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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평화재단 송년 워크숍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에 안과에 들렀습니다. 백내장 수술 후 눈 상태를 점검하고 평화재단 송년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경기도 파주로 향했습니다.
오늘 송년 워크숍이 열리는 장소는 민족화해센터입니다. 해마다 평화재단에서는 연말이 되면 연구위원들과 워크숍을 진행해 왔는데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난 4년 동안 워크숍이 중단되었습니다. 오랜만에 평화재단 연구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로 했습니다.
오후 2시 30분이 되자 30여 명의 연구위원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연구위원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워크숍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2023년도가 마지막 달에 접어들었고, 올 한 해도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평화재단에서는 그동안 연구하고 발표에 참여해 주신 연구위원님들, 강의를 해주신 분들을 모두 초청하여 매년 연말마다 1박 2일 워크숍을 개최해 왔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4년 가까이 활동이 중단되었다가 오늘 재개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활동에 제약이 많았는데, 현재 한반도의 긴장이 점점 고조되고 있어서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고자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평화재단을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분들의 지원 덕분입니다. 평화재단을 설립할 때부터 연구원 원장과 교육원 원장을 맡아 주신 윤여준 전 장관님, 김형기 전 차관님, 조민 원장님, 그리고 평화재단의 통일의병 초대 대표로 참여해 주신 김홍신 전 의원님, 그리고 장달중 원로 교수님 등 많은 분들의 지원 덕분에 오늘의 평화재단이 있습니다. 모두 바쁘신 가운데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평화 문제도 심각한 위기이지만, 국내의 정치적인 분열도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늘 1세션에서는 한반도의 안보 위기 상황과 세계의 여러 전쟁, 심화되고 있는 미·중 간의 경쟁 문제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어 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2세션에서는 국내의 정치적인 분열과 국민통합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가분들을 모시고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토론할 때는 논쟁이나 비판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대화를 나눈다는 마음가짐으로 대화가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바쁘신 와중에 시간을 내어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어서 참석자들 모두 자기소개를 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곧바로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1세션은 ‘국제 정세와 한반도’를 주제로 발표하고 이에 관해 토론했습니다.
2세션은 ‘2024년 새 정치 전망’을 주제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열띤 토론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한 후에는 송년 모임을 했습니다. 그동안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많은 연구 활동과 발표를 해주신 연구위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전문가분들은 각기 소속도 다르고 연구 분야도 서로 다른데, 오늘은 통일을 주제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통일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포용하고 어우러지는 과정인데, 전문가들끼리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밤 11시까지 대화를 나누고 평화재단 송년 워크숍 1일째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에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열린 금요 즉문즉설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지금까지 얘기를 들어보면 잘하셨네요.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다. 어느 집이든 사람 사는데 그 정도의 갈등은 있는 거예요. ‘갈등이 하나도 없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자꾸 큰 문제처럼 느껴지는 겁니다. 대부분 사람이 겪는 고부 갈등이라고 볼 수 있어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 정도의 갈등을 겪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여길 필요가 없어요. 그 정도는 사람 사는 데서 늘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시어머니가 아이들을 비교하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보통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을 데리고 시댁에 가면 시어머니가 사촌 형제들을 비교하며 ‘쟤는 공부를 잘하는데 얘는 못 한다.’, ‘쟤는 말을 잘 듣는데 너희 애들은 말을 안 듣는다’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흔히 있어요. 아이들의 행동을 비교해서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겁니다. 자기 손자니까 그냥 자신이 느낀 대로 말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질문자가 어머니께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머니가 그런 말을 안 하면 좋지만, 질문자가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어머니가 잘못한 것은 아니에요.
둘째, 질문자의 부인이 ‘그런 말 정도는 나이 든 할머니가 할 수 있는 말이다’ 하고 받아들이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실제로 아이들이 말을 안 들은 건 사실이니까요. 그럴 때는 ‘어머니, 미안합니다. 저희 애들이 말을 좀 안 듣죠? 아직 어려서 그렇습니다, 제가 잘못 키웠네요’ 이렇게 그냥 가볍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어머니도 손주들을 비난할 목적으로 한 말은 아니거든요.
질문자의 부인 또한 특별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이 세상의 보통 사람들처럼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쁘기 마련입니다. 시어머니의 말을 웃으면서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마음공부를 하고 수행을 해야 하는데, 질문자의 부인은 아직 그 수준이 안 됩니다. 그러니 시댁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하는 게 당연한 반응이에요. 이것이 사람들의 평균적인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자가 이 문제를 중재해서 어머니와 아내를 바꿀 능력이 있을까요? 그러면 좋겠지만 질문자의 수준도 그 정도는 안 되는 사람이에요. 질문자도 보통 사람입니다. 보통의 남자는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갈등을 조절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 정도가 되려면 마음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질문자의 어머니도 별문제가 없는 사람이고, 질문자의 아내도 별문제가 없는 사람이고, 질문자 본인도 별문제가 없는 사람이에요. 이 문제의 해법은 간단합니다. 부인이 시댁에 가지 않겠다고 하면 질문자만 가면 됩니다. 어머니가 그 일로 뭐라 하시면 ‘죄송합니다’, ‘바빠서 못 왔습니다’ 하고 끝내면 돼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와서 아내에게 ‘당신 때문에 내가 야단을 맞았다.’ 하고 말하면 안 됩니다. 질문자가 수행을 통해 수준이 좀 나아지게 되면 어머니께 편안하게 말씀드려 보세요.
