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16 산 윗밭 주변 정리, 일요명상
“명상을 하면 삶에 대한 열정을 잃게 될까 봐 걱정돼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산 윗밭 주변을 정비하기로 한 날입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스님은 아침 일찍부터 정토불교대학 강의 계획을 점검했습니다.

강의계획안 점검을 마치고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렸다가 산 윗밭으로 향했습니다. 두 팀으로 나누어서 한 팀은 산 아래에 살고 있는 동네 어르신 댁에 가서 소똥 거름을 내는 일과 창고 안 물품들을 정리하는 일을 하고, 한 팀은 산 윗밭에 올라가서 주변에 우거진 나무들을 정리하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산 아래에 동네 어르신 댁에 가보았습니다. 벌써 거사님들이 도착해서 포클레인으로 소똥 거름을 퍼서 트럭에 싣고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창고 안에 산적한 물품들을 정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아침 일찍 오셨네요. 감사합니다.”

수고하는 거사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오전 9시에 산 윗밭에 올라갔습니다.

향존 법사님을 비롯해 마산과 경주에서 힘 좀 쓰는 거사님 일곱 분이 하루 종일 일손을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거사님들은 작년에 두북 수련원 운동장에 있는 큰 나무들과 죽림정사에 있는 큰 나무들을 가지치기할 때도 큰 역할을 해주신 분들입니다.


“여기에 잡목이 많이 우거져 있는데 모두 걷어내고 과일나무를 심으려고 해요. 거사님들이 워낙 일을 잘하시니까 일찍 끝날 겁니다.”

“하루 종일 작업해도 안 끝날 것 같은데요.” (웃음)

스님이 일감을 안내하자 거사님들은 곧바로 톱과 낫을 들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산 위로 찬바람이 쌩쌩 불었지만 모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에 호빵을 참으로 먹었습니다. 작업은 고되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나무를 휘감고 있는 칡넝쿨을 힘껏 잡아당겨 낫으로 베어낸 후 무성한 가지들을 가지치기했습니다.


“가지를 치니까 시야가 확 트였어요. 거사님들 솜씨가 참 좋네요.”

점심 식사를 하고 나서 오후에도 작업을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산 속이라 해가 일찍 진다고 해서 오후 3시 30분까지 작업을 끝내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했습니다.

다행히 해가 넘어가기 전에 주변을 깨끗이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수고했어요. 고맙습니다. 봄에 과일나무 심을 때 또 부를 테니까 와주세요.” (웃음)

봄이 되면 과일나무에 새싹이 돋을 것을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푸근해졌습니다.

산을 내려온 거사님들은 두북 수련원 운동장에 모여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스님과 함께 작업을 하니까 쉴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오랜만에 땀을 흘리니까 재미있었습니다.” (웃음)

거사님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 8시 30분부터는 일요명상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93번째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북한에서 들려오는 슬픈 소식과 반가운 소식을 함께 알려주었습니다.

북한 인도적 지원이 하루속히 재개되기를

“북한은 코로나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한 이후로 많은 주민들이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작지만 좋은 소식은 2년 만에 처음으로 오늘 북한에서 긴급물자를 싣고 가기 위해 중국으로 기차를 보냈다고 합니다. 이렇게 조금이나마 국경을 열어서 부족한 식량이나 약품, 생필품들이 공급되어 주민들의 생활이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적으로 서로 다른 입장 때문에 대립한다고 하더라도 굶주리거나 병든, 또는 추위에 떠는 사람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어떤 조건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렵게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이 하루속히 재개되기 바랍니다.”

이어서 지난주에 외국인이 영어로 올린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두 명이 질문을 올렸는데, 그중 한 명은 명상을 하게 되면 삶에 대한 열정을 잃고 무관심하게 될까 봐 걱정이 된다며 어떤 관점을 갖고 명상을 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명상을 하면 삶에 대한 열정을 잃게 될까 봐 걱정돼요

"명상을 통해서 현실을 직시하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때때로 제가 삶에 대한 열정을 잃고 무관심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명상을 하면서 어떻게 감정의 균형을 잡고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삶에 대한 열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I appreciate that part of meditation practice is to face reality and accept situations as they are, even if they are not a deal. Sometimes I feel that this leads me to lose my passion for life and to become apathetic. Is it possible while doing meditation practice to balance these feelings and accept reality but still maintain my passion for life?)

“명상을 하면 왜 삶에 대한 열정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지 의아합니다. 정말 명상을 했기 때문에 열정이 떨어진 것인지, 그게 아니라 질문자가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인지, 질문 내용만 듣고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질문자가 명상을 하다 보면 열정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런데 명상을 한다고 해서 삶에 열정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이 흥분되지 않고 차분한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좋습니다. 질문자가 말하는 삶의 열정이 흥분된 마음을 뜻한다면 그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요?

예를 들어 상대가 도움이 필요 없다고 하는데 내가 열정적으로 돕는다면, 그 열정이 나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상대에게는 좋은 것이 아니에요. 질문자가 말하는 그 열정이 과연 좋은 것인지, 또 무엇을 위해서 열정적인지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괴로워하는 중생들이 그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45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전법을 행한 부처님보다 더 열정적인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그 옛날 이 좋은 법을 전 세계로 전파하기 위해서 인도를 떠나 중국이나 한국까지 온 스님들보다 더 열정적인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진정한 열정이란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일을 쉬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명상을 하면 정말 열정이 식을까요? 사실이 어떠한지 한 번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만약 열정이 식었다면 그 열정은 우리 인생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열정일지도 모릅니다.”

이 외에 한 명의 질문에 더 답변을 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자세를 바로 합니다. 몸과 마음의 긴장을 모두 풉니다. 아무 할 일도 없고, 아무 바라는 것도 없이 편안한 가운데 한가한 마음으로 임합니다. 아무 할 일이 없기에 동작도 멈추고 생각도 멈춥니다.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생각이 일어난다면 그것에 대해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않습니다. 저 밖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고, 이 순간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것에만 관심을 둡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시작한 후 30분 간 명상을 해보았습니다.

명상을 마치고 나자 참가자들이 실시간 댓글창에 소감을 올렸습니다. 스님이 직접 한 명 한 명의 소감을 읽어 주었습니다. 밤 10시가 다 되어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하루 종일 산속에서 작업을 한 스님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오전과 저녁에 전법활동가 법회를 생방송하고, 오후에는 정토회 기획위원회 회의와 정토불교대학 준비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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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숙

거사님들 애쓰셨네요
과일나무 꽃이 그립습니다

2022-01-22 09:38:44

이관용

나는 어디서 어떻게 자라왔는가를 생각하면 앞으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2022-01-21 13:03:33

핑크

저도 들뜨고, 쐐~한 상태가 기분 좋음이고, 열정적인 것인줄 착각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항상 지속되지 않아서, 난 감정의 기복이 심해, 끈기가 없어 하면서 자책하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했는데요.
법륜스님을 따라 잘은 못하지만, 수행의 끈을 이어가다 보니, 이제는 스님의 말씀이 이해가 됩니다.
꾸준히 하는 힘도 조금씩 늘고 있구요. 감사합니다. 스님.

2022-01-21 11: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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