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0.21 금요 즉문즉설, 전국법사단회의
“남자 친구가 저를 속이고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어요”

안녕하세요. 오늘도 서울 서초법당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아침 8시부터 정토회 대표님과 지원국 관계자들과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연말에 정토회 만일결사 회향수련과 회향식을 어떤 프로그램으로 진행할지 논의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곧이어 오전 10시부터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기 위해 1층 방송실에 자리했습니다. 오늘은 해외에 거주하거나 저녁에 시청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오전에도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는 날입니다.

27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오늘날 현대인들의 소비를 향한 질주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릴 뿐이지 결론은 이미 나 있습니다. 이렇게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하는 생활을 멈추지 않으면, 결국 원자재는 고갈되고, 쓰레기는 쌓이고, 기후는 변하고, 공기와 물은 오염이 됩니다. 굳이 미래학자가 아니라도 우리의 미래가 파멸에 이를 것이라는 것은 예측이 가능해요.

그런데 그 미래가 당장 내일 오거나 내년에 오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소비를 멈추기가 어려운 거예요. 담배를 피우면 폐암을 유발하게 되고 수명이 짧아진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당장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당장 죽는 것도 아니니까 담배를 계속 피우는 겁니다. 그래도 요즘은 담배의 해독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끊었죠.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만큼 사람들이 담배와 술에 대해서는 많이 지혜로워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이 생산하고 많이 소비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도 곧 담배 피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을 해야 되는데 지금은 제가 그런 얘기를 아무리 해도 씨알도 안 먹히는 그런 상태입니다. 여러분이 ‘스님이 하신 말씀이 사실이구나’ 하고 깨달을 날이 언제쯤 올까 모르겠어요. 여러분이 생을 마칠 때까지 '스님의 말이 사실이다' 하는 날이 안 왔으면 좋겠어요. 스님이 거짓말쟁이가 되는 게 더 좋겠어요. 스님의 말이 사실인 날이 너무 빨리 와도 큰일이잖아요.

지금은 날씨가 아주 좋은 가을날이기는 하지만 이런 좋은 가을날을 우리가 만끽하는 게 미래에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어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 저는 결혼이 수행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결혼을 했고 지금은 둘째를 임신 중에 있습니다. 항상 제 탓을 하는 시부모님과 남편에게 한이 맺혀갑니다. 수행에 실패한 걸까요?
  • 아들이 고1 때 자퇴 후 오토바이 절도로 소년원을 갔다 왔고, 현재는 가출 후 보호관찰 이행 불찰로 소년원에 또 가야 합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 저의 남편은 선천적 야맹증이 있고, 막말에 욕을 잘하며, 아주 지저분하고, 제가 일일이 다 챙겨 줘야 합니다. 남편을 버리려니 죄스런 마음이 발목을 잡습니다. 어떡하죠?
  • 아이가 어릴 때 제가 신랑을 미워하고 아이들을 존중하지 않아 아이의 마음속에도 분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과보를 기꺼이 받을 수 있을까요?

질문자들의 사연과 스님의 명쾌한 대답을 듣고 있다 보니 울고 웃는 가운데 약속한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점심에는 평화재단으로 이동하여 스님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달아 미팅을 하고 식사를 했습니다. 손님들을 정성껏 배웅한 후 스님은 다시 서초법당으로 돌아왔습니다.

오후 4시 30분부터는 전국법사단회의에 온라인으로 참가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법사님들이 스님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대화를 나누기 위해 마련된 시간입니다. 특히 오늘은 만일결사 회향수련과 회향식을 앞두고 법사단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스님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시청자들을 위한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저녁에는 58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오전처럼 시청자들에게 반갑게 인사말을 건넨 후 곧바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6년 동안 사귄 남자 친구가 1년간 자신을 속이고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며 배신감, 분노, 상실감을 표출하며 스님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남자 친구가 저를 속이고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어요

“6년 동안 만난 남자 친구가 1년 동안 저를 속이고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습니다. 상대방에게는 저와 진작 헤어졌는데 제가 계속 일방적으로 연락한다고 거짓말했을 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을 추호의 의심도 없이 믿었고 6년 동안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가족보다 친구보다 가깝게 생각하고 의지했었기 때문에 충격, 배신감, 분노, 상실감이 너무 큽니다. 어떻게 마음을 가져야 제가 편안해질 수 있을까요? 또 앞으로 사람을 만날 때 어디까지 믿고 어디까지 마음을 열어야 할지 여쭙고 싶습니다.”

“결혼한 뒤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나아요. 결혼하기 전에 벌어지는 게 나아요?”

