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4.8 부탄 2차 답사 1일째 (바르도, 콤샤르, 랑덜비)
"어떻게 하면 부탄을 한국처럼 돈, 돈, 돈 하는 사회로 만들지 않을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스님은 부탄 2차 답사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새벽 6시에 숙소를 출발했습니다.


가는 차 안에서 길이 많이 경사지고 우기에는 길이 유실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스님이 내각 비서실 소속 린첸 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길이 많이 경사진 곳은 부분적으로 시멘트 포장을 하면 유지 관리 비용이 적게 들고,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가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콤샤르 치옥으로 가는 길이 경사가 심했습니다. 주민들이 공사를 하겠다고 하면 JTS에서 시멘트를 지원하겠습니다.”

상쾌한 새벽 공기를 흠뻑 마시며 덜컹거리는 비포장 도로를 1시간 45분 동안 달리고 나니 바르도 게옥에 도착했습니다.

촉바(마을리더)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바르도 초등학교를 잠시 둘러보았습니다.


기숙사를 운영하는 학교인데, 화장실도 잘 관리해서 깨끗하고, 교실 내부도 정갈했습니다. 학교를 나와 발도 치옥의 촉바를 만나 함께 농업용 수원지를 답사했습니다.

6월부터 농사 시즌이 시작되는데 작년에도 농업용 수로 문제로 제대로 농사를 짓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도로에 차를 세우고 산길을 약 2km 정도 걷자 수원지가 나타났습니다.


이 수원지에서 나오는 물을 갖고 농사를 짓는 가구는 총 50 가구, 약 30 에이커의 면적을 경작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원지에서 밭까지 거리가 얼마나 돼요?”

“5km 정도 됩니다.”

“만약 주민들이 시멘트로 수로를 만드는 공사를 하겠다고 하면 JTS에서 자재를 지원하겠습니다. 주민들이 공사를 할 수 있겠어요?”

“예, 저희가 공사를 하겠습니다.”

스님은 수원지에 수문을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수원지에서 나오는 물길이 두 갈래로 나눠지는 지점에 각각 수문을 달면 효율적으로 물의 양을 관리할 수 있어요. 한쪽을 막으면 다른 쪽으로 더 많은 물을 보낼 수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수로 건설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습니다. 젬강 종각에서 엔지니어가 와서 바로 견적을 낸 후 JTS에 제안서를 올리기로 하고 다시 수로를 따라 산을 내려왔습니다. 스님은 수로를 따라 걸으며 어떻게 공사를 하면 좋을지 공무원들과 세세하게 의논을 하였습니다.


산길을 내려와 도로에서 차를 마시며 부탄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공무원들이 풀을 베어와서 여러 겹 깔자 금방 의자가 만들어졌습니다.



수원지 답사를 마치고 바르도 치옥에서 가장 가난한 집을 방문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로 방문한 집은 할아버지 혼자 사는 집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개인이 소유한 땅이 아예 없고, 조카가 사는 집에 얹혀살고 있었습니다. 귀가 안 들리고 말을 못 해서 조카가 대신 할아버지의 상황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삼촌에게 집이 따로 있으면 좋겠어요. 대신 밥은 제가 해줄 수 있습니다.”

조카가 밥을 해주고 있어서 부엌을 갖추어줄 필요는 없고, 기존의 집을 연장해서 방을 한 칸 더 지어주면 될 것 같았습니다. 대신 조카 집의 부엌을 수리해 줄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외부 화장실, 창고 지붕, 외부 마루, 집 벽체, 화덕, 부엌 선반 등 수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이는 곳들을 하나씩 점검한 후 다음 집으로 이동했습니다.

다음에 도착한 집은 할머니 두 분이 사는 집이었습니다. 두 분 다 귀가 안 들리고 말을 못 하는 상태였습니다. 수도가 없어서 옆집에서 물을 길러다 사용하고, 화장실도 옆집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집이 이미 옆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었고, 거의 새로 짓다시피 할 정도로 리모델링을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자녀들은 없어요?”

