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4.10 부탄 2차 답사 3일째 (예빌랍사, 님숑, 납지)
“아이가 경계성 지능 진단을 받고 나니 암담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부탄 2차 답사 3일째 날입니다. 예빌랍사, 님숑, 납지 치옥에 있는 학교를 차례대로 방문하여 학생들을 격려하고 운동용품과 학용품을 전달하고, 부탄 정부 관계자들과 지속 가능한 개발 사업에 대해 의논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부탄 현지 시간으로 아침 7시에,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에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화상회의 방에 모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지금 인도 국경과 가까이 있는 부탄 중부 지역의 남쪽에 있는 젬강 주의 판방 마을에서 여러분을 만나고 있습니다. 부탄 수도인 팀푸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차로 15시간 이상 걸리는 아주 오지 마을입니다. 생방송을 하기 위해 우리나라 면사무소에 해당하는 정부 건물에서 인터넷을 연결했습니다. 지난주에 제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에 JTS 활동가 여섯 명이 이곳에 남아서 집 내부를 수리하고 부엌살림을 개선하는 공사를 했습니다. 그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겠습니다. 아주 감동적인 영상입니다.”

▲ 영상 보기

“잘 보셨습니까? 현장에서 수고해 준 JTS 활동가들과 후원해 주신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이 사업이 계속되면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과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그중 한 명은 아이가 경계성 지능 진단을 받았다며 어떻게 키우고 교육해야 할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아이가 경계성 지능 진단을 받고 나니 암담합니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언어가 늦고 발음이 부정확하여 언어 인지 치료를 받던 중 발달 상태를 더 알고 싶어 소아정신과 병원에 갔다가 경계선 지능 진단을 받았습니다. 모르는 게 약인데 알고 나니 더 혼란스럽고 무거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일찍 알게 되어 다행스럽습니다. 답답해서 정신의학과에 가서 경계성 지능에 관해 문의해 보니 어릴 때 발견하는 게 치료에 낫고, 좋은 자극을 주면 평균 지능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며 기다려주고 칭찬을 많이 해서 자존감을 키워주라고 합니다. 단순히 공부를 못하는 거라면 조금 마음이 가벼울 텐데, 경계선 지능에 관한 뉴스들을 보면 학교에 적응을 못하거나 범죄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암담합니다. 어떻게 키우고 교육해야 할까요?”

질문자는 눈물을 머금으며 힘겹게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내 자식이 잘생기고, 똑똑하고, 건강하고, 부모 말도 잘 들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누구나 그런 자식을 바랍니다. 그러나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될 수는 없습니다. 이 세상에는 눈이 안 보이게 태어나는 사람도 있고, 귀가 안 들리게 태어나는 사람도 있고, 선천적으로 걷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능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서 생활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건강하게 태어나도 교통사고로 인해 장애가 생길 수 있고, 뇌를 다쳐서 정신적인 장애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이게 인생살이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내가 낳은 자식은 건강하게 태어나야 하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야 하고, 중간에 사고도 안 나야 하고, 공부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기를 원하는 건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다 될 수는 없다는 거예요.

그럼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평생 울고불고 괴롭게 살아야 할까요? 사주팔자 타령을 하고, 하느님을 원망하고, 전생 타령을 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도 불편하지만 행복하게 살 수 있고, 귀가 안 들리는 사람도 불편하지만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얼굴이 희든 검든, 키가 크든 작든, 남자든 여자든, 성애가 이성애든 동성애든, 누구나 다 그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이렇게 관점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면 눈이 안 보인다고 울고불고 하지 않고 점자를 공부해서 그 불편을 극복해 나가게 됩니다. 귀가 안 들리면 수화를 배워서 그것을 극복해야 합니다. 걷지 못하면 휠체어를 타서 불편함을 극복해야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극복을 해서 일상생활을 해나가야 합니다.

