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6.25. 한국 귀국, 종교인 모임, 수행법회
“성실하게 일해도 성과가 안 나와서 힘이 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부탄 방문을 마치고 한국에 귀국하자마자 종교인 모임과 수행법회를 했습니다.

스님은 어젯밤 11시 10분에 방콕 공항을 출발하여 비행기를 타고 5시간 25분을 이동하여 오전 6시 40분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밤새 비행기 안에서 쪽잠을 잤습니다.

입국 수속을 하고 인천 공항을 나와 곧바로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종교인 분들이 오전 7시 30분에 이미 도착하여 모임을 시작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빨리 가도 종교인 모임에는 늦을 것 같았습니다. 스님은 오전 8시 30분이 되어 평화재단 회의실에 도착했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비행기표를 끊을 때 날짜를 잘못 계산하고 끊어서 비행기표를 바꿔서 다음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고 도착 시간이 늦었습니다.”

목사님, 신부님, 주교님, 교령님, 교무님 모두가 스님을 환영했습니다.

“먼 길 다녀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양해를 구하고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7월 14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되는 국제화해학회와 스리랑카 종교인 모임 초청 행사의 세부 일정을 공유하고, 함께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지난 3주 동안 라오스, 워싱턴D.C.와 일본, 부탄을 방문하고 온 내용을 공유해 주었습니다.

“저는 백일법문이 끝나자마자 6월 중순에 미국을 방문해서 북미 대화를 재개시켜 보려고 관계자를 좀 만나 보고 왔습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아닌데 자기들이 나서서 대화를 해 보려고 하는 의향은 없어 보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미국이 무슨 카드를 들고 나오는지 파악한 후 대화에 임하겠다는 심산인 것 같고, 다른 하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종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과 대화를 하려면 러시아 파병 문제 등 먼저 정리해야 할 일들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북일 관계에 대해서도 일본은 미국이 결정한 대로 따라갈 뿐이기 때문에 별로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만약 지금처럼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답보 상태로 계속 가게 될 경우 남북 관계를 획기적으로 풀어 나가는 방법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북한이 남한을 적대적 국가로 규정한 상태여서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지금으로서는 예상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트럼프의 이란 공습이 북미 대화에 미친 영향

저는 지금까지 북미 관계를 먼저 풀고 나서 남북 관계를 풀어나가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니까 북미 관계가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저런 트럼프를 어떻게 믿을 수 있지?’ 하는 염려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남북 관계를 예전처럼 복원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는 것부터라도 먼저 시도해 보는 게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남한에서 정권 교체가 되지 않았다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네타냐후처럼 자기가 나서서 이스라엘 같은 역할을 자임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그러한 위험이 해소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마침 이재명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북한도 대남 소음 방송을 멈추며 남북 간의 긴장도 한층 완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에 가서 원로 정치인들을 만났습니다. 일본은 7월에 참의원 선거가 있어서 정권이 다시 바뀔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 일본은 북일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준비가 안 되어 있어 보입니다.

지난 일주일은 부탄을 방문해서 부탄 정부와 지속 가능한 개발을 진행하기 위해 본 프로젝트에 대한 양해 각서(MOU)를 체결하고 왔습니다.”

스님의 일정을 듣고 나서 박경조 주교님이 말했습니다.

“너무 무리를 하시네요. 앞으로 스님이 비행기를 타지 못하도록 오늘 우리가 결의를 해야겠어요.” (웃음)

종교인 분들은 어떻게 하면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를 개선해 나갈 수 있는지 본격적으로 토론을 이어 나갔습니다. 박종화 목사님이 스님의 말을 받아서 이야기했습니다.

“이란이 핵무기를 만든 상황은 아닙니다. 핵무기 제조 기술을 확보한 상황인 거죠. 그러나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제조해 놓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란과 북한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스님도 목사님의 말에 공감하며 말했습니다.