‘어머니가 아이에 대해 비교하고 평가를 하니까 아이 엄마가 시댁에 안 오려고 하네요. 그 사람이 아직 공부가 덜 되어서 어머니의 말에 상처를 입나 봅니다. 그러니 어머니가 앞으로 아이들을 비교해서 말하는 습관을 고치시든지, 아니면 며느리가 시댁에 안 오는 것을 받아들이든지, 둘 중의 하나는 해야 합니다. 제가 두 사람을 중재할 능력이 안 되어서 이런 문제가 생겼습니다.’
부모·자식 간에 이런 말은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말해도 어머니의 수준이 안 되면 ‘뭐라고? 며느리가 그럴 수가 있냐!’ 하면서 흥분해서 사이가 더 나빠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굳이 말을 안 해도 되지만, 이 상황을 개선하려면 부작용을 각오해야 합니다. 어떤 병에 대한 약을 먹을 때는 병이 낫는 것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약을 먹으면 반드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간이 안 좋아서 약을 먹으면 위를 버릴 가능성이 있고, 위가 안 좋아서 약을 먹으면 간을 버릴 가능성이 있어요. 그럴 때는 급한 불을 먼저 꺼야 합니다. 지금은 일단 곁에 있는 부인의 불이 더 크니까 아내를 시댁에 안 가도 좋다 하고 받아들이세요. 그것 때문에 어머니의 불이 커지면 그때는 부인에게 양해를 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정도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닙니다.
어머니가 화를 내면 ‘당분간 우리 아내는 시댁에 못 오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어머니가 ‘아이고, 알았다. 그럼 내가 앞으로 잔소리를 안 할 테니 며느리 보고 오라고 그래라’ 하면 부인한테 가서 ‘어머니하고 얘기해 보니 앞으로 그런 소리를 안 하시겠다는데, 한번 가보자’ 하고 말하면 됩니다. 어머니를 만나러 갔는데 또 불편한 말씀을 하시면 다음에 안 가면 돼요. 그렇다고 어머니한테 ‘왜 약속해 놓고 안 지킵니까?’ 하고 따지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가족 간에는 아무리 약속해도 막상 만나면 또 하던 말을 하게 되어 있어요. 그런 약속은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럴 때는 한동안 안 가는 방법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것은 약속대로 정기적으로 보내주면 되는데, 제때 안 준다고 전화하는 아버지도 문제이고, 그걸 가지고 시비하는 부인도 문제예요. 그러나 둘 다 보통 사람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 용돈을 안 보내느냐고 연락이 오면 ‘제가 깜빡 잊어버렸습니다. 바로 보내겠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돼요. 아버지도 그냥 조금 기다렸다가 ‘돈이 안 왔구나. 생일인데 엄마가 좀 섭섭하겠다.’ 하고 말하면 자식들이 알아서 보냈을 거예요. 양쪽 모두 평균적인 사람들이라서 그래요. 아무래도 질문자가 부인이나 부모님에 대해서 기대가 너무 큰 것 같습니다. 부인이나 부모님을 마치 성인군자처럼 생각하는 거죠.
물론 부모의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지. 부인도 문제예요. 이자를 안 줘도 된다고 해서 ‘2개월 후에 갚겠다.’ 이런 식으로 머리를 쓰는 것을 보니 은혜에 고마운 줄 모르는 겁니다. 이미 질문자가 부인의 말을 따랐으면 부모로부터 잔소리를 기꺼이 들어야죠. 그걸 기분 나빠하면 안 됩니다. ‘돈을 조금 늦게 갚으려면 잔소리를 듣는 걸 감수하자’ 이렇게 생각하든지, 부인을 질문자가 적극적으로 설득하든지요. ‘이자를 안 내도 된다고 부모님께 이런 식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 부모님이 이자 없이 빌려준 것만 해도 감사하니까 이럴수록 약속을 지켜서 바로 갚는 게 좋겠다.’ 이렇게 아내를 설득해서 바로 갚든지 해야 합니다. 지금 질문자의 태도는 중간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냥 ‘인생은 이런 것이다’ 하고 내려놓고 살든지, 아니면 교통정리를 해야 합니다.
자녀들의 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도 음악이나 운동처럼 특별한 경우라면 투자해 볼 만합니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현재의 경제적 형편을 넘어서서 아이를 공부시키고 학원에 보내는 것은 자식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성적이 그만큼 안 나오게 되면 자녀들에게 실망하고 짜증을 내게 되어 있어요. 왜냐하면 내가 아이들을 위해 희생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녀들의 교육비 지출이 부담된다면 ‘기본적인 학교 교육과 약간의 학원비 정도까지만 지원해 줄 수 있어’ 하고 입장을 분명하게 갖는 것이 장기적으로 질문자와 아이들의 관계에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성적이 조금 떨어져도 ‘성적만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건 아니니까 괜찮다’ 이렇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그렇게 할 수준이 안될 겁니다. 세상 사람들처럼 자녀를 위한 일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도와주고 싶을 거예요.
첫째, ‘별일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둘째, 조금이라도 개선을 하기 위해서 관점을 바꾸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면 지금보다 관계가 나아질 겁니다.”
“네, 더 노력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가 흔히 ‘더 노력하겠습니다’ 하고 많이 표현하니까 문제가 되는 말은 아니지만 사실 이 문제는 특별히 노력할 일이 아니에요. 가볍게 할 일입니다. 애를 쓸 일은 아니에요. ‘부모님과 아내의 입장이 서로 다르구나’, ‘앞으로는 그러면 되겠네’ 이런 정도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노력한다는 것은 안 되는 것을 되도록 억지로 한다는 뜻인데, 그러면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평화재단 송년 워크숍 2일째 일정을 가진 후 곧바로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하여 오후에는 김장을 하기 위해 밭에서 배추를 수확하고, 저녁에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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