“아들이 하나 있는데 아들이 생활비를 일부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이 집은 일부 수리해서는 안 되고 기초를 제외하고는 새로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게옥에서도 원래 수리를 요청한 집인데 아예 집을 새로 짓기로 하고 발도르 치옥 답사를 마쳤습니다. 10시 40분이 되어 콤샤르 치옥의 제2 수원지로 향했습니다.

지난 1차 답사 때 발도 게옥의 책임자(겁)와 수원지를 방문하기로 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가보기로 했습니다. 차에서 내려 수원지를 찾아가려고 하는데, 젬강 종각의 주지사 님이 막 도착해 차에서 내렸습니다.

“반갑습니다.”

수원지를 보기 위해 산길을 오르는 것을 그만두고 농업용 수로를 젬강 주지사 님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수원지에서 밭까지 거리가 얼마나 돼요?”

“약 3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시멘트 수로를 만드는 게 좋아요? 파이프를 놓는 게 좋아요?”

“파이프로 놓는 게 좋습니다.”

“파이프로 수로를 놓게 되면 주민들이 참여할 수가 없지 않을까요? 환경적으로도 무엇이 더 나은지 생각해봐야 하고요. 파이프가 화학물질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시멘트와 비교했을 때 무엇이 더 CO2 가스를 많이 배출하는지 비교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제1수원지의 파이프가 끝나는 지점부터 밭까지 1km 구간은 수로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JTS에서 자재를 지원하겠습니다.”

젬강 주지사님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을 해주었습니다. 오픈형 시멘트 수로를 만들지, 파이프를 놓을지, 조금 더 고민을 해보기로 하고, 콤샤르 초등학교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지난 1차 답사 때 만났던 교장 선생님이 반갑게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학교 식당으로 이동하여 젬강 주지사 님을 비롯하여 부탄 정부 관계자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젬강 주지사 님은 부탄 국회의장님이 스님을 만나 뵙고 싶어 한다며 내일 오후에 시간을 내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국회의장님의 지역구가 이 지역인데 내일 이 지역을 방문할 때 스님을 뵙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젬강 주지사 님과 부탄 정부 관계자들에게 JTS가 하고자 하는 지속가능한 개발의 방향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었습니다. 부탄 국왕과 내각 총리님에게는 설명을 했지만 지방 공무원들에게는 이야기해 준 적이 없어서 스님이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JTS는 부탄 정부가 하는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살다 보면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일들 중에 정부가 해주지 못하는 일들이 많이 있는데 JTS는 그런 일들을 하고자 합니다. 큰 프로젝트를 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저희들은 환경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의 개발에 대해 찬성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만약 최소한의 생활 여건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지원하는 일을 JTS가 하려고 합니다. 저희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계획하고 있는 일이 총 일곱 가지입니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일곱 가지 방향

첫째, 주민들의 기본 생활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살 집이 없다든지, 주거 시설이 너무 열악한 환경에 사는 사람들이 자기 생활을 개선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을 때 지원을 하려고 합니다. JTS가 집을 지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부탄을 답사하면서 마을 주민들이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 집을 지어주는 경우를 봤습니다. 그럴 때 JTS에서는 자재를 지원해 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마을 주민들과 함께 기본 생활을 개선해 나가보려고 합니다.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방식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가난한 집들을 둘러본 후 주택 개량, 부엌살림 개선을 함께 해나가고자 합니다.

둘째,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생산해서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먹고 살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주고자 합니다. 특히 농수로가 많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산에서 채취하여 먹고 살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가축을 키우거나, 특용작물을 기르거나, 이런 식으로 생산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야생 동물의 피해를 막기 위해 농장에 울타리를 치는 일도 해야 하고요. 청년들이 도시로 빠져나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농촌에 일자리를 마련하는 일도 해야 합니다. 어떤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지는 함께 연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생산한 농작물의 판로가 없을 때 어떻게 판로를 마련할 것인지도 함께 연구하려고 합니다. 농산물을 보관하는 창고가 필요하다면 마련해야 합니다.

