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6.8. 워싱턴 D.C. 방문 1일째
“하기 싫다는 마음이 올라올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스님은 워싱턴 D.C. 에 4일 동안 머물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8일 밤 9시에 인천을 출발한 비행기는 약 11시간 동안 비행해 현지 시각 8일 오후 4시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습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은 뒤, 워싱턴 D.C. 행 항공편에 짐을 다시 부쳤습니다. 약 5시간을 기다린 후, 밤 9시에 다시 워싱턴 D.C. 행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5시간에 걸친 야간 비행 끝에 9일 새벽 5시,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도 스님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직항 대신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하는 항공편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천을 떠난 지 21시간 만에 워싱턴 D.C에 도착하게 됐습니다. 공항에는 JTS 사무국장 민덕홍 님과 국제지부장 김지현 님이 마중 나와 있었습니다.

“스님, 미국까지 오신다고 고생하셨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미주 정토회관으로 이동했습니다.

회관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법당에 들러 삼배를 올리고, 회관에 상주하는 활동가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1년 만에 워싱턴을 찾은 스님에게 활동가들은 먼저 삼배를 드리고, 신관 불사 상황을 보고했습니다.

“스님, 신관 건축은 1차 마무리되었습니다.”

“새로운 건물을 짓느라 수고 많았어요.”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짐을 정리했습니다. 스님은 이번에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최근 출간한 ‘혁명가 붓다’ 한글판과 영어판도 함께 가져왔습니다. 해외 배송료를 절약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짐정리를 마치고 새로 지은 건물과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볼 건 봐야죠.”


스님은 회관 주변을 천천히 돌며 세심하게 조언했습니다. 부지가 경사진 지형이라 사람이 다니는 길과 물길을 어떻게 낼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새 건물은 의자를 놓고 강당으로 쓰는 게 좋을 수도 있겠어요. 지대가 낮으니 건물 앞쪽 땅을 더 깎아서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겠어요. 경사진 지형을 고려해 물길도 잘 내줘야 해요. 아래쪽에 정원을 만든다면, 땅을 평탄하게 고르는 작업이 필요해요.”

현장을 꼼꼼히 둘러본 뒤 스님은 다음 일정을 앞두고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오후에는 버지니아 페어팩스에서 약속이 있어 점심식사를 마친 뒤 회관을 나섰습니다. 이번 만남은 과거 버지니아 법당으로 대여하여 사용했던 윌리엄조 평화센터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센터에 도착하자 통역을 맡은 제이슨 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국제지부 회원 곽수진 님은 전날부터 청소를 하고 다과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스님은 함께 책상을 정리하고 수고했다고 인사를 하며 ‘혁명가 붓다’ 책을 선물했습니다.

오후 2시가 되자 전 미국 재무부 차관보를 지낸 올린 웨딩턴 님이 도착했습니다. 지난해 워싱턴에서 만난 이후 1년 만의 재회입니다.

스님은 영문판 ‘혁명가 붓다’ 책을 선물로 건넨 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두 분은 한반도 평화, 북미관계 재개, 그리고 대북 제재와 인권 문제까지 폭넓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최근 북한은 남한과의 모든 공식 소통 채널을 단절했고, 남북통일을 지향하던 기존 노선에서 ‘적대적 두 개의 국가’로 선을 그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나설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금은 북미관계를 먼저 개선하고, 그다음에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1시간 넘게 대화를 나눈 뒤 스님은 올린 님에게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했습니다.

“꼭 북미 간에 대화가 다시 시작될 수 있도록 트럼프 정부에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네, 스님. 다음에 또 뵙길 바랍니다.”

곧이어 워싱턴 타임스 재단 회장 마이클 젠킨스 님, 워싱턴 타임스의 래리 모핏 님, 카토연구소의 더그 반도우 님,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대표 그렉 스칼라튜 님이 도착했습니다.

“스님,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워싱턴 타임스 재단을 방문해야 하는데,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근처에 살아서 괜찮아요.”

젠킨스 님은 스님의 오랜 친구이자 전 미국 국무부 대북담당 특사를 지냈던 디트라니 대사님이 건강 문제로 함께 참석하지 못하게 된 사정을 전했습니다. 스님도 전해 들었다고 하며 쾌유를 기원했습니다. 스님은 각 인사에게 영문판 ‘혁명가 붓다’ 책을 선물로 드리고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약 2시간 동안 북미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해법과 한반도 평화에 대해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5시에는 근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저녁식사 자리에는 민주평화통일 워싱턴협의회 전 회장 이재수 님, 워싱턴성공회 신부 최상석 님, 전대성 님, 위민크로스디엠지(Women Cross DMZ)의 조현숙 님이 함께했습니다. 최상석 신부님은 교회에서 통일을 주제로 강연을 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며 스님의 활동을 지지해 주는 분입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최근 한국과 미국의 정세, 남북 및 북미 관계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스님은 식사를 준비해 준 이재수 회장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혁명가 붓다’ 책과 우리말 대사전을 선물했습니다.

