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0.7 금요 즉문즉설
“투자 실패로 빚을 진 남편이 원망스러워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벼가 익어서 고개를 숙인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두북 수련원에는 150년 된 큰 팽나무가 있는데 윗부분부터 노랗게 물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두북 수련원에 스님 몇 분이 찾아와서 함께 머물고 있습니다. 불교계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오래 전부터 스님과 교류를 해오고 있는 분들입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손님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침 일찍 손님들을 모시고 경주 남산에 있는 천룡사를 방문했습니다. 스님은 늘 걸어서 올라갔던 길인데, 오늘은 다리가 불편하신 수경스님을 배려하여 발굴팀의 차량 지원을 받아 차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삼층석탑을 참배한 후 부도탑까지 가서 인사를 하고, 정토회가 농사를 짓고 있는 아랫밭부터 시작하여 도량을 크게 둘러본 후 법당을 참배하고 선당에서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산속에 이렇게 넓은 평지가 잘 가꾸어져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서 “도문큰스님의 원력과 도량의 기운이 참 좋다” 하면서 모두들 감탄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에는 폐교를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는 두북 수련원과 재활용 유통 창고를 둘러본 후 손님들을 배웅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44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이제 가을이 점점 깊어져 갑니다. 이렇게 깊어가는 가을에 여러분들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가을 소식을 전하면서 곧바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투자 실패로 큰 빚을 진 남편이 원망스럽다며 어떻게 하면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투자 실패로 빚을 진 남편이 원망스러워요

“저는 결혼 5년 차이고, 4살과 5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여성입니다. 2년 전 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상가에 투자를 했습니다. 1년 전에도 남편은 제가 반대할 것을 예상하고 저와 상의도 없이 오피스텔을 샀습니다. 계속 공실로 있어서 매달 대출 이자와 관리비만 내고 있습니다. 현재 매물로 내놓았지만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벌인 남편이 원망스럽습니다. 큰 금액의 빚을 생각하면 갚을 수 없을 것 같아서 무기력하고 우울합니다.

저는 20대에 스트레스 관리를 못해서 암에 걸리기도 했고, 체력이 약합니다. 최근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살피면서도 빚 걱정에 빠져서 아버지에게 온 마음을 다하지 못한 것도 후회되고 미안합니다. 남편을 원망하는 마음과 빚으로 인한 경제적인 불안감, 특별한 기술이 없어서 좋은 곳으로 재취업할 가능성이 없는 저를 자책하는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편이 대출을 받아서 상가와 오피스텔을 산 것은 본인도 잘 되려고 투자를 한 것이지 노름을 해서 돈을 날린 것은 아니잖아요. 1년 전을 생각해보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주식이 올라서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되고 투자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했습니다. 영혼까지 끌어서 투자해야 한다는 게 사회적 분위기였어요. 남편은 특별히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사회적으로 봤을 때도 보통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남편의 투자를 반대한 질문자가 오히려 특이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것이 무리한 투자였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지금은 주가도 떨어지고, 부동산 가격도 떨어지고, 코인 가격도 떨어지고, 거기에 금리는 두 배로 오르고 있는 게 사회 현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걸 걱정한다고 해결이 될까요? 이럴 때는 이렇게 관점을 잡아야 합니다.

‘죽는 사람도 있는데, 안 죽고 건강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아파트를 10억 원에 샀는데 7억 원으로 떨어져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현재 시세가 5억 원이라면 5억 원에라도 아파트를 팔고 나머지 빚은 안고 사는 겁니다. 빚은 한 번에 갚을 수 없으니까 조금씩 갚으면서 살 수밖에 없어요.

이 상황에 남편을 원망한다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잖아요. 남편을 원망하면 부부관계만 나빠지고, 건강이 좋지 않은 질문자만 병이 듭니다. 원망하고 걱정한다고 빚이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아버지 병간호에 집중하지 못해서 후회하고 있지 않습니까? 질문자의 사정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질문자는 지금 어리석은 행동을 계속하고 있는 거예요.

