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4.6 부탄으로 출국, 방콕 경유
“일곱 살 아이가 유치원에 가면 말문을 닫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일주일 동안의 한국 일정을 마치고 다시 부탄으로 들어가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부탄으로 갈 짐을 쌌습니다. JTS 활동가 여섯 명이 부탄에서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어서 한국에서 가져와 달라는 짐이 많았습니다.

달걀 부화기, 짧은 나사, 목공용 긴 못, 철판 뚫는 못, 선물용 영어책, 전동 드릴 배터리 등 요청한 물품들을 캐리어에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저가 항공을 타다 보니 1인당 수하물이 15kg을 초과하면 안 되어서 짐을 넣고 무게를 재어보는 것을 반복하여 겨우 무게를 맞추었습니다.

오후에는 출국 전에 한국에서 처리하고 가야 할 업무들을 보았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 앞마당에는 부처님 오신 날을 한 달 앞두고 형형색색의 연등이 달렸습니다. 주말마다 많은 봉사자들이 와서 연등 달기 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오후 4시 30분이 되어 JTS 사무국장이 찾아와서 다음 주 일주일 동안은 부탄 답사를 어떻게 할지, 올해 시범 사업에 대한 MOU 체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칠지 논의했습니다.

오후 5시에 정토회관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출국 수속을 하고 저녁 7시 55분에 인천공항을 출발했습니다. 6시간을 비행한 후 현지 시간으로 밤 11시 55분에 중간 경유지인 방콕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탑승구를 나온 스님은 방콕 공항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5일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에서 질문자와 대화 나눈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일곱 살 아이가 유치원에 가면 말문을 닫습니다

“올해 일곱 살 된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어릴 때는 말이 빠른 편이었는데 유치원에만 가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치원이나 학원에만 가면 말을 하지 않아서 그곳 친구들과 따로 만나 보았습니다. 친구들과 따로 만나면 아이가 말을 해서 친구들도 놀라워했고 저도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유치원에 가면 말문을 닫았습니다. 아동 발달 센터에 가서 상담도 해보았는데 아이가 예민하고 불안감이 높은 성향이며 선택적 함구증이 있어 보인다고 했습니다. 집에서는 제일 목소리가 크고 똑똑한 아이인데 유치원에서만 말을 하지 않으니 정말 답답합니다. 혹시 고질병이 될까 걱정이 됩니다.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갑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을까요?”

“우선 전문가의 의견대로 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아이가 말을 전혀 못 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좀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 어떤 경험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말문이 막힌 것 같습니다. 아이가 얘기하던 중에 누가 야단치거나, 아니면 강압적으로 말을 못 하게 하면서 생긴 상처 같습니다.

편안하면 말을 하고, 약간 긴장하면 말문이 막힐 수 있습니다.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는 말이 없는데 술 먹고 취하면 말이 많아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대부분 심리적 억압으로 인해서 말문이 좀 막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의 아이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첫째, 아동 심리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치료를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거나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엄마가 조급하게 서두르면 그것이 오히려 아이에게 긴장감을 주면서 다시 말문을 닫게 만듭니다. ‘너는 3개월이나 치료를 받았는데도 아직 그러니?’ 이런 말을 하면 안 됩니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주면 아이는 스스로 조금씩 말문을 열 겁니다. 제가 보기에는 일종의 트라우마 같아요. 그래서 전문가의 치료를 받는 게 좋습니다.

아이를 너무 걱정하거나 독촉하지 마세요. 오히려 ‘그래, 네가 말하고 싶을 때 말하면 된다. 말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말해주면서 격려하는 게 좋습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웅변 대회에 참가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웅변 대회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연습을 하는 거죠. 지금 아이는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이 안 나오는 거거든요. 이것도 의사와 상의하면서 해보시기 바랍니다. 요즘은 옛날과 달리 아동 심리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많습니다. 전문가와 상의하면서 치료를 받으면 개선이 될 겁니다.

하지만 엄마가 걱정이 많으면 자꾸 조급해집니다. 그렇게 조급한 마음을 먹으면 아이는 더 긴장하게 됩니다. 그러니 ‘아이가 유치원에서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렇게 생각하고 좀 더 지켜보면서 기다려 주는 게 좋습니다. 말을 전혀 못 한다면 장애라고 하겠지만, 본인이 말을 하고 싶을 때는 실컷 하잖아요. 그래서 조금 더 기다려 주어도 괜찮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지금 이대로도 좋다’ 이렇게 생각하고 좀 더 기다려 보겠습니다. 아이를 믿고 너무 재촉하지 않으면서 함께 성장하겠습니다.”

“아이가 사람이 많은 곳에서 말문이 막히는 것을 자꾸 나쁘게 보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으니까 아이가 사람들 앞에서 말을 못 할 때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겁니다. 아이가 너무 재잘거리면 오히려 귀찮습니다. ‘우리 아이는 말이 별로 없어서 좋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아이가 ‘엄마, 나는 내가 너무 말을 안 해서 걱정이야’ 하고 걱정하면 ‘아니야, 말이 많다고 꼭 좋은 건 아니란다. 네가 말하고 싶을 때 말하고,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 그건 네 자유야’ 이렇게 격려해 주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서 전문가의 검진과 치료를 받으시고요.

치료를 받을 때는 바로 효과가 나든 안 나든 꾸준히 받는 게 좋습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봤는데 효과가 없다’ 이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꾸준히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본다’ 이렇게 생각해야지 효과가 당장 나타나길 바라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치료에 진척이 있더라도 지금 당장 아이가 말을 못하면 ‘효과가 없다’ 이런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치료를 받던 중에 아이가 말을 하면 ‘어, 효과가 있네!’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전 치료 과정에서 진척이 있다가 다른 치료로 바꾸었을 때 그 효과가 비로소 드러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밖으로 드러난 효과만 보고 ‘이 치료가 효과가 있네’ 하는 생각은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제가 몸이 안 좋아서 어떤 약을 꾸준히 먹었어요. 그런데 효과가 없어서 다른 약으로 바꿨는데 바로 효과가 났다고 합시다. 하지만 그 원인이 원래 먹어 온 약 때문인지 아니면 새 약 때문인지 알 수 없잖아요? 밖으로 드러난 것만 보고 너무 단정 짓지 말고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보살펴 주는 게 좋습니다.

아이는 외부의 어떤 압박으로 긴장을 한 것입니다. 엄마가 자꾸 조급하게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아이에게 압박이 될 수 있습니다. 항상 격려를 해주면서 괜찮다고 이야기해 주면 아이의 긴장이 풀릴 겁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방콕 공항을 출발하여 부탄 파로 공항에 도착한 후, 15시간 동안 차를 타고 해발 3500미터의 산을 넘고 넘어 부탄의 중부 지역에 위치한 시골 마을인 랑덜비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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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현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상태를 못 보고 제 마음에서 일어나는 조급한 마음으로 재촉한 저의 어리석음을 돌이켜 볼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가르침을 듣고 매일 새벽 기도 정진하면서 탐진치에 사로잡힌 저를 알아차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에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고맙습니다🙏

2024-04-12 06:26:05

선우

감사합니다.🙏

2024-04-11 06:23:36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04-11 06: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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