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6.1 INEB 3일째, 농사 체험, 운문사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지속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INEB(참여불교국제네트워크) 방문단이 정토회 견학을 시작한 지 3일째 날입니다.

새벽 4시에 기상하여 다 함께 새벽 예불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모두 테라밧다의 예식을 하는 스님들이지만 INEB 방문 기간에는 정토회 방식으로 새벽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새벽 기도를 마친 후 따뜻한 죽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6시에 밭으로 이동했습니다.


먼저 두북 수련원에서 운영하는 농장을 방문했습니다.


“이곳에는 비닐하우스가 4개가 있습니다. 그 중 2개는 고추를 심어서 키우고 있습니다. 1개는 감자를 키웠는데 어제 수확을 마쳤습니다. 나머지 1개는 다양한 채소를 키우고 있습니다.”

농사팀 행자님의 안내에 따라 농장을 한 바퀴 둘러본 후 농사 체험을 하기 위해 밭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완두콩을 수확하겠습니다. 고랑을 하나씩 맡아서 잘 익은 완두콩을 가위로 잘라서 바구니에 담아 주시면 됩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스님도 동남아 스님들과 함께 농사일을 했습니다. 모두가 엉덩이 방석을 하나씩 차고 밭으로 들어갔습니다.

다들 완두콩 수확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부탄에서 온 도르지(Dorji) 스님이 노동요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This song is a Bhutanese song.”

모두가 웃으며 즐겁게 일을 했습니다. 노래를 계속 부르는 도르지 스님에게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도르지 스님은 입으로 일을 하네요.” (웃음)

“저는 도시 스님이어서 그렇습니다. 하하하.”


캄보디아에서 온 소카(Sokha) 스님은 완두콩을 처음 수확해 본다고 말했습니다.

“테라밧다 불교에서는 걸식을 하기 때문에 스님들이 농사를 짓지 않습니다. 출가하기 전에는 농사일을 해봤지만, 출가하고 나서는 농사일을 처음 해봅니다.”

스님 두 분은 옥수수를 심은 자리에 비료를 주는 일을 했습니다. 한 스님이 모종기로 구멍을 만들면, 다른 스님이 비료를 넣었습니다.

따뚯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30분 간 농사일을 한 후 울력을 마쳤습니다. 수확한 완두콩은 모두 컨테이너 박스에 모은 후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아침 날씨가 선선해서 모두가 기뻐했습니다.

“The weather in Korea is really nice. It feels like heaven.”
(한국의 날씨는 정말 좋네요. 천국에 온 것 같아요.)

두북 수련원에 도착하여 살리고 센터와 JTS 창고를 둘러 보았습니다. 그리고 재활용 유통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동남아 스님들은 각양각색의 재활용 물품들과 두북 수련원에서 생산한 농산물에 대해 매우 관심이 많았습니다.

재활용이 곧 지구를 살리는 환경 운동이 된다는 설명에 모두가 공감하며 다양한 재활용 물품들을 구경한 후 강당으로 들어왔습니다.

8시 30분부터는 어제에 이어서 스님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얼마 전 스님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하여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국 정부, 의회,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나고 온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을 보고 난 후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평화재단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했습니다.

