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4.15 금요 즉문즉설 강연
“학교 가기 싫다는 딸, 엄마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6시 20분부터 국제지부 활동가들과 함께 2022 INEB(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 콘퍼런스대회 프로그램 준비와 관련하여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10월 23일부터 30일까지 한국 정토회 주관으로 행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무엇을 중점적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실무자들과 논의한 후 화상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전에는 그동안 해외에서 활동하던 정토행자들이 방문하여 함께 산나물을 채취하고 주변을 구경시켜 주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44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먼저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날씨의 변화를 보면서 수행을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지난 주말과 이번 주 초는 매우 더웠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30도를 오르내려서 정말 한여름 같았어요. 그러다 꽃샘추위가 왔나 할 정도로 어제부터 기온이 뚝 떨어져서 아침에는 겨울 같은 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점점 더워져 가지만 항상 일정하게 더워져 가는 게 아니고 기온이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수행을 할 때도 일정하게 좋아지는 게 아니라, 어떨 때는 금방 깨달아서 마치 성인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고, 어떨 때는 수행해봐야 아무 도움이 안 되고 원래대로 돌아간 것 같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고 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그러나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면서 결과적으로는 기온이 점점 올라가듯이 꾸준히 수행을 해나가면 점점 행복해지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낙담하지 마시고 꾸준히 수행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농사일을 한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본 후 곧바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세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고1 딸과 겪고 있는 갈등을 이야기하며 가정의 평화를 찾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학교 가기 싫다는 딸, 엄마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고1 딸과의 갈등을 겪고 있는 엄마입니다. 딸이 중2 때부터 공부를 안 한다고 하더니 어느 순간 본인은 대학도 가기 싫다고 선언해서 제가 고민하다가 아이가 원하는 대로 특성화 고등학교에 보냈습니다. 그런데 친한 친구와 싸우고 난 뒤 갑자기 학교가 가기 싫다고 하는 바람에 이틀 정도는 결석을 시켰습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는 별말 없이 학교를 가고 있습니다. 대화도 해보고 눈물로 호소도 해봤지만 한번 성질을 부리기 시작하면 무섭게 돌변하는 아이를 보면 막막하기만 합니다. 딸은 장래에 되고 싶은 것도 딱히 없다고 하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쇼핑하는 것만 좋아합니다. 부모를 무서워하지 않는 강한 성격의 딸에게 제가 어떻게 해야 가정의 평화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아이의 상태를 보니 질문자가 생각할 때 정상적인 것 같아요, 비정상적인 것 같아요?”

“정상적인 것 같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무서워하고 겁내는데 아이가 정상적이에요?”

“지금 이 시기는 그럴 수 있는 시기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 점이 바로 질문자의 문제인 거예요. 딸의 행동을 딱 보고 '아, 정상적이지 않구나' 이렇게 판단해서 가장 먼저 병원에 데려가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서 검진을 해보고, 정상적인지 아닌지 먼저 확인을 해야죠. 섣불리 내가 판단을 내리려고 하면 안 됩니다. 전문가로부터 병이 발현한 것인지 체크해야 해요.

지금 딸이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데도 부모는 정상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꾸 딸을 야단치고 달래는 겁니다. 다리가 부러진 건 비정상적인 상태인데 ‘조심해서 걸어라’, ‘그래도 매일 걸어야지’ 이렇게 말하면 안 되잖아요. 일단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부터 먼저 받고 며칠 쉬도록 해야죠. 이런 갈등은 부모가 정신적인 질환에 대해 너무 무지해서 생기는 겁니다. 자기 자식에게 병이 난 것을 인정하지 않는데서 오는 문제예요. 딸의 말과 행동을 조금만 관찰해보면 '아, 병이구나' 이렇게 딱 알고 병원에 데려가서 전문가와 상담을 하도록 하고 치료를 먼저 해야 합니다.

학교를 가고 안 가고가 핵심이 아니에요. 학생이 학교 안 간다고 다 비정상적인 것은 아닙니다. 저도 고등학교 다니다가 그만두고 절에 들어왔어요. 일반적으로 보면 비정상적이죠. 그러나 내가 추구하는 더 큰 이상을 위해서 진로를 바꾼 것이지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거든요. 만약 딸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을 수도 있어요.

‘현재의 학교 교육은 주입식 방식이기 때문에 문제가 많고, 나는 이런 교육을 더 이상 받고 싶지 않다. 그래서 대학도 안 가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현재 있는 직업 중에 절반 이상이 30년 안에 없어질 텐데 그런 내용을 배워서 뭐하나? 나는 학교를 안 가고 다른 걸 해보겠다.’

만약 이렇다면 딸은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입니다. 이럴 때 부모가 아이를 무조건 학교가라고 강요하는 건 잘못된 태도예요.

