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9.19. 천일결사기도 생방송, 통일특위 의병대회, 정토불교대학 온라인 즉문즉설
“현대인들도 부처님처럼 탁 깨달을 수 있나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새벽에 천일결사기도를 생방송으로 한 후 아침에는 농사일, 오후에는 통일특위 의병대회, 저녁에는 정토불교대학 온라인 즉문즉설을 했습니다.

천일결사기도 생방송

새벽 4시 30분, 맑은 종송 소리와 함께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예불을 먼저 한 후 스님은 카메라를 향해 돌아서서 정토행자들에게 인사말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9월 19일입니다. 2년 전 오늘은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킨 9.19 합의가 있었던 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내일 9월 20일은 정토회 1차 만일결사 10차 천일결사 중 제3차 백일기도에 입재하는 날입니다. 오늘 2차 백일기도의 마지막 기도를 하고 나면, 내일부터는 3차 백일기도에 입재하게 됩니다. 기도를 하고 나서 함께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 경전 독송을 차례대로 했습니다. 지난 백일 동안 독송한 열반경의 마지막 내용을 함께 읽고, 사홍서원으로 천일결사 기도를 마쳤습니다.



다시 카메라를 향해 돌아앉은 스님은 쌀쌀해진 가을 날씨에 대해 이야기하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오늘은 새벽에 밖에 나가보니 정말 오랜만에 별이 총총한 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늘이 맑고 별이 쏟아지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꼈습니다. 아침 기온이 이곳은 남부지방인데도 13도로 떨어져서 제법 쌀쌀합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수행하기에도 좋은 계절입니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기온이 이어져서 수행하기에는 정말 좋은 날씨입니다. 그러니 내일 3차 백일기도 입재식에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해서 함께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오늘 읽은 경전의 내용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읽은 열반경은 내일로서 마무리가 됩니다. 부처님의 시신에 대한 참배가 끝나고, 장작에 불을 붙이는 장면을 우리가 함께 읽었는데요. 불이 모두 꺼진 다음에는 깨끗한 유골만 남게 됩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유골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를 두고 다툼이 있었습니다.

부처님을 화장하고 난 뒤 그 유골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

부처님은 평생 동안 마음의 평화와 세상의 평화를 말씀하셨는데 정작 부처님을 따르는 사람들은 부처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앞서는 바람에 부처님의 유골을 서로 가져가겠다고 갈등하게 된 겁니다. 몇몇은 부처님의 유골을 갖기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자 도나 바라문이라는 지혜 있는 사람이 나서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싸우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납니다. 여러분이 부처님의 유골을 모셔서 탑을 쌓고자 하는 뜻은 참으로 좋지만 이로 인해 싸움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부처님을 존경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이해 당사자 8명이 유골을 똑같이 나누어서 각각 탑을 쌓으면 어떻겠습니까?’

그전까지는 서로가 유골을 차지하겠다고 나섰지만, 도나 바라문의 타당한 이야기를 듣고 모두가 그렇게 하기로 동의를 하고, 도나 바라문에게 부처님의 유골을 8명의 몫으로 나누어주기를 청합니다. 도나 바라문은 자신이 이해 당사자로 참여하게 되면 분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자신을 제외하고 8명의 몫으로 공평하게 나누어줍니다. 배분이 끝나자 8명은 만족하게 됩니다. 도나 바라문은 그들에게 ‘부처님의 유골을 담았던 항아리를 제가 가져가서 기념탑을 쌓아도 괜찮겠습니까?’ 하고 양해를 구했고, 그들도 동의를 해주었습니다.

