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7.11. 부탄 ▶ 인도 이동, 구와하티(Guwahati) 도착
“아들은 도박에 빠지고, 며느리는 친정으로 가고, 손녀는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오늘은 5박 6일 동안의 부탄 답사 일정을 마치고 인도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아직 어두운 새벽 3시 30분, 짐을 다 챙겨 차에 싣고 부탄 비구니 재단(BNF) 식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틀이나 잘 지내고 간다며 보시금을 전달했습니다.

“덕분에 이틀 동안 잘 먹고 잘 잤습니다.”

새벽 4시에 출발하기로 했지만 조금 더 일찍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차는 컴컴한 도로를 달려 인도 국경과 맞닿아 있는 푼촐링(Phuntsholing)으로 출발했습니다.

두 시간 후에 길가에 있는 한 식당에서 간단히 볶음밥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산길을 달렸습니다.

검문소 세 곳을 통과했습니다.

아침 9시 50분이 되어 부탄-인도 국경 도시 푼촐링(Phuentsholing)에 도착했습니다. 국경을 넘자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귀를 때리는 경적 소리와 사람들로 가득 찬 거리를 지나 검문소로 가서 출입국 심사를 받았습니다. 시차도 30분 늦어졌습니다.

출입국 심사를 마치고 차를 타고 다시 두 시간을 달려 12시에 뉴 쿠치 베하르(New Cooch Behar) 역에 도착했습니다.

인근 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려고 했지만 오늘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특급 열차에 식사를 공급해야 해서 장사를 안 한다고 했습니다. 대신 만들고 있던 도시락을 판다고 하면서 도시락을 사가서 먹으라고 권했습니다. 150루피였습니다.

“세 개만 사서 나눠 먹읍시다.”

대합실에서 도시락을 먹고 기차역에서 두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온 스님은 무릎에 파스를 붙였습니다.

“화장실에 앉았다가 무릎이 아파 못 일어나서 고생했어요.”

기차가 30분 연착되었다고 해서 대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기차가 도착했습니다. 서둘러 달려가서 겨우 기차를 탔습니다.

오후 3시에 기차가 출발하자 스님은 기차 안에서 휴식도 하고, 업무도 보았습니다.

4시간 25분을 달려 저녁 7시 25분에 구와하티(Guwahati) 역에 도착했습니다. 기차에서 내리자 덥고 습한 인도의 공기가 온몸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습니다.

며칠 전에 이곳 아쌈 주(Assam州)에 집중 호우가 내려서 브라마푸트라 강이 범람하여 많은 이재민이 생겼습니다. 지난 8일부터 인도JTS에서는 긴급 구호단을 파견해서 긴급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여행 일정을 바꾸어 인도JTS 긴급 구호단을 만나 격려하고 피해 지역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구와하티 역에서 기차를 타고 실차르(Silchar) 역으로 가야 하는데, 목적지를 바꾸어 홍수 피해 지역인 모리가온(Morigaon)으로 이동했습니다. 구와하티에서 모리가온까지는 차로 2시간이 걸렸습니다.

모리가온에 도착하니 3일 전에 아삼주에 도착해서 홍수 피해 긴급 구호 활동을 시작한 인도JTS 활동가 다섯 명이 스님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인사를 나눈 후 스님과 잠깐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현장에 가보니까 구호 단체가 많이 와 있던가요?”

“다른 단체는 하나도 없었고, 정부에서 쌀과 달을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4일치 식량만 받았기 때문에 식량이 지금 다 떨어져 가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JTS에서도 구호 식품을 1,087가구에 지원할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모기가 워낙 많아서 모기장도 구호품으로 준비했습니다.”

“홍수 피해가 어느 정도인가요?”

“엄청 심합니다.”

인도JTS 활동가들 중에는 처음 구호 활동을 와 본 대학생도 있었습니다. 스님이 소감을 물어 보았습니다.

“구호 활동을 해보니까 어때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어서 보람이 있습니다.”

스님은 내일 구호품을 배분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구호품을 나눠줄 때는 반드시 경찰을 배치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주민들 사이에 분쟁이 일어날 위험이 있어요. 그리고 지역 관청과 의논해서 구호품이 중복으로 배분되지 않도록 조정을 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미비한 점이 있더라도 다음에는 항상 이 점을 유의해야 해요.”

