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6.4. 두북 공동체 울력
“효과적으로 일하는 방법”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두북수련원에 컨테이너 놓을 자리를 정비했습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난 스님은 원고를 교정한 후 아침 기도를 마치고 5시에 산으로 갔습니다. 5시면 해가 뜨기 때문에 밤처럼 어둡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숲 속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많이 어두웠습니다. 한 시간 동안 죽순을 캐고 내려와 두북수련원에서 대중보다 일찍 일을 시작했습니다.

두북 수련원에 생활하는 인원이 많아지고, 여러 회의가 이 곳에서 열리면서 공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문경수련원에 있는 컨테이너를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수련원 뒤편으로 컨테이너를 놓으려 했지만 뒤로 옮기려면 옥상으로 넘겨야 해서 비용이 많이 들게 되어 결국 학교 교실 옆에 컨테이너를 놓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컨테이너를 놓을 자리에 풀을 베고, 나무를 옮기고, 주춧돌을 놓았습니다. 대중보다 30분 일찍 일을 시작한 스님은 미리 나무를 다 베어두었습니다.



6시가 되자 법사님과 행자들이 나왔습니다. 나오자마자 스님이 베어둔 나무를 치우고 포클레인으로 나무뿌리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삽으로 팠다면, 뿌리 하나를 캐는데도 한참 걸렸을 일입니다. 포클레인을 사용하니 금방금방 일이 진행됐습니다.

배롱나무는 한쪽에 다시 옮겨심기로 했습니다. 포클레인으로 나무 주변을 넓게 판 다음 나무를 포클레인에 줄로 묶어서 옮겼습니다.



나무가 자리를 잘 잡을 수 있도록 원래 있던 자리의 흙으로 덮어주고 물을 충분히 주었습니다. 스님은 다른 나무도 옮겨 심으려고 했지만, 다른 나무는 벌레를 많이 옮긴다고 하여 대중이 반대해서 결국 폐기하기로 했습니다.

8시가 되자 해가 쨍쨍했습니다.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풀숲으로 무성했던 화단이 점점 훤해졌습니다.

배롱나무를 파낸 자리에는 커다랑 구덩이가 생겼습니다. 담벼락 쪽에 있던 돌무더기를 묻고, 큰 돌은 따로 빼뒀습니다.

“큰 돌은 제가 따로 쓸 데가 있어요.”

발우공양할 시간이 다 되어 울력을 마쳤습니다. 작업복을 갈아입고 간단히 세면을 한 후 발우공양을 시작했습니다.

발우공양에는 스님이 아침에 딴 죽순 반찬이 나왔습니다.

스님은 발우공양을 마치고 조금 더 울력을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새벽에 화단 정비는 마쳤는데, 공사장처럼 되어 있어요. 수련원을 찾는 사람들이 있으니 발우공양 마치고 뒷정리를 같이 하면 좋겠어요.”

발우공양을 마치고 11시에 행자들과 울력을 하기로 했는데, 낮에도 스님은 일을 시작하기 30분 전에 나가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기온이 34도까지 올라가 10시가 넘으니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흘렀습니다.

한참 일을 하고 있는데, 대인 스님이 두북 수련원을 찾아왔습니다. 대인 스님은 인도 쉬라바스티에서 천축선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인도로 돌아가지 못하고 한국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 25일에 삼랑진에서 스님과 뵙고, 오늘은 스님의 초청으로 두북 수련원을 찾았습니다.

스님은 수련원은 한 바퀴 돌며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폐교된 학교를 개조해서 수련원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 주위에는 밭을 만들어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폐교를 이렇게 활용하다니 아이디어가 참 좋네요.”

밭을 다 보고 난 후 JTS 창고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여기는 북한, 인도, 필리핀에 보내는 구호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예요. 올해부터는 재활용품을 전부 모아서 유통시키는 창고로 사용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여기까지 운반해서 오기가 쉽지 않겠는데요.”

