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2.2 온라인 설 명상(회향식), 도문 큰스님 새해 인사
“고생은 나쁜 게 아닙니다. 그 이유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설날 아침, 운동장에 눈이 소복하게 쌓였습니다.

스님은 지난 1월 29일부터 설 연휴인 4박 5일 동안 두북 수련원에 머물며 온라인 설 명상에 참가했습니다. 수련원 방 한 칸에 스님도 방석을 깔고 앉아 노트북을 틀어놓은 채 오롯이 명상에 집중했습니다. 오늘은 설 명상을 마치며 200여 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회향식을 했습니다.

새벽 4시 20분, 수련 기간 중 마지막 40분 간의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마치고 천일결사 기도를 한 후 소감문 작성 시간을 가졌습니다.

7시 20분부터 소감문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각자 자신의 방에서 혼자 노트북 화면만 바라보던 참가자들이 화상회의 방에 모두 모여 서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발표자로 선정된 사람들이 한 명씩 소감문을 낭독했습니다.

소감문 발표를 모두 경청한 후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4박 5일 명상 다들 잘하셨죠? 명상하느라 뉴스를 못 보셨겠지만, 명상 기간 동안 바깥에서는 날씨가 따뜻하긴 했어도 눈이 많이 와서 고향 갈 때와 올라올 때 모두 길이 많이 막히고 혼잡했습니다. 오고 갈 것도 없이 이렇게 가만히 방에 앉아서 자기 마음공부한 것이 큰 복이고 행운이라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삶의 토대를 구축하는 방법

사람과 사람이 만나 부부가 되고 가족을 이루어 같이 살며 서로 협력해서 돈도 벌고 집도 사고 이렇게 모든 것을 갖추며 살아가는 것은 물론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조건들은 영원할 수가 없어요. 만나면 헤어질 수 있고 이루어진 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어떤 일이 생겨도 흔들리지 않는 자세가 필요해요. 어떤 것도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입니다. 삶의 토대가 굳건하려면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아야 해요. 아무것도 안 하고도 아무렇지 않아야 해요.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 않고 아무것도 안 하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경지를 체득한다면 인생에서 어려울 것이 없어집니다. 동물은 자기 혼자 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고 아무 일도 안 해도 아무 문제가 없잖아요. 자연은 그렇습니다.

명상은 혼자 있어도 아무 일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이 연습이 되면 바깥세상에 나가 살아도 됩니다. 돌아올 진지를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과 같이 살다가 마음에 안 들면 혼자 살면 되고, 일하다가 힘들면 그만두고 가만히 있으면 되니까요. 여러분은 ‘가만히 있으면 뭐 먹고사나’ 이렇게 걱정하지만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명상할 때처럼 조금 먹으면 먹는 게 무슨 문제가 되겠으며 이미 가진 옷을 입는데 옷이 무슨 문제가 돼요? 손바닥만 한 방에 살면 되잖아요. 눈 감고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방이 좁은지 큰지가 무슨 문제가 되겠어요?

사람들은 혼자 있으면 외로워하고, 같이 있으면 귀찮아합니다. 갈 데가 없어요. 거품 위에 집을 짓고 살고 있는 거예요. 명상을 하면 ‘혼자 있어도 괜찮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괜찮은’ 삶의 자세를 닦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언제든지 돌아갈 고향이 생긴 거예요. 가만히 있어도 좋고, 나가 살아도 좋아요. 언제든지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 순간도 같은 순간은 없습니다

아까 어떤 분이 한순간도 같은 경우가 없었다고 소감을 발표했습니다. 그것도 좋은 경험이에요. 인생은 한순간도 같은 순간이 없고 되풀이되는 일이 없습니다. 약간 비슷할 뿐이지 다 달라요. 그걸 확연하게 알면 인생의 모든 순간순간이 두 번 다시 경험할 수 없는 일임을 알게 돼요. 시공간의 관계는 순간순간 달라집니다. 같은 공간이라도 시간이 달라지고, 같은 시간이라도 공간이 달라지고, 시공간이 같아도 내 마음이 달라져요. 그런데 우리는 착각을 하고 있죠. 공간이 늘 그대로 있고, 시간도 늘 그대로 있고, 내 마음은 늘 항상(恒常)한 줄 알아요.

좋든 나쁘든, 좋아하든 싫어하든, 쉽든 어렵든 여러분이 만나는 모든 순간은 항상 새로운 경험입니다. 두 번 경험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 사실을 안다면 삶의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게 됩니다. 지나 놓고 보면 그때 좋았던 게 지금 좋은 것도 아니고, 그때 나빴던 게 지금 나쁜 것도 아니에요. 다만 지금 기분이 이러저러할 뿐이죠. 그래서 나에게 닥친 순간순간을 다 소중하게 여기라는 거예요. 지금 나에게 주어진 환경도 사람도 다 순간순간 소중합니다. 한 순간도 반복되는 것은 없어요.

