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0.18~19 온라인 일요명상, 니와노 평화상 수상 연설 녹화
“집착할 것이 없다는 것을 깨우치려면”

안녕하세요. 의료인을 위한 온라인 즉문즉설 강연을 마친 후 스님은 저녁 8시 30분에 다시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28번째 맞이하는 온라인 명상수련입니다.

3천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한국의 가을 날씨와 하루 일과를 소개하면서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은 지금 가을이 나날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하늘이 높고 푸르고 맑습니다. 저는 오늘 추수를 했습니다. 벼를 베고 탈곡을 했어요. 제가 어릴 때는 낫으로 일일이 다 베어서 탈곡기에 넣어 탈곡을 했는데 요즘은 컴바인을 사용해서 기계로 추수를 다 해버립니다. 제가 매일 줍는 밤은 이제 거의 끝나 가고 있고, 이제 감을 따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날씨와 하루 일과를 소개하면서 명상을 시작하겠습니다.”

지난주에 방송을 마치면서 두 명의 질문자가 영어로 질문을 올렸습니다. 그중 한 명은 집착할 것이 없다는 것을 제대로 깨달을 수 있는 방법을 질문했습니다.

집착할 것이 없다는 것을 제대로 깨우칠 수 있는 방법은?

“부정적인 감정이나 기억을 놓아버리면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하지만 놓아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또 집착하기도 합니다. 다만 알아차리는 것 외에 부정적인 감정과 기억에 집착할 바가 없다는 것을 제대로 깨우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제가 아직 그런 것들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에 그럴까요?

“자, 여기 금덩어리가 하나 있습니다. 이 금덩어리를 보고 이렇게 생각해 본다고 합시다.

‘이것은 금이 아니라 돌이다. 집착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뒷산에 묻어 버렸어요. 그리고 이렇게 다짐합니다.

‘여기에 묻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않고 잊어버릴 거야!’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의식에서 아무리 ‘이건 가치 없는 거야’라고 생각해도 마음속 깊이 ‘금’이라는 생각이 딱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옳다’라는 생각도 마찬가지예요. 머리로 ‘옳고 그름은 없어, 서로 다를 뿐이야,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어.’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속 깊이 ‘아니야. 내가 옳아!’라는 생각이 확고합니다. 그래서 내가 옳다는 생각이 놓이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이 금덩어리를 칼로 싹 긁어 봤더니 진짜 금이 아니고 도금한 거였어요. 겉만 금이지 가짜라는 걸 알게 된 거예요. 그러면 버리려고 안 해도 저절로 버려지고, 잊어버리려고 안 해도 저절로 잊혀집니다. ‘가짜네!’라고 알 때, 마음 깊숙이 무의식 세계에서도 가짜라는 사실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진실을 꿰뚫어 보면 놓으려야 놓을 것이 없어요. 저절로 놓아집니다. 이것을 철학적으로는 공(空), 근본 불교에서는 무아(無我, anatta)라고 합니다. 내가 집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은 실체가 없다는 걸 알면 저절로 놓아져요. 집착할 때는 놓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모든 것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집착할 바가 없는 거예요. 본질을 알면 집착하려야 집착할 것이 없어집니다.

맛은 좋지만 건강에 나쁜 음식을 보고 ‘건강에 나쁘니까 안 먹어야지’ 해도 늘 ‘그거 좀 먹는다고 어떻게 될까?’ 하는 미련이 있잖아요. 그런데 누가 ‘그 음식에 독이 들어서 먹으면 죽는다’라고 하면 먹고 싶은 마음이 딱 끊어져 버립니다. 누가 그걸 먹고 내 눈앞에서 죽는 걸 보면 먹고 싶은 마음이 완전히 끊어져 버려요. 생각으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경험하는 것은 이렇게 다릅니다.

정신분석학적으로 생각은 의식이고 마음은 무의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무의식이 변해야 실제 인생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명상을 하면 거의 무의식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마음 깊이 묵혀져 있는 것들을 치유할 수 있어요.”

이 외에도 한 가지 질문에 대해 더 답변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자세를 바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는 것입니다. 자세를 바로 하되 몸이 긴장되면 약간 긴장을 풀어서 편안하게 합니다. ‘명상해야지!’, ‘깨달아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 오히려 긴장을 하게 됩니다. 편안하게 아무 할 일 없는 사람처럼 그냥 편안한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하루 종일 앉아 있으라고 해도 ‘하루 종일 앉아 있는 것은 쉬운 일이야!’ 이렇게 편안한 마음이 들어야지 막 애를 쓰고 그러면 안 돼요. 애를 쓰면 피곤해지기 때문에 나중에 지치게 됩니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편안한 상태에서 마음을 콧구멍 끝에 모아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놓치면 ‘놓쳤구나’ 하고 다시 알아차립니다. 알아차려도 계속 알아차리고, 놓쳐도 다시 알아차립니다. ‘알아차린 것은 좋은 것이고, 놓치는 것은 나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도록 합니다. 놓치면 다시 알아차리고, 알아차리고 있으면 계속 알아차리고, 다만 할 뿐이에요. 조금 된다고 ‘되네’ 하면서 들뜨지도 말고, 잘 안 된다고 ‘안 되네’ 하고 실망하지도 말고, 그냥 계속해 나갑니다.”

