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5.5 결사 행자 회의
“결과물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안녕하세요. 오늘은 하루 종일 두북 수련원에서 결사행자 회의가 열렸습니다.

스님은 새벽부터 결사행자들을 맞이할 준비로 바빴습니다. 점심때 상추를 반찬으로 내기 위해 새벽 5시부터 7시까지 밭에서 상추를 뜯었습니다.

“상추를 너무 촘촘하게 심었더니 상추를 뜯는 게 힘드네요. 다음에는 좀 여유 있게 심어야겠어요.”

2시간 동안 뜯은 상추는 바구니 다섯 개를 가득 채웠습니다. 키가 큰 상추가 햇빛을 가려서 그늘 속에 자라고 있던 작은 상추들을 다른 밭으로 옮겨 심고, 크게 자란 시금치와 배추도 잘라 주었습니다. 스님이 텃밭에서 일하고 있는 사이 공동체 법사님들은 비닐하우스에서 상추를 뜯었습니다.

상추뿐만 아니라 비닐하우스에서 자라나는 각종 채소를 종류별로 모두 뽑아서 정성껏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스님이 뜯은 상추와 법사님들이 뜯은 쌈채소를 점심때 먹을 수 있게 두북 수련원 네 군데에 나눠서 배치한 후 아침 농사일을 마무리했습니다.

스님은 상추를 뜯느라 아침을 조금 늦게 먹은 후 결사 행자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전국에서 새벽에 출발한 결사 행자들은 9시가 넘자 대부분 도착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3개월 가까이 서로 만나지 못해서 그런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9시 30분이 되자 먼저 법사단장 무변심 법사님이 결사행자들을 환영하며 인사말을 했습니다.

“스님의 하루 보시면서 두북 수련원에 다들 오고 싶으셨죠?”

“네!”

“공동체 법사단도 스님을 가까이에서 모시고, 농사일도 함께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저희들이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까 야근을 해도 결과물이 금방 안 나오더라고요. (웃음)

저희들이 한 달 동안 연구한 내용을 공유하고 같이 고민할 수 있는 결사행자 분들이 계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스님과 공동체 행자님들이 황무지 같은 땅을 개간해서 수확한 작물을 오늘 여러분들께 공양으로 올릴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쌈채소 외에는 특별한 반찬이 없지만, 저희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시고, 한 끼 드셔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다면 더 좋은 앞날을 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껏 의견을 내어주셔서, 희망찬 10차 천일결사를 함께 열어 갑시다.”

쌈채소를 매개로 환영하는 마음과 감사해하는 마음이 오고 갔습니다.

이어서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앞으로 우리에게 닥쳐 올 어려움을 내다보면서 부처님은 이런 어려움과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이야기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접촉을 안 한 지 3개월 정도 지난 것 같네요. 10차 천일결사를 시작하는 첫 해여서 새로운 체제를 정착시키기도 쉽지 않은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아직도 새로운 체제를 제대로 시행해 보지 못한 상태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체 법사단이 또다시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 얘기를 나누고 준비를 하니까 일부에서는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부처님은 어려움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했을까

부처님 당시에도 승단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교도로부터 모함을 받은 일입니다. 한 여성의 죽음이 수행자들에 의해서 저질러졌다는 모함을 받게 되어서 대중으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때를 기다려라’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또 99명을 죽인 앙굴리 말라를 출가시켰을 때도 사회적 저항이 엄청났습니다. 그리고 유녀 500명을 출가시켰을 때도 사회가 그것을 수용하지 않아서 저항이 심했습니다. 경전 기록을 보면 대부분 일주일 정도 지나서 오해가 풀려서 해결이 된 것으로 나와 있지만, 어쨌든 일주일 동안 승단은 대중으로부터 공양을 받지 못했습니다.

더 큰 어려움은 부처님을 따르던 한 여인이 오해를 해서 생긴 일입니다. 그 여인이 한 나라의 왕비가 되었는데, 그 나라에 부처님이 가셨을 때 대중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는 것을 왕이 금지시켰습니다. 승단에 공양을 올리는 것도 금지시켜서 수행자들 전체가 굉장히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그때 아난다가 부처님과 나눈 문답이 이렇습니다.

