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1.17 수행법회, 인도 출국
“일이 많을 때 힘들어요, 어떻게 일상이 휴식이 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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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인도성지순례를 하기 위해 인도로 출국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10시에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저출산 문제와 자살 문제가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 같습니다. 저출산 문제는 저출산 2위의 나라와 비교해 볼 때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월등하게 출산율이 낮습니다. 자영업이 사양 산업이 되어가고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는 이유도 소비 패턴이 바뀌는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바로 인구 감소도 한 원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도 어떤 일을 할 때 지금만 보지 말고 10년 내지 20년 뒤에 젊은이들의 인구가 점점 줄어들 것에 대비해서 계획을 세우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런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당면한 문제 위주로만 판단하고 투자하면 얼마 못 가서 후회하는 일이 생겨납니다.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저출산과 자살률

주택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인구가 집중되는 대도시는 주택 가격이 유지되더라도 그렇지 않은 지역은 주택이 빠른 속도로 비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는 시골집이 비어가지만 조금 더 있으면 일본에서 보았듯이 도시의 아파트마저도 비어가게 될 겁니다. 이것을 고려해서 여러분들의 노후 설계를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또 하나의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자살입니다. 한국 사람들의 자살률은 매우 높은데, 청년들의 자살률도 높고, 노인들의 자살률도 높습니다. 자살률이 높은 원인은 첫째, 우울증 등 정신질환입니다. 둘째, 자기 뜻대로 안 될 때 답답해하는 급한 성격 문제도 중요한 원인입니다. 셋째, 사회가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외적인 환경 요인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래서 우리가 정토불교대학을 확대하는 것은 단순히 정토회의 활동 영역을 넓힌다는 것을 넘어서서 자살률을 낮추는 데 보이지 않게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운동이란 환경운동과 통일운동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하는 것만 사회운동이 아닙니다. 요양원에 가서 노인들을 돕는 것만 복지 활동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불교대학을 널리 확대하는 것도 자살률을 낮추고 가정 내의 갈등을 낮추어서 아이들의 정신적인 학대를 막는 큰 사회적 실천 운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다가오는 봄에 불교대학을 널리 확대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러한 사회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정토회의 활동은 단순한 위로를 제공하는 종교 활동의 의미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분 모두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두 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일이 많아지면 힘이 든다며 어떻게 하면 스님처럼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지 궁금해했습니다.

일이 많을 때 힘들어요, 어떻게 일상이 휴식이 될 수 있나요?

“매일 스님의 하루를 보면 스님은 하루도 빠짐없이 이곳저곳,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이 나라 저 나라, 이 일 저 일 수많은 일들을 해내시는데 어떻게 가능한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스님의 건강이 걱정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육조단경 강의 중에 ‘수행은 일상이 휴식이다, 따로 휴식이 필요하지 않다’라는 법문을 듣고 ‘아! 스님은 일상이 휴식이었구나, 그래서 가능했구나’ 하고 이해가 되었습니다. 저의 일상을 돌이켜보면 저는 평상시에는 몸과 마음이 편안하지만, 가끔 일을 많이 하면 피곤해서 낮잠을 자거나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일상이 휴식이 되려면 어떤 자세로 수행을 해야 할까요?”

“야생에 사는 동물 중에 코끼리나 하마는 유전적으로 덩치가 클 뿐이지 인간이 갖고 있는 비만은 아닙니다. 코끼리나 하마는 체형이 원래 그런 거예요. 사람 중에도 체질적으로 좀 뚱뚱한 사람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뚱뚱해서 활동이 불편하다면 비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만은 과식과 운동 부족에서 기인합니다. 식용 가축이 대부분 비만인 이유는 도축장에 출하할 때 중량을 늘리려고 일부러 비만을 만들어서 그런 겁니다. 그러나 야생에 사는 동물들은 비만이 없습니다. 야생에 사는 동물들은 특별히 운동을 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 먹이를 구하러 다니는 행위를 할 뿐이죠. 인간에 비유하자면 노동을 할 뿐입니다. 노동이 곧 운동이 되는 것입니다.

