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5.13 전법회원 법회
“직장 일이 버거울 때가 많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전과 저녁에 전법 회원을 위한 생방송 법회를 하는 날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정토사회문화회관 주변에는 형형색색의 연등이 매일 밤마다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10시부터 주간반 회원들을 위한 전법회원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전법회원들이 모여서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스님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요즘은 정토회의 전체 활동가들이 만인대법회 준비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먼저 정토회 대표님이 6월 13일에 열리는 만인대법회 준비 상황을 보고했습니다. 이어서 다 함께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법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지난주에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국 의회, 정부,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나고 온 소감을 나누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지난 2주 동안 북미 동부 지역에서 순회강연을 하고 워싱턴D.C.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국 의회, 정부,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난 후 어제 새벽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청년특별지부에서 마련한 초파일 법회를 했습니다.

어느덧 외국인들에게도 즉문즉설이 좀 더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서양에서는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고민을 질문하는 것이 좀 어려운 분위기여서 그동안 외국인들과 즉문즉설을 하면 주로 지식적인 문제를 많이 물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인생살이에 대한 질문도 많아지는 것을 보면 외국인들에게도 즉문즉설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가는 것 같습니다.

워싱턴D.C.에 머물면서는 백악관, 국무성, 국방성에서 근무하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 의회의 상원과 하원 의원들, 그리고 브루킹스 연구소 등 싱크탱크 기관의 연구자들, NGO 단체 활동가들, 그리고 안보 전문가들을 두루 만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어떻게 하면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낼 수 있는지, 그리고 북한 주민들이 하루라도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번 미국 방문 일정을 통해 느낀 변화들

작년 9월에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큰 변화는 아니지만 조금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작년에도 제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북한과 러시아 간의 군사협력이 강화되면서 대량살상무기가 확산이 될 위험에 대해서 경고를 했습니다. 당시에는 제 이야기를 그다지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아마 7개월이 흐르는 사이에 제가 경고한 것이 현실로 드러나게 되니까 대부분이 경고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제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한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입니다. 지금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중지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비핵화라는 전제 조건을 내걸어서는 북한과 대화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일단 핵동결을 먼저 시켜서 위험을 멈추게 한 다음에 나머지 조건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북한과 미국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것은 북한에 주는 선물이 아닙니다. 1992년에 남북이 동시에 유엔 가입을 할 때 남한은 러시아, 중국과 국교 정상화를 했습니다. 그때 북한도 미국, 일본과 국교 정상화를 했었어야 합니다. 그것이 30년 이상 늦어진 것일 뿐입니다.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만일 서로 신뢰가 안 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면 됩니다. 자신들을 적대시하지 말고 정상 국가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 북한의 요구이기 때문에 그것을 대화의 출발로 삼아야 합니다.

이러한 제안에 대해 이제는 대부분의 미국 의회, 정부, 싱크탱크 관계자들이 현실적으로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수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아직은 그렇게 하겠다는 정도는 아닙니다. 예전 같으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게 되지 않느냐’ 하면서 반론을 제기하거나 가만히 듣기만 했는데, 이제는 저의 이야기를 좀 더 귀담아듣고 일부 수긍하는 정도의 변화는 있었습니다.

지금 제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당장 북한과 미국의 관계를 개선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은 이미 대통령 선거 국면에 들어갔기 때문에 지금은 북한과 관계 개선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올해 11월에 선거를 하고 내년 1월에 다음 정부가 들어서야 비로소 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미리 준비했다가 내년 1월이 되면 신속하게 북미 간의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제안입니다. 그러면 그때까지 남은 1년 동안은 어떻게 전쟁의 위험을 관리해야 할까요? 현재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과 북한의 대화를 지원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런 제안에 대해서 아직은 그렇게 하겠다고까지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예전보다 제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일부는 제 이야기대로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수긍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만일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이미 북한과 대화를 했었기 때문에 다시 대화를 재개하기가 용이할 것입니다. 다시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다음 선거에 대한 부담이 적으니까 좀 더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 되든 우리는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전쟁이 발발한다면 북한의 공격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근원적인 해결책은 북미 관계를 개선해서 상호 간에 군사적인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입니다. 긴장이 고조되어 있으면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서 우발적으로 충돌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는 2500만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는 별로 효과가 없었습니다.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한 제재였다면 이미 제재의 효과가 매우 적다는 게 입증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계속 무기를 개발하고 확산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확산의 속도를 좀 늦추는 정도의 효과는 있습니다. 만약 경제 제재가 북한 주민들을 괴롭히는 게 목적이라면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 제재의 목적이 북한 주민들을 괴롭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북한 주민들의 생활과 관련된 조치들은 제재의 범위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대신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재는 더욱 정교하게 강화해야 합니다.