“정토회 회원이 주는 물건은 자기가 직접 여기까지 가져와서 주고 가도록 하고요. 일반인들이 주겠다는 물건은 저희가 트럭을 몰고 가서 가져오고 있어요.”

“벌써 물건들이 많이 쌓였네요.”

“작년에는 폐업한 유스호스텔을 하나 인수해서 문경에 연수원을 마련했는데, 거기에도 내부 가구를 전부 재활용품을 사용해서 꾸몄어요. 지금 여기에 쌓인 가구들은 내년에 완공하는 본부 본부 건물 사무용품으로 사용하려고 받아놓은 물건들입니다. 새것을 사지 않고 전부 재활용품을 활용해서 내부를 꾸미려고 준비 중이에요.”

수련원 안으로 들어가 내부도 둘러보았습니다.

“어렸을 때 수업받던 교실이 생각나네요. 추억이 새록새록 돋습니다.”

복도를 지나 방송실로 들어갔습니다.

“여기가 방송실이에요. 교실 한 칸을 스튜디오로 꾸민 거예요. 여기서 온라인 명상도 하고, 여기서 온라인 불교대학 강의도 하고, 수행법회도 합니다. 아무것도 필요 없고 카메라만 한 대 딱 있으면 돼요.

처음에는 뒤에 천도 없이 칠판 앞에서 생방송을 했는데, 제 머리 뒤로 칠판이 걸리니까 보기 흉하다고 해서 천을 뒤에 달아 놓았어요. (웃음)

요즘은 진짜 주경야독하면서 지내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온라인 강의를 하거든요. 차 타고 두 시간씩 달려가서 강의를 하는 게 아니고, 강의 시작하기 30분 전에 농사일 끝내고 세수만 하고 카메라 앞에 앉아서 방송을 해요. 농사일을 할 수 있으니까 더 좋아졌어요.”

대인 스님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한 후 배웅을 해드리고, 뜨거운 한낮에는 실내에서 원고를 교정했습니다. 더운 햇살이 한풀 꺾인 오후 5시가 되어 다시 작업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이번에는 컨테이너 아래 네 귀퉁이에 주춧돌을 놓는 작업을 했습니다. 먼저 컨테이너 크기만큼 실을 이용해 표시를 했습니다. 수평계를 이용하여 실의 수평을 맞춘 다음 모퉁이마다 주춧돌을 놓았습니다.

땅에서 실까지 높이를 재고, 돌의 높이를 잰 다음 직접 쌓아보았습니다. 실 높이에 딱 맞는 돌이 없어서 땅을 조금 파내고 돌을 놓았습니다.


분명 길이를 재고 돌을 쌓았는데 돌이 더 높았습니다. 돌이 평평하지 않고 한쪽이 기울어져 있어 미세하게 더 높은 모양이었습니다.

땅을 평평하게 파낼 게 아니라 경사지게 파야했습니다. 쌓았던 돌을 들어내고 흙을 조금 긁어낸 다음 망치로 두들기며 다시 돌을 맞추었습니다.


“이번엔 낮아졌네요.”

다시 돌을 들어내고 흙을 조금 북돋아서 돌을 쌓았습니다.

“이번엔 이쪽이 조금 높네요. 순서를 바꿔서 작은 돌을 위로 쌓아봅시다.”

새로 평평한 돌을 사서 하면 쉬운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돌을 주워서 쓰니 미세하게 자꾸 오차가 생겼습니다.

“스님, 이 정도 오차는 괜찮지 않을까요?”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 다시 해봅시다. 아직 9번은 안 됐어요.”

옛날에 구정선사는 도를 배우러 온 제자에게 9번 솥을 걸게 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스님은 실 높이에 딱 맞고, 수평이 가로, 세로로 맞을 때까지 계속해서 돌을 다시 쌓았습니다.

수 차례 다시 하고 다시 해서 수평도 높이도 딱 맞게 되었습니다.

이제 다음 모퉁이로 가서 다시 같은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양 귀퉁이에 돌을 완벽할 때까지 놓은 다음 두 돌 사이의 수평도 확인했습니다.

