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하루

2019.9.25. 수행 법회, 행복한 대화(1) 목포
“사랑해서 결혼한 아내와 자꾸 다툽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정토회 정회원들을 대상으로 전국 생중계로 수행 법회를 한 후 저녁에는 목포 시민들을 만나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 스님은 대중보다 일찍 1층 법당에 내려와 조용히 명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제 하루를 돌아보며 108배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죽비 삼성과 함께 발우공양이 시작되고, 식사를 마친 스님은 공동체 대중을 위해 계율을 지키는 자세에 대해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그제, 어제에 이어 3일 연속 이어지는 계율에 대한 법문이었습니다. 소중한 법문을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가을 같은 수행자

햇살이 쨍쨍한 가을 아침입니다. 오전 10시부터는 생중계로 전국 160여 개 정토법당에서 수행 법회가 열렸습니다. 서울 서초 법당에는 150여 명의 정토회 정회원들이 자리한 가운데 스님의 법문을 직강으로 들었습니다.

스님은 수행자의 삶의 자세를 가을 날씨와 비교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정기 수행 법회 일입니다. 수행자들이 모여서 법회를 하는 날이에요. 정토행자는 수행자입니다. 수행자는 계절에 비유하자면 어떤 계절과 비슷할까요?”

“가을이요.”

“네, 굳이 계절에 비유한다면 가을과 같습니다. 가을은 일단 상쾌하죠. 그리고 청명한 하늘이 있습니다. 그처럼 수행자들은 첫째, 얼굴이 밝아야 합니다. 얼굴이 어둡지 않고 청명한 하늘처럼 밝아야 해요.

그리고 수행자에게서 풍기는 향기는 좀 상쾌해야 합니다. 엿처럼 끈적끈적하지 말고 쌀과자처럼 좀 바삭바삭한 맛이 있어야 해요. 습한 게 아니라 약간 건조한 맛이 있어야 수행자라고 할 수 있어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수행자는 마음이 밝아야 해요. 다른 사람이 볼 때 얼굴이 환해야 합니다. 얼굴이 어둡거나 우중충해서는 안 돼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자기 마음을 늘 맑고 밝게 가져야 합니다.

둘째, 수행자들은 삶의 자세가 좀 가벼워야 해요. 어떤 일을 맡으란 얘기를 들으면 ‘네, 해보죠’ 이렇게 좀 가벼워야 해요. 무슨 큰 사명감을 짊어진 양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사는 것은 수행자답지 못합니다. 좀 자유로운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해요.

셋째, 수행자들은 목에 힘을 주고 거만한 게 아니라 소탈하고 겸손해야 해요. 그리고 수행자들은 화려하게 입고 사치하는 게 아니라 좀 소박해야 해요. 먹는 것도 소박하게 먹고, 입는 것도 소박하게 입고, 집에 가 봐도 가재도구 같은 게 좀 소박해야 해요. 집구석이 복잡하면 안 돼요. (모두 웃음)

넷째, 수행자들은 모임을 할 때 무질서하지 않고 질서가 있어야 해요. 청소도구는 딱 청소도구함에 들어가 있고, 신발도 다 가지런히 놓여 있고, 이렇게 물건의 정리정돈을 잘해야 합니다. 앉을 때도 이빨 빠진 것처럼 군데군데 자리 빼고 앉지 말고 앞자리부터 차례로 앉아서 가지런한 인상을 줘야 합니다. 세속적으로 말하면 준법의식이 좀 있어야 해요.

우선은 이렇게 인상이 가볍고, 밝고, 질서의식도 있는 게 참 좋습니다. 그런데 수행자들은 여기에만 머무르면 안 돼요. 다섯째, 사회의식도 좀 있어야 해요. 지금 세계 어디를 가도 제일 큰 과제는 환경 문제예요. 그래서 환경 문제에 대한 의식이 좀 있어야 해요. 텀블러를 갖고 다닌다든지, 손수건을 갖고 다닌다든지, 적어도 이런 환경 실천 한두 가지는 하고 있어야 해요.

