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01.11 인도성지순례 1일째, 입재식
“가장 좋은 순례는 마음의 풍경을 보는 순례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34차 인도성지순례 1일 차입니다. 새벽에는 경전대학 즉문즉설 방송을 하고, 오전에 사르나트 박물관을 안내한 후 저녁에는 성지순례 입재식을 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뒤, 오전 6시 10분부터 미얀마 절 옥상에 있는 명상원에서 경전대학 즉문즉설 생방송을 했습니다. 1200여 명의 학생들이 온라인에 접속한 가운데 서로 손을 흔들어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지난 한 달 동안 경전대학 학생들이 실천 활동을 했던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지금 부처님께서 처음 설법하신 바라나시 사르나트에 와 있습니다. 지난 보름 동안 부탄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서 한 개의 주에 있는 모든 마을을 답사했습니다. 그다음 인도로 와서 내일부터 성지순례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인도에서 여러분들을 뵙게 되었습니다.

조금 전에 여러분들이 한 환경실천 운동과 모금활동 영상을 잘 보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이렇게 모금한 것들이 가난한 아이들에게는 밥이 되고, 공책이 되고, 옷이 되고 있으며, 물이 부족한 마을에서는 물이 되고, 집이 없는 사람에게는 집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조금만 나누면 지구상에서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잠자리를 갖고 좀 더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때 아난존자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우리는 부처님께 공양을 올려서 지금까지 큰 공덕을 지어왔는데,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면 그럴 기회가 앞으로 없지 않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난다야, 걱정 마라. 여래에게 올리는 공양과 똑같은 공덕이 네 가지가 있느니라. 첫째는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이고, 둘째는 아픈 사람에게 치료할 약을 주는 것이고, 셋째는 가난한 사람을 돕고 외로운 사람을 위로하는 것이고, 넷째는 청정하게 수행하는 사람을 외호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 공양은 여래에게 올리는 공양의 공덕과 같다.’

이런 취지에서 정토회에서는 여러분들이 낸 보시금을 절을 짓는 데에 쓰지 않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전액 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그동안 수업을 들으며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다섯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질문에 답변을 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방송을 마치고 순례객들의 숙소와 방송 장소를 제공해 준 미얀마 절 주지스님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주지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보시금을 전달했습니다.

주지스님은 자신이 방글라데시 남동부 치타공에서 왔으며, 라카인족이라고 했습니다. 방글라데시 남동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카인주는 3년째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내전이 계속되고 있으며, 주민들은 심각한 식량 부족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스님은 라카인주에 식량 지원을 하려고 했지만 미얀마 정부의 허락을 얻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방글라데시 국경 지역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마침 그 지역에서 온 스님을 만난 것입니다.


주지스님은 자신도 주민들을 돕는 일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연락하기로 약속한 후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잠시 휴식한 후 오전 10시에 사르나트 박물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순례객들은 오전에 각 차량별로 담당 법사님들과 함께 신물간다꾸띠를 관람한 후, 박물관 앞에서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순례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곳은 사르나트입니다. 델리에서 바라나시까지 잘 오셨나요? 불편하거나 아픈 분은 없으셨죠?”

“네!”

순례객들은 힘차게 대답했습니다. 스님은 순례객들이 유적을 잘 감상할 수 있도록 인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곳은 사르나트 고고학박물관입니다. 들어가기 전에 인도 역사와 유적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인도 역사는 원주민인 드라비다족의 인더스 문명에서 시작됩니다. 이후 아리안족이 인도 대륙으로 이동하며 아리안 문명이 형성되었고, 부처님께서는 이 문명의 마지막 시기에 출현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지 약 200년 후, 마가다국의 후예들이 인도 전역을 통일하며 마우리안 왕조를 세웠습니다. 이 왕조의 아쇼카 왕은 불교를 대대적으로 후원하며 탑과 석주를 세워 부처님의 발자취를 기념했습니다.

마우리안 왕조 이후 쿠샨 왕조 시기에는 아쇼카 왕이 세운 탑을 더 크고 웅장하게 확장시켰습니다. 쿠샨 왕조 다음으로는 굽타 왕조가 등장했으며,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대부분의 불교 유적은 굽타 왕조 시기에 만들어졌습니다.

굽타 왕조 시기에는 힌두교가 부흥하면서 봉건적 전통이 강화되었지만, 불교 예술도 여전히 번성했습니다. 굽타 시대의 예술은 두 가지 양식으로 구분됩니다. 마투라 양식은 인체를 사실적이고 통통하게 묘사했고, 사르나트 양식은 인체를 우아하고 날렵하게 묘사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자주 들어보신 간다라 양식은 쿠샨 왕조 시기의 예술로, 그리스-로마 영향을 받은 점이 돋보입니다.

