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하루

2019.11.10~11 정토회 저녁반 활동가 나들이, 결사행자회의
“사람을 챙기는 게 어려워요”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졸업 수련 특강을 마치고 10시부터 정토회 저녁반 활동가들과 문경새재 나들이를 했습니다. 햇살이 나지 않은 흐린 날씨라 산책하기 좋았습니다. 9시 30분에 법문을 마친 스님은 문경새재 입구에 도착하여 빠른 걸음으로 제 1관문까지 걸어갔습니다.

스님이 도착하자 멀리서부터 활동가들이 박수를 치며 스님을 반겼습니다. 스님은 가쁜 숨을 내쉬며 사과를 했습니다.

“6시부터 9시까지 불교대학 졸업 특강이었는데 윤회를 하니 안 하니 질문을 해서 시간이 길어졌어요. (모두 웃음) 허겁지겁 왔습니다. 늦어서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모두 박수)

그리고 오늘 함께 걸어 볼 문경새재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백두산에서 흘러내려오는 한반도의 등줄기 산맥을 백두대간이라고 합니다. 백두대간 중에서 강원도 지역에 흐르는 산맥을 태백산맥이라고 하는데, 태백산맥에서 서남쪽으로 가지가 흘러 나간 게 소백산맥입니다. 소백산맥에 의해서 충청도와 경상북도가 갈라지고, 경상남도와 전라도가 갈라집니다. 경상도는 소백산맥에 가려서 북서 쪽에서 보면 막혀있기 때문에 지역적으로 폐쇄된 지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옛날부터 좀 보수적이었어요. (모두 웃음)

경상도에서 소백산맥을 넘어서 전라북도 장수로 넘어가는 길이 육십령, 충청북도 영동으로 넘어가는 길이 추풍령, 충청북도 괴산으로 넘어가는 길이 조령, 충청북도 단양으로 넘어가는 길이 죽령입니다. ‘령(嶺)’자는 고개를 뜻하는데, 고개라는 것은 폐쇄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는 통로예요. 옛날에는 여성이거나 종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던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고개를 넘어서 도망을 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고개를 넘는다는 말은 고통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한 고개 넘었다’, ‘두 고개 넘었다’ 이렇게 표현하죠.

경상북도 문경에서 괴산, 충주로 넘어가는 고개가 조령, 일명 문경새재입니다. 새도 이 고개를 넘기가 힘들다고 해서 ‘새재’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고, 억새가 많아서 ‘새재’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고, 추풍령과 죽령 사이에 있다고 해서 ‘새재’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고, 여러 가지 설이 많습니다. 다 맞는 말이에요. (모두 웃음)

지금도 부산이나 대구, 경주에서 출발해서 서울로 가는 최단 코스가 문경새재를 넘어가는 길입니다. 예전에는 과거 시험을 보러 가는 사람, 부임하고 이임하는 관리들, 보따리 장사하는 상인들이 주로 넘나드는 길이었습니다. 그 외에 일반인은 거의 넘나들지 않았습니다.

문경새재에는 세 개의 관문이 있습니다. 꼭대기에 있는 것이 조령관문입니다. 거기서 경상도 쪽으로 내려오면서 중간에 있는 관문이 조곡관문이고, 입구에 있는 관문이 주흘관문입니다. 왜 이쪽에만 관문이 있고 고개 너머에는 관문이 없었을까요?

그 이유는 왜적을 방비하려는 목적으로 관문을 쌓았기 때문입니다. 임진왜란 때 이곳 방비가 안 돼서 왜군들이 동래에 상륙하고 한성까지 오는데 한 달 밖에 안 걸렸습니다. 쏜살같이 와서 한성을 점령했거든요. 그것에 대한 반성으로 일본의 재침을 막기 위해 여기에 관문을 쌓은 겁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죠. 여기에 관문을 쌓아놓고 그 후로는 이 관문을 한 번도 못써봤어요.