‘부처님, 다른 나라로 갑시다.’
‘다른 나라로 갔을 때 그 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럼 또 다른 곳으로 가면 되죠.’
‘그곳에서도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럼 또 다른 곳으로 가면 되죠.’

이렇게 몇 번의 대화가 오간 후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난다여, 너는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그렇게 쫓겨 다니면서 세상을 살려고 하는가?’

이런 문답이 경전에 나올 정도로 부처님도 당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 사태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근대사에서 우리가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은 아마도 6.25 전쟁일 겁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전쟁을 직접 경험한 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 6.25 전쟁 이후에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IMF 사태가 났을 때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겪게 될 어려움은 IMF 사태보다 더 크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이런 어려움이 우리에게 닥칠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것을 큰 재앙이라고 생각하고, 하나님이 내린 벌이라고 생각하고, 전생에 지은 과보라고 생각하면서, 이 재앙이 빨리 물러나기를 기도합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이 상황을 고통스럽게 받아들이고, 이것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다가, 이 사태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수행자들은 코로나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첫째, 코로나 사태는 조기에 종결되기가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대한민국에서만 생겨난 일이라면, 대한민국만 이 문제를 종결하면 모든 것이 다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대한민국에서 이 문제가 종결이 되어도 주변국들은 여전히 문제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도 정상으로 돌아가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은 대부분 국지적인 일들이었는데, 코로나 사태는 전 세계적인 일입니다. 어느 한 나라에서 종결이 된다고 해도 다른 나라에서는 종결이 안 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는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둘째, 코로나 사태는 재발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봐야 합니다. 설령 종결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가까이에는 올 겨울부터, 그렇지 않으면 2, 3년 뒤에는 또다시 재발할 위험이 높습니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비하는 예방약이나 치료약을 빠른 속도로 개발해 나가겠지만, 바이러스는 변형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또다시 새로운 약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입니다.

그래서 이 상황은 쉽게 종결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을 이 상황에 맞게 바꾸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도시형으로 밀착해서 사는 방식을 바꾸어 나가고, 사람 사이의 스킨십도 줄여 나가는 등 주거방식, 집회 방식 등 사회 전반적으로 관계를 맺는 방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옛날 같았으면 코로나 사태가 종결되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온라인, 가상현실, 이런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대면 접촉을 줄이고도 우리의 사회적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이런 기술 개발이 천천히 이뤄지고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개발 속도가 매우 빨라지게 될 것입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다시 성찰해보면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인류의 소통방식은 30명 정도의 규모가 직접 보고 듣고 말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조금 확대해봐야 인간관계가 300명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대중이 아무리 많이 모인다고 해도 단순히 모여 있을 뿐이지 인간의 인지 능력이 갖는 한계 때문에 실제로 관계 맺음은 30명 내지 300명을 넘어가기가 어렵습니다.

인류는 그동안 직접 대면 방식을 간접 대면 방식으로 바꿈으로 해서 관계 맺음을 넓혀 왔습니다. 가장 중요한 계기가 문자의 발명이었습니다. 문자와 책을 통해서 우리는 과거의 역사적 인물과도 관계를 맺고,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도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직접 만나지도 않고 조선의 학자가 중국 명나라의 학자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우정을 돈독히 한 많은 사례들도 있습니다.