고생이 복이 되는 이유

기독교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해요.

‘고통 속에 하나님의 음성이 들린다.’

사람은 어려움에 처해 봐야 진리 또는 진실을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내가 배고파봐야 배고픈 사람이 이해되고, 내가 외로워봐야 외로운 사람이 이해되고, 내가 어려움에 처해봐야 어려운 사람이 이해되고, 내가 모함을 받아봐야 모함받는 사람이 이해됩니다.

왜 명상할 때 이렇게 깨달음이 많고, 돌아보고 뉘우치는 게 많을까요? 절할 때 참회가 되는 이유는 뭘까요? 왜 정토회에서는 절을 하라고 할까요? 그게 힘들기 때문이에요. 힘들면 돌아보는 힘이 생깁니다. 인간의 머리가 그렇게 되어 있어요. 자기가 힘들면 돌아보는 힘이 생깁니다. 힘들면 처음에는 원망을 해요. ‘그만두겠다’, ‘왜 하라 그랬냐’ 이러지만, 시간이 지나 그 고비를 넘기면 돌아보는 힘이 생기는 거예요. 즉 자각의 힘이 생깁니다. 그래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 이런 말도 있는 거예요.

굳이 일부러 고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핵심은 고생이 나쁜 게 아니라는 거예요. 일부러 고생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이런 말이 있을 정도인데, 이미 생긴 고생을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습니다. 고생을 기꺼이 받아들이라는 뜻이에요. 고생은 나쁜 게 아닙니다.

제가 늘 얘기하잖아요. 힘들면 시간이 길어집니다. 즐거우면 시간이 금방 가버려요. 그래서 1년 동안 고통을 겪은 사람이 얻은 경험은 10년간 즐겁게 지낸 사람의 경험보다 더 소중합니다.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가 더 깊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같은 나이를 가진 사람도 겉모습은 비슷하더라도 똑같은 세월을 산 게 아니에요. 그래서 감옥에 가서 몇 년을 살았거나 고생을 몇 년씩 한 사람들이 지금은 뒤쳐지는 것 같아도 훗날 지도자가 되는 거예요. 어려움을 겪는 동안 엄청난 자각과 통찰력이 생긴 겁니다. 힘들면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에요. 온갖 고생을 하면 시간이 길어지고, 정보도 엄청나게 많아지고, 통찰력도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이건 그 어려움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일 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인생에 고통이 찾아왔을 때 억지로 악을 쓰고 버티면 아까운 시간을 악 쓰는 데 보내버리는 셈이에요. 명상을 할 때도 통증도 느껴보고 망상하는 것도 보고 졸림도 경험하는 가운데 이 모두를 편안하게 경험해야 하는데, 막 악을 쓰다 보내면 괴로움밖에 남는 게 없어요. 그렇다고 포기하고 다리 뻗고 누워 자버리면 정말로 아무것도 남는 게 없습니다.

명절 연휴 5일은 금방 지나갑니다. 그 시간 동안 몸만 비대해지고 가족 간의 갈등만 생기기 십상이에요. 그런데 여러분은 5일 동안 명상을 하면서 돌아보는 힘, 즉 자각이 생겼어요. 명상이 마냥 쉽고 편하면 이런 힘이 안 일어납니다. 그래서 편안하면 편안해서 좋고, 편안해지기까지의 과정에 어려움이 있으면 또 이런 부수입이 생깁니다. 이걸 알면 재앙이 복인 줄을 알게 돼요. 복만 복인 것이 아니라 재앙도 복입니다. 편안한 것만 좋은 게 아니라, 편안함으로 가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편안함 못지않게 소중한 복이 됩니다. 물론 복 같은 것을 구하기 위해 명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후 10분 후에 회향식을 시작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삼귀의와 수행문을 읽은 후 스님에게 회향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명상을 하면 결과도 좋지만 과정에서도 이익이 많다고 강조하며, 이 좋은 법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기를 발원했습니다.

“여러분이 편안한 가운데 아무 할 일 없이 이렇게 호흡만 하고 있는 경지를 유지할 수 있으면, 일상에서도 온갖 욕망과 성질에 휘둘릴 일을 예방할 수 있어요. 일상으로 돌아가면 더 방해꾼들이 많지만 연습을 하면 일상에서도 느낌과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느낌을 놓쳐도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에, 욕망이나 성질에 나도 모르게 휘둘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게 돼요. 놓쳤을 때는 참회를 해야 하지만 가능하면 알아차려서 예방을 해야겠죠.