이어서 이곳 두북 수련원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이곳 폐교를 이용해서 농사를 비롯하여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폐교를 임차한 지는 올해로 20년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노인들을 돕기 위해서 임차를 했습니다. 그러나 시골이라 하더라도 한국 사회의 소비 수준이 높아서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JTS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기준이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동네 주민들의 집에 목욕 시설이 부족하니까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교실 하나를 목욕탕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지역 관청에서 정기적으로 버스를 마을에 보내 노인들을 태워서 온천으로 데려가는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학교에 지은 열악한 목욕탕 시설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노인들이 와서 놀 수 있도록 게이트볼장을 만들었습니다. 자원 봉사자들이 학교 운동장 한쪽에 열심히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게이트볼장도 한 번 두 번 오더니 안 왔습니다. 왜냐하면 지역 면사무소에 게이트볼장을 잘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JTS가 세운 ‘소비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 하는 원칙을 한국 사회에서는 적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JTS가 지원하는 기준보다 한국의 빈곤층 소비 수준이 더 높아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재는 혼자 사는 노인들의 집에 가서 청소를 해주거나, 반찬을 만들어서 제공해주고, 봄과 가을에 여행을 시켜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JTS는 외국에만 지원한다는 원칙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JTS의 지원 대상 중에 95퍼센트 이상이 외국이 되는 이유는 국내에는 JTS의 기준에 맞는 빈곤층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5년 전부터는 저도 두북 수련원으로 내려와 살게 되었습니다. 시골에 내려온 김에 환경 위기에 대비해서 식량을 자급자족 하는 삶을 구현하기 위해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두북 수련원에서 한국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모아서 북한을 비롯한 가난한 나라에 보내는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국제적으로 중고 물건을 안 받겠다고 하게 되면서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은 많은데 해외로 보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정토회 회원들끼리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서로 바꿔쓰자는 취지로 재활용 유통 센터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구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토회는 이런 일들을 아무런 자본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방식은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습니다. 첫째, 폐교를 활용하니까 건물을 재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농사짓는 땅도 노인들이 농사를 못 짓는 땅을 빌려서 짓기 때문에 땅도 재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 자기가 쓰지 않는 물건을 내어놓고, 필요한 물건을 가져가도록 해서 물건을 재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경비가 들지 않았습니다. 아이디어와 자원 봉사자가 있으면 가능합니다. 정토회는 자원 봉사자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몇 년 만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이곳에 정착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실험 단계입니다. 지역 주민과 결합하는 단계까지는 아직 가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노인들이 나이가 들어서 더 이상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지면 농업을 어떤 식으로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의 농촌은 외국에서 노동자를 데려와서 농사도 짓고, 과수도 하고, 축산도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통해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정토회는 붕괴되는 농촌 지역 공동체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농업 회사를 만들어서 젊은 사람들이 운영하도록 하고, 농토는 주식처럼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고 생산물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을 선정한 이유는 이 학교가 제가 다녔던 초등학교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빈 땅을 빌리는 게 가능했습니다.”

다음은 정토회의 자원봉사 시스템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동남아 스님들은 대중들의 자원봉사로 정토회가 운영된다는 것에 대해 매우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많은 에너지를 주로 자기를 괴롭히는 데 씁니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남에게 자꾸 도와 달라고 합니다. 심지어 신이나 부처님에게 도와 달라고 합니다. 이것이 중생입니다. 수행자가 되려면 이런 삶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정토회가 자원봉사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이유

첫째, 수행자는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아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적이어야 합니다. 부처님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빔비사라 왕과 빠세나디 왕은 제국의 왕으로서 엄청나게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전의 기록 어디에도 부처님이 왕들에게 ‘좀 도와주십시오’ 하고 요청한 적은 없습니다. 왕이 준다고 해도 부처님은 ‘그건 필요 없습니다’ 하고 안 받았다는 기록은 있습니다. 부처님은 스스로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었기 때문에 부족한 것이 없었습니다. 음식은 얻어먹고, 옷은 주워 입고, 잠은 나무 밑에서 잤지만, 아무 것도 부족한 것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부처님은 많은 사람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래서 빔비사라 왕이 자기가 괴로울 때마다 부처님을 찾아와서 힘들다고 하면 부처님은 그를 도와주었습니다. 빠세나디 왕도 늘 부처님을 찾아와서 자신의 고민을 얘기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도 수행자의 삶을 살다 보면 남에게 ‘우리를 도와주세요’ 하고 애걸하는 일이 자연적으로 없어집니다. 이처럼 수행자는 자립적 존재여야 합니다.