사르나트는 부처님께서 초전법륜을 설하신 곳입니다. 이곳의 가장 유명한 불교 유물은 굽타 시대의 ‘초전법륜상’이며, 박물관 입구에 있는 아쇼카 석주는 인도 역사에서 중요한 유물로 꼽힙니다. 또한 부처님의 4대 성지와 8대 성지를 조각한 유물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사르나트 양식은 밝은 사암으로 조각했고, 얼굴이 동안이며 허리띠를 맨 자국이 남아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럼 들어가서 천천히 잘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한 방향으로 동선을 따라가면 모든 유물을 볼 수 있습니다.”

안내를 마치고, 스님도 잠시 박물관 외부에 있는 유물을 둘러보았습니다.


순례객들이 질서 있게 관람할 수 있도록 동선을 살펴본 후 스님은 숙소로 돌아와 100일 정진 준비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순례객들은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인솔 법사님들과 함께 강가강으로 향했습니다. 사르나트 거리에는 릭샤를 타기 위해 순례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이어졌습니다.

오후 2시가 되자 한국에서 가장 늦게 출발한 순례객 67명과 바라나시에서 합류하기로 한 173명까지, 4백여 명의 성지순례단 전원이 무사히 바라나시에 도착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오후 6시가 되어 태국절 위파사나홀 강당에서 제34차 성지순례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델리에서 바라나시까지 순례객들을 안전하게 운전해 주었고, 순례 기간에도 계속 함께할 기사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작은 선물을 전했습니다.


이어서 각 차량별 인솔 법사님과 차장, 조장을 소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태프들을 소개했습니다.


순례단은 한 사람 한 사람 소개될 때마다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모두 이번 34차 성지순례를 함께 할 소중한 인연들입니다. 법사님들은 순례단을 이끌며 전체 일정을 안내하고, 차장과 조장들은 각 구성원을 세심하게 챙깁니다. 의료인 정토행자들이 순례단의 건강을 살피고, 스태프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순례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돕습니다. 이렇게 모두의 정성과 역할이 모여 모자이크 붓다를 완성해 나갑니다.

소개를 마치고 스님의 입재 법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성스러운 곳을 순례한다고 해서 성지순례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불교의 관점에서는 특별히 성스러운 땅이 있다거나, 특별히 성스러운 날이 있다고 하는 것은 맞지가 않습니다. 제법이 다 공하다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기 때문입니다.

성지순례를 하는 이유

성지순례는 우리가 가장 존경하고 모범으로 삼는, 우리의 위대한 스승이신 고타마 붓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책과 영상을 통해 붓다의 발자취를 공부한 것은 좀 막연하기 때문에 머리로 기억을 하거나 이해하는 것에 그칩니다. 순례를 하는 이유는 부처님이 이 세상 속에 머물 당시 일어난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실제로 어떻게 대응을 하셨느냐, 고뇌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길안내를 해서 괴로움에서 벗어나도록 했느냐를 실감나게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부처님이 태어났다는 카필라성 룸비니에 가서 ‘이런 자연환경에서, 이런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태어나셨구나’ 이렇게 현장 학습을 하는 겁니다. 다 잊어버렸겠지만 이미 다 배운 내용을 현장에서 학습하게 됩니다. 부처님이 출가하신 카필라성의 동문이나, 깨달음을 얻으신 보드가야, 부처님을 해치려고 성난 코끼리를 내보낸 이야기, 데바닷타가 바위를 던져서 부처님이 다리를 다친 이야기, 살인자가 부처님을 해치려고 나타난 이야기 등 여러 사건들이 발생했던 그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거예요. 이렇게 현장에 가서 보고 들으면 옛날에 배웠던 게 기억도 나고, 앞으로 여러분들이 누구에게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열 배는 더 생생해집니다.