“이란은 중국, 러시아와 협력적 관계이지 군사 동맹 관계까지는 아닙니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주위에 중국과 면해 있고, 러시아와 군사 동맹 관계까지 맺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북한을 이란처럼 공격하지는 못할 겁니다. 남한에서 네타냐후 같은 사람이 정권을 잡아서 전쟁의 위험을 고조시킬 수가 있는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런 위험은 없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홍진 신부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번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비상계엄을 일으켜서 아주 큰 기여를 해준 것 같네요. 불교에서는 그런 사람을 뭐라고 합니까?”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불교에서는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세상 사람들을 깨우쳐 주는 사람을 역행 보살이라고 부릅니다. 오히려 훌륭한 행동을 해서 세상 사람들을 깨우치는 것이 쉽지,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되기를 자처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교령님도 웃으며 말했습니다.

“목사님이나 주교님은 절대 흉내도 못 낼 행동입니다.” (웃음)

대화가 무르익어 갈 무렵 박경조 주교님이 질문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이런 시대에 종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자본주의 물결이 더욱 거세지고, 예수님의 가르침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한다고 해서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잖아요.”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일신교는 돈교입니다. 돈교 밑에 점포를 벌린 것이 기독교, 천주교, 불교입니다. 각각이 ‘우리한테 오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 하고 사람들을 유인하는 것이 지금의 종교입니다. 같은 불교 아래에서도 어느 절에 가서 빌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근본은 돈교입니다. 지금 우리가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 주겠다고 사람들에게 알려도 아래층에서 ‘어느 주식을 사면 대박 난다.’ 하고 강의하는 사람이 있으면 사람들은 전부 아래층으로 몰려갈 겁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무속인들도 결국 돈 많이 벌게 해 주는 것과 승진시켜 주는 것과 관계가 있는 거예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7월에 열리는 국제화해학회 행사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모임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종교인 분들을 배웅한 후 곧바로 3층 설법전으로 이동했습니다. 오전 10시가 되자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낭독하며 수행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도 화상 회의 방에 입장하여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주간 정토행자 소식과 스님이 부탄을 방문하고 온 모습을 영상으로 본 후 대중이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부탄을 방문하고 온 소식을 자세하게 공유해 주면서 수행자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토행자는 자기 자신을 위해 매일 아침 한 시간은 수행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수행법회에 참석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며, 일주일에 최소 두 시간 이상 자원봉사에 참여해야 합니다, 또 해마다 한 차례 이상 ‘명상 수련’, ‘깨달음의장’, ‘나눔의장’ 수련에 참여해서 자신의 마음을 정화해야 합니다. 비록 세속에 살더라도 수행자라면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살다 보면 아침 정진을 빠뜨리기 쉽고, 매주 법회에 참석하는 것도 놓칠 수가 있고, 일 년에 한 번 수련에 참여하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그러다 보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괴로움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기보다, 욕심에 눈이 멀고 자기 성질을 못 이겨 괴로움을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말로는 불교 수행자를 자처하면서도 실제로는 그저 이름뿐인 수행자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토행자가 일상에서 수행을 해 나가는 방법

정토회는 수행 공동체입니다. 정토행자는 아침에 눈 뜨면 수행 정진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아무리 바쁘더라도 매주 수행법회에 참여해서 흐트러진 마음을 다시 가다듬어야 합니다. 상반기와 하반기에는 한 번씩 정일사(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수련도 진행합니다. 정일사 수련은 2주일간 매일 300배 정진을 하고, 이어지는 한 주 동안은 도반들과 나누기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점검하고 그것을 과제로 삼아 정진해 나가는 수련입니다. 부족하더라도 이렇게 꾸준히 자신을 닦아 가는 일이 수행입니다. 올해 정토회는 2월 16일부터 6월 1일까지 105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법문하고, 정진하며, 봉사하는 백일법문을 잘 마쳤습니다. 백일법문은 끝났지만, 올해는 300일을 특별 정진 기간으로 정했기 때문에 정진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 불교인들은 불자라고 하면서도 수행 정진을 잘 안 하다 보니, 수행이 어렵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슬람 신자들만 해도 하루 다섯 번 기도를 드리고, 일 년에 한 달 동안은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을 실천하는 라마단을 꾸준히 지킵니다. 불교의 본래 가르침은 수행 정진에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불교가 종교화되면서, 본래의 뜻은 흐려지고 그저 복이나 비는 세속적인 신앙으로 흘러가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불교 안에 수행 정진은 이름만 남아 있을 뿐 실제로 정진하는 사람이 드문 것이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불교를 믿는다고 하면서도 복을 비는 기도나 단순한 불교 공부에만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교 교리나 철학을 공부하더라도 그 공부가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수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신앙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복을 비는 기도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토회라는 이름으로 모일 때만큼은 수행자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상구보리에서 하화중생으로 이어지는 수행자의 삶

