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0.9 영어 즉문즉설, 통일의병대회, 전국 법사단 수련, 일요명상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네 번의 생방송 강의가 있는 날입니다.

영어 즉문즉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8시부터 외국인을 위한 영어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300여 명의 외국인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사람들 중 세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싱가포르에 사는 분인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We as most people are now living in such a fast-paced society and are so much focused on just one thing and forget what is really important in our lives. For example, we are focused on earning money that we live almost not knowing what our priorities are like health, family, or even our own happiness. I want to ask Sunim. In that case, where do we put a breakpoint and how?”
(현대인들은 아주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한 가지에만 집중하고, 다른 삶의 중요한 것들은 잊고 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돈 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건강, 가족, 행복까지 잊고 살고 있습니다. 스님께 질문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멈춰야하는 시점은 언제이고 어떻게 멈출 수 있나요?)

“자신의 길을 잃었을 때 뒤돌아보고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돈이 가장 우선순위일 것이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행복이나 가족이 우선순위일 것입니다. 그러나 원하는 것만 쫒다 보면 그걸 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후회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가지만 쫒다 나중에 본인이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면 ‘왜 미처 건강의 중요함을 알지 못했을까’ 하고 후회합니다. 그래서 가끔씩 삶을 멈추고 인생을 돌아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중고등학생에게 ‘학생은 지금 제일 원하는 게 뭐예요?’ 이렇게 물으면 학생이 뭐라고 대답할까요?”

“He will ask what he wants the most at the moment.”
(본인이 그 순간 가장 원하는 것을 말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본인이 그 순간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Maybe going to a better college? I don't know.”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중고등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이렇게 대답합니다.

‘학생, 지금 제일 원하는 게 뭐예요?’
‘공부 잘하는 거요.’

‘공부 잘해서 뭐 하려고요?’
‘그래야 좋은 대학에 가죠.’

‘좋은 대학에 가서 뭐 하려고요?’
‘그래야 좋은 직장에 취직하죠.’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뭐 하려고요?’
‘그래야 돈을 많이 벌죠.’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려고요?’
‘그래야 큰 집이랑 좋은 자동차를 사죠.’

‘큰 집이랑 좋은 자동차를 사서 뭐 하려고요?’
......

이렇게 계속 묻는다면 마지막에 어떤 대답이 나올까요?”

“I don't know. That's what I wanted to find out. I mean there's got to be a breakpoint, but it seems like it's just infinite.”
(모르겠습니다. 그걸 알고 싶습니다. 중단점이 있겠지만 끝이 없어 보입니다.)

“일반인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대답이 똑같이 나옵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묻는다면 결국 어느 지점에서 대답이 멈추게 될까요?”

“When you die?”
(죽을 때요?)

“이렇게 계속 질문을 하다 보면 결국 맨 마지막에는 ‘행복하려고요!’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궁극적 목표는 행복입니다. 그것은 부처님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면 다 거기에서 끝이 나요.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고, 지위가 높아지고, 예쁜 배우자와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그러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정말 행복해지느냐는 거예요. 예를 들어, 얼마 전까지 한국에서 제일 돈이 많은 사람이 거의 식물인간이 되어 병원에 오랫동안 누워 있었는데, 그가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지금 한국에서 제일 지위가 높은 대통령까지 했던 사람이 감옥에 살고 있는데, 그가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느냐는 거예요.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고 높은 지위에 오르면 행복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살아갑니다. 대부분이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데, 정작 그 목표에 도달한 사람들 중에는 아무도 행복한 사람이 없어요. 물론 옆에서 다른 사람이 볼 때는 행복해 보입니다. 그런데 지위가 높거나, 돈이 많거나, 인기가 많은 사람을 직접 만나서 상담을 해보면 그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고뇌가 훨씬 더 많아요.

저는 그들과 상담을 하니까 그들이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 알거든요. 돈을 좇던 사람은 돈이 없으면 자기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지위가 높던 사람은 지위가 없어지면 자기가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인기가 높은 사람은 인기가 떨어지면 자기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면 그것은 그냥 하나의 환상일 뿐이에요. 마치 영화 속에서 사람이 죽으면 큰일 난 줄 알지만 결국 영화일 뿐인 것과 같습니다.