이렇게 부처님 당시 있었던 일들을 현장에서 학습하는 것이 순례인데, 순례를 다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입니까? 걸어서 다니는 것입니다. 배낭 하나 메고 걸어 다녀야 제대로 된 학습을 할 수가 있습니다. 밥은 어떻게 먹어야 됩니까? 얻어먹어야 됩니다. 잠은 어디서 자야 할까요? 나무 밑에서 자야 됩니다. 옷은 세탁을 해야 됩니까? 세탁을 안 해야 됩니다. 이렇게 다녀야 진정한 성지순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걸어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하고 묻는다면 옛날에 삼장법사 혜초 스님도 다 그렇게 다녔습니다. 우리가 시간이 없어서 그렇게까지는 못하지만, 차를 타더라도 일정한 기간 사이사이는 어지간하면 그렇게 다녀보자는 겁니다. 나무 밑에서는 못 자더라도 순례자 숙소에서 자고, 걸식은 못하더라도 굶지 않을 정도로만 먹자는 겁니다. 아무리 못 먹어도 부처님보다 잘 먹고, 아무리 못 입어도 부처님보다는 잘 입고, 추워서 덜덜 떨더라도 부처님보다 덜 춥습니다. 이런 날씨에 다 떨어진 옷 한 벌 걸치고 나무 밑에 앉아 있으면 정말 춥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지금 온갖 것을 다 입고 왔잖아요. (웃음) 먹는 것도 부처님보다는 낫고, 입는 것도 부처님보다는 낫습니다. 그러니 불평할 일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없습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순례하겠다고 하면서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에 대해 불평을 한다고 하면 순례를 온 의미가 없습니다. 부처님은 그렇게 사시면서도 아무런 불평불만도 없었고, 괴로움도 없었고, 슬픔도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남을 도우며 살았습니다.

불평불만이 생길 때마다 부처님을 생각해 보세요

물론 불평불만이 안 일어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나도 모르게 입이 자꾸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노력해도 자꾸 불평불만이 나오는 걸 어떻게 하겠습니까. 불평불만을 안 하면 제일 좋지만, 설령 불평불만이 생기더라도 부처님을 생각하라는 거예요.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는 이유는 이럴 때 불평불만이 안 나오도록 하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그걸 위해서 돈을 들여 여기까지 온 겁니다. 관광을 하러 온 것은 아니에요. 관광을 하려면 해외여행을 가야지 성지순례를 오면 안 되지요.

순례를 하는 동안 제일 견디기 어려운 게 첫 번째 먼지이고, 두 번째가 소음입니다. 주야로 빵빵대고 떠들고 시끄러운 정도가 굉장합니다. 세 번째는 추위입니다. 밤이 되면 몸이 으슬으슬할 정도로 춥습니다. 그렇다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온도를 보면 낮에는 13도쯤 되는데 밖에 있으면 따뜻하고 건물 안에만 들어가면 추워집니다. 하지만 옷을 이렇게 많이 입었기 때문에 추울 일은 없습니다. 그냥 꾀죄죄하게 사는 겁니다.

이렇게 나쁜 점만 있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이렇게 지내다 한국에 가면 ‘내가 복을 받고 살고 있었구나!’ 하면서 저절로 좋아져요. 순례를 마치고 한국에 가면 법을 깨닫지는 못해도 적어도 ‘우리 남편이 좋은 사람이구나’, ‘우리 집이 좋구나’, ‘대한민국이 좋은 나라구나’, ‘내가 가난한 사람이 아니구나’ 이렇게 알게 됩니다. 아무리 못해도 그런 것을 깨닫고 갈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시간도 아깝지 않고, 돈도 아깝지 않습니다. 밥도 대충 먹고, 몸도 씻지 못하고, 잠도 침낭 속에서 웅크리고 자야 하지만, 며칠 지나면 익숙해집니다. 길거리에서 똥오줌을 눠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것도 며칠 해보면 아무렇지 않아요. 그렇게 지내다가 화장실이 있는 곳에 가게 되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게 오히려 귀찮습니다. (웃음)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이렇게 살아봐도 편한 점이 있습니다. 나를 고집하면 굉장히 견디기 어렵고, 나를 놓아버리면 편안해집니다. 우리가 외국에 살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 신경이 쓰이는데 여기에서는 그런 신경을 안 쓰고 자유롭게 살아도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 여행을 하고 나면 ‘두 번 가기 싫다’ 하는 사람도 생기는 반면에 틈만 나면 인도에 와서 배낭여행을 하겠다는 사람도 생깁니다.

우리 모두 같은 차를 타고 다니고, 같은 방에서 자고, 같은 식사를 합니다. 우리 중에 누가 특별히 좋은 차를 타거나, 좋은 방에서 자거나, 좋은 음식을 먹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여러분들이 자는 방이 불편하거든 제가 자는 방을 찾아오세요. 제가 자는 방이 더 좋으면 언제든지 바꿔 드리겠습니다. 차가 불편하거든 스님은 어느 차에 탔는지를 보세요. 제가 탄 차가 더 좋으면 바로 바꿔 줄게요. 밥도 맛이 없으면 스님은 뭐 먹는지 보세요. 제 밥이 더 좋으면 밥도 바로 바꿔 주겠습니다.

