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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서울은 아침 기온이 연일 영하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드디어 오늘은 첫눈이 살포시 내렸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보안경을 쓰고 실내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오늘도 틈틈이 휴식을 하며 안정을 취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수술 후 회복을 위해 촬영을 피해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지만, 스님은 예정대로 생방송을 하기로 했습니다.
5400여 명의 시청자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환한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넸습니다.
“제가 쓴 안경이 오늘은 좀 이상하죠? 엊그제 눈을 수술해서 아직 눈에 강한 조명을 받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분간 색깔 있는 보안경을 끼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보안경을 쓴 것이니까 양해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지난주에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65회 막사이사이상 수상식에 참여했습니다. 그동안 막사이사이상을 받은 역대 수상자들 45명이 참여하는 큰 행사였는데, 저에게 기조연설을 요청해서 잠시 다녀왔습니다. 그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고 나서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스님의 막사이사이상 기조연설을 듣고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과 지지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즉시 전쟁을 멈추어야 합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모두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민간인 살상을 중단하고 인도주의 지원을 전면 허용해야 합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평화의 목소리를 모읍시다!”
영상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평화의 목소리를 함께 외쳤습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네 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최근에 남편이 건강이 안 좋아져서 가족들의 생계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걱정이 된다며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건가요? 남편의 건강이 안 좋아져서 혹시 직장을 못 다니면 어떡하나, 나 혼자서 어떻게 생계를 꾸려나갈 건가, 이런 걱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질문자가 그런 걱정을 한다고 남편의 건강이 좋아져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왜 걱정을 해요? 걱정만 하고 있는 것은 질문자를 해치는 바보 같은 짓이에요.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뜻이 아니에요.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는 겁니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 건강이 안 좋아지잖아요. 내 건강을 해치는 한이 있더라도 돈이 벌리거나 남편의 건강이 좋아진다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자기를 희생해서 남을 돕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질문자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본인의 건강을 해친다고 해서 남편의 건강이 좋아지나요? 돈이 더 벌리나요? 가정이 더 화목해지나요? 그게 아니라면 질문자는 지금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있는 거예요. 자기가 자기를 해치는 것을 어리석다고 말합니다. 남편의 건강이 안 좋으면 치료를 하면 되잖아요.”
“지금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남편 건강이 어떻게 안 좋은데요?”
“관절염이 안 좋아졌습니다. 여기저기 병원을 다니면서 알게 됐는데, 계속해서 관리를 받아야 하고, 일을 좀 덜 해야 된다고 합니다. 제가 지금은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풀타임으로 일을 해야 될 것 같아요. 그러면 집안일이나 아이 챙기는 것은 어떻게 잘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잘 해나가지 못하면 어쩔 건데요? 어차피 다 하게 될 거예요.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다고 남편이 직장을 못 나가면 질문자가 풀타임으로 일을 해야 합니다. 풀타임으로 일하는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는 이미 많이 있습니다. 풀타임으로 일하는 걸 새삼스럽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어요. 20대부터 시작해서 60대가 되도록 풀타임으로 일하는 여성들도 부지기수인데, 질문자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다가 풀타임으로 일하는 것뿐인데 그게 무슨 큰일이에요? 매일 풀타임으로 일해 온 여성들도 다 가정을 꾸려서 자녀를 낳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가정은 남편이 처음부터 돈을 못 벌어서 아내가 돈을 벌어 살기도 하는데, 질문자의 남편은 그래도 지금까지는 돈을 잘 벌었잖아요. 최근에 건강이 안 좋아진 것이고, 당장 아무 일도 못하는 수준은 아니잖아요. 업무를 조금 줄이면 수입이 조금 줄 수는 있겠죠. 그렇게 되면 질문자가 조금 더 벌든지, 아니면 소비 수준을 조금 줄이면 돼요. 소비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니까 예전처럼 돈을 못 버는 상황이 다가오는 게 걱정이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등산을 한다고 합시다. 1시간에 4km씩 걸어서 하루에 32km를 걷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중간에 발을 삐거나 다리가 아프면 속도를 늦추든지 쉬든지 해야 되잖아요. 원래 계획대로 하려고 하면 무리가 됩니다. 몸이 안 좋아지면 그 조건에 맞춰서 계획 변경을 해야 되는 거예요. 내 몸에 문제가 생기거나, 산이 예상보다 너무 가파르다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도저히 빨리 가기가 어려우면 속도를 늦춰야 합니다. 내 몸에 문제가 생기든지,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든지, 주어진 여건에 변화가 생기면 원래의 계획을 변경해야 돼요.
