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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라오스를 방문한 지 3일째 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약속한 미팅을 이어 나갔습니다. 하루 종일 연달아 미팅을 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6시가 되어 한국으로 가기 위해 비엔티안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출국 수속을 한 후 탑승구 앞에서 대기하다가 저녁 8시에 비엔티안 공항을 출발했습니다.
비행기는 1시간 15분을 이동하여 중간 경유지인 베트남 호찌민 공항에 현지 시각으로 밤 9시 15분에 착륙했습니다.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2시간 30분 동안 공항에서 대기했습니다. 대기하는 동안 원고 교정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업무을 보았습니다.
탑승 시간이 되어 다시 비행기를 타고 밤 11시 45분에 호찌민 공항을 출발하여 인천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은 비행기 안에서 의자에 앉은 채로 쪽잠을 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달 30일에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열린 금요 즉문즉설 강연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지금 결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자친구 어머니께서 저희가 만난 지 1년도 안 됐다며, 결혼이 너무 이르다고 하십니다. 첫째 며느리와 고부 갈등을 겪으신 터라 새 며느리를 들이는 데 부담을 느끼시고 결혼을 미루길 원하십니다. 남자친구가 그동안 여러 차례 본가에 내려가 설득했지만, 어머니의 뜻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경제적 지원 없이 시작하는 결혼이기에,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는 알리지 않았지만, 웨딩 촬영도 마쳤고 결혼 반지도 맞췄습니다. 스님께서는 성인이 되면 부모의 품을 떠나 스스로의 삶을 선택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제 남자친구는 여전히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모습까지도 그 사람의 일부라 여기며,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자 아무 말 없이 6개월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기다리기만 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아니면 지금이라도 남자친구가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 걸까요?”
“남자친구가 그렇게 마음에 들어요?”
“제가 보기엔 괜찮습니다.”
“그렇게 마음에 들면 오늘부터 같이 살아요. 성인이잖아요. 결혼이라는 게 뭐예요? 같이 사는 게 결혼이잖아요.
결혼은 두 사람이 하는 겁니다. 시어머니와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왜 시어머니의 허락이 필요해요? 친정에만 알리고 결혼하든지, 아니면 둘이서만 조용히 해도 되는 일이에요. 남자친구가 그건 못 하겠다고 하면 그냥 같이 살면 됩니다. 그것도 못 하겠다고 하면 ‘그럼 나중에 보자.’ 하고 보내 버리세요.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라는 말 밑바탕에는 사실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이나 축복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부모가 반대하면 경제적 지원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부모의 도움 없이 결혼을 하겠다고 결심을 하면 허락을 못 받아도 결혼을 할 수가 있습니다. 본인의 의사가 확고한지가 문제죠.
남자친구가 계속 부모 핑계를 대며 망설인다면, 그건 효심이 깊다기보다는 사실 질문자에 대해 100퍼센트 확신이 없기 때문일 수 있어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결혼할 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질문자가 부족하다는 말은 아니에요.
요즘은 결혼 안 하고 동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먼저 남자친구에게 정말 결혼할 마음이 있는지, 있다면 부모의 허락 없이도 결혼할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해 보세요. 만약 부모의 도움 없이는 어렵다고 한다면 ‘얼마 정도 지원받을 수 있는데?’ 하고 물어보세요. 그 답을 들어보고 ‘그 정도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조금 기다려 보자.’ 하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죠. 반대로 ‘그 정도의 지원은 부모님에게 받지 않아도 내가 부담할 수 있어. 그냥 결혼하자!’ 이렇게 결론이 날 수도 있습니다. 제 말은 실리적으로 접근해 보라는 겁니다. (웃음)
억지로 다그치거나 겁먹지 말고, 왜 그런지 조심스럽게 대화해 보세요. 만약 남자친구가 마마보이여서 그런 거라면, 아무리 사람이 괜찮아도 결혼 상대로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어머니 말씀을 들어 보면, 첫째 며느리와 고부 갈등이 있어서 새 며느리 들이는 일을 꺼린다고 했잖아요? 그 말은 결혼을 아들 중심이 아니라 자기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시어머니의 반대는 크게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기중심적인 판단이니까요.
