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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부탄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방콕을 경유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뒤, 아침 6시에 린첸다와 님의 집에서 한국인 활동가들이 정성껏 준비한 따뜻한 밥과 미역국으로 아침을 먹었습니다.
원래 오전 8시에 왕립 공무원 위원회 의장이자 GNH(국민총행복지수) 위원장을 지낸 카르마 치팀 님과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치팀 님이 국왕님에게 급한 업무 지시를 받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게 되어 부득이하게 회의가 취소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침 식사 후 7시부터는 JTS 활동가들과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이번에 트롱사와 젬강에서 진행했던 워크숍 결과를 평가하며, 앞으로 준비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점검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활동가들이 챙겨야 할 사항들을 차근차근 이야기했습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해서 대량으로 구매해야 하는 자재가 지붕재, 시멘트, 파이프, 철망, 전선입니다.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은 공장도 가격으로 구매해야 가격이 제일 저렴해요. 그래서 이런 자재들을 어떻게 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을지 알아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나무, 자갈, 모래는 가능한 주민들이 동네에서 구할 수 있게 하면 되고요.”
“네, 지금부터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이어서 마을마다 자재를 운반하고 보관하는 방법, 주거 개선 사업을 위한 기술자 확보 문제, 부탄 공무원들과의 소통 방법, 신청이 들어온 사업의 우선순위 결정 방법 등 약 한 시간 반 동안 다양한 안건에 대해 논의를 했습니다.
회의를 마친 후 9시 30분부터는 팀푸 시내에 있는 산마루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부탄 자재 공급업체인 ‘퍼펙트 빌더(Perfect Builder’s Store Limited)’의 펜촐 님을 만났습니다. 펜촐 님은 인도 마하보디 소사이어티에서 인연을 맺은 전 국회 의장 다쇼 파상 님의 회사 대표로, 부탄에서 규모 있는 자재 공급업체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퍼펙트 빌더는 철재, 지붕재, 울타리 자재, 화이버, 알루미늄 창호재 등 주요 건축 자재를 생산하며, 전선 제조와 기술 지원도 가능한 회사입니다. 앞으로 부탄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면 많은 자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스님은 펜촐 님과 자재 구입과 운반 방안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펜촐 님이 먼저 회사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스님, 부탄의 오지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지원해 주셔서, 저희 단체를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 회사는 본사가 푼촐링에 있고 겔레푸, 팀푸, 파로, 왕두에 지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겔레푸에서 젬강까지는 자재 납품이 수월할 것으로 보입니다. 직원 대부분이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기술 지원도 가능합니다.”
스님은 JTS의 사업 원칙을 설명한 후 주민들에게 자재를 전달할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본 내용을 이야기했습니다.
“저희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주거 개선이 목적이므로 고급 자재보다는 적당한 품질의 중급 자재가 필요합니다. 시공 지역은 치옥이지만, 자재는 게옥까지만 공급하면 될 것 같습니다. JTS에서는 공사를 하기 전에 먼저 마을 주민들에게 하루 이틀 교육을 합니다. 주민 대부분이 전통 방식으로 건축하기 때문에 기술 교육이 이루어지면 훨씬 효율적으로 집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11시에는 퍼펙트 빌더 팀푸 지점에 가서 직접 매장을 둘러보았습니다. 공사에 필요한 대부분의 자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펜촐 님이 스님에게 축원을 요청하여 스님은 매장 전체를 돌며 축원을 해 주었습니다.
11시 30분에는 내각 사무실로 가서 부탄 재정부 장관 레키 도지 님을 만났습니다. 레키 도지 님은 지속 가능한 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젬강 출신이었습니다.
“스님께서 많은 활동을 젬강에서 하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뿐 아니라 현 국회 의장도 젬강 출신이라 꼭 한 번 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만나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재정부 장관은 불교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중에 국회 의장도 오셔서 함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았습니다. 스님의 부탄 출국 비행기 시간을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원래는 오후 4시 20분에 출발하는 방콕행 비행기로 알고 있었는데, 며칠 전 이메일을 통해 1시 20분으로 출발 시간이 변경되었다는 연락이 왔는데, 전달이 안 되어서 그 사실을 회의 중에야 알게 된 것입니다. 점심 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던 타시 박사에게 전화로 사과를 드리고, 식사를 준비해 준 산마루 식당 사장께도 전화로 미안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JTS 활동가들과도 갑작스럽게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스님.”