남편에게 이 문제 이외에 같이 생활하기 어려운 다른 문제가 있어서 같이 못 살겠다면 이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문제는 없고 사업이 잘못되거나 직장을 그만두거나 빚이 있다고 해서 같이 못 살겠다고 한다면 질문자가 너무 이기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함께 하겠다고 혼인 서약을 한 부부라면 남편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고난을 함께할 수 있어야죠. 이미 지나간 일을 갖고 계속 ‘너 때문에 빚졌다’ 하고 원망하면서 살면 부부관계에 갈등만 생기고 나만 병들어 가는 겁니다. 이런 행동은 바보 같은 짓입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일인데, 곱씹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설령 노름하다가 돈을 잃었다 하더라도 털고 일어나야지, 본전 찾으려고 하다가 패가망신하지 않습니까?

지금 가지고 있는 부동산 중에 손해를 보더라도 하나를 팔아서 빚을 줄이거나, 둘 다 처분하고 남은 빚을 갚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돌아가는 상황으로 봐서는 6개월이나 1년 정도의 단기간 내에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것 같지는 않거든요. 경기 침체가 1년 이상 길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질문자 개인으로 보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서 속상하지만, 사회적인 큰 틀에서 보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게 바람직해요? 오르는 게 바람직해요?”

“부동산 가격은 떨어져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손해가 되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게 바람직하잖아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영토를 잃었으니까 회복할 때까지 끝까지 전쟁을 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내의 러시아인을 보호하기 위해 끝까지 전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금 당장 휴전을 하는 게 좋은 일 아닙니까? 누가 옳고 그른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전쟁이 지속되면 더 많은 사람이 죽게 되고, 러시아가 불리해지면 핵을 사용할 위험이 생기게 되고, 우크라이나가 불리하면 서방이 계속 지원하면서 전쟁 비용이 늘어나는 문제가 생깁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일이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전쟁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멈춰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부동산 가격은 떨어져야 합니다. 부동산 가격이 3배씩 올랐다고 하지 않습니까. 4억 하던 부동산이 10억으로 올랐었는데 지금 8억으로 떨어졌다고 해서 2억 손해가 났다며 울고불고하는 형국이에요. 오를 때는 6억이 올라도 아무 말이 없지 않았습니까. 이건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비록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부동산 가격은 떨어져야 정상입니다.

이익을 보려고 투자했지만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투자해서 다 이익만 보면 누가 땀 흘려 일하려고 하겠어요? 모든 사람이 다 투자만 하겠지요. 투자는 손해날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하는 겁니다. 누군가는 투자를 해서 손해를 봐야 누군가는 이익을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말이 좋아서 투자라고 부르는 것이지, 솔직히 말해서 투기 아닙니까? 다들 쉽게 돈 벌기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농사를 짓거나 일을 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돈으로 돈을 벌 생각으로 하는 게 투자입니다. 그러니 ‘투기판에 뒤늦게 막차 타고 들어와서 손해를 좀 봤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질문자도 속상하지만 남편은 더 속상할 거예요. 아내가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이익 좀 보겠다고 투자했다가 손해만 본 남편도 힘들지 않겠습니까? 아내에게 체면도 안 서고, 잘못했다고 사과하기는 싫고, 그래서 더 성질을 내는 거예요. 그래서 질문자만 더 억울해지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이미 판은 끝났는데 왜 이 상황 때문에 부부가 서로 원수로 지내려고 합니까?

질문자가 남편에게 ‘이제 부동산 다 정리하고 편안하게 살자’라고 아무리 말해도 남편은 미련이 남아서 포기가 안 됩니다. 그걸 남편에게 요구하면 갈등만 커지기 때문에 남편이 알아서 하게 놔두세요. 손해가 나더라도 부부이니까 함께 갚아 나가면 됩니다.”

