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륜스님의 백일법문 96일째 날입니다. 오늘은 일반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이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하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봉사자들이 즉문즉설을 들으러 온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오전 10시 15분이 되자 유튜브 생방송을 시작하고, 삼귀의와 수행문을 함께 낭독했습니다. 대중 220여 명이 자리하고, 유튜브 생중계에는 3500여 명이 접속한 가운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강연에 앞서 실용음악과 학생 이수연 님이 ‘아로하’를 아름다운 목소리로 불러주어, 따뜻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백일법문이 막바지에 이르기까지 수고하신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다음 주면 백일법문의 모든 일정이 마무리가 됩니다. 다음 주 금요일 즉문즉설 시간에는 그동안 즉문즉설을 준비해 준 봉사자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법회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해 준 많은 봉사자들 덕분입니다. 정토회에는 월급을 받는 직원이 한 명도 없습니다. 모든 행사가 봉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봉사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어서 한 시간 반 동안 네 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아내가 외도를 하면서 자신에게 폭력도 행사한다며, 이혼 재판을 받고 있는데 양육권 문제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외도와 폭력에도 양육권을 주장하는 아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내의 선택으로 1년 전부터 재판상 이혼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예전에 장인어른은 저희 동네에서 머슴으로 일하신 적이 있는데, 성실하고 평판이 좋으셨습니다. 그런데 장모님이 그런 장인어른을 종속시키는 성향이 강했고, 장인어른은 그런 종속적인 관계에 순응하면서 살아오셨습니다. 그 카르마가 제 아내한테 온 것인지 아내에게도 신기와 광기가 있습니다.
저희는 아이가 셋인데 이혼하게 되면 제가 양육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엄마와 살면 불행해질까 걱정입니다. 아내는 작년 2월부터 아이들과 저를 분리해 놓고 있습니다. 제가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이들을 방에 감금시켜서 저를 외롭고 괴롭게 합니다. 휴일이나 명절에는 첫날 일찍 나갔다가 마지막 날 밤이 되어서야 돌아옵니다. 저를 아이들과 만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입니다. 아내는 저에게 죽으라고 저주하고 욕설도 퍼붓습니다. 심지어 저를 때린 뒤 아이들에게 ‘아빠가 엄마를 때렸다’라고 거짓말을 하면 보상을 해주겠다고까지 합니다. 제 앞에서 칼춤을 추거나, 소주병을 얼굴에 던져 눈에 피가 날 정도로 다치게 한 적도 있습니다. 죽겠다고 차에 뛰어드는 등 아내는 광기 어린 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내 측 이혼 중재자는, 아내는 막내딸만 키우고 싶고, 아들 둘은 저에게 맡기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분리 양육하는 건 서로 원수지간이 될 수 있어 옳지 않다고 판단했고, 제가 반대를 하면서 일단락됐습니다. 현재 아내는 두 번째 외도 중입니다. 처음 외도가 있었을 때는 제가 아이들 양육이 어려운 상황이라 참고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외도 상대와 미래까지 설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아내는 양육권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는 게 맞을지, 아니면 제가 양육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인지 알고 싶습니다.”
“병원에 가 봤어요?”
“저는 아직 안 가봤습니다.”
“우선 병원에 가봐야 됩니다. 병원에 가서 현재 상태를 의사에게 이야기하고, 아무 이상이 없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됩니다. 하지만 불안 심리가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오면 질문자가 먼저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지금은 아내나 자녀 이야기를 꺼낼 단계가 아니고 질문자 자신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자신도 제대로 못 살면서 남을 돕는 것은 헌신이 아니에요. 질문자부터 살아야 해요. 이혼 소송은 언제쯤 마무리될 것 같아요?”
“다음 주에 마지막 재판 기일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며칠 기다렸다가 재판 최후 변론에서 ‘서로 갈등은 있었지만, 저는 가능하다면 가정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실제로 가정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없더라도 말을 그렇게 하라는 것입니다. 이혼 소송을 누가 제기했습니까?”