문자의 발명으로 인해 인간의 관계 맺음이 점점 넓어져 왔는데, 최근에는 온라인 기술이 개발되면서 긴밀한 관계를 더욱더 폭넓게 맺어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이제는 온라인 기술을 통한 관계의 확대가 더욱더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문자가 발명되기 전에는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 뇌 속에 모든 정보를 축적했는데, 문자가 발명되고 나서는 정보를 자신의 뇌 밖에 축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책과 도서관을 통해 많은 경험들을 전수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컴퓨터와 핸드폰에 저장해 놓고 꺼내어 쓸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인류 문명사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이것은 없었던 일이 새로 생겨난 획기적인 일이 아니라, 관계를 확대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새로운 한 요소가 등장한 것일 뿐입니다. 디지털로 바뀌면서 속도가 더 빨라졌고, 더 많은 양을 축적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역사의 필연적인 과정입니다. 인류는 문자가 발명된 후에도 1000년 이상 암기를 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일부 문자가 발명되었지만 대다수가 암송을 했습니다. 부처님 입멸 후 거의 500년 동안 암송으로 그 말씀이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그러다가 AD 1세기를 전후로 해서 경전이 문자로 기록되기 시작한 겁니다.

그것처럼 디지털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지만, 우리도 과거의 경험에 익숙하다 보니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를 좀 망설였습니다. 문자가 발명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억이 필요하듯이, 디지털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문자가 필요하고, 직접 대면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상당량이 디지털화로 옮겨가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단기간만 보면 급격한 변화 같지만 긴 역사에서 바라본다면 그냥 변화의 한 사건일 뿐입니다. 신석기에서 청동기, 철기, 이렇게 변해온 것처럼, 그리고 1차 산업혁명, 2차, 3차, 4차 산업혁명으로 바뀌어 온 것처럼, 지금 우리의 상황도 그냥 하나의 변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로 인한 온라인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특별히 놀랄 일도 아니고, 특별히 신비해할 일도 아닙니다. 새로운 기술과 도구가 부처님의 좋은 법을 널리 전하고 사회 변화를 가져오는 데에 이용 가치가 높다면,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에 끌려다닐 것인가 vs 환경을 활용할 것인가

옛날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늘 인연을 따라서 나투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즉, 환경에 물드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해 나가야 합니다. 주체가 먼저 서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환경에 물드는 것과 다릅니다. 주어진 환경에 물든다는 것은 내가 거기에 종속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주어진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은 내가 먼저 주체로 서고 그 환경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주체가 먼저 서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수행자의 관점이고, 그냥 환경에 물들어버리는 것이 중생의 관점입니다. 물놀이하는 게 목적인데 실수로 물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것이 중생이라면, 조개를 줍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이 수행자입니다. 밖에서 보면 똑같이 물에 빠진 것이지만, 완전히 다른 관점에 서 있습니다.

시대 상황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시대 상황을 우리의 발전을 위해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토회는 온라인 시대를 예측하고 꾸준히 준비해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면 접촉이 더 익숙했기 때문에 온라인 방식은 늘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을 갖고 있었습니다. 편지를 써서 전달하는 것은 직접 이야기하는 것에 비해 전달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처럼 이런 고민 때문에 우리도 변화를 주저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나타나는 사회의 제 현상을 보면, 이제는 온라인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도록 강제되는 측면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몇 번 사태를 겪고 어쩔 수 없이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조금 더 능동적으로 온라인 방식을 활용해 나갈 것인가, 이것은 우리의 선택입니다. 그래서 코로나 사태가 종결되면,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정토회는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일어나더라도 큰 문제가 없도록 준비를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공동체 법사단이 정토회의 미래를 위해 한 달 동안 논의하고 연구하는 일을 한 겁니다. 실제로 대면 접촉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 장소에 모일 수 있는 사람이 한 공간에 살고 있는 공동체 법사단 밖에 없었기도 하고요. (웃음)

오늘 회의가 끝나면 내일부터는 결사행자 여러분도 다 같이 이 논의에 참여해서 정토회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 나갔으면 합니다.”

입재 법문으로 마음을 다잡은 후 본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오전에는 기획위원회에서 ‘본부 개원 기념법회’, ‘사회운동 방향’, ‘정토회 30년 사료 편찬’에 대해 기획해 온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발표를 듣고 나서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특히 개원 기념법회 때 사회사상 강좌를 새로 진행해 볼 예정인데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대상을 구분해서 콘텐츠를 만들어도 좋겠습니다.”