둘째, 부처님도 남을 위해서 설법 하셨듯이 우리도 남을 조금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 되고, 남을 조금이나마 돕는 사람이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개개인의 영향은 미미할지라도 우리가 작은 힘이라도 합한다면 주변에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작은 힘을 모아서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는 취지에서 ‘Join Together Society’라고 단체 이름을 만든 것입니다.

공동체에 들어와서 사는 출가 수행자는 여기서 밥 먹고 잠 자고 옷 입고 삽니다. 그래서 특별히 다른 돈이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전체 시간을 다 남을 위해서 사용합니다. 공동체에 들어와서 사는 출가 수행자는 세 가지가 없이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첫째, 월급이 없습니다.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행자는 자기가 원하는 세상을 위해서 일을 합니다. 둘째, 휴가가 없습니다. 셋째, 휴일이 없습니다. 우리는 수행자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없어야 합니다. 스트레스가 없으면 휴가도 필요 없고, 휴일도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것이 철저하게 지켜지지는 않습니다. 돈이 별도로 필요한 사람도 있고, 휴일이나 휴가가 필요하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욕구가 남아있고, 아직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수행자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합니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은 아직 이런 부분을 힘들어 합니다. 그래서 상가의 원칙보다는 좀 더 현실을 반영한 제2 공동체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를 하는 중입니다. 바깥 세상처럼 많지는 않더라도 월급과 휴일, 휴가가 필요하지 않은가에 대해 많은 토론을 했는데 결론이 아직 안 났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원봉사를 지속할 수 있는 이유

반면에 직장 생활을 하는 재가 수행자들은 자기 직업을 갖고 자립해야 합니다. 자립을 한 이후에 보시와 봉사를 합니다. 보시와 봉사를 자율로 선택하기로 한 사람이 일반 회원이고, 의무로 하기로 한 사람이 전법 회원입니다. 보시와 봉사를 의무로 하는 사람들은 정토회의 모든 의사 결정권을 갖게 됩니다. 이들을 양성하려면 상당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물론 수행이 가장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 활동이 자기 일이 되어야 합니다. 노동자로서 일을 하면 대가를 받지만, 자기 일을 하고 나서는 대가를 받지 않잖아요. 예를 들어, 남의 등을 밀어주었을 때는 돈을 달라고 하지만, 내 등을 밀고 나서는 돈을 달라는 소리를 안 합니다. 그것처럼 이 세상 일이 나의 일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대중이 사업에 대한 결정권을 가져야 해요. 전법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수행도 필요하고, 교육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사업에 대한 결정권을 가져야 합니다. 결정권이 없이 시키는 일만 하게 되면 자원봉사를 오래 지속할 수가 없습니다.”

설명을 마치고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 JTS는 자원봉사 시스템 덕분에 후원금의 97퍼센트가 구호 활동에 사용되는데, 나머지 3퍼센트는 어디에 사용되나요?
  • 자원봉사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속성이 부족하다고 했는데요. 부탄이나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다 보면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봉사자를 못 구하면 사업은 어떻게 되나요?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11시부터 발우 공양을 했습니다. INEB 방문단 모두가 이제 발우 공양에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아침에 농사일을 하며 수확한 완두콩이 맛있게 삶아져서 반찬으로 나왔습니다.




발우 공양을 마치고 12시 30분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운문사로 향했습니다.

차로 한 시간을 달려 오후 1시 30분에 운문사에 도착했습니다. 일주문을 지나고 대웅전을 참배한 후 학인 스님의 안내를 받아 경내 곳곳을 둘러보았습니다.