손을 못 움직이니까 발가락에 숟가락을 끼워서 밥을 먹는 사람도 있고, 발가락에 붓을 끼워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손과 발이 모두 없는데도 남들을 즐겁게 해서 희망을 주는 사람도 있어요. 대신에 이런 사람들은 옆에서 약간 도와줘야 합니다. 앞으로 전동 기계들이 많이 개발되면 혼자서 가능한 일이 더 많아질 겁니다. 장애가 있으면 불편하긴 하지만 그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만약 아이의 장애를 몰랐으면 ‘왜 똑같이 학교에 보냈는데 중간도 못 하고 꼴등을 하느냐?’ 하고 아이를 나무랄 수가 있는데, 장애가 있는 줄 미리 알게 되면 일반 학교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따로 특수교육을 하는 학교에 가야 할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일반 학교에 다니는 것을 기뻐하게 됩니다. 그런데 ‘조금만 좋아지면 중간 성적을 받을 수 있을 텐데’ 하면서 자꾸 나의 욕망을 쫓아가면 아이가 늘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느껴집니다. 다리를 다쳐서 잘 못 걷는 사람을 두고 ‘왜 다른 사람처럼 못 걸을까’ 하고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면 늘 불만을 갖게 됩니다. 일어서기만 해도 다행이고, 뒤뚱뒤뚱 걷기만 해도 다행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다친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줄 수 있습니다.

단지 칭찬만 할 게 아니라 재활에 필요한 연습을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현재의 상태에서 조금씩 나아질 수도 있습니다. 의사의 말대로 경계성 지능을 가진 아이도 평균 지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반드시 평균 지능으로 나아간다고 단정을 지어버리면, 기대치에 못 미쳤을 때 불만이 생기거나 낙담할 수 있습니다. 지금 모습 그대로도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아이가 학교에 빠지지 않고 가는 것만 해도 고맙게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에 아이가 성적을 걱정한다면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 하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질문자가 자신의 욕망대로 아이가 변화하기를 자꾸 바라면 아이를 자꾸 나무라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집에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운다고 합시다. 강아지가 사람처럼 두 발로 걷지 않고 네 발로 걷고, 밥을 앞발로 먹지 않고 주둥이로 먹는다고 불만이라면, 애완동물로 키울 수 있겠습니까?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당장 내버릴지 모릅니다. 강아지는 강아지에 맞게, 고양이는 고양이에 맞게, 각각의 특성대로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그것처럼 장애가 있으면 그에 맞게끔 살아가도록 도와준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장애가 있어서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도와주고, 훈련으로 나아질 수 있다면 도와주기보다는 연습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개가 집 밖에 살면 똥오줌을 가릴 필요가 없지만, 집 안에 사는 개는 조금만 훈련하면 똥오줌을 가릴 수 있게 되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아무리 훈련 시킨들 개가 사람처럼 말을 하도록 훈련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것처럼 연습을 통해서 나아질 수 있는 장애가 있고, 나아지기 어려운 장애가 있습니다. 섣불리 나아질 것이라고 단정을 지으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질문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지금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아이를 키워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힘들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지, 아이를 위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게 아니에요.

질문자의 아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엄마로서 아이를 늘 격려해 주어야 합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아이가 행복하게 살게끔 도와준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이를 보고 한 마디씩 걱정의 말을 던질 수는 있어요. 그럴 때 ‘괜찮습니다. 저는 이 아이가 있어서 행복합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마치 자신이 지나가는 사람인 것마냥 아이를 걱정하는 관점이 있어요. 자신의 처지가 한스러워서 울고 있는 겁니다. 물론 부모로서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이 이해는 됩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으면, 나도 괴로울 뿐만 아니라 아이도 평생 열등의식을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만하길 다행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필요한 치료와 훈련을 기꺼이 하는 부모가 되기를 바랍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관점을 바꿔서 아이가 행복하면 그것으로 다행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학교만 잘 다녀도 다행이라 여기며 살겠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한 시간 동안 즉문즉설을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지금 부탄에서도 아주 오지에 있는 마을에 있습니다. 이곳은 하늘이 맑고, 산이 높고, 계곡이 깊고, 물이 맑고, 공기도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좋은 자연환경 속에 살고 있는지를 잘 모릅니다. 그저 한국 드라마 한 편 더 보고 싶어 하고, 한국 가서 살고 싶어 하고, 한국 음식 한번 먹어 보고 싶어 합니다. 반대로 부탄 사람들은 가난해도 누구나 다 결혼해서 자식 낳고 사는 데 비해 한국 사람들은 결혼도 안 하려 하고 자식도 안 낳으려 하면서 평생 헐떡거리며 살아갑니다. 그런데도 부탄 사람들이 한국을 동경하는 이유는 여기서 보면 저기가 좋아 보이고, 저기서 보면 여기가 좋아 보이기 때문일 겁니다.