“헌법, 경제구조, 군대, 지방자치, 삼권분립 등 국가 운영에 대한 주제도 다루면 좋겠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내용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질의응답까지 한 후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지난번에 제가 두북에서 키운 배추로 담은 김치가 참 맛있어서 점심 밥상에 내었습니다. 그리고 아침 일찍 상추를 많이 뜯어 왔어요. 점심은 김치와 상추, 쌈채소로 밥을 먹겠습니다. 저녁 대신에 오후 5시쯤에 쑥떡을 드릴게요. 먹는 것은 간소하게 먹고, 회의에 더욱 집중을 합시다.”

싱싱한 상추, 쌈채소와 더불어 봉화 수련원에서 희광 법사님이 두릅나물을 따와서 함께 나눠 먹었습니다. 푸른 채소들을 보며 결사행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상추, 쌈채소, 두릅, 김치와 함께 맛있게 점심 식사를 한 후 농장을 둘러보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스님이 직접 농장 곳곳을 안내하고 설명했습니다. 먼저 두북 정토수련원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여기는 고추를 심었어요. 저기는 당근, 양배추, 케일을 심어서 키우고 있어요. 저것은 머위입니다. 담장 앞에는 엄나무도 많습니다. 저기는 완두콩을 심었어요.”

수련원 주위를 한 바퀴 빙 돌았습니다. 한쪽 구석에 빈 창고가 있었는데, 이곳을 목공소로 사용하기 위해 봉사자들이 정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재활용 유통 사업을 할 때 가구를 전부 수리해야 하기 때문에 목공소가 필요해요. 목공소에 봉사를 하시는 거사님이 지금 와 계시네요. 감사합니다.”

거사님은 ‘정토 목공반’이라는 간판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다들 흥미로운 눈빛으로 간판에 손을 대어 보았습니다.

수련원 담벼락 뒤로 가니 버려진 땅에 얼마 전 축대를 쌓아서 새로 만든 텃밭이 나타났습니다.

“여기는 원래 담장 밑에 돌무더기만 쌓여 있었는데, 얼마 전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정비를 해서 새로 밭을 개간한 겁니다. 도라지, 열무, 더덕을 심었어요.”

다음은 재활용 유통 사업을 새로 시작할 창고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JTS 구호물품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고 있었어요. 북한에 보내려고 옷, 모자, 목도리, 양말, 신발 등 굉장히 많은 물품들을 보관하고 있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후 10년 동안 대북 인도적 지원이 끊어지면서 지원을 못했습니다. 여기에 쌓여있는 박스들은 모두 구호품들입니다.

재활용 물품들을 보시받게 되면, 이곳을 전시장으로 쓰려고 해요. 재활용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는 따로 구하기 위해 알아보고 있는 중이고요.”

스님의 설명에 이어서 재활용 유통 사업을 담당하는 이미은 법우님이 창고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본부가 개원하면 사용하기 위해 사무용품들을 계속 보시받고 있습니다. 많은 정토행자 분들이 가게를 옮기거나 이사를 갈 때 굉장히 많은 사무용품들을 계속 보내주고 계세요. 보시다시피 창고가 아주 넓습니다. 여러분도 돌아가셔서 물품들을 보내주시면 이 넓은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가 잘 사용하겠습니다.”

다음은 비닐하우스로 향했습니다. 비닐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여러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여기가 스님의 하루에서 봤던 거기네요.” (웃음)

다들 사진과 영상으로만 보던 비닐하우스를 신기해하며 구경했습니다. 싱싱하게 자란 채소를 보자 감탄사가 쏟아집니다.

“이게 봄배추예요.”

“이야, 배추가 너무 싱싱해요! ”

“이게 양배추입니다.”

“엄청 크네요. 심은지 얼마나 된 건가요?”

“이건 브로콜리입니다.”

“농사가 엄청 잘 되었네요.”

사람들이 감탄을 하는 사이 스님은 비닐하우스 가장자리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여기는 제가 담당하고 있는 배추 밭이에요.”

