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7.30 농사일, 공동체 안거 공청회
“외국인에게 스님을 어떤 이미지로 소개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농사일을 하고 공동체 수행대중과 공청회를 했습니다.

안거 기간 동안에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40분간 명상을 하고 천일결사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명상과 기도를 마치고 6시 지나 밭으로 나갔습니다.

작업복을 갈아입은 스님이 가장 먼저 나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단배추를 솎아준 후 비닐하우스 뒤편에 풀을 다 베고 수로에 빠진 풀을 건져내고 있었습니다.

공동체 대중도 세 조로 나누어 일을 시작했습니다. 각 조는 비닐하우스 사이에 풀을 뽑고, 논에 피를 뽑고, 병든 고추를 땄습니다.


풀베기를 마친 스님은 모가 많이 뭉쳐 자라는 곳에서 모를 뽑아 윗논 모서리로 올라갔습니다.

“여기는 왜 모가 안 자랐는지 모르겠네.”

윗논 끝에는 모가 자라지 않고 덩그러니 비어있었습니다.


모를 다 심고 걸어 나오는데 논둑에 풀이 가득했습니다.

“여긴 예초기를 돌리면 모가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손으로 베야 해요.”

스님은 논 끝에서부터 풀을 베었습니다. 풀을 베다가 잠시 허리를 펴기를 반복하는 사이 스님 뒤로 논둑이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논둑의 중간쯤 왔을 때 울력을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내일 또 해야겠어요.”


도구를 논물에 씻어서 들고 나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칡덩굴이 보이자 덩굴을 베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덩굴을 베고 나오다가 아랫 논둑에서 스님은 발걸음을 다시 멈췄습니다. 논에 피 뽑기를 할 때 우렁이 밥으로 뭉텅이째 놓아둔 모를 뽑으라고 안내했는데 튼실한 모도 뽑혀있었습니다.

“이 좋은 모를 뽑으면 어떡해...”

스님은 논 가장자리에 모를 다시 심어두었습니다.

오늘도 땀에 흠뻑 젖은 채 울력을 마쳤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자 오후에는 계속 비가 내렸습니다. 대중은 분과별로 연구를 하고 회의를 했습니다.

오후 공양을 마치고 오후 4시부터 스님 공동체 법사단과 내일모레 있을 결사행자회의 안건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다가오는 8월 전국대의원회의에 두북특별위원회 논의 결과를 안건으로 제출해야 하는데, 그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이번 결사행자회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스님이 큰 방향을 잡아주고, 법사님들은 각자 자신의 분과에서 부족한 부분을 더 보완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공동체 안거 대중과 함께 하는 공청회에 참석했습니다. 이번 안거 기간에는 매일 주제를 달리하며 공청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오늘 주제는 ‘개원 기념법회’와 ‘세계 전법’, ‘불사’, 세 가지입니다.

“어제에 이어서 토론을 계속하겠습니다.”

오늘도 다양한 제안과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 본부 개원을 할 때 용두리에 비닐하우스 지어놓고 정토회를 시작했던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을 사진전을 열어서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 사회 사상에 대해 강의할 때 멀티미디어 자료가 사전에 준비되어서 과거와 달리 입체감 있는 법문 영상 제작이 되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담당 인력 보강도 필요합니다.
  • 영어 통역 법문 콘텐츠를 유튜브에 발행하고 있는데, 홍보가 안 되고 있어요. 홍보가 되어야 그 결과를 분석해서 다음 기획을 할 수 있는데, 콘텐츠를 쌓아놓기만 하는 건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 20년 간 활동해 온 공간인 서초 회관 건물을 역사 전시관으로 활용하면 어떨까요?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1000일 기도 등 역사적 순간들을 벽면에 사진으로 전시해서 신입자들이 자연스럽게 정토회 역사를 엿볼 수 있게 하면 좋겠어요.
  • 수련원 주위에 정토마을을 만드는 구상이 있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합니다.

...

이 중에서 한 분은 세계 전법과 관련하여 외국인들에게 스님의 어떤 이미지를 부각하면 좋을지 고민이 된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도 가볍게 생각을 들려주었습니다.

