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5.27. 백일법문 100일째, 정토불교대학 '인간 붓다' 4강
“부처님의 성도, 경전은 어떻게 묘사하고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법륜스님의 백일법문 100일째 날입니다. 오늘은 백일법문 기간 중 마지막으로 정토불교대학 직강 수업이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뒤 정토불교대학 강의를 하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오전 10시 15분이 되어 정토불교대학 오전반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지하 대강당에는 150여 명의 학생이 자리했고, 온라인 생방송 반에는 170여 명이 접속했습니다.

오늘은 부처님의 일생을 배우는 네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부처님의 출가 이후 6년간의 고행과 구도 과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고 전법의 길을 나서는 순간까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삼귀의와 수행문을 함께 읽고 삼배의 예로 법을 청하자, 스님이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백일법문의 100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원래 백일법문이라면 오늘로 마무리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일요일에 시작해 일요일에 마치는 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14주면 98일, 15주면 105일이 됩니다. ‘백일법문’이라고 해 놓고 날짜가 모자라는 것보다는 차라리 초과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하여 105일 동안 법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5일이 더 남아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오늘이 백일법문의 100일째 날입니다.”

모두가 큰 박수로 쉼 없이 법문을 해온 스님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을 때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경전의 기록을 근거로 설명을 했습니다.

“부처님은 보리수나무 아래에 길상초(吉祥草)를 깔고 편안히 앉았습니다. 지난 6년 동안 고행을 할 때는 ‘나는 마왕의 유혹에 결코 항복하지 않겠다.’ 하고 이를 악물고 결심했지만, 이제는 중도를 발견했기 때문에 수행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부처님은 더 이상 애써 저항할 필요가 없는 편안한 상태로 정진에 임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깨달음을 얻기까지는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 하는 마음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것은 각오와 결심이라기보다 다만 그런 관점을 지닌 것이었습니다.

부처님의 성도, 경전은 어떻게 묘사하고 있을까요?

옆에서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7주의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지극히 편안한 상태, 즉 누워 있는 것보다도 더한 편안함 속에 있었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하루가 지나든 한 달이 지나든 상관이 없었던 거예요. 결과적으로는 49일, 즉 칠칠일(七七日)의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그런 가운데 부처님의 알아차림은 더욱 깊어지고 분명해졌습니다. 과거에 살아온 삶이 환히 다 보였습니다. 마치 영화 필름처럼 과거가 지나가고,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도 다 보였습니다. 몸의 감각, 느낌, 그때 일어나는 마음 작용인 감정들이 모두 또렷하게 알아차려졌습니다. 그것은 마치 불투명한 벽이 투명해져서 모든 것이 환하게 드러나 보이는 것과 같았습니다. 이런 상태에 이르자, 내면 밑바닥에 아직 남아 있던 욕망의 잔영, 성냄의 잔영, 어리석음의 잔영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또렷이 지켜보는 가운데 욕망의 잔영이 사라지고, 성냄의 잔영도 사라지고, 어리석음의 잔영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렇게 모든 의심과 괴로움이 소멸되었습니다. 마침내 열반을 증득한 것입니다.

부처님의 일생을 기록한 경전의 작가는 이 장면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습니다.

‘부처님은 깊은 선정에 들어 모든 욕망으로부터 벗어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때 하늘나라에서는 자재천(自在天)의 궁전이 마치 지진이 일어나듯 흔들렸다.’

욕계(欲界)에 속한 중생 가운데 한 사람이 욕망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경지에 이르자 자재천의 궁전이 무너지려고 했다는 겁니다. 그것은 욕계의 질서가 완전히 붕괴된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래서 자재천의 궁전이 지진이 나듯 흔들렸다고 묘사한 것입니다.