저희들은 1관문(주흘관문)을 출발해서 2관문(조곡관문)까지 갔다가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내려올 예정입니다. 올라가는 오른쪽에는 험준한 주흘산이 있고, 왼쪽에도 험준한 조령산이 있습니다. 주흘산의 높이는 1106m이고, 조령산의 높이는 1023m입니다. 두 큰 산 사이로 흐르는 계곡을 보면서 산책을 하겠습니다. 계곡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단풍을 구경하기에는 조금 늦었습니다. 10월 말이 단풍이 보기에는 가장 좋은데, 그래도 아직 단풍이 다 지진 않았습니다. 날씨가 쌀쌀하지만 걷기엔 좋을 것 같아요. 스님과 가까이 가려다 보면 길을 막게 돼요. 그러면 길 가는 사람들이 ‘이 길이 다 네 거가?’ 이렇게 욕을 해요. (모두 웃음) 그러니 걸을 때 길의 절반을 넘지 않도록 해주세요.”

설명을 마치고 문경새재로 걸어보았습니다. 관광객이 많았습니다. 스님과 활동가들은 내려오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길을 다 차지하지 않으며 걸었습니다.

절정은 지났지만 여전히 붉고 노란 단풍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도 좋고, 말없이 걷기만 해도 좋은 길이었습니다.

약간 경사가 진 길을 걷기 시작하자 숨이 가빠지고 등에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옆으로 맑은 계곡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단풍구경을 하다 보니 주막이었던 ‘조령원 터’, 이임하는 관리와 부임하는 관리가 만나서 문서를 교환했다는 ‘교귀정’, 조곡폭포를 차례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계곡을 건너자마자 제2관문이 나타났습니다. 제2관문을 지나 너른 터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각자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꺼내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을 먹었습니다.

너른 돌은 그대로 멋진 식탁이 되었습니다. 스님도 싸온 도시락을 펼치고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식사가 모두 끝날 때까지 잠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잠시 여흥을 즐겨보기로 했습니다.

“아직 다른 사람 식사가 덜 끝났으니까 내가 대중을 위해 노래를 한 곡 하겠다는 사람은 앞으로 나오세요.”

용기 있게 손을 번쩍 들고 앞으로 나오는 몇 사람 덕분에 숲 속은 온통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노래 부르며 웃는 사이에 식사가 모두 끝났습니다. 다시 내려가는 길에는 단풍구경을 더 여유 있게 하면서 도반들과도 깊이 있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오전에 단풍을 만끽한 활동가들은 오후 1시 20분부터 스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유스호스텔 실내 강당은 460여 명으로 꽉 찼습니다.

“산행 잘하셨어요?”

“네!”

“지금부터는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을 서로 대화하는 시간입니다. 먼저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여러분이 있기에 정토회가 있다는 거예요.”

여러분이 있기에 정토회가 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월급을 주고 사람을 고용해서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보니까 여러분들이 봉사를 안 해주면 정토회가 유지될 수 없어요. 정토회의 규모가 작을 때는 정토회 안에 들어와서 공동체에서 살고 있는 출가 대중들만으로도 정토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정토회의 규모가 커지면서 정토회에 들어와 살고 있는 100명도 안 되는 대중만 갖고는 정토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직장 생활하면서도 틈나는 대로 하나씩 소임을 맡아서 봉사를 해주시기 때문에 오늘의 정토회가 전국에 법당을 두고, 여러분들이 사는 동네 가까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수행을 할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줄 수 있게 된 거예요. 여러분들 자신도 법당에서 수행할 수 있는 혜택을 보지만, 여러분들에 의해서 많은 사람들이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다니며 정토회 활동을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자원봉사야말로 정토회의 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에는 주로 주간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서 정토회가 많이 움직였는데, 요즘은 불교대학생의 65%가 저녁반이 되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토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역할을 아직 주간반 자원봉사자가 맡고 있는 이유는 주간반 자원봉사자는 하루 종일 봉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직장을 다니면서 시간을 일부만 내서 봉사하니까 여러분들이 정토회의 주요 직책을 맡아서 하기에는 아무래도 시간적인 제약이 있습니다. 그래도 여러분들이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서 봉사를 맡아주니까 정토회가 유지될 수 있는 겁니다. 앞으로 정토회가 더욱더 발전하려면 여러분들이 더 많은 활동들을 해줘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그동안의 수고에 대해서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 박수)

그래서 오늘은 즉문즉설을 하기 전에 건의사항을 먼저 받을까 싶어요. 여러분들이 일선에서 활동하면서 ‘정토회에서 이런 건 좀 고치면 안 됩니까?’, ‘이런 건 좀 추진하면 안 됩니까?’ 이런 내용이 있으면 가볍게 얘기해보세요. 평소에 못 했던 얘기를 마음껏 해보세요.