오늘은 35분간 명상을 하기로 했습니다.

탁! 탁! 탁!

죽비소리가 울리자 깊은 침묵에 잠겼습니다.

탁! 탁! 탁!

침묵을 뚫고 다시 스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명상해 보니 어땠습니까? 소감을 채팅 창에 올려 주세요.”

채팅창에 소감이 올라오는 동안 스님은 이번 연말에 진행할 계획인 온라인 명상수련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이번 연말에도 4박 5일 온라인 명상수련을 할 계획입니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4박 5일 동안 주말과 연휴를 이어서 진행할 계획이어서 직장인들도 일정 조정에 큰 무리 없이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12월 초에는 주말에 2박 3일 명상수련을 한번 해 볼 계획입니다. 금요일 저녁에 시작해서 토요일과 일요일에 진행이 됩니다. 지금까지의 명상 프로그램은 모두 정토회 회원들에게만 참가 자격이 주어졌는데, 이번에 처음 시작하는 주말 명상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해서 진행할 생각이에요. 그러니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그 사이 소감이 수십 개 올라왔습니다. 스님은 몇 개의 소감을 직접 읽고 조언도 해주었습니다.

‘애는 쓰지 않았지만 많은 생각들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I didn't make an effort for say but there are a lot of thoughts they went back and forth.’

‘조는 가운데 호흡을 관찰했습니다.’
‘So I observed my breath and messed up drowsing.’

‘다리가 무감각해져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호흡에 집중했습니다.’
‘I lost sensation in my legs but even if it missed of that, I was may able to maintain focus on the breath.’

‘엉덩이의 아픔을 느꼈지만, 호흡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I felt pain being with the hips but I was able to maintain the breath.’

이 외에도 대부분 통증이 있고 장애가 있었지만 마음은 편안하고 좋았다는 소감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밤 10시가 다 되어 방송을 마쳤습니다.

“저는 지금 방송이 끝나면 서울로 이동해야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잠시 눈을 붙였다가 스님은 새벽 3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10월 19일

아침 7시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니와노 평화상 수상 기념 연설을 다시 녹화했습니다. 지난주에 녹화했을 때 스님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편집을 해봤지만 도저히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늘은 목소리가 지난주보다 더 낫습니까?”

“네, 훨씬 좋습니다.”

“그럼 녹화를 시작합시다.”

오전 9시에 시작한 녹화는 3시간 동안 12시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특정한 지역, 특정한 종교, 특정한 국가만의 평화는 없습니다. 이제 더 이상 특정한 지역, 특정한 종교, 특정한 국민만의 안전은 없습니다. 평화, 환경,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 해결과 전염병 확산 방지는 전 인류가 공동으로 대응하여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들입니다. 따라서 세계 각국 간, 종교 간 협력과 공동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세계의 모든 평화활동가들과 각국의 정치지도자와 종교지도자들이 함께 협력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을 모으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중략)

미국에 있는 제이슨과 화상 연결을 해서 영어 통역까지 하다 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3시간 동안 서서 연설을 했더니 다리가 아프네요.”

연단에서 내려온 스님은 다리를 절뚝거렸습니다. 상패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녹화를 마쳤습니다.

녹화를 마친 후에는 평화재단으로 이동해 회의를 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조찬 모임으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한 후 평화재단 기획위원회 회의를 비롯해 스님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이어 미팅을 할 예정입니다.

▲ 영상 보기

전체댓글 63

0/200

양계홍

내가 확실히 옳다고 될 때에 그것을 확 바꾸는 실행을 해봐야겠습니다

2020-10-25 00:47:20

굴뚝연기

에궁 스님~목이 안나와서 다시 녹화를 하셨군요ㅜ쉬어주셔야 되시는데‥모든것이 다 과로셔서 그래요ㅠ농사일도,법문도,회의도 모두ㅠ얼굴이 많이 수척하시네요ㅜ
[평화, 환경,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 해결과 전염병 확산 방지는 전 인류가 공동으로 대응하여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들입니다. 따라서 세계 각국 간, 종교 간 협력과 공동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2020-10-24 01:42:13

김민정

"생각은 의식이고 마음은 무의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무의식이 변해야 실제 인생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명상을 하면 거의 무의식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마음 깊이 묵혀져 있는 것들을 치유할 수 있어요.”
명상을 묵혀져 있는 상처들을 치유해봅니다 고맙습니다

2020-10-22 21: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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