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11. 무청 시래기 보관, 정토불교대학 준비 회의
“직장 상사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트라우마가 생겼어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해가 뜨자마자 스님은 처마 밑에 말려 둔 무청 시래기를 걷었습니다. 지난 초겨울에 김장을 할 때 무를 수확한 후 무청을 모두 잘라내어 바람이 잘 통하는 처마 밑에 걸어 두었습니다.

“시래기가 잘 말랐네요. 이걸 전부 걷어서 비닐에 보관을 하려고 해요. 2인 1조가 되어서 시래기를 담읍시다.”

행자님 세 명이 스님과 함께 했습니다. 한 명은 빨래 줄에 걸린 시래기를 걷고, 한 명은 걷은 시래기를 비닐에 넣었습니다.




아침 기온이 갑자기 영하로 뚝 떨어지면서 손발이 시렸습니다.

“너무 춥네요. 빨리 끝냅시다.”

바람이 쌩쌩 불고 점점 더 추워질수록 일하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잘 마른 시래기는 조금만 잘못 거드려도 잎사귀가 부스러졌습니다.

“최대한 부스러지지 않도록 조심히 해요.”

스님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자 행자님들도 조심히 줄에 걸린 시래기를 뽑아서 비닐에 담았습니다.

“네 명이서 하니까 금방 끝나네요.”

시래기를 모두 걷어 내고 나니 대형 비닐로 다섯 봉지가 나왔습니다.

“수고했어요. 불교대학 강의 계획을 짜고 있는데 거의 다 끝나가요. 좀 있다가 봅시다.”

울력을 마치고 스님은 정토불교대학 강의 계획안을 마련하는 일을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어제저녁부터 시작해서 밤을 새운 끝에 강의 계획안이 거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해가 산 너머로 저물어갈 무렵, 오후 4시부터 정토불교대학 준비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12월부터 오늘까지 공동체 법사단이 중심이 되어 10회에 걸쳐 강의 준비 회의를 진행해 왔습니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끝에 마지막으로 스님이 최종안을 제안했습니다.

“여러분들이 그동안 논의한 내용을 지켜보면서 저도 어떻게 갈래를 잡아야 할지 늘 생각 중이었습니다. 특히 불교 교리를 가르치는 부분이 학생들에게 너무 어렵다는 평가가 많아서 고민 끝에 불교 교리 과목을 없애고 그 내용을 모두 실천적 불교사상 과목 안에 녹여내었습니다. 그래도 불교대학인데 불교 교리를 전혀 가르치지 않기도 어렵고, 또 불교 교리를 가르치면 너무 지식적으로 흘러가는 위험이 많습니다.

그래서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주제로 강의를 하면서 그 속에 불교 교리를 담았습니다. 부처님도 처음부터 교리를 말씀하신 게 아니에요. 괴로움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는가에 대해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을 후대에 제자들이 정리한 것이 불교 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사항들을 고려해서 입학식과 졸업식을 제외하고 총 37회에 해당하는 강의 계획을 잡아 보았습니다.”

스님이 제안한 강의 계획안에 대해 공동체 법사단 모두가 만족해 했습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조금 더 보완하면 좋겠다 싶은 부분들에 대해서만 토론을 더 해보았습니다.

“내일 오전 회의에 실무준비팀 전체가 다 참석하도록 해서 실무적으로도 문제가 없겠는지 한 번 더 검토해 봅시다.”

몇 가지 쟁점 사항을 도출한 후 저녁 6시가 다 되어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에는 정토불교대학 강의 계획안을 더 꼼꼼하게 검토하고, 원고 교정을 본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금요 즉문즉설에서 있었던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직장 상사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트라우마가 생겼어요

“20대 초반에 여직원이 많은 대기업에 입사했습니다. 직장에서 만난 선배가 텃세를 부리고 저만 부당하게 대해서 퇴직을 하고 우울증에 빠졌어요. 그때 우울증과 공황장애도 겪었는데 최근에 잘 극복했습니다. 얼마 전 이직한 회사에서 만난 여선배도 일을 완벽하게 하길 바라는 성향이 있습니다. 일을 하다가 제가 너무 압박감이 심해서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상담을 받았습니다. 지난 대기업에서의 경험이 트라우마가 된 것 같아요. 회사를 가려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서워서 얼마 전부터 불안장애를 완화하는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공황장애도 극복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강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깨달음의장도 다녀왔고 현재는 불교대학도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마음공부가 매우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즉문즉설도 5~6년째 꾸준히 듣고 있어요. 또 제가 신경이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잘 받는 성향인 걸 알기 때문에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단순노동 위주로 일을 하고 3년 근속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회사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압박감을 느낄 때마다 좌절감에 빠지는데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할까요?