여섯째, 수행자라면 어려운 사람을 봤을 때 자비심을 내어 보시를 하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큰돈을 내라는 게 아니에요. 어려운 사람이 있다고 하면 다만 1000원이라도 내놓아서 십시일반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인색하다면 수행자가 아니에요. 막 펑펑 쓰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소박한데 펑펑 쓸 게 뭐가 있겠어요? 작은 가운데 조금이라도 보시하는 마음을 내라는 거예요. 밥 양이 적더라도 한 숟가락을 딱 떠서 나누고, 뭐든지 한다고 하면 십시일반으로 다만 얼마라도 보태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일곱째,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어서 같이 일하는 봉사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돕고자 하는 마음을 내야 해요. 재정적으로 돕든, 몸으로 돕든, 보시하고 봉사하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여덟째, 수행자는 좀 평화적이어야 해요. 기분 나쁘다고 성질을 내서 ‘저런 놈은 죽여야 한다!’, ‘전쟁해야 한다!’ 이러면 안 돼요. 세상 사람들은 그러더라도 ‘좀 마음을 진정하십시오. 가능하면 대화로 해결합시다’ 이렇게 좀 평화적인 자세를 가져야 해요. 머리띠 두르고 길거리에 깃발 들고나가서 ‘죽여라!’ 이렇게 하면 안 돼요. 수행자라면 어떤 문제든 가능하면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아홉째, 애국심이 좀 있어야 해요. 애국심이 있다고 해서 배타적으로 다른 나라 사람을 미워하거나 차별하면 안 돼요. 애국심은 있되 조금 포용적이어야 해요. 다른 나라 사람에 대해서도 배려를 좀 하고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배려를 좀 하고, 중국 사람더러 ‘짱깨’라고 하거나, 일본 사람 보고 ‘왜놈’이라고 말하는 것도 좀 자제를 하고요.

열째, 수행자는 기가 푹 죽어서 다니면 안 돼요. 어깨를 딱 펴고 항상 당당해야 해요. 교만해서도 안 되지만 수행자라는 자긍심이 늘 가지고 있어야 해요.

이 정도만 되면 사람으로서는 명품입니다. 늙어도 아들딸이나 손자 손녀가 보기에 괜찮은 사람이에요. 할머니하고 얘기해보니까 할머니가 환경 문제도 다 알고 있고, 어려운 사람 돕는 데 보시도 할 줄 알고,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서도 견해가 있잖아요. (모두 웃음)

자식들이 보기에 ‘노인들은 이러저러해서 말이 안 통한다고 하지만 우리 할머니는 전혀 거기에 들어가지가 않아’, ‘우리 아버지는 그런 사람들하고 성격이 달라’, ‘야, 우리 아버지는 할아버지 중에서는 명품이다!’ 이렇게 말할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또 ‘우리 손자는 젊은데도 정토회에 다니고부터 어른한테 예의도 바르고, 요즘 젊은이 같지 않다’ 이런 인상을 좀 줘야 해요.

이런 수행자의 삶이야말로 가장 경쟁력 있는 삶입니다. 세속은 권력과 돈, 능력을 경쟁력으로 삼잖아요. 우리는 그런 것들을 안 가져도 돼요. ‘그런 건 너희가 가져라’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여러분이 이렇게 수행자로서 성장해가면 우선 내가 좋습니다. 그리고 세상에도 좋아요.

옛말에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죠? 그것처럼 수행을 하면 남편이 막 난리를 피워도 거기에 휩쓸려서 덩달아 난리를 피우는 게 아니라 가만히 지켜볼 수 있습니다. ‘저 인간이 요즘 무슨 일로 저러나?’ 하고요. (모두 웃음)

그러니 우리 모두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1시간만이라도 정진하도록 합시다. 수행 법회도 빼먹지 말고 매주 나오세요. 그리고 봉사도 하고요. 십시일반으로 보시도 하고요. 포살법회에도 참가하고, 1년에 한 번은 시간을 내서 나눔의 장에 참가하든지, 명상수련에 참가하든지, 인도성지순례에 참가를 하시기 바랍니다. 연세 드신 분은 꼭 이렇게 안 해도 돼요. 빼드릴게요. (모두 웃음)

