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2.14~15 정초법회, 일요명상
“새해에는 이런 다짐을 해 보세요.”

안녕하세요. 아침에 온라인 설 명상수련 회향식을 마친 후 곧이어 10시부터는 정초법회가 온라인 생방송으로 진행되었습니다.

2월 14일

온라인으로 모든 행사가 진행되다 보니 이동할 필요가 없이 30분만 휴식하고 곧바로 정초법회가 열렸습니다.

스님은 먼저 설 명절에 고향을 방문하지 못한 대중들의 섭섭한 마음을 공감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설 명절에 잘 쉬셨어요?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때문에 자식들은 부모님을 방문하지 못해서 고향에 가지 못하고, 또 부모님은 설에라도 자녀들이 와서 얼굴도 보고 세배도 받고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섭섭한 명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문제는 명절에 가족이 만나지 못해 섭섭한 문제를 넘어서서 우리의 삶에 많은 충격과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우리가 명절 때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고 가족이 모이지 못하는 것은 그렇게 큰 어려움은 아닙니다. 이렇게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셨으면 합니다.”

이어서 정초 기도를 하는 이유와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특히 새해에 수행자는 어떤 다짐을 해야 하는지 강조했습니다.

“오늘은 음력 정월 초사흘입니다. 오늘부터 3일 동안 정토회에서는 새해를 맞이하여 정초 기도를 하게 됩니다. 마침 오늘이 휴일인 덕분에 주간반과 야간반을 구분할 것 없이 다 함께 기도할 수 있게 되었네요. (웃음)

시작이 절반이 되는 이유

옛날에 ‘시작이 반이다’ 이런 말이 있죠. 왜 시작이 반일까요? 우리는 밖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기가 쉽습니다.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시작한 후 끝날 때까지이지만, 사실 그 시작을 하기 위해서 그 만큼의 준비 기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준비를 얼마나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어요. 준비 기간까지 생각하면 이미 시작했다는 것은 전체 중에 절반이 이루어진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건물을 하나 지을 때도 기공식을 하고부터 완공이 될 때까지의 과정만 생각하기 쉬운데, 기공식을 하기 전에 건물을 짓겠다고 마음을 내고 돈을 모아서 설계하고 준비하는 기간이 사실은 건물을 지는 기간만큼이나 많은 노력과 정성이 들어갑니다. 어떤 일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다’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서양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그때부터 나이 계산을 하는데,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머니 뱃속에서 이미 시작했다고 보기 때문에 잉태할 때부터 나이를 계산합니다. 서양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중요시하지만 우리는 눈에 보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떠나서 언제 출발했느냐를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나이 계산이 잘못된 게 아니라 우리가 제대로 계산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 해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해를 맞는 첫출발을 할 때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으면 한 해를 원만하게 잘 보내게 되지만, 시작할 때부터 준비 부족으로 허둥대면 계속 일을 그르치게 됩니다.

하루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토행자들은 짜증내고 화내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정진부터 하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러면 하루를 원만하게 잘 보낼 수 있게 됩니다.

그처럼 한 해를 시작할 때도 최소한 일주일 정도 정진을 해야 해요. 정토회에서도 초창기에는 새해에 일주일 동안 정진을 했는데, 그 기간이 점점 줄어들어서 지금은 3일 동안 정진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기간이 줄어들긴 했지만 최소한 3일은 정진을 해야 해요. 그래야 준비된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새해에는 이런 다짐을 해 보세요

이렇게 한 해를 시작하면 앞으로 여러 가지 장애가 생겨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정초기도는 ‘올 한 해도 아무런 장애 없이 무사하게 잘 보내게 해 주세요’, ‘돈 많이 벌게 해 주세요’, ‘복 받게 해 주세요’ 이런 게 아닙니다. 한 해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정초기도이기 때문에 적어도 정토행자라면 이런 다짐을 해보면 좋겠어요.