북한에 대한 어떤 정책을 입안할 때는 항상 거기에 2500만 주민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들을 위하는 관점에 서서 정책을 입안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북한 주민들의 해외 노동, 여행, 생필품 수출입 등을 제한하는 제재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 뿐입니다. 군사적인 공격으로 북한을 붕괴시킬 게 아니라면 북한의 내부적인 변화를 꾀해야 합니다. 북한의 내부적인 변화를 유도하려면 주민 개개인들이 구매력을 갖게 해서 시장이 돌아가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가하고 있는 경제 제재는 개인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막아 버리니까 시장이 축소되고 있습니다. 시장이 죽어버리니까 정보 유통도 위축이 되고, 결국 북한 내부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막혀 버리게 됩니다.

이렇게 제재가 목표하는 것과 제재로 인한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다는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합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주민들이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서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합니다.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정보가 유통이 되어서 내부의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게 됩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인 전쟁이 없는 평화를 유지하고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완화시켜야 합니다.

6.13만인대법회를 준비하는 마음가짐

우리가 6.13만인대법회를 하는 이유도 그날 행사를 하는 것만이 목표가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생활도 6.13만인대법회를 준비하듯이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실천을 해나가야 합니다. 제가 이번에 워싱턴D.C.를 방문한 것도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방법으로 그 실천을 한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부처님 오신 날에는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사회 인사를 모두 초대하는 것입니다. 국민 대통합을 이뤄내기 위해서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준비하는 거예요. 지금 한국 사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각자의 정치적 이념을 가지고 상대를 배척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입장에서 보면 저런 사람하고 말을 섞기 싫지만,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가 다르더라도, 소속 정당이 다르더라도, 이념이 다르더라도, 생각이 다르더라도,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 바탕 위에 우리가 함께 해나가야 할 일들을 바라봐야 합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소비를 줄이거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함께 노력하려면, 국민 대통합을 이루어야 합니다. 모두 똑같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 상호 협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어려운 가운데 발전해 왔듯이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적으로 발전해 가려면 대한민국을 넘어서서 세계 평화와 전 세계 사람들의 복리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서 실천해야 합니다. 그런 이유로 부탄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도 추진하고, 난민도 돕고, 시리아 지진 피해지역도 지원하고,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구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국민 대통합을 이루려면 마음을 모아서 기도하고, 일상에서 꾸준히 실천하면서 온 정성을 모아야 합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해서 감응을 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나의 힘, 우리의 힘, 사람의 힘을 넘어서서 천지신명이 감응을 해주십사 기도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종교가 다른 사람도, 정치적 이념이 다른 사람도, 지지하는 정당이 다른 사람도, 내가 안 좋아하는 사람도,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이것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같이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6.13만인대법회를 여는 이유입니다.

단순히 참석하는 인원수를 채우기 위해서 노력할 게 아니라 정성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그래야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6.13만인대법회 준비에 정성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지난주에 스님이 워싱턴D.C.를 방문하여 미국 의회, 정부,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나고 온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 영상 보기

영상이 끝나고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질문에 모두 답변을 하고 나니 법회를 마쳐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6.13만인대법회 준비에 모든 전법회원들이 정성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하며 법회를 마쳤습니다.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사단법인 좋은벗들 실무자와 독립운동 유적지 복원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회의를 했습니다. 상해 임시정부 유적지를 비롯하여 카자흐스탄의 홍범도 장군 유적지 등 후손들을 위해 유적지를 잘 복원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곳들을 함께 검토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6.13만인대법회 준비 상황을 보고 받고 앞으로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할지 의논하고, 내일모레 부처님 오신 날에 열리는 사회인사 법회의 준비 상황도 점검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정토회관 방송실에서 저녁반 전법회원들을 위해 생방송 법회를 했습니다.

