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5.4. 백일법문 77일째, 부처님 오신 날 맞이 온종일 청춘 톡톡
“연애가 자꾸 안 돼요, 정말 혼자 살아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법륜스님의 백일법문 77일째 날입니다. 오늘은 대중과 함께 명상을 하고, 청년들과 함께 하루 종일 부처님 오신 날 맞이 청춘 톡톡 행사를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오전 10시 15분이 되자 3층 설법전에는 160여 명의 대중이 자리했습니다.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봉독하며 일요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대중이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하자 스님이 명상하는 방법에 대해 안내했습니다.

명상할 때 중요한 세 가지

“명상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알아차림’입니다. 명상은 돌부처처럼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것이 명상입니다. 알아차림이란 지금 여기에 분명히 깨어 있는 것입니다. 선(禪)에서는 이를 ‘소소영영(昭昭靈靈)’이라고 표현합니다. 밝은 빛이 환히 비추듯이 아주 분명하고 뚜렷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화두를 참구할 경우, 그 화두에 분명히 깨어 있는 상태를 가리켜 ‘화두가 성성(惺惺)하다.’라고 말합니다. 만약 이 알아차림이 없다면 그저 멍청한 상태일 뿐입니다. 조용할지는 몰라도 멍청하다는 얘기입니다. 명상에서는 여러 요소가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알아차림이 뚜렷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편안함’입니다. 애를 쓰고 긴장하거나, 이를 악물고 억지로 참는다면 오래갈 수 없습니다. 명상은 편안해야 지속할 수 있습니다. 편안하지 않으면 곧 지치고 피로해져 결국 포기하게 됩니다. 그래서 몸과 마음을 편안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은 ‘집중’입니다. 명상을 할 때는 어떤 한 가지에 마음이 집중되어야 합니다. 단지 편안하기만 하면 자칫 졸리거나 멍청해지거나, 아니면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색(思索)’에 빠지게 됩니다. 사색은 마치 영화를 감상하듯 망상을 좇는 것이지, 깨어 있는 상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런 상태는 꿈을 꾸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것에도 의미를 붙이지 말고, 다만 알아차릴 뿐

자세를 바로 하고,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한 상태에서, 관심을 콧구멍 끝에 두고,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이런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알아차림’입니다. 알아차림을 놓치면 ‘놓쳤구나’ 하고 다시 알아차리면 됩니다. 이렇게 알아차림의 상태를 끝없이 반복하는 것이 명상입니다. 알아차림이 지속되면 가장 좋겠지만, 놓치면 알아차리고, 또 놓치면 다시 알아차리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다만 그 모든 과정은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놓쳤다고 해서 ‘왜 놓쳤지? 이럴 바엔 하지 않는 게 낫겠다.’ 하고 포기하거나, 다시는 놓치지 않으려고 긴장하고 애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놓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졸릴 수도 있고, 망상을 피울 때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 ‘명상 상태를 놓쳤구나.’ 하고 자각하는 것입니다.

명상 중에 자꾸 꼼지락거리거나 움직이게 된다면, 그것은 몸이 불편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불편하다는 것은 곧 호흡에 대한 알아차림이 흐트러졌다는 뜻입니다. 호흡이 아닌 몸의 다른 감각에 마음을 빼앗겼다는 얘기예요. 여러분은 움직이라고 하면 피곤하다고 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답답하다고 합니다. 아무 할 일 없이 가만히 있어 봅니다. 가려움이 있거나 불편함이 느껴지더라도 ‘불편하구나’, ‘움직이고 싶구나’ 이렇게 알아차릴 뿐입니다. 또한 머릿속에서는 저절로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따라가지 않습니다. 생각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마치 몸에서 불편한 감각이 일어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명상에 임하면 됩니다. 자, 이제 자세를 바르게 합니다.”

스님의 안내가 끝나자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탁, 탁, 탁!”

30분간 명상을 한 후 다시 죽비 소리가 울렸습니다. 10분 간 포행을 했습니다.

“포행 시간입니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일어나서 자세와 동작을 알아차립니다.”

모두가 일어나 자세와 동작을 알아차리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스님의 안내에 따라 다시 자리에 앉아 명상을 했습니다. 다시 30분간 명상을 했습니다.

“탁, 탁, 탁!”

30분간 세 번 명상을 한 후 마쳤습니다. 대중은 모둠별로 마음 나누기를 하였고, 스님은 지하 공양간에서 대중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오후 1시에는 청춘 톡톡 행사에 참가하러 온 배우 조인성 님, 김제동 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강연료 대신 선물로 드립니다.” (웃음)

스님은 우리말 사전인 「푸른배달말집」과 스님의 신간「혁명가 붓다」를 선물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오후 2시가 되자 청년들이 다채로운 참여 마당을 마련한 2층 휴게실로 이동했습니다. 스님은 조인성 님, 김제동 님과 함께 부스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청년들을 격려했습니다.