셋째, 교육 현장을 둘러보고 아이들이 공부하는 데에 필요로 하는 것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오래된 교실을 리모델링을 한다든지,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학용품을 지원한다든지, 부탄 정부에서 강조하는 온라인 교육의 혜택이 제공되지 않는 시골 학교에 온라인 교육 시설을 지원한다든지, 커다란 지원이 아니라 작은 지원들을 하고자 합니다.

넷째, 눈이 안 보이거나, 귀가 안 들리거나, 치아가 없는 사람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자 합니다. 인도 등 주변 나라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의료진을 파견하여 주민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섯째, 도로, 상수도 등 기본적인 인프라를 마련하는 일에 작은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특히 식수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 주고자 합니다. 여섯째, 전통문화 보전을 지원하여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돕고자 하고, 일곱째, 자연환경 보전을 위한 일에 대해 지원을 하고자 합니다.

정부가 해주지 못하는 일 중에 주민들이 꼭 필요로 하는 일

이렇게 작지만 주민들이 꼭 필요로 하는 일들을 지원해 보려고 합니다. JTS의 취지가 이렇다는 것을 서로 공유하고 앞으로 계획을 함께 세워나갔으면 합니다. 지원한 것이 소수의 사람보다는 다수의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면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농수로 건설은 많은 주민들에게 이익을 줍니다. 그러나 그 이익이 개인에게 돌아갑니다. 그럴 때는 농수로 건설에 개인들이 모두 참여해야 합니다. 학교는 개인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이 아닌 공공의 이익에 해당하기 때문에 조건 없이 지원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목표는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해서 행복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그러니 외국 NGO가 들어와서 큰돈을 투자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서로 협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도로포장의 경우, 전체를 포장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파괴가 자주 되는 일부 구간에 대한 보수는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기 때문에 JTS가 지원할 수 있습니다. JTS는 정부가 하는 사업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꼭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정부의 5개년 계획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업 중에 주민들이 꼭 필요로 하는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시골 마을을 직접 다니면서 자세하게 둘러보는 이유는 주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샘플이 하나 만들어지면 나머지는 여러분이 해나가면 됩니다. 저는 JTS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중입니다. 주민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이렇게 답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저는 돈이 적게 들면서 주민들이 꼭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폭넓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주지사 님이 오시니까 제가 좀 부담스럽습니다. 왜냐하면 큰 프로젝트를 하자고 요청할까 싶어서요. (웃음)


올해는 각 부분별로 모델이 될 만한 것만 시범적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내년부터는 종각 안에 있는 모든 마을로 범위를 넓혀서 필요로 하는 사업들을 할 계획입니다.”

이어서 JTS의 취지에 맞게 사업을 해나가려면 농수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주거 환경 개선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집 없는 사람에게 집을 어떻게 지어줄지, 한 시간 동안 구체적인 질문을 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콤샤르 학교 교장 선생님에게 학용품을 전달했습니다.

“지난번에 학교를 방문했을 때 빈손으로 와서 죄송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들을 위해 배드민턴 세트 5개, 배구공 2개, 축구공 2개, 줄넘기를 선물로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화장실과 교실 바닥 등 학교 시설 보수는 올해 안에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학교에서 마련해 준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간단하게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오후 1시 10분에 콤샤르 치옥을 출발하여 다시 랑덜비 치옥으로 향했습니다. 덜컹거리는 비포장 도로를 1시간 20분 달려 오후 2시 30분에 랑덜비 치옥에 도착했습니다.

마을로 들어가서 가난한 집 세 곳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첫 번째로 방문한 집에는 조카의 집에 방 한 칸을 얻어서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조카가 가끔 집에서 나가라고 말하기도 해서 눈치를 보며 살고 있었고, 남편은 일일노동자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땅이 있다고 해서 그곳에 집을 새로 지어주는 것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다음은 마을리더가 두 번째로 추천한 집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장애를 갖고 있는 할아버지 혼자서 살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본인 소유의 땅도 없고, 조카의 집에 작은 공간을 하나 얻어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별도의 집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하여, 외벽을 설치해 주고, 화덕을 개선해 주기로 했습니다.