“아내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자가 가정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해도 소송 취하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입장을 계속 가지고 이야기하세요. 그 자리에서 아내와 다투지 말고 아이가 셋이니까 같이 살자고 제안해 보세요. 그러면 아내가 정신을 차리고 함께 살자고 할 수도 있고, 여전히 이혼을 원하면 판사의 판결에 맡기면 됩니다. 아이들에 관해서는 굳이 먼저 말을 꺼내지 마세요. 판사가 질문자에게 키우라고 하면 키우면 되고, 아내가 키우겠다고 하면 그대로 두세요. 아이 하나만 키우겠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아내가 하자는 대로 하세요. 질문자가 아이들을 키우게 되더라도, 나중에 아내가 딸을 보내달라고 하면 보내주고, 아들도 보내달라고 하면 보내주면 됩니다. 그걸 가지고 다툴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낫다’라는 판단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아이를 누가 키우느냐보다 아이들에게 더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부모가 서로 다투는 것입니다. 그 다툼 자체가 아이들에게 가장 해롭습니다. 부부간 다툼이 제일 아이들에게 나쁘고, 그다음 나쁜 것이 아빠가 아이들을 키우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키우는 게 제일 낫습니다. 엄마에게 광기가 있더라도 아이에게는 자신의 엄마니까 상관이 없습니다. 엄마가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어서 아이들을 폭행하는 게 아니라면 엄마와 함께 살고 싶어 합니다. 나중에 조금 더 커서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아빠에게 오더라도 마음에는 엄마랑 살고 싶어 합니다. 자연 생태계를 봐도 새끼는 모두 암컷이 키웁니다. 아이들을 가지고 다투는 것은 부모로서 도리가 아닙니다.
첫째, 이혼은 아내가 하자는 대로 하되, ‘나는 이혼하고 싶지 않다’라고 해야 재산 분할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해집니다. 둘째, 양육권에 대해서는 ‘나는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아내 뜻대로 하겠다’라고 말하고 ‘양육비는 형편 되는대로 내겠다’라고 하면 됩니다. 질문자에게 아이들을 키우라고 하면 ‘최선을 다해서 키우겠습니다’ 하면 됩니다. 이렇게 부모가 합의해서 양육권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아이들 문제를 판사가 결정하도록 하면 안 됩니다. 부부가 함께 살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도 당사자인 부부가 직접 해야지, 남에게 맡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왜 남이 결정하도록 합니까? 형식적으로는 판사가 결정하더라도 질문자가 입장을 정하면 실질적으로는 질문자가 선택한 것이 됩니다. 관점을 이렇게 가지면 아무 일도 아닙니다.
그리고 ‘아내가 광기가 있다’라고 말하면서 질문자가 더듬더듬 떠는 이유는 스스로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질문자가 불안하지 않다면 아내가 조금 별나다고 하더라도 조용히 달래서 병원 진료를 받게 하거나 입원을 권했을 것입니다. 싸울 일이 아닌 거죠. 그런데 같이 싸우고 있다는 것은 질문자도 같은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먼저 질문자부터 병원에 가보라고 하는 거예요. 질문자가 맑은 정신이라면 아내와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아내의 증상만 봐도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할 수준이에요. 물론 아내에게 병원에 가보자고 하면 난리가 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득해서 입원시키거나 검사를 받게 해야 합니다. 상대가 미쳐서 날뛴다고 함께 싸운다면, 질문자도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인 것입니다.
우선 나부터 살아야 합니다. 먼저 내가 정신적으로 건강한지 점검해 보세요. 지금 질문자는 아내의 상태에 휩쓸려서 정신적으로 전염된 상태입니다. 질문자도 한 고집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먼저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반드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상태가 괜찮다면 다행이고, 아니라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재판장에서는 ‘가정을 유지하고 싶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가정이 유지된다면 좋은 일이고, 이혼이 결정되더라도 ‘이런 아내와 살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다’ 하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양육권 문제는 아내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하세요. 아내가 결정을 수십 번 바꾸더라도 그대로 두면 됩니다. 질문자는 원래 셋 다 키우려고 했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든 질문자의 선택 범위 안에 있습니다. 몇 명을 아내에게 보내주더라도 이미 그건 계획 안에 있는 일입니다. 아내는 변덕을 피우더라도 질문자는 그러지 말아야 해요. 부모 한 사람이 불안정하더라도 다른 한 사람만 중심을 잡고 있으면 아이는 혼란 속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둘 다 싸우고 흔들리면 아이들이 완전히 정신적으로 무너져 버립니다. 아이들에게 아빠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는 이미지를 줘야 합니다.”