지금보다 행복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

앞으로 50년쯤 지나면 부탄도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연세 드신 분들은 다 돌아가시고, 젊은 사람들은 다 외국으로 나가고, 결국 외국인들이 여기에 들어와서 살게 될지 모릅니다. 자연은 변함없이 그대로인데, 그 속에 사는 사람은 달라져 있을 수가 있는 겁니다. 한국도 시골에 가보면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도시로 떠났고, 곳곳에 외국인들이 들어와서 살고 있습니다. 10여 년이 더 지나서 노인들마저 다 돌아가시고 나면, 시골에 일할 사람이 없어서 결국 외국인들에게 영주권을 주어서 정착하게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들의 고향이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겁니다. 어쩌다 고향이 생각나서 귀향하게 되면 오히려 우리가 이방인이 되어 있을 겁니다.

그래서 어느 곳이든 좋은 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항상 내가 처한 조건의 좋은 점을 발견하며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4월 말에는 한국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다시 부탄을 답사할 예정입니다. 제가 부탄을 답사해 보니 특히 노인들 중에 안과와 치과 진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직업이 의사인 분들 중에서 봉사를 해줄 수 있는 분이 필요합니다. 이곳 주민들은 약간의 의료 기술만 제공해 주어도 훨씬 더 편안하게 여생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스님은 곧바로 부탄 국회의장님과 미팅을 했습니다.

국회의장님은 이곳 판방 지역을 지역구로 해서 국회의원을 지내신 분인데, 이번에 부탄의 의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 새로 선출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축하의 마음을 전하면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국회의장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스님이 지금 답사하고 있는 젬강과 트롱사는 부탄 안에서도 가장 낙후한 지역입니다. 또한 이곳은 저의 관할 구역이여서 스님처럼 훌륭하신 분이 이 지역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매우 영광입니다.”

“저도 시골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기쁜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새마을 운동이라고 해서 농로를 넓히고, 지붕을 바꾸고, 생활을 개선하는 운동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 경험이 부탄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장님은 스님의 활동을 통해 부탄에 두 가지 큰 이익이 생길 것 같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JTS가 부탄에 가져올 두 가지 변화

“스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이 많은데 NGO가 와서 그 구멍을 메꾸어 주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입니다. 저는 스님의 활동이 두 가지 큰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무엇보다 스님이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고 마을 주민들이 배우고 실천하게 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 맞습니다. 집안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정부가 해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관여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주민들에게는 매우 필요한 일입니다. 지원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과 의논해서 삶의 행복도를 높이는 일을 함께 해나가고자 합니다.”

“둘째, 부탄의 승려들이 스님의 활동을 교훈으로 삼고 배우는 장이 마련될 것 같습니다. 부탄에도 승려들이 많지만 개인의 수행에만 국한되어 있지 국가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지 못합니다.”

“예. 맞습니다. 승려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하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JTS가 몇 년 동안 활동하는 모습을 통해 주민들이 삶이 좋아지는 것을 봐야 본인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자각을 할 것입니다. 보드가야에도 많은 외국 스님들이 절을 지어서 순례객을 위해 숙박을 제공해 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곳에 가서 학교를 짓고 병원을 운영했습니다. 그랬더니 마을 사람들이 ‘한국 스님은 마을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데 너희는 왜 안 하느냐?’ 하고 문제 제기를 많이 했습니다. 시간이 20년 흐르니까 지금은 절마다 학교와 병원을 지어서 마을 주민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배움이 일어나려면 조금 기다려야 합니다. 그것처럼 부탄의 승려 사회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구니 교육에 대한 지원을 우선 시작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아직은 비구보다는 비구니가 덜 권위적이고, 앞으로 부탄에서도 여성들이 많은 활동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성들도 고등교육을 받게 되면 매우 뛰어난 활동력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이어서 스님은 부탄에서 여자아이가 출가하면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 줄 것을 국회의장님에게 부탁했습니다. 이것은 부탄 비구니 재단에서 스님에게 여러 차례 어려움을 이야기했던 내용입니다. 국회의장님은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어서 아침 식사를 함께하며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식사를 하며 스님은 국회의장님에게 부탄의 비구니 교육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한 번 더 부탁했습니다. 스님은 영어로 된 스님의 희망편지 책을 선물한 후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습니다.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9시 20분에 판방 지역을 출발하여 팅티비 게옥에 있는 예빌랍사 고등학교로 향했습니다.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2시간 동안 달려 예빌랍사 고등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이 학교는 지난 답사 때 부탄 정부 관계자들이 젬강 종각에서 가장 좋은 학교라고 소개하면서 스님이 꼭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던 곳입니다. 지난 방문 때는 빈손으로 가서 오늘은 운동용품을 지원해 주기 위해 잠깐 들리기로 했습니다. 1학년부터 10학년까지 550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었고, 전교생 중에 270명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선생님들과 차를 마시며 인사를 나눈 후 10학년 교실을 방문하여 학생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무슨 과목을 공부하는 게 제일 좋아요?”

