대해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싱가포르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달 27일에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에서 질문자와 스님이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부모님이 사주를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십니다. 처음에는 남자친구의 조건이 부족하다며 반대하셨고, 사주를 보자고 하셔서 알려드렸더니 오히려 더 심하게 반대하셨어요. 결국 제가 견디다 못해 헤어졌다고 말씀드린 뒤 몰래 만났습니다. 사계절이 지나도록 잘 만나고 있었고, 다시 부모님께 말씀드렸지만, 여전히 사주를 이유로 격렬히 반대하십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 번만 만나달라고 부탁드렸는데도 절대 안 보시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희끼리 결혼 날짜를 잡았습니다. 날짜를 정한 뒤 다시 말씀드리자 '남자친구를 가만두지 않겠다' 하며 위협적인 말씀을 하셔서 지금 많이 괴롭습니다. 사주라는 것이 정말 그렇게 믿을 만한 것인가요? 이런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부모님을 설득하지 않더라도 해를 입지 않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부모님이 재산이 좀 많으십니까?”
“네.”
“그럼 얻어먹을 게 좀 있네요. 부모님의 승인을 받으면 결혼을 계기로 재산을 좀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앞으로 몇 년간 일해서 버는 것과 부모님을 잘 설득해서 얻는 것 중 어느 쪽이 나은지 머리를 굴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에게 의지하지 않고 우리끼리 알아서 살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면, 부모님 승인을 받으면 좋지만 못 받아도 신경 쓸 필요가 없지 않겠어요?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부모의 승낙 없이 결혼을 할 수가 있습니다. 출가해서 스님이 되는 것도 19세 이상이면 부모의 승낙이 필요 없습니다. 성인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 19세 미만인 미성년자는 자기 인생을 자기 혼자서만 결정할 수가 없습니다. 보호자가 있기 때문이에요. 보호자는 부모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반드시 보호자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질문자는 서른 살도 넘었기 때문에 부모의 승인이 필요 없습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찬성하시면 다행이고, 반대하시더라도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재산이나 유산 같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면 어떤 선택이 나한테 더 이로운지 판단해 볼 필요가 있어요.
사주는 그것을 믿는 사람에게는 그럴듯한 근거가 있고, 안 믿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근거가 없어요. 결혼을 하고 싶으면 그냥 사주를 안 믿으면 되고, 결혼을 하기 싫다면 핑계 삼아 사주를 믿으면 돼요. 부모님은 결혼을 반대하기 때문에 사주 핑계를 대고 있는 거예요. 옛날에는 결혼을 한 번 하면 두 번은 다시 못 하는 문화였어요. 얼굴을 보거나 사귀어 보고 결혼하는 게 아니라,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결혼을 했어요. 그러니 위험부담이 매우 컸고, 막상 살아보니 나쁘다고 해서 물릴 수도 없었어요. 이런 위험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 사주를 보고 궁합이 맞는지 안 맞는지 확인을 한 겁니다. 그 시대에는 이런 심리적 안전장치가 필요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직접 얼굴을 보고, 또한 몇 년 사귀어 보고, 실제로 같이 살아보기도 하니까, 굳이 사주가 필요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결국 본인이 선택할 문제예요. 부모의 승낙을 받을 경우 떡고물이 좀 있다면 조금 기다리면서 설득하는 게 이익이고, 부모가 끝까지 반대한다면 그냥 본인이 결정하면 됩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남자친구를 가만두지 않겠다’ 하는 말씀은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우리가 자동차를 탈 때는 사고가 날 위험이 항상 존재하잖아요?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으니 자동차를 아예 안 탈 건가요? 현실적으로는 사고 위험이 있어도 그 확률이 아주 낮기 때문에 그냥 타고 다니잖아요. 그러면 부모가 자식을 해칠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요? 그것도 매우 낮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고민이 다 해결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얼마 전에 스님의 책 『스님의 주례사』를 읽었는데요. 거기서 백일기도를 하면 좋다는 얘기를 하셔서 어떤 방식으로 기도를 하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정말 결혼하겠다는 마음이 확고하다면 저한테 묻지 않았겠죠? 결혼을 안 하는 걸로 결정한 경우에도 마찬가지고요. 이렇게 묻는다는 것은 아직 결심이 완전히 서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결혼하는 게 좋을까, 말아야 할까’ 하고 마음속에서 갈등을 계속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럴 때는 이런 걱정을 내려놓고 백일기도를 해보는 게 좋아요. 기도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결론이 나옵니다. 남자가 먼저 마음을 접고 떠나버릴 수도 있고, 부모가 거의 죽겠다고 반대를 해서 도저히 결혼을 강행할 수가 없게 될 수도 있어요. 아니면 기도하는 동안 내 마음이 바뀌거나, 반대로 ‘하늘이 두 쪽 나도 결혼하겠다’ 하고 결심이 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두고 한 발 떨어져서 기다리면 어느 순간 저절로 교통정리가 됩니다. 옛날 같으면 ‘신이 점지를 했다’라고 하거나 ‘운명대로 결정되었다’라고 말했겠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마음이 정리된 결과입니다. 결혼하겠다고 이미 결심이 섰다면 굳이 기도할 필요가 없지만, 약간 망설여진다면 결혼 문제를 내려놓고 기도를 해보세요. ‘그저 인연 되는대로 살겠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기도하다 보면 무의식 속에 있던 걱정이나 두려움들이 저절로 정리가 되어서 결정이 나버립니다.”
“네, 기도를 하면서 제 마음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추가로 여쭤보고 싶은 것은, 부모님께서 저랑 인연을 끊겠다고 하시는데, 저는 사실 제 힘으로 살아도 문제가 없고 남자친구랑 결혼하겠다는 결심도 서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 택시 호출 플랫폼이나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줄 모르시는데, 저랑 인연을 끊으면 제가 도와줄 수 없게 될까 봐 걱정이 됩니다.”
“그건 좋게 말하면 착한 딸이고, 나쁘게 말하면 어리석은 거예요. 상대는 인연을 끊자고 독하게 나오는데, 나는 부모님이 택시를 못 탈까 봐 걱정하잖아요. 부모님이 그렇게까지 강하게 나오는데 택시를 타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웃음)
“스님, 감사합니다.”
무더운 여름 올해 휴가는
고단한 일상에서 벗어나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도심 속 절캉스'는 어떨까요?
비움과 쉼, 침묵디톡스로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함께해요.
-기간 : 25년 7월 3일(목) ~ 8월 28일(목)
-마감 : 25년 8월 8일 (금) 오후 2시 (선착순 마감)
-장소 : 정토사회문화회관 5층
-참여인원 : 최소 5명 ~ 최대 30명
※ 신청 인원이 5명 미만일 경우, 다음 요일 프로그램으로 순차 이관되어 운영됩니다.
▶︎ 참가신청 : https://bit.ly/도심속절캉스
-운영 요일 및 시간
화,목요일 : 오전 10시~ 13시 10분 (총 3시간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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