즐거움도 결국 괴로움이다, 욕망의 뿌리가 뽑히는 순간

자재천왕은 ‘이게 무슨 일인가?’ 하며 깜짝 놀랐습니다. 그가 살펴보니 저 아래 인간 세상에서 아주 티끌만 한 존재인 한 수행자가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경지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욕계의 질서가 붕괴되는 큰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거예요. 자재천왕은 아름다운 세 딸을 불러서 ‘너희들은 가서 저 수행자를 유혹하여라. 그가 욕망을 따르게 해서 다시 이 욕계의 질서를 유지해야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당근과 채찍 중에 당근 정책을 쓴 거예요. 자재천왕의 세 딸은 아름다운 몸을 드러낸 채 고타마의 주위를 돌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그를 유혹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봄날, 꽃 피고 새 우는 이 좋은 계절에 수행만 하다가 죽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수행자여, 우리의 아름다운 몸을 보소서. 우리 함께 욕락(欲樂)을 누려 봅시다. 당신이 추구하는 깨달음이란 불확실한 것입니다. 설령 깨달음을 얻는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젊은 날에는 우리와 실컷 욕락을 누리고, 수행은 늙어서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수행은 그만두고 일어나세요.’

이것이 마왕의 유혹입니다. 그런데 마왕이 유혹하는 말들이 다 옳은 말 같죠. 여러분이 스님한테 질문하는 말과도 비슷합니다. ‘스님, 아내와 자식을 두고 출가하는 게 맞습니까?’ 이런 말들이 결국 마왕이 유혹할 때 쓰는 언어거든요. 그래서 여러분은 다 자재천왕의 제자, 마왕의 자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이미 알아차림을 통해 ‘고(苦)’와 ‘락(樂)’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윤회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괴로움만 괴로움인 것이 아니라 사실은 즐거움도 괴로움임을 꿰뚫어 본 것입니다. 이것을 ‘고성제(苦聖諦)’라고 합니다. 마왕의 딸들이 아무리 유혹해도 부처님은 이미 ‘락’의 본질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경전에는 부처님이 마왕의 아름다운 세 딸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고 나옵니다.

‘잘 채색된 항아리에 똥만 가득 들어 있는 것들아.’

여기서 채색된 항아리는 ‘락’을 상징하고, 항아리 안에 든 똥은 ‘고’를 상징합니다. 부처님은 락의 본질이 고임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에 채색된 항아리에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이 조용히 마왕의 세 딸을 가리키며 직지(直指)하자, 그 여인들은 모두 노파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그들은 부끄러워하며 사라졌습니다. 부처님은 젊은 여인의 본질이 이빨 빠지고 머리도 하얀 노인의 모습임을 꿰뚫어 본 것입니다. 여기서도 젊은 여인은 ‘락’을 상징하고, 노파는 ‘고’를 상징합니다. 경전에서는 부처님이 락이 곧 고임을 꿰뚫어 본 것을 이렇게 상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첫 번째 유혹이 실패하자 곧이어 마왕은 두 번째 전략을 펼칩니다. 당근 정책이 안 통하면 그다음에는 채찍을 쓰잖아요. 마왕의 두 번째 방법은 협박이었습니다. 마왕에게는 천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들에게 ‘수행자를 공격하여 무너뜨려라.’ 하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마왕의 아들들이 창을 던지고 활을 쏘고 칼을 휘두르며 부처님을 공격해 왔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럴 때 두려움과 분노가 일어나겠죠. 그러나 부처님은 이미 그런 것들로부터 벗어나 있었습니다. 고요함과 평정심을 유지하며 그들의 행위를 지켜보았습니다. 마왕의 아들이 쏜 화살은 부처님의 몸에 이르자 모두 연꽃으로 변해 떨어졌습니다. 그들이 아무리 위협해도 부처님은 성내지 않고 자비심으로 그들을 대했습니다. 그러자 마왕의 아들 천 명 중에 절반인 오백 명이 부처님께 항복하였습니다. 마왕은 ‘이것도 안 통하는구나.’ 하고 아들들을 불러들였습니다.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어리석음의 뿌리가 뽑히는 순간

세 번째로는 드디어 자재천왕이 직접 모습을 드러냅니다. 사실 자재천왕은 기독교의 사탄처럼 악한 존재는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가 모두 원하는 최고의 신이에요. 그런데 수행적 관점에서는 최고의 방해꾼이 됩니다. 수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마왕(魔王)’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입니다. 마왕이 부처님에게 말합니다.

‘고타마시여, 그대가 추구하는 열반이란 없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얻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 쓸데없는 일을 하다가 죽어 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수행을 포기하면 이 세상을 다스리는 전륜성왕이 되게 해 주겠다. 전륜성왕으로도 만족하지 못하겠다면, 나와 함께 하늘나라 자재천궁으로 가자. 내가 그대에게 자재천왕의 자리를 내주겠다.’

