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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2023년 법륜 스님의 해외 순회강연 중 열일곱 번째 강연이 캐나다 최대 도시인 토론토(Toronto)에서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2시 30분에 일어나 원고 교정을 본 후 3시 30분에 이경미 님 댁을 출발해 보스턴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 이경미, 리(Lee) 님 부부와 작별 인사를 하고 서둘러 탑승 수속을 했습니다.
짐을 부치고 탑승 수속을 다 밟고 4시 50분에 탑승구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비행기가 취소되었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어젯밤 허리케인의 북상으로 보스턴에 폭풍(Storm)이 발생해서 원래 예매해 두었던 토론토행 직항 비행기가 결항되었습니다. 보스턴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비행기는 취소되었지만 남쪽으로 가서 토론토로 들어갈 수는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급하게 표를 변경했습니다. 6시에 보스턴을 출발해 뉴왁(Newark) 공항을 경유하여 토론토로 가는 비행기표를 다시 끊고 탑승구 앞까지 도착했는데, 변경한 비행기표마저 또 취소가 된 것입니다. 스님도 수없이 해외 강연을 다녔지만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습니다.
공항 직원에게 물어보니 보스턴에서 뉴왁(Newark)으로 가는 비행기도 모두 결항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스님은 어떻게든 토론토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먼저 육로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았지만 버스로는 14시간이 걸리고, 직접 승용차를 운전해서 갈 경우에도 10시간이 걸린다고 나왔습니다. 어떻게 해도 강연 시간인 오후 3시에 도착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스님, 오늘 토론토 강연을 취소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봅시다. 안 되면 어쩔 수 없고요.”
일단 수하물로 부친 짐을 찾기 위해 탑승구에서 나가는데, 다른 탑승구에 항공사 직원이 나와 있었습니다. 스님은 다시 방법을 생각해 내서 문의해 보았습니다.
“혹시 12시 전에 보스턴 말고 뉴왁에서 토론토로 가는 비행기가 있는지 알아봐 주실 수 있을까요?”
“뉴왁에서 토론토로 가는 12시 2분 비행기가 있네요.”
“지금 바로 예매해 주세요.”
“그런데, 비도 오고 차도 막힐 텐데 보스턴에서 뉴왁까지 제시간에 갈 수 있겠어요?”
“어떻게든 가보겠습니다.”
공항까지 스님 일행을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갔던 리(Lee) 님에게 전화해서 다시 공항으로 와달라고 부탁하고 리(Lee) 님의 차를 타고 뉴왁 공항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승용차 한 대에 6명이 타야 해서 발아래에 짐을 놓고 끼어서 타야 했습니다.
과연 비행기 출발 시간에 맞춰 뉴왁 공항에 도착할 수 있을지 불확실했습니다. 하지만 리(Lee) 님은 정말 빠르고 안전하게 운전을 해주었습니다. 민덕홍 님이 옆자리에 앉아 실시간으로 가장 빠른 길을 찾아냈습니다. 스님은 리(Lee) 님에게 부탁했습니다.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봅시다.”
이동 중에 뉴욕에 사는 김명호 님에게 전화해서 보스턴 방향으로 차를 가지고 나오도록 부탁하고 중간 지점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마치 007 작전을 펼치듯이 계속 연락을 하며 긴박하게 움직였습니다.
아침 8시 30분에 뉴 헤이븐(New Haven)에서 김명호 님과 만나 차를 바꿔 탔습니다.
스님은 2시간 동안 안전하고 빠르게 운전을 해준 리(Lee) 님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당신 덕분에 오늘 토론토에서 저를 기다리는 오백 명이 행복해졌어요.”
한편 토론토에서 강연을 준비하는 봉사자들은 혹시 스님이 못 오거나 많이 늦을 경우를 대비해서 화상으로 스님과 연결하여 강연이 진행되도록 준비했습니다. 스님 일행은 뉴왁 공항에서든 뉴저지에서든 어느 곳에서든 토론토와 화상으로 연결하여 강연을 할 수 있도록 실무 준비를 했습니다.
김명호 님의 빠르고 안전한 운전 덕분에 코네티컷을 출발하여 10시 10분에 뉴왁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아이고, 이제 다 됐어요.”