비 내리는 밤, 다시 정토회관으로 돌아온 뒤 밤 9시부터 전법 법회 생방송이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전법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법 법회를 여는 날입니다. 지난 백일 동안 매일 법문이 이어졌기 때문에 그동안은 전법 법회를 따로 열지 못했습니다. 특히 오늘은 정일사(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수련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여 입재 법문을 겸해서 법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연이은 일정과 해외 출장으로 감기가 쉽게 낫지 않아 기침이 심하고 목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전법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은 평소보다 잠긴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어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회는 수행자들이 모여 평화, 통일, 환경, 인권 등의 사회적 실천을 함께하는 수행 공동체입니다. 일반 시민들이 주도하는 사회운동과는 그 성격이 다릅니다. 그럼에도 ‘내가 수행자이다.’라는 자각 없이 활동에 참여한다면, 전법 회원으로서의 자격을 놓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반 시민으로서 또는 정토회의 일반 회원으로서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법 회원이라면 ‘나는 수행자이다.’라는 관점을 분명히 가져야 합니다.

어떤 사람을 수행자라고 할까요?

수행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조건을 탓하거나 타인을 원망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고, 슬프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외부 탓으로 돌리지 않고, ‘이건 나의 문제다.’라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화를 내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에요. 누구나 화날 수도 있고, 짜증을 낼 수도 있고, 슬퍼서 울 수도 있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남을 탓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상태에서도 ‘아, 나는 수행자이지.’ 하고 금방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합니다.

수행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비록 우리가 그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더라도 그 길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수준에 미치지 못했을 때는 ‘내가 놓쳤구나.’ 하고 참회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관점을 놓치면 더 이상 수행자라고 말할 수 없겠죠. 현실에서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다고 해서 수행자의 자격이 없다는 건 아니에요. 그건 내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이기 때문에 ‘아, 내가 놓쳤구나.’하고 자각하면 됩니다. 그러나 자신의 스트레스를 합리화하면서 남을 탓하고 시비분별을 일으킨다면, 수행적 관점을 놓친 것입니다. 그러면 수행자라고 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직장과 가정 속에서도 내가 수행자임을 자각하기 위해

정토회는 수행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일반 회원들도 수행을 지향하지만, ‘내가 수행자이다.’라는 자각은 전법 회원에 비해 덜 한 편입니다. 그러나 전법 회원이라면 ‘나는 수행자이다.’라는 분명한 자각이 있어야 합니다. 일상에서 활동하다 보면 이런 자각을 놓칠 수가 있어서 정토회에서는 상반기에 한 번, 하반기에 한 번, 일 년에 두 번에 걸쳐 정일사(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일사 수련 기간에는 매일 300배 절을 하는 것을 수행 방법으로 정했습니다. 현대인은 오랜 시간 앉아 있는 생활로 활동량이 부족하고, 자기중심적인 생각도 커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수행 방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절 수행이 이런 문제를 해소하는 데 가장 효과적입니다. 특별한 질환이 있거나 무릎에 통증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앞으로 보름간은 매일 300배 절을 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도반들과 함께 자신을 돌아보고 도반들로부터 자신에 관한 조언을 청해서 점검하는 수련도 함께합니다.

이번 정일사 수련 기간에 중요한 것은, 자신의 문제를 법사님과 도반들을 통해 객관적으로 비추어 보고, 수행자로서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지를 자각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각한 내용으로 과제를 정하고, 앞으로 6개월 동안 정진해 나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비록 출가하여 집을 떠난 것은 아니지만, 직장에 다니고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면서도 ‘나는 수행자이다.’라는 관점을 잃지 않는 것이 바로 정일사 수련의 본질입니다. 이런 취지를 잘 새겨서 이번 정일사 기간을 의미 있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전법회원들은 오늘부터 백일 동안 소비 멈춤 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실천단 모집을 시작했고, 스님은 지금 워싱턴 D.C. 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전법회원들이 실천하고 있는 소비 멈춤과 평화 운동이 지금 시대에 갖는 의미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오늘날처럼 기후 위기 시대에 ‘소비 멈춤’이라는 환경 실천은, 오직 성장을 목표로 삼는 사회에서 불편한 주장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 질서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저항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평화로운 방식으로 모든 생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이 길을 가고자 합니다. 다만 경제적 이익 추구에만 눈이 먼 일부 사람이나 집단에게는 환경 실천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도 남편이나 아내, 부모나 자녀로부터 반대에 부딪히거나 친구들이 비웃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 일은 오히려 당연한 일일 수가 있습니다. 바로 그런 저항을 이겨낼 때 우리의 새로운 삶의 방식이 세상에 확산될 수 있습니다.