“오늘 아침에 어쩐 일로 여유가 있나 했더니 이런 일이 발생했네요.” (웃음)
스님은 급히 짐을 챙겨 파로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시간이 촉박해서 운전이 능숙한 린첸다와 님의 친구가 공항까지 운전을 해 주었습니다. 내각 비서실에서 비행기 출발 시간을 조금 늦춰 달라고 공항에 부탁을 해서 우여곡절 끝에 겨우 방콕행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설산을 지나 태국 현지 시각으로 오후 5시 30분에 방콕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정토회 방콕 모둠 소속 회원인 황소연 님이 마중을 나와 출입국 수속을 도와 주었습니다.
방콕 공항에서 약 5시간을 대기했다가 밤 11시 10분에 방콕 공항을 출발하여 인천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새벽 6시 35분에 인천 공항에 도착하여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이동한 후 오전에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과 주간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오후에는 평화재단 기획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저녁에는 저녁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8일 부탄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수행법회에서 질문자와 스님이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는 무언가에 꽂혀 열망하고 노력하며 그 과정에서 여러 감정을 경험합니다. 그러다 마침내 이루고 나면 ‘아, 별거 없네.’ 하고 느끼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직접 경험해 봐야 비로소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제야 욕망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별거 없네.’ 하는 경험이 쌓일수록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해 조금씩 편안해졌습니다. 부처님은 왕자로 태어나 그 시대 사람들이 꿈꿀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마음껏 누려 보신 분입니다. 부처님이 욕망과 번뇌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인간이 꿈꿀 수 있는 대부분의 욕망을 극한까지 체험하셨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저 역시 깨달음과 평온을 추구하기에 앞서, 어느 정도는 이런 욕망에 끌려 다니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궁금합니다.”
“마약을 해 본 뒤 중독 과정을 거치면서 ‘마약이 정말 위험하구나.’ 하고 자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마약을 한 번 시작한 인연으로 중독이 되어 버려서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마약을 아예 안 해 봐서 관심조차 없는 사람도 있고, 마약을 한번 해 본 경험 때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중독자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릴 때 두들겨 맞아 본 경험으로 인해 ‘폭력은 정말 나쁘구나.’ 하고 느껴서 비폭력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도 있고, 맞았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자신도 자식을 때리는 습관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릴 때 맞아 본 적이 없어서 폭력을 몰라 자식을 안 때리고 키우는 사람도 있고, 맞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맞는 게 어떤 건지 몰라서 오히려 아이를 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인간에게 네 가지 성향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가는 사람이 있고, 밝은 곳에서 밝은 곳으로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가는 사람이 있고, 어두운 곳에서 더 어두운 곳으로 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잣집에 태어났기 때문에 껄떡거리지 않고 베푸는 사람도 있고, 부잣집에서 자라 어려움을 몰라 망나니처럼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 그 어려움을 몸소 체험한 덕분에 가난한 사람을 이해하고 베푸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가난으로 인한 상처 때문에 트라우마를 안고 자기만 살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네 가지 사례가 다 있습니다.
그런데 평균적으로 보면 마약을 하다가 완전히 벗어나는 사람은 백 명 중 한두 명에 불과합니다. 마약을 해 본 사람 중에 마약을 못 끊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태어나 그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 힘든 사람을 돌보는 사람도 극히 드뭅니다. 감옥에서 수십 년을 보내고 나와 정치적 보복을 하지 않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 같은 사람도 있지만, 그런 고통의 경험으로 인해 오히려 정치적 보복을 더욱 강하게 실행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쾌락을 실제로 즐겨본 뒤 그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한 사람은 부처님뿐만 아니라 야사 비구 등 일부 존재합니다. 그러나 확률적으로 보면 어떨까요? 쾌락을 한 번 맛본 사람이 쾌락에서 벗어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쾌락을 즐겨 봤기 때문에 오히려 거기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마찬가지로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을 이해하고 성실하게 살며 남에게 베푸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오히려 가난하게 자랐기 때문에 더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다수예요. 풍족하게 자랐기 때문에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다수입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부유하게 자란 덕분에 특별한 상처 없이 오히려 모두를 포용하는 넉넉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 간혹 있긴 합니다.