스님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서둘러 출국 수속을 마치고 기다리는데 12시 2분에 출발하기로 한 비행기의 출발 시간이 40분 늦어졌다는 공지가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기상 상태가 원인이 아니고 승무원이 아직 공항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12시 2분에 출발해야 하는데 승무원이 1시에 나타났습니다. 다시 안심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계속 출발 시간이 연기되다가 결국 오후 1시 10분에 이륙을 했습니다. 토론토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과연 오후 3시까지 강연장에 도착할 수 있을지 다시 불확실해졌습니다.
뉴왁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2시 20분에 토론토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저가 항공을 예매했기 때문에 스님이 앉은 자리가 맨 뒷자리였습니다. 스님은 탑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제가 오후 3시에 강연이 있습니다. 지금 오백 명이 기다리고 있어요. 죄송합니다.”
스님은 “Sorry”를 계속 말하며 맨 뒷줄에서 탑승구 앞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비행기 문이 열리자 모두 공항 출입구를 향해 달렸습니다.
캐나다 입국수속까지 신속하게 마치고 오후 2시 40분에 공항 마중을 나온 장형원 님과 이현정 님을 만났습니다. 스님은 가사와 장삼을 입으면서 차에 올라타고 곧바로 강연 장소로 출발했습니다.
오늘 토론토 강연이 열리는 곳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노스요크 레슬리 스트리트에 위치한 한인회관입니다. 혹시라도 우발사고가 일어나 강연 시간에 많이 늦어지게 되면 차 안에서 생방송으로 강연장과 연결하려고 준비를 하면서 이동했습니다.
다행히 장형원 님이 아주 빠르고 안전하게 운전을 해 준 덕분에 오후 3시 17분에 강연장에 도착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강연 시간에 17분밖에 늦지 않았습니다. 강연장 안으로 들어가며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했네요. 그래서 인생은 지레 포기하면 안 돼요. 될 때까지 해봐야 해요.” (웃음)
오후 3시부터 스님을 기다리고 있던 청중들은 스님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박수 소리는 스님이 무대에 오르고 자리에 앉은 후에도 아주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무대에 오른 스님은 먼저 사과의 말을 전하면서 보스턴을 출발해 토론토에 오기까지 겪었던 과정을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부처님의 공덕으로 강연장에 도착은 했는데 20분이 늦었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 말씀드립니다.” (박수)
스님의 거듭된 사과에도 불구하고 청중들은 온갖 노력을 다해서 이곳에 도착해 준 스님에게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강연장 입구에서 24명이 질문을 신청했지만 두 시간 동안 12명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다 보니 남의 마음도 자꾸 알아차리게 된다며 어떤 관점을 갖고 수행을 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그건 알아차림이 아니에요.”
“아, 그런가요?”
“당연하죠. 질문자가 말하는 것은 굳이 알아차릴 필요가 없을 만큼 당연히 일어나는 마음과 행동입니다. 질문자의 수준에서는 욕심을 부리는 것도 당연하고, 남을 탓하는 것도 당연해요. 물론 질문자만 그러는 게 아니고 모든 인간이 다 그렇습니다.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남을 탓하고, 자기 욕심대로 하려고 하고, 자기 고집대로 합니다. 이것은 인간 본연의 성향이에요. 질문자는 ‘내가 성인군자도 아니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하고 얘기하고 싶은 거예요. 맞습니까?” (웃음)
“맞습니다. 많은 부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질문자의 말은 ‘내가 남자인가, 아닌가?’ 하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것을 자각했다고 해서 알아차렸다는 표현을 쓰지는 않습니다. 욕심이 일어날 때 ‘내가 지금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면 그것은 본인의 주관적인 생각이지 알아차림은 아닙니다. 진실은 지금 내가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내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고, 내 성질대로 행동하고 있고, 남을 탓하고 있다는 것이 진실이에요. 알아차림이란 ‘지금 욕심을 부리고 있구나’, ‘지금 남을 탓하고 있구나’, ‘지금 내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있구나’ 하고 본인의 마음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지금 남을 탓하고 있으면서도 ‘제가 남을 탓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하고 묻는 것은 올바른 알아차림이라고 할 수 없어요. ‘지금 내가 남을 탓하고 있구나’ 하고 그런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알 때 알아차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저도 남을 탓하는 사람이라고 제 자신에 대해 정의를 내렸어요.”