야생에서는 운동과 노동의 구분이 없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운동과 노동을 따로 구분합니다. 인간은 노동을 싫어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죠.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도 걷지 않고 자동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시간을 따로 내어 헬스장에 가서 운동합니다. 걸을 수 있는 거리는 차를 타지 않고 걸어가면 이동도 되고 운동도 돼서 두 가지가 다 해결될 텐데 인간은 이것을 분리해서 하고 있습니다.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음식에 간을 하지 않거나 익히지 않은 채로 먹는다면 과식을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몸에서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먹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음식에 양념이나 간을 하고 익혀 먹기 때문에 위가 부담이 되는데도 입에서 음식이 자꾸 넘어가는 겁니다. 요리를 해서 음식을 섭취하면 혓바닥에 느껴지는 맛 때문에 과식을 하게 되어 비만의 원인이 됩니다. 그런데 자연계에 있는 생명들은 생채식을 하거나 염을 안 한 상태에서 먹기 때문에 과식이 없습니다. 일정한 양만 먹고 배가 부르면 더 이상 안 먹어요. 내일을 생각해서 더 먹는다든지 맛있으니까 더 먹는다든지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가 풀을 뜯을 때도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배가 불러서 누워 있을 때도 심심해하지 않습니다. 누워 있다고 해서 비만이 되는 것도 아니에요. 왜냐하면 소에게는 그것이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자연스럽지 못한 인위적인 행위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조급함, 지루함, 비만, 과로가 생기는 거예요. 수행이란 별 게 아니라 생명의 본래 모습인 자연스러움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첫째, 조급함이 없이 편안해야 합니다. 둘째, 게으름 없이 부지런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늘 한쪽으로 치우칩니다. 부지런함이란 참고 이를 악다물고 하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꾸준히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음식을 하루에 세 번 먹는다면 세 번만 딱 먹고 중간 간식을 먹지 않으면 건강에 좋습니다. 요리하면서 간을 세게 하거나 설탕을 많이 넣으면 많이 먹게 됩니다. 음식을 배부르게 먹지 않고 적절하게 먹으려면 요리할 때 단맛을 줄이고 간을 적게 해야 합니다. 입맛에 음식을 맞추면 당뇨병과 성인병이 생겨서 육체의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등의 모든 움직임이 운동입니다. 농사만 짓거나 빨래만 하면 몸을 골고루 쓰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만 이것저것 일상적인 일을 많이 하는 것은 다 노동인 동시에 운동입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설거지도 안 하고 청소나 빨래도 안 하니까 늘 운동 부족이 생길 수밖에 없죠. 그래서 운동을 따로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하나의 행위가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는데, 각각을 분리하기 때문에 온갖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것은 과다하게 하고, 어떤 것은 과소하게 해서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해치고 있습니다. 사람의 생각이 다 다른데 나만 옳다고 생각한다거나, 함께 나눠 사용해야 하는데 자기만 다 가지려고 하거나,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질환이 발생하는 겁니다. 사고로 몸에 이상이 생겼다든지, 몸의 어떤 분비물의 이상으로 정신질환이 발생했다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앓고 있는 병의 90퍼센트는 자연스럽지 못한 삶의 방식과 생각이 스트레스가 되어 건강을 해친 결과입니다. 그래서 옛날 선사들이 도가 따로 있는 줄 알았는데 도를 깨치고 보니까 도는 자연스러움이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일상이 도다’ 또는 ‘나는 할 일이 없다’ 이런 말은 특별히 집착할 일이 없고, 그저 주어지는 대로 한다는 뜻입니다.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고 논다는 뜻이 아니에요. 우리는 좋고 싫고를 자꾸 따지는데 좋고 싫고가 없이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냥 마땅히 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일상을 살면, 일이 휴식이 되기도 하고 놀이가 되기도 하고 운동이 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일과 수행의 통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둑이나 장기를 두든, 화투나 파친코를 하든, 바닷가에 가서 수영을 하든, 등산을 하든, 뭘 하든 해야 하잖아요? 노는 것도 가만히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 움직임이나 밭을 매거나 풀을 베거나 청소를 하는 움직임이 사실은 다 똑같은 행위인 거예요. 우리의 의식이 이것은 일이고 이것은 놀이라고 구분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행위처럼 인식되는 것입니다.

