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2.3 정초기도 1일째(입재 법문)
“한결같은 마음으로 하는 방법”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부터 정토회에서는 새해를 맞이하여 3일 동안 정초법회를 엽니다. 한 해를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지에 대해 매일 스님의 법문을 듣고 300배 정진을 한 후 도반들과 마음 나누기를 할 예정입니다.

오전 10시 정각이 되자 스님이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대중은 스님에게 삼배를 하며 정초기도 입재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정초기도를 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새해를 맞으면서 정초기도를 해왔습니다. 제가 어릴 때 어머니를 생각해보면, 새해 첫날에 먼저 조상에게 차례 지낼 준비를 했고, 차례가 다 끝나면 하얀 옷으로 갈아입고 장에서 사 온 향과 초, 농사지은 쌀을 바구니에 담아 머리에 이고 산길을 걸어 절에 가서 불공을 드렸습니다. 그때는 흰 옷이 예복이었습니다. 절에서 자고 올 수가 없을 때는 하루 동안 불공을 드리고 오고, 절에서 자고 올 수 있을 때는 3일간 불공을 드리고 왔습니다. 당시에 어머니들이 불공을 드렸던 이유는 큰 욕심을 내서 뭘 해달라고 비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저 큰 사건사고만 없으면 다행이다’ 하는 소박한 마음으로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올 한 해도 가족들이 아무런 사고 없이 건강하게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불보살님께서 도와주십사 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했던 거예요.

옛말에 ‘시작이 반이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시작을 하려면 그만큼 준비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것처럼 정초기도는 일 년을 준비하기 위해 경건한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정초기도는 불교 명절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명절이지만, 불교가 우리 민족의 종교가 되다 보니까 민족문화와 불교문화가 합해졌습니다. 초파일은 불교문화가 민족문화가 된 경우이고, 정초기도는 민족문화가 불교문화가 된 경우입니다. 그래서 한국 불교는 전통적으로 정초기도를 해왔습니다. 일체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되고 수행자들만 용맹정진하는 봉암사 선방 같은 경우도, 정초에 일주일은 개방을 해서 스님들이 그동안 공양해 준 대중들을 위해서 정초기도를 합니다. 다른 절은 그때 그때 늘 불공을 드리지만, 선방에서는 딱 정초에만 불공을 드리고 나머지는 일 년 내내 정진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토회도 초창기에는 일주일간 정초기도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대중들이 많아지면서 일주일 동안 정진하기가 어렵다고 해서 5일 하다가 지금은 3일로 정착이 됐습니다. 그러니 3일 기도는 최소한의 기도라고 생각하고 정성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30년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특히 올 해는 정토회가 창립되고 제1차 만일결사 30년을 마무리하는 중요한 해입니다. 그러니 개인의 마음만 경건하게 할 것이 아니라 정토회에 참가하는 모든 대중들이 30년을 잘 마무리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은 기도를 하는 기간에는 평소와 달리 고기를 먹지 않는다든지, 나쁜 곳에 가지 않는다든지, 부부관계를 하지 않는다든지, 목욕재계를 한다든지, 옷을 갈아입는다든지 하는 풍습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런 풍습이 좋다 나쁘다 하는 것을 떠나서 기도하는 사람들이 자기 나름대로 몸과 마음을 경건히 하고 정성을 기울인다는 것은 좋은 일이에요. 그러니 정토행자 여러분도 늘 정진해 왔지만 올 한 해는 좀 더 마음을 모으고 정성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런 1년을 준비하기 위해서 우리가 정초기도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정토회는 만일결사 회향을 기념해서 올 한 해는 1만 명의 국민들에게 행복을 전해보자고 원을 세웠습니다. 이 ‘1만 전법’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정토회가 창립되고 얼마 안 돼서 만일결사를 시작했고 처음으로 신앙대회를 열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소수의 대중이 모였고, 모일 장소도 없었어요. 그래서 기도를 벌판에서 하거나 천막을 치고 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모았습니다.

또 북한 주민들이 대량으로 굶어 죽는 극심한 식량난이 있었을 때, 인도적 지원을 위한 100만 인 서명운동을 했었습니다. 거대한 종교단체나 사회단체들이 많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100만 인 서명 명단 중 95만 명을 정토회 회원들이 백일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뛰어다니면서 받아 내었습니다. 목욕탕에서도 하고, 해수욕장에서도 하고, 어디든 가리지 않고 가서 적극적으로 서명을 받아낸 결과였어요.