80세가 넘으면 정토회 활동에서 모든 것을 빼주기로 했습니다. 물론 활동을 해도 되지만 의무조항은 없어요. 80세를 넘으면 법회에 빠졌다고 정회원 자격이 정지되는 일은 없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중 서너 분은 좋겠어요? (모두 웃음)

그래도 정회원 자격 요건에서 다 면제받고 80세 넘는 것보다는 면제를 받지 못했지만 80세를 안 넘은 지금이 더 좋잖아요. 이왕 80세를 넘었으면 면제받으니까 좋고, 안 넘었으면 젊어서 좋아요. 그래서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거예요.”

80세를 넘은 분들은 정회원 자격 유지 조건을 면제해 준다는 이야기에 머리가 희끗한 노보살님들이 함박웃음을 머금으며 좋아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현 시국을 바라보는 관점과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 후 법문을 마쳤습니다.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가 청년 역사학교 입학 강의를 30분 동안 녹화하고 나서 저녁 강연이 열리는 목포로 출발했습니다.

오후 12시 반에 출발해서 5시 무렵에 목포 IC를 지났습니다.

“우리가 경상남북도가 있는 동남쪽으로는 자주 가는데, 서남쪽으로는 거의 못 가잖아. 이 근처에 섬이 참 많아. 여기 온 김에 섬을 주욱 둘러보고 가자. 얼마 전에 천사대교를 준공했다고 하거든. 거기 가 보자.”

차는 강연장으로 향하지 않고 목포시를 우회하는 도로를 따라 압해대교를 건너 압해도를 지났습니다. 압해도를 지나자 천사대교가 나타났습니다.

천사대교는 지난 4월에 개통한 신안군의 작은 섬들을 잇는 7.2km 길이의 긴 다리입니다. 다리 너머에 저 멀리 작은 섬들이 보였습니다. 섬들 사이로 여객선이 물살을 가르며 움직이는 모습이 참 멋스러웠습니다.

천사대교를 건너 도로 위를 끝까지 달리니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를 지나 자라도가 나타났습니다. 자라도가 이 도로로 갈 수 있는 마지막이었습니다. 자라도에서 잠시 차에서 내려 손에 물을 담가 보았습니다.

구름 낀 하늘에 석양이 없어 아쉬웠지만, 바다 바람이 참 시원하고 좋았습니다. 다시 목포로 돌아오는 길에는 암태도 소작쟁의 기념탑 앞에 잠시 내려 참배했습니다.

이곳은 암태도 소작인들의 고율 소작료 인하 운동이 일어난 곳입니다. 1923년 8월부터 1924년 8월까지 소작료 불납 운동 과정에서 많은 농민이 구속되고 희생하였는데,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 탑을 세웠다고 합니다. 스님은 경건한 마음으로 숭고한 소작인들의 희생을 추모했습니다.

해가 질 무렵 서둘러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강연장에 늦을까 염려했는데, 6시 40분에 도착하여 김밥 한 줄이라도 먹고 강연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해 없는 사랑은 폭력입니다

강연은 목포 남도소리울림터에서 열렸습니다. 560여 석이 꽉 찼습니다. 스님은 변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각’이라고 강조한 후 질문자가 많아 곧바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질문 중에서 아내와 자주 다툰다는 분의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결혼 14년 차인 가장입니다. 서로 사랑해서 한 결혼이지만 요즘은 자주 다툽니다. 서로 성격이 너무 다르고, 그동안 제가 아내의 행동에 너무 간섭해서 아내가 힘들어했다는 사실을 잘 몰랐다가 이제야 아내의 마음을 알게 됐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믿으며 살아가야 하겠지만 그게 마음같이 잘 안 됩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4년간 부부가 돼서 같이 살아본 사람이 부부에 대해 잘 알까요, 한 번도 여자하고 안 살아본 스님이 잘 알까요?” (모두 웃음)

첫마디부터 웃음이 터집니다.