흔히 ‘사리’라고 하면 무슨 보석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리’란 시신을 화장하고 난 뒤에 남는 유골을 의미합니다. 부처님의 사리에 대한 배분이 끝난 뒤, 핍팔라바나 마을에 사는 모리야족이 뒤늦게 사리를 얻으러 왔습니다. 그들도 사리로 탑을 쌓기를 원했으나 이미 분배가 끝난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유해가 타고 남은 재를 모아서 탑을 쌓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 8개의 사리탑과 1개의 항아리탑, 1개의 재탑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마다 탑이 세워지게 된 이유

200년 후 아쇼카 왕이 출현하게 되는데, 아쇼카 왕은 부처님이 태어나신 곳, 부처님이 출가하신 곳, 부처님이 성도하신 곳,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곳 등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순례를 하고 나서 각 장소마다 어떤 법문을 하셨는지를 떠올리며 그것을 기념하는 탑을 쌓았습니다. 기념탑만 쌓은 것이 아니라 그곳에 부처님의 흔적을 남기고자 했습니다. 이미 아쇼카 왕은 전 인도를 아우르는 마우리아 왕조의 왕이 되었기 때문에 부처님 열반 당시 8개로 흩어졌던 탑들이 모두 아쇼카 왕이 다스리는 영토 안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아쇼카 왕은 그 탑들을 헐고 그 속에서 부처님의 유골 중 일부만 남겨두고 나머지 유골들은 모두 부처님의 발자취마다 탑을 쌓아 그 속에 넣었습니다. 경전에 부처님의 행적이 기록되어 있는 모든 장소에 탑을 쌓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부처님의 마지막 여로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3차 백일기도부터는 ‘숫타니파타’를 읽게 됩니다. 숫타니파타는 최초의 경전이라고 불리는데, 학자들은 경전의 형태가 채 갖추어지기 전에 부처님의 육성이 생생하게 기록된 경전으로 보기도 합니다. 3차 백일기도를 시작하면 숫타니파타를 함께 읽으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에 제가 천일결사 기도에 생방송으로 함께 참여한다고 하니까 4천 명 넘게 참여하더니 요즘은 숫자가 많이 줄어서 2,900명 정도만 참여한다고 해요. 어떻게 된 거예요? (웃음)

다음 백일부터는 기도를 빼먹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합장으로 인사를 한 후 방송을 마쳤습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스님은 작업복을 갈아입고 밭으로 나갔습니다. 오늘은 비닐하우스 4동에 옥수수를 다 땄습니다.

비닐하우스 앞에서부터 끝까지 옥수수를 쭉 따서 바닥에 놓은 뒤 끝에서부터 옥수수를 주우면서 나왔습니다.




다 모아보니 세 상자가 나왔습니다.


옥수수를 다 따고 낫으로 줄기를 벴습니다.


이번에도 앞에서부터 끝까지 줄기를 베서 바닥에 차곡차곡 놓아두고 끝에서부터 줄기를 모아 들고 나왔습니다.


줄기는 비닐하우스 앞에서 툭툭 자른 후, 잘 마를 수 있도록 펴두었습니다.

“옥수수 대를 말려서 땔감으로 쓰면 좋아요.”


옥수수를 농사 창고로 옮겨 겉껍질을 까주었습니다.



빈 바구니를 들고 다시 비닐하우스 끝으로 갔습니다. 옥수수 두둑에 자라 있던 잡풀을 뽑았습니다.



4동은 언제 옥수수가 있었냐는 듯 텅 비었습니다. 땅 가까이에서는 작은 무 싹들이 앞 다투어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텃밭에 포도도 보랏빛으로 잘 익었습니다.

“비가 와서 알이 많이 떨어졌어요.”

스님은 줄기에 달린 포도를 따고 바닥에 떨어진 포도 알 하나하나까지 다 모았습니다. 작은 바구니 하나가 가득 찼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나서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오후 1시부터는 정토회 역사상 처음으로 통일특위 의병대회가 온라인으로 열렸습니다.

온라인 통일특위 의병대회

원래는 마땅히 3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행사였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계속 연기되다가 결국 온라인으로 모이게 되었습니다. 500여 명의 통일의병들이 모두 화상 회의 방에 입장하자 큰 박수와 함께 통일특위 의병대회를 시작했습니다.