그러니 명상을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하는 과정에서도 좋고 그것이 쌓이면 결과는 더 좋습니다. 하는 과정은 어렵지만 결과만 좋은 게 아니에요. 하는 과정에서도 몸이 쉬어져서 건강해지고, 정신적으로 긴장도 풀어지고, 부산물로 뉘우침도 일어나니 좋은 거예요. 이것만 해도 충분히 좋지만, 이것이 쌓이면 더 좋은 일이 생겨납니다. 지금은 과거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상처를 치유하는 셈이라면, 이 치유가 끝나면 앞으로 다시는 괴로움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로, 즉 병을 예방하는 쪽으로 가게 됩니다. 그러니 꾸준히 정진하고 꾸준히 연습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공부를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우리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 좋은 법을 알아서 사는 게 힘들지 않고 편안한 경지를 우선 맛보면 좋지 않겠어요? 너무 부처님을 신격화시키고 깨달음을 환상적으로 보지 마세요. 누구나 다 이룰 수 있는 길, 누구나 다 괴롭지 않게 사는 길, 누구나 다 편안하게 사는 길, 사는 것도 힘들지 않고 죽을 때가 돼도 아무 두려움이 없는 길로 모두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이 좋은 법이 사람만이 아니라 생명 가진 모든 존재들에게도 성취되어 나와 같이 편안하여지이다.’

이런 회향의 마음으로 이번 명상을 마치겠습니다.”

10시가 다 되어 사홍서원으로 온라인 설 명상수련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차를 타고 은사 스님이신 도문 큰스님에게 새해 인사를 하기 위해 두북 수련원을 출발했습니다. 오전 11시에 큰스님이 머무시는 중생사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큰스님에게 삼배로 세배를 드렸습니다. 큰스님은 절을 받으며 삼귀의를 염송 했습니다.

“나모땃사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 쌈 붓다싸.
붓당 사라낭 가차미.
담망 사라낭 가차미.
상강 사라낭 가차미.”

스님은 도문 큰스님에게 새해 인사를 했습니다.

“큰스님,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오래도록 저희에게 법을 설해 주십시오.”

“농사지은 채소도 보내주고, 인사도 받고, 제가 너무 빚을 많이 지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큰스님에게 두북 수련원에서 딴 홍시를 선물했습니다.

“제가 법륜 스님에게 아무런 뒷받침을 해준 것도 없고, 학교를 다니게 해 준 것도 없고, 정토법당 지을 때 후원을 해준 것도 없는데, 어찌 이렇게 이 노인을 매번 챙겨주십니까. 은생어해 해생어은(恩生於害 害生於恩)이네요. 그려.”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가 큰스님께 법의 은혜를 무한하게 입었지 않습니까. 건강은 어떠세요?”

“새벽에 일어나면 손발이 굳어져서 움직이질 못하겠어요. 한 삼십 분은 지나야 겨우 몸이 움직여져요. 앞으로는 내가 법륜 스님의 짐이 되는 것 같아요. 이제 나도 몸을 바꿀 때가 되었어요.”

스님은 큰스님이 더 오랫동안 우리들 곁에 있어 주실 것을 당부했습니다.

“아닙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저희들이 큰스님의 당부대로 용성조사님의 유훈을 잘 계승해 나가겠습니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최소한 2025년까지는 꼭 살아 계셔야 해요. 제가 몇 년 전에 어떤 어르신을 돌아가시기 전에 찾아뵙고 인사드린 적이 있는데, 그분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하셨어요.

‘너는 내가 죽으면 문상을 올 거 아니냐. 내가 죽은 뒤에 네가 문상을 온들, 내가 너 온 줄 알겠느냐, 네가 내 어디 간 줄 알겠느냐?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그런 행동을 해서 뭐하냐. 너도 알고 나도 알 때 서로 얼굴을 보는 게 좋지 않으냐.’

그 말씀을 듣고 헤어졌는데 일주일 뒤에 그분이 돌아가셨어요. 그러니 큰스님도 훌쩍 돌아가시지 마시고, 돌아가시기 전에 저희들을 다 불러 주십시오. 지금 대한민국의 국운이 아주 좋아지고 있어요. 용성조사님의 유훈이 하나씩 실현되어 나가는 모습을 다 보시고 돌아가셔야죠. 큰스님이 그냥 돌아가시면 저희가 너무 아쉬워요. 큰스님이 살아 계실 때 용성조사님의 유훈을 다 실현하겠으니 몸만 잘 보존해 주십시오.”

큰스님은 합장으로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큰스님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수행법회 소식은 내일 이어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전체댓글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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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연

정말좋은말씀 감사합니다! 제마음의 번뇌를 깨끗하게 하는 법을 가르쳐 주셔서 진심감사드려요! 저 여동생이 고생을많이 하고살아서 마음이 아팠는데 동생이 스님말씀을
듣고 공부하다보니 마음의여유가 생겨 육체가힘들어도 마음은 항상 부자인듯 그때 주어진모든것을 받아들이는법을아는 사람이 돼 있었어요! 스님! 감사드려요!

2022-06-11 11:53:57

유화덕

감사합니다. 스승님 ~~
늘 건강 하세요~~

2022-03-05 22:30:56

백민영

스님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성불 하겠습니다.

2022-02-18 06: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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