‘올해는 경계에 덜 휘둘려야겠다.’
‘남의 말이나 행동에 끄달려서 시비하고 분별하고 화내고 짜증 내는 일을 줄여야겠다.’
‘상대는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다만 ‘그렇구나’ 하고 바라보는 힘을 키워야겠다.’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사는데 너무 욕심을 내서 목매고 사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겠다.’
‘명품에 너무 집착을 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겠다.’
‘사치와 향락을 일삼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겠다.’
'자녀와 남편, 아내, 타인에게 간섭하는 것을 줄여야겠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내 마음에 든다’, ‘내 마음에 안 든다’ 하면서 가족들에게 너무 간섭을 합니다. 올해는 가능하면 간섭을 하지 않도록 해봅니다. 냉담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는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겁니다. 생각날 때마다 일일이 간섭하고 잔소리하는 것은 피해야 해요. 자꾸 간섭하고 잔소리하면 아이들이 마음속에 화가 쌓여서 나중에 폭발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간섭을 하지 않도록 하고, 오히려 물어봐도 ‘아이고, 엄마가 뭘 알겠니?’ 이렇게 사양을 하세요. 외면하라는 게 아니라 아이가 두 번 세 번 물으면 그때서야 ‘아이고, 그래. 엄마 생각은 이렇다’라고 얘기해 주는 그런 삶을 한번 살아 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너무 목매는 것을 올해는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10년을 더 살지, 20년을 더 살지, 30년을 더 살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그때 죽는 순간에 돌아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세월이 다 지나간 것 같아요. 지금 정토회도 온라인으로 재편을 하느라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잠깐 사이에 일어난 일 같을 겁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순간순간에 자꾸 집착하게 돼요. 음식 먹을 때는 입맛에 집착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순간순간에 목을 매달고 집착합니다. 그러나 지나 놓고 보면 사실 별거 아니에요.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 입어도 그만 안 입어도 그만, 만나도 그만 안 만나도 그만입니다. 무기력하게 살라는 뜻이 아니라 목표를 세우고 노력을 하지만 거기에 너무 집착해서 화내고, 짜증내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며 살 만한 가치는 없다는 뜻이에요.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이런 것을 알아서 순간순간의 감정이나 욕망에 사로잡히기보다 한 발 떨어져서 보는 연습을 올해는 좀 했으면 합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갈 때 입시에 떨어져서 한 해 재수한 것이 엄청나게 늦은 것 같고 손해인 것 같지만, 인생을 길게 살아 보면 대학을 한 해 먼저 들어가나, 한 해 후에 들어가나, 아무 차이가 없어요. 그런 것보다는 친구간에 의리 있고, 부부간에 화목하고, 아이들에게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옷 잘 입히고, 신발 잘 사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을 엄청 중요하다고 여기고 시간 낭비를 합니다.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어요.

목매었던 것들이 지나 놓고 보면 모두 허망해 보이기 때문에 ‘인생을 허비했다’ 하면서 후회하게 되는 겁니다. 올해는 조금 차분하게,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욕심에 끄달리지 않고 살아보면 어떨까요? 몸은 바쁘더라도 마음의 한가함을 유지해 봤으면 합니다.

앞으로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직장을 조기 은퇴하게 될 수도 있고, 젊은이는 취직이 안 될 수도 있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될 수도 있고, 수입이 조금 줄어들 수도 있고, 가게가 안 될 수도 있고, 많은 변화가 일어날 거예요. 정토회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법당을 모두 닫게 되었지만, 코로나 사태가 끝났다고 해서 다시 법당을 열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모든 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전환해 버렸으니까요. 그것처럼 코로나 사태 때문에 어떤 직업이 없어졌다고 해서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모두 예전처럼 복귀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볼 때는 삶의 방식이 바뀌어버렸기 때문에 예전의 절반도 복귀가 안 될 겁니다.

지금 닥친 일만 보면 큰일이 일어난 것 같지만, 지나 놓고 보면 이 상황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때도 있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너무 근심 걱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목을 매고 살기 때문입니다. 더 좋은 커피, 더 좋은 술, 더 좋은 차, 더 좋은 옷, 더 좋은 집에 자꾸 집착을 하니까 200만 원, 500만 원, 1000만 원 갖고도 만족이 안 되는 거예요.

부처님이 살아간 삶을 기준으로 다시 살펴보기

그러나 2500년 전에 부처님께서 이미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모든 것을 다 털어버리고, 잠은 나무 밑에서 자고, 밥은 얻어먹고, 옷은 주워 입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온갖 것을 다 누리고 사는 왕들보다 더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부처님처럼 가진 것을 다 버릴 필요는 없어요. 집착을 내려놓으면 지금 이대로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겁니다. 내가 편안해지면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기여를 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게 됩니다. 올해는 여러분들이 그런 연습을 좀 하셨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게 재산 얼마 물려주는 것보다 애틋한 추억을 남겨 주는 것에 더 신경을 썼으면 해요. 아내한테 명품을 선물하는 것보다 짜증 한번 덜 내고, 설거지 한 번 더 해주고, 등이라도 한 번 두드려 주는 것이 더 의미 있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보물이 됩니다.

이런 도리를 알면 편안한 마음으로 유익한 활동을 하면서 의미 있게 인생을 살 수 있어요. 일부러 아프거나 늙을 필요는 없지만, 늙어도 걱정 없고, 아파도 걱정 없고, 혼자 살아도 걱정 없고, 같이 살아도 걱정 없는 그런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이런 좋은 법을 일러 주신 부처님을 생각하면 저절로 찬탄이 나옵니다. 다른 법을 안 만나고 이 좋은 법을 만난 것에 대한 기쁨이 생기고, 수행자라는 것이 자랑스러워집니다.

올해는 수행자답게 살아봅시다. 그렇게 안 되면 또 안 되는 대로 연습을 자꾸 해나가면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정초 기도를 하는 거예요.”