조카의 집도 외부 계단과 마루가 많이 낡아서 함께 보수해 주기로 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스님은 부모님과 자신의 가족, 삼촌까지 세 가정을 돌보고 있는 조카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고생이 많네요.”

세 번째로 방문한 집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부부, 자식을 합해 5인 가족이 조카의 집에 얹혀살고 있었습니다.

집주인은 따로 집을 지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노인들은 같이 살아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자식들까지 계속 함께 살게 될 경우 나중에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있어요. 따로 집을 지어주면 좋겠습니다.”

본인 소유의 땅이 산 위에 멀리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곳에 새로 집을 짓기를 원했습니다. 노부모는 조카의 집에 그대로 살더라도 부부와 자녀는 새로 집을 지어주기로 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오후 3시 30분에는 지난 일주일 동안 JTS 활동가들이 샘플 하우스를 만들기 위해 공사를 한 집을 방문하여 진행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바닥 공사와 화덕 공사가 모두 마무리되었고, 선반 제작과 지붕 보수 등 몇 가지 일이 더 남아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스님을 보자 무척 반가워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집에서 생활하기가 정말 편안해졌습니다.”

내일 오전에 다시 방문하여 주민들의 의견을 더 수렴하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다시 마을로 난 길을 걸어 오후 4시에 랑덜비 초등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선생님과 학생들을 만나 잠깐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1차 답사 때 학생들이 스님에게 축구공, 배구공, 배드민턴 세트, 줄넘기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습니다. 그때 스님은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면 요청한 것들을 모두 선물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스님이 약속을 지켰으니까 여러분도 약속을 지켜야 해요.”

“YES!”


스님은 스포츠용품 세트를 학생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공책과 연필도 함께 선물했습니다. 스님은 동행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학생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도록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여러분도 열심히 공부하면 젬강 주지사 님과 앞에 있는 공무원들처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그러니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세요.”

줄넘기를 보여주며 누가 줄넘기를 잘하는지 묻자 한 아이가 손을 들고 앞으로 달려 나왔습니다.


껑충껑충 뛰며 줄을 넘자 모두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잘했어요!”

스님은 축구공을 보여주며 물었습니다.

“축구 좋아하는 사람 손들어 봐요.”

대다수가 손을 들며 크게 외쳤습니다.

“어제도 하루 종일 축구 했어요.”

준비한 선물을 학생들에게 모두 전달한 후 젬강 주지사, 학교 교장선생님과 학교를 한 바퀴 둘러보며 무엇이 필요한 지 살펴보았습니다.


오후 5시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젬강 주지사 님을 비롯하여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회의를 했습니다. 먼저 답사를 함께 해준 젬강 주지사 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올해 사업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학교 시설 개선, 의료 지원, 주거 환경 개선, 농수로 보수, 농장 펜스 설치, 생산물 보관 창고, 축산, 청년 특별 지원사업 등 각 시범 사업을 어느 마을에 분산해서 진행할지 하나씩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현재 부탄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현재 부탄이 안고 있는 문제와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함께 이야기하며 스님이 부탄에서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강조했습니다.

“부탄 정부가 전 국민에게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 영어를 가르친 것은 잘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 젊은이들이 기술 노동을 하지 않고 서비스업을 하려고 하거나, 외국으로 나가려고 하는 것이 지금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농업, 건설 등 부탄 안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일을 하기 위한 인력을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결국 인도와 네팔에서 노동자들을 데려와야 하는 문제가 생기게 될 테니까요. 제가 몇몇 부탄 청년들을 만나봐도 전부 다 외국이나 호주로 가려고 했습니다.