수학, 경제, 종카어 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습니다.

“축구 좋아하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여학생들도 손을 많이 들었습니다. 지난번 스님이 방문했을 때도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학생들 중에는 여학생들이 많았습니다. 한창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은 학년이기에 스님은 공부를 잘 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공부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 경험을 잠깐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우리의 기억력은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이게 뭐지?’ 하고 문제의식을 갖고 답을 찾게 되면 그 기억이 굉장히 오래 갑니다.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을 듣는 것은 그때는 알겠는데 시간이 지나면 곧 잊어버립니다.

둘째, 수업에서 새로 알게 된 내용을 수업 직후에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이해하면 그 기억이 오래 갑니다. 이런 정신작용의 특성을 살려서 공부하면 공부를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습을 해야 합니다. 미리 오늘 배울 내용을 살펴봐야 합니다. 미리 공부를 해오라는 뜻이 아니라 무엇을 모르는지를 파악해서 수업에 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게 뭐지?’ 하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럴 때 선생님이 설명하면 ‘아, 그렇구나’ 하고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책을 바로 덮지 말고 오늘 배운 내용에 대해서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배운 직후에 복습을 하면 기억력이 다섯 배는 오래 갑니다. 그런 후에 시험을 치기 전에 다시 한번 봐야 합니다. 이렇게 공부하면 매일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를 안 해도 됩니다. 밖에 나가서 축구를 하거나 친구들과 놀다가 시험을 치기 전에만 한 번씩 다시 살펴보면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의식을 갖는 것입니다. 문제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내가 주인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내가 자발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을 때 문제의식이 생깁니다. 오늘 학교에서 저한테 점심을 준다고 해서 밥값을 하려고 여러분에게 공부 잘하는 팁을 주었습니다. (웃음)


여러분 모두 열심히 공부해서 개인의 삶만이 아니라 부탄 국민을 위해서도 일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대학을 졸업하면 외국에 가서 돈 벌 생각만 하지 말고, 물론 필요하면 유학을 갈 수도 있지만, 언제나 고향으로 돌아와서 부탄의 발전을 위해서 일한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제 말을 이해했어요?”

“YES!”

이어서 스님이 운동용품을 학생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운동을 좋아한다고 해서 운동용품들을 많이 가져왔습니다.”

학생들은 박수를 치며 기뻐했습니다.


이어서 학교에서 준비해 준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선생님들에게 다음에 다시 학교를 방문하게 되면 화장실을 왜 잘 사용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교장 선생님과 여담을 더 나눈 후 학교를 출발했습니다. 갑자기 비가 많이 쏟아졌습니다.



차로 30분을 이동하여 젬강 휴게소에 잠시 내려 카페에서 젬강 주지사님과 이야기를 더 나누었습니다.


주지사님은 부탄의 행정 체계와 예산 집행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부탄은 종각, 게옥, 치옥이 하는 일과 그에 따른 예산이 구분되어 있는데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30분을 이동하여 님숑 초등학교에 도착했습니다.


납지 치옥과 콜푸 치옥을 관장하고 있는 라마가 와계셔서 잠깐 이야기를 나눈 후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교실로 이동했습니다.

학생들은 영어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얼른 운동용품과 학용품을 전달한 후 학교를 나왔습니다. 스님은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추가로 더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 교실 바닥이 깨진 것과 책걸상이 부서진 것을 수리해 달라고 했고, 스마트TV와 노트북을 지원해 달라고 했는데, 종각에 제안서를 보내주시면 JTS에서 지원을 하겠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30분을 달려 납지 초등학교로 향했습니다. 선생님들과 전교생이 교문 앞에서부터 반갑게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꾸주장뽈라!”(안녕하세요!)


