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2.19 전법활동가 송년 법회, 기획위원회 회의
“약속한 모임에 아무도 안 나와서 화가 났어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오전과 저녁에 두 번에 걸쳐서 전법활동가 법회를 하는 날입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10시부터 전법활동가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다음 주에도 법회가 열리지만 다음 주는 포살 법회라서 오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 법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무변심 법사님이 인사말씀을 한 후 전법활동가 모두를 대표하여 두 분이 지난 한 해 동안 어떻게 수행을 해왔는지 소감문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정일을 하랴, 아이들 돌보랴, 정토회 활동하랴,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 해를 보냈지만 누구보다 수행을 놓치지 않고 조금씩 행복해진 분의 눈물 나는 소감이었습니다.

이어서 스님과 공동체 대중들이 지난주에 선유동 연수원에서 연말수련을 한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이 끝난 후 스님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올 연말은 더욱 특별합니다. 2022년이 저무는 동시에 지난 3년을 회향하고, 또 지난 30년을 마무리하는 연말입니다.

세상 사람의 행복을 위해 봉사해주신 모든 분께

지난 30년간 봉사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지난 3년 동안 수고해 주신 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또 올 한 해 세상 사람의 행복을 위해 봉사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정토회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신 보시자 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서 깊이 감사 말씀드립니다.

불법을 만나기 전 우리는 나 하나 살기도 바빴고 늘 남에게 도움 받으려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내 삶을 자립하고 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남에게 조금이라도 유의미한 활동을 할 때 자존감이 높아져요. 그러나 아직 정토회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몇 발 앞으로 왔고, 앞으로 갈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점은 함께 닦고, 수정하면서 보완해갈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지난 시간에 2차 만일결사 조직개편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질문이 많이 올라왔어요. 천일준비위원회에서 ‘스님이 한 번 더 말씀을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제안을 해서 한 번 더 간략하게 설명을 하겠습니다.”

이어서 2차 만일결사의 조직 개편 방향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한 후 질문을 받았습니다. 누구든지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궁금한 점을 질문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각자의 소감을 말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주말에 깨달음의장 돕는이를 하러 갔었는데 수요일부터 눈이 많이 와서 차가 올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 길을 스님이 쓸어 주셨다고 하시니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눈이 엄청 많이 온 나흘 동안 계속 제설 작업을 해 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립니다.

또 하나 홍보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이번에 깨달음의장에 참가하신 16명 중 9명이 행복학교에서 오신 분이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행복학교가 정말 전파력이 크다는 것을 느꼈어요. 행복학교에 가볍게 오셔서 불교대학까지 가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행복학교 담당자가 되겠다고 신청하신 분이 적다고 들었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명이 질문도 하고 소감도 이야기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일 년이 정말 풍성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송년법회인데 송년법회 같지가 않네요. 이미 마무리를 몇 차례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번에 30년을 마무리하는 회향식을 해서 오늘은 뒷북을 치는 것 같네요. (웃음)

지난 1년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열흘간 휴가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휴가 기간에도 불교대학과 경전대학 수업은 진행합니다. 저도 강의, 법회, 회의를 모두 그대로 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은 불교대학, 경전대학, 법회를 제외하고는 가능하면 회의나 업무는 하지 않고 휴식을 하시기 바랍니다. 단, 결사행자는 휴가 개념이 없습니다. 회향 기간에는 다음 만일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더 회의가 많고 더 바빠요. 그럼 다음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사홍서원으로 법회를 마친 후 활동가들은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한 해를 돌아보는 마음 나누기를 이어나갔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부터는 정토회 기획위원회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분과별로 연구한 것들을 발표한 후 2차 만일결사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 나갈 것인지 깊이 있는 토론이 오갔습니다.

이어서 공동체 법사단과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정토회와 공동체 지부의 운영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안건들이 올라왔습니다. 두 시간 동안 논의를 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후 내내 회의를 하다 보니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활동가들을 위한 전법활동가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오전처럼 정토회 대표를 대행하고 있는 무변심 법사님의 인사말과 열심히 수행해 온 두 분의 소감문 발표를 들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송년 법회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간단한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두 분의 수행담을 잘 들었습니다. 어렵게 정진해 나가는 여러분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감동했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하다가 힘들면 집어치워 버리는데 여러분은 꾸준히 정진을 했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다 부처님의 한 부분입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저마다 이런저런 어려움에 부닥쳐서 그만두고 싶은 유혹이 있었을 겁니다. 결혼도 그만두고 싶고, 집도 나가고 싶고, 정토회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었을 거예요. 이렇게 사람은 어떤 일이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싫은 감정이 일어나고 그 일을 그만두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부딪히는 그 당시에는 큰일처럼 느껴지지요. 그런 순간적인 충동에 사로잡히지 않고 여기까지 오신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 감사드립니다.