“해결이 되었습니다. 저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스님은 늘 저의 스승이십니다. 우주의 선한 기운이 늘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20살이 넘은 아들이 두 명이 있는데, 집을 나가게끔 하는 게 맞는 건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지금 정치를 시작해도 될까요?
과잉 진료로 인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의료기관의 불필요한 진료를 줄이게 하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에게 뻔뻔하게 구는 사람들이 잘 사는 걸 보면 부럽습니다. 앞으로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아이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오늘은 네 명의 질문을 받고 나니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쉽지만 12시가 되어 강연을 마쳤습니다.
무대에서 내려온 스님은 지하 공양간으로 이동하여 오랫동안 시민단체에서 활동해 온 손님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평화재단 접견실로 이동하여 손님과 두 시간 동안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오후 3시부터는 JTS 임시 이사회에 참석했습니다. 이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온라인 화상회의 방에 참석하자 개회를 선언하고 이사회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이사장인 스님이 여는 말씀을 했습니다.
“JTS 박지나 대표님이 지난 2주일 간 시리아를 방문하고 어제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이번 방문 결과에 대한 보고를 받았는데, 연초 이사회에서 확정한 지원 예산 범위를 초과하는 규모여서, 이사님들의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급히 이사회를 소집하게 되었습니다.
전 국토가 폐허가 된 시리아, 가장 시급한 것은 병원과 학교
시리아는 13년 동안 내전을 겪었고, 전 국토가 폐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JTS에서 학교를 지어주었던 지역을 관할하고 있던 민주 반군이 아사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을 했습니다. 원래 JTS에서는 파괴된 학교를 새로 짓거나 보수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3년 동안 난민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이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문맹을 퇴치하는 일도 하려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그 지역 반군들이 이제는 시리아 정부가 되어 전역을 관할하게 되니까 전체 시리아를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다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로 요청한 것이 병원을 지어달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건물이 파괴가 되었는데 그중에 국립병원이 파괴된 것을 가장 먼저 복구하고 싶다는 요청을 했습니다. 무너진 병원을 보수하는 일이지만 규모가 워낙 커서 많은 재정 지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료기기를 전부 지원해 주어야 합니다. 침대를 비롯하여 각종 내부 시설도 지원해야 합니다. 그래서 건물 공사비보다 시설 지원비에 더 많은 돈이 들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원래 계획했던 무너진 학교를 새로 짓거나 보수하는 일에도 많은 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요청한 내용을 지원해 주려면 지금까지 JTS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지원 사업이 되기 때문에 이사님들의 의견이 어떠한지 한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어서 JTS 박지나 대표님이 답사하고 온 현장 사진을 보여주며 파괴된 병원의 모습이 어떠한지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현장에 가보니까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은데, 병원도 없고 학교도 없으니까 돌아오기가 꺼려진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학교가 없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병원이 없으니까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고 합니다.”
설명을 듣고 나서 JTS 김기진 공동대표님도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동안 JTS에서는 가난한 지역을 지원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리아 지원의 경우 그동안의 지원과는 성격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시리아는 잘 살던 나라가 갑자기 내전을 겪으면서 병원을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있던 시설이 없는 상황이니까 더 시급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JTS의 재정 지원이 가능하다면 지원을 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스님이 진행을 이어나갔습니다. 각자 의견을 이야기한 후 찬반 의사 표시를 했습니다.
“예산이 많이 들지만 시리아 지원 사업을 해나가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주세요.”
이사님들 전원이 찬성하여 시리아 지원 사업을 하기로 하고 임시 이사회를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는 직장인들을 위한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직장에서 퇴근 후 즉문즉설을 듣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찾았습니다. 유튜브에 5200여 명이 접속하고 현장에 160여 명이 자리했습니다.