명상을 시작으로 삼귀의와 수행문을 읽은 후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드디어 통일의병들이 한자리에 모였다고 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통일특별위원회 여러분들과 오늘 드디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처음 코로나 사태가 일어났을 때는 한 달, 두 달, 또는 늦어도 석 달 정도면 끝나지 않을까 예상을 했었지, 이 사태가 반년이 넘어서고 앞으로 언제 끝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가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통일의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고, 상상도 못 한 상황 속에서 동북아 대륙이 우리의 영향권 아래로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일은 늘 예비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준비를 한다고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더라도 우리는 그 가운데서 위축되지 않고 더 발전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의지와 지혜, 실천력을 가져야 합니다. 아무리 한반도가 위기의 순간을 맞이하고, 전쟁의 기로에 놓이게 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막아내는 힘을 간직하고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분단이 고착되고 있다 하더라도 정말로 우리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통일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어서 온라인으로의 빠른 변화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낸 통일의병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고민도 많았고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기조 법문을 마친 후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 10명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스님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 정토회의 온라인 전환에 따른 통일특위 활동의 방향, 행복시민, 행복센터에 대한 고민, 행복학교의 진행자로서의 마음가짐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해 스님은 이해하기 쉽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해 답을 마치자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이 지나있었습니다.

“온라인으로 하면 피곤하다고 1시간 30분만 하고 휴식하자고 했는데 2시간 10분이 지났네요. 잠시 휴식하겠습니다.”

잠시 휴식하는 사이 스님과 생방송 진행자들은 저녁 공양을 했습니다. 오후 3시 30분부터 2부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상반기 동안 통일특별위원회가 걸어온 길을 영상을 통해 돌아보고, 양윤덕 위원장님으로부터 하반기 사업계획에 대해 자세히 들었습니다.

이어서 ‘90초 나도 한마디 자유발언’ 시간을 가졌습니다. 의병 번호와 이름을 호명하면 마이크를 켜고 발언했습니다. 90초가 지나면 마이크가 자동으로 꺼졌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는지 하소연을 하는 사람도 있고, 온라인 사업을 활성화화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스님은 메모를 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했습니다. 30분 동안의 자유발언 시간이 끝나고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지난 2012년 300회 강연을 비롯해 기적을 만들어온 정토회의 지난 역사를 언급하며 2020년 가을에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정토행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마음을 잘 다스려서 우리의 인생이 좌절과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적어도 정토행자라면 이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희망이 되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정토행자들의 실천이자 맹세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꿈인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것이 어떤 일이든 정성을 쏟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난 2012년에는 전국을 돌며 300회 연속 강연을 했었는데, 기억나십니까?”

“네.”

“평화를 지키고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덕을 쌓아야 합니다. 그런 공덕을 쌓기 위해 남한에서는 250개 시군구와 50개의 대학을 모두 방문해서 강연을 해보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인천 옹진군, 목포 신안군, 울릉도를 제외하고 대한민국의 모든 시군구에서 강연이 이루어졌습니다. 남한 국민들은 정신적인 어려움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과 대화를 나누어서 정신적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도움을 줘서 공덕을 짓자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200개의 시·군·구를 방문해서 방문하는 시·군·구마다 100톤의 식량을 주자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굶주림에 지쳐있기 때문에 법문은 일체 하지 않고 식량만 나누어주자는 것이었습니다. 100톤의 식량이면 20kg짜리 옥수수를 5천 명이 받을 수 있는 양입니다. 대도시를 제외하면 북한 시군구의 규모는 보통 5만 명 이하입니다. 가구 수로 따지면 1만 가구에서 2만 가구 정도 되는데, 5천 명에게 20kg씩만이라도 나눠줄 수 있다면 당장 배고픈 사람들에게는 식량이 돌아갈 수 있다는 계산이었습니다. 200개의 구역에 100톤씩 나눠주려면 총 2만 톤의 식량이 필요합니다. 당시 교섭이 잘 되지 않아서 진행하지 못했는데, 결국 정토행자들이 일념으로 힘을 모아 작년과 재작년 2회에 걸쳐서 북한에 2만 톤을 모두 전달해주었습니다.