또한 우리는 대승 수행자인 보살입니다. 스스로 어리석음을 깨우쳐 해탈과 열반을 향하는 상구보리(上求菩提)의 가르침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는 하화중생(下化衆生)의 가르침도 함께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정신적, 물질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회적 실천도 꾸준히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도 지난 100일 동안에는 상구보리(上求菩提)의 길로써 법문을 주로 했지만, 백일법문이 끝나자마자 하화중생(下化衆生)의 길을 나섰습니다. 첫째, 세계 곳곳을 다니며 평화를 위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중동 사태처럼 한반도가 전쟁에 휘말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 위험을 막고 평화를 지키는 데 역할을 해 왔습니다. 북한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하고, 미국에 가서는 북미 간 대화의 길을 열도록 설득했으며, 일본에서는 북일 대화 재개를 독려했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새로 출범한 정부 관계자들에게 남북이 당장 관계를 개선하지는 못하더라도 적대적 정책은 폐기하도록 당부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일주일 동안은 부탄을 방문하여 공무원들과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지금 부탄에서는 가난한 마을을 찾아가 집 없는 사람은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돕고, 허름해서 수리가 필요한 집은 수리하도록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 길을 포장하고, 울타리를 쳐서 야생 동물을 막고, 논에 물을 대는 농수로를 만들고, 집마다 수돗물이 공급되도록 상수도도 설치하고 있습니다. 또한 너무 가파르거나 비가 오면 진흙탕이 되어 차량 통행이 어려웠던 비포장도로의 일부 구간은 시멘트로 포장해서, 비록 덜컹거리더라도 차가 다닐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주민들의 불편을 덜고 고통을 줄여 주는 주민 생활 개선 운동이야말로, 부처님께 올리는 최고의 공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탄의 공무원들에게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절을 크게 짓고 불상을 크게 조성하는 것만이 불사가 아닙니다. 진정한 불사는 고통받는 중생의 괴로움을 덜어 주는 일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단순한 면장이나 군수, 군청 직원이 아니라 주민의 고통을 덜어 주는 보살입니다. 불사하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함께해 나갑시다.’

그 자리에서 공무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에 염주를 걸어 주면서 ‘오늘부터 여러분은 중생의 고통을 덜어 주는 보살입니다.’ 하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보살은 불평하거나 불만을 토로해서는 안 되잖아요. 아무리 큰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 일을 해내어 주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도록 만들어 보자고 격려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시범 사업을 진행했고, 그것을 기초로 해서 엊그제 부탄 정부와 정식으로 MOU를 체결했고, 이제 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JTS 활동가 4명이 부탄에 파견되어 활동 중이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자원봉사자의 참여가 절실합니다. 집을 새로 짓는 일은 부탄 주민들도 할 수 있는데, 가장 어려운 일은 집을 수리하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주민들은 온 가족이 한방에서 아이, 부모, 할머니가 모두 한 공간에서 살아왔던 겁니다. 그래서 JTS에서는 집마다 칸막이를 세워서 할머니 방, 아이들 방, 부부 방을 나눌 수 있게 개선해 주고자 합니다.

