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8.11 농사일, 두북 농사팀 소풍
"허락 받는 것이 자유의 억압으로 느껴지는 이유"

안녕하세요. 오늘은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잠시 쉬어가는 날입니다. 공동체 법사단은 각 분과별로 전국 대의원 회의에 제출할 문서를 보완하는 일을 했습니다. 스님은 오랜만에 두북 농사팀과 함께 여름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새벽 기도가 끝나자 동쪽 하늘에 해가 뜨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화창한 날씨에 얼굴도 함께 환해졌습니다. 오늘도 스님이 제일 먼저 밭에 도착했습니다.

속속 도착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만발합니다.

스님은 먼저 비닐하우스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며칠 동안 비가 계속 내렸기 때문에 수로의 상태가 괜찮은지 점검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비닐하우스 끝 구석에 물길이 막혀 있었습니다.

큰 돌을 하나 건져내고 장화발로 물꼬를 트니 물이 다시 졸졸졸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논두렁도 점검해 보았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논물이 넘쳤는지 우렁이들이 논 밖에 있는 수로에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우렁이가 밖으로 다 나왔네. 다시 주워서 안에 넣어 줍시다.”

우렁이를 바구니에 담으며 수로를 따라 올라갔습니다. 논둑 모서리가 약간 무너져서 논물이 새고 있었습니다.

돌로 논둑을 보강한 후 바구니에 담긴 우렁이들을 다시 논에다 흩뿌려 주었습니다. “으샤” 하는 스님의 숨소리와 함께 우렁이들이 논 속으로 한 숨에 날아갔습니다.

우렁이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게 한 후 스님은 수로에 노란 바구니를 하나 박아 두었습니다. 혹시나 물에 떠내려가는 우렁이들이 바구니에 걸리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수로를 다 돌아본 후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행자님들은 고랑을 하나씩 맡아 열심히 고추를 따고 있었습니다. 스님도 한 고랑을 맡아 고추를 따기 시작했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은 찜질방처럼 열기가 후끈했습니다. 스님의 이마와 등 뒤로 땀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계속 앉아서 몸을 이동하며 쉼 없이 고추를 땄습니다.

“고춧대를 너무 딱 붙여 놓으니까 고추 따기가 힘드네. 간격이 더 넓어야 고추 따기가 쉬운데...”

고랑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스님 뒤에 있는 노란 바구니는 빨간 고추로 채워져 갔습니다.

같은 고랑에서 스님과 반대 방향에서 고추를 따고 있던 농사 담당 행자님이 스님과 거의 가까워지고 있을 무렵 스님이 한 마디를 했습니다.

“벌써 8월인데 고추 꽃이 왜 새로 안 피지?”

“해가 안 나고 비가 계속 와서 그런 것 같아요. 밑에 있는 고추들을 좀 따주니까 꽃이 조금씩 피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하얀 꽃이 계속 피어야 하는데, 꽃이 거의 안 피었어요. 잎만 너무 무성하고 실속이 없어요.”

조금 더 속도를 내기 위해 스님은 고추를 바구니에 담지 않고 가위로 고추를 툭툭 자르기만 하며 앞으로 나갔습니다. 고랑에는 빨간 고추가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울력을 마칠 시간이 되자 스님은 빠른 손놀림으로 고랑에 떨어져 있는 고추들을 바구니에 주워 담았습니다.

고랑의 3분의 1 정도만 땄는데 노란 바구니에 빨간 고추가 가득 담겼습니다.

비닐하우스 입구에는 다른 행자님들이 딴 고추들이 테이블 위에 펼쳐져서 햇빛에 마르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딴 고추도 함께 부어서 널었습니다.

공양 시간 전까지 조금 시간이 남아서 텃밭 주위에 잔디도 깨끗이 깎아 주었습니다. 이발을 하듯 주위가 깨끗하게 정비가 되었습니다.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9시부터 발우공양을 함께 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친 후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발우공양과 관련해서 이번 안거 때 나온 제안을 공유하면서 발우공양의 원칙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번 안거에서 공청회를 해보니까 발우공양을 할 때 말석에 앉은 바라지들이 식사를 하는 것에 불편함이 있다는 건의가 있었습니다. 바라지를 하더라도 식사하는 것까지는 불편함이 없도록 개선하면 좋겠어요. 죽비를 조금 천천히 쳐주면 해결될 일인지, 한두 사람이 더 역할 분담을 해주면 해결될 일인지, 건의를 해주시면 수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발우공양이란 법공양이라고 해서 불교의 오랜 전통을 계승한 식사법입니다. 법공양 정신에 크게 위배가 되지 않으면 방식을 약간 바꿔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발우공양에는 전통을 계승하는 것에 있어서도 조금 잘못된 게 있습니다. 대중이 많다 보니 시간을 절약하려고 임의로 바꾼 것이 이미 법처럼 된 것도 있거든요. 여러분의 제안이 법에 맞지 않으면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법에 맞으면 수정을 해서 편하게 바꿀 수도 있습니다.