하지만 남자친구가 부모의 허락을 받고자 하는 이면에 경제적 이익이 걸려 있다면, 아무리 시어머니가 까다롭더라도 고려할 필요는 있겠죠. 그러나 지금 남자친구가 그런 실질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단지 망설이고만 있다면, 남자친구와 대화를 통해 정리해야 할 문제입니다. 군대를 갔다든지, 외국에 있다든지, 아프다든지 하는 분명한 사정이 있다면 기다릴 가치가 있겠죠. 하지만 그런 뚜렷한 이유도 없이 계속 미룬다면 그건 시간 낭비입니다. 아무리 좋아해도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잖아요. 좋아한다고 해서 꼭 결혼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결혼은 실제로 생활을 같이 하는 것인 반면 연애는 서로 좋아하기만 해도 되는 거예요. 그래서 연애는 이 사람과 해도 결혼은 다른 사람과 할 수도 있는 겁니다. 가능한 한 빨리 교통정리를 하는 게 좋습니다.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다면 10년이라도 기다릴 수 있겠지만, 그럴 가치가 없다면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스님 말씀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내일 당장 결혼을 하면 됩니다. 불교식으로 결혼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두 사람이 연꽃 일곱 송이를 들고 법당에 갑니다. 여자가 일곱 송이를 손에 쥐고 있다가, 남자가 먼저 ‘당신과 결혼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면 여자가 ‘예.’하고 다섯 송이를 남자에게 건넵니다. 그리고 여자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남자가 ‘예.’라고 응답하면 나머지 두 송이도 남자에게 줍니다. 그렇게 해서 처음에 여자가 들고 있던 일곱 송이 연꽃이 모두 남자에게 전달됩니다. 남자가 그 일곱 송이를 불전에 올린 다음 함께 절을 하면 끝이에요. 그러면 주례는 누가 선 거예요? 부처님이 서신 거예요. 혼인 신고도 걱정할 것 없어요. 두 사람 모두 성인이니까 동사무소에 가서 혼인 신고서를 내면 됩니다.
그런데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 한다면 그렇게 하면 안 돼요. 그런 경우에는 잘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 다녀서 한 달에 300만 원을 벌고 200만 원을 생활비로 쓰고 100만 원을 저축한다고 해 봅시다. 그렇게 1년을 모으면 1000만 원이 됩니다. 1억을 모으려면 대략 10년이 걸립니다. 그런데 부모님께 잘 보여서 3억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떤 쪽이 더 유리합니까? 뼈 빠지게 직장을 다닐 이유가 없잖아요. 부모님께 잘 말씀드려서 지원받는 게 훨씬 낫죠. (웃음)
물론 부모님이 도와줄 형편이 안 되는데 의지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하지만 형편이 되는데도 미워서 안 주는 상황이라면, 질문자가 조금은 이기적으로 접근해 볼 필요도 있어요. 항상 돈을 가진 사람이 갑(甲)입니다. 내가 어떤 남자를 사랑한다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갑이 되는 거예요. 내가 무언가에 너무 끄달리면 늘 을(乙)로 살아야 합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면 을이 될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자기가 갑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건 애초에 잘못된 생각이에요.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당신은 나의 왕이로소이다.’ 하고 을이 되겠다는 자세로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괜한 갈등이 일어나지 않아요. 내가 상대를 좋아하면 저절로 눈치를 보게 되고, 저절로 을이 되기 마련입니다. 이제는 질문자도 관점을 바로 가지고 마음을 정리할 때입니다. 스무 살이 넘은 성인이 아직도 아이 같은 말을 하고 있으면 안 되겠지요.”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내일은 새벽 5시 50분에 인천 공항에 도착하여 오전에는 정토회 자자수련에 참석하여 입재 법문을 한 후 한국을 방문한 맨스필드 재단 프랭크 자누지 대표와 미팅을 하고, 오후에는 NED 린 리(Lynn Lee) 부국장과 미팅을 한 후 자자수련 회향 법문을 하고, 저녁에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미국 정부, 의회, 싱크탱크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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