“다들 수고가 많아요. 재미있어요?”

“네, 청년들이 다들 재미있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청춘 톡톡 행사가 열리는 지하 대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400여 명의 청년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스님이 김제동 님, 조인성 님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가 환호했습니다. 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푸릇푸릇하고 반짝반짝한 정토회 대학생 활동가들의 모임에서 신나는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이어서 정토회 청년지부 회원 김예훈 님이 노래 ‘관객이 될게’를 아름답게 불렀습니다.

활기찬 노래로 '온종일 청춘 톡톡'을 힘차게 시작한 후 1부에서는 스님을 모시고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함께 들어 보는 ‘붓다 톡톡’ 시간을 가졌습니다.

매년 부처님 오신 날 청년 법회 행사를 저녁에 하다 보니 늘 시간에 쫓기곤 했습니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청년들을 위한 초파일 행사를 하루 전날 별도로 하게 되었습니다. 큰 박수를 받으며 스님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스님은 오늘날 벌어지는 사회 혼란은 부처님이 살던 시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며 당시의 일화를 소개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내일은 불기 2569년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부처님께서 살아 계셨던 시대처럼 커다란 전환기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방황하기 쉬운 시기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부처님과 젊은이들 사이에 나눈 대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잃어버린 건 보석인가, 나 자신인가?

어느 날 부잣집 젊은이들이 당시 풍속에 따라 애인을 데리고 소풍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중 한 명은 애인이 없어서 당시 유녀, 즉 기생을 데리고 나갔어요. 모두 함께 술을 마시고 놀다가 취해서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패물과 돈이 모두 사라졌어요. 알고 보니 그 유녀가 모두 잠든 사이에 패물과 돈을 훔쳐 도망가 버린 거예요. 젊은이들은 그 유녀를 잡으려고 쫓아가다가 숲에서 부처님을 만났습니다. 부처님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이렇게 질문하셨습니다.

‘여러분, 잃어버린 보석을 찾는 것이 중요한가요? 아니면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한가요?’

이 질문에 젊은이들은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그들을 앉혀 놓고 법을 설하셨고, 그들은 그 법문을 듣고 깨달음을 얻어 모두 그 자리에서 출가를 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다소 과장이 섞였을 수는 있습니다만, 이를 통해 당시 사회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물질적인 것에 대한 집착을 넘어서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시대에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요? 소비를 많이 하는 것이 곧 잘 사는 것이라고 여기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기후 위기 시대에는 소비를 많이 한다는 것이 곧 중대한 범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단지 자기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생명을 멸종 위기로 몰아 넣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과소비는 강의 상류에서 독약을 푸는 행위와 같다고 이해할 수 있어야 그에 대한 미련을 끊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빈부 격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비판을 하면서도, 막상 재벌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청혼하면 입이 떡 벌어지잖아요. 결국 그것은 스스로 노비의 길을 선택하겠다는 뜻입니다. 이는 과거 계급 사회에서 노예들조차 계급 철폐를 바라기보다는 신분 상승만을 꿈꾸며 괴롭게 살아가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도 지금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거대한 문명의 흐름을 헐떡이며 쫓아가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우리는 무엇을 잃고 살아가고 있나요?