돈을 좇는 것은 담배 피우는 사람이 좋은 담배를 좇는 것과 같고, 차를 마시는 사람이 더 비싼 차를 추구하는 것과 같고, 마약을 하는 사람이 더 좋은 마약을 구하는 것과 같아요. 그러나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좋은 담배, 나쁜 담배를 구분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술을 먹지 않는데 좋은 술, 나쁜 술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오늘날 현대인들은 이렇게 소비에 중독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자본주의란 모든 것을 화폐로 계산하는 것을 말하잖아요. 부모가 자녀를 위해서 어떤 선물을 했을 때에도 아이들이 ‘이거 얼마짜리야!’ 이렇게 묻는 세상입니다. 여러분들이 사랑의 표시로 주는 반지도 얼마짜리 인지가 사랑의 표현이잖아요. 시골에서 부모가 쌀이나 채소 등 농작물을 자녀에게 준다고 도시로 가져오면 자녀들이 ‘이거 몇 푼 된다고 이 먼 데까지 가져오세요?’ 이렇게 말합니다.

이렇게 현대인들은 담배 피우는 사람이 고급 담배를 찾는 것처럼 돈과 소비에 중독이 되어서 지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폐암 진단을 받고 나서야 담배를 피우던 것이 자신을 해친 행위였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됩니다. 그것처럼 우리는 병이 들거나, 부도가 나거나, 망신을 사거나 해서, 세상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손가락질받는 사람이 되면 그때서야 자신의 삶이 허무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언인지 돌아봐야 하는 시점은 나중이 아니라 바로 지금입니다. 질문자가 만약 지금 말기 암 환자라서 한 달 안에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까요? 아니면 당장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할까요?”

“...”

“만약 제가 한 달 후에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까요? 한 달 남았으니까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갈까요? 서둘러 결혼을 할까요? 바다 구경을 갈까요? 저는 내일 죽는다고 해도 오늘처럼 즉문즉설을 하고 나서 내일 죽을 겁니다. 질문자는 내일 죽는다고 하면 오늘 회사에 출근할 것 같아요?”

“...”

“내일 죽는다고 해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는, 그런 삶을 살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가령 오늘 자녀가 공부 안 했다고 야단을 쳤거나, 부부끼리 어떤 일로 싸웠다고 합시다. 이때 내가 내일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자녀나 부인이 내일 죽는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그럴 때도 우리는 그 문제를 갖고 싸울까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지나 놓고 나서 후회하고,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거예요. 그러니 지금 점검하세요.”

"I just want to tell sunim thanks for the answers that fulfilled my heart. And I have never realized I was always looking for that break point but I never realize it is always now to start. So I just want to say thank you.”
(스님의 답변이 제 마음을 채웠어요. 감사합니다. 제가 늘 중단점을 찾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고, 바로 지금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어요.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한국에서는 몇 년 전에 ‘세월호’라는 배가 침몰하면서 300여 명의 학생들이 죽은 적이 있습니다. 자녀를 잃은 부모가 저에게 울면서 이런 얘기를 했어요.

‘아이들이 유학 가고 공부를 하려면 돈을 벌어야 되기 때문에 아이들과 여행도 한 번 못 가고 오직 돈 버는 일에만 몰두했어요. 그런데 지금 자녀가 없으니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으면 돈 버는 일보다는 아이들과 하루라도 같이 시간을 보낼 걸 그랬어요. 밥을 같이 먹든, 함께 여행을 하든,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가지는 게 훨씬 소중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또 그 사건이 나고 어떤 학부형이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동안 아이가 공부 못 한다고 늘 야단쳤는데, 그 사건 이후 저녁에 아이가 학교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하고 반갑습니다.’

그러니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은 늘 우리 곁에 충만해 있습니다.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서 우리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지금 여기에 깨어 있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Thank you for the answers.”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질문에 대답을 다 하고 나서 다음 이 시간을 기약하며 9시 40분에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통일특별위원회 통일의병대회

곧바로 오전 10시부터는 통일특별위원회 주관으로 통일의병대회가 온라인으로 열렸습니다. 삼귀의와 수행문을 낭독한 후 대회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통일특별위원회는 꾸준한 활동을 통해 많은 우여곡절을 헤쳐 왔습니다. 곳곳에서 애쓰신 숨은 영웅들의 활약상을 담은 영상을 함께 본 후 2차 만일결사 사업계획에 대한 사전 모둠토론 결과를 모둠별로 발표했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2차 만일결사준비위원회와 대화의 시간을 한 시간 동안 가졌습니다. 미래의 방향에 대해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한 후 다 함께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발표 내용을 경청한 후 지난 3년 동안 고생이 많았던 활동가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한 시간 동안 여러분들의 활동에 대해 잘 들었습니다. 통일특별위원회를 만들고 나서 지난 6년을 돌아보면 2016년과 2017년은 한국 사회가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특히 세월호 사건으로 많은 학생들이 목숨을 잃어서 전 국민이 슬프고 참담해했습니다. 그리고 촛불 시위가 일어나면서 한국 사회는 또다시 몸부림을 쳤고요. 남북관계는 전쟁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그런 시기에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 하는 모토를 내걸고 통일의병 중에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이 문제를 전담하기로 했습니다. 그 후 1만 명이 참여한 한반도 평화대회도 열었고, 백악관에 전쟁을 반대하는 10만 청원 운동도 전개해서 작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여를 했습니다.

