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9.15. 봉화 수련원 정비 울력
“몰래 사금융에서 대출받고 거짓말까지 하는 아들,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봉화 정토수련원을 정비하는 울력을 공동체 법사단과 함께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깨달음의 장을 중단한 지 6개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수그러들지 예상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만약 깨달음의 장을 새로 시작한다면 1인실 숙소가 많은 봉화 정토수련원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공동체 법사단이 다 같이 봉화로 가서 수련원 상황도 점검할 겸 수련원 전체를 정비하는 울력을 하기로 했습니다.

새벽 6시 10분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8시 30분에 봉화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몸이 좀 아픈데 어떨지 모르겠네.”

차에서 내리며 약간 다리를 주춤하던 스님은 곧바로 작업복을 갈아입고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끊기다 보니 곳곳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오늘 울력에 대해 안내했습니다.

“일하는 방법에 대해 안내하겠습니다. 수련원 전체에 잡초를 제거하는 일은 저를 포함해서 5명이 하겠습니다. 맨 위에 대웅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면서 예초기를 돌리겠습니다. 다른 법사님들은 실내 청소를 깨끗이 해주세요. 1시간 일하고 10분 쉬고, 다시 1시간 일하고 10분 쉬고, 이렇게 일할게요. 중간에 참을 한 번 내겠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시다.”


작업복을 갈아입고,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두른 후 예초기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맨 위 대웅전 뒤뜰에서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왱~’ 하는 소리와 함께 1시간 20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대웅전 뒤뜰은 금방 이발을 한 듯 가지런해졌습니다.


“자, 10분 쉬었다가 합시다.”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인 후 다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법사님들은 대웅전 아래 수련동 앞마당에서부터 예초기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지시를 하지 않아도 5명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이 되었습니다.


한편 다른 법사님들은 실내에서 방 구석구석을 깨끗이 청소했습니다. 방석은 모두 밖으로 내어 먼지를 털고 햇볕에 말렸습니다.



걸레로 바닥을 닦고, 창문틀 사이사이 먼지도 모두 제거했습니다. 검은 먼지가 묻어 있던 속소의 문들도 걸레로 닦고 나니 원래의 색을 되찾았습니다. 마룻바닥은 반짝반짝 윤이 났습니다.


다음은 숙소가 있는 아랫단으로 내려갔습니다. 다른 곳보다 풀이 더 크고 무성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여기는 줄로 된 예초기로는 안 되겠어요. 날로 된 예초기로 합시다.”

예초기를 교체한 후 다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날로 된 예초기는 더 무거웠습니다. 경사면에 풀이 자라 있어서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스님의 등은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무성하던 풀밭이 금방 가지런하게 정돈되었습니다.


“참을 먹고 합시다.”

땀을 수건으로 닦고 참을 먹었습니다. 봉화 수련원에서 직접 키운 단호박이 맛있게 삶겨서 나왔습니다. 스님이 준비해 온 김치에 단호박을 찍어 먹으니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오늘은 아파서 일을 못할 것 같더니 그래도 무사히 시간이 지나가네요. 아파도 지나가고 아프지 않아도 지나가고 결국 마찬가지인데, 기왕이면 일하고 지나가는 게 더 낫잖아요.”

참을 먹고 나서 더 힘을 내어 마무리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넓은 요사채 앞마당과 측면에 있는 수로, 화장실 주변, 산책로에 예초기를 마저 돌려야 합니다.


법사님들이 넓은 마당을 담당하고 있는 사이 스님은 측면에 있는 수로에 가득한 잡초를 제거했습니다. 예초기로 돌리기 어려운 곳은 직접 낫과 톱을 들고 하나씩 정돈을 했습니다. 스님은 주로 법사님들이 작업하기 어려운 비탈진 면을 도맡아 했습니다.


허리가 아파서 울력에 함께 참여하지 못한 희광 법사님은 깨끗하게 정돈되어가는 수련원을 보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순식간에 달라지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요사채 앞마당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스님은 화장실 주변과 산책로에 갔습니다. 길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힘들었는데 금방 숲 속에 넓은 길이 하나 만들어졌습니다.


“거의 다 된 것 같아요. 3시 30분에는 무조건 작업을 마칩시다.”

다 같이 요사채 앞마당으로 모여서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수고했어요.”

오전 9시 30분에 시작한 울력은 오후 3시 30분에 끝났습니다. 6시간 만에 수련원 전체가 깨끗하게 정비되었습니다.




스님은 함박웃음을 보이며 수고한 법사님들을 격려했습니다.