한국도 지금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러나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노동자가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노동자가 없어서 공장을 못 돌리니까 외국인 노동자를 계속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요즘은 농사도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지을 수가 없습니다. 애를 하나만 낳아서 키우기 때문에 부모가 아무 일이나 시키지 않으려고 합니다. 청년 실업률이 굉장히 높은데, 외국인 노동자는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살률은 세계에서 제일 높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도 안 하고, 직업도 갖지 않고, 직장에 출근도 안 하려고 합니다. 파트타임으로만 일하고 용돈만 조금씩 벌어서 생활하려고 합니다. 어디에 소속되거나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은둔형 외톨이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 흘러가면 앞으로 큰 문제입니다. 부탄은 한국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부탄도 벌써 그런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네요.”

“부탄 사람들은 모두 한국 사람처럼 되고 싶어 합니다.” (웃음)

“한국에는 방에 들어가서 안 나오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주로 하는 일이 그런 청년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는 일입니다. 부모가 그런 자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담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부탄이 한국을 안 따라가도록 하려고 제가 지금 부탄에 온 겁니다.”

젬강 주지사 님이 스님의 말에 적극 동의했습니다.

“너무 많은 발전이 가져온 폐해인 것 같습니다. 한 번 발전하기 시작하면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스님이 다시 강조했습니다.

“부탄은 아직 한국처럼 발전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길을 부탄에서 찾아봐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부탄의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대화도 많이 나눠보고 싶습니다. 외국에 나가서 돈을 버는 것보다는 부탄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부탄의 젊은이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젬강에서 먼저 그런 자리를 마련해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호주에 가서 부탄 청년들을 모아 놓고 부탄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강연회를 열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웃음)

젬강 주지사 님이 다시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부탄을 한국처럼 돈, 돈, 돈 하는 사회로 만들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제 친구들 중에도 호주에 간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부탄이 한국처럼 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요?”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같이 연구해 봅시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입각해서 가난하지만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 사람들 중에는 제가 부탄에서 하려고 하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차피 부탄 사람들도 돈에 물들어서 살아가게 될 것인데 그런 노력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겁니다.”

린첸 님이 스님의 말을 듣고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부탄 사람들의 목표는 부자이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스님이 말했습니다.

“저의 목표는 가난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앞으로 기후 위기가 점점 심각해지면 적게 소비하면서도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100년 뒤를 내다보고 지금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적게 소비하고 살아도 살만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너무 불편한 것은 오래 지속될 수가 없습니다.

인류의 공멸을 막기 위한 안전지대 만들기

그런 면에서 부탄은 장점이 많습니다. 공기가 맑고, 물이 깨끗하고, 산림이 많고, 인구가 적고, 시골에도 전기가 들어옵니다. 전기도 화력이 아닌 수력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생활이 개선되면 살만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도 도시 생활에 지쳐서 시골로 향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50년만 지나면 부탄도 많이 변할 겁니다. 노인들은 다 죽고, 젊은이들은 다 외국으로 떠나고, 외국 사람들만 부탄에 와서 살게 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함께 연구해 나가 봅시다.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요. 이렇게 가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다 알지 않습니까. 언제 공멸하느냐의 문제만 남았지, 공멸로 가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저는 부탄을 안전지대로 만들고 싶습니다.”

“젬강 주지사와 트롱사 주지사는 그때까지 부탄에 남아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스님께서 프로젝트를 젬강과 트롱사에서 하고 있으니까요.” (웃음)

“아무튼 부탄의 4대 국왕께서 무슨 공부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GNH(국민총행복지수)를 마련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부탄의 토대를 마련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부처님의 담마를 공부했기 때문일 겁니다. 담마의 왕입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 6시가 되어 대화를 마친 후 학교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한 후 내일 답사 일정을 공유한 후 오늘 답사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오늘도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랑덜비 치옥의 샘플 하우스에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눈 후, 판가르 게옥의 마멍 치옥으로 이동하여 답사를 하고, 오후에는 리마퐁 치옥을 답사한 후 레바티 치옥을 답사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2

0/200

Adhipanna

Sadhu ~ sadhu ~ sadhu

감사합니다.~~~ _()_

2024-04-15 10:26:37

임영현

스님께서 만드시려는 모델이 어떤 것인지를 자세히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2024-04-15 06:58:48

금광화

스님 감사합니다

2024-04-13 12:39:24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