2014년에는 전 세계를 다니면서 한국 교민이 100명 이상 사는 곳에는 모두 방문해서 강연을 해보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두바이, 쿠웨이트 등 중동 지역과 아프리카에 있는 요하네스버그 등 몇 군데를 제외하고 세계 115개 도시를 방문해서 모두 강연했습니다.

얼핏 보면 불가능한 것 같지만 이렇게 우리가 원(願)을 갖고 간절한 마음으로 해낼 때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2020년 가을,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 봅시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국민들이 많이 위축되어 있습니다. 평소에 외출을 자주 하고 식당에 자주 가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그런 활동을 못해서 불편하고, 또 장사하는 사람들은 매출이 줄어드니까 위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우리가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행복학교를 대단위로 확산시켜보자는 마음을 내어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다시 한번 온 힘을 모은다면 정토회 역사에 획을 긋는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역사를 만드는 일에 통일의병 여러분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지치고 힘든 국민들의 정신 건강을 회복하는 일에 우리가 공덕을 쌓다 보면 내년 봄이든 겨울이든 남북대화가 시작되거나 북미대화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들릴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수행적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또한 정신의 힘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정성을 들이고 공덕을 쌓아야 천지의 기운에 변화가 오고, 소위 기적이라고 말하는 일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모두가 힘들어하는 이때일수록 낙담할 게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요즘 국민들의 가장 큰 어려움이 정신적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이걸 치유하는 일은 우리가 가장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예전에는 행복학교를 하려면 장소도 구해야 하고, 여러 가지 비용도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전부 온라인으로 행복학교를 진행하니까 비용이나 장소도 따로 필요하지 않잖아요.

이런 마음으로 먼저 통일특별위원회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주신다면, 뒤이어 정토회 통일의병들도 다 함께 마음을 모아줄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시대의 막을 올리는 계기를 함께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적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에 통일의병 모두가 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모두 나비 그림을 한 장씩 준비해서 얼굴 옆으로 들었습니다. 하나, 둘, 셋을 외치는 동시에 모두가 활짝 웃었습니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말처럼 통일의병들의 작은 노력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밑거름이 되길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5시에 통일특위 의병대회를 마치고 원고 교정과 각종 업무들을 처리한 후 6시부터는 정토불교대학 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토불교대학 온라인 즉문즉설

이번 온라인 즉문즉설은 지난 봄에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실천적 불교사상 과목은 스님이 생방송으로 직접 강의를 했고, 최근에는 부처님의 일생 과목에 대한 공부를 모두 마쳤습니다. 오늘은 이 자리는 부처님의 일생 과목을 공부하면서 들었던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600여 명의 학생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다시 카메라 앞에 앉은 스님은 하루 종일 연달아 계속되는 법문에도 불구하고 활짝 웃으며 법문을 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부처님이 사셨던 역사와 사회적 배경을 떠나서 부처님이라는 존재를 생각한다면 부처님은 추상적인 존재에 머무르기 쉽습니다. 소위 신(神)적 존재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부처님은 신적 존재가 아니라 당시 역사와 사회 속에서 우리처럼 삶을 살아가신 분입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부처님의 일생을 공부하면, 부처님을 추상적인 전지전능한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얼마나 고귀한 인격을 지닌 한 사람이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어떤 분인가

우선 부처님은 스스로가 괴로움이나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사셨습니다. 남에게 어떻게 보이든 본인 스스로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사셨습니다. 그리고 매우 검소한 삶을 사셨습니다. 옷은 주워 입고, 잠은 나무 밑에서 자고, 밥은 얻어먹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먹고, 입고, 자는 것에 대해 우리처럼 전전긍긍하지 않고 편안하게 지내셨습니다. 그런 삶을 사셨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찾아가서 비굴하게 도움을 요청할 일이 없었습니다. 밥을 탁발해서 먹었기 때문에 목에 힘을 줄 일도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늘 수행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수행자들이여, 비굴하지 말고 당당하라.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라.’