그런데 오늘 저에게 건의한다고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법륜 스님은 정토회에서 행정적 결정력은 없습니다. 저하고 대화하는 건 그런 고민이 있다고 얘기를 나누는 것뿐이에요. 어떤 분은 자기가 건의한 게 아직도 추진이 안 된다고 ‘스님한테 지난번에 말씀드렸잖아요’ 이렇게 얘기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제가 그럽니다.

‘저한테 얘기해봐야, 저는 아무 권한도 없습니다.’

그런데 저한테 여러분들이 건의하면, 행정적인 결정 권한이 있는 사람들이 그래도 머리가 돌아간다면 어떻게 반영을 안 하겠어요? (모두 웃음)

현재 정토회에서 제도적으로는 법륜 스님에게 결정권이 없습니다. 여기서 아무리 건의를 해도 전국 대의원회의를 거쳐야 최종 결정이 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정토회의 개선점에 대해 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라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결정되는 건 아니라는 걸 전제로 대화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즉문즉설 강연에서 질문이 끝없이 나오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손을 들고 건의를 했습니다.

  • 청년 대의원이 없습니다. 대의원이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요. 청년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 불교대학, 경전반 이동수업에 대한 문의가 많은데 홈페이지에 각 법당 별 진행사항을 게시하면 좋겠어요.
  • 나눔의 장도 불교대학 학생이 먼저 신청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 남산 순례에 참가하지 못했을 경우 다음 학기에 참가해도 출석 인정을 해주면 좋겠어요. 남산 순례 때문에 개근을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
  • 정토회에서 대안학교를 설립하면 좋겠어요. 계획이 있나요?
  • 2년째 법당 장소를 구하고 있는데 심사에서 통과가 안돼요. 소도시에는 원칙을 조금 융통성 있게 적용하면 좋겠습니다.

  • 활동을 하다가 노후에 아프면 지원을 해주나요?
  • 조립식 모금함을 사용해보면 어떨까요?
  • 백세시대입니다. 정토회 안에 나이 드신 분들도 많은데 고령층이 봉사할 기회를 많이 만들면 좋겠어요.
  • 정회원 가입 안내를 적극적으로 하면 어떨까요?
  • 정토회에서는 수능 기도를 안 하나요?
  • 법당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면 좋겠는데 중앙에서 계속 안 된다고 해요. 각 법당에 결정권을 주면 좋겠습니다.
  • 법당에 하루 명상이 있었는데 없어졌어요. 왜 없어졌나요?
  • 나눔의 장 횟수를 늘릴 계획이신가요?
  • 9박 10일 명상을 영상으로 진행할 수 있을까요? 저는 여름에는 9박 10일 명상수련을 갈 수 없어요. 9박 10일 명상수련을 가을이나 겨울에도 열면 좋겠습니다.
  • 불교대학 운영 안내서나 수행 연습 안내서에 주로 주부에 해당되는 예시가 많은데 청년, 직장인을 위한 예시도 추가하면 좋겠습니다.
  •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줄고 있습니다. 거리 모금도 카드로 지불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어요.

스님은 활동가들의 의견을 듣고 흔쾌히 받아주거나 칭찬하고, 스님의 의견도 말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사람을 챙기기 어렵다는 활동가에게 스님은 어떻게 하면 사람을 잘 챙길 수 있는지 자세히 알려주었습니다.

사람을 챙기기 어려워요

“저는 지금 모둠장을 하고 있는데요. 제가 모둠원들을 못 챙기고 있어서 법사님께 어떻게 사람을 챙겨야 하냐고 물어보니까 엄마처럼 챙기면 된다고 하셨어요. 제게는 그 말이 뭔가 막연하게 느껴졌어요. 우리 엄마는 저를 잘 안 챙겨줬는데... (모두 웃음)