강연에 앞서 정토회 청년 활동가 김동하 님이 ‘오래전 그날’과 ‘라구요’를 따뜻한 목소리로 들려주어, 청중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어서 삼귀의와 수행문을 낭독 후 스님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일곱 명이 손을 들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8년 전에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고 남편이 돌아가신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20년 전에 남편이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셨는데요. 그때 제 나이가 서른일곱 살이고, 저희 딸이 열두 살이었습니다. 남편과 너무나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고통이 너무 컸습니다. 그 당시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딸이 어려서 차마 딸 앞에서는 제가 울지를 못해 마음으로 울었고, 딸 앞에서는 웃으며 살았습니다. 세월이 약이라고 하는데 저한테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으면서 점차 고통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스님 법문을 주위에 전해주는 일을 기쁜 마음으로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저한테 하트를 막 보내줍니다. 그 즐거움으로 요즘은 신나게 삽니다. 오래전부터 스님이 즉문즉설하는 현장을 직접 보고 싶었는데, 오늘 그 꿈을 드디어 이루었습니다. 고통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고통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행복을 찾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밝고 씩씩한 말투에 모두가 큰 박수로 응답했습니다.
다음 질문자는 아내가 쓰레기를 지나치게 많이 배출하고 분리수거도 제대로 하지 않아서 화가 난다며 어떤 관점을 가져야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아내는 쓰레기를 쌓고, 저는 치웁니다. 불편한 마음을 어떡하죠?
“저는 아내와의 관계에서 늘 마음의 걸림이 있습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편안해졌고 분별도 줄었지만, 아직 마음에 남아있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다른 가정의 남편처럼 저도 집에서 쓰레기 처리를 담당하고 있는데, 우리 집은 유난히 쓰레기가 많아 늘 불편함을 느낍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제 아내와 딸은 택배나 배달 음식을 좋아해 쓰레기가 항상 넘칩니다. 저는 쓰레기를 거의 만들지 않는 삶을 지향하고 있어서 그런 모습을 보면 불편하고, 나 혼자 노력한다고 해서 집 전체의 쓰레기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보니 미안한 마음과 함께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가족에 대한 원망도 있습니다. 재활용 쓰레기도 제대로 분리해 놓으면 버리는 사람이 덜 힘들고 마음도 가벼울 텐데, 늘 지저분하게 쌓여 있습니다. 그래서 쓰레기를 내놓을 때마다 ‘왜 이렇게 정리를 안 해 놓았을까?’,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나?’ 하는 원망이 올라옵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이 일을 할 때마다 이런 마음이 반복됩니다. 수행자로서 저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마음을 내야 편안해질 수 있을까요?”
“그냥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정리하는 사람 따로 있다’라고 생각하세요. 밖에 나가도 그래요. 누가 버리면, 누가 치웁니다. 이곳 정토사회문화회관도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내놓으면 수거업체가 가져갑니다. 그게 청소부의 일이죠. 그런데 그 일을 하면서 매번 신경질을 낸다면 어떻게 살겠어요? 그분들은 그냥 자기 일로 받아들이고 별생각 없이 합니다. 질문자도 그 일을 맡았으니 스스로 ‘나는 우리 집의 청소부이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쓰레기를 잘 정리해서 내놓는 게 나의 일이다.’ 이렇게 관점을 가지시면 돼요.
청소부는 월급을 받으니까 불만이 없는 것입니다. 질문자도 월급을 받았다면 특별히 불편하지 않았을 거예요. 만약 한번 치울 때마다 돈을 받는다면 오히려 즐겁게 했을 거예요. 그러니 이건 아내나 딸이 문제라기보다는, 질문자가 대가 없이 책임을 맡았기 때문에 생긴 마음의 불편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족 중에 내 역할은 쓰레기 담당이다.’ 이렇게 관점을 가지시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는 가끔씩만 환경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세요. 자주 하면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북서 태평양에 한반도 크기의 7배나 되는 쓰레기 섬이 있다는 얘기를 전하거나, 환경문제를 다룬 짧은 영상이나 관련 즉문즉설 영상을 가볍게 공유하는 거예요. 다만 재미가 있어야 봅니다. 재미없으면 잘 안 봐요. 가족들에게는 간접적으로 접근하시는 게 좋습니다. 다른 사람이 말하면 받아들일 수 있는 얘기도 가족이 하면 ‘네가 나를 가르치냐?’ 하면서 반발하기 쉽고, 오히려 의무감만 생겨 거부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조언은 선택할 자유가 있지만, 가족의 말은 강요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쓰레기 치우는 일은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가족이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서는 너무 신경 쓰지 않는 겁니다. 둘째, 가족들이 조금씩 변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심을 두는 겁니다. 예를 들어 ‘깨달음의 장’이라는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면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삶에 대해 자각할 수 있어요. 강요는 효과가 없습니다. 보는 앞에서는 할지 몰라도, 안 보면 안 해요. 그래서 꾸준히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좋습니다.”