대웅전 안에 모셔진 큰 불상과 탱화, 오백전에 모셔진 오백 명의 아라한들을 보면서 동남아 스님들 모두 감탄을 했습니다. 특히 아늑하고 정갈한 도량의 모습에 모두가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어서 강당으로 들어가 운문사 학인 스님 50여 명과 INEB 동남아 스님들이 함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동남아 불교 국가에서는 아직 비구니 제도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많은 수의 비구니 스님들을 한자리에서 만나게 되자 동남아 스님들 모두가 기뻐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운문사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이곳은 비구니 승가 대학입니다. 옛날에는 학생 수가 250명까지 증가했는데, 현재는 출가하는 승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어서 운문사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은광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이곳은 젊은 스님들이 수행하는 곳이고, 15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학인 스님들도 참여 불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먼저 나라 별로 한 명씩 인사말과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태국에서 온 사카다라니(Saccandarani) 비구니 스님은 한국의 비구니 스님들을 만난 기쁨을 이야기했습니다.

“비구니 스님들을 이렇게 많이 뵈니 참 좋습니다. 전세계를 다니며 비구니 스님을 만난 적이 있지만, 이렇게 많은 비구니 스님들을 한 자리에서 만난 것은 처음입니다.”

이어서 서로에 대해 소개를 한 후 궁금한 점에 대해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동남아 스님들은 운문사의 교과 과정, 졸업 이후 진로에 대해 질문했고, 운문사 학인 스님들은 동남아 불교 국가에서 여성 수행자의 위상과 역할, 재가 신자들의 신심을 불러일으키는 방법, 테라밧다의 계율, 육식을 금지하지 않는 문화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하고 대화를 마쳤습니다.

오후 4시에 운문사를 출발하여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두북 공동체 행자님들과 대구경북 지부의 봉사자들이 맛있는 저녁 식사를 준비해 놓고 INEB 방문단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성껏 차려진 음식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먹은 후 모두 휴식을 취했습니다.

저녁 6시 30분에 저녁 예불을 하며 다시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베트남에서 온 틱 누 르 비엔(Thich Nu Le Vien) 스님이 베트남 방식으로 예불을 했습니다.

예불이 끝나고 곧바로 스님과의 대화 시간을 이어나갔습니다.

“조금 쉬셨습니까?”

“네,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정토회가 어떤 사회 실천 활동을 하고 있는지 스님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오늘은 정토회의 사회 실천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어쩌면 여러분은 사회 실천 활동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현재 정토회를 방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토회의 사회 실천 활동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붓다 담마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자기 수행의 기반 위에서 행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과 수련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나누었던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면 사회 실천 활동은 돈만 있으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토회의 사회 실천 활동은 물질적인 지원에만 초점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정토회는 붓다 담마를 확산시키고 전법을 하는 관점을 중심에 두고, 사회 실천 활동이 우리들의 수행을 한층 깊이 이뤄지도록 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정토회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크게 환경, 평화, 빈곤 퇴치, 수행, 네 가지 분야입니다. 전 지구적으로는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가 가장 심각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 우리들의 소비를 줄이는 것입니다. 우리의 욕망이 이 문제를 야기 시켰기 때문에 CO2 제로가 되는 삶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정토회는 기본적으로 개발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개발을 막기 위해 폭력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하지 않습니다. 우선 우리 스스로 소비를 줄이는 운동을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 운동을 담당하는 단체가 에코붓다(Eco-Buddha)입니다.

인권 운동과 난민 지원을 담당하는 곳은 좋은벗들(Good friends)입니다. 좋은벗들은 1995년 북한에서 기아로 인한 대량 인명 피해가 있을 때 만들어졌습니다. 1995년과 1998년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아로 죽었는지에 대한 통계를 내서 세상에 알리는 일을 좋은벗들에서 했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모아서 UN 등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려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이끌어 냈습니다.

여러분들은 아침에 제가 워싱턴 D.C.를 방문한 영상을 보면서 스님이 미국 국방부, 국무성, 의회, 백악관을 방문하니까 ‘스님이 무슨 네트워크가 있어서 저런 곳에도 가나’ 하는 의문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제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1997년부터 미국에 가서 북한의 기아 상황을 알리는 활동을 하면서 형성한 네트워크입니다. 당시 북한의 난민 중 중국으로 넘어온 사람들이 약 30만 명 정도 됐습니다. 당시 어느 정도의 난민들이 있는지 조사를 하고, 그걸 국제 사회에 알리고, 또 그들이 북한과 중국에서 어떤 인권 침해를 받고 있는지 조사해서 알리는 활동을 했습니다.