정토회는 모든 재정이 여러분의 보시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별히 외부에서 받는 지원은 없습니다. 정토회에서는 어떤 사람도 고용해서 일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이렇게 조금씩 자원봉사를 해 주셔서 이 정토회가 유지되고 발전되고 있어요.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한 수행자가 되지는 못해도 나의 한 부분은 붓다의 한 조각이 될 수 있습니다. 돈을 조금 보시하든, 봉사하든, 이렇게 내가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이 세상을 위해서 이바지하겠다’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개개인은 다 부족하지만, 우리가 함께하는 정토회는 이 사회에서 유의미한 일, 필요로 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다 부처님의 한 부분입니다. 세포 하나가 되든지, 손가락 하나가 되든지, 뭐라도 부처님의 한 부분이 되어서 이렇게 우리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행복하고 스스로 자존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보시와 봉사해준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 꾸준히 정진해온 여러분께 축하도 드립니다.”

이어서 지난 한 주 동안 만일준비위원회에서 설문조사한 결과에 대해 스님이 공유를 해주었습니다. 활동가들이 다음 3년 동안 자신의 진로에 대해 의사 표시를 했었는데요. 법사가 되고 싶다고 지향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법사를 지향하는 사람이 670명 정도였습니다. 아주 좋은 징조입니다. (웃음) 다음 주에 법사가 되는 절차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지할 예정인데요. 앞으로는 법사도 직접 추천할 수 있습니다. 각 모둠에서 ‘저 사람이 교육을 받아서 법사가 되면 좋겠다.’하는 사람이 있으면 추천을 하면 됩니다. 앞으로 대표, 지부장, 지회장도 여러분이 추천해서 선출할 계획입니다. 이번에 정토행자상, 대행자도 여러분이 한번 추천을 해 봤죠. 이렇게 초안을 지도부가 내는 것이 아니라 회원들이 제출하는 방향으로 해보려고 해요. 모든 권한을 회원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겁니다. 온라인이라는 좋은 도구가 있으니까 가능하면 직접민주주의에 준하는 활동을 끊임없이 실험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정토회가 발전해 나가려면

대신 과정이 조금 복잡합니다. 결정하는 과정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니까 복잡한 면은 있지만 이런 제도가 정착되면 정토회가 미래에도 오래 지속될 수 있어요. 많은 사람에 의해서 결정하니까 몇 사람이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부작용은 극복할 수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그런데 직접민주주의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중우정치, 포퓰리즘으로 흘러갈 단점이 있어요. 그걸 막으려면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수행적 관점을 가지고 정토회의 이상을 추구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세속적인 관점에서 자꾸 편리 위주로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주장하고, 그 주장에 힘이 실린다면 이 좋은 제도가 거꾸로 정토회를 빠르게 세속화하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수행적 원칙을 지키기 위해 중심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 권한과 결정권을 다 여러분들에게 주려고 해요.

여러분 각자가 저보다, 법사님들보다도 더 수행과 사회 기여에 대한 관점이 분명해야 정토회가 나날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자꾸 편리 위주로 생각하고 수행적 관점을 놓쳐 버리면 이름은 있지만, 내용은 세속화된 정토회가 될 위험도 있어요. 그래도 여러분이 주체가 되어서 결정해야 하지 않겠어요? 여러분은 별로 원하지도 않는 권한을 자꾸 줘서 복잡하고 힘들다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모자이크 붓다이고, 정토회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잖아요. 좋게 만들던 안 좋게 만들던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나가자는 취지로 이런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궁금한 점에 대한 질문도 받았습니다. 여러 명이 자유롭게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실천 활동을 하기 위해 모이기로 했는데 경전대학 학생들이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며 화가 났던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스님은 과거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질문자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약속한 모임에 아무도 안 나와서 화가 났어요