자재천왕은 자신이 그 자리를 갖는 것보다도 욕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욕계의 질서만 지킬 수만 있다면, 자재천왕의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도 괜찮다는 거예요.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자리를 당신에게 줄 테니 이 질서만큼은 허물지 말라는 제안을 한 겁니다.

저라면 이 세 가지 유혹을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행동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아름다운 여인의 유혹이나 협박, 공갈 정도는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세 번째 유혹, 즉 내가 원하는 건 다 이루어진다는 자리를 준다고 하면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리고 가자 지구에서 무참히 학살되는 사람들을 살려내기 위해서 그 힘을 쓰고자 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해탈은 다음 생에 하고, 이번 생에서는 그들부터 우선 살리자.’ 이런 생각이 들 소지가 다분합니다. 그 정도로 저는 아직 수행이 부족하다는 뜻이겠지요.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하지만 부처님은 단호히 대답했습니다.

‘마왕이여, 나는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이것은 반야심경에 나오는 ‘이무소득고(以無所得故)’와 같은 말입니다.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위대한 능력이나 궁극의 자리를 제시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부처님은 존재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에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들을 해석해 보면, 첫 번째 이야기는 욕망의 뿌리가 뽑혔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성냄의 뿌리가 뽑혔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어리석음의 뿌리가 뽑혔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결국,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기 직전에 마왕이 던진 세 가지 유혹은 탐진치 삼독(三毒)의 뿌리가 뽑히는 과정을 묘사한 것입니다.

부처님의 일생을 기록한 경전의 작가는 성도(成道)의 장면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새벽녘, 먼동이 트고 동쪽 하늘에 샛별이 빛나는 것을 보는 순간, 깨달음을 얻었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는 모습입니다.”

이어서 스님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이후 전법의 길을 떠나는 모습을 설명한 후 강의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정토불교대학 현장 직강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수업을 갈무리하며 모든 학생들과 봉사자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스님에게 꽃다발을 전달했습니다. 꽃다발을 받은 스님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어서 스님이 백일 동안 수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곳곳에서 봉사해 준 자원봉사자들을 소개하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정토회에는 월급을 받는 직원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을 관리하는 일부터 접수, 안내, 식사 준비, 청소까지 모든 일이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정토불교대학을 운영하는 분들 역시 모두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출가해서 공동체 안에 들어와 생활하는 분들은 24시간 봉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출가하지 않고 집에서 출퇴근하는 분들은 일주일 내내, 혹은 주 6일, 5일, 4일 등 각자의 형편에 따라 봉사 요일을 정해 활동합니다. 그 외에도 하루 1시간이나 2시간 등 부분적으로 봉사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 자유롭게 참여하는 봉사를 ‘자율 봉사’라고 하고,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어떤 일을 책임지고 참여하는 봉사를 ‘책임 봉사’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책임 봉사를 많이 맡아 주셔야 전체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여건상 책임 봉사가 어렵다면 자율 봉사라도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하고 유지하려면 약 300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번 백일법문 기간에는 건물 관리도 하면서 정토불교대학, 경전 강의, 불교사회대학, 수행법회, 즉문즉설, 1080배 정진, 명상까지 일주일 내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해서 총 700여 명의 봉사자가 함께해 주셨습니다. 앞에 나오신 분들은 정토불교대학을 진행하는 봉사자들입니다. 이렇게 많은 봉사자들이 수고해 주셨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큰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다음은 팀장, 반 담당, 조별 진행자, 담당 법사, 사회자, 스태프가 각각 앞으로 나와 인사를 했습니다. 학생들 모두 뜨거운 박수갈채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학생들이 끝까지 수업을 들을 수 있게 격려해 주었습니다.

“오늘로써 수업이 끝나는 게 아닙니다. 이번 백일법문 기간에만 특별히 현장 직강을 한 것이고, 남은 2개월은 영상으로 수업을 듣고, 마음 나누기도 하고, 실천 활동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할 수가 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해야 정토회 회원이 될 수 있고, 정토회 회원이 되어야 인도 성지순례, 동북아 역사 기행, 깨달음의장, 명상 수련, 자원 봉사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그러니 최소한 정토불교대학은 졸업해 놓고 나서 다른 일을 해야 합니다. 수업을 끝까지 들어서 모두 다 졸업하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봉사자와 학생들의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봉사자 대표로 한 분이 앞으로 나와 자신의 소감을 들려 주었습니다.