이 운동은 부유하게 살자는 운동이 아닙니다. 다만 내가 그 집에 가서 하룻밤을 묵었을 때 불편한 점이 있다면, 그 점을 개선하자는 거예요. 손바닥만 한 공간이라도 내 방이 없어 함께 자야 한다면 불편하지 않겠어요? 밤에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화장실이 없다면 불편하지 않을까요? 아침에 세수하려는데 물이 없고, 밥을 먹으려는데 부엌이 너무 지저분하다면 어렵지 않겠어요.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자는 겁니다. 특별히 잘살자는 게 아닙니다.

실제로 주민들도 자녀가 학교 기숙사에 살다 집에 와도, 집에 있으려 하지 않는다며 고충을 털어 놓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을 좀 더 깨끗하고 편리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이 일은 주민들이 직접 해야지, 누가 대신 해 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보고 참고할 수 있도록 동네마다 샘플 주택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은 두 개 주(州)인데, 그 안에 리(里)가 약 65개쯤 있고, 그 아래 자연 부락이 보통 3개 내지 4개씩 있어서 마을 수가 200개가 넘습니다. 동네마다 샘플을 하나씩 만든다고 해도 200채가 넘는 집을 손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 일을 실행하려면 목수, 미장공, 전기공 등 기술 인력 서너 명으로 한 팀을 구성해, 200개 마을에 각각 한 팀씩 보내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각 집에는 주방에 싱크대도 놓고 선반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옷이나 이불을 보따리에 싸서 방 한구석에 두고 지내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짐을 정리할 수 있도록 선반이나 수납장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엌에도 그릇을 넣을 찬장이 없어서 늘 어수선하니 간단한 수납 공간만 만들어 줘도 집안이 한결 정돈됩니다. 여성들이 가장 반기는 개선 사업은 첫째, 서서 일할 수 있는 부엌을 만들어 주는 것, 둘째, 실내에 부엌을 들이는 것, 셋째, 실내에 물이 들어오게 해 주는 것입니다. 저를 비롯하여 우리가 모두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나 젖을 먹고 자란 존재들이니, 여성들이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일을 해야 합니다.

못질하는 보살, 선반 짜는 수행자, 이제는 사람의 손이 필요한 시기

이렇게 개선하려면 자원봉사자가 많이 필요합니다. 자원봉사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기술이 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있는 분들은 기술은 있지만, 현지 음식이나 기후에 적응하기 어렵고, 주민들과 말이 안 통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반면 젊은이들은 말도 통하고 적응도 잘하지만, 기술을 가진 게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젊은이들이 한 달 정도 시간을 내어 자원봉사에 참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선반 짜는 일도 힘이 아니라 전기로 합니다. 대패도 전기로 작동하고, 나무 자르는 것도 전기톱으로 합니다. 부탄의 장점은 아무리 시골이라도 전기가 들어온다는 거예요. 그래서 전기 기계를 쓰기가 아주 편리합니다. 수력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외국에 수출할 정도이기 때문에, 어디서든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 작업이 훨씬 수월합니다. 그런 면에서 부탄은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하나의 센터를 정해 놓고 거기서만 일한다면 자원봉사자들의 숙박 시설을 한 곳에만 갖추면 됩니다. 그러나 이번 사업은 깊은 산속에 있는 마을마다 들어가서 보름씩 머물며 일을 해야 하니까 사정이 다릅니다. 보름 머무를 집을 새로 지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동네 주민들의 집에 가서 살아야 하는데, 그러자니 부탄에 사는 동안 생활이 너무 열악한 거예요.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를 신청해 주셨으면 합니다.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대패질하는 법, 나무 자르는 법, 못질하고 선반 짜는 법만 일주일 정도 배우면 누구나 가능한 일입니다.

이제 부탄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되었습니다. 그러나 본 프로젝트로 확대하여 모든 마을에서 동시에 개선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니 일이 좀 많습니다. 행정 절차를 거쳐 견적을 내고, 현장을 일일이 찾아가 기술 지도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물자도 대량으로 구매해야 하고요. 이것이 하화중생(下化衆生) 하는 일입니다. 대승 불교에서는 자기 정진하는 상구보리(上求菩提)와 타인을 돕는 하화중생이 모두 수행입니다.”