“결혼하기 전이 낫습니다.”

“그러면 잘 된 거예요. 못 된 거예요?”

“잘 된 것 같습니다.”

“잘 됐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결혼이 필수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결혼 생각은 없었어요. 평생 좋은 친구 같은 관계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제가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건 자기 생각이지, 남자 친구 생각은 모르잖아요. 아직 결혼을 한 상태는 아니니까 이 사람 사귀다가 저 사람 사귈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근데 동시에 사귀었다는 건 문제잖아요.”

“즉문즉설에서 질문을 받아보면 남자 친구가 있는데 또 새로운 남자 친구를 사귀어서 고민하는 여성들도 많아요. 이건 남자, 여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질문자도 이 남자보다 더 좋은 남자가 나타났으면 양다리를 걸칠 텐데 안 나타났기 때문에 못 걸친 거예요. 남자 친구한테는 질문자 정도 되거나 그 이상인 여자가 나타났기 때문에 양다리를 걸치게 된 겁니다.

기분이 나쁜 건 이해가 돼요. 기분이 나쁜 이유는 그를 내 소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너는 내 거다. 나만 쳐다봐라' 이렇게 생각한 거죠. 그런데 연인 사이에는 법적으로 아무 권한이 없습니다. 나 혼자 '너는 나만 쳐다봐야 해' 이렇게 정한 거죠. 제가 보기에는 잘 됐습니다. 그냥 바람피운 정도가 아니라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바람피운 인간을 일찍 발견한 게 좋아요, 10년 있다가 발견한 게 좋아요?”

“1년 만에 발견해서 다행입니다.”

“그래요. 잘 된 일이에요. 질문자가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했는데 암이 발견됐다면 잘 된 일이에요, 잘못된 일이에요?”

“잘 됐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요. 돈을 들여서 검사를 했는데 병을 찾았으면 의사가 잘한 거잖아요. 암이 오늘 생긴 게 아니고 예전부터 있던 건데 발견된 거니까요. 암이 원래 없었으면 몰라도 이미 있었던 거라면 발견을 못한 게 좋은 일이냐는 거예요. 발견했기 때문에 수술을 하든지 그냥 살든지 무슨 결정을 할 수가 있잖아요. 암이 발견되지 않았으면 오늘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됩니다. 그처럼 남자 친구가 바람피운 걸 알게 된 것도 하나도 나쁜 일이 아니에요.

‘이런 사람인 줄도 모르고 더 오래 사귀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아이고 잘 됐다!’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지, 뭐가 나쁜 일이에요? 다만 남자 친구가 다른 사람은 안 쳐다보고 나만 쳐다봤으면 좋겠다는 내 요구에 못 미쳤다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 세상에 내 요구에 딱 맞는 사람은 없어요. 자식들이 부모를 원망하는 이유도 자기 원하는 만큼 해 주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래도 이 세상에서 부모만큼 나를 도와주는 사람 없잖아요. 제일 많이 도와주는 사람을 원망하는 겁니다.

이 남자도 질문자가 원하는 만큼은 안 되는 사람이에요. 그렇다고 이 남자가 나쁜 남자는 아니에요. 이 남자가 나쁜 남자라면 질문자가 나쁜 남자를 좋아한 겁니다. 그렇다면 자기 손가락으로 자기 눈을 찌른 격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남자는 이 세상 남자 중에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해야 해요. 다른 여자가 그 남자를 좋아했다면 '그 여자도 남자 보는 눈이 있네' 이렇게 생각해야죠.

그러나 결정은 질문자가 해야죠. 남자는 둘 다 놓기 싫으니까 양다리를 걸치는 것 아니겠어요?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떡할지 내가 결정해야죠. 양다리 걸치는 게 싫으면 ‘안녕히 계세요. 그동안 잘 놀았어요’ 이렇게 말하고 관계를 끊어야 되고, ‘네가 열 여자를 갖든 말든 나는 네가 좋으니까 너하고 관계를 유지하겠다’ 이런 마음이라면 계속 사귀어도 상관없고요.

그런데 왜 결혼도 안 했으면서 독점을 하려고 해요? 결혼을 별로 하고 싶지 않으면서 남자에게 나만 쳐다보고 살라고 요구하는 건 좀 문제가 있어요.”

“남자가 경제력이 없어서 결혼을 못하겠다고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잘 된 일이잖아요. 경제력도 없는 주제에 양다리까지 걸치는 남자에게 뭐가 좋다고 미련이 남아서 이런 질문까지 해요? 제가 보기에는 물을 가치도 없는 상황 같거든요. 그래도 묻는 것을 보면 미련이 있다는 얘기 아닙니까? 남자에게 뭔가 좋은 구석이 있나 보네요.”