부처님은 왕자로 태어나 온갖 쾌락을 누릴 수 있는 조건에 있으면서도,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출가하여 평생을 검소하게 살았습니다.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은 매우 드문 예에 해당합니다. 제가 만난 사람 중에 재벌 3세 청년이 있었는데,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는 대신 수행자의 길을 걷고 싶어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런 사람이 존재하긴 하지만 역시 매우 드문 사례예요.
질문자는 내면 깊숙이 쾌락을 즐기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겁니다. ‘부처님도 실컷 욕망을 즐긴 뒤에 그 뿌리를 뽑았다고 하니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러나 쾌락을 즐기고 나면 과연 쾌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쾌락에 접근하지 않는 사람이 쾌락에서 벗어날 확률이 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쾌락에 접근하지 않았다고 반드시 쾌락에서 벗어난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티베트, 부탄, 네팔의 린포체(Rinpoche)들 중에는 어릴 때부터 환생자로 인정받아 왕자처럼 자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너 살밖에 안 됐을 때부터 사람들이 찾아와서 절을 합니다. 전생부터 스승이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자란 사람 중에서도 오히려 삐뚤어져서 돈을 밝히거나 성추행을 저지르거나 교만한 예도 있습니다. 반대로 달라이라마처럼 훌륭하게 성장한 경우도 있고요. 어릴 때부터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좋은 교육을 받으면 올바르게 성장할 확률이 높지만, 반대로 삐뚤어지는 사람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 결과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평균적으로 보면 나쁜 것에 덜 노출될수록 그 영향을 받을 확률은 낮아지고, 좋은 교육을 받을수록 바르게 성장할 확률은 높아집니다. 저는 대학도 다니지 않았고, 유학도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학에 가거나 유학을 가지 않아도 길이 있다.’라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수행자는 ‘대학도 안 가고 유학도 안 가야 되는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건 옳지 않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성인이 나오기도 어렵지만, 지나치게 좋은 조건에서 성인이 나오기도 무척 어렵습니다. 부처님의 위대함은 그런 상황에서도 환경에 물들지 않고 자각해서 스스로 무지에서 벗어났다는 점입니다. 또한 부처님은 길을 몰랐기 때문에 극단적인 고행도 해보고, 극단적인 쾌락도 누려 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길로 가면 안 된다는 걸 부처님을 통해 배웠잖아요. 그런데도 ‘나도 직접 가 봐야 하겠다.’라고 한다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우리가 굳이 배울 필요가 없지 않겠어요? 뭐든 직접 해 보고 스스로 깨달으면 되는 거니까요.
질문자의 말은 일부 맞는 표현이고, 실제로 그런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아주 소수에 해당합니다. 성인의 지혜를 듣고 배우는 것이 현명한 길입니다. 독약은 직접 먹어 보고 나서 ‘이게 독이구나.’ 하고 확인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만약 우리가 모든 것을 직접 겪어 봐야만 한다면, 인류가 일만 년 역사 동안 쌓아온 경험을 처음부터 되풀이해야 할 겁니다. 그것은 너무 무모한 일입니다.”
“욕망을 추구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 아니냐는 말씀을 들었을 때 순간 ‘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이미 양쪽 길을 모두 가 보셨는데도 내가 굳이 그 길을 다시 가 보려 한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굳이 배울 필요가 없지 않으냐는 말씀을 들으니, 제가 배우려는 자세가 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억지로 참고 하느라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는 ‘직접 겪어 보면 깨닫는 게 있다.’ 하는 말을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라면은 안 먹는 게 좋지만, 라면 한번 먹어 보는 게 소원이라면 한번쯤 먹어 보라고 할 수도 있겠죠. 큰 부작용이 없다면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그게 독약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독약인데도 ‘직접 먹어 봐야 안다.’라고 말해 주면 그 과보를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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