이렇게 10년 이상 활동을 했지만 북한의 기아 문제, 인권 문제, 난민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지 고민했는데, 한반도에 평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다른 문제들이 해결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평화재단(The Peace Foundation)을 설립해서 남북 간에 항구적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평화재단은 한반도의 평화 문제와 통일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돈이 많아야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어떤 것도 돈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닙니다. 인도 수자타 아카데미를 시작했을 때는 오히려 정토회도 초창기였기 때문에 비닐하우스에서 지낼 때입니다. 그걸 보면 우리가 꼭 돈이 있어야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정토회에서는 저런 활동을 한다고 어디에 가서 돈을 달라고 한 적도 없습니다.

인도 성지순례는 인도의 불가촉 천민 마을에 수자타 아카데미 학교를 짓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학교를 지으려니까 돈이 필요했는데, 그 돈을 만들기 위해서 성지순례를 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누구보다 안내는 잘해줄 수 있으니까 그 대신 먹고 입고 자는 건 순례자처럼 지내자고 제안했습니다. 호텔에서 안 자고, 비싼 음식 안 먹고, 순례자에 걸맞게 순례자 숙소에서 자고, 밥은 직접 해먹고 다니자고 했습니다.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오면 제가 안내를 했습니다. 그렇게 성지순례를 한 사람들이 절약한 돈으로 수자타 아카데미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도 이렇게 여건이 되는대로 그냥 시작하면 됩니다.

절을 유지하고 관리하다 보면 막상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쓸 돈이 별로 없습니다. 오늘 방문한 운문사의 경우에도 절이 아주 아름답지만 절을 관리하는 데에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큰 절에는 많은 돈이 들어오지만, 그 절을 관리하는 데에 그 돈의 대부분을 써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위해서 쓸 돈이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유지가 됩니다. 한국 불교의 많은 절들이 돈이 많이 들어오고 많이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찰 유지를 위해 돈을 쓰기 때문에 정작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쓸 수 있는 여유는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베트남 비구니 스님이 주지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가서 지역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을 듣고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의 칭찬을 듣고 틱 누 르 비엔(Thich Nu Le Vien) 스님은 엄숙한 표정으로 합장을 했습니다.

“스님은 다 좋은데, 잘 웃지를 않으시네요.”

“제가 어릴 때부터 고난을 많이 겪어서 웃는 법을 잊어버렸습니다.”

“한번 웃어보세요.”

틱 누 르 비엔 스님은 INEB 방문 기간 동안 가장 활짝 웃었습니다. 함께 하는 참가자들도 스님의 미소를 보며 다 함께 웃었습니다.

스님의 설명과 더불어 에코붓다, 좋은벗들, 평화재단, JTS에서 하고 있는 사업들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을 보고 나서 다시 스님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의 설명이 모두 끝나고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INEB 방문단은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베트남에서 온 NGO 활동가인 푸엉 님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어떻게 동기 부여를 줄 수 있었는지 질문했습니다.

사람들이 봉사할 수 있게 동기 부여를 어떻게 하나요?

“정토회는 지금까지 많은 훌륭한 일들을 해왔고, 그 모습은 세계의 많은 커뮤니티에도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자원 봉사자들이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고, 그렇게 오랫동안 동기 부여를 해올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자원 봉사자들이 이렇게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토회는 봉사자들에게 어떤 교육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정토회에서 봉사자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키기 보다 그냥 활동을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이렇게 해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들으니까 믿어지지 않죠?”

“네, 믿기지가 않습니다.”