다만 요즘 여러분들이 전통조차 제대로 계승하지 못하는 것은 발우공양을 할 때 그릇 소리든 숟가락 소리든 자꾸 소리를 많이 낸다는 것입니다. 어쩌다가 실수해서 소리가 조금 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리가 나지 않아야 합니다. 여러분이 이 부분에 대해 아직 인식이 제대로 안되어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발우공양을 할 때 서둘러서 먹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원래 발우공양은 천천히 깨어 있으면서 먹도록 되어 있습니다. 밥 먹는 습관이 조금 빨라서 빠르게 먹는다면 빠르게 먹는 사람이 천천히 먹어야 될 일이지, 천천히 먹는 사람이 서둘러서 먹어야 될 일은 아닙니다. 이런 원칙에 맞게끔 조정을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어서 허락을 받는 것과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대해 어떤 자세와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설명했습니다.

“부처님 당시부터 상가 공동체 안에서는 특별한 몇 사람만 따로 공양을 대접하는 것은 안 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식사 초대를 하려면 전부 초대를 하고, 그게 아니라면 초대를 안 해야 합니다. 이런 정신에 입각해서 보면, 특별히 어떤 이유로 몇 명만 초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반드시 입승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경우는 예외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예외 사항은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 해요. 허락 같은 걸 받기 싫다면, 계율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허락 받는 것이 자유의 억압으로 느껴지는 이유

예를 들어 우리가 하는 농사일을 많이 도와주시는 마을 어르신이 자원봉사자를 자신의 밭에 좀 보내달라고 요청할 경우 이것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항입니다. 담당자가 아무런 의논 없이 그냥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자원봉사자는 이곳에 공적인 일을 하러 왔지 사적인 일을 도우러 온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마을 어르신과의 관계가 거의 공적인 관계에 가까울 때는 문의를 해서 허락을 받고 예외적으로 도와줄 수는 있다는 거예요.

허락받는 것을 너무 어려워하지 마세요. 법사님한테 문의해도 되고, 스님이 있을 때는 스님한테 문의하면 됩니다. 예외 사항의 경우에는 허락을 못하는 것도 있고, 허락을 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예외가 허락될 때도 스님이 있는 자리에서 허락되는 것과 스님이 없는 자리에서 허락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스님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비록 계율을 어겼다 하더라도 계율을 어기는 범위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왜냐하면 스님이 옆에서 지켜본다는 것은 이미 위험하지 않는 범위 안에 있다는 것을 보장해 주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말썽꾸러기 중고등학생들을 제가 지도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아이들이 집을 나갔다고 연락이 와서 제가 ‘너희끼리 노는 곳에 집 나간 학생이 오면 나한테 연락을 해라’고 했어요. 아이들이 맥주 집에 모여 있다고 해서 제가 문을 쓱 열고 들어가니깐 다들 맥주잔을 내리면서 담배를 끄려는 시늉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마셔라’ 이러면서 ‘이제 어디 갈래?’ 물어보니까 여관방을 하나 빌려서 밤새도록 고스톱 치면서 놀고 싶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제가 잠깐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절에 가자. 절에 가면 고스톱 치게 해 줄게.’

그래서 방을 하나 주고 고스톱을 치게 허락해주었습니다. 이것은 비록 계율에 어긋나지만 절에 있는 방을 줘서 고스톱을 치게 했다는 것은 이미 그 아이들이 어떤 범위를 벗어날 수 없게 한다는 안전장치를 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제가 지켜보는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사고가 날 위험이 적어진 겁니다. 결국 방에서 밤새도록 떠들더니 새벽 2시가 돼서 쿵쿵 소리가 나길래 나가보니깐 모두 다 법당에서 참회한다고 절을 하고 있었습니다. (모두 웃음)

그래서 저 혼자 생각하기에 ‘더 이상 큰 문제는 안 생기겠다. 다들 집에 돌아가겠네’ 이런 판단이 들었어요. 다음날 아침에 ‘뭐하고 싶니?’ 물으니까 ‘놀이공원에 가고 싶어요’ 하길래 놀이공원에 데리고 가서 같이 놀고 왔는데, 그 다음 날에 아이들이 전부 집으로 돌아갔어요.