“깨끗해지니까 이제 수련원 같네요.”

다시 봉화 수련원을 출발하여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울진 바닷가에 들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수련원에만 머물렀던 법사님들은 오랜만에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바람을 쐬었습니다.

“법사님들은 대학생 때 이후로 이렇게 우리들끼리 지내본 게 처음이죠? 대학생 수련할 때 말고는 그 후로 저도 바빴고 법사님들도 늘 바빴잖아요.”

“맞아요. 코로나 덕분에 이런 경험을 다 해보네요.”


다시 차를 타고 두북 수련원에 도착하니 저녁 8시였습니다. 모두 피곤한 몸을 눕히고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수행법회가 있는 날입니다. 아침저녁으로는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금요 정기법회 때 했던 즉문즉설 한 편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몰래 사금융에서 대출받고 거짓말까지 하는 아들, 어떡하죠?

“아들이 몰래 사금융에서 대출을 받아 쓰고 거짓말까지 합니다.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지켜보고는 있는데, 돈 개념이 없는 아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들이 몇 살이에요?”

“스물네 살입니다.”

“아들과 집에서 같이 살아요, 아들은 집을 나가서 살아요?”

“같이 살고 있습니다.”

“그럼 집에서 내보내세요. 스무 살이 넘었는데 집 밖으로 내보내면 되잖아요.”

“자기 말로도 독립한다고 얘기는 합니다. 저도 고등학교 졸업하면 독립하라고 얘기를 했고요. 작년 10월부터 6개월 동안 집을 나가 있는 동안 사금융에서 대출을 받아서 쓴 거예요. 알바는 하는데 돈을 갚을 생각은 안 하고 있어요.”

“부모가 돈이 있으니 갚아 주겠지 하고 있는 거겠죠.”

“아니에요. 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휴대폰 소액결제를 많이 해서 애를 먹였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백만 원 정도를 한 두 번 갚아줬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부터는 네가 저지른 것 네가 책임지라고 하면서 안 갚아줬습니다. 1년 전에 550만 원어치 사고를 쳤는데, 그때는 아들이 군대에 있어서 제가 대신 갚아준 것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거예요.”

“사람이라는 게 다 빠져나올 구멍이 있어야 그런 사고도 저지르는 거예요. 빠져나올 구멍이 없는데 어떻게 사고를 저지르겠어요. 아들이 아무리 ‘걱정 마세요, 내가 책임질게요’라고 말해도 나중에 그것 때문에 감옥에 가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부모가 해결해 줄 것 아닙니까?”

“지금은 아들이 차라리 신용불량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럼 제 앞으로 사고 못 칠 것 같아서요.”

“어쨌든 해결해 주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니까 계속 해결을 해주고 있잖아요. 그냥 계속 그렇게 살면 돼요. 안 해준다고 하다가 사고 나면 또 해주고, 계속 그렇게 사세요.”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는 안 해줬습니다. 자기가 아르바이트해서 갚도록 했고. 이번에는 근로 장려금으로 받은 120만 원을 저한테 줘서 제가 세 군데로 쪼개서 휴대폰 요금 갚고, 대출받은 것 갚고, 조금씩 나누어서 다 갚을 수 있게 해 줬습니다.”

“아들의 빚을 갚아 주든, 안 갚아 주든, 그건 질문자 본인의 선택이에요. 갚아 주는 게 좋다, 안 갚아 주는 게 좋다, 이렇게 정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갚아 주고 싶으면 갚아 주고, 갚아 주기 싫으면 안 갚아 주면 돼요. 제 얘기는 이것이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자기가 정말 안 갚아 줄 생각이면 걱정할 필요가 없잖아요. 신용불량이 되든, 무슨 일이 생기든, 아들이 스스로 책임을 질 것이니까요.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그렇게 독하지가 못하다는 겁니다. 결국 아들이 무슨 사고를 치거나 진짜 위험에 처하면 부모니까 대신 갚아 준다는 거예요.

만약 아들이 돈을 천만 원 빌리고 못 갚아서 감옥에 가게 됐다면, 질문자는 천만 원을 갚아 주겠어요, 아니면 ‘감옥에 잘 갔다 와. 뒷바라지해 줄게’ 이렇게 하시겠어요?”

“지금으로서는 안 갚아 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걱정할 게 없어야 하잖아요. 안 갚아줄 생각인데 왜 그게 걱정거리가 됩니까?”

“아들이 돈을 벌긴 버는데….”