“우리가 필요한 일을 진심을 다해서 하다 보면 사람들이 이렇게 저렇게 모여들게 됩니다. 너무 계획을 세우면, 오히려 그 계획을 달성해야 된다는 부담을 갖게 됩니다. 계획을 달성하려니 사람이 부족하고, 돈도 부족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지치게 돼요. 사람들이 두려워서 다 떨어져 나가 버립니다. 이 곳에 가면 너무 많은 일을 해야 할 것 같고, 이 곳에 가면 자꾸 돈을 내야 할 것 같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부담을 갖게 됩니다.

왜 자원 봉사자들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지는 내일 자원 봉사자들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내일 시간을 드릴 테니까 왜 돈도 안 받고 여기에 와서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웃음)

“제가 2022년 INEB 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 컨퍼런스에 와서 정토회의 자원 봉사자들을 만났을 때 정말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실제 정토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스님의 리더십 아래 정토회 봉사자들이 일구어낸 성취를 보면서 정말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봉사자들도 항상 기쁜 것만은 아니고, 지쳐 있을 때도 많아요. 다만 제가 스님이라 더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더 많이 쓰는 것도 아닙니다. 늙은 스님도 하는데 자기들도 알아서 하겠지 생각합니다.” (웃음)”

태국에서 온 차이야폰(Chaiyaporn) 스님은 법륜 스님이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며 소감과 더불어 스님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무엇이었는지 질문했습니다.

“오늘 제가 본 스님은 어떠한 정부보다 더 큰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스님께 질문이 있다기보다는 저 자신한테 질문이 생겼습니다.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걸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스님이 지금까지 해오신 일들을 보면서 정말 많은 감동을 받고 눈물이 났습니다. 스님을 알게 된 것은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님의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된 것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무언가 특별히 각오하고 결심한 것은 아니었어요...”

이어서 스님은 서암 큰스님을 만나 크게 깨우친 이야기와 도문 큰스님으로부터 받은 가르침을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은 INEB 방문단은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대화가 점점 깊어가는 가운데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내일 또 이야기 나눕시다.”

INEB 방문단은 조별로 마음 나누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에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질문했던 태국 스님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스님이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으며 내 인생에 대한 답을 찾았습니다. 내 인생에 빛이 비추어진 것 같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제 스스로에게 던질 질문이 없어졌습니다. 그냥 합니다! Just do it!”

스님과 함께 농사일을 하면서 느낀 점, 운문사에서 비구니 스님들과 대화하면서 느낀 점, 스님의 활동 모습을 영상으로 보면서 느낀 점 등 다양한 소감들을 이야기했습니다.

“농사 울력할 때 법륜 스님이 그냥 보통 사람 같았습니다. 정말 소박해 보였어요.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 있는지 놀라웠습니다.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법문을 합니다. 어메이징했습니다.”

“운문사는 참 아름다웠습니다. 한국에 불교가 있는지도 몰랐고, 비구니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K팝, K드라마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 운문사에 가보니 천년이 넘은 절이 잘 보존되어 있었고, 태국의 절보다 더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비구니 스님들도 불법을 진지하게 공부하고, 충분히 좋은 역활을 하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법륜 스님의 활동 영상을 보며 ‘이것이 진정한 수행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스님 안에 있는 보살이 저에게 '아무 걱정도 하지 마라' 하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소감 나누기를 마치고 나니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오늘도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두북 농장에서 농사 체험을 하고, 오후에는 경주 불국사 사찰 순례를 한 후 INEB 스터디 투어를 매년 후원해주고 있는 원만성 보살님을 만나 뵙고, 저녁에는 스님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6

0/200

김윤정

스님 감사합니다.

2024-07-15 08:59:43

정목

정토회를 통해 전세계의 스님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어울리는 모습이 아름답고 감격스럽습니다.

2024-06-14 15:34:47

KSY

스님의 행보 하나하나가 늘 감동입니다.🙏

2024-06-10 20:53:39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