지금 우리는 문명의 전환기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후 위기든 빈부 격차든, 현대 문명이 향하고 있는 방향이 막다른 골목임은 분명합니다.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고, 20년 후에는 더 크게 실감하게 될 거예요. 그러나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데는 아직 큰 불편이 없어서 사람들이 그 변화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고, 사회적 갈등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극단주의가 다시 확산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극우 세력이 점점 세력을 넓혀 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유럽에서도 이런 흐름이 감지되고 있죠. 앞으로 10년, 20년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미래를 불안하게 바라보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그 변화를 맞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자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중도입니다. 중도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헌법재판소든, 대법원이든, 어떤 판결이 나왔을 때 그것이 자기편에게 유리하면 ‘사법부는 살아 있다.’라고 하고, 불리하면 ‘사법부마저 죽었다.’라고 합니다. 오늘은 법을 지키자고 했다가, 다음 날은 법이 필요 없다고 뒤집는 세태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패거리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사물을 100퍼센트 객관적으로 보기란 어렵지만, 그래도 자기중심을 잡고 일정한 균형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한 나라에 함께 살고 있는 경쟁자일 수는 있지만, 적대자는 아닙니다. 남북은 적대적인 두 국가처럼 보일 수 있지만, 민족적 관점에서는 단지 경쟁하는 집단일 뿐 원수는 아닙니다. 한국과 일본도 과거에는 원수였을지 몰라도, 이제는 미·중 패권 경쟁의 시대 속에서 미래에는 협력해야 할 관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안에서 말을 조금만 잘못하면 ‘토착 왜구’라고 하고, 반대쪽에서는 ‘종북 좌빨’이라며 서로를 악마화하는 사고방식은 극복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러한 중도적 관점을 우리 젊은이들이 조금이라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법문을 통해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진 2부에서는 사회적 갈등과 대립 속에서 화합으로 향하는 길을 함께 고민해 보는 ‘이슈 톡톡’ 시간을 가졌습니다. 2010년 재능 기부 강연으로 법륜스님과 인연이 닿아 2011년부터 법륜스님과 함께 청춘콘서트 무대에 선 이래로 지금까지 청년들과 다양하게 소통해 오고 있는 김제동 님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김제동 님은 요즘 사회 이슈를 재치 있게 풍자하며 청년들이 내내 웃음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배꼽을 잡고 웃다 보니 50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많이 웃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차를 타거나, 버스를 타거나, 기차를 탈 때 네비게이션이나 코레일 앱에 평양, 블라디보스톡, 유럽의 여러 도시들이 뜰 수 있는 그런 세상을 함께 꿈꾸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여러분 아이들이 가출을 할 때는 조금 더 넓은 곳으로 가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너네 아들 어디로 가출했어?’ 하고 물으면 ‘이번에는 묘향산으로 갔대.’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광활한 유전자를 잊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김제동 님은 청년들을 향해 큰절을 하고 무대를 내려왔습니다. 청년들 모두가 오늘처럼 다 같이 가볍게 웃으며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정토회 청년특별지부 회원 민예하 님의 공연으로 '온종일 청춘 톡톡' 3부의 문을 열었습니다.

큰 박수와 함께 이제 본격적으로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행복 톡톡’을 시작했습니다. '행복 톡톡'은 즉문즉설 형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다섯 명이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연애에 자꾸 실패를 하는데 평생 혼자 살아야 하는 것인지 불안한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연애가 자꾸 안 돼요, 정말 혼자 살아야 할까요?

“저는 연애를 안 한 지 꽤 오래됐습니다. 연애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는데, 생각처럼 잘되지 않아서 고민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호감을 느끼는 사람은 저에게 큰 관심이 없습니다. 대화가 잘 통하는 이성과 종종 친해지긴 했지만, 막상 연애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인연이 있고, 다 때가 있다고들 하는데요. 저 같은 경우 그 ‘때’가 언제쯤 올지, 제 인연은 과연 존재하는 건지, 혹시 평생 혼자 살아야 하는 건 아닌지 궁금합니다.”

“연애라는 건 서로가 좋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도 연애할 수 있어요?”

“없습니다.”

“내가 상대를 좋아하는데 상대가 나를 좋아하지 않거나, 반대로 상대는 나를 좋아하는데 내가 상대를 좋아하지 않으면, 연애는 성립이 안 됩니다. 결국 나도 좋아하고, 상대도 좋아해야 연애가 성립합니다. 확률적으로 말하면,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연애로 발전할 확률은 25퍼센트 정도입니다. 왜냐하면 네 가지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나도 좋고 상대도 좋은 경우입니다. 둘째, 나는 좋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은 경우입니다. 셋째, 나는 안 좋은데 상대는 좋은 경우입니다. 넷째, 나도 안 좋고 상대도 안 좋은 경우입니다. 이 네 가지 중에서 나와 상대 둘 다 좋은 경우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네 명을 만나면 그중에 한 명 정도만 연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다 연애로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내가 좋아하면 연애가 된다.’라는 것은 착각입니다.

사람을 사귀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 호감이 생기고, 그 호감이 연애로 발전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연애 안 한 지 오래됐다.’, ‘연애 한번 해 보고 싶다.’ 하면서 연애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 사람들을 만납니다. 이렇게 접근하는 방식은 상대방을 너무 연애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건 아닐까요? 여러분도 만약 어떤 사람이 다가와서 ‘너 나랑 연애하자!’ 이렇게 말하면 부담스럽잖아요. 그래서 사람을 만날 때 연애를 목표로 접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상대방을 지나치게 대상화하는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결혼하자!’ 하고 접근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서로 등산도 가고, 테니스도 치고, 밥도 같이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를 맺다 보면 연애 감정이 생기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열 명을 만났다고 해서 모두에게 연애 감정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우선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해야 하고, 그 감정이 생기더라도 우리는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를 따지게 됩니다. ‘나이 차이는 괜찮은지’, ‘성격은 어떤지’ 이런 조건들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실제로 연애로 발전하는 건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이것이 전생의 인연이라든지, 어느 특정한 시기가 정해져서 그런 건 아닙니다. 서로 원하는 조건을 모두 맞추다 보면 현실적으로 연애로 이어질 확률이 낮아지죠.