수행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일이 곧 수행입니다. 놀이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노동이 곧 놀이이고, 놀이가 곧 휴식입니다. 이것을 정토회에서는 ‘일과 수행의 통일’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자꾸 일에 집착하기 때문에 과로를 하게 되는 겁니다. 조금 과로하면 잠깐 쉬어 주면 됩니다. 어떤 의견을 고집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음식의 맛에 집착하기 때문에 과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뭔가에 치우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거예요. 그럴 때는 약간 박자를 늦춰야 합니다. 조금 피곤하면 쉬면서 한 박자를 늦추면 됩니다. 이것은 게으른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수행을 할 때도 이를 악다물고 정진을 하는데요. 이를 악다물고 정진하면 과로와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과로를 하는 것과 수행에서 어떤 저항을 극복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과로는 그냥 욕심을 내서 하는 것이라면 수행은 어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험하거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도전하고 극복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수행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과로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지만 과로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이런 수행적 관점을 가질 때 우리의 일상이 수행이 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은 성도재일 사전 정진 입재 법문을 했습니다. 내일은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루신 날을 기념하는 성도재일입니다. 정토회에서는 성도재일 전날 부처님처럼 정진해보는 철야 정진을 매년 해왔습니다.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한 이후로는 밤 1시까지 명상을 하는 방식으로 정진을 해오고 있는데요. 사전 정진을 시작하기에 앞서 어떤 마음으로 정진을 해야 하는지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음력 12월 7일입니다. 내일이 음력 12월 8일, 성도재일입니다. 경전에 의하면 부처님이 6년 고행을 마치고 마지막 날 깊은 정진 후에 12월 8일 아침 동이 트기 전 새벽 별이 빛나는 것을 보는 순간 깨달음을 얻어 모든 고뇌로부터 벗어났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부처님이 도를 이루신 이날을 기념해서 ‘성도절’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는 성도절 전날인 음력 12월 7일 저녁부터 철야 3천 배 정진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된 이후로는 절하는 것보다는 명상을 하자는 의견이 있어서 수행 방법도 명상으로 바꾸고, 정진도 밤 1시까지만 하고 있습니다.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을 위해서 이렇게 정진 시간을 줄였으니 오늘 저녁에는 모두 정진에 참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명상은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 생각하는 것은 사유입니다. 골똘하게 사유하는 것은 논리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많은 고뇌와 번뇌는 생각으로부터 빚어집니다.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우리들이 하는 고뇌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명상은 생각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지금, 여기 다만 호흡에 깨어 있습니다. 안 되면 다시 합니다.

저는 이 법회가 끝나면 바로 인도로 갑니다. 나머지 법회는 인도에서 온라인으로 여러분을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생방송을 마친 후 스님은 곧바로 방송실을 나와 정토회관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차로 1시간 30분을 달려 오후 1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출국 수속을 밟고 수하물을 부친 후 탑승구로 이동했습니다.

갑자기 내린 폭설로 델리행 비행기 출발시간이 1시간 50분가량 지연되었습니다.

원래 저녁 6시 20분에 도착 예정이었지만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델리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출국 수속을 신속하게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왔습니다. 인도 JTS 사무국장 보광법사님과 선발대로 와 있던 스태프들이 스님을 맞아주었습니다.

“모두 준비하느라 수고했어요. 비행기는 두 시간 정도 연착했는데 도착은 3시간도 더 늦어졌네요.”

스님은 공항 근처 숙소로 이동해서 짐을 풀었습니다. 이어서 내일 새벽에 성도재일 법회 방송을 할 수 있는지 숙소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그리고 스태프들과 델리에 도착하는 순례단의 상황도 점검했습니다.

“오늘은 늦었으니 그만 쉬세요. 내일부터 일정을 논의합시다.”

내일은 새벽에 생방송으로 성도재일 법회를 합니다. 오후에는 델리에 도착하는 순례단을 맞이한 후 함께 바라나시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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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일상이 도다’ 또는 ‘나는 할 일이 없다’ 이런 말은 특별히 집착할 일이 없고, 그저 주어지는 대로 한다는 뜻입니다.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고 논다는 뜻이 아니에요. 우리는 좋고 싫고를 자꾸 따지는데 좋고 싫고가 없이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냥 마땅히 한다는 뜻입니다."

2024-03-24 19:29:47

수미향

일과 수행의 통일
일과 놀이의 통일
알게되어 다행이고 감사한마음입니다.
계속 연습합니다~♡

2024-02-19 18:25:40

수자타

영상 목소리를 꼭 AI로 처리 해야만 할까요? 너무 거슬립니다. 예전처럼 스님 목소리와 질문자 실제 목소리(음성변조)가 나오는게 어떨까요? 요즘 온라인에 넘쳐나는 가짜뉴스 유튜브 컨텐츠처럼 사람들을 현혹하는거 같은 느낌에 끝까지 듣지를 못하겠습니다. 왜 좋은 법문을 이런 편집방법으로 망쳐 버리시는지..

2024-01-31 12: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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