옛날의 엄마들은 되게 헌신의 아이콘이었잖아요. 그에 비해 저희 엄마나 주변 친구들의 엄마를 보면 잘 챙겨주는 이미지랑 거리가 멀고 자기 거를 먼저 챙기는 사람인데 어떻게 엄마처럼 챙기라는 것인지 의문이 들어요. 잘 챙긴다는 게 막연하고 와 닿지 않더라고요. 소임 설명을 들으면서 차라리 ‘엄마 같이 하라’고 하지 말고 ‘보살처럼 해라’ 이렇게 말하면 좀 더 와 닿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법사님이 고지식한 옛날 사람인가 봐요. (모두 웃음) 사람들은 용어를 쓸 때 자기의 세계와 경험 속에서 체험한 용어를 씁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삶 속에서는 그 용어밖에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똑같은 용어라도 내가 쓰는 용어 하고 다른 사람이 쓰는 용어의 의미가 다를 수 있어요. 대표적으로 윤회라는 용어는 인도 전통 사회에서는 사람이 죽고 다시 태어나서 소가 되고 말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이 쓰신 윤회라는 용어는 똑같은 용어지만 인도 사람들이 쓰는 윤회와는 개념이 다릅니다. 부처님은 우리의 마음이 즐겁다 괴롭다를 끊임없이 반복되는 걸 윤회라고 했어요. 그래서 윤회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인도 사회에서는 다시는 안 태어난다는 의미예요. 그러면 ‘안 태어나는 게 뭐가 좋을까? 태어나는 게 좋지’ 이런 의문이 들잖아요. 그런데 부처님이 말씀하신 ‘윤회에서 벗어난다’ 하는 표현은, 괴로움이 즐거움이 되고 즐거움이 괴로움이 되는 윤회에서 벗어나 다시는 괴로움이 일어나지 않는 경지를 뜻해요. 괴로움이 소멸해버리는 것이 해탈입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도 인도 사회 안에 있다 보니까 인도식으로 내용이 변질돼 버린 거예요. 용어는 같은데 내용은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처럼 엄마라는 단어도 그 법사님이 쓰실 땐 헌신적으로 행동하는 보디 사트바를 지칭하는 용어예요. 보디 사트바가 어떤 마음이냐고 할 때 보통은 엄마 같은 마음이라고 표현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질문자의 엄마는 보디 사트바 같은 마음이 아니다 보니까 도대체 엄마 같은 마음이라는 표현 갖고는 보디 사트바의 마음이 전달이 안 되는 거예요. 하지만 보통은 보살의 마음이 어떤 거냐고 할 때 쉽게 설명하는 비유로 엄마 같은 마음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엄마 같은 마음이 도대체 이해가 안 돼서 보살 같은 마음이라고 표현해야 ‘아, 그게 엄마의 마음이구나’ 하고 알 수 있다니까 이것도 세대 차이네요. (모두 웃음)

앞으로 청년들에게는 엄마 같은 마음으로 하라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겠어요. (모두 웃음)

사람을 챙긴다는 것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구분하라는 게 아니에요. 나누기를 하거나 정일사를 해 보면 ‘저 사람은 마음에 이런 상처가 있구나’, ‘저 사람은 저런 장점이 있구나’, ‘저 사람은 저런 아픔이 있구나’ 이런 것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 사람의 마음에 어떤 상처가 있는 걸 이해하면 그 사람이 뭔가 픽픽 토라져도 ‘저 사람은 전에 보니까 마음에 상처가 있어서 저런 반응을 하는구나’ 하고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그 사람의 얼굴만 보다가 나누기를 하면서 그 사람의 심리 상태가 어떤지를 알게 되면, 내가 다음에 그 사람의 행동만 보고 평가하지 않고, 그런 행동과 말이 나온 뿌리를 생각하면서 기다려줄 수 있게 됩니다. 그가 화를 좀 내더라도 그걸 따지지 않고 꼭 껴안아 줄 수도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사람을 파악해야 된다는 거예요. 좋은 인간, 나쁜 인간을 분류하기 위한 파악이 아니고, 사실대로 그를 알아서 그에 맞게 대응하기 위해서 파악하는 거예요. ‘너는 마음에 상처가 있고, 감정 기복이 심하니까 너는 안 돼’ 이런 관점이 아닙니다.

다만 그런 사람은 조직의 책임을 맡으면 안 돼요. 눈 밖에 났으니까 너는 팀장이 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그런 분이 조직의 책임을 맡으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기감정이 자꾸 왔다 갔다 하니까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요. 그런 사람은 재능이 있으면 재능 기부를 하는 건 괜찮지만 타인과 관계하는 조직책임자로는 적당치가 않습니다.