내일 구호 활동을 하기 위해 점검해야 할 사항들을 확인한 후 밤 10시가 넘어서 대화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5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금요 즉문즉설에서 질문자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아들은 도박에 빠지고, 며느리는 친정으로 가고, 손녀는 어떡하죠?

“저는 갑자기 도박에 빠져버린 아들 때문에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들의 가정 또한 금이 가고 며느리는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갔습니다. 세 돌이 된 손녀는 2주에 한 번씩 아빠를 보러 왔다가 헤어질 때마다 이산가족보다 더한 눈물바다가 됩니다. 아들이 하루빨리 정신을 차려서 소소한 행복이 다시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금 아이가 겪고 있는 불안한 심리가 너무 걱정됩니다. 손녀를 제가 키워도 괜찮을까요?”

“자식이 부모 뜻대로 안 되어서 힘들다 하는 것이 이해는 됩니다만, 내 뜻대로 다 될 수가 없는 게 원래 우리의 인생이 아닐까요? 내가 낳고 키운 자식도 내 마음대로 안 되고, 나와 같이 사는 남편과 아내도 내 마음대로 안 되고, 나를 낳고 키워준 부모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입니다. 그러니 내 뜻대로 안 되는 것들을 갖고 하나하나 문제 제기를 하면 한평생 괴롭게 살다가 죽을 수밖에 없어요.

'세상이 본래 내가 원하는 대로 다 안 되는 것이다. 되면 다행이고, 안 돼도 그만이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이 세상은 살 만합니다. 그러나 '내 뜻대로 다 되어야 한다' 고 집착하게 되면 내 뜻대로 되는 게 별로 없으니까 이 세상은 도저히 살 수 없는 지옥 같은 세상이 됩니다.

아들이 도박을 하는 건 안 하는 것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아들이 교통사고 나서 죽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며칠 전에 시청 앞에서 어떤 차가 갑자기 역주행해서 아홉 명이나 죽었습니다. 고인의 가족들에게는 정말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잖아요. 하지만 그런 아픔을 겪고도 고인의 가족들은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보다 10배, 100배 더한 일을 겪어도 이 세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거예요. 아들이 도박을 안 하면 좋지만, 도박을 한다고 해서 내 인생도 불행해져야 하는 건 아닙니다. 아들 부부가 화목하게 살면 좋지만, 이혼을 하고 헤어졌다고 해서 나도 함께 불행해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들 부부가 손녀와 같이 잘 살면 좋겠지만, 그렇게 못 산다고 해서 내가 불행해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가운데도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이 세상입니다.

아들이 도박을 못 끊는 것은 정신적인 질환 때문입니다. 가능한한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아서 조금이라도 개선되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아들이 병원에 안 가겠다고 하면 방법이 없습니다. 요즘은 인권을 존중한다고 해서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이상 그 사람을 강제로 격리할 수 없는 게 현재 법률입니다. 부모가 내 아이를 때려도 폭행죄에 걸리고, 선생님이 자기 반 아이를 때려도 폭행죄에 걸립니다. 자꾸 옛날에 어땠다는 얘기를 하면 안 됩니다. 내가 좋아서 껴안고 뽀뽀를 해도 상대가 싫어하면 성폭행이 됩니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안 했다' 이런 말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아들이 도박을 한다면 내 아들만 생각하지 말고 남의 집 딸도 한번 생각해 보세요. 결혼했는데 남자가 도박이나 하고 있으면 누가 같이 살고 싶겠어요? 자꾸 내 아들만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며느리를 내 딸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이렇게 살아서는 미래가 없다. 오히려 헤어지는 게 낫겠다. 애 데리고 가서 살아라. 남자가 정신 차려서 오면 그때 같이 살아라. 그렇지 않고 같이 살면 평생 고생이다. 부부가 싸우고 살면 아이들은 그 사이에서 잘못 자라게 된다.'