“아, 맞아요. 스님이 가장자리에 심는 걸 스님의 하루에서 봤어요.” (웃음)

이어서 스님이 농사 담당인 한혜련 법우님을 소개했습니다. 소개를 받은 법우님은 농사일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올해 저희 농사의 목표는 공동체가 먹거리를 자급자족하는 겁니다. 저희가 농사지은 수확물로 서울 공동체, 두북 공동체, 문경 공동체에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비닐하우스를 나와서 옆에 있는 노지 밭을 둘러보고, 며칠 전 소똥을 포대에 담아서 쌓아 두었던 곳을 지났습니다.

“동네 어르신이 소똥을 일곱 트럭을 공짜로 준다고 해서 받았는데, 소똥이 아직 덜 말라서 포대에 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스님의 하루에서 소똥 치우는 이야기를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이어서 유기농으로 지을 예정인 논을 차례대로 살펴보았습니다.

“여기 논은 조금 있으면 물을 잡아서 모내기를 해야 합니다. 조금 더 위에 올라가면 저수지가 있어요. 저기에 있는 물을 낙차를 이용해서 비닐하우스에 있는 물탱크까지 자동으로 흘러내려가도록 연결한 거예요. 연결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웃음)

몇 년 동안 사용하지 않던 논밭이어서 울타리를 정비하느라 공동체 대중이 전부 붙어서 정비를 하느라 수고가 많았어요.

저기 보이는 산 위에도 밭이 하나 있어요. 법사님들이 울력해서 울타리를 다 쳤고, 차가 못 올라가는 길이었는데 길을 만들어서 거름을 올렸어요. 물도 저 반대편에서 끌어서 왔고요. 산 아랫 밭에는 연못 세 개를 단계적으로 흐르도록 만들어서 매일 아침마다 물을 받아서 쓰고 있어요. 들판으로 내려가면 무공해 농사를 짓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전부 산골짜기에 있는 못 쓰는 땅을 구해서 무공해 농사를 지으려고 해요.

여기서는 대중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마음공부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려고 해요.”

스님과 함께 농장 투어를 마치고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오후 1시 10분부터는 다시 결사행자 회의를 이어갔습니다. 분과별로 앞으로 남은 과제를 수행하기 위헌 새로운 분과원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발표를 마친 후 스님의 사회로 궁금한 점에 대해 묻고 답하는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고, 답변을 마치고 나니 2시간이 지났습니다.

간식 시간이 되어 쑥떡이 나왔습니다. 어릴 때 이후 오랜만에 쑥떡을 맛본 사람들은 너무나 반가운 표정을 보였습니다. 쑥떡의 재료인 쑥은 스님이 채취하고 법사님들이 다듬은 것입니다.

쉬는 시간에 김은숙 대표님은 “아직까지 무엇을 새롭게 하자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회의가 시작되자 스님은 1시간에 걸쳐서 판서를 하면서 지난 한 달 동안 법사단이 논의한 내용을 쉽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결사행자 모두가 공동체 법사단이 제안하는 내용에 대해 공감을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 그럼 6월 말까지 정토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특별위원회를 새로 구성해서 운영할지 그 여부에 대해서 결정을 하겠습니다.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운영하자는 제안에 대해 찬성하는 분은 손을 들어보세요.”

큰 박수와 함께 만장일치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안건이 통과되었습니다. 4월 한 달 동안은 공동체 법사단이 중심이 되어서 논의를 해왔다면, 5월과 6월에는 결사행자들도 각 분과별로 모두 결합해서 정토회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럼 오늘부터 6월 말까지 정토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특별위원회가 운영이 되겠습니다.” (모두 박수)

결사행자 회의를 마치고, 저녁 예불을 한 후 모두가 둥그렇게 둘러앉아 오늘 하루를 보낸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절대 1분을 넘기면 안 됩니다. 기차 예약을 해 놓으신 분들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맞춰야 해요.”

한 명씩 돌아가며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인도에서 보광 법사님, 미국에서 김순영 국제국장, 몸이 아파서 참석하지 못한 상향 법사님도 핸드폰 생중계로 소감 나누기를 함께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것 자체가 참 좋네요.”