부처님은 매우 검소하고 청빈하게, 그리고 겸손하게 사셨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면 자비롭게 대했고, 그들의 아픔을 보고서도 감정에 빠지지 않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람들이 죽는소리를 해도 평정심을 갖고 그들이 조금이라도 그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그 길을 안내하셨습니다.

이런 부처님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비난도 많이 받으셨고, 많은 장애도 겪으셨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것 또한 날이 덥고 추운 것처럼 세상사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여여하게 지내셨습니다. 부처님은 지금 우리 곁에 다시 오신다고 하더라도 평범하게, 여여하게, 지혜롭게, 겸손하게 살아가실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분이 부처님이라고 못 알아볼 수도 있습니다.” (웃음)

스님은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다 가신 부처님의 일생을 마치 영화를 보여주듯이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총 8명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스님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그중 한 분은 깨달음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현대인들도 부처님처럼 탁 깨달을 수 있나요?

“부처님의 일생을 공부하면서 ‘탁 깨달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접했는데, 우리 현대인들도 부처님처럼 탁 깨달음을 얻을 수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깨달음을 얻으면 마음의 평정심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살아있습니다. 우리의 몸이 살아있는 것처럼 마음도 살아있습니다. 그래서 늘 움직입니다. ‘이렇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이렇게 말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앞으로 절대로 병에 걸리지 않고 늘 건강하기만 한 비결은 없습니다. 건강한 삶의 방식을 유지하면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 건강한 삶을 살아갈 확률이 높지만, 그걸 절대화해서 병에 절대 안 걸린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것처럼 ‘마음을 이렇게 쓰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늘 마음을 쓸 수 없는 것 또한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 사람은 깨달았다고 하는데 행동이 왜 저런가?’ 하고 접근하는 것은 올바른 관점이 아닙니다.

깨달았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가 성질을 잘 낸다는 것을 안 것도 깨달은 겁니다. 아직 습관을 하나도 못 고쳤다고 하더라도, 예전에는 누가 ‘너 왜 성질을 내니?’ 하면 ‘내가 언제 성질을 냈어!’ 하고 되받아치는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성질내서 미안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이 사람은 깨달은 사람입니다. 무엇을 깨달았을까요? 자기가 성질이 더러운 사람이라는 걸 깨달은 겁니다. 자기가 성질이 더럽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비록 성질을 못 고쳐도 다른 사람하고 싸우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이 지적을 하면 ‘아이고, 죄송합니다’ 하고 넘어가기 때문이에요. 그 정도만 되어도 사는데 별로 지장이 없습니다. 거기서 더 공부하면 이런 걸 알게 됩니다.

‘내가 성질을 버럭버럭 내는 게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이구나’

‘어릴 때부터 형성되어온 습관이구나’

‘내가 옳다는 주장이 강하구나’

그러면 성질을 내는 횟수가 줄어들거나 그 정도가 점점 약화됩니다. 거기서 더 공부를 하면 이런 걸 알게 됩니다.

‘아, 내가 성질을 내는 게 나에게 아주 큰 약점이구나’

‘화를 내는 게 나에게 엄청난 손실이구나’

‘이것이 나의 가장 큰 수행적 과제이구나’

이렇게 깨달으면 그때부터는 실제로 습관이 고쳐지기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질을 못 고치지만, 자기한테 엄청난 손실이라는 것을 자각하면 그때는 고칠 수도 있습니다.