그러나 2018년으로 넘어오면서 한반도가 평화 무드로 바뀌게 되었고요. 우리는 일상적으로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통일을 염원하는 가운데 국민운동 차원에서 행복학교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확산시켰습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방황도 하고 혼란도 겪고 많은 시행착오도 거듭했습니다. 지난 6년을 돌아보면, 초기에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가져오는 일에 기여를 좀 했지만, 그 뒤에는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게을러서가 아니고 한반도의 정세가 평화 무드로 바뀌었고, 또 코로나 확산으로 남북관계가 단절되어 우리의 역할이 좀 애매해졌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새롭게 개척했던 행복학교 확산은 지난 6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3년은 좀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모든 활동가들이 각자 창의적인 생각을 내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듭한 뒤에 현재 행복학교의 기본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 3년은 확산된 행복학교를 기반으로 행복 시민운동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조금씩 개척해가고 있습니다.

행복 시민운동의 어려움은 행복센터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행복센터를 만들지 고민하다가 10군데 정도에서 실험을 전개하려는 타이밍에 마침 코로나 확산 문제가 터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행복학교는 빠르게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그 덕분에 행복센터에 대한 고민이 없어져버렸습니다. 행복센터라고 하는 물질적인 기반을 꼭 마련하지 않고도 행복시민 모임을 확대할 수가 있게 된 거죠.

지난 6년은 이렇게 행복학교와 행복 시민을 양성했고, 아직 행복시민운동이 본격적으로 활동의 방향을 잡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행복시민 모임이 점점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이것을 기반으로 해서 2차 만일결사에는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토대가 완성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창조적으로 실험하고 개척을 한 것은 우리들 자신에게 많은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앞으로 2차 만일결사에서도 계속 업그레이드해나가는 게 필요하지만 일단 기본은 마련이 됐기 때문에 다음 3년은 행복학교를 널리 확산시키는 일에 주력을 해야 됩니다. 행복학교를 확산시키는 것, 행복 시민 활동을 활발하게 만들어내는 것이 앞으로 여러분들이 해 나가야 될 일입니다.”

이어서 그동안 활동하면서 또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면서 생긴 의문점이나 건의사항에 대해 자유롭게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질문뿐만 아니라 다양한 건의, 제안들이 이어졌습니다.

약 세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마지막으로 몇 분의 소감을 들어본 후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전국 법사단 수련

한편 전국 법사단은 오전 10시부터 온라인 수련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2차 만일결사를 앞두고 대중법사의 역할과 법사단 운영 계획을 듣고, 다양한 주제로 분과별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스님은 오후 2시 40분부터 전국 법사단 수련에 참가했습니다.

먼저 열 개의 그룹에서 각각 토론한 결과를 발표하고, 스님에게 묻고 싶은 점을 자유롭게 질문했습니다. 스님은 법사단이 궁금해하는 점에 대해 자세하게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그중 한 그룹에서는 법사단의 중요한 역할이 상담인데, 상담기법에 대한 교육을 받고 싶다고 제안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이 한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상담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죠?

“상담을 잘하는 방법에 대한 연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법사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 중에 하나가 상담의 기술입니다. 상담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상담 기법도 필요하지만,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들어주는 것입니다. 자꾸 뭘 가르치려고 하거나 답을 주려고 하지 말고 그냥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자세히 들어주는 것이 상담자의 가장 중요한 자세입니다.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너무 서두르면 자기 견해를 주장하기가 쉬워요. 그러면 상대의 말문을 막아버릴 위험이 있고, 결국 법사 자신도 '아이고, 이걸 어떻게 해결하지?' 하는 부담만 커집니다. 어떤 여성이 남편 몰래 바람을 피워서 괴롭다고 상담을 신청하면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하고 생각하기가 쉬운데,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하니까 부담감이 생기는 겁니다.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주욱 들어주면 됩니다. 그런 후 내가 경험한 바가 있으면 '내 경험이긴 한데 이렇게 하면 어떻겠어요?' 이런 정도로 얘기하면 돼요. 만약 경험도 없고 말하기도 어려우면 '이 문제는 내가 상담 전문 법사님하고 한번 얘기해 보겠다' 하고 상담 전문 법사님과 상의해서 방향을 잡은 뒤에 내담자를 다시 만나면 됩니다. 그래서 '내가 상담 전문 법사님하고 상의를 해보니까 이렇게 문제를 풀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이렇게 전달을 해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니면 직접 상담 전문 법사님에게 연결해 주는 방법도 있어요.