또 환경실천을 전 국민에게 전파하기 위해 쓰레기 제로 운동과 빈 그릇 운동을 하면서 다시 한번 백만인 서명운동을 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08년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오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이 중단되자 북한에서 또 주민들이 굶어 죽는 일이 일어나서 다시 100만 인 서명운동을 했었습니다. 그때는 대중이 좀 많았기 때문에 훨씬 더 짧은 시간에 100만 인 서명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이 ‘1만 전법’은 어쩌면 지금까지 해온 어떤 일보다 더 큰 일이거나 그에 버금가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정성과 열정을 모으지 않고서는 1만 전법을 이뤄낼 수가 없어요. 요즘은 정토회 회원들이 옛날보다 교육도 많이 받고, 수행도 많이 되고, 숫자도 늘어났는데, 옛날보다 못한 것 한 가지가 바로 열정과 정성인 것 같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워낙 성실하고 부지런하니까 지금까지 아는 것을 갖고 타성적으로 하는 것은 잘하는데, 예전보다 열정이 좀 식은 것 같아요. 활동이 오래되다 보니까 그냥 안주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리 옛날보다 정토회 회원 수가 많아졌다 해도 이런 것으로는 기적을 이뤄내기 어려워요. 여러분들이 정말 간절하게 하지 않으면 1만 전법은 이뤄질 수도 없고, 설령 이뤄진다 해도 사실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큰 종교 단체에서 100만 명을 모은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수행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자기 정진입니다. 자기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이 수행자가 가야 할 길입니다. 둘째, 원을 가져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욕심은 있는데 원이 없어요. 욕심이란 조금 일 해놓고 많은 결과를 바라는 것이고, 원은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이뤄질지, 안 이뤄질지, 성과가 있는지 없는지, 그런 것은 별로 중요시 여기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른 길이라면 일단 하는 거예요. 평가는 나중에 결과가 나왔을 때 하는 겁니다.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는지, 목표가 너무 컸는지, 방법이 잘못됐는지에 대해 평가하는 건 나중에 할 일이에요. 원을 세운 사람은 그 일이 될 건지 안 될 건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원이 굳건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꾸 회의가 들고 의심이 들고 망설임이 생기는 겁니다. 자꾸 욕심이 나기 때문에 망설임이 생기는 거예요. 욕심으로 하는 기도는 원이 되지 못합니다. 욕심을 가진 사람은 적게 노력하고 많은 결과를 바라기 때문에 너무 힘들면 안 해버려요. 그런데 원을 가진 사람은 아무리 어려워도 합니다. 이번 정초기도를 통해 그런 원을 한번 가져보면 좋겠어요.

그래서 정초기도를 하는 3일 동안 개인이 한 해를 살아갈 힘을 키우는 동시에, 정토회 회원으로서 1만 전법을 이루고 만일결사를 보람 있게 회향하기 위한 원을 가져보는, 그런 정진을 해봅시다. 비록 30년 전에 세웠던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마지막 해에 세웠던 목표는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 달성해보자는 거예요. 그럴 때 부족한 가운데도 보람이 생깁니다. 그래서 우리가 올해에는 1만 전법을 해보자고 결정한 거예요.

그러나 지금과 같은 자세로 해서는 1만 전법의 원을 성취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3일간 정진을 해서 여러분들이 좀 더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전통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면 불보살의 가피를 입는다고 말할 수 있고, 수행적으로 표현하면 내적인 힘을 키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기도를 3일 동안 해봅시다.

정성껏 기도하는 내 방이 청정한 법당

예전에는 전국 170개 법당에 모여서 정초기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했기 때문에 170개 법당이 아니라 1만 개의 법당에서 동시에 정초기도를 하는 거예요. 코로나 이전에 우리가 한 자리에 모였더라도 공간이 좁으면 2층에 가서도 정진하고 옆방에 가서도 정진을 했잖아요. 그러니 오늘 정진을 할 때도 ‘내 집에서 정진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내가 지금 법당에 왔는데 공간이 좁아서 법당에 다 들어갈 수 없으니 옆에 있는 방마다 한 명씩 들어가서 기도를 한다’

이런 마음으로 정진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기도를 하는 동안은 자기가 있는 공간이 온전히 법당이 되어야 합니다. 법당에서는 기도하다가 다른 일을 안 하잖아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법당에서 기도한다’ 이렇게 마음을 안 내고, 자꾸 ‘집에서 기도한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기도하다가 중간에 부엌에 갔다가 또 들어와서 기도하다가 또 청소를 하고 그러는 거예요. 기도하는 동안은 비록 집에 있더라도 법당이라는 한 공간에 모여서 같이 기도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에서 ‘내 방’이라고 부르지 않고 ‘개인 법당’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정진하는 지금 이 시간은 내 방이 생활공간이 아니에요. 서암 큰스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이 청정한 자가 스님이고, 마음이 청정한 자가 머무르는 곳이 절이고, 그것이 불교라네’

그러니 정초기도를 하는 2시간은 여러분들이 청정한 마음을 냈기 때문에 여러분이 수행자입니다. 한시적으로 스님이 되는 거예요. 내 방이 한시적으로 청정한 법당이 되는 겁니다. 그곳이 어느 곳이든 정성을 기울여 기도한다면, 여러분들은 내적인 힘을 얻게 됩니다. 전통적으로 말하면 불보살의 가피를 입게 됩니다.