“오히려 스님이 그 이유가 궁금해서 질문자한테 물어야죠. 14년이나 아내와 살아온 사람이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면 어떡해요?”

“지금껏 제 나름대로는 아내에게 잘했고 아내를 사랑했기 때문에, 아내도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오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바랐던 만큼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이제 알게 돼서 많이 아프고 서운합니다.”

“그걸 14년 만에 알게 됐어요? (모두 웃음) 그걸 왜 3일 만에 몰랐을까요? 1년 안에, 늦어도 3년 안에는 알았어야죠. 질문자는 좀 아둔한 사람인가 봐요. 어떻게 그걸 14년간 모를 수가 있어요?”

“...”

“방글라데시에 이런 얘기가 있어요. 큰 홍수가 나서 온 세상이 다 물에 잠겼어요. 이런 곳은 평지니까 홍수라고 해도 물이 세게 흐르는 게 아니라 땅이 호수처럼 그냥 물에 잠겨버립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홍수를 피한다고 야자나무에 기어올라 갔어요. 나무에 한참 매달려 있다가 보니까 위에 커다란 코브라 한 마리가 있었어요. 뱀도 물을 피하느라 나무에 먼저 올라와 있었던 거예요. 그렇게 3일을 매달려 있다가 물이 빠져서 내려올 수 있게 되었는데, 뱀이 처음엔 좀 무서웠지만 그렇게 3일을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보니 친근감이 좀 들잖아요. 그래서 잘 지내라며 손을 내밀어 뱀에게 인사를 했어요. 그러다가 물려 죽었대요. (모두 웃음)

그 사람 입장에서는 잘 지내라며 인사랍시고 했지만, 뱀이 볼 때는 자기를 해친다고 생각하니까 물었겠죠. 이렇게 서로 다른 거예요.

내가 보기에 어떤 여성이 너무 아름다워요. 사랑하는 마음이 들어서 껴안고 뽀뽀도 해줬어요. 그런데 상대는 성추행이라고 나를 고발했어요. 그래서 억울해하면서 이렇게 하소연을 합니다.

‘내게 죄가 있다면 아름다운 여인을 사랑한 죄밖에 없는데 내가 왜 성추행범으로 비난을 받고 감옥에 가야 하느냐?’

사람의 마음이 모두 이렇게 다른 거예요. 질문자는 ‘이렇게 하면 상대가 좋아하겠지’라고 생각했겠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한 겁니다.

제가 독일에 갔을 때 어떤 분이 스님을 모신다고 차를 청소해서 준비해두었어요. 밤 10시에 강의가 끝났는데, 프랑크푸르트에서 디셸도르프까지 저를 태워줄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강의를 하기 전에 시내에서 짧은 거리를 그 차로 이동했는데, 제가 숨을 쉴 수가 없었어요. 그분이 평소에 차 안에 개를 싣고 다녔던 거예요. 그날도 개를 태우고 같이 가려다가, 어느 분이 ‘스님은 개를 별로 안 좋아하신다’라고 해서 개는 내려놓고 온 거래요. 그런데 저는 개 냄새와 털에 알레르기가 있어요. 그래서 차를 미리 청소했다고 해도 숨을 못 쉬겠는 거예요.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도 창문을 내내 열어놨는데, 그때가 좀 추울 때여서 감기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그날 저녁에 제가 그분의 호의를 거절했어요. 그 차를 타고 갔다가는 병날 것 같았거든요.

‘오늘은 제가 좀 피곤합니다. 저를 위해서 차를 내주셨지만 도저히 못 가겠습니다. 하룻밤 자고 내일 가야 하겠습니다.’

그분은 다음날 아침에는 출근을 해야 하니까 저를 태워줄 수 없었어요. 그렇게 해서 아는 분 집에 가서 자고, 아침에 다른 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거예요. 나는 상대를 위해서 엄청난 정성을 쏟았지만 그게 상대에게는 큰 고통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걸 갖고 섭섭해해야 할까요, 그러지 않아야 할까요?”