“저는 정토회를 처음 만났을 때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었는데, 이번에는 현장에서 봉사를 해 보았습니다. 현장에서 수업을 들으니 생동감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함께하니까 힘이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법륜스님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너무나 쉽게 설명해 주신 덕분에 이번에는 제가 연기법이 무엇인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제 안에 있던 미움이 사라져서 지금은 자유롭게 살고 있습니다. 학생 여러분도 만남을 계속 이어가서 빛나는 졸업장을 꼭 따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학생 대표로 한 명이 앞으로 나와 자신의 소감을 진솔하게 나누었습니다.

“저는 올해 나이가 스무 살인데,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정토불교대학을 함께 다니게 되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통해 세상일을 긍정적이고 여유 있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해 볼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도반들과 함께 수행의 길을 꾸준히 걸어 가겠습니다.”

두 분의 이야기에 학생들도 깊이 공감하며 따뜻한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토회 청년활동가들이 축하 공연을 했습니다. 아이돌 걸그룹 QWER의 노래 ‘고민 중독’을 수행의 내용을 담아 개사하여 신나는 춤과 함께 보여 주었습니다.


무대에 오른 청년활동가들은 밝은 에너지와 재치 있는 가사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고, 학생들은 박수와 환호로 함께 호응했습니다.

한바탕 웃음을 뒤로하고 학생들은 다음 주까지 수행 연습을 꾸준히 해본 후 다시 만나기로 하고, 조별로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무대 아래로 내려온 스님은 곧바로 지하 대강당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을 찾아온 손님과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접견실로 자리를 옮겨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대통령 선거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북미 관계와 북일 관계를 정상화하고 남북 관계를 안정시켜 한반도의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손님이 돌아가고 오후에는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해가 저물자 스님은 지하 공양간에서 대중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 후 백일법문 강연을 하기 위해 지하 대강당으로 향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정토불교대학 저녁반 '인간 붓다' 4강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지하 대강당에는 직장을 마치고 달려온 150여 명의 입학생이 자리했고, 온라인 생방송 반에는 340여 명이 접속했습니다.

삼귀의와 수행문을 함께 읽고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오전 강의처럼 부처님의 성도 과정을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자세히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전법의 길을 떠나는 장면을 설명했습니다.

“부처님은 깊은 명상에 들어 몸의 감각과 마음의 움직임을 세밀히 관찰하였습니다. 감각과 느낌, 마음의 작용은 물론 모든 현상인 법(法)까지 낱낱이 통찰하자, 모든 번뇌가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그 깨달음의 순간은 마치 깜깜한 밤중에 불을 환히 켠 것과 같았습니다. 눈을 감았다가 번쩍 뜬 것처럼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세상의 실제 모습이 훤히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드러난 세상의 실제 모습을 '실상(實相)'이라고 합니다.

부처님이 깨달은 진실, 세상은 모두 연기되어 있다

세상의 실상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예로부터 세상을 '삼라만상(森羅萬象)'이라 불렀습니다. 수많은 개별적 존재들이 모여 있는 세계로 여겼던 것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존재들이 모여 사는 세상에서는 다툼과 경쟁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이나 적자생존(適者生存) 같은 원리가 세상의 질서라 여겨졌습니다. 실제로 서양 철학자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는 인간 사회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세계가 인간 사회의 본질이라는 관점입니다.

그러나 부처님이 깨닫고 보니, 세상은 단순히 개별 존재들의 집합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존재가 서로 연관되어 있었던 겁니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緣起)’입니다. 비유하자면, 2만 개의 자동차 부품을 바구니에 담아 놓으면 그것은 단지 흩어진 부품들의 모음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 부품들을 설계도에 따라 조립하면 비로소 하나의 자동차가 됩니다. 이렇게 조립된 자동차는 2만 개의 개별 부품이면서 동시에 전체가 어우러진 하나의 존재입니다.