“아들이 돈을 벌고 있다면, 빚을 갚든지 쓰든지 그건 아들이 알아서 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게 없어요. 제가 볼 때는 질문자가 지금 아들의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되기 때문에 이런 걱정이 드는 겁니다. 아무런 갚을 능력이 없으면 걱정이 하나도 안 됩니다. 어차피 내가 못할 일이니까요. 누가 저한테 ‘스님, 나 이제 곧 죽게 생겼습니다’ 하면서 백만 원을 빌려달라고 하면 제가 빌려줄까 말까 고민이 될 겁니다. 왜 그럴까요? 제가 비록 당장 돈이 없더라도 백만 원은 어디 가서 빌려서라도 주려고 마음만 먹으면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재벌이 회사가 부도났다고 ‘스님, 저 회사 부도나게 생겼습니다. 3조만 좀 빌려주십시오’ 하면 제가 걱정이 될까요, 안 될까요?”

“안 될 것 같습니다.”

“걱정이 하나도 안 되겠죠. 왜냐하면 내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더 큰 일이라 하더라도 하나도 걱정이 안 돼요.

누가 돈을 빌려 달라 할 때 걱정이 생기는 이유는 할까 말까 하는 망설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돈이 있어도 나는 돈거래는 아예 안 하고 산다’ 이런 입장이 분명하면 아무런 걱정이 안 돼요.

그리고 내가 돈이 아예 없으면 내가 갚아줄 수가 없으니 걱정이 안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자식이 사고를 자꾸 치니까 진짜 급하면 해결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걱정이 되는 거예요. 걱정을 없애려면 지금부터 인생의 원칙을 딱 이렇게 세우세요.

‘스무 살까지는 내가 부모로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해결해줬다. 그러나 이제 스무 살이 넘었으니 너와 나는 성인과 성인의 관계다. 어떤 일이 있든 네 인생 네가 살아라.’

이것은 아들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 아들에게 자유를 주는 거예요. 대신 지원도 안 하지만 간섭도 안 해야 합니다. 돈 아껴 쓰라고 간섭하는 순간 벌써 갚아줘야 하는 입장이 되는 거예요. ‘엄마, 내가 어떻게 쓸까요?’ 이렇게 물어도, ‘그건 네 권한이다. 너는 자유인이고, 너는 너의 인생을 살 권리가 있다.’ 이렇게 딱 인정을 해줘야 합니다. 그러면 걱정이 안 됩니다.

질문자가 잔소리를 계속한다는 것은 자식을 성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성인이 아니라면 질문자가 빚을 갚아줘야 해요. 그러니 이렇게 입장을 딱 정하면 됩니다.

‘내 할 일은 다 했다. 이제 아들이 어떻게 살든 그건 아들의 인생이다.’

안 도와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간섭을 안 하는 게 중요합니다. 돈을 아껴 쓰라는 말도 하지 말고, 일절 간섭도 하지 말고 지원도 하지 않으면, 이 고민은 싹 없어질 겁니다. 조금씩 도와주기 시작하면 이 고민이 죽을 때까지 반복됩니다. 도와주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도와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그러나 도와주는 방식으로는 이 고민이 죽을 때까지 반복된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그래도 자식인데 어떡합니까?’ 이게 부모의 마음이잖아요. 그러니 이렇게 도와주고 살아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이제 아들이 스무 살이 넘었기 때문에 ‘간섭도 안 하고, 지원도 안 하고, 앞으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살자’ 이렇게 마음의 중심을 탁 잡고 살 수만 있다면, 질문자는 더 이상 이런 걱정을 안 하고 살 수 있어요.”

“네, 잘 알겠습니다.”

“제 말은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예요. 도와주는 방법도 있고, 안 도와주는 방법도 있어요. 그러나 그게 걱정거리는 아니라는 겁니다. 자기가 양쪽을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걱정을 하는 거예요.”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않겠습니다.” (웃음)

전체댓글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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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경

봉화에서 일하며 그냥 살고 싶기도 합니다. 풀베고 명상하고 밥해먹고 수련하고,,,

2020-09-20 23:42:14

강정아

저와같은 경우를 겪고 계시네요...
저도 똑같이 하다 올봄 28세가되어 의절?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인연을 잠시 내려놓아야 정신을 차리는건지 아직도 미지수지만 언젠간 연락이 오겠지요...
돈달라는 연락이 아니길 바랄뿐입니다.

2020-09-19 02:08:36

송미해

모두 같이 일하시고
모두 같이 공양하시고
모두 같이 쉬시고
모두 같이 좋네요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2020-09-18 09: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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