이건 차별하고 성격이 다릅니다. 적재적소에 맞게 사람을 쓴다는 관점이에요. 이렇게 헤아리는 것을 ‘사람을 챙긴다’라고 표현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소임자를 배정할 때 추천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러면 이렇게 물어본단 말이에요.

‘그분에게 이 일을 맡기면 어때?’
‘그분은 이런 착실한 면이 있어서 이런 일은 잘할 것 같고, 마음에 상처가 있어서 저런 일은 지금은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해주면 나중에 그 분과 상담을 하거나 그분에게 어떤 소임을 줄 때 참고를 할 수 있어요. 사람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으면 이렇게 소임을 줄 때 도움이 됩니다. 그분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를 따지는 게 아니에요.

만약 지금 질문자가 불교대학에서 10명의 학생을 담당하고 있다면, 어떤 필요에 의해서 질문자가 맡고 있는 학생에 대해 물어보면 ‘몰라요’ 이렇게 얘기하면 안 돼요. 그건 질문자가 학생들을 못 챙기고 있다는 얘기예요. 그런 것들을 파악하고 있다는 건 사람을 잘 챙기고 있다는 거예요. 꼭 불교대학에 학생들이 안 빠지고 다니게 한다고 사람을 잘 챙긴다는 뜻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한 학생이 결석을 자주 할 때도 그 사람을 알아야 적절히 대처할 수 있습니다.

‘저분은 당분간 쉬게 해주는 게 낫겠다’
‘그냥 두면 저 사람은 안 나올 수 있으니까 전화를 해서 지금 안 떨어지도록 도와야 되겠다’
‘저 사람은 전화를 자꾸 하면 오히려 반발이 생기니까 조금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는 게 좋겠다’

이렇게 그 사람을 잘 알아야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사람을 잘 챙긴다는 말을 쓰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마칠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질문을 미리 신청한 사람이 열 명 남아있었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스님은 바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 최근 이웃과 갈등이 생겼어요. 제가 한 10을 잘못한 것 같은데 백배, 천배 잘못했다고 해요. sns에도 자기가 피해자라고 올렸어요. 그 사람이 잘못됐으면 좋겠고 억울해요.
  • 경전반 담당자입니다. 체력적으로 지치다 보니 불교대학을 담당할 때처럼 사람들을 알뜰살뜰 안 챙겨요. 너무 애를 쓰며 했나 사람들에게 집착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관계가 무미건조해졌어요.
  • 공공단체급식소에서 일하는데 음식을 너무 많이 버려요. 미움을 받더라도 개선해야 할까요?
  • 갑자기 아들이 아파서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아들 병간호와 활동이 겹칠 때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할까요? 또 아들도 정토회 활동을 하면 좋겠는데 싫어해요.
  • 남편과 자식이 자주 싸워요. 바라보고 구경하면 될까요?

열 명의 질문을 다 받을 수는 없었습니다. 스님은 개인적인 질문은 즉문즉설 강연에서 하라고 하고, 마지막으로 활동가들이 가볍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었습니다.

2시간 동안은 내가 법륜 스님이다

“여러분들의 활동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부처님이 어떤 분인지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줘도 사람들은 부처님을 직접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법륜 스님 같은 사람을 만나면 부처님이 좀 좋아 보이고, 또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부처님도 별로로 보이는 겁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예요. 법륜 스님의 법문을 영상으로 들으면 좋아 보이지만, 그 사람이 법륜 스님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불교대학의 담당자예요. 그래서 담당자가 곧 법륜스님이에요.

학생들은 담당자가 괜찮으면 불교대학을 계속 다니고, 담당자가 마음에 안 들면 불교대학을 안 다닙니다. 평소에도 부처님처럼 행동하라고 하면 여러분들이 부담이 커요. 그래서 불교대학을 진행하는 그 2시간만큼은 ‘내가 법륜스님이다’ 이런 마음으로 임해야 해요. ‘오늘은 내가 법륜 스님 대역으로 나왔다’ 이런 마음으로 2시간 동안 불교대학을 진행해야 해요. 집에까지 가서는 법륜 스님 대역을 안 해도 됩니다. 딱 2시간만 하는 거예요.

‘오늘은 내가 법륜 스님의 대역이다. 평등한 마음으로 학생들을 따뜻하게 대해야 되겠다.’