“저도 사실 잔소리처럼 들릴까 봐 거의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말씀대로 해도 개선이 되지 않으면 제가 또 불편해질 것 같습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면 아내와 얘기해서 한 번 치울 때마다 5만 원씩 받으세요.”
“안 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제가 드릴게요.” (웃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쓰레기를 많이 만드는 건 범죄로 봐야 합니다. 다만 아직은 법이나 윤리, 도덕에 이런 관점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제재할 방법은 없습니다. 앞으로는 쓰레기 과다 배출이나 과소비를 법으로 제한하거나, 윤리·도덕적으로 비판받는 행위로 보는 흐름이 생길 겁니다. 아이들 교육에서도 이러한 행위를 폭행이나 도둑질보다 더 심각한 범죄로 가르칠 필요가 있어요. 물건을 훔치는 일은 단지 소유권이 바뀌는 일이지만, 이산화 탄소를 만드는 건 아니잖아요? 누군가를 때리거나 욕을 해도 지구 환경에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습니다. 그런데 과도한 소비와 쓰레기 배출은 이산화 탄소를 대량으로 만들어 내고, 결국 지구 생태계를 위협합니다. 인간 사이에서는 때리고 훔치는 일이 큰 범죄이지만,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서는 이산화 탄소를 많이 만들어 내는 행위가 더 큰 범죄에 해당합니다.
지금은 환경에 대한 교육이나 훈련, 윤리나 법률 등이 이 관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앞세대도 소비적으로 살았지만, 당시에는 지구 자정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의식이 없었던 거예요. 그러나 지금은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고, 이런 과소비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큰 재앙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 시점이 오면 관련 법과 제도가 정비되고, 아이들 교육에도 ‘인간과 자연에 큰 피해를 주는 범죄’라고 가르쳐야겠죠. 그러면 문제가 서서히 해결될 겁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사회적으로 강제할 수단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고액 도박을 범죄로 보지만,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나 애틀랜틱 시티에서는 카지노가 합법입니다. 소비도 마찬가지예요. 지금은 세계적으로 과소비가 합법이고, 오히려 사치를 자랑처럼 여기는 분위기마저 있죠. 그러나 언젠가는 과소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그것이 분명히 큰 범죄로 간주되는 날이 곧 올 겁니다. 지금으로서는 권유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 그 문제로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낸다면 결국 나만 괴롭고, 내 성질만 더러워질 뿐입니다.”
“오늘 말씀하신 대로 실천해 보고 또 의문이 생기면 질문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미신을 많이 믿었습니다. 부모님이 싫어할 만한 행동을 제가 할 때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부모님 말씀을 어느 정도까지 믿고 들어야 하나요?
한 직장에서 8년째 일하는데 무거운 걸 들 때마다 저를 부릅니다. 한 번은 거절하니까 여직원과 싸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말투를 듣고 부모님이 화가 많이 난 것 같다고 합니다. 저는 항상 같은 말투인데, 어떻게 바꿔야 하나요?
생각이 많아서 자꾸 맴돕니다. 친구가 말하길, 제가 친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찐득거린다고 합니다. 어떻게 바싹하게 될 수 있을까요?
칭찬보다 비난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긍정적인 말이 오글거립니다. 남들의 비난에 예민합니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한국 경제가 내리막길로 가는 갈림길에 있다는 진단이 있는데, 경제 성장과 동시에 환경도 덜 파괴되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되었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을 기약하며 사홍서원으로 강연을 마쳤습니다.
강연장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서울을 출발하여 두북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3시간 30분 동안 고속도로를 달려 밤 12시 30분에 두북수련원에 도착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두북 수련원에서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9
도종
스님 감사합니다 ㅎㅎ
2025-05-26 07:14:20
정태식
“부부간 다툼이 제일 아이들에게 나쁘고, 그다음 나쁜 것이 아** 아이들을 키우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키우는 게 제일 낫습니다. 엄마에게 광기가 있더라도 아이에게는 자신의 엄마니까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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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의 다툼이 자녀들에게 나쁘다는 것은 이해되나 광기 있는 엄마에게 양육을 맡기라는 말씀은 의외로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