먼저 선생님들과 미팅을 했습니다.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 학생들이 방학이어서 아무 것도 지원을 못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학생들이 있어서 선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운동장이 있길래 축구공을 사 왔고요. 배드민턴 세트와 줄넘기도 가져왔습니다. 나중에 더 필요하면 더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선생님들은 노트북이 더 필요하다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학생 수가 너무 작으면 학교 운영도 어렵고, 아이들도 친구들이 많아야 좋지 않나요? 님숑 초등학교와 통합해서 학교를 운영하는 건 어때요?”

선생님들은 학부모들과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검토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교실로 이동하여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전교생이 한 교실에 모여 있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왔어요. 한국 알아요?”

“몰라요.” (웃음)

“콜푸 치옥에 사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납지 치옥에 사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어느 마을에 사는지 확인한 후 곧바로 운동용품과 학용품을 전달했습니다. 학생들은 박수를 치며 기뻐했습니다.



학교 방문을 마친 후 콜푸 게옥의 면사무소로 이동하여 트롱사 종각의 공무원들, 게옥과 치옥의 리더들과 함께 회의를 했습니다.


먼저 지난번 답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올해 시범 사업을 무엇으로 할지 최종 확정을 지었습니다. 마을 리더들은 납지 치옥, 콜푸 치옥, 님숑 치옥, 각각의 마을에서 무엇이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지 이야기했습니다.


스님은 마을 리더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어떤 사업을 올해 진행할지, 어떤 사업을 내년에 진행할지, 하나씩 결정을 내렸습니다.

“올해는 실험을 해보는 해입니다. 여기서는 집을 새로 지어보고, 저기서는 집을 수리해 보고, 이 지역에서는 농장에 울타리를 쳐보고, 저 지역에서는 식수를 공급하는 파이프를 설치해 보고, 이렇게 분산해서 실험을 해보려고 해요. 그래서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 검증을 해본 다음에 본격적인 사업은 내년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올해는 꼭 필요로 하는 것만 실험을 해봅시다.”

이어서 지난 10일 동안 랑덜비 치옥에서 JTS 활동가들과 마을 주민들이 협력하여 집수리를 함께 했던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영상을 보고 나서 스님이 JTS가 하고자 하는 사업 방식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영상에 나오는 집은 랑덜비 치옥에서 가장 가난한 집입니다.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집을 샘플로 정해서 수리를 해본 거예요. 이렇게 다른 마을에서도 가난한 집들을 전부 리모델링 해보면 좋겠습니다. 전기밥솥이 있어서 화덕이 필요 없는 사람은 화덕을 만들 필요가 없고, 화덕이 필요한 사람은 이런 방식으로 굴뚝을 만들면 연기가 집 밖으로 나가도록 할 수 있습니다. 굴뚝은 꼭 파이프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흙과 돌을 사용해서 만들어도 됩니다. 가능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자재를 갖고 만들면 좋겠습니다. 시멘트는 부탄에서 생산이 되니까 그것을 사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철은 수입을 해야 하는 자재니까 가능한 적게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돈이 있어서 자기 집을 더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개인이 알아서 하면 됩니다. JTS가 하는 일은 가난한 사람들의 집을 수리할 때 돈을 가장 적게 들이면서도 생활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면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JTS는 뭔가를 지원해 주는 단체가 아니고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함께하는 단체입니다. ‘내 돈으로라도 이 일은 꼭 해야겠다’ 하는 일들을 JTS는 하려고 합니다. JTS는 우리를 도와주는 단체라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필요한 일을 함께 해나가는 단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여러분을 한 번 도와주고 떠나버렸을 때 여러분 스스로 다시 고칠 수 없는 방식은 지속성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자립해서 살 수 있는 방식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어서 궁금한 점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을 받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농업, 임업, 축산, 주거환경 개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세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저녁 7시 30분에 회의를 마쳤습니다.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 8시가 넘어서 늦은 저녁 식사를 한 후 오늘 답사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쿤가랍텐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운동용품과 학용품을 전달하고, 트롱사 종각의 주지사님과 미팅을 한 후, 4박 5일 간의 2차 답사 일정을 모두 마치고 팀푸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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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현

집을 지으려면 자갈 시멘트 나무 등 재료와 그.재료를 다룰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조화를 이룰 때 집이라는 인연이 생겨남을 보면서,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구나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스님의 하루를 정리해서 읽을 수 있도록 잘 정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2024-04-16 13:08:35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04-16 06:17:52

오늘도행복

감사합니다.

2024-04-15 10: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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