“섭섭해하지 않아야 할 것 같은데... 제 마음이 좀 섭섭합니다. (모두 웃음) 그런 마음을 안 먹어야 하겠지만 솔직히 섭섭한 마음이 많이 있습니다.”

“질문자가 설악산에 가서 ‘이야, 설악산 참 예쁘다!’ 이러고 돌아올 때 설악산이 ‘인사해줘서 고맙다’ 이렇게 얘기하던가요?”

“안 합니다.”

“그런데 그건 왜 섭섭하지 않아요? (모두 웃음) 유달산에 올라가서 ‘이야, 유달산 참 예쁘다!’ 이렇게 말해주기를 30년간 했는데도 유달산이 ‘아이고, 그래. 늘 나를 찾아줘서 고맙다’ 이런 말을 한 번이라도 합니까?”

“그래도 아내는 저와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맞아요. 그래도 본인은 싫다는데 어떡해요? 제 얘기의 요점은 서로가 어떤 사물을 보고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이 서로 다르다는 거예요. 어떤 사람은 개를 좋아하는데 어떤 사람은 개를 싫어하고, 어떤 사람은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어떤 사람은 고양이를 싫어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고양이를 안 좋아할 수 있느냐?’, ‘어떻게 개를 안 좋아할 수 있느냐?’ 이렇게 얘기하면 소통이 어려워요. 세상에는 삼겹살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삼겹살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 삼겹살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이렇게 얘기한단 말이에요.

질문자가 한 행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문자는 정성을 기울여서 했지만 사실은 부인이 싫어하는 행동이었던 겁니다. 몰랐다곤 하지만 질문자가 그 행동을 지속적으로 했잖아요. 부인은 견디다 못해서 ‘이제 못 살겠다’ 이렇게 얘기한 거예요.

‘아, 내가 내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구나. 내 생각에 너무 빠져 있었구나. 내가 잘한다고 한 게 상대에게 고통을 줬구나.’

질문자도 이렇게 좀 느꼈다면서요? 그렇다면 그동안 질문자가 잘못한 게 맞는데, 질문자가 섭섭할 게 뭐가 있어요?”

“그래도 사람인지라 조금은 섭섭합니다.”

“사람이 아닌지라 섭섭한 거겠죠. (모두 웃음) 사람이라면 ‘내가 잘못했구나’, ‘내가 몰랐구나’ 이렇게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야죠. 내가 섭섭할 일이 뭐가 있어요?”

“미안한 것도 있지만, 그래도...”

“그래도, 이 말은 내가 잘했다는 거 아니에요?” (모두 웃음)

“꼭 잘했다는 건 아니고요...”

“이 상황은 질문자가 섭섭해할 일은 아니에요. 질문자가 의도적으로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상대의 처지를 내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보통 ‘내가 널 좋아한다’ 하는 감정만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하면 안 돼요. 이해 없는 사랑은 폭력이에요. 상대의 처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그저 나 좋다고 가서 껴안으면 성추행이 됩니다. 더 나아가면 성폭행이 돼요. 질문자는 지금 이해 없는 사랑을 했어요. 그건 내가 좋았을 뿐이지, 상대한테 좋은 건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 안 돼요. 항상 상대에게 물어봐야 해요.

시골에 가면 아무리 배가 부르다고 해도 할머니들이 계속 뭘 먹으라고 주잖아요. 할머니 집에 안 가는 이유를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안 먹겠다는데도 자꾸 억지로 먹여서 못 가겠다’ 이렇게 대답합니다. 할머니의 그 마음은 나쁜 게 아니라 고맙지만, 그것은 손자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에요.

어떤 분이 스님이 좋다고 계속 따라다니면서 ‘스님, 손 한번 잡아 봐요’ 이러면 제가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저를 좋아한다니까 제가 다 응해줘야 할까요? 아니면 ‘뭐 이런 게 다 있어!’라고 거절하면 상대가 상처를 입어요. 이럴 때 하면 되는 적절한 표현이 ‘No, Thank you’입니다. (모두 웃음)

우리말에는 정확하게 대치되는 한 마디 표현이 없어요. 나를 사랑해줘서 고맙지만, 나는 싫다는 뜻입니다. ‘싫어!’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고맙지만 저는 싫습니다’ 이런 뜻을 담은 거예요.