소비 멈춤, 새로운 문명을 여는 실험

그런데 그 과정을 억지로 견디며 괴로워하고 힘겹게 버틴다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우리가 불쌍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일시적으로 도와줄지는 몰라도, 이런 삶의 방식이 확산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기쁘고 보람차게, 기꺼이 청빈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도 ‘아, 저렇게도 살 수 있구나.’ 하고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럴 때 새로운 삶의 방식이 기존의 삶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비 멈춤’, 즉 소비를 줄이고 남는 것을 이웃과 나누는 이 실천은 정토회가 미래 문명을 새롭게 세우는 하나의 거대한 실험이기도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 운동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토회는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이 땅에 실현하고자 창립되었습니다. 동시에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통일을 이루는 것을 또 하나의 사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목표를 ‘두 개의 수레바퀴’로 삼아 정토회를 창립했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전쟁의 위협, 이른바 ‘코리아 리스크’를 극복하고 분단을 넘어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평화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불자로서 우리는 수행 중심의 불교를 이 땅에 정착시키고 세계로 확산시켜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정토회의 창립 동기이자 근본 목표입니다. 단지 부처님의 바른 법을 정착시키고 확산하는 일만 생각한다면, 굳이 통일 의병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수레바퀴를 함께 굴리고자 한다면 반드시 평화와 통일에 대한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정토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맡는 전법 회원 이상이 되려면, 평화와 통일에 대한 관점이 분명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민족의 역사, 특히 근현대사를 공부하고 분단의 원인과 남북 관계의 형성 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제도적으로는 남북이 분리되었지만,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라는 관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북한 주민의 고통을 남의 일처럼 여겨선 안 돼요. 그들의 고통을 우리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뿐 아니라 북미 관계와 북일 관계도 풀어야 합니다. 지금 제가 미국 워싱턴 D.C. 에 와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오늘 새벽에 도착해서 하루 종일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목소리가 많이 잠겼습니다. ‘스님이 왜 이렇게 무리하면서까지 뛰어다니실까.’ 하고 의아해하실 수도 있습니다. 한반도에 전쟁의 위기는 낮아졌지만 평화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한 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더불어 한국에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 시점은 우리가 오랫동안 염원해 온 평화의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그러나 만일 내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약해지거나, 내년 한국의 지방선거에서 현 정부가 패배해서 정치적 기반이 흔들리게 되면,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1년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래서 몸이 좀 아프더라도 이 기회를 살려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있습니다.

평화의 길을 가려면 먼저 한국 사회가 내부적으로 통합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너무 분열되어 있으면 자꾸 외부의 간섭을 받게 됩니다. 우리가 외부의 영향을 덜 받으려면 먼저 우리 사회 내부가 통합되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 통합은 매우 중요합니다. 남북 간의 대화도 필요하지만, 국내에서는 진보와 보수, 여야 간의 소통이 필요합니다. 남한은 이미 중국, 러시아와 수교를 맺었지만, 북한은 아직 미국, 일본과 수교를 맺지 못했습니다. 이 또한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국제 정세와 남북 관계가 안정되고 동시에 국내 정치도 안정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평화라는 기반 위에서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오늘부터라도 ‘내가 통일의병이라는 사실을 놓치고 있었구나.’ 하고 스스로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오늘 전법회원 법회는 대중부 활동가의 수련 프로그램인 정일사 입재식과 겸해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법사단에서 정일사 수련 프로그램에 대해 안내한 후 스님이 정일사 수련에 임하는 마음 자세에 대해 입재 법문을 했습니다.

각종 행사로 점점 더 바빠지는 시기이지만 무엇보다 정진을 가장 우선으로 하기로 다짐하고,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두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최근에 다리 부상을 겪으며 전법 활동에 대한 열정이 많이 약해졌다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정진을 하면 좋을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하기 싫다는 마음이 올라올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법 활동가로 1년 정도 활동하며 자부심을 느껴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돕는 이나 진행자로 활동하지 않게 되면서 의욕이 점점 떨어지고, ‘하기 싫다’는 마음이 자꾸 올라옵니다. 최근에는 아킬레스건 부상까지 입어 당분간 절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정진을 이어가야 할까요?”