지금 질문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딸의 상태는 심리가 불안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요. 불안해서 죽을 것 같으니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쇼핑이라도 해야 견딜 수 있는 겁니다. 매일 술 먹는 남편도 너무 답답해서 술이라도 먹어야 하루를 버틸 수 있는 것과 같아요. 이런 증상은 다 병입니다. 그런데도 왜 술을 먹느냐고 싸우는 건 어리석은 짓이에요.

한 번 두 번 세 번 얘기해 봐도 아예 대화가 안 되는 경우, 첫째, 자기 나름대로 주관이 뚜렷하기 때문일 수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그 주관을 인정해줘야 해요. 둘째, 상대가 이랬다 저랬다 한다면 ‘병이구나’ 생각하고 바로 병원으로 데려가서 검진하고 치료를 해야 됩니다.

지금 질문자의 자녀는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겪고 있어요. 엄마가 살아온 방식을 기준으로 ‘학교에 가라’, ‘뭘 해라’ 하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어리석은 행동이에요. 빨리 병원에 데려가서 전문 의사의 검진을 받아보고 처방에 따라 약을 먹든 상담을 하든 해야 됩니다. 의사가 보기에 학교를 다니기 어려운 상태라고 하면 자꾸 딸에게 학교를 다니라는 얘기를 할 필요 없어요. 학교는 1년 후에 가도 되고, 2년 후에 가도 되고, 안 다녀도 됩니다. 조선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학교에 다녔나요? 학교에 안 다녀도 다 자기 인생을 잘 살았어요. 학교는 반드시 가야 하는 게 아닙니다. ‘다수가 학교에 가니까 가면 좋다’ 하고 생각하는 거죠.

학교를 중심에 두면 안 되고 ‘아이의 건강이 어떻게 하면 좋아질 것인가’ 하는 것을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부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아이의 건강이에요.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건 학교 선생님이 관여할 일이지 부모가 관여할 일은 아닙니다.

‘공부 못해도 괜찮아. 엄마는 네가 건강한 것이 가장 중요해.’

이렇게 관점을 딱 가지고 아이의 건강을 먼저 체크해 보세요. 약물 치료가 필요하면 약을 먹어야 하고, 상담치료가 필요하면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학교에 다니면서 치료를 해도 되겠다고 판단되면 학교에 다니면서 치료하고, 이 상태로는 학교까지 가는 것이 어렵겠다고 판단되면 학교를 당분간 쉬고 치료를 하도록 하세요.

딸이 ‘이거 하고 싶다’, ‘저거 하고 싶다’ 하면서 막 이것저것 하고 싶다고 말해놓고, 막상 하게 해주면 한 번만 하고 그만둬버리는 것은 병의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릴 때 욕구불만이 지금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딸이 해달라는 대로 해주는 것도 치료의 한 방법일 수는 있어요. 그러니 의사와 상담해 보세요. 의사가 그냥 딸이 하자는 대로 한번 해 보는 게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라고 하면, 치료비 낸다고 생각하고 다 해줘보면 됩니다. ‘너 왜 한다고 해놓고 안 하냐?’ 이렇게 야단치면 안 돼요. 오늘 마음이 확 일어나서 정말 해보겠다고 등록해 놓고 하루 이틀 다니다 안 해버리는 건 다 병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하자는 대로 따라가 주는 게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못하게 막는 게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엄마 수준에서 알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전문적으로 연구한 의사와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의논해서 치료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딸이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하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건강을 회복한 뒤에 학교에 갈 수 있으면 가면 됩니다. 본인이 안 가겠다고 하면 안 가도 되고요. 학교를 자꾸 문제 삼지 말아야 합니다. 학교에 가지 말라고 하지도 말고, 학교에 꼭 가라고 하지도 마세요. 일단 건강이 먼저입니다. 건강이 회복되면 그다음에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게 좋아요.

‘네가 학교 교육이 삶에 도움 된다고 생각하면 다니고,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안 다녀도 된다.’

이렇게 여러 가지 길을 열어놓고 아이를 살펴야 합니다. 많은 아이들이 공부에 대한 압박 때문에 심리적 불안을 앓거나 죽을 것 같이 힘들어하는데도 부모들은 그저 '공부, 공부' 하거든요.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자살하는 일이 생기는 겁니다. 아이가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술을 먹고, 남녀가 어울려 다니고, 무슨 일이 생기고 했을 때 무조건 도덕적으로 잘못했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돼요. 정상적으로 자란 내 아이가 왜 그렇게 하겠어요? 뭔가 심리가 불안하고 욕구불만이 있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나타나는 거예요. 부모가 내버려뒀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인지, 야단치고 억압해서 이렇게 된 것인지, 아이의 상태가 어떠한지, 전문가와 의논해서 해결책을 찾아봐야 합니다. 아무리 내가 화나더라도 지금 아이의 건강이 안 좋기 때문에 야단쳐서는 안 된다든지, 아이가 아무리 하겠다고 하더라도 아이의 건강이 안 좋기 때문에 못하게 해야 된다든지, 아이의 욕구불만이 폭발이기 때문에 돈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하루하루 하자는 대로 해주는 게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든지, 이런 걸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대응을 해야 됩니다. 그러니 우선 병원에 먼저 데려가 보면 좋겠어요.