다른 질문이 하나 더 있는데요. 제가 지금은 몸이 매우 건강해졌는데, 어렸을 때 몸이 좀 아팠습니다. 아팠던 부위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지면 불안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불안한 마음도 어떻게 극복하고 기도해야 할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치료의 세 가지 종류

“치료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 ‘완치’를 위한 치료입니다. 완전히 병이 낫고 몸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기 위한 치료입니다. 둘째,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병이 더 악화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치료입니다. 대표적으로 암을 이렇게 치료하는 경우가 많아요. 셋째, 병이 악화되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 치료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치료를 받고 있는데 병이 점점 악화되면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치료를 받지 않으면 5개월 만에 사망할 사람을 치료를 해서 1년이나 2년을 더 살 수 있도록 병의 속도를 늦춰주는 것도 치료예요. 그런데 우리는 치료라고 하면 병이 완치되는 것만 치료라고 잘못 생각합니다.

질문자는 어릴 때 몸이 아팠기 때문에, 직장에서 선배가 부당하게 대우했기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어릴 때나 직장에서나 같은 문제예요. 질문자에게 심리적으로 약한 고리가 있기 때문에 상처를 받은 겁니다.

그런데 마음 작용은 육체적인 작용도 동반합니다.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육체적으로도 어떤 물질이 작용해요. 육체적으로 그 물질이 작용하는 사람은 상처를 쉽게 입을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나면 반드시 몸에서도 화가 나도록 하는 어떤 물질이 분비돼요. 그 물질이 과하게 생성되는 사람은 특별한 자극을 주지 않아도 화가 잘 나는 겁니다. 이런 체질을 갖게 된 원인이 유전적인 이유인지, 태중에서 어머니로부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 어릴 때 받은 상처 때문인지, 정확한 원인은 전문의가 분석을 해봐야 알 수 있어요.

발병을 할 때는 원래 정신적, 육체적으로 병에 걸리기 쉬운 체질을 갖고 있었는데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된 것뿐입니다. 사춘기 때 왕따를 당했을 때 발병하는 사람도 있고, 연애하다가 헤어졌을 때 발병하는 사람도 있고, 결혼해서 남편과 싸우다가 발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질문자처럼 회사에서 직장 선배와 갈등하다가 발병할 수도 있어요. 정신적으로 건강한데 갑자기 병이 생기는 경우는 드뭅니다. 약한 부분이 상황이 편안하면 발병을 안 하다가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하면 발병을 하는 거예요.