전법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네 명의 질문을 받고, 자유롭게 손을 들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치료하고 있지만 가끔 직장에서 하는 일이 버거울 때가 많다며 어떻게 관점을 갖고 수행을 해나가야 하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직장 일이 버거울 때가 많습니다

“스님께서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많은 일들을 하시는데, 너무 개인적인 질문을 하게 되어 민망합니다. 저는 불안장애와 우울증으로 약물과 상담 치료를 받은 지 3년째입니다. 일과 수행을 병행하면서 치료하고 있고, 나름대로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행과 봉사를 해서 그런지 예전보다 마음도 편안해지고 가벼워졌습니다. 저는 연구소에 다닌 지 17년째입니다. 지금 하는 일이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버거울 때가 많습니다. 3개월에 한 번 정도는 원인도 모르게 공황장애 같은 신체 증상이 일어나는데 그럴 때마다 좌절감과 두려움이 올라옵니다. 머리를 많이 쓰는 직장을 다녀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직장을 그만두면 더 빨리 좋아지려나 하는 생각도 자주 듭니다. 현재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니까 직장을 그만두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내가 결정한 이상 견딜 수밖에 없는 건가 싶기도 하고, 혹시 내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일과 수행을 잘 병행하며 살기 위해서는 어떤 관점과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그런 어려움을 갖고도 하루하루 잘 살아가니까 정말 다행입니다. 매일매일 우울해지고 죽고 싶고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것이 아니고, 3개월마다 한 번씩 증상이 일어난다니까 그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그런데 3개월마다 한 번씩 그런 증상이 일어나는 것은 일 때문이 아니에요. 만약 일을 그만두고 집에 있어도 3개월마다 한 번씩 그런 증상이 나타날 겁니다. 그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즉 그것은 병의 증상입니다.

통계에 의하면 우울증은 계절이 바뀔 때 증상이 많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9월이라든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3월이라든지, 이렇게 환절기에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러니 최소한 1년에 두 차례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야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봄은 누구에게나 좋은 계절이긴 하지만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봄마다 꽃가루 때문에 늘 콧물을 흘리고 살아야 합니다. 첫째, 이처럼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해야 해요.

둘째, 자신의 몸 안에서 분비되는 어떤 호르몬이 신경에 자극을 주면서 정신에도 영향을 줄 수가 있습니다. 긴장이 되거나 불안해지면 어떤 호르몬이 자극을 주어서 더욱 심리를 불안하게 만들게 됩니다. 또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그것이 나타나게 되는 거예요. 언제 발병하는지는 계절적인 요인도 있고, 먹는 음식과 같은 요인도 있고, 누가 화나게 한다든지 하는 외부적인 요인도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요인에 의해서 한 달에 한 번 혹은 석 달에 한 번 증상이 나타날 수가 있는 거죠. 질문자는 석 달에 한 번 정도 나타난다고 하니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상태에서 보면 아주 양호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약을 꾸준히 먹으면서도 그런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자기가 자기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죽고 싶다거나 혹은 직장을 그만둘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아, 병이 또 발병했구나’ 이렇게 알고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과 상의를 해서 복용하는 약의 양을 약간 늘려야 해요. 거의 다 나았다고 생각하고 약을 끊었다면, 1년에 몇 차례라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때는 비상용으로 약을 갖고 있다가 먹어야 합니다. 이렇게 자기 나름대로 대응을 해야 해요.

저의 경우 무리를 하면 가장 문제가 많이 생기는 곳이 기관지입니다. 저는 법문을 매일 하니까 말을 많이 하기도 하고, 또 원래부터 기관지가 약하기도 해서, 몸에 무리가 오면 편도가 부어오르면서 나중에는 편두통이 생깁니다. 그러면 진통제를 먹어도 진정이 안 되고 병원에 가도 치료를 할 수가 없을 정도가 됩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고통을 겪으면서 증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나름대로 연구를 했어요. 그래서 통증을 조기에 차단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대체로 먼저 몸에 약간 한기가 돌면서 목이 칼칼해지는 증상을 거쳐서 나중에는 머리까지 통증이 오는 순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몸에 약간 한기가 돌면서 목이 칼칼해지는 증상이 생기면 즉시 약을 먹습니다. 여러 약을 먹다 보면 특별히 이 증상에 잘 듣는 약이 무엇인지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증상이 있는 날은 아무리 바빠도 일찍 잔다든지 해서 자기 몸을 조절해 나갑니다. 왜냐하면 목이 아픈데도 미련하게 무리를 해서 편두통이 발병을 한 뒤에는 아무리 약을 먹어도 진정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재빨리 대응하고 조절하니까 예전에는 이런 고통을 겪는 것이 1년에 몇 차례였는데 요즘은 횟수도 줄어들었고 기간도 많이 줄어들었어요.