마음 있는 곳에 부처님이 다 계십니다. 그래서 부처님이 계시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그러니 불보살의 가피가 없는 곳이 없어요. 그러나 내 마음을 청정히 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임해야 불보살의 가피를 입을 수 있습니다.

‘나의 행복과 자유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세상의 평화와 세상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1만 명에게 전법을 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기도하는 사람이 바로 보살입니다. 그것이 정토행자의 서원입니다. 그렇게 정성을 기울여서 만일결사의 마무리를 하면 좋겠습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하는 방법

기도를 시작하면 중간에 하기 싫기도 하고, 회의가 들기도 하고, 다리가 아프기도 하고, 마음이 오롯이 집중되지 않기도 합니다. 기도에 오롯이 집중하자고 결심한다고 해서 오롯이 집중이 되는 게 아니에요. 마음이란 항상 시시때때로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겁니다. 아무리 결심을 해도 3일은 고사하고 3분도 못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렇다고 ‘마음이 약하다’ 이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하기로 했으면 하면 됩니다.

한결같은 마음이란 마음이 항상 똑같다는 뜻이 아니에요. 마음이 이렇든 저렇든, 하고 싶든 하기 싫든, 바깥에 소리가 들리든 안 들리든, 그런 것에 상관하지 말고 하기로 한 것은 그냥 한다는 것이 바로 한결같은 마음입니다. ‘내가 너를 한결같이 사랑한다’ 이런 말도 항상 사랑하는 마음이 든다는 뜻이 아니에요.

‘살고 싶기도 하고, 안 살고 싶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좋기도 하지만, 그건 마음이 그런 것이고, 우리가 약속을 했으니까 그냥 살아보자.’

이것이 한결같은 마음입니다. 마음이란 오늘 자고 내일 일어나면 또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죽 끓듯이 끓는 마음을 따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기 때문에 서로를 믿을 수 없게 되는 거예요.

하기로 했으면 그냥 한다

기도를 하는 동안 마음이 분주할 때도 있고, 산란할 때도 있고, 고요할 때도 있고, 신심이 날 때도 있고, 회의가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다 마음의 작용입니다. 이런 마음을 잘 관찰하면 무상합니다. 그냥 왔다 갔다 할 뿐이에요. 그런 마음에 구애받지 않고 ‘하기로 했으면 한다’ 하는 자세를 갖는 것을 일러 ‘한결같은 마음’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렇게 기도를 시작하기 전에 스님과 법담을 나누었으니, 정진을 하고 나서는 도반들과 소감을 편안하게 나누시기 바랍니다. 자, 지금부터 정진을 함께 해보겠습니다.”

입재 법문이 끝나고 잠시 자리 정돈을 한 후 300배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넓고 깊은 원력 세워 보살도를 닦고 닦아 고통 중생 구하시려 사바세계 몸을 나퉈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유수 스님의 집전으로 우렁찬 염불이 시작되자, 모니터 속 대중들의 모습이 모두 절하는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정진이 깊어갈 무렵, 유수 스님이 잡고 있던 목탁을 이어받아 스님이 직접 목탁을 들고 기도를 했습니다. 스님의 간절한 목소리가 랜선을 타고 전국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정토회 회원들도 스님과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마치 한 공간에서 함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배 한 배 절을 했습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스님의 목소리에서는 더욱더 간절한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한 시간 동안의 기도를 마치고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해 마음 나누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간절한 목소리를 듣고 울컥했다는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정초기도를 마친 후 스님은 오후 내내 두북 수련원을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했습니다. 오후 1시에는 불사위원회 위원 분들이 찾아와 스님에게 새해 인사를 한 후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오후 3시에는 두북 공동체 대중들과 설음식을 나눠 먹으며 올해 농사 계획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농산물을 수확하는 것뿐만 아니라 농산물을 보관하고 가공하고 유통하는 일까지 어떻게 체계적으로 할 수 있을지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했습니다.

“우리가 지난 2년 동안 농사짓기에만 너무 급급했는데, 올해부터는 보관, 가공, 유통까지 체계를 잘 갖춰나가면 좋겠어요. 농사팀에서 계획을 마련하느라 수고가 많으셨어요.”

계획을 하나씩 마련해가고 있는 농사팀 행자님들을 격려한 후 대화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오후 6시부터는 정토불교대학 교과 개편 준비를 위해 실무준비팀과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과목별 세부 강의안 점검, 교재 제작 방안 등 여러 가지 현안들을 점검했습니다.

내일은 정초기도 2일째를 맞이하여 오전에 법문과 정진을 생방송으로 함께한 후 저녁에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1

0/200

고경희

하기로 한것은 한다. 바르다면

2022-02-13 14:17:04

보탬이 되는 현지

스님의 하늘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

2022-02-12 11:00:42

최다루한

감사합니다

2022-02-07 23: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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