“우리가 보통 ‘절하기 어렵다.’라고 할 때, 그 어려움은 과연 몸에서 오는 것일까요?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일까요? 절을 하다 보면 힘든 건 사실이에요. 이번 정일사(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기간에도 300배 정진을 하게 되는데, 아침마다 300배를 하려면 솔직히 부담이 좀 될 거예요. 직장 생활에 아침 정진, 전법 활동까지 일정이 빠듯한데 하루에 300배를 더 하려면 최소한 한 시간은 더 내어야 하잖아요. 결국 잠자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래도 보름 정도니까 억지로라도 참고 해보는 방법이 있겠죠.

그런데 ‘하기 싫다’, ‘어렵다’라는 것은 사실 몸이 아니라 마음에서 일어납니다. 마음이 하기 싫은 쪽으로 기울면, 몸도 따라서 말을 안 듣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객관적인 판단인 것처럼 ‘내가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몸이 말을 안 들어서 그렇다.’라고 생각해요. 이럴 때 ‘어렵다’, ‘괴롭다’ 하는 감정은 마음이 일으키는 것이지,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에 무릎을 다쳐서 통증이 있다면 그때는 몸이 일으키는 신호입니다. 이럴 때 무리해서 밀어붙이면 오히려 몸이 더 상하게 돼요. 몸에 이상이 생기면 회사에 병가를 내듯이 수행도 일정 기간 활동을 조정해야 합니다. 저도 왼쪽 무릎 연골판이 파열되어서 지금은 삼귀의 삼배와 칠정례 일곱 번만 절하고 있거든요. 몸 상태가 절을 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인 거예요. 이처럼 질문자도 몸에 이상이 있다면 병가를 내든지 진단서를 제출해서 일정 기간 활동을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절을 못 한다고 해서 수행을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주력 수행을 하거나, 명상하거나, 무릎이 불편해서 좌선이 어렵다면 의자에 앉아서라도 수행을 이어갈 수가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마음입니다. 마음이 싫다는 쪽으로 기울면 모든 게 귀찮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이럴 때는 벌떡 일어나서 ‘그냥 한다!’ 하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면 알람을 새벽 5시에 맞추고, 알람이 울리자마자 벌떡 일어나 세수부터 해버리는 겁니다. 그렇게 마음을 먼저 크게 내는 연습을 하다 보면, ‘다 마음이구나!’ 하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원리를 체험으로 알게 됩니다.

모든 것이 마음에서 일어난다는 걸 아는 게 수행이고 정진입니다. 이런 자각이 생기면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않게 됩니다. 주어진 여건과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한다.’하는 자세로 꾸준히 정진할 수 있어요. ‘힘들다.’ 하는 감정에 매몰되지 말고 다시 마음을 내어 도전해 보는 게 필요합니다. 사실 그 고비만 넘기면 아무 일도 아니에요. 마음이 힘든 것도 고비만 넘기면 ‘별일 아니네!’ 하고 깨닫게 됩니다. 마치 악몽을 꾸다가 눈을 탁 떴을 때 ‘꿈이었네!’ 하고 알아차리는 것과 같습니다.

스스로에게 ‘뭐가 문제인가?’ 하고 물어본 후 ‘별일 아니잖아!’ 하고 깨닫는 자세로 그냥 해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일단 한 번 해보세요. 시간이 부족하거나 형편이 안 되어 전법 활동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그때는 일반 회원으로 전환해서 또 다른 방식으로 정토회 활동에 참여하면 됩니다. 전법 회원이 아니어도 한 꼭지를 맡을 수 있다면 책임 봉사자로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질문자는 전법 회원이 된 지 1년밖에 안 됐으니까, 다시 한번 발심해서 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정말 어렵다면 상황에 맞게 일반 회원이 되어 참여하겠다는 관점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제가 마음을 부정적으로 내고 걱정만 앞세우고 있었다는 걸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한 번이 안 되면 두 번, 세 번이라도 발심하여 행동으로 실천해 보겠습니다. 힘들고 하기 싫은 마음을 넘어서 보는 전법 회원이 되겠습니다. 오늘도 몸과 마음으로 앞서 실천하시는 법륜 스님을 보며, 저도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분이 더 질문을 했습니다.

  • 대통령 선거 이후 내란 세력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밤 11시가 넘었습니다. 사홍서원으로 전법회원 법회를 마쳤습니다. 긴 하루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내일도 스님은 워싱턴 D.C. 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미국 정부, 의회,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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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의수호자

스님
좋은법문을들려주셔서감사합니다

2025-06-12 04:00:09

Hoon

이시대의 부처입니다!

2025-06-11 23:10:18

CACTUS

스님이 몸 까지 좋지않은 상태임에도 평화를 위해서 하시는 일이 꼭 외무부 장관 모습이네요. 이렇게 까지 하시는 데 모든 사람이 원하는 평화가 오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06-11 22: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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