며느리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질문자는 아들네 가정이 화목했으면 좋겠다고 바라지만, 노름하는 아들하고 어떻게 화목하게 살아요? 그건 본인 생각 밖에 안 하는 거예요. 며느리의 입장은 전혀 고려를 안 하는 겁니다. 지금 이런 상황에도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된다고 괴로워만 하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그가 우리 아들이든 남의 집 아들이든 도박을 하는 사람과 가정생활을 같이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잖아요. 우선 이혼을 하고 남자가 나중에 정신을 차리면 재결합을 하든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서 개선이 되도록 하든지 해야 하지 않을까요? 개선이 안 되면 아들은 불행하게 살 수밖에 없죠. 도박으로 진 빚을 못 갚아서 감옥에 가든지,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내 아들은 잘못을 해도 아무 처벌을 안 받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러니 며느리가 손녀를 데리고 친정에 갔다면 '잘 갔구나' 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가끔이라도 아빠를 보러 오는 것은 괜찮은 일입니다. 헤어지는 건 좀 섭섭하지만 그렇게 헤어지는 것은 아이에게 큰 상처가 안 됩니다. 같이 살면서 매일 싸우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되지요.

그리고 질문자는 이미 아들이 스무 살 이상이 될 때까지 키웠기 때문에 '내가 할 일은 다 했다. 이제 아들의 인생에 대해서는 신경을 끄자' 이렇게 선을 그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아들이 노름을 해서 이혼을 한다 하더라도 질문자는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그런 아들을 둔 엄마는 불행하게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계속 인생이 불쌍해지는 거예요. ‘원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그런 아들을 둔 나도 행복하게 살 수가 있다’ 이런 관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자가 운다고 아들이 노름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질문자가 운다고 며느리가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며느리가 노름하는 아들과 같이 살아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요즘은 남녀가 평등한 사회잖아요. 오히려 질문자가 '이런 결혼 생활은 손녀에게 나쁜 영향을 주니까 당분간 따로 살아라. 남자가 정신을 차리고 오거든 그때 가서 결합을 해라' 이렇게 얘기해 줄 수 있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그래야 성 평등을 실현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며느리가 술을 많이 좋아하는데 손녀가 엄마 밑에서 잘 크겠죠?”

“손녀가 잘 크든 못 크든 상관하지 마세요. 술 먹고 야단치는 엄마 밑에서 자라도 야단치지 않는 할머니 밑에서 자라는 것보다 상처가 적습니다. 손녀가 잘 돌봐준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하더라도 '엄마가 나를 버렸다' 하는 상처는 엄마한테 야단맞은 상처보다 훨씬 더 큽니다. 그러니 미련을 갖지 마시고 ‘손녀는 제 엄마 밑에서 자라는 게 제일 낫다’ 이런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손녀를 제가 돌봐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잘 키우든 못 키우든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게 제일 낫습니다. 그리고 내가 이미 내 인생에서 해야 할 일을 다 했는데 늙어서 다시 또 애 엄마 노릇을 하는 것도 질문자한테는 너무 힘든 일이에요. 그러니 주제넘게 고통을 사서 할 필요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내일은 홍수 피해 지역으로 이동하여 구호품을 배분한 후 공항으로 이동하여 비행기를 타고 실차르(Silchar)로 이동합니다. 실차르에서는 작년 막사이사이상 수상자인 라비 칸난(Ravi Kannan R) 씨가 빈곤층을 치료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병원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2025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53

0/200

CACTUS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걱정을 만들어 사는 것 같습니다. 스님의 말씀이 많이 전파되었스면 하는 바램입니다.
감사합니다.

2024-08-07 05:20:28

성연

잘 들었습니다

2024-07-17 13:20:05

일심행

스님 얘기를 들으면
내 인생이나 책임지고 잘 살자.
주제넘게 남의 인생 간섭하지 말자로 들립니다.
손자의 환경이 나쁠지라도 엄마가 키우는게 가장 좋고
다 늙어서 할머니가 손자키우며 엄마노릇하기에는 너무 힘드니 고통을 사서 하지 말라고 하시네요. 내가 할 수 없는 것까지 떠 맡아서 고통받지 말아야겠습니다.명심하겠습니다.

2024-07-16 21:04:01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