세상도 이와 같습니다. 겉으로는 개별 존재들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만약 존재를 개별적으로만 본다면 적자생존이나 약육강식 같은 말이 맞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기적 관점에서는 모든 존재가 서로 의존하며 함께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런 표현은 맞지 않습니다. 깨닫고 보니 성별이나 계급에 따른 차별은 바람직하지 않았습니다. 존재는 그저 서로 다를 뿐, 누구를 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의식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고 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것이 고뇌의 최후라 선언하노라.’

이제 자신이 깨달은 이 법을 과연 타인에게도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가 남았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은 뒤 49일 동안 법열(法悅)에 젖어 지내셨다고 경전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깨달음에서 전법으로, 부처님의 위대한 여정

첫째 주에는 그 자리에서 일주일을 머물렀고, 둘째 주에는 그 옆에서 열아홉 발자국씩 왔다 갔다 하며 행선(行禪)을 하셨습니다. 셋째 주에는 한 곳에 앉아 보리수나무를 바라보며 눈 한번 깜박이지 않으셨습니다. 넷째 주에는 몸에서 빛이 났다는 ‘발광(發光)’이 있었습니다. 다섯째 주에는 한 바라문이 지나가다가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이 무엇입니까?’ 하고 묻자, 부처님이 '마음이 청정한 사람입니다.'라고 답하셨습니다. 바라문은 손으로 엉덩이를 툭 치며 씰룩씰룩 흔들고는 지나갔습니다. 즉, 자신의 앎과 지식, 믿음에 갇혀 있어서 법문을 들을 기회를 놓친 것입니다. 여섯째 주에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습니다. 이때 뱀, 즉 무짤린다(Mucalinda) 용왕이 부처님을 보호했다고 전해집니다. 어떤 기록에서는 뱀이 부처님의 몸을 휘감고 머리를 우산처럼 펼쳐 비를 막아 주는 모습으로 묘사를 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강이 범람하던 시기에 부처님이 언덕 위로 피신하셨고, 그곳에서 뱀과 일주일을 함께 지내셨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그 과정에서 이런 이야기가 생겨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곱째 주에는 두 상인이 부처님께서 머무시던 숲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 숲은 도둑이 들끓고 길도 험했기에, 이들은 지나가던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저 수행자에게 공양을 올리고 복을 빌면 무사히 지나갈 수 있다.’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이에 두 상인은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고, 성도 이후 부처님께 처음으로 공양을 올린 이들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49일 동안 부처님은 자신이 깨달은 이 미묘한 법을 어떻게 전할 것인지 깊이 사유하셨습니다. 첫 전법의 대상으로 옛 스승인 웃다까 라마뿟타(Uddakarāmaputta)와 알라라 깔라마(Alrarakalma)를 떠올렸지만 두 분 모두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습니다. 그다음으로 떠오른 사람이 함께 수행했던 다섯 도반이었는데, 그들은 수행 중에 부처님을 비난하며 먼저 떠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부처님은 보름 동안 250킬로미터가 되는 길을 걸어 바라나시(Varanasi) 근처 사르나트(Sarnath)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섯 도반들에게 첫 설법을 하셨습니다.

부처님의 첫 설법의 내용은 쾌락과 고행이라는 양극단을 벗어나 제3의 길인 중도(中道)를 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어서 사성제(四聖諦)와 팔정도(八正道)를 설하셨습니다. 그러자 다섯 도반 가운데 콘단냐(Koṇḍañña)가 가장 먼저 깨달음을 얻었고, 부처님을 더 이상 친구가 아닌 스승으로 모시게 됩니다. 이후 3일 간격으로 두 사람씩 차례로 깨달아 일주일 만에 다섯 명 모두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로써 불(佛), 법(法), 승(僧)의 삼보(三寶)가 성립된 것입니다.

삼보(三寶)란 첫째, 스스로 깨달음을 이룬 부처, 둘째, 중생을 깨닫게 하는 가르침인 법, 셋째, 그 가르침을 따라 깨달음을 이룬 승가를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승보(僧寶)는 단순한 승려가 아니라 깨달음을 이룬 자들의 공동체를 뜻합니다.