허락을 받으면 좋은 점

어른의 허락을 받는다는 것은 그것이 비록 예외이지만 그로 인해 큰 위험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반면에 허락 없이 예외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사고가 날 개연성이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허락을 받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사고가 났을 때 그 사고에 대처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허락받지 않은 일은 사고가 났을 때 반드시 숨기게 됩니다. 그러나 허락받는 범위 안에서 어떤 사고가 나면 즉시 보고를 하게 되기 때문에 바로 해결을 할 수가 있어요.

이런 취지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예외 사항을 허락받는 것에 대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계율을 어긴 것에 대한 보고에 ‘누가 고자질을 했냐?’ 이런 관점에서 보는 것은 굉장히 세속적 관점입니다. 계율을 어긴 것에 대해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고는 깡패들이 말하는 의리이지 수행자의 자세라고는 할 수 없어요.

공금을 사용할 때 규칙에 맞게 공금을 사용하는 것은 허가사항이 아닙니다. 계획된 대로 집행하면 됩니다. 그러나 규칙에 맞지 않는 곳에 공금을 집행해야 할 때는 허가를 받아야 할 사항입니다. 예를 들어 공금을 가지고 술을 사 먹는 것은 현재 정토회에서 허가사항이 아니라 금지사항입니다. 즉, 어떤 경우에도 계율에 어긋나는 술을 사 먹기 위해 공금을 청구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요. 설령 개인 돈으로 사 먹는다고 해도 ‘술을 먹지 말라’라는 계율이 있기 때문에 집단적으로 할 때는 허락을 받아야 하는 사항입니다. 그런데 개인이 혼자서 휴식시간에 밖에 나가서 맥주 한 잔 사 먹는 정도는 허가사항이 아니에요. 개인 돈으로 사 먹는 것일 뿐만 아니라 휴식시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개인이 참회를 해야 하는 사항에는 해당됩니다.

예외 사항을 허락받을 때의 기준

여러분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굉장히 복잡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 시간이 근무 시간인지, 개인이 써도 좋다고 주어진 시간인지, 또 먹는 음식이 계율에 어긋나는 것인지, 그것을 구입하는 돈이 사적인 돈인지 공적인 돈인지, 이런 것들을 종합하면 허가 사항인지 아닌지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좀 이상하네’라고 의문이 생기면 문의를 하면 됩니다. 약간이라도 이상하면 물어봐서 ‘아! 그건 해도 된다’ 이렇게 되면 몇 가지 사례가 생기게 되고, 거기에 따라서 앞으로는 좀 자유롭게 판단을 해나가면 됩니다. 초심자일수록 이렇게 문의를 해서 경험을 축적해 나가야 됩니다.

‘왜 저 사람은 해도 됐는데, 나는 하면 안 되느냐’
‘예전에는 해도 됐는데, 왜 이번에는 하면 안 되느냐’

이런 의문이 들 때는 그 시간이 사적인 시간인지 아닌지, 개인 돈인지 아닌지, 먹어도 되는 것인지 아닌지, 계율에 맞는지 아닌지를 살펴보면 돼요. 이런 기준에 따라서 허락을 못하는 사항도 있고, 허락을 해 줄 수 있는 사항도 있는 겁니다.

이것에 대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여긴다면 그 이유는 여러분들이 공적인 생활을 안 해보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직장에 다녀도 마찬가지예요. 직장에서도 역시 공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인지 아닌지를 살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장의 부인이 업무용차를 이용하는 것은 법규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 또 사장의 비서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것도 법규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 관습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지만, 엄격히 따지고 보면 법에 어긋나는 사항이 됩니다. 이런 것에 대해 복잡하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조금만 살펴보면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일에 속합니다.

다른 사람은 되는데 나는 왜 안 되나?

계율에 벗어나거나 예외 사항에 해당하는 일은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 됩니다. 그러나 허락을 신청한다고 다 허락이 나는 것은 아니에요. 허락을 해 줄 수 없는 사항도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볼 때 ‘다른 사람은 되는데 나는 왜 안 되나?’ 이럴지 몰라도 모든 판단은 이런 원칙에 의해서 판단을 하는 것이지 스님이 기분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니 허락받는 것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예를 들어 휴식 시간에 쑥을 뜯어서 개인 돈으로 떡집에 부탁해서 쑥떡을 집에 보낸다고 합시다. 이 경우는 허가사항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모두 개인적인 일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휴식시간이 아닌 공적인 근무시간에 수확물을 뜯어서 집에 보내는 것은 허가 사항입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그 일은 반드시 보고하고 허락을 받아서 해야 할 일에 속한다는 겁니다.