“남편이 매물로 내어 놓았는데...”

“매물로 내어 놓아서 팔리면 손실이 아닙니다. 1억짜리를 8천에 팔려고 하니까 안 팔리지요. 3천에 내놓으면 금방 팔립니다. 값을 3분의 1로 내리면 곧바로 팔릴 거예요. 값을 더 받으려고 하니까 안 팔리지요.

그러니 남편에게 맡기세요. 살 때도 질문자 모르게 남편이 샀으니까 남편이 물으면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당신 알아서 하세요. 나는 투자에 대해서 잘 모르잖아요. 손해를 보든 이익을 보든 당신이 알아서 하시고, 손해를 보면 같이 갚아 나가겠습니다’

이렇게 질문자부터 집착을 내려놓아야 우선 질문자의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살 때도 질문자 말을 안 들었는데, 팔 때는 질문자 말을 듣겠습니까? 아무리 부부라도 파는 것은 질문자의 일이 아닙니다. 투자에 실패해서 손해가 난 상황을 인정하고 남편에게 맡기세요. 남편이 술을 마시고 우울해하면 질문자는 웃으면서 이렇게 격려해 주면 됩니다.

‘돈은 있다 가도 없고, 없다 가도 있는 거잖아. 그래도 몸 안 다치고 건강한 것만 해도 다행이야. 이만한 일에 우울해할 필요 없어. 정 안 되면 나도 돈을 벌어서 같이 갚으면 되잖아’

질문자가 남편보다 더 신경 쓰면서 울고불고 걱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질문자와 같이 반응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합니다만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돈도 잃고, 부부관계도 나빠지고, 본인 건강도 나빠지지 않습니까? 돈만 잃는 것으로 끝나야지, 거기다가 부부관계도 나빠지고, 내가 병들기까지 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하나만 잃으면 되는데 왜 세 가지나 잃습니까?

어려울 때일수록 지혜롭게 대응해야 합니다. 좋을 때 잘 지내는 것은 누가 못합니까? 주가 오를 때 주식으로 돈 버는 것은 누가 못 합니까? 누구나 할 수 있죠. 주식이 떨어질 때 어리석은 사람은 본전 생각해서 못 팝니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바로 팔아서 손해를 덜 봅니다. 5천 원 손해 볼 것을 2천 원만 손해 보게 했다면 3천 원을 버는 겁니다. 이걸 2천 원 손해 봤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3천 원을 벌었다고 봐야 합니다. 이걸 주식에서는 ‘손절매’라고 합니다. 스님이 이런 말까지 해야겠습니까? (웃음)

주식을 잘하려면 손절매를 잘해야 됩니다. 중생은 집착이 있기 때문에 끝까지 이익을 보려고 하다가 망하는 길을 갑니다. 안 될 것 같으면 바로 정리를 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남편에게 문제를 제기했는데 남편이 내 말을 안 듣는다고 해서 싸우면 안 됩니다. 남편이 알아서 처리하게 하고 부부 사이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해야죠. 하나만 잃어야지 두 개, 세 개, 네 개, 다 잃어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질문자는 건강도 안 좋잖아요. 그러니 부동산을 파는 일은 남편에게 맡기는 게 좋겠습니다. 남편이 질문자에게 의견을 물어도 이렇게 대답하세요.

‘내가 뭘 알겠어요? 당신이 알아서 하세요. 손해가 나더라도 부부이니까 함께 감수해야지요. 사람이 죽고도 사는데, 손해 좀 본 게 무슨 큰일입니까? 우리는 아직 젊으니까 같이 갚아 나갑시다.’

남편이 의기소침할수록 오히려 질문자가 위로를 해줘야 합니다. 수렁에 같이 빠져서 허우적대면 안 됩니다.”

“제가 구직을 해서라도 빨리 빚을 갚는 게 좋을까요?”