“그래요. 이제부터라도 남을 탓할 때 ‘내 탓이다’ 하고 바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해 부질없는 생각을 해서 괴로워하지 말고, 남을 탓하는 바로 그 순간에 ‘나는 지금 남을 탓하고 있어’ 하면서 매 순간 일어나는 마음을 찰나에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날아가는 파리를 젓가락으로 탁 잡아채듯이 지금 마음에서 올라오고 있는 부정적인 마음을 탁 잡아채는 것이 알아차림입니다.”
“그런데 저의 이런 생각을 타인에게도 적용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알아차림을 하지 못하는 타인을 봤을 때 ‘저분이 지금 욕심이 있는데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저렇게 표현을 하는구나’ 하고 타인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있는 저를 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욕심이 있다고 인정하게 되어 누구를 만나도 기대하지 않게 되는 마음이 생깁니다. 타인을 이런 식으로 바라봐도 괜찮을까요?”
“내가 내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면 모든 사람이 다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그런데 우리는 나에 대해서는 내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인정하면서 다른 사람이 본인 중심적으로 생각하면 ‘너는 이기주의자야’ 하고 문제를 삼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본인 중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거예요. 그렇게 인정하면 되는데 무엇이 문제가 됩니까?
다른 사람이 화를 내면 ‘저 사람이 화가 났구나’ 이렇게 알아차리는 것이 알아차림입니다. ‘인간은 화를 내는 존재야’ 이런 것은 알아차림이 아니에요. 본래 화날 일이라는 건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화가 날 때 ‘지금 내가 화가 났구나’ 하고 알아차린 다음 ‘왜 화가 나지?’ 하고 원인을 파악하면 화가 올라오다가 멈추고 점점 내려가게 됩니다.
남이 화내는 걸 볼 때는 ‘저분에게 무슨 화가 날만 한 일이 있었겠구나’ 하고 이해를 해야 합니다. 그 사람에게 ‘화날 일은 본래 없는 거야’, ‘화가 날 때는 너 자신을 봐’ 이렇게 얘기하면 비수(匕首)가 됩니다. 부처님의 말씀은 나에게 적용하면 양약(良藥)이 되지만, 남에게 적용하면 독약이 됩니다. 그래서 수행의 관점은 항상 자기에게 적용해야 합니다.
만약 질문자가 아내에 대해 아무리 많은 얘기를 해도 스님은 질문자의 아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얘기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질문자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부인에게 적용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부처님의 가르침은 비수가 될 뿐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갖고 얘기해도 독약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항상 부처님의 가르침은 나에게 적용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개인의 심리 치료를 위해 한 말을 사회적으로 자꾸 잘못 적용하면 불교의 가르침을 왜곡하는 결과가 빚어집니다. ‘세상이 거꾸로 가든 관여하지 마라. 오직 내 마음만 봐라’ 이런 식으로 해석하면 불교가 사회 정의를 외면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불교에 대해 많은 비판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그렇지 않으셨습니다. 성차별, 계급 차별, 전쟁 등 사회 정의에 대해서 많은 말씀과 실천활동을 하셨어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바깥으로 자꾸 적용했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처럼 질문자도 수행의 관점을 자기에게만 적용해야 합니다. 수행의 관점은 남에게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아내가 화를 낼 때는 ‘우리 아내는 화낼 만하다. 여보, 미안해’ 이렇게 공감을 해줘야 하고, 내가 화날 때는 ‘왜 화가 나지?’ 하고 내 문제로 봐야 합니다. 상대에게 사과를 받으려고 해서는 안 돼요. 다르게 적용을 해야 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다 마치고 나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결혼해서 같이 살면, 취향도 다르고, 습관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릅니다. 그래서 갈등하지 않으려면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상대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상대를 떠받드는 게 존중이 아니에요.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이런 마음을 갖는 것이 이해입니다. 이해가 사랑입니다. 이해 없는 사랑은 폭력이에요. 