“배신감이 너무 큽니다. 제가 기대가 높아서 더 그랬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남자를 만날 때 ‘이런 거짓말을 당연히 하겠거니’ 하고 만나야 되는 것인가요?”

“상대는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어요. 다만 이렇게 거짓말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은 인생의 큰 경험이에요. 옛날부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있잖아요. 나한테 사기 치는 사람은 내 가까이 있는 사람일까요, 낯선 사람일까요? 가까이 있는 사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낯선 사람은 내가 믿지를 않기 때문입니다.

돈을 빌려서 못 받는 경우는 주로 두 가지예요. 첫째, 이자를 많이 준다고 하니까 욕심에 눈이 멀어서 사기를 당해요. 둘째, 친구나 형제한테 빌려주면 대부분 못 받아요. 남한테 빌려달라고 하면 안 빌려주니까 친구나 형제한테 가서 요청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아니에요.

이런 경험을 하고 나서 앞으로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이 남자도 나한테 거짓말을 할까?' 이런 생각이 자꾸 들면 ‘트라우마’가 생긴 겁니다. 과거의 상처가 지금의 만남에도 장애가 되는 거예요. 트라우마가 생겼다면 차라리 경험을 안 하는 것보다 못한 게 됩니다.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면 그건 짐승과 같아요. 경험을 한 번 했으면 ‘아, 상대편을 무조건 믿었더니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앞으로는 상대의 말을 대충 감안해서 들어야겠다’ 이렇게 배우는 게 있어야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좋다고 하면서 '사랑해. 날 믿지?' 이러면 약간 의심을 해야 돼요. 못된 짓을 하고 와서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그런다는 것을 눈치채야 합니다. 상대가 과잉행동을 하면 좀 살펴봐야 되는 거예요. 바보 같은 사람은 트라우마가 생기거나 똑같이 반복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이 경험을 살려서 사람을 사귈 때 믿고 안 믿고를 조율할 줄 알게 됩니다. 무조건 못 믿으면 아무런 관계를 못 맺게 되고, 무조건 믿으면 맨날 속을 위험이 있죠. 그러니 적절하게 조율할 줄 알아야 해요. 여러분들이 쓰는 언어로 표현하면 밀당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웃음)

어떤 사람이 스님한테 찾아와서 ‘와, 스님 훌륭하십니다’ 이렇게 과잉으로 칭찬하면 반드시 뒤에 무언가를 요구하는 게 있습니다. 과잉으로 친절을 베풀면 반드시 그 칭찬이 끝난 뒤에 뭔가 요청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과잉 친절에 놀아나면 안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만약 질문자가 ‘어떻게 돈도 못 버는 게 바람까지 피우나’ 이렇게 말한다면 적절한 표현은 아니에요. 결혼 약속까지 해놓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 바람피웠다고 하지만 결혼도 안 한 청년이 그냥 이 사람 사귀었다 저 사람 사귀었다 하는 것은 바람피운다고 표현해서는 안 돼요. 질문자가 그 남자를 내 남자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표현하는 것인데, 원래 결혼하기 전에는 이 사람 저 사람 만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 있어요. 손 한 번 만졌다고 결혼하는 조선시대라면 그런 표현이 이해가 되는데, 요즘 같은 시대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좋게 말하면 순진하고 나쁘게 말하면 좀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관계를 좀 깨끗하게 정리하면 어떨까요? 만나서 화내지 말고 ‘내가 들어보니 여자 친구 한 명 더 있다며?’ 이렇게 물어봐요. 아니라고 하면 ‘뭘 거짓말하고 그래?’ 하고 확인해 봐요. 정말 아닐 수도 있고, 헛소문일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관계를 다시 맺으면 되죠.

만약 여자 친구 한 명 더 있는 게 사실이라고 한다면 ‘나는 네가 나도 좋아하고 남도 좋아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하고 자기 입장을 분명히 말해야죠. 지난 6년 동안 친구가 돼줘서 고맙다고 하고, '안녕, 바이 바이' 이러고 보내주면 되잖아요. 배신은 무슨 배신이에요.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배신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배신했다고 생각을 하면 나만 초라해져요. '어리석게 배신이나 당했다' 이렇게 한탄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남자 친구를 사귀다가 뜻이 안 맞아서 헤어졌다’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배신당했다고 하면 주위의 동정을 받을지는 몰라도 속으로는 다들 '아이고, 좀 모자란 사람이네' 이렇게 생각합니다. 남자한테 배신당한 여자를 어떤 남자가 또 만나겠어요? 배신당했다는 말은 자기를 비하하는 말이에요. 왜 질문자처럼 똑똑한 사람이 남한테 속고 배신당하고 그래요? 서로 좋아서 만나다가 헤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지금은 결혼도 안 했으니까 열어놓고 만나는 겁니다. 요즘은 결혼해서 아기까지 낳아놓고도 헤어지는데, 결혼도 안 하고 친구로만 지냈는데 헤어지는 게 뭐가 큰일입니까? 사람이라는 건 세월이 흐르고 조건이 바뀌면서 다른 사람도 사귈 수 있는 겁니다. 나랑 한번 사귀었던 사람이 죽을 때까지 나만 보고 살아야 될 이유가 없잖아요.