다음은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온라인에서 두 명이 스님에게 질문하고 대화를 나눈 후 법회를 마쳤습니다. 11시 30분이 넘어 사홍서원으로 수행법회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접견실로 이동하여 미얀마 지진 피해 현장에서 구호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JTS 박지나 대표와 회의를 했습니다.

“미얀마는 잘 다녀왔어요?”

“미얀마 만달레이 지역이 피해가 가장 심해서 이재민들에게 생필품을 배분하고 왔습니다. 집이 무너지고 이재민촌에 생활하는 사람들 중에 우선 1,067가구에 대한 배분을 마쳤습니다. 쌀 24kg, 병아리콩 5kg, 콩기름 1리터, 녹차 180g, 닭고기 다시다 1팩(400g), 소금 1팩(400g), 라면 30개들이 1상자를 하나의 꾸러미로 해서 가구마다 나눠 주었습니다. 7월에 다시 미얀마로 들어가서 4,000가구 이상 추가로 배분을 하려고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오후에는 잠시 휴식을 했습니다. 밤새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쌓인 피로를 풀고, 다시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4시부터는 평화재단 기획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여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국제 질서의 변화 속에서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의논하고 평화재단의 사업 방향에 대해 검토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3층 설법전에는 80여 명의 대중이 자리하고, 정토회 회원들은 온라인 화상 회의 방에 접속한 가운데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오전 법회처럼 부탄을 방문하고 온 내용을 공유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온라인에서 네 명이 질문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회사 영업 파트에서 일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가 나오지 않아서 힘이 든다며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성실하게 일해도 성과가 안 나와서 힘이 듭니다

“저는 회사에서 기업에 자사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잘 못해서 힘이 듭니다. 부서 팀장도 인정할 만큼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고 있지만, 그만큼의 성과가 따라주지 않습니다. 일을 잘하기 위한 전략이나 방법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매출을 내야 하는 부서이다 보니 자꾸 결과에 집착하게 됩니다. 회사에서도 날마다 성과를 비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을 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지고, 일도 잘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질문자의 말 속에는 모순이 있어요. 마음이 편하고 싶으면서 성과도 내고 싶다면, 그것은 욕심입니다. 어떤 사람은 연습을 많이 안 해도 타고난 자질 덕분에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잘 안되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사람은 노래를 한두 번만 듣고도 곧잘 따라 부르는데, 저 같은 사람은 500번을 들어도 안 됩니다.

이렇게 사람마다 가진 재능이 다 다릅니다. 질문자가 성실하다고 해서 반드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물론 성실하지 않은 것보다는 성실한 편이 낫겠지만, 성실하다고 해서 남들보다 잘할 거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림을 열심히 그린다고 할 때, 나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하루에 10시간 그린다고 해서 하루에 1시간 그리는 친구보다 반드시 10배 잘 그린다는 보장은 없어요. 오히려 놀면서 그리는 친구보다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성실하게 할 때와 성실하지 않을 때를 비교하면, 당연히 성실할 때가 더 낫겠죠. 그런데 남과 비교할 때는 단순히 성실함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판매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은 같은 시간에 남들보다 열 배 넘게 팔기도 합니다. 또 물건을 사러 가면 가격을 잘 깎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10퍼센트도 깎기 어려운데 절반씩 깎는 사람이 있어요. 이렇게 사람마다 재능이 다르다는 거예요. 같은 학교에 다녀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있고,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과학을 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 열심히 해서 잘하는 걸까요? 한 사람을 기준으로 그가 열심히 하느냐 안 하느냐를 비교하면 열심히 할 때 결과가 좋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는, 열심히 했느냐보다 타고난 재능이 더 큰 차이를 만들 때도 있습니다.

지금 질문자는 비교 기준이 잘못되어 있습니다. 영업을 잘하는 사람 중에는 일도 많이 안 하면서 결과를 잘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질문자가 영업에 소질이 없다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 사람만큼은 못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그 사람보다 잘하려고 목표를 세우면 안 되겠죠. 중요한 건 ‘내 수준에서 얼마나 할 수 있느냐.’입니다. 최선을 다하고 방법을 연구하면 좀 더 나아질 것이고, 게으르면 성과가 낮을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다른 사람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면, 그 일은 질문자에게 맞지 않는 일일 수 있어요. 재능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그 분야에 맞지 않다는 뜻이에요.