그러니 상담에 너무 부담을 갖지 마세요. 상담의 핵심은 들어주는 것입니다. 해결해 주려고 하기 때문에 상담이 부담되는 거예요. 그냥 들어주고, 위로해 주고, 내 경험이 있으면 얘기해주고, 내 경험이 없으면 '내가 이 문제를 가지고 좀 생각해 보겠다'라고 하든지 '상담 전문 법사님의 의견을 한번 들어보겠다'라고 하든지, 그렇게 대응을 하면 됩니다. 상담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자꾸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지?'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즉문즉설 시간이 끝나고 몇 분의 소감을 들어본 후 법사단은 스님에게 회향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법사는 어떤 자세로 자신의 소임에 임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법사는 대중이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도와주고, 대중이 특별히 요청을 안 하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쭉 살펴보고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면 되잖아요. 벌써 권위주의가 생겼는지 대중이 먼저 보고해주고 불러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까? 정말 궁금하면 지회장이나 모둠장한테 '이런 점이 궁금한데 나한테 말을 좀 해주면 안 되나?'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하고 설명을 들으면 되잖아요.

노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간섭하는 거예요. 잔소리가 많고, 온갖 것에 대해 다 알려고 하고, 문제가 있으면 일일이 다 간섭하려는 게 노인들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것처럼 법사가 된 여러분도 나이가 많기 때문에 그렇게 되기가 쉬워요. 가능하면 관여하지 말고 자기들끼리 해결하도록 내버려 두는 게 좋습니다. 문제가 있어서 도움을 요청하면 그때는 기꺼이 도와주세요. 또 내가 궁금한 게 있으면 그냥 불러서 가볍게 물어보면 됩니다. 법사가 된 사람이 자꾸 의기소침해져서 '괜히 물어봤다가 간섭한다고 지적받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요. 설령 지적을 받더라도 그냥 웃으면서 넘기면 됩니다.

법사라면 법사답게 좀 가볍게 활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일반 회원들처럼 잘하려고 너무 애쓰지 말고 여유를 가지세요. 도움을 요청하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한가하게 놀아도 됩니다. 게으름 피우는 것과 일이 없어 노는 것은 성격이 다릅니다. 일이 있는데 안 하는 건 게으름이지만, 일이 없어서 노는 것은 한가함이지 게으름이 아니에요. 한가함을 즐길 줄 아는 것도 수행입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고 법사 활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하고 오후 6시가 다 되어 전국 법사단 수련을 마쳤습니다.

일요명상

해가 저물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일요 명상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131번째로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먼저 스님이 국내와 해외에서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이번 한 주를 정리하면서 오늘 명상을 통해 편안한 마음이 되시기 바랍니다. 최근에 지구상에 일어난 가장 큰 일은 세 가지인 것 같습니다. 첫째, 기후 위기로 인한 자연재해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둘째, 그로 인해 지금까지 없었던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전 세계인들을 두렵게 만들었습니다. 셋째, 각국 간의 갈등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초래해 물가가 많이 치솟았습니다.

지난달에 파키스탄은 근래에 없었던 천 년만의 홍수가 일어나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재해를 입은 사람이 3000만 명이 넘는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 JTS 활동가가 파키스탄에 파견을 가서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비교적 건조지역이기 때문에 흙집을 주로 많이 짓고 사는데, 물바다가 되니까 모든 집들이 다 허물어져 버렸습니다. 제일 급한 게 식량, 식수, 여러 가지 전염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 그리고 곧 추위가 오기 때문에 텐트와 이불입니다. 그러나 외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지난달에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에 갔을 때도 국제적인 지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왜냐햐면 언론이나 국제기구의 관심이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쏠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세계 곳곳에 재난을 입은 지역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어져 버렸다고 해요.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에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고 이렇게 세계 곳곳에 큰 재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세계인들의 관심이 줄어들게 하는 결과도 초래했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우리는 각자의 마음을 평화롭게 유지하면서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있는 이곳 한반도에도 남북 간에 점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 자칫 잘못하면 우발적인 군사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어떤 이유로든 전쟁만은 안 된다는 평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합니다. 평화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먼저 우리들 마음의 평화부터 명상을 통해 이루어 봅시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명상을 마치고 나서 스님이 직접 실시간 채팅창에 올라온 소감들을 읽어준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서울로 이동하여 오전에는 전법활동가 법회를 생방송하고, 오후에는 저녁 늦게까지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달아 미팅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6

0/200

보각

평화의 중요성

2022-10-31 09:45:56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2-10-25 15:59:15

정명선

감사합니다 스님

2022-10-20 08: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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