“투자에 실패해서 손실이 많이 났을 때는 구직을 한다고 빨리 빚을 갚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이것도 바보 같은 생각입니다. 투자라는 건 몇 억씩 투자해서 손실이 몇 억씩 생기는 건데, 월급을 한 달에 몇 백 만원씩 받는 걸로 빨리 빚을 갚겠다는 건 불가능해요. 10년 내지 20년 장기 상환하는 계획을 가지고 갚아야죠. 그래도 못 갚으면 개인 부도를 내야 하고요. 그래도 사람은 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국가 제도가 바뀌어서 개인 부채를 탕감해 줄 수도 있어요. 개인 부채가 너무 많아서 20대 신용불량자가 많아지면 국가에서 채무를 탕감해 주는 이런 정책도 나올 수 있습니다. 누구는 돈을 갚아야 하고 누구는 탕감해준다고 세상이 시끄러워질 수도 있지만, 세상이 다 평등할 수는 없어요. 이렇게 살 수도 있고, 저렇게 살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러니 10년, 20년, 30년을 계획해서 천천히 갚아 나가면 됩니다. 요즘은 300만 원을 월급으로 받는다고 해서 전부 빚 갚는 데에 쓰도록 하지는 않습니다. 100만 원 정도만 빚을 갚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쓸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러니 아무리 빚이 많아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돈이 있는데 안 갚으면 죄가 되지만, 돈이 없어서 못 갚는 건 죄가 안 됩니다. 사기나 갈취는 죄가 되지만, 질문자처럼 투자 손실로 은행 빚을 못 갚는 건 신용불량자가 될 뿐이지 죄는 아니에요. 돈을 벌면 갚아야 되지만, 돈을 못 벌면 안 갚아도 됩니다. 대신 검소하게 살아야 하겠죠. 남의 돈도 못 갚으면서 넉넉하게 살 생각을 하면 안 되니까요. 아무리 한국에서 검소하게 살아도 인도의 중산층보다도 잘 삽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빚을 해결하려고 구직을 해보니까, 스님 말씀처럼 월급 몇 백만 원 밖에 못 받고 오히려 경력단절이 있어서 결혼 전보다 월급을 덜 받더라고요. 취업도 힘들고요. 그래서 제 능력을 자책하게 됩니다. 제가 일을 하면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오래 있어야 하니까 그것도 미안하고, 여러 가지로 마음이 안 좋습니다.”

“남편이 자꾸 걱정하고 우울해하면 ‘집 없으면 텐트 치고 살면 되고, 밥 없으면 라면 먹고살면 된다’ 하고 안심시켜 주세요. 그리고 극빈 상태가 되면 국가에서 지원을 다 해줍니다. 굶어 죽지는 않아요. 아이들 학교 못 가는 일도 안 생깁니다. 자선 단체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어요. 조금 자존심이 상할 뿐이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런 배짱을 좀 가지면 좋겠어요.”

“그러면 제가 직업을 구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을까요?”

“직업이 있으면 좋죠. 직업이 있으면 다만 백만 원이라도 갚을 수 있을까요? 아이를 업고서라도 직장에 다니면 되죠. 그런데 만약 직장이 안 구해진다면 집에서 아이 키우면서 지내면 된다는 겁니다. 걱정한다고 직장이 구해지지는 건 아니잖아요. 직장이 구해지면 직장에 다니면 되고, 직장이 안 구해지면 집에서 아이들 키우면 됩니다. 재산이 하나도 없으면 정부 보조금을 받아서 살면 되고, 나중에 돈이 생기면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면 돼요.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직장이 안 구해졌을 때, 집에 있으면서 더 불안하고 힘들었습니다. 스님 말씀처럼 직장이 안 구해지면 집에 있고, 구해지면 직장에 나가고, 편안하게 생각하겠습니다.”