만약 질문자가 나이 차이를 좀 더 넓힌다든지, 외모를 고려하지 않는다든지, 조건을 좀 더 유연하게 넓힌다면 연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러나 질문자가 이런 조건들을 고집한다면, 연애로 이어질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이것은 어떤 정해진 인연과는 전혀 관계없는 문제입니다.

결국 연애하고 싶다면 조건을 낮추면 되고, 조건을 고수한다면 그만큼 오래 기다려야 해요. 저도 조건이 많아서 이렇게 오래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니 ‘조건이 많으면 법륜스님처럼 될 확률이 높구나.’ 이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웃음)

“제가 항상 생각이 좀 한쪽으로 편향되었던 것 같습니다. 스님 말씀을 들으면서 상대를 대상화했던 제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4부는 많은 배우들의 멘토이자 매번 가슴 울리는 작품을 시청자들에게 선물하는 노희경 작가를 모시고 ‘인생 톡톡’을 이어 나갔습니다.

노희경 작가의 대표작인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마이프렌즈’에 나오는 명장면들을 영상으로 함께 본 후 사회자가 드라마와 작가의 인생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다음 작품인 ‘천천히 강렬하게’가 촬영을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초고가 끝났습니다. 요즘은 촬영 현장에서 궁금한 점에 대한 질문이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촬영하기 어려운 조건이 생기면 원고를 수정해 주면서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근황, 드라마를 쓰는 원동력, 사랑에 대한 생각, 봉사 활동을 하는 이유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50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자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작가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세상이 원하는 것이나 부모가 원하는 것 말고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한번 종이에 적어 보세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매일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 저는 아침마다 ‘어떻게 하면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낼까?’ 하고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러다 보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됩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보는 게 내 얼굴이잖아요. 스스로에 대한 탐구를 놓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남에 대해 궁금해하지 말고, 자기 자신에 대해 궁금해하시면 좋겠어요.”

드라마 속 대사에서부터 가족, 수행자로서의 삶, 그리고 청년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조언까지, 노희경 작가의 깊은 시선과 따뜻한 마음을 따라 함께 걸어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다 같이 큰 소리로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내 안의 부처를 깨우자!”

우리 삶 곳곳에 사랑과 이해가 잔잔히 스며들기를 바라며 큰 박수와 함께 '온종일 청춘 톡톡' 행사를 마쳤습니다.

청년들이 모두 돌아가고, 스님은 특별히 시간을 내어주고 재능 기부를 해 준 노희경 작가, 조인성 님, 김제동 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다들 바쁜데 청년들을 위해 시간을 내어주어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요즘 청년들이 이렇게 많이 모이는 행사가 어디 있습니까. 저희가 잘 놀고 갑니다.”

내일 부처님 오신 날 오후에 열리는 사회 인사 법회 때 다시 만나기로 하고, 스님은 6층 스튜디오로 향했습니다. 모레 수행법회 시간에 내보낼 법문을 녹화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불기 2569년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오전에는 정토회 회원들을 위해 봉축 법요식을 하고, 오후에는 사회 인사를 위한 법회를 한 후, 저녁에는 베트남 상가 초청으로 UN 베삭 데이에 참가하기 위해 인천 공항을 출발하여 밤새 비행기를 타고 베트남 호치민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6

0/200

도종

스님 감사합니다 ㅎㅎ

2025-05-08 06:47:06

범의수호자

스님
오늘도
부족한
저의모습을보았습니다.
항상 최선을 다할려고 하지만
순간순간 본연의 저의모습을 잃고 알아차림을
반복합니다...
언젠가쩌는....
항상 감사합니다.

2025-05-08 04:38:37

지선

어떤 판결이 나왔을 때 그것이 자기편에게 유리하면 ‘사법부는 살아 있다.’라고 하고, 불리하면 ‘사법부마저 죽었다.’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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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법원의 판결이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이뤄졌다는 전제가 깔린 듯 합니다.
정치와 관련된 법문은 유달리 기계적 중립, 양비론을 취함으로써 오히려 한쪽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5-05-08 01: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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