여러분들은 사랑이라고 표현하지만 대부분이 욕망에 해당합니다. 내 식대로 하려는 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거든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마음을 가지면 화날 일이 없어요. 그렇다고 상대의 뜻에 동조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서로 합의해서 결혼을 했기 때문에 다시 합의해서 이혼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것은 전생에 지은 죄도 아니에요. 방금 제가 무대로 걸어 나올 때 여러분이 ‘스님!’ 하고 박수 쳤잖아요. 이렇게 스님을 좋아하는데도 강연을 마치면 서로 헤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이렇게 헤어지는 것이 괴로움입니까? 아니잖아요. 부부가 헤어지더라도 그렇게 헤어지세요. 부모가 돌아가시더라도 그렇게 헤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서로 좋아하지만 헤어질 수가 있는 겁니다. 왜 헤어지면 꼭 원수가 되어야 하나요? 오늘 저와 여러분이 헤어지면 원수 관계가 되나요? 반대로 서로 좋아한다고 해서 꼭 만나야 하나요? 서로 안 만나도 좋아할 수 있잖아요. 그것처럼 헤어지더라도 괴롭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면 무조건 같이 살아야 돼’, ‘내가 싫어하면 무조건 같이 안 살아야 돼’ 이런 마음이 바로 집착입니다. 싫어함과 좋아함이 없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집착이 없어야 합니다. 불교의 목표는 목석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에요. 원하는 것이 있으면 원하는 대로 하세요. 그러나 원하는 대로 안 된다고 괴로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괴로움이 생기는 이유는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한다’ 하고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헤어지기 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는 게 아니에요. 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헤어져도 괴로움이 안 생깁니다. 여러분들이 아무리 법륜 스님을 좋아해도 같이 살지는 못 한다는 것을 알고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헤어져도 안 괴로운 겁니다. 강연장을 나갈 때는 약간 아쉽다가 문만 열고 나가면 아무 생각이 없어져요. 이렇게 괴롭지 않고도 헤어질 수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캐나다에 이민을 왔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에요. 한국에서 가져온 콩을 캐나다로 옮겨 심었다고 팥이 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마음의 원리를 알고 자기 마음을 관리해야 됩니다. 마음을 관리한다는 것은 마음을 컨트롤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자기 상태를 자기가 늘 알아차린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괴로움 없이 살 수 있습니다. 괴로움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고, 헤어짐을 맞이할 수도 있고, 실패를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 토론토까지 오는 데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습니다. 그런데 지나 놓고 보면 아주 재미있는 경험을 한 것이 됩니다. 몇 번의 극적인 효과가 있었는데 그게 다 추억거리가 되잖아요. 오늘 저는 얘깃거리가 많아졌어요. 그런데 그런 우여곡절을 겪고도 오늘 이곳에 도착하지 못했다면 약간 실망이 되겠죠. 그러나 그것도 지나 놓고 보면 그럴 수도 있었다고 인정이 됩니다. 오늘 여러분들 중에는 멀리서 차를 다섯 시간씩 타고 온 분들도 있는데 만약 강연이 취소가 되었다면 기분이 좀 나빴을 겁니다. 그러나 10년 지나고 보면 아무런 별일이 아니에요. 강연이 취소되었다고 한들 무슨 별일이 생기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나 놓고 보면 인생에 별일은 없습니다. 그냥 여러 우여곡절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당면하는 일은 다 별일이에요. 강연장 밖으로 나갔는데 길이 막혀도 별일이고, 스님과 악수를 못 해도 별일이고, 스님과 사진을 같이 찍고 싶었는데 못 찍어도 별일이고, 온갖 일이 다 별일이에요. 별일과 별일 아닌 사이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별일을 별일 아닌 줄을 알 수 있다면 나날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자유롭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큰 박수와 함께 강연을 마쳤습니다. 20분 늦게 강연을 시작했기 때문에 마치는 시간도 20분 늦게 끝마쳤습니다. 곧바로 무대 위에서 책 사인회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참가자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했습니다.