질문자가 한 행동은 그동안 아무리 열심히 했다 하더라도 상대한테 도움이 안 되는 행동이었어요. 그러면 질문자는 ‘아, 내가 내 생각에 빠졌구나’하고 알아차려야 해요. 그래서 아내에게 이렇게 말해줘야 합니다.

‘미안하다. 그동안 내가 미처 몰랐다. 앞으로는 네가 바라는 것, 원하는 것, 필요한 것에 가능하면 내가 맞춰서 할게.’

상대가 필요 없다고 하면 내가 좋아서 하고 싶더라도 좀 참아야 해요. 그건 우리 몸도 똑같아요. 내가 먹고 싶더라도 체중이 좀 과하다면 몸을 생각해서 입이 좀 참아야 돼요. 몸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거예요. 욕을 하고 싶더라도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면 입을 좀 참아야 하고요. 그런 것처럼, 내가 하고 싶더라도 상대가 싫다면 좀 멈춰야 합니다. 내가 조금 힘들더라도 상대가 원하면 좀 움직여줘야 합니다.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사랑이 아니에요. 상대가 필요한 것을 해줄 수 있는 마음이 사랑이에요. 싫어도 움직여줄 줄 알고, 좋아도 멈출 줄 아는 거예요. 우리가 아이들을 키울 때도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지 여부에 기준을 둬야 해요. ‘내가 좋아한다’에 기준을 두면 안 돼요. 그래서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돌봐줘야 하고,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아무리 도와주고 싶더라도 내가 나를 자제하고 참아야 해요. 아이에게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사춘기는 아이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때 과하게 보호해버리면 나중에 자립을 못하게 되거든요. 그럴 때는 가슴이 아파도 참아주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뜨거워도 참아야 해요.”

“잘 알겠습니다.”

“뭘 어떻게 알겠다는 거예요?” (모두 웃음)

“아내가 여기 같이 와 있거든요.”

“이럴 때는 같이 안 오는 게 좋아요. ‘같이 스님 강연 듣고 아내가 나를 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이래서 같이 왔어요?”

“예.” (모두 웃음)

“그건 계산 착오입니다. 질문자가 계산을 제대로 못하네요. 스님은 질문자에게 면박을 주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영리한 사람이라면 가능하면 자기가 질문하는 게 아니라 마이크를 남편이나 아내한테 넘겨야 해요. 그래야 자기는 가만히 앉아서 득 볼 수 있잖아요. (모두 웃음)

앞으로는 내가 좋다고 해서 막 하지 말고 항상 부인의 의사를 물어보세요. 부인의 의사를 항상 존중해야 합니다. ‘당신한테 꽃다발을 주고 싶은데 괜찮을까?’ 이렇게 물어보세요. 또 꽃다발을 줬을 때 상대가 ‘여보, 싫어’ 이러면 ‘알았다’ 이러고 딱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떻게 싫어할 수 있어?’ 이렇게 하면 안 돼요. 알았죠?”

“예.”

“이런 걸 잘 아는 스님도 혼자 사는데 그것도 모르면서 결혼을 왜 했어요? 남자분이 용기 내서 질문했는데 너무 면박을 줘서 죄송합니다. 마이크를 아내한테 줘보세요." (모두 웃음)

마이크가 아내 분에게 넘어갔습니다. 아내 분과의 즉문즉설이 다시 이어졌습니다.

"아내 분은 스님 얘기 듣고 어땠어요? 남편이 뭐가 문제예요? 한 번 얘기해 봐요. 열렬히 사랑한다는데 뭐가 문제예요? 스님하고 남편의 대화를 듣고 뭘 느꼈어요?”