스님이 ‘이 일은 조금 위험하다’라고 말하는 일이 있다면, 그 이유는 여러분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친척의 어떤 부탁을 들어주는 게 전부 사적인 일이라고 봐서도 안 돼요. 친척이라 하더라도 그가 공동체에 어떤 도움을 주었다면 도움을 준 것에 대한 감사로 무언가를 나눠줄 수는 있는 겁니다. 그 사람이 공동체에 도움을 준 것에 대해서 감사의 선물을 주는 것이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계율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발우공양이 끝나자마자 스님은 농사팀 대중과 오후에 가 볼 소풍 장소를 답사했습니다.

답사를 마치고 수련원으로 돌아온 스님은 칠판에 무언가 가득 적었습니다.

교육연수 분과에서 최종 문서를 정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스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하필 담당 법사님은 오늘 하루 종일 화상회의가 잡혀 있었습니다. 직접 만나서 도와주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어서 스님은 교육연수 계획서에 담길 핵심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칠판에 적은 후 담당 법사님에게 “화상회의 마치고 나서 칠판 내용을 참고하라”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 칠판에 내용을 적은 후 스님은 다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바싹 말린 고수 줄기에서 씨앗을 훑어냈습니다.


대나무로 빗자루 만들기

스님은 행자 한 명에게 고수 씨앗을 터는 법을 알려준 후 말린 대나무 가지를 가져왔습니다. 비가 와서 며칠 째 대나무 빗자루를 못 만들었는데 어제부터 해가 나서 드디어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싹 마른 대나무 가지에서 손으로 잎을 훑어냈습니다.


잎을 훑어낸 대나무 가지를 가지런히 모았습니다. 손잡이로 사용할 굵은 가지를 먼저 끈으로 묶어주었습니다.



잔가지를 낫으로 더 다듬은 후 가지런히 모아 손잡이를 중심에 두고 끈으로 단단히 묶었습니다.


끝부분은 낫으로 끊어주었습니다.

뚝딱 대나무 빗자루를 만들었습니다. 옆에서 돕던 행자가 신기한 눈으로 물었습니다.

“스님, 어릴 때 빗자루를 만들어보셨어요?”

“아니요. 처음 만들어 봤어요.”

“근데 어떻게 만드신 거예요?”

“파는 빗자루를 보고 만들었죠. 대나무가 널려있는데 돈 주고 살 필요가 없잖아요.”

스님은 빗자루로 마당에 떨어진 대나무 잎을 쓸어보았습니다. 쓱쓱 잘 쓸렸습니다.

농사팀 행자들도 빗자루를 하나 만들어달라고 해서 스님은 다시 같은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두 번째로 만드니 한층 더 깔끔하게 만들어졌습니다.

금세 빗자루를 하나 더 완성했습니다. 대나무 머리 부분이 너무 펼쳐져있어서 끈으로 묶어서 세워뒀습니다. 가지런히 자리가 잡힐 때까지 묶어두었다가 사용할 예정입니다.

뒷정리를 하고 두북 농사팀 행자들과 근처 계곡으로 출발했습니다. 연일 비가 내려 계곡에 물이 많아졌습니다. 물살이 센 곳을 지날 때는 줄지어 서서 짐을 먼저 옮겼습니다.

스님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건널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계곡 이쪽과 저쪽 나무에 밧줄을 연결하고 주변에 쓰러져있던 나무를 톱으로 잘라 양쪽 돌에 걸쳤습니다.


통나무 다리를 완성하고 스님이 가장 먼저 건너보았습니다. 안전한지 확인한 후 대중도 건너오도록 했습니다. 통나무 다리를 밟고, 밧줄을 잡으면서 건너니 누구나 안전하게 건널 수 있었습니다.


계곡에 소풍을 오는데도 스님의 가방에는 톱과 낫이 들어 있었습니다. 앞장서서 가던 스님은 나뭇가지가 무성해 지나기 어려운 길을 만나면 낫으로 가지를 베어주었습니다.

물이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을 따라 물놀이도 하고 산책을 한 후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예불 전까지 스님은 원고를 교정하고, 농사팀 행자들은 밭일을 했습니다. 저녁예불 후에는 마음 나누기를 한 후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생방송 수행법회를 한 후 하루 종일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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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행 양계홍

허락을 받는 이유와 이득을 알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09-11 23:44:51

자재왕

스님은 어머니 같으신 대자대비 관세음보살입니다. 뭇 중생의 의지처가 되십니다.

2020-09-03 05:38:24

김현숙여래심

자신이 행하는 언행이 공동체 생활에서의 규율과 기준에 합당한지는 주위와 소통하며 배워가야겠습니다

2020-08-25 08: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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