강연 총괄을 맡은 한승란 님과 봉사자들이 스님이 도착하지 못할까 봐 가슴을 조이며 강연을 준비했는데요. 강연이 무사히 끝나자 얼굴이 모두 환하게 밝아져 있었습니다.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스님이 봉사자들을 다시 한번 격려했습니다.
“토론토에서 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저 멀리 몬트리올에서 강연을 듣기 위해 오신 분들도 많네요. 하루 전날 오신 분들도 있고요. 만약에 강연이 취소가 되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최선을 다해 봤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웃음)
강연장을 나와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토론토에서 초창기에 정토회를 만드는 일을 할 때 많은 역할을 해 준 회원들을 초대해서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 초창기에 고생했던 일을 떠올리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여러분이 다 공로자입니다. 개인 집에서 법회를 하다가, 창고에서 법회를 하다가, 법당을 마련해서 법회를 하다가, 요즘은 온라인으로 법회를 한다고 컴퓨터를 배워야 하고...”
“스님 하고 이런 이야기를 할 자리가 한 번도 없었네요.” (웃음)
인연이 오래된 정토회 회원들과 저녁 식사를 하다 보니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저녁 8시 20분에 이현정 님의 댁에 도착해 곧바로 생방송 준비를 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 이곳 캐나다 현지 시간으로 밤 9시부터 정토불교대학 입학식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생방송 준비가 끝나자 스님은 가사와 장삼을 수하고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노트북 화면 속에는 정토불교대학 입학을 축하하는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졸업생들의 축하 인사, 입학생들의 소감, 정토회 대표님의 환영사가 이어졌습니다.
축하 행사를 마무리하고 입학생 모두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정토불교대학은 무엇을 공부하는 곳인지 강조하며 입학생들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2023년 9월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한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환영합니다. 정토불교대학은 불교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아느냐, 불교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 이런 것들이 졸업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할 수 있는 자격 기준은 ‘내가 입학하기 전보다 얼마나 괴로움이 줄어들었느냐’입니다. 스트레스, 초조불안, 우울함, 화, 미움이 입학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적어졌다면 졸업할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아무런 변화가 없다거나 오히려 입학하기 전보다 괴로움이 더 많아졌다면 불교대학을 졸업할 자격이 없습니다.
우리가 괴롭다고 하거나 괴롭지 않다고 하는 것은 모두 마음의 문제입니다. 여러분들이 괴로운 이유는, 첫째, 뭔가 하고자 하는 것이 있을 때 그것이 뜻대로 안 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내 성질대로 안 되면 괴롭습니다. 셋째, 뭘 모르면 자꾸 몰라서 문제가 발생하여 괴롭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괴로울 때는 마음에 욕심이 많을 때, 화가 많을 때, 어리석을 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욕심을 어떻게 멈출 것인가, 성질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어리석음을 어떻게 깨우칠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설령 어떤 교리를 배우게 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지식에 불과합니다. 교리를 지식으로 배워서는 안 됩니다. 내 삶에 바로 적용해서 내가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실용적인 관점에서 공부를 해나가야 합니다.
오늘 입학을 하게 되면 다음 주부터 강의를 듣게 되고, 수업에 참가하면 진행자, 돕는이, 운영자들에 의해서 마음공부 수업이 진행됩니다. 처음에는 조금 부담이 되고 어색하기도 하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해 보면 ‘정말 좋구나’ 하고 마음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공부는 여러분 자신을 위한 공부이고, 기후위기 시대에 지구 환경을 살리는 공부이고, 인간성 상실 시대에 인간성을 살리는 공부입니다. 그러니 졸업할 때까지 꾸준히 공부해 보시기 바랍니다.”
캐나다 현지 시간으로 밤 11시가 다 되어 법문을 마쳤습니다. 입학생들은 교실별로 화상회의 방에 모여 자기소개 시간을 이어나갔습니다. 스님은 2시간 후에 정토경전대학 입학식에 참석하여 법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잠깐 눈을 붙였습니다.
내일은 새벽 1시에 정토경전대학 입학식 법문을 생방송한 후 새벽 5시에 토론토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이동하고, 미국 입국 수속을 한 후 뉴저지에서 열여덟 번째 해외 즉문즉설 강연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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