“저는 경전대학 진행자입니다. 지난 주말에 4차 실천 활동을 했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학생들이 여덟 명 중에 여섯 명이 오기로 했는데 며칠 사이에 계속 취소하는 분이 늘어났어요. 어떤 분은 연락도 안 받고 결국 돕는 이랑 둘이 갔습니다. 처음에는 마음이 요동치면서 ‘모두 사회생활을 이런 식으로 하십니까!’라는 말을 문자로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이러면 내가 수행자로서 관점을 잃는 것이지!’ 하고 다시 정신 차렸어요. ‘네, 그럼 다시 날짜 잡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고 돕는이랑 ‘그래! 오히려 한 명이라도 왔으면 다시 하기도 그랬을 텐데 아예 안 와서 다행이다’ 이렇게 서로 위로했어요.

하지만 한편 제가 소임을 여러 가지 하다 보니까 학생들에게 정성을 못 들였나 하는 생각도 들고 어떻게든 구멍 안 나게 잘 이끌어 나가야 하는데 약간 힘이 들어요. 스님께 말씀드리고 위로를 좀 받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2차 만일결사도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참 큽니다.”

“네, 황당했겠다 싶네요. 그래서 욱하는 성질이 나올 만도 하지만, 학생들이 월급 받고 일하는 직원도 아닌데 실천활동을 안 나왔다고 ‘너 사회생활 이따위로 하니!’ 이러면 안 되죠. (웃음) 그러면 큰일 납니다. 잘하셨어요.

제가 30년 전에 15평짜리 조그만 포교당을 내고 전단지를 천장 돌렸어요. ‘여기 새로운 불교를 가르친다! 오라!’ 이렇게 엄청 열심히 했는데 한 다섯 명 왔어요. 그 다섯 명 중에서도 두 명은 문 열고 들여다보고 ‘혹시 이상한 집단인가, 이게 뭐 하는 곳이지’ 싶었는지 가버렸습니다. 남은 세 명이 첫날 법문을 들었는데 두 명이 가버리고 한 명이 남았어요. 그런데 하루 프로그램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게 매주 한 번 석 달 동안 열리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석 달이면 12번인데 한 명이 달랑 남아서 법문을 들었어요. 질문자 말처럼 아무도 없으면 안 하면 되는데 한 명이 남아서 그 한 명이랑 석 달을 했잖아요. 그런데 그 한 명이 그다음에 세 명을 데려왔습니다. 또 전단지를 보고 세 명이 더 와서 한 대여섯 명 되니까 수업 분위기가 났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조금씩 붙어 나가는 거예요. 이렇게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면 아무도 안 올 때도 있고, 한 명이 올 때도 있습니다.

제가 세계를 다니면서 100회 연속 강연을 할 때였어요. 로마까지 강의를 해 준다고 갔는데 그날이 주말이었습니다. 로마에 계신 우리 교포들이 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니까 강의 시작 시간이 돼도 아무도 안 오는 거예요. 그런데 아무도 안 왔으면 좋았을 텐데 딱 한 명이 온 거예요. (웃음)

한 명이 왔으니 안 할 수도 없고 한 명 데리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도 제가 그 한 사람과 50분 정도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러니까 이 강연을 준비한 유럽 지회장이 저를 보기 민망해했어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회장님은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줬어요. 다른 나라에서 강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우리는 ‘아무리 안 와도 한 명이 안 오겠어? 로마보다는 낫다!’ 이렇게 자신감이 붙을 거예요. 지회장님은 사람이 적게 올까 봐 속이 타들어 가는 사람들에게 큰 격려를 한 거예요. 좋은 일 했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날 정토회는 이런 수없는 과정을 거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안 되는 과정이 꼭 나쁜 건 아니에요. 그러니 꾸준히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이어지는 질문에 모두 답변을 하고 나니 벌써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훈훈한 시간이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두북 공동체 대중들과 경주 남산 순례를 한 후, 오후에는 화상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정토경전대학 생방송 수업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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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란

감사합니다

2023-01-06 08:31:53

이임숙

감사합니다

2022-12-28 15:02:51

불린이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어린 스님의 위로에 잔잔하게 위안과 감동을 줍니다.
그 때 좌절하거나 안 될 성 싶다고 포기하셨다면 지금의 법륜스님과 정토회는 사뭇 다른 느낌이였겠어요.

2022-12-27 15: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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