불교 사상가와 사회 실천가, 스님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요?

“스님께서는 불교와 사회 실천을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 스님을 어떻게 알릴지 늘 고민이 됩니다. 불교사상가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할 것인지, 미래 문명을 이야기하거나 사회 실천을 하는 운동가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할 것인지 아직 방향을 못 잡고 있어요. 스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느 한쪽을 정하기보다는 양쪽을 모두 다 진행해야겠죠. 불교 활동과 사회 활동을 같이 소개해야지 한쪽만 소개하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님인데 사회 실천 활동만 하는 것처럼 비춰져도 한계가 있고, 사회 실천은 전혀 소개하지 않고 종교 활동만 소개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저에 대해 이미 한국에서는 종교인의 이미지를 벗어나서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외국에서는 ‘스님’이라고 하면 대부분 종교인이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에 ‘명상’, ‘수행’ 이런 분야의 전문가로만 이미지가 비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명이나 평화 등 사회 실천을 하는 사람이라고는 거의 생각조차 못할 거예요.

스님이 사회 실천을 할 것이라고 전혀 기대를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꾸 사회 실천을 이야기하면 관심이 없기 때문에 효과가 없을 겁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스님에게 관심이 있다면 명상이나 수행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일 텐데, 그렇다고 명상과 수행 이야기만 하면 세상에 알려진 다른 스님들과 차별성이 별로 없어요. 세계적으로는 수행 지도를 하는 스님들 중에는 저보다 더 유명한 스님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불교 사상과 사회 실천, 양쪽의 요소를 함께 소개해야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남방불교의 유명한 스님들은 위파사나 등 명상에 대한 이야기만 하지 사회 실천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거든요. 그나마 사회 실천에 대한 발언을 조금 했던 분들이 달라이라마와 팃낙한 스님입니다. 재가자 중에서는 태국의 술락 시바락 박사와 스리랑카의 아르야트네 박사가 사회 실천을 많이 강조하신 분들이죠. 그렇기 때문에 ‘스님’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대부분 불교라는 종교의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경우 사회 분위기 자체가 종교인이 사회 실천을 한다는 것이 장점도 많습니다. 한국은 스님이 사회 실천을 하는 것에 대해 거부 반응이 많은 편인데, 외국은 종교인이 사회 실천을 하는 것에 대해 거부 반응이 별로 없습니다. 그가 스님이든 목사든 관계없이 그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실천을 하는지를 더 중요시 합니다. 그래서 그의 신분을 문제 삼아서 ‘왜 스님이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느냐?’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특히 유럽에서는 기독교가 사회 실천뿐만 아니라 정치 영역에서도 많이 참여합니다. 기독교민주당, 기독교사회당 등 대중의 지지를 받아서 정당도 만들고, 목사가 정치 활동을 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어떤 부분을 강조해서 스님을 소개할 것인가의 문제는 직접 해보면서 조정해 나가야 할 것 같아요. 우선 대중의 수요가 어느 쪽이 많은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 저도 평화와 통일 운동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 분야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가 별로 없다 보니 노력을 많이 하는 것에 비해 별로 성과는 안 나거든요. 수행이나 즉문즉설의 경우에는 가끔 시간을 내서 하는 데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수요가 많다 보니까 성과가 많이 납니다. 이런 현상은 대중의 수요가 이렇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이 외에도 질문과 제안이 계속 이어졌지만,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서 공청회를 마쳤습니다.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은 없어요. 앞으로 공청회를 계속하면서 토론해 봅시다.”

공동체 수행 대중은 세 시간 동안 토론에 함께해준 스님에게 삼배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창밖에는 비구름이 걷힌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습니다.

저녁 8시에 예불을 한 후 분과별로 마음 나누기를 하고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도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오후에는 오늘에 이어서 공청회를 계속 이어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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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지

감사합니다 _()_

2020-08-30 16:19:59

보각

스님 감사합니다

2020-08-04 21:15:17

이임주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2020-08-04 12: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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