즉문즉설에서도 화를 자주 낸다는 사람들에게 대부분 그냥 과보를 받으면서 생긴 대로 살라고 말합니다. 성질은 고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정말로 고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화를 낼 때마다 전기충격기로 자기를 지지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화를 벌컥 낸 것의 과보가 엄청난데도 그 과보가 대부분 시간 차이를 두고 나중에 천천히 오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과보가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까 아무리 각오해도 원래대로 돌아가버리는 겁니다. 그런데 화를 낼 때마다 전기충격기를 대서 까무러치면 그 과보가 지금 당장 다가오니까 누구나 다 고칠 수 있습니다. 말 한 번 잘못할 때마다 1억의 손실이 생긴다고 하면 고칠까요, 안 고칠까요?” (웃음)

“고칩니다.”

“아마 바로 고칠 거예요. 눈 한 번 흘길 때마다 눈이 빠진다면 그것도 바로 고칠 거예요. 이렇게 과보가 직접적으로 바로 나타나면 누구나 다 고칩니다. 그런데 과보를 받는 것과 실제 행동과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전기충격기보다 더한 과보가 와도 지금 당장 오지 않으니까 자꾸 ‘괜찮겠지’ 하고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전기충격기로 지금 바로 과보를 받으면 무의식이 긴장하게 됩니다. 이런 원리에 의해 습관을 고치는 것이 전기충격기 요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딛는 한 발

어떤 문제는 고치지는 못하더라도 알기만 해도 도움이 되고, 어떤 건 확 깨닫는 순간 즉각 바뀌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에 따라 경우가 다릅니다. 그러나 무언가 하나를 깨우치면 모든 습관과 업장이 다 바뀌는 그런 깨달음은 없습니다. 그런 생각은 깨달음에 대한 환상일 뿐입니다. 한 번에 천국에 가겠다는 욕심과 같아요. 많은 스님들이 그런 환상을 갖고 선방에서 공부를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공부를 해도 현실에서는 아무런 인격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마치 복권에 당첨되듯이, 한 번에 인생을 해결하려는 욕심으로 수행을 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인격 수양이 안 되는 거예요. ‘깨닫기만 하면 인생이 다 해결된다’ 이런 욕심을 갖고 수행을 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딛는 한 발입니다. 이 한 발 한 발이 쌓여서 인격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한 발 한 발 매번 다 변화가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그렇게 변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열 발 동안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다가 그다음 한 발에 열 걸음의 변화가 생기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세부적으로는 지그재그의 변화가 있기도 합니다.

우리가 얼음을 녹일 때도, 만약 영하 30도의 얼음에 열을 가하면 처음에는 영하 30도에서 영하 29도, 영하 29도에서 28도로 기온이 차츰 올라갑니다. 그러다가 0도에 도달하면 열을 가해도 한동안 온도의 변화가 없습니다. 얼음이 모두 녹아 물이 될 때까지 온도의 변화가 없다가 모두 녹고 난 다음 다시 0도에서 1도, 1도에서 2도로 온도가 올라갑니다. 그러다가 100도에 이르게 되면 다시 물이 모두 증발할 때까지 온도의 변화가 멈춥니다.

이처럼 어떤 변화든 질적 변화와 양적 변화가 섞여서 일어납니다. 수행적 변화도 어떤 때는 한 번의 법문을 통해 급격하게 변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몇 년 동안 아무런 진척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방심하지 않고 계속해서 주의 집중을 하면 어느 순간에 이르면 변화가 탁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선불교에서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화두를 늘 참구 하면 길을 가다가 넘어지는 순간에도 깨달음이 온다’

이 말은 때가 무르익으면 변화가 찾아온다는 뜻입니다. 그때가 언제 찾아오는지를 따지는 건 욕심입니다. 그저 꾸준히 정진하다 보면 저절로 빠르게 변하기도 하다가, 중간에 멈추기도 했다가, 후퇴하는 듯하다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진척이 없다고 해서 ‘도로 아미타불이다’ 이렇게 말하는 건 빨리 이루려는 욕심에서 생기는 겁니다.