“음... 남편보다는 스님 말씀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님이 내 마음을 어쩌면 저렇게 잘 알까 싶고...” (모두 웃음)

“그러게 왜 자기 마음도 몰라주는 남자를 잡았어요? 그걸 잘 알아주는 스님 같은 사람을 좀 잡죠. (모두 웃음)

그런데 스님하고 3일만 같이 살아보면 ‘아이고, 우리 남편이 훨씬 낫다’ 이런 결론이 납니다. 저는 이렇게 전국을 다니기 때문에 집에 안 들어오거든요. 그러니 두 분이 서로 이해하고 행복하게 잘 사세요.”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사람들 앞에 서면 눈 앞이 캄캄해지고 두렵습니다. 법륜스님은 처음부터 말을 잘했나요? 그리고 행복에 실체가 있나요?
  • 아들이 하나 있는데 1년에 한 번 만나고 아주 가끔 통화를 하는데 불만이 가득합니다. 며느리도 냉정하고 푸대접을 하고 성질을 냅니다. 유산도 물려주기 싫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좋은 평판은 받을 수 있었는데 제가 가식적이라고 느껴집니다. 정말 좋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욱하는 성질을 어떻게 참아야 할까요? 남편도 욱하는 성질이 있어요.
  • 얼마 전에 전역을 하고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새로운 진로를 찾고 싶은데. 특별하게 하고 싶은 일이나 장점이 없어서 고민입니다. 현실과 이상 중 어느 길로 가야 하나요?
  • 저희 아들이 고등학교 때 까진 아무 문제없었습니다. 대학에서 여자 친구를 사귀었는데 여자 친구와 헤어지자 친구들과도 멀어지고 힘들어하고 휴학을 하고 싶어 해요. 엄마가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요?
  • 싫어하는 직장 동료와 잘 지내보려고 계속 노력했지만, 견딜 수 없이 괴로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퇴사나 휴직은 할 수 없는데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 태고종 절에 32년 다녔습니다. 경전공부를 하고 싶어서 조계종 절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너무 힘들어요. 나이가 많아서 들어도 금방 잊어버리고 기도하기도 어려워요.
  • 각 종교에서 말하는 이상 세계가 있는데, 왜 인간은 이상 세계에 살지 못하고 현상 세계에 살까요?
  • 스님을 만나고 참 행복해졌습니다. 광주에서 새벽부터 달려왔어요. 제가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는데 한번 검토해봐 주시면 좋겠어요.

질문자가 삶의 애환을 한 자락 뽑고 스님과 대화를 하다 보면, 소리는 어느새 가벼운 장단으로 바뀌어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한숨도 쉬지 않고 12명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자들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아내와 다툰다는 질문자도 밝은 표정으로 소감을 말해주었습니다.

"앞으로 내 생각만 하지 않고 아내 입장에서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스님은 호통을 치며 질문자의 과제를 다시 일러 줍니다.

“생각해야 할까요, 물어봐야 할까요?”

“아, 물어봐야 합니다.”

“아내 입장에서 생각한다면서 또 자기 생각만 해요.”(모두 웃음)

다른 질문자들이 “열심히 하겠다.‘, ”스님의 말을 가슴에 새기겠다. “는 이야기를 많이 하자 스님은 마지막으로 열심히 살지 말고 가볍게 살라는 말로 강연을 마쳤습니다.

”열심히라는 용어를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무엇이든지 주어지면 가볍게 해 보는 거예요. 자기를 사랑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편안하게 살아야 합니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강연을 마치고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스님, 저도 봉사했어요.”

한 어린이가 환하게 웃으며 사인을 받아갔습니다.

사인회까지 마치니 10시가 가까웠습니다. 스님은 내일 농사일을 하기 위해 밤새 울산으로 이동했습니다. 차에서 원고 교정 등 업무를 보고, 잠도 보충하며 울산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넘었습니다.

내일은 농사일을 하고, 저녁에는 울진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열릴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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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10-30 14:41:26

넉넉함

인간이 아니니까 섭섭함이 올라오는군.... 감사합니다

2019-10-06 11:35:44

정명데오

\"자기를 사랑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편안하게 살아야 합니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9-09-28 21: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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