질문자는 자기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어요. 배신당했다는 초라한 말을 하지 말고 상대에게 이렇게 말하세요.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있지. 너의 자유를 인정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 하지만 6년 동안 너를 만나서 참 고마웠다.’

딱 이렇게 말하고 관계를 끝내야죠. 그리고 반드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해야 돼요. 과거에 고마운 것과 지금 관계를 끊는 것은 상관이 없어요.

'과거에는 고마웠지만, 지금은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

이렇게 태도를 딱 분명하게 가지면 좋겠어요. 좀 바삭바삭하게 인생을 한번 살아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끈적끈적한 인생을 삽니까? 죽을 때까지 한 남자만 만나고 살래요, 여러 남자를 만나보고 살래요?”

“여러 남자를 동시에는 안 만나겠습니다.”

“어쨌든 여러 남자를 만나보고 살래요, 한 남자만 만나보고 살다가 죽을래요?”

“여러 남자를 만나보겠습니다.”

“그러면 그 남자가 내 옆을 떠나 줘야 새로운 남자를 만날 수 있어요, 계속 내 옆에 있어야 새로운 남자를 만날 수 있어요?”

“떠나 줘서 감사합니다.” (웃음)

“그래요. 그 남자가 나를 떠나 줘야 나도 다른 사람을 또 만나죠. 그 남자가 안 떠나 주는데 질문자가 다른 사람을 만나면 그 남자처럼 양다리를 걸치는 게 되잖아요. 그런데 그 남자는 내가 양다리 걸치는 고민을 안 하도록 스스로 떠나 주니까 얼마나 좋아요? 게다가 좋은 남자가 나를 떠나면 아쉽지만 돈도 못 벌고 바람까지 피우는 남자가 나를 떠나 주니 얼마나 좋아요? 계속 붙어 있으면 더 골치 아파요. 떠나 준 것에 대해 너무 고맙다고 생각을 해야 돼요.

그 남자를 미워하지도 말고, 실망도 하지도 말고,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헤어지면 됩니다. 서로 믿고 지냈다는 것은 그만큼 즐거웠다는 얘기잖아요. 때가 되면 떠나는 겁니다. 그럼 또 다른 사람을 만나서 같이 지내다가 재수 없으면 끝까지 가고, 재수가 좋으면 미리미리 헤어지는 거예요. 재수가 없어서 옆 사람이 안 떠나 주는 바람에 평생 한 남자밖에 못 만나고 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웃음)

재수 없으면 그냥 같이 살고, 재수 좋으면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렇게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행복한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배신감을 표현하던 질문자는 마침내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스님도 웃음을 보이며 다음 질문자와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 저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봅니다. 저의 발언에 부정적인 느낌을 받으면 자신감이 없어지고 버벅대곤 합니다. 자신감을 갖고 상대방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싶습니다.
  • 저는 남편과 이혼했고, 아들의 친권이 남편한테 있어서 동의를 얻거나 상의를 할 때 연락하면, 연락하지 말라 합니다. 마음의 상처가 너무 크고 힘듭니다.
  • 제가 자라는 동안 아빠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가 자리를 잡으니 아빠가 저에게 아빠로서의 대접을 요구해서 마음이 괴롭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아쉽지만 다음 주 이 시간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한 후 오전에는 정토불교대학 학생들과 즉문즉설을 하고, 오후에는 서원행자 신청자들에게 40계본 수계식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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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각

감사합니다

2022-11-10 14:34:07

ㅇㅁ

ㅅㅅㅂ 떠나줘서 정말 고맙다
질척거리지 않고 깔끔하게 떠나줘서 정말 고맙다.

2022-10-31 11:33:47

ㅂㅇ

오ㅌㄱ 떠나줘서 고맙다
질척거리지않고 깔끔하게 떠나줘서 진짜고맙다

2022-10-30 01: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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