그런데 어느 불교대학 담당자의 얘기를 들으니까 청년들이 간식을 잘 먹는다고 해서 매 수업마다 샌드위치와 김밥을 만들어 간데요. 학생들이 10명인데 간식을 매번 만들어 가려니 처음에는 잘 먹어서 너무 좋았는데 요새는 지쳤다고 해요. 이런 방식으로 사람을 챙기는 것은 좋은 게 아니에요. 이렇게 한다고 해서 불교대학 졸업하고 나서 정토회에 수행하러 계속 나올까요? 안 옵니다. 친목 때문에 불교대학에 다니는 사람은 친목이 끝나면 안 나옵니다. 젊은이들에게 가끔씩 밥도 해주고 간식도 주고 하는 것은 하나의 양념으로만 들어가야 해요. 그게 주가 되면 여러분들이 지칩니다.

좀 가볍게 하세요. 정성을 기울이되 마음은 가벼워야 합니다. 지치면 안 돼요. 제가 늘 얘기하잖아요. 엄마가 애 키울 때 정성을 기울여서 책임과 의무감을 갖고 키우라고 하나요? 대충 키우라고 하나요?”

“대충 키우라고 해요.”

“대충 키우라는 건 내버려도라는 게 아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키우라는 뜻입니다. 누가 여러분에게 ‘아이고, 불교대학 담당하려면 얼마나 힘들어요?’라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해야 해요.

‘하나도 안 힘들어요. 법문 한 번 더 들으니까 저도 좋아요. 사람들 불교 공부하는 거 보니 너무너무 좋아요. 나누기하면 나도 배우는 게 많죠. 그래서 시간은 좀 들지만 아주 좋아요.’

담당자 소임을 봉사점수 따려고 억지로 하면 안 돼요. 옆에서 ‘하지 마라’ 그래도 나에게 좋으니까 하는 겁니다.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해야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잘해야 된다는 의무감으로 하면 여러분들도 힘들고, 하갱들에게도 부담이 돼요.

첫째, 가볍게 하셔야 됩니다. 일주일에 딱 2시간만 법륜 스님 대역을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아요?

‘내가 부처다. 내가 법륜스님이다. 법륜스님 대역을 내가 한다’

이런 마음으로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저의 대역을 해주시니까 저는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해야 해요.

‘제가 해야 되는 일을 여러분들이 다 나눠서 법당마다 저를 대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대로 여러분들은 저한테 ‘법륜 스님 대역을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마음을 내야 하고요. 서로 이렇게 고맙게 생각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가벼워지지 않을까요.

얼굴을 보니까 지난번 경주 남산 순례 때도 오신 분들이네요. 그때는 담당자라고 학생 데리고 오고, 오늘은 본인일로 온 거예요?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활동가들은 나들이를 다녀온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내가 법륜스님이라는 말씀이 너무 좋았어요. 내일도 수업이 있는데, 내일 딱 2시간은 법륜스님이 되어봐야겠어요.”

“온라인으로 회의만 하던 활동가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도시락도 함께 먹어서 즐거웠어요.”

“올해 단풍 구경은 못 할 줄 알았는데, 덕분에 단풍구경까지 해서 좋았습니다.”

“다른 활동가들도 주말이 없다는 말에 위로를 받았습니다.”(웃음)

스님의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새벽에는 불교대학 학생을 만나고 낮에는 불교대학 학생들을 챙기는 담당자를 비롯한 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내일은 서울에서 정토회 만일결사를 책임지는 결사 행자들을 만나 하루 종일 회의할 예정입니다.

11월 11일 결사 행자 회의

아침에 두북 정토수련원을 출발한 스님은 점심때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오후 2시부터 밤늦게까지 결사 행자 회의에 하루 종일 참석했습니다.

정토회 사료편찬특별위원회 구성 및 운영 방안, 제10차 천일결사 사업안, 회칙 개정, 정토회 별 법사단 배정 방안, 경전반 교재, 불교 의식 개편 등 다양한 안건이 올라와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쟁점이 생길 때마다 스님은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내일은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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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무

서로 이렇게 고맙게 생각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가벼워지지 않을까요.

2019-11-16 13:18:48

감로향

그런 행동과 말이 나온 뿌리를 생각하면서 적절하게 대응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_()_

2019-11-16 10:22:00

무지랭이

모두 고맙습니다~^^

2019-11-15 10: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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