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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델리로 이동하여 오전에는 인도 정부 관리와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인도 공과대학교(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강연을 한 후 밤 10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상카시아의 새벽은 짙은 안개로 뒤덮여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델리에서 오전 9시에 예정된 미팅 시간에 맞춰 도착하려면, 출근 시간대의 교통체증과 짙은 안개가 문제가 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수바스님의 아들 비키 님이 석가족 모임 참석차 어제 상카시아로 내려왔고, 그의 직장이 델리 근처 로이다에 있어 비키 님이 출근길에 스님을 자동차로 모셔다 드리기로 했습니다. 스님과 일행은 새벽 2시에 비키 님의 차를 타고 델리로 출발했습니다.
"잘 지내다가 갑니다. 또 봅시다."
상카시아 공동체 성원들이 스님을 배웅했습니다. 예상대로 안개는 너무 짙어 정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곧 안개가 걷히며 시야가 밝아졌습니다. 잠시 잠들었다 깨어보니 벌써 로이다 근처였습니다. 스님이 비키 님에게 말했습니다.
"비키, 델리 안까지 들어가면 나오는 길에 교통체증에 걸릴 거예요. 저희는 여기 로이다에 내려주고 비키는 집에 들러서 조금이라도 쉬었다가 출근하세요."
스님은 승용차를 갈아타고 아씨시 바베 님을 만나기 위해 델리 관청 안으로 이동했습니다. 도착하니 아씨시 바베 님이 스님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미팅룸에는 스님을 만나기 위해 문화부 차관을 비롯해서 정부 여러 기관에서 와 있었습니다.
인도 정부 관계자들은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었으며, 스님이 하는 일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스님은 지난달에 진행했던 성지 순례와 부탄을 답사했던 내용을 나누었습니다. 이어서 한 시간 반 동안 한국과 인도의 경제협력, 한국인과 인도인의 문화 교류와 유학생 교류의 증대, 혜초 기념관 건설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느덧 강연을 위해 출발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제가 다음 일정이 있어서 오늘은 여기까지 대화하고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오늘 한국으로 돌아가신다고 들었습니다. 안녕히 가시고, 다음에 또 뵙기를 바랍니다."
스님은 오늘 만남을 가진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인도 공과대학교로 향했습니다. 학교 입구에는 오늘 스님의 강연을 알리는 포스터가 크게 붙어 있었습니다.
인도 국립 공과대학교(IIT)의 델리 캠퍼스는 1년에 단 400명 만을 선발한다고 합니다. 이 대학교의 봉사 동아리를 운영하는 지도 교수님이 델리 회원인 강혜정 님과 인연이 있어 스님을 초청했습니다. 대학에 도착하니 델리 회원인 이종배 님이 스님을 위해 점심 식사로 김밥과 샌드위치를 준비해 오셨습니다. 점심을 먹고 강연 시작 전까지 잠시 시간이 있어 대기하고 있는데, 몇몇 학생들이 대기실에 찾아와 스님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학교에서 이런 외부인 초청 강연은 처음입니다. 그런데 오늘 전국에서 농민들이 델리에 모여 궐기대회를 한다고 합니다. 도로 봉쇄는 물론, 몇몇 학교도 휴교령이 내려져서 오늘 학생들이 얼마나 올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괜찮습니다. (웃음) 학생들이 오는 대로 시작하면 됩니다."
몇몇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대기실에 스님께 인사를 하러 왔다가 질문을 하기 시작하자, 갑자기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이 입장해야 할 시간이 되자 스태프가 찾아왔습니다.
"자, 이제 남은 질문은 강당에서 마저 합시다."
학생들이 많이 오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100여 명이 강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즉문즉설의 원리에 대해 설명한 후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젊은 교수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어서 학생들도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자신이 처한 조건에서 어떻게 부처님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두 가지 길을 제시하셨습니다. 하나는 세상의 직업과 가족관계를 버리고 숲 속에서 수행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집에 머물면서 수행하는 길입니다. 이 두 길을 각각 출가수행자와 재가수행자의 길이라고 부릅니다. 세상살이 속에서 수행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그래도 가능합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재가수행자 중에 아라한, 즉 괴로움이 없는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므로 재가수행자의 길에 직장생활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제 질문자에게 한 가지 물어보겠습니다. 연구하는 일에 실패했다고 칩시다. 그럼 다시 연구해야 합니까, 아니면 화를 내야 합니까? “
"다시 연구해야 합니다. “
"또 실패했다면, 괴로워해야 합니까, 아니면 다시 연구해야 합니까? “
"다시 연구해야 합니다. “
"보세요, 실패해도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괴로움이 없습니다. 우리가 화나거나 괴로워하는 것은 실패 때문이 아니라, 노력보다 많은 성과를 내려는 욕심 때문입니다. 과학자가 탐구하는 것처럼, 그런 삶의 자세를 가진다면 괴롭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해했어요?”
"이해했습니다." (모두 박수)
질문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이것이 마지막 질문이라고 했는데도 질문이 계속되었습니다. 하지만 농민 궐기대회로 인해 공항까지 가는 도로가 봉쇄될 거라는 소식에 예정되어 있던 온라인 즉문즉설 방송도 취소하고 공항으로 이동해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서둘러 강연을 마치고, 출발하기 전에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공항으로 이동하는 길은 생각보다 한산했습니다. 오히려 공항에서 3시간을 기다린 후 밤 10시가 되어 한국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내일은 아침 8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공동체 대중과 인사하는 시간을 갖고, 오후에는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발심행자 수계식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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