이어서 300배 정진을 하기 때문에 30분만 법문을 하고 법상을 내려왔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은 각자의 방에서 방석을 펴고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다 함께 300배 정진을 했습니다. 정진이 끝나고 마음 나누기 안내가 나간 후 정초법회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오후에는 잠시 시간을 내어 문경새재 인근 계곡을 산책했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원고 교정과 여러 업무들을 처리한 후 저녁 8시 30분에 생방송 카메라 앞에 다시 앉았습니다.

45번째 온라인 일요명상

코로나 사태 이후 45번째 맞이하는 온라인 일요명상 시간입니다. 문경 수련원에는 비가 계속 내리는 가운데 오늘도 외국인 수행자들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3천여 명의 대중이 생방송에 접속해 일요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지난주에 외국인이 영어로 올린 3개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후 명상에 들어갔습니다.

“자세를 바로 합니다. 허리를 반듯이 펴고, 가부좌를 하고, 고개를 반듯이 들고,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은 뒤 눈을 지그시 감습니다.

몸과 마음에 긴장이 있다면 긴장을 풉니다. 잘하려고 애쓰지도 말고, 안 된다고 포기하지도 말고, 그냥 ‘다만 한다’ 이런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한가롭고 편안하게 가집니다. 그리고 마음을 콧구멍 끝에 집중합니다. 관심을 콧구멍 끝에 두면 호흡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숨이 들어오기도 하고, 나가가도 합니다. 숨이 거칠기도 하고, 고요하기도 하고, 규칙적일 때도 있고, 불규칙 적일 때도 있습니다. 다만 그런 상태라는 것을 알 뿐입니다. 의도적으로 호흡하면 힘이 들기 때문에 호흡하고 있는 대로 그냥 두고 그 상태를 내가 알아차릴 뿐입니다.”

허공을 가르는 죽비 소리와 함께 고요와 집중의 시간이 흐릅니다.

탁, 탁, 탁!

오늘은 40분 간 명상을 했습니다.

명상이 끝나고 스님이 소감을 물었습니다.

“오늘은 명상이 어땠는지 소감을 올려 주세요.”

소감이 올라오는 동안 스님은 온라인 주말 명상 프로그램과 정토불교대학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온라인 주말 명상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참여하고 싶픈 분들은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일요명상에서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명상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시면 불교의 근본 교설이라는 과목에서 명상의 원리에 대해 자세히 공부할 수 있습니다. 아직 정토불교대학을 다녀오지 않은 분들은 이번 3월에 시작하는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해서 공부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수십 개의 소감이 쏜살같이 채팅창에 올라왔습니다.

“호흡과 망상이 수 없이 오고 갔으나 그래도 꾸준히 호흡으로 돌아왔습니다.”
“I undulated t he countlessly between the breath and distractions but ultimately I came back to the breath.”

“몸의 위치가 안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I started not actually sensing the position of my body.”

“등에 땀이 났고, 두 손에도 땀이 났고, 온몸이 뜨거웠습니다.”
“I was sweating along my back in my hands and my whole body was a little hot.”

“몸에서 일어나는 통증이 느껴짐과 동시에 몸에 힘이 들어감을 알아차렸습니다.”
“I felt pain throughout my body and immediately realized that I was tensing up.”

“다리가 저린 것을 참아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It's hard to endure through the pain in my legs.”

“내가 정말 많은 망상을 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렸습니다.”
“I realized I was truly kind of distracted looking at all the different thoughts going through my head.”

여러 명의 소감을 스님이 직접 읽어준 후 간단히 피드백을 하고 방송을 마쳤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하고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스님은 영어 통역을 해 준 국제국 활동가들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나눈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2월 15일

다시 날이 밝았습니다. 해가 뜨자마자 스님은 문경 수련원을 출발하여 봉화 수련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봉화 수련원을 둘러보고 주위에 있는 현동골 고선계곡을 산책한 후 두북 수련원으로 출발했습니다. 내일은 농사일과 재활용 유통 업무를 맡고 있는 활동가들과 올해 사업 계획에 대해 의논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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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상대의 생각 아 그렇쿠나 하는 마음과
몸은 바쁘지만 마음은 한가롭게
수행자답게 사는 연습이어갑나다. 감사합니다.

2021-03-07 07:36:28

서정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알면서도 자꾸만 행동하지 못해
마음이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잘하려 애쓰지도 말고 안된다고 포기하지 않고
그냥 한다"
올해는 망상을 내려 놓고 마음이 편안한 한해 만들어보겠습니다🙏🏻

2021-03-04 22:31:48

실상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며 에너지쓰지 않나 돌아봅니다. 올해는 상대가 다름을 살아 나를 고집하지 않고 웃으며 부드럽게 말하고, 느긋하게. 그러나 꾸준히 해보겠습니다.

2021-02-22 06: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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