컨테이너를 한쪽에 두 개씩 나란히 놓아 양쪽에 총 네 개를 놓을 예정입니다. 두 컨테이너 사이 모퉁이에는 큰 돌을 하나 놓고 맞물리도록 했습니다.


스님이 한쪽 화단에 두 개의 컨테이나가 놓일 자리에 주춧돌을 놓고, 반대편 화단에는 행자들이 주춧돌을 놓았습니다. 돌을 다 놓고 스님은 행자들이 쌓은 돌을 둘러보았습니다.

“이 돌은 약해서 컨테이너를 올리면 부서질 거예요.”

울력을 마치려다가 다시 주춧돌 2개를 교체했습니다

결국 저녁예불 시간이 다 되어서 울력을 마쳤습니다.

8시에 저녁예불을 드리고 마음나누기를 했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오늘은 어떤 알아차림이 있었습니까?”

돌아가며 한 명씩 오늘 한 일, 소감, 알아차린 점, 내일 할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오늘 스님과 함께 컨테이너 놓을 자리를 정비하고, 주춧돌 놓는 일을 했습니다. 수평과 높이를 맞추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저라면 그 정도 오차가 나면 넘어갔을 텐데 꼼꼼히 일하시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저는 요즘 다른 컨테이너 밑에는 뭘 깔아놓나 유심히 살펴보고 다녔어요. 그런데 약해 보이는 벽돌 하나 놓고 컨테이너를 쌓은 곳도 많더라고요. 그래도 괜찮은 줄 알고, 저도 작은 돌 하나를 쌓았는데 스님께서 튼튼한 돌로 다 바꿔주셨어요. 저도 스님께서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스님도 나누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날이 정말 뜨거웠어요. 티셔츠를 한 개만 입었더니 등이 따가울 정도였습니다. 오후 3시 정도에도 일을 해도 됐는데, 날이 너무 뜨거워서 일을 할 엄두가 안 났어요. 그래서 원고도 쓰고 좀 쉬었고요.

하루 종일 주춧돌을 박는 일을 했는데, 재료가 안 좋아서 엄청 고생한 것 같아요. 네모 반듯한 돌이었으면 일할 것도 없는데, 돌 모양이 반듯하지 않으니까 수평을 맞추느라고 열두 번도 더 작업을 다시 한 것 같아요. 오늘은 진짜 컨테이너 주춧돌 배치하는 데 시간을 다 보냈습니다.” (웃음)

마음 나누기를 마친 후 스님은 어떻게 일을 해야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효과적으로 일하는 방법

“일을 할 때는 항상 큰일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큰일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사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오늘 같은 경우는 포클레인이 가장 큰 일을 하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포클레인이 일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해두어야 합니다. 우리도 6시에 일을 시작하고, 포클레인도 6시에 일을 시작하면, 포클레인 기사는 30분 동안 일을 못하고 놀아야 해요. 만약 포클레인이 나무뿌리를 캔다면 우리는 나무를 미리 다 베어놓아야 하고, 포클레인이 나무를 옮겨 심는다면 우리는 나뭇가지를 미리 다 쳐놓아야 해요. 이렇게 준비를 딱 해놓아야 효과적으로 을 할 수 있습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왜 스님이 30분 먼저 일을 시작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명심문을 세 번 한 후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나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두북 특별위원회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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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

일할땐 30분 먼저 시작합니다.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그렇게 마음내니 출근시간 때문에 시비할일이 없어지네요. 감사합니다.

2020-06-21 11:05:27

김현숙여래심

젤 첫번째 근저가 되는 주춧돌
내 인생의 주춧돌은 무엇이며 그 주춧돌이 뿌리깊게 튼튼하게 잘 받침되어 있는지 확인해봅니다

2020-06-15 11:47:16

윤충현

우리스님께서는 모든 걸 그 원리를 잘 이해하시고 일을 처리해 가시는 모습이 정말 많이 배웁니다.
함께 살면서 스님 곁에서 많은 지혜를 배우고싶습니다._(())_

2020-06-13 18: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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