“이제 큰 담을 하나 넘고 광야를 향해 달려 나가는 느낌입니다. 코로나19 덕분에 오히려 일이 잘 풀려서 좋습니다.”

“미래를 이야기하고, 온라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부처님 당시 본래 모습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어요. 새로운 것을 사지 않아 본다든지 매일 두 시간은 울력을 해야 한다든지... 감동스러웠습니다.”

“비전이란 함께할 때 가장 전면화되고 보편화된다고 생각해요. 가슴이 뜨거웠습니다.”

“저는 서초 법당 개원 백일법문을 듣고 인연이 돼서 여기까지 왔어요. 본부 개원법회 후에 또 어떤 분들이 인연이 될까 기대가 됩니다.”

“함께 꾸는 꿈도 좋지만 꿈을 만들어가는 시간들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문제제기해주시고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세상이 많이 변하고 있는데 20대와 30대도 회의에 결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을 하더라도 오프라인의 장점을 살려야 하는데 우리는 내부적으로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가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더 혁신적으로 변화하면 좋겠습니다.”

“이제 미국은 아침 7시입니다. 거의 12시간이 지난 거 같은데요. 떡 이야기하니까 배가 많이 고프네요. 밤새 안 졸려고 커피를 준비해놓고 함께 했는데, 참 좋았습니다.”

같은 소감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지루할 새 없이 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결과물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여러분이 이야기한 소감을 잘 들었습니다. 우리가 노력해서 어떤 결과물을 만드느냐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내용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서로 의논해서 뜻을 맞춰 가고, 그 내용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피드백을 받는 이 과정이 더 중요해요.

성과에 너무 연연하게 되면, 짜증을 내게 되고,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그렇다고 그저 관계만 좋게 유지하면 우리의 연구 내용에 진척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집중을 해서 연구를 진척시켜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법사님들이 나이 육십이 넘어서 과로를 하는 바람에 좀 힘든 측면도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과정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아셨으면 해요.

분과가 정해지더라도 자기 분과만 연구할 게 아니라,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고, 또 연구하고, 또 피드백 받고, 이렇게 머리를 맞대어 가면서 이 일을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오늘 여러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기 때문에 그 내용을 더 보완해서 주말에는 다시 총무, 법사, 대표들과 공청회를 하려고 합니다. 그런 후 다시 초안을 만들어서 나중에는 서원행자들의 의견도 수렴해나가려고 해요. 이런 과정을 거쳐서 마지막에는 우리가 선출한 대의원들이 모이는 전국대의원 회의에 제출해서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고 나면 올해 하반기부터 새롭게 실행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스님의 소감을 끝으로 사홍서원으로 결사 행자 회의를 모두 마쳤습니다.

결사행자들을 배웅한 후 스님은 곧바로 농사팀 행자님들과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스님은 결사행자 회의를 하느라 비록 농사일을 함께 하지 못했지만, 마음 나누기를 통해 오늘은 밭에서 어떤 일들이 진행되었는지, 행자님들의 마음 상태는 어떤지 함께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수고들 하셨습니다.”

내일은 온라인 수행 법회가 생방송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오후에는 공동체 법사단 회의가 이어집니다.

전체댓글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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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여래심

코로나사태로 진행되고 있는 비대면식 온라인 수업
지금의 상황에 적절히 반응& 활용하며
첫 결과물 내기 위해 과정들을 잘 밟아가고자 합니다

2020-05-17 22:45:47

정지나

끊임없는 과정속...결과만을 생각하고 가면
짜증이 난다는 말씀 제 이야기라 공감
팍~팍입니다 지금 여기 나!

2020-05-11 22:46:10

월광명

환경에 물드는 것과 환경에 적응하는 것의 차이를 잘 들었습니다. 내가 먼저 주체로 서고 환경을 활용해 나가는 적극적인 자세를 갖춘 수행자 되도록 유념하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2020-05-10 1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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