코로나19바이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같은 방에 있어도 그와 가까이 있어도 감염되지 않는 사람이 있고,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도 감염되는 사람이 있잖아요. 면역력이 약하면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도 쉽게 감염이 되고 면역력이 강하면 바로 옆에서 밥을 먹어도 감염이 안 됩니다. 육체적인 병이든, 정신적인 병이든 내가 면역력이 약해도 병균과 접촉을 안 하면 전염이 되지 않고, 내가 면역력이 강하면 병균이 있다 하더라도 전염이 안 됩니다. 전염이 되더라도 가볍게 앓고 넘어가는 정도예요. 그러므로 직장상사 때문에 내가 공황장애를 겪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질문자에게 약한 고리가 있고, 이 약한 고리는 이미 내 것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유념해야 해요. 이것은 질문자가 안고 살아야 하는 겁니다. 병이 날 위험이 높은 상황을 피하면서 살면 돼요. 하지만 내가 약한 고리와 약한 체질을 가진 것은 질문자가 하느님을 탓하거나 부모를 탓하거나 사주팔자를 탓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질문자는 자신이 심리적, 육체적으로 약한 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 인생을 설계해야 해요. 그러니까 정상인처럼 자신을 단련시킨다고 생각하지 말고 보통 상황은 이겨낼 수 있도록 단련시키겠다고 생각해야 해요. 질문자에게 약한 고리가 있으니까 병이 생길 만한 갈등 상황은 가능하면 피하는 방향으로 살 수도 있습니다. 얼굴이 마음에 안 들면 성형을 해서 일부 바꿀 수 있지만, 키는 작아도 작은 대로 살아야 하잖아요. 현대의학으로 심리적, 육체적으로 약한 부분을 모두 개선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체질은 자신이 안고 살아야 합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수행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는 것은 보통 노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강력한 각오와 신심으로 거의 한번 죽었다가 태어나야 가능해요. 그러나 꼭 고치는 것만 수행은 아니에요. 자신의 체질을 알고 적응하는 것도 수행입니다. 질문자는 먼저 자신이 사람들과 관계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민감하게 반응하는 체질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해요. 그리고 갈등을 피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체질이다. 어릴 때는 육체적인 질병을 경험했지만 약간 면역력이 생겨서 그때보다 지금은 조금 더 잘 이겨낼 수 있다. 또 20대 때 직장에서 선배와 갈등을 겪었을 때는 공황장애가 와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 면역력이 어느 정도 생겼기 때문에 그 정도 사건은 내가 이제 이겨낼 수 있으므로 한 번 도전해볼 수 있다.’

과거에 받은 상처가 덧나서 현재 내 삶에 장애가 되는 것은 트라우마입니다. 그런데 과거와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되어도 이제는 이겨내는 힘이 생겼다면 과거에 상처가 오히려 나에게 경험이 되었다는 증거입니다. 질문자는 과거의 상처를 경험으로 쌓는 자세가 필요해요.

‘옛날처럼 또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지?’

이렇게 생각하면 두려움이 생깁니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그때는 내가 처음 겪는 일이라서 앓아누웠어. 이제는 한 번 경험했으니까 조금 힘들긴 해도 앓아누울 정도는 아닐 거야. 설령 앓아눕더라도 예전처럼 또 치료받으면 되지!’

이렇게 자신을 격려하는 자세로 인생을 살아보면 좋겠어요. 그러나 체질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또 넘어질 수는 있어요. 그럴 때는 전에도 치료받아서 나았듯이 또 치료받으면 된다는 관점을 고수하면 됩니다. 코로나19바이러스도 사람들이 처음에는 굉장히 두려워했는데 지금은 두려움이 많이 적어졌잖아요. 백신을 맞으면 중증으로 악화될 확률도 낮아지고 치료약도 개발되었으니까요. 앞으로도 계속 조심은 해야 하지만 치사율이 매우 낮아졌으니까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진 거예요.

그처럼 자신의 병에 대해서도 유의는 하되 불안해하지 않는 관점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남 탓하지 말고 자신이 체질적으로 약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해요. 보통 직장에서 상사가 텃세를 부리고 갈등이 생기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질문자가 약하기 때문에 적응이 잘 안 돼서 상처를 받은 거예요. 이제 한 번 넘어져서 항체가 생겼으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보세요. 그러다가 병이 조금 심해지면 바로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고 약을 먹으면 됩니다. 그러면서 옛날에도 이겨냈는데 이번에도 이겨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아무 문제없습니다. 전에도 이겨냈습니다. 이번에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기도를 한다면 이런 마음으로 해보세요."

“네. 스님. 저의 약한 부분을 인정하니까 조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 조언해주신 저의 약한 부분을 받아들이고 단련시키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도 감사했지만, 살면서 벼랑 끝에 설 때마다 스님의 말씀이 대단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스님을 너무 존경하고 앞으로도 계속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정토불교대학 강의 준비를 위한 실무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수행법회를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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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감사합니다

2022-01-16 17:26:18

ㅋㅋ

스님 건강하세요

2022-01-16 14:40:34

최은영

고치는 것만이 수행이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바탕위에 적응해 가는 것도 수행이라는 말씀이 깊이 새겨지빈다.

2022-01-16 07: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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