저는 노래에 소질이 없습니다. 노래에만 소질이 없을 뿐이지 다른 건 괜찮아요. 예를 들면 제가 학교 다닐 때 월말 고사를 보면 공부를 잘하는 축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학년말 고사가 되면 성적이 뚝 떨어졌어요. 왜 그럴까요? 미술, 음악, 체육 같은 예체능 과목이 합산되니까 평균 점수가 내려가는 겁니다. 그 과목들을 빼면 성적이 괜찮았어요, 그게 제 능력이고 현실이었습니다. 질문자는 아직 직장 다닌 지 1년밖에 안 됐잖아요. 몇 년 일하면서 연습도 해 보고, 재능 있는 사람이 어떻게 일하는지도 배워 보세요. 비록 재능이 부족하더라도 노력으로 어느 정도 보완하는 길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잘하는 사람만큼은 안 되더라도 70퍼센트 정도는 따라갈 수 있다면 그 일을 계속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주위 사람들의 절반 정도밖에 성과가 안 나온다면, 그 일은 질문자에게 맞지 않을 수 있으니 다른 일을 찾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건 괴로워할 일이 아닙니다. ‘열심히 하면 성과가 나지 않겠습니까?’ 라는 질문도 맞지 않습니다. 열심히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일이 내 적성에 맞는지도 함께 따져야 해요. 그걸 무시하고 무조건 열심히 한다는 태도로는 안 됩니다. 열심히 한다고 반드시 잘되는 게 아닙니다. 주어진 조건과 상황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불교에서는 인연과보(因緣果報)라고 합니다.

질문자가 이 분야에서 재능이 다소 부족하다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과가 기대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다른 사람의 절반만 성과가 나와도 괜찮습니다. 이번 달에 50을 했다면 다음 달에는 60, 그다음 달에는 70으로 늘려 가면 돼요. 잘하는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내가 열심히 하니까 조금씩 나아지고 있네.’ 이렇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질문자가 갖고 있는 괴로움의 뿌리는 욕심입니다.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남과 비교하며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지?’ 하고 괴로워하는 거예요. 그 욕심만 내려놓으면 됩니다. 욕심을 버리라는 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남보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과 재능 이상의 성과를 내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뜻입니다. 자신의 노력과 재능, 그리고 주어진 조건을 고려해서 거기에 맞는 결과를 추구해야 합니다.”

“어차피 해도 안 되는 것 같다는 마음에 수행 정진도 제대로 안 하고 있었는데, 내일부터는 수행 정진부터 잘 챙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용기를 내어 솔직하게 질문해 준 분들에게 청중 모두가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대중은 모둠별로 동그랗게 둘러앉아 마음 나누기를 하였고, 스님은 설법전을 나와 정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는 북한 전문가들과 모임을 하고, 오후에는 평화재단 정기 심포지엄에 참석한 후 동남아에서 온 INEB 정토회 방문단 환영식을 하고, 저녁에는 INEB 정토회 방문단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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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관

고맙습니다...

2025-06-28 09:23:21

박영미

"이 일을 실행하려면 목수, 미장공, 전기공 등 기술 인력 서너 명으로 한 팀을 구성해, 200개 마을에 각각 한 팀씩 보내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목수, 미장공, 전기공 등 기술 인력 외에 그들이 일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주변 일을 재빠르게 도와주는 뒤모도라는 사람도 필요할 것 같아 보여요. 그런 일이
라면 지원해 볼 수 있을텐데요~ㅎ

2025-06-28 07:12:45

정태식

“만약 남한에서 정권 교체가 되지 않았다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네타냐후처럼 자기가 나서서 이스라엘 같은 역할을 자임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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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서 아파트에 단전 단수가 되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이제 그러한 상황은 모면한 것 같아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2025-06-28 07: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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