가장 좋은 순례는 마음의 풍경을 보는 순례입니다

이렇게 똑같은 조건에서 다니는데 불평불만을 하는 사람도 있고, 늘 웃고 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이게 내 업식이구나’, ‘내 습관을 고집해서 일어나는 문제이구나’ 이렇게 자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짜증을 안 내거나 화를 안 내어야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짜증을 부리는 게 나이구나’, ‘못 견디는 게 나이구나’ 이걸 자각하면 소득이 큽니다. 나를 본다는 것은 내 업식을 본다는 말입니다. 너무 긴장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여러분들이 숨기려고 해도 여기서 3일만 지나면 성질이 다 나오게 되어 있어요. 성질이 나오는 것을 잘 보세요. 어린애가 구걸을 하면 처음에는 불쌍해서 쓰다듬고 하다가 계속 따라오면 ‘아까 줬잖아!’ 하면서 성질이 바로 나옵니다. 주는 것도 내 마음이고, 성질내는 것도 내 마음이에요. 그 아이는 주든지 안 주든지 그냥 계속 따라다녀 보는 거예요. 이렇게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순례를 하면 돈도 아깝지 않고, 시간도 아깝지 않습니다. 세수도 못 하고 밤에 자는데 소음 때문에 시끄럽다고 짜증을 내면 순례가 지옥이 됩니다. 체면 때문에 당장 내일 돌아갈 수도 없고, 어쨌든 같이 다닐 수밖에 없으니까 지옥이에요.

그러니 이왕 다니는 거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니는 게 나한테 좋습니다. 누가 권유해서 왔든, 오고 싶어서 왔든, 강제로 왔든, 어떻게 해서 왔든 지금 여기 있습니다. ‘아내가 가라고 해서 왔더니 뭐 이래’ 이렇게 생각해 봐야 소용이 없어요. 남이 때려서 다쳤든, 돌이 떨어져서 다쳤든, 내가 잘못해서 다쳤든, 다리가 부러지면 일단 병원부터 가야 됩니다. 누가 잘못했냐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것처럼 이미 왔기 때문에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보는 겁니다. 성지순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여러분들의 마음을 보는 것입니다. 현지 사람들을 보고, 먼지도 마시고 하면서 자기의 마음을 보시기 바랍니다.

이곳 사람들은 2600년이 지나도 이렇게 사는데 2600년 전에 부처님은 무슨 재주로 이 사람들을 깨우쳤을까요? 저는 그게 항상 신기해요. 인도 사람들에게 윤회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면 ‘윤회를 안 할 바에 무엇 때문에 복을 짓습니까?’ 이렇게 항변합니다. 꼭 다음 생이 있어야 좋은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다음 생도 없는데 뭣 때문에 좋은 일을 해요? 그냥 아무렇게나 살다 가지요’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인도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다음에 어떻게 될까 봐 눈치 보고 사는 건 좀 소극적인 인생 아니에요? 천당이란 유혹 때문에 좋은 일을 하고, 지옥이라는 협박 때문에 나쁜 일을 안 하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는 거잖아요. 2600년 전에는 아마 그런 생각이 10배는 더 심한 사람들이었을 텐데 부처님은 어떻게 그들을 깨우쳤을까요? 그런 사람들에게 자유로움을 느끼도록 했다는 것은 만 가지 기적을 보이는 것보다 더한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대인들도 깨우치기가 쉽지 않은데, 붓다가 아무리 위대해도 그 당시 사람들을 어떻게 다 깨우쳤겠어요? 깨우친 사람만 기록에 남긴 것일 뿐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불법을 좀 더 현실감 있게 받아들이는 게 필요합니다. 막연히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내 삶에서 불법이 어떤 이익이 되는가 살펴 가면서 공부를 하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웃는데, 내일이 되면 입이 이렇게 나오게 될 겁니다. 집에 갈 때 저와 원수가 안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로 원수가 안 되도록 합시다.”

입재식을 마치고 순례단은 각자 숙소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부처님의 초전법륜지인 사르나트에서 수계식을 할 예정입니다.


2025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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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고맙습니다

2025-02-03 21:38:49

박문영

감사합니다.

2025-01-23 01:32:59

배현정

비록 성지순례는 못갔지만 하루하루 스님을 따라 생활하는 이곳에서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순례를 해보려합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음이 스님의 하루를 통해 고요해짐을 느낌니다. 고맙습니다. 모두 건강히 순례 잘 마치시기를 두손모읍니다. _()_

2025-01-19 08: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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