물론 강연이 계속 이어지고, 강연 사이에 방송이 있는 데다가, 갑자기 피치 못할 어떤 미팅이 계속 잡히고, 그래서 밤에 잠을 못 자는 일이 연달아 벌어지면 결국 발병을 할 때도 있습니다. 병이 없을 때는 밤에 잠을 못 자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발병을 한 데다가 바쁜 스케줄이 겹치고 또 그 상황이 하필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해서 주말에 벌어져서 병원에 갈 수도 없게 되면 많은 고통을 겪게 되죠.

이렇게 자기가 자기를 조절해 나가는 연습을 해나가야 됩니다. 특히 질문자는 우울증이 있기 때문에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돼요. 약을 먹는 것에 대해 ‘언제까지 먹어야 되나?’ 이렇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밥도 한 그릇씩 끼니마다 먹는데 약 한 알 먹는 게 뭐가 어렵습니까. 그것도 하루에 한 번 먹는 것이니 쉬운 일이잖아요. 밥을 먹듯이 약을 매일 정기적으로 먹어야 합니다. 계절적인 요인으로 인해 증상이 조금 심할 때는 약의 양을 조금 더 늘려야 해요. 너무 졸리고 정신이 없다 싶으면 약의 양을 조금 줄이되 안 먹지는 않으면서 적절하게 대처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 자기 병을 자기가 조절해 나가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병을 가진 사람이 정상인처럼 행동하려고 하면 그것은 문제라는 겁니다. 만약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거나 연세가 많은 사람이라면 젊을 때처럼 산을 빨리 오른다든지 높은 산을 오른다든지 하는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걸 고려하지 않고 무리를 하면 후유증을 앓게 됩니다. 그럴 때는 하루나 이틀 정도 푹 쉬어서 몸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해요.

물론 항상 컨디션이 좋고 건강한 상태에서만 일할 수는 없겠죠. 몸이 아픈 중에도 일을 해야 할 때가 있고, 일하다 보면 낫고, 또 일이 과해지면 다시 아프고, 아프지만 또 일을 하다 보면 낫고,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또한 인생이죠. 조금만 몸이 아파도 여러분들은 두려워하는데, 몸이 아프다고 두려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아프면 치료를 받으면 되지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그러니 직장을 그만둔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어떤 연구과제가 있는데 늘 독촉을 받거나, 그 일을 언제까지 해야 되는 마감에 쫓기거나, 심리적으로 쪼들리는 상황이 반복되어 외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때는 직장을 옮길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육체노동을 많이 하는 직장으로 옮긴다든지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이 아니라면, 직장 때문이 아니라 질문자가 가진 병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해요. 그럴 때는 직장을 옮겨도 증상이 똑같이 나타나게 됩니다.

대부분은 자신의 병을 자각하지 못하고 직장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직장을 자꾸 바꾸거나,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사람을 자꾸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혼하고 결혼하고, 이 사람 만나고 저 사람 만나봐야 증상은 똑같이 반복됩니다. 결국 문제는 나로부터 일어나는 거예요. 그래서 나를 바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육체적인 병이면 육체적인 병으로 대응하고, 정신적인 문제라면 약물도 복용하면서 자기가 자기중심을 잡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 증상이 나타나는구나’, ‘내가 지금 긴장하고 있구나’ 이렇게 자각하면서 자기가 자기를 조절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네,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인사를 했습니다.

“다음 달 전법회원 법회는 6.13만인대법회를 끝내고 나서 하려고 합니다. 이제 6.13만인대법회가 한 달 남았습니다. 용성조사님께서 100년을 내다보고 예언을 한 날이니까 여러분들도 힘드시겠지만 조금 더 힘을 내셔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마음을 모아서 그날 하루는 직장일이든 집안일이든 모두 내려놓고 행사에 참석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내일은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거제도 애광원 식구들과 함께 순천만 국가정원으로 봄나들이를 다녀올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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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모든것은 내가 일으킵니다

2024-05-21 10:39:50

무명

아프면 치료받을 일이지 걱정할일 아니다
감사합니다

2024-05-20 07:56:53

지명화

나와 견해가 다른 사람과 통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 잘 새기겠습니다

2024-05-19 07: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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