아이가 이 정도의 상태를 보이는데도 아직 병원에도 안 가본다는 건 부모가 정말 무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그저 공부를 잘해야 된다는 이 생각만 하고 있어요. 내 생각대로 공부를 안 하는 아이에 대해 불편한 마음만 가지고 있는 겁니다. 아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무엇이 힘들어서 저러는 것인지, 아이하고 대화를 해야 합니다. 엄마와 대화가 잘 안 되면 전문가와 대화를 하도록 해서 아이의 상태를 진단한 후 아이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해지도록 하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니 먼저 엄마가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아이의 상태를 얘기해서 의논하고, 그다음에는 아이에게 잘 얘기해서 의사와 상담하도록 하고, 그 결과에 맞춰서 학교에 가는 문제를 결정하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딸이 ‘대학 가기 싫어’ 하고 말했을 때 ‘대학 가기 싫으면 가지 마라’ 이렇게 얘기해서도 안 됩니다. 여러분들도 결혼해서 살다가 불만이 있다면 상대에게 ‘이혼하자’ 하고 말이 툭 튀어나올 때가 있잖아요. 진짜 이혼하고 싶어서 그럴 때도 있지만, 그날 그냥 기분이 나빠서 그런 말을 할 때도 있고,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무기로 '이혼하자고 해야 저 놈이 정신 차리지' 하면서 그런 말을 할 때도 있잖아요. 같은 말에도 여러 가지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에 말에 집착하면 안 돼요. '왜 저러지?' 하고 살펴서 대화를 해야 합니다. ‘아, 아이에게 이런 욕구가 있구나’, ‘이런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구나’, ‘이런 불안이 있구나' 하고 살펴야 합니다

정신적인 불안함이 없는데 자기 나름대로 뚜렷한 소신으로 학교를 그만두겠다거나 다른 일을 하겠다고 할 때는 얘기를 들어보고 ‘그것도 괜찮겠다, 해봐라’ 하고 응원해 주면 됩니다. 1년이든 2년이든 해보고 다시 학교를 다녀도 되거든요. 인생은 다양한 길이 있어요. 아이의 인생을 내 생각대로 하려고 하거나, 내 생각대로 안 된다고 해서 ‘그냥 네 맘대로 해라’ 하고 내팽개치는 건 보호자의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불편한 내 마음만 생각할 게 아니라 어린아이의 상태를 살펴서 실제로 아이의 인생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게 보호자예요.

자식은 부모를 위해서 있는 게 아닙니다. 부모의 역할은 자식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공부니 학교니 이런 집착은 내려놓고 아이의 상태를 잘 점검해서 아이가 건강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도와야 합니다. 내 힘이 부족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서 도와야 해요. 이런 관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네. 스님의 말씀을 듣고 저의 무지를 깨달았습니다. 아이를 상태를 인정하고 전문가의 상담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네, 절대 학교나 성적에 대해서 얘기하면 안 됩니다. 아이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너는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다른 건 아무것도 못해도 된다’ 이런 마음을 가져야 해요. 지금 이대로 방치해서 아이의 정신 질환이 만성화되면 앞으로 치료가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조기에 치료를 해야 해요.”

“네. 제가 딸에게 공부를 강요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저도 항상 아이에게 ‘너만 행복하면 좋다’ 하고 얘기해 주고 있어요.”

“정신적으로 불안한데 어떻게 행복합니까? 행복할 수 없는 아이에게 자꾸 행복하라고 말하면 안 돼요. 다리를 다쳤으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너만 행복하면 다리를 절어도 된다’ 이렇게 말하는 거랑 똑같아요. 그런 어리석은 말을 해서는 안 돼요.”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23살 대학생인데, 정말 많이 고민해보고 경험도 해봤는데도 어떤 일에 몸을 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딱 이 일을 해야겠다 하는 것이 없어서 너무 힘이 듭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의붓딸 세 명이 존재조차 싫습니다. 제가 낳은 딸 1명과 잘 노는 데도 신경이 쓰이고, 제 남편이랑 말하는 것도 싫을 정도입니다. 의붓딸들도 제 눈치를 봅니다. 너무 괴롭습니다. 어떡하죠?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하고, 오전에 경전대학 즉문즉설을 한 후, 오후에는 평화재단 통일의병들과 농사일을 함께 하고, 즉문즉설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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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질문자분 이야기에 제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질문자님 고맙습니다 ~
아이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너는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다른 건 아무것도 못해도 된다’ 
법륜스님 감사합니다

2022-04-24 10:09:18

김선이

귀한 가르침 잘들엇습니다ᆞ감사합니다ᆞ

2022-04-21 07:27:36

권향복

법륜스님 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2022-04-21 06: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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