“집도 없고, 빚은 많고, 돈도 없는데, 마음이라도 편해야지요. 근심 걱정하면서 살면 바보입니다. 한 가지만 잃으면 되지 무엇 때문에 세 가지, 네 가지, 다 잃습니까? 돈을 잃은 건 남편 때문에 어쩔 수 없다지만 나머지는 본인의 성질 때문에 잃는 겁니다. 질문자보다 오히려 남편이 더 자책하기가 쉬우니까 질문자가 넉넉한 마음으로 남편을 격려해주세요. 그러면 부부의 정도 더 깊어집니다. 어려울 때 이해하고 서로 돕는 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일을 저지른 남편을 보는 나도 이렇게 힘든데,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까’ 이렇게 남편을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육아휴직 중인 남편에게 매일 혼나는 상황에서 아기 챙기기보다 남편 눈치를 보는 데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저도 아기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 20년간 일을 해오다가 1년 정도 주부로 쉬다 보니 무기력해졌어요. 그렇다고 다시 일을 하려고 하니 가정에 소홀해질까 봐 겁이 납니다.
  • 저는 성소수자인 여성입니다. 학교 밖에서는 비주류의 문화를 즐기다가 학회에 나가서 근엄한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게 위선처럼 느껴집니다. 이중생활의 마음가짐 때문에 힘들어요.

대화를 마치고 나서 질문한 분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남편이 진 빚 때문에 걱정이었던 질문자도 한결 가벼워진 얼굴로 소감을 말했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제가 뭔가 할 게 없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정말 편안합니다. 나에게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습니다. 할 수 있으면 하고, 하지 못하면 못 하는 대로 마음을 편하게 가지면 된다는 말씀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은 질문자를 위해 다시 한번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하지 못하면 안 해도 된다는 게 아니라 어차피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안 해도 된다거나, 해도 된다가 아니라, 못 하는 것을 못 하는 것인데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돈이 없는데 어떻게 빚을 갚습니까? 돈이 있는데 안 갚으면 나쁜 사람이지만. 속옷만 입고 나머지는 다 가져가라고 하면 죄가 안 됩니다. 돈이 없어서 못 갚는 건 나쁜 게 아닙니다.”

소감을 다 듣고 나서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놀이 삼아서 해보세요. 재미있게 놀 때 집중이 됩니다. 애들이 만화 보고 게임할 때 제일 집중이 잘 되지 않습니까? 재미가 있으면 저절로 집중이 됩니다. 애쓰고 노력한다는 건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한다는 뜻이에요. 시간만 많이 들고 힘만 들지 효율이 없습니다. 그러니 가볍게 인생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 금요일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차를 타고 경주로 이동했습니다. 여성정치포럼 이정자 대표님이 얼마 전 정토사회문화회관 개관식에 참석했었는데, 그때 스님에게 경주에서 열리는 행사에 꼭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여신 생태문화기행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행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스님이 도착하자 곧바로 스님을 단상으로 모시고, 즉석 즉문즉설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여성운동을 하는 분들답게 여성 문제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스님은 성별, 세대, 이념을 너무 대립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전체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길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10시 40분까지 대화를 나눈 후 여성운동 활동가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하고, 오전에는 경전대학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고, 오후에는 행복학교 특강을 생방송하고, 저녁에는 평화재단 통일의병들과 농사일을 한 후 즉문즉설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3

0/200

보각

오늘도 고맙습니다. 마음을 턱 놓고 편안하게 살아가라는 뜻으로 느껴졋습니다.

2022-10-19 13:47:11

속삭임

스님은진짜. 바쁘게 열히미 사시네요. 오늘. 스님말씀.
만은도움이되고. 반성도 되네요
저도. 너무 제생각. 제스탈대로만. 고집을해서. 주의사람들과. 마찰이. 많앗읍ㄴㅣ다. 어찌 보면. 생각의 차이인데. 예민하게반응하고 맘가짐. 맘은먹기나름. 이게 참으로. 힘드네요

2022-10-16 23:42:03

도수

스님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022-10-14 20:29:16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