삼보가 성립된 뒤 부처님은 본격적인 전법의 첫걸음을 내딛으셨습니다. 먼저 야사(Yasa)를 교화하셨고, 이어서 야사의 부모와 아내를 교화하여 재가 수행자의 길을 열어 주었고 야사와 친구들 55인을 교화하여 총 60명의 제자를 얻으셨습니다. 그들에게 전법을 선언하신 뒤 부처님은 우루벨라(Uruvelā)로 가서 우루벨라 가섭 등 1000명을 교화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마가다국 왕사성으로 가서 빔비사라왕(頻婆娑羅王)을 교화하셨습니다. 이후 죽림정사(竹林精舍)를 창건하고, 수닷타(Sudatta) 장자의 초청으로 코살라국 사위성에 이르러 기원정사(祇園精舎)를 세우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부처님의 위대한 전법의 길이 시작되었습니다.

부처님의 교화 여정에 대해서는 이제 영상을 통해 공부해 나가시면 되겠습니다. 백일법문 현장 직강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이로써 백일법문 기간 동안 현장 직강으로 진행된 수업을 모두 마쳤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조별로 영상으로 수업을 이어 가기로 했습니다.

이어서 학생들이 그동안 법문을 해주신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꽃다발을 선물했습니다.

다음은 봉사자들이 모두 무대 앞으로 나와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정토회의 자원봉사 시스템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자원 봉사 방식으로 정토회를 운영한다는 것은 뜻은 좋지만, 실질적으로는 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이 건물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해 약 150명이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월급 받는 직원을 고용하면 7명 정도면 충분합니다. 7명이 24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을 150명이 모자이크처럼 나누어 관리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이것을 ‘모자이크 붓다’라고 표현합니다.

여러분이 정토불교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것도 모두 봉사자들 덕분입니다. 스님 역시 봉사자입니다. 스님은 매일 법문을 하지만, 정토회 안팎에서 한 푼도 받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도 모든 법문을 무료로 해 주셨기 때문에 저도 대중들에게 무료로 법문을 전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두 큰 박수로 스님과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어서 봉사자와 학생들의 소감을 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봉사자를 대표해서 한 분이 앞에 나와 소감을 말했습니다.

“저는 정토불교대학 진행자 소임을 맡아서 봉사를 했습니다. 소임을 하기 위해 회사에서 서둘러 퇴근해야 했고, 수업을 마치고 늦게 귀가를 하다 보니 다음 날 무척 피곤했습니다. 하지만 피곤할 때마다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편안히 바라보는 수행 연습을 계속했습니다. 이렇게 봉사를 하면서 마음이 점점 가벼워지게 되어서 봉사가 내 수행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여러분도 저와 함께 수행하고 봉사하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다음은 학생을 대표해서 한 분이 앞에 나와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직장생활이 괴로웠습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아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왕위도 버리고 출가를 하셨는데, 제가 집착하고 있는 것들은 너무나 사소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많은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늘 바깥을 탓하다가 제 마음을 먼저 보기 시작하자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법륜스님의 백일법문은 제 인생의 혁명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수행하겠습니다.”

두 분의 소감을 듣고 학생들도 공감을 표하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토회 청년활동가 한 분이 축하 공연을 했습니다. 성시경의 ‘너의 모든 순간’을 아름다운 목소리로 불러 주어 잔잔한 감동을 안겼습니다.

학생들은 조용히 귀 기울이며 깊은 여운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자가 학생들에게 수행 연습 과제를 알려준 후 조별로 모여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다음 시간부터는 온라인 공간에서 수업을 이어 가기로 하고 오늘 수업을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백일법문 101일째 날입니다. 오전에는 주간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오후에는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달아 미팅을 한 후, 저녁에는 저녁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환경의 날을 앞두고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그린토크콘서트가 열립니다

환경을 위한 삶,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그 해답을 함께 고민하고 나눌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GALLERIA 그린 토크 콘서트]

  • 일시: 2025.06.02(월) 15:00~17:00
  • 장소: 대전 카이스트 대강당(유성구 대학로 291)
  • 문의처 : 042-480-5955

    강연 참가비는 환경 재단 환경 기금으로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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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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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CTUS

오늘도 좋은 법문을 들려주신 스님과 자원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05-31 07:34:25

이수정

감사합니다.

2025-05-31 06:57:32

범의수호자

스님 좋은법문을 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25-05-30 21:3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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