저도 요즘 눈이 잘 안 보여서 안경 도수에 문제가 있나 해서 안경점에 갔어요. 아무리 안경으로 시력을 맞춰봐도 0.3 이상 안 나왔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갔더니 수술을 해야 된다고 해요. 수술까지 할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수술을 하게 되니까 미리 잡힌 일정을 다 변경해야 되었습니다. 제가 수술하는 날에도 법문이 있었어요. 그래서 수술 마치면 붕대 감고 예정대로 법문을 하겠다고 했어요. 저는 죽을 정도가 아니면 이미 정해진 일은 변경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거든요. 예전에 코로나에 걸렸을 때도 격리하면서 계획했던 일정들을 그대로 다 했었어요. 그런데 주위에서 붕대 감고 강의하면 대중들이 걱정한다고 말렸어요. 수술 후에는 안정을 취하는 게 좋고, 법문을 하면 눈을 긴장을 하게 되어서 좋지 않다는 의견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평생 계획을 잘 변경하지 않았는데 그날 법문을 하지 않고 쉬었어요. 오늘도 법문을 하면 안 된다고 말렸는데 이렇게 색깔 있는 보안경을 끼고 법문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처럼 질문자도 바뀐 상황에 따라 적절히 보완해 나가면 됩니다. 생활비가 부족하면 파트타임제 직장에서 전일제 직장으로 옮기면 돼요. 그로 인해 집안일을 할 시간이 부족하면 가족회의를 통해서 조정해 나가면 됩니다. 가족회의를 열어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제안을 해야죠.
‘아빠는 관절염 때문에 근무시간을 줄여야 하고, 엄마는 아빠 대신 근무시간을 더 늘려야 한단다. 그러니 지금까지 엄마가 했던 집안일들을 너희들이 조금씩 분담했으면 좋겠다. 청소도 해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고, 식사 준비도 해야 하는데, 누가 어떤 일을 조금씩 맡아 줄 수 있을까?’
이렇게 아이들과 일감을 분담하면 됩니다. 질문자의 현재 상황을 꼭 나쁘게 볼 필요가 없어요. 아이들은 부모가 집안일하는 시간에 대부분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다른 일에 빠져 있습니다. 집안일을 좀 분담한다고 아이들이 공부를 못 하는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집안일에 참여하면서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 바로 설 수 있습니다. 항상 보살핌만 받던 아이에서 한 역할을 담당하는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겁니다. 질문자도 아이를 어린아이로만 취급한다든지, 야단을 친다든지, 잔소리를 한다든지, 그렇게 하지 말고 가족 구성원의 일원으로 인정해줘야 해요. 아이들이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서 권리도 갖고 책임도 질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아이들은 오히려 더 빨리 성장하게 됩니다. 이것을 ‘전화위복’이라고 합니다.
가계의 경제 문제는 질문자가 지금 이직하거나 근무시간을 늘린다고 지금까지 남편이 벌어오던 것만큼 바로 대체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가족들이 함께 생활비 절약에 참여하면 지출을 줄여서 보완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 부분도 가족들과 공유해서 논의해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걱정만 하고 있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돼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보통 어떻게 푸나요? 술을 먹고 취하거나, 춤추고 노래하며 스트레스를 풀죠. 또는 드라이브를 하면서 풀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들은 이미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푸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수행은 스트레스 받을 일 자체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상황은 늘 변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변화에 맞게 역할을 조정해 나가야 합니다. 누구라도 수입이 점점 줄어드는데 지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부채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은 공부해야 하니까 집안일을 시킬 수 없다’,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용돈을 적게 줄 수 없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관점을 잘못 잡고 있는 겁니다. 어린아이들도 누구나 가족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조금씩 나눠 갖는 게 좋습니다. 가족회의를 통해 용돈도 조정해 나가면 돼요.
물론 가계가 어려워진 상황을 아이들에게 공개해야 동의를 얻을 수 있겠죠.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들은 혼자 고생하면서 그 어려움을 아이들에게 알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고생하느라 힘들고, 아이들은 점점 불만을 쌓게 됩니다.
조금만 관점을 바꾸면 질문자가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어요. 질문자의 근심걱정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현재 주어진 상황에 맞게 삶의 방식을 조정해 나간다는 관점을 가지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거기까지 생각을 못 해봤습니다. 변화된 환경에 맞추어 저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아이들과도 회의를 해서 가족들과 함께 현재의 어려움을 잘 이겨나가겠습니다.”
“방금 이겨나가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이겨나갈 일이 없다고 깨달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등산을 하면서 급경사를 만났을 때 ‘이겨나가자!’ 하고 각오할 필요가 없어요. 다리를 삐었을 때도 ‘이겨나가자!’ 이럴 필요가 없습니다. 각오하고 결심하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가족들이 역할을 조금씩 조정해 나가면 될 일이다’ 이렇게 바라보면 좋을 것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걱정을 내려놓고, 주어진 조건에 맞게 대처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나이가 서른이 되었는데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 회사나 취업부터 해야 할지, 대학원을 준비할지, 자꾸 욕심이 생겨서 고민이 됩니다.
아들이 중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성적이 좋고 별 문제가 없었는데,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굉장히 신경질적이 되고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합니다. 어떡하죠?
사랑하는 반려견을 하늘로 떠나보냈습니다. 자식을 잃은 것과 같은 슬픔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사랑했던 우리 강아지가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이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이 이상하게 색깔 있는 안경을 끼고 나왔다고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눈을 수술한 후에 새로 안경을 맞추기 전에 눈이 정상으로 회복되어야 한다고 하네요. 그 뒤에 시력에 맞는 새 안경을 맞출 수가 있습니다. 당분간 눈이 안정될 때까지는 이런 모습을 몇 번 보여 드릴 수 있겠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정토회 결사행자 자자수련에 참석하여 입재 법문을 한 후, 행복학교 특강을 생방송하고, 오후에는 결사행자 자자수련 회향법문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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