변화의 속성 자체가 그렇습니다. 명상을 해도 어떤 때는 고요하다가, 어떤 때는 번뇌가 많고, 어떤 때는 잠이 오고, 어떤 때는 다리가 아프다가 또 괜찮아집니다. 모두 다 지나가는 하나의 현상입니다. 그때 ‘오늘은 이렇구나’, ‘오늘은 저렇구나’ 하고 말아야지, ‘오늘은 잘 된다’, ‘오늘은 안 된다’ 이렇게 평가하면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마음이 조급 해지는 건 다 욕심 때문입니다.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다 하나의 현상입니다. ‘오늘은 이렇게 일어나네’ 하고 다만 할 뿐인 그런 마음을 수행을 해나가 보시면 좋겠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인도는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고 법을 전한 최초의 국가인데도 왜 불교 성지가 훼손되었나요? 그리고 인도에서 불교는 얼마나 전파되었나요?
  • 스님의 강의를 듣고 부처님을 한 인간으로서 깊이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불상을 향해 절을 하고 나무 석가모니불을 부르다 보면, 부처님은 열반 후 어떻게 되셨을까, 지금 어디에 계신 걸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 부처님에게 법문을 듣고 깨달은 분들은 왜 굳이 출가를 했나요? 깨달으면 세속에서 수행해도 될 텐데요. 출가하면 가족과 지인들에게 상처를 주어서 오히려 업을 쌓는 것이 아닐까요?
  • 부처님은 세상엔 옳다 그르다 할 만한 게 없다고 하셨는데 불교에서는 부처님을 진리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진리란 무엇이고 어떤 마음으로 부처님께 귀의해야 하나요?
  •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살인자 앙굴리말라는 깨달았습니다. 그렇지만 그에게 죽은 자들이나 유가족의 괴로움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 부처님께서는 남의 불행 위에 나의 행복을 쌓지 말라 하셨습니다. 그런데 경쟁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을 이겨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 경전에 부처님께서 계율을 어긴 챤나 비구에게 무슨 말을 해도 대꾸하지 말라는 범단법을 내립니다. 이것이 사람을 무시하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친 후 스님은 가르침을 자기화하고 직접 체험하는 것이 수행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내가 변하는 것이 수행

“여러분은 불교를 공부하면서 자꾸 ‘부처님이 훌륭하다’, ‘법륜 스님이 훌륭하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이런 생각은 실제로 자기 자신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겁니다. 가르침을 자기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부처님이 훌륭하다’, ‘법륜 스님이 훌륭하다’ 여기서 공부가 끝나면, 숭배의 대상 밖에 되지 않습니다. 작게나마 나에게 이득이 되거나 나의 삶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수행입니다. 수행은 체험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체험하고 자기 것이 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니 게으르지 말고 꾸준히 참여해 나가 보시기 바랍니다.

오프라인으로 직접 만나서 서로 부대끼는 시간을 가져야 화도 내면서 지적도 받고 하는데, 온라인으로 공부를 하다 보면 그럴 기회가 없어서 마치 공부가 잘 된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상황을 마주하면 잘 안 되는 거예요. 현실에서는 자기 습관대로 팍 가버립니다. 그걸 변화시키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마침 10-3차 백일기도가 새로 시작되니까 모두 입재해서 매일 아침 정진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저녁 8시가 되어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방송을 마치자마자 스님은 농사팀 행자님들과 내일 농사 일감에 대해 논의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새벽에, 오후에, 저녁에, 오늘은 세 번이나 연달아 생방송이 있었습니다. 내일도 생방송이 계속 이어집니다.

내일은 오전에 10-3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생방송으로 한 후 저녁에는 온라인 일요명상을 생방송으로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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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각

스님 고맙습니다

2020-09-25 14:29:02

무지랭이

감사합니다~^^

2020-09-23 21:21:05

손혜숙

한 방에 인생이 바뀌어야 진정한 깨달음